제목 :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 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 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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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선운사 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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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 -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아이교육
이상금 지음 / 사계절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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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언 스미스는 "한 아이에게 좋은 책이 된다는 것은 그것으로 말미암아 그 아이에게 무엇인가 좋은 변화가 일어났을 때"라고 말했다. 최고의 글, 최고의 그림이 있는 그림책을 보았던 어린 시절의 어린이에게는 분명히 무엇인가 좋은 변화가 일어났을 것이니까.-36쪽

듣기는 언어 생활의 기초이다. 어릴 때부터 뛰어난 말을 들으며 자란 사람은 말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지고 세련되며 그 말이 열어주는 세계에 익숙하게 들어갈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글자를 알기 훨씬 이전부터 뛰어난 말을 들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다.-40쪽

그런데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지능 개발용 그림책' 종류는 기록에 남기고 역사에 남길 만한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나라의 도서 분류에도 그러한 책을 책의 범주에 넣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학습지, 연습지, 교육 재료에 불과하다. 따라서 보고 나면 폐기 처분해도 좋은 소모품이다.
진정한 의미의 그림책은 문학 작품이며 예술 작품이어야 한다.-155쪽

독서 습관의 첫걸음은 읽어주는 사람의 목소리를 귀로 들으면서 손으로 그림책을 만지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책을 읽지 않는 어른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책을 보는 즐거움을 많이 체험하게끔 해야 한다.
인생 초기의 독서 경험은 엄마나 아빠 혹은 선생님 같은 가까운 사람과 눈맞춤하고 손도 잡으며 그림책을 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모습이다.-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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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 크레용 그림책 34
에바 에릭손 그림, 울프 스타르크 글,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가 일찍 들어오신 날은 모든 게 낯설다. 밥을 먹을 때도, 공부를 할 때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 한 달에 일주일은 출장을 가시는 우리 아빠, 출장 안 가실 땐 언제 나가고 언제 들어오지 알 수가 없다. 아빠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주말밖에 없다. 같이 살고 있지만 아빠가 보고 싶은 날이 정말 많다. 아빠가 회사에 안 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아빠가 일주일 동안 회사에 안 간다고 했다. 방학인데 못 놀아줘서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엄마랑 나랑 동생이랑 아빠랑 정말 오랜만에 신이 났다. 우리 가족이 도착한 곳은 무주에 있는 덕유산이었다. 깊은 산속에 있는 통나무집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산속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아주 춥게 느껴졌다. 사람이라곤 우리 가족밖에 없어서 더 추운 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아빠가 해서 엄마가 정말 좋아했다. 음식 찌꺼기를 버리러 나가는 아빠를 따라 나갔다. 겨울 산에는 먹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음식 찌꺼기를 뿌려놓으면 새나 동물들이 와서 먹는다고 했다.어두운 숲속엔 통나무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과 하늘의 별빛밖에 없어서 조금 무서웠다. 나는 아빠 손을 꼭 잡고 아빠 곁에 바짝 붙어 섰다. 그러자 아빠가 꼭 안아주며 말했다.

"하늘에 별이 참 많지? 별들은 이 세상의 사람보다, 아니 모래알보다도 더 많단다. 저 별들이 있는 우주는 아주아주 멀고 넓단다. 너랑 아빠도 이 우주의 한 부분이지."

"나랑 아빠도 우주라고요.?"

"그럼, 우주는 이 세상 전체란다. 이 숲에 있는 나무랑 돌멩이, 고드름까지도 다 포함하지. 이들 모두가 우주를 이루는 거야."

아빠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특히 우리 인간은 우주 속에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말이 그랬다. 사실은 내가 우주라는 말도 조금 어려웠다. 확실한 건 집 근처에서 본 하늘의 별보다 산속에서 본 하늘의 별이 무지무지 더 많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빠 품이 이렇게 따뜻하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아빠랑 함께 본 밤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아빠가 들려준 이야기 가운데 별자리 신화도 재미있었다. 특히 페르세우스가 고래를 죽이고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한 이야기는 하늘의 별을 볼 때마다 생각날 것 같다. 아빠는 내년엔 소백산 천문대에 가서 더 많은 별과 더 큰 우주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통나무집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와 나는 무슨 비밀을 들키기라도 한 듯 동시에 몸을 움츠렸다. 나는 아빠의 손을 꼭 잡고 뛰어갔다. 이젠 더이상 아빠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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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2-0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아빠와 다녀온 여행을 생각하며 써 보았답니다.
 

제목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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