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수학 나라 수학과 친해지는 책 2
안소정 지음, 오정택 그림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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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라는 말만 나오면 머리 아파하는 딸 때문에 수학을 재미나게 풀어쓴 책이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문제 풀이는 싫어하는 아이가 이런 류의 책은 재미나게 읽어주니 그나마 고맙기도 하다. 자꾸 읽다 보면 언젠가는 수학의 참맛을 알 날이 오겠지 하는 기대도 은근히 있고... 이 책은 이미 다른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많다고 하면서도 주인공이 수학자를 직접 만나 대화하는 장면이 재미있단다.

주인공 머루는 남자 아이인데도 우리 딸처럼 수학을 싫어한다. 남자애들은 다들 수학을 좋아하는 줄 알았구만. 수학 시험이 끝난 날 헌책방에 들른 머루가 <수학 나라 환상 여행>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수학 나라로 빨려들어갔다가 유명한 수학자 여덟 명을 만나게 된다. 더구나 머루가 수학자들이 내는 문제를 풀어야 다음 수학자를 만날 수 있고, 마지막 문제까지 다 풀고 책 속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이 모험 형식으로 진행되어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머루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원리나 무조건 외운 공식이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 있다. 그 원리들을 맨처음 발견하고 정리한 수학자들이 직접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해주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신기하게도 아하! 깨닫는 순간이 온다. 특히 생활 속에서 수학 개념을 찾아가는 에피소드를 곁들여서 그런지 나랑 아무 관계 없다고 생각했던 천재 수학자들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머루가 맨처음 만난 수학자는 아메스다. 아메스는 수학책을 제일 먼저 만든 사람으로 이집트에서 처음 만들어진 숫자는 물체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탈레스는 직접 재지 않고도 그림자로 피라미드의 높이를 재는 방법과 바다 위에 떠 있는 배까지의 거리를 구하는 방법을 증명이라는 개념을 통해 알려준다. 너무나 유명한 피타고라스는 수에서 규칙을 찾아내면 직접 더하지 않고도 합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1부터 100까지의 합도 삼각수의 개념만 알면 바로 나오는 게 신기하다.

학창 시절 나도 지겹게 들었고, 요즘 우리 애들한테도 슬슬 써먹기 시작한 '수학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을 한 이가 유클리드란다. 유클리드는 머루에게 점, 선, 면에 대한 정의와 도형에 대한 원리를 알려준다. 유레카라는 말로 더 많이 알려진 아르키메데스는 원을 사랑한 수학자로 원주율 3.14를 알아냈다. 아르키메데스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서 배를 들어올리고, 큰 통 속에 있는 콩을 다 세지 않고도 알아내는 방법으로 표본 조사에 대해 알려준다.
 
여덟 명의 수학자 중 유일하게 유휘만 중국 사람이다. 피타고라스나 아르키메데스가 알아낸 수학 이론이 사실은 유휘에 의해 더 먼저 발견되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걸 좋아하는 서양 사람들은 수학을 학문으로 발전시켰지만 중국은 정신적인 면만 강조하다 보니 서양 수학에 밀린 건 아닌가 싶어 좀 아쉽기도 하다. 유휘가 263년에 쓴 <구장산술>이라는 책은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조선 시대까지 수학 교재로 쓰였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더하기(+) 빼기(-) 같은 수학 기호를 처음 쓰기 시작했고, 모르는 어떤 수를 이용해서 방정식을 만들어낸 디오판테스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죽어서까지 사람들에게 수학 문제를 풀게 묘비명을 쓰다니 진짜 수학자답다. 어떤 수를 이용하는 방정식의 기초 개념은 요즘 2학년인 우리 아들 수학책에도 나온다. 머루가 마지막으로 만난 수학자는 스위스의 화폐에도 얼굴이 그려진 오일러다. 장님이 되어서도 천재적인 암기력으로 계산을 하고 논문을 썼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다. 내가 워낙 수학에 약해서.

여덟 명의 수학자를 만난 후 머루는 수학 실력은 단순한 공식을 외우고 문제 푸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머루처럼 생각하는 즐거움을 깨닫고 수학을 가까이 했으면 좋겠다. 학교 선생님들도 새로운 수학 개념을 배울 때마다 무조건 공식을 먼저 외우라고 하지 말고 이런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원리를 먼저 재미있게 알려준다면 수학을 외면하는 아이들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연습장에 직접 계산도 하고, 아이들을 불러 보여주는 수선을 떨어가며 책을 읽었더니 더 재미있었다. 도형의 부피 구하는 문제가 좀 어려운 듯해서 5학년 이상에게 권하고 싶지만 수학자들의 이야기나 그외 기본 개념들은 4학년인 우리 딸도 어렵지 않게 읽었다. 이 책에서 읽은 원리나 개념을 수학 시간에 만나고 즐거워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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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4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8-06-25 10:48   좋아요 0 | URL
저도 감사!
이게 다 수학을 싫어하는 딸아이 때문이랍니다.
이런 수학 동화책은 아이가 먼저 사달라고 하니 다행이지요.
 
엄마, 난 도망갈 거야 I LOVE 그림책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신형건 옮김, 클레먼트 허드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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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책은 우리집에도 여러 권이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참 좋아했던 책들이라서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지만. 이 책은 영어책으로 먼저 보았던 책이라서 더 익숙하고 반가웠다. 더구나 신형건 님의 우리말 번역은 옆에 있는 아이와 숨바꼭질을 하다 꼭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 입에 붙는다.

엄마 토끼는 아기 토끼가 도망갈 때마다 어디든지 쫓아가면서 사랑을 보여준다. 아기가 물고기가 되면 엄마는 낚시꾼이 되고, 아기가 산을 오르면 엄마는 등산가가 되고, 아기가 꽃이 되면 엄마는 정원사가 되고, 아기가 새가 되면 엄마는 나무가 되고, 아기가 돛단배가 되면 엄마는 바람이 되고, 아기가 서커스단이 되면 엄마는 곡예사가 되어 항상 아기와 함께 있을 거라고 말해 준다. 

일부러 힘든 곳으로 도망가면서 엄마를 시험하는 것 같다. 그래도 어디든 따라가는 엄마의 사랑 때문에 아기는 안심할 수 있다. 결국 아기 토끼는 집으로 돌아와 엄마 품에 안긴다. 아기와 알콩달콩 재미나게 노는 엄마의 모습도 행복해 보인다. 조건 없는 엄마의 사랑과 친밀감을 보여줄 수 있어 아기들이 처음 보는 그림책으로 딱 좋은 것 같다.

책을 보던 아들이 영문으로 된 <Goodnight  Moon>을 꺼내와 똑같다며 펼쳐 보인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와 소리가  나왔다. 잘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며, 소가 달을 건너뛰는 그림이며, 장식품이 거의 비슷해서... 같은 작가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고 아들과 내가 나눈 대화다. "아기 토끼는 참 좋겠다." "왜?"  "어디를 가든지 엄마가 따라와 주니까. 우리 엄마는 안 그러는데..."

항상 아이들 편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순간 띵했다. 그래서 한마디 더 물어보았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그래도 엄마는 너희들이 해 달라는 거 다 해주지 않니?" 옆에 있던 딸아이까지 합세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상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엄마가 가고 싶은 곳만 데리고 간다나. 요즘 내가 그랬나? 아이들이 더 크면 엄마가 놀아준다고 해도 도망을 칠 게 뻔한데 좀더 아이들 편이 되어 놀아주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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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6-2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부부를 보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도 한때란 것을 느낍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자기들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시대적으로 많이 어려 졌나봐요. 요즘 아이들과 함께 일을 도모하기가 수월치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친구들과의 약속이 우선시 되었거든요.

소나무집 2008-06-23 11:50   좋아요 0 | URL
벌써 댓글을...
우리 아이들도 슬슬 그런 기미가 보이기는 하는데
이곳엔 친구도 많지 않고 갈 곳도 별로 없는지라 아직은
엄마 아빠랑 하는 시간이 더 많아요.
 

새벽 일찍 출장 가는 남편을 배웅하느라 일어났더니 비가 무섭게 쏟아지고 있다. 거기다 천둥과 번개까지. 집안에 앉아 있어도 저절로 움찔움찔거리게 된다.

딸딸딸딸, 갑자기 경운기 소리가 요란하게 난다. 오늘이 장날인가? 20일 맞네. 베란다 문을 열고 보니 노란 비옷을 입은 아저씨가 빈 경운기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더 일찍 부인과 함께 나와 장에 물건을 풀어놓고 혼자 돌아가는 아저씨인 모양이다. 장날이면 흔히 있는 풍경이다.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장에 사람도 없을 텐데 참 부지런한 농사꾼이지 싶다.

읍내를 벗어나면 바로 농사짓는 시골인지라 큰 도로에도 종종 경운기가 나타난다. 특히 장날은 새벽 4시만 되면 그 특유의 요란한 경운기 소리 때문에 잠을 깨곤 한다. 언젠가 장에 갔을 때 물어 보니 늦게 가면 좋은 자리를 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새벽 3시에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기도 했다. 난 그 시간에 잠밖에 잔 게 없는데...

소안도, 청산도, 신지도 같은 작은 섬에서 물건을 팔러 오는 사람도 있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장을 보러 배를 타고 완도로 나온다. 언젠가 한번은 장날인 줄 모르고 병원에 갔다가 그냥 돌아온 적도 있다. 장을 보러 나온 김에 병원에 들른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바글바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날은 식당도, 미용실도 다 대목이다. 큰 맘 먹고 나온 작은 섬 사람들에게 완도읍은 없는 게 없는 도시이다. 이런 땐 완도에는 없는 게 너무 많아 불만 투성이인 내가 부끄러워지곤 한다.

시장은 깔끔하고 화려한 조명이 있는 도시의 대형 마트와는 다른 맛이 있다. 정해진 가격표도 없고 정해진 양도 없다. 깎아 달라고 하면 천원 정도는 바로 깎아주고, 하나 더 달라고 하면 늘 그려려니 하면서 주시는 순박한 이들이 오일장에는 있다. 애기라고 부르면서(이곳 할머니들은 당신보다 어려 보이면 무조건 애기라고 부른다.) 하나만 사 가라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과 투박한 손을 보는 순간 난 그것이 어떻게 먹는 해초인지도 모르면서, 혹은 냉장고에 있는 채소인지 생각도 안 하고 사 들고 올 때도 있다. 농사 짓는 내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절대로 할머니들의 야채값을 깎지 않는다. 오히려 깎거나 더 달라고 안 해도 더 주셔서 미안할 때도 있다.

완도에도 작은 규모의 하나로 마트가 있지만 그곳에 없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생선이다. 이곳 사람들은 오일장에 가면 싱싱한 생선이 널려 있기 때문에 누구도 마트에 가서 생선 살 생각을 안 한다. 나처럼 도시물 먹은 사람이나 손질해서 진공포장해놓은 꽁꽁 얼린 생선을 찾지. 

이곳 사람들은 양식한 생선조차도 생선으로 쳐주지 않는다. 바다에 가서 직접 잡은 자연산만 생선으로 쳐준다. 양식인지 아닌지 골라내는 능력이 없는 나로서는 그냥 살아 있는 생선이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때가 많다. 그리고 수협 공판장 같은 데 가면 자연산 우럭 한 상자를 도시에서 먹는 회 한 접시 값으로 살 수 있다. 한 상자에 우럭 20마리니까 도시 사람들은 이걸로 회 스무 접시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바다에 나가 힘들게 생선을 잡은 어부들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도 시장 구경 하는 걸 좋아하는지라 가끔 주말에 장날이 걸리면 온 가족이 장에 간다. 이렇게 큰 오일장을 난 완도에 와서 처음 보았다. 온갖 공산품을 실은 장사꾼 트럭들이 들어오는 날도 바로 장날이다. 읍내 골목마다 장사꾼들이 물건을 풀어놓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정말 시끌벅적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아이들 속옷이나 양말을 사겠다고 여기서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목포의 대형 마트까지 가곤 했다. 그리고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까지 트렁크 한 가득 싣고 돌아오면서 이게 생활의 지혜라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이곳 살이 일 년 만에 사소한 물건들은 오일장에 가서 해결하곤 한다. 생활의 지혜를 새롭게 배워 나가고 있다.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은데 경운기 소리는 계속 난다. 비 오는 날에 나오는 장꾼들의 마음을 생각해서 오후쯤 잠깐 시장에 나가 봐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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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6-20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다 읽은 후 살며시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시골장을 가기위해 할머니의 손을 잡고 논둑길을 따라 2시간정도를 걸으면 장터에 닿을 수 있었고, 장터국수를 한그릇 먹은 후 돌아오는 길에 고무신이라도 한켤레 얻어 신으면 그저 신이 나서 다리 아픈 것도 잊었던 어릴 적 추억이 새롭게 투영됩니다. ^*^

소나무집 2008-06-23 11:32   좋아요 0 | URL
님도 그런 추억이 있군요.
우리 아이들은 완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곳을 떠나면 추억이 새록새록하지 않을까 싶어요.

2008-06-20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8-06-23 11:34   좋아요 0 | URL
처음엔 뭘 모르는 아줌마가 마트에 가서 생선 좀 갖다 놓으라고 따졌다니까요.
어부랑 농민들은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돈은 엉뚱한 사람들이 챙겨가니....

2008-06-24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4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8-07-05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몇일에 한번씩 생선을 사와서 아빠랑 엄마 나란히 손질하시던 모습이 선하네요..
그래서 숯불에 구워주시고 쪄주시고..했었는데..
지금도 그런생선맛은 잊지 못하네요..

장날..순박한 사람들의 모습과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는 모습이 어우러져 참 좋은 풍경으로 다가오네요.가족은 함께 할때 더 빛나 보여요.

소나무집 2008-07-05 11:07   좋아요 0 | URL
처음엔 그랬네요. 여기서 사는 동안은 다 포기하고 살자 하고요. 하지만 이젠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것, 좋은 것, 나름 열심히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보이네요. 어떻게 보면 포기한 게 아니라 오히려 인생을 배우고 있다 싶어요.
 

 

오늘 아이들 학교에서 모자 독후 대회라는 걸 했습니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은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거라서 대본도 준비했구요. 아이는 담담하게 잘 하는데 엄마는 왜 그리도 떨리든지......

 

선우 : 안녕하세요? 옆에 계신 분은 저의 엄마예요.

엄마 : 안녕하세요? 저는 선우의 엄마구요.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선우와 제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책은 작년에 비룡소에서 나온 <건방진 도도군>이라는 책입니다.

선우 : <건방진 도도군>은 개가 주인공이라는 것 때문에 좀 황당하긴 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에요.

엄마 : 그래. 네가 하도 재미있다고 하길래 엄마도 안 읽을 수가 없었어. 책을 읽으면서 엄마도 아주 유쾌한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이렇게 멋진 책을 고르는 너의 안목에 감탄을 했단다.  

선우 : 엄마, 고마워요.

엄마 : 책표지를 보니 도도가 멋진 의자에 앉아 있네.

선우 :  처음 책을 보았을 땐 고양인 줄 알았는데 애완견이라서 아마 이렇게 귀엽게 그렸나 봐요.

엄마 : 도도는 어떤 개였니?

선우 : 아주 잘난 척하는 것 같아요. 사람 흉내를 내는 것 같기도 하구요. 도도라는 이름이랑 딱 어울리는 표지 같아서 마음에 들어요.

엄마 : 도도는 어떤 개니?

선우 : 부잣집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애완견이에요. 

엄마 : 어떻게 사는데?

선우 : 치즈가 들어 있는 쇠고기 통조림을 먹고, 예쁜 옷을 입은 채 푹신한 전용 침대에서 잠을 자요.

엄마 : 정말 호화 생활을 하는 개로구나. 그런데 도도의 성격은 어때?

선우 : 아주 건방져요. 세상에서 제가 제일 잘난 줄 알거든요.

엄마 : 그래? 잘날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걸 도도가 몰랐던 모양이구나. 도도가 계속 부잣집에서 잘난 척하면서 살았니?

선우 : 아뇨. 버림 받았어요.

엄마 : 버림받아? 왜?

선우 : 기름기가 많은 통조림을 먹고 운동을 안 하니까 너무 뚱뚱해졌거든요. 너무 뚱뚱한 개는 애완견의 자격이 없대요. 그래서 도도를 키우던 사모님이 시골에 사는 운전 기사의 어머니한테 줘버렸어요.

엄마 : 도도가 참 안됐다. 평소 운동 좀 열심히 하지. 그런데 애완견에도 자격이 있니?

선우 : 그럼요. 저 같아도 그렇게 뚱둥한 개는 안 키울 거예요. 엄마, 저한테도 작고 귀여운 애완견 한 마리만 사주세요. 네?

엄마 : 그럼 너도 개를 키우다 뚱뚱해지면 버릴려고? 네가 필요할 땐 예쁘다고 하다가 네 마음에 안 든다고 버릴 생각을 하다니 정말 너무 했다. 

선우 : 아니에요. 저는 안 그럴 거예요.

엄마 : 참, 도도는 시골 가서 어떻게 살았니?

선우 : 그곳에서 미미라는 개를 만났어요.

엄마 : 미미가 누구였지?

선우 : 도도보다 먼저 그 부잣집 사모님의 애완견으로 살던 갠데 사모님의 팔을 할퀴었다고 버려졌어요.

엄마 : 그래? 그 사모님 진짜 마음에 안 든다. 어떻게 가족처럼 데리고 살던 개를 그렇게 쉽게 버릴 수가 있는 거야. 개도 생명인데 못 쓰는 물건처럼 마구 버리다니... 미미는 시골에서 무얼하며 살았대?

선우 : 그 시골집이 김기사의 어머니네 집이잖아요. 그런데 그 어머니가 귀가 전혀 안 들려요. 그래서 어머니의 귀 역할까지 하면서 살았어요.

엄마 : 어떻게 귀 역할을 했는데?

선우 : 전화가 오거나 사람이 찾아오면 어머니께 가서 알려주었어요. 그러면 어머니는 미미한테 항상 고맙다고 했구요.

엄마 : 아아, 미미는비록 부잣집 사모님한테는 버림을 받았지만 귀가 안 들리는 어머니한테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된 거구나.

선우 : 네, 미미와 어머니는 서로 보듬어주고 아껴주면서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친구나 가족 같은 사이예요.

엄마 :  동반자 말이구나?

선우 : 동반자가 뭔데요?

엄마 : 동반자는 미미와 어머니처럼 서로 도움을 주면서 함께 살아가는 관계라고 할 수 있어. 하지만 부잣집 사모님과 도도는 주인과 개의 관계였지, 동반자는 아니었어. 그러니까 필요없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버릴 수 있었던 거야.

선우 : 그래서 도도가 동반자를 찾아나서기로 한 거군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를 찾아서요.

엄마 : 선우가 벌써 눈치챘네. 도도는 그동안 사모님의 액서사리였다는 걸 미미 덕분에 깨달은 거지. 그래서 사모님이 다시 도도를 데려갔을 때 도망쳐 나온 거구.

선우 : 도도가 참 대단해요. 예쁜 옷과 맛있는 음식, 편안한 잠자리가 있는 부잣집을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용기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엄마 : 엄마도 그래. 도도는 언젠가 또 버려질지도 모르는 주인에게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거야. 대신 서로 보살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반자를 찾기로 한 거지. 

선우 : 엄마, 저는 부잣집을 도망쳐 나온 도도가 길을 헤매다 상자 줍는 할머니를 만났을 땐 진짜 동반자를 만난 줄 알았어요.

엄마 : 엄마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비 오는 날 교통 사고가 나는 바람에 할머니는 다치고, 도도는 동물보호소에 갖히는 신세가 되고 말잖아. 철장 안에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모습은 도도랑은 참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선우 : 그렇긴 해요. 하지만 그 덕에 도도에게 진짜 행운이 찾아왔잖아요. 바로 보청견이 될 수 있는 기회 말이에요.

엄마 : 선우야, 너 보청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니?

선우 :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에게 길안내를 해주는 맹인 안내견이랑 비슷한 거 아닌가요? '맹인 안내견'이라고 쓰인 옷을 입고 다니는 개는 텔레비전이랑 책에서 본 적이 있거든요.

엄마 : 그래. 비슷해. 보청견은 맹인 안내견처럼 보청견 조끼를 입고 귀가 안 들리는 사람들의 귀 역할을 해주는 개야.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란다. 선우도 앞으로 보청견이나 맹인 안내견을 만날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 그러면 도도를 생각하면서 잘 대해 주도록 해.

선우 : 네, 당연히 그래야죠.

엄마 : 도도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박수진 씨네 가족을 만나던 날은 엄마도 도도만큼이나 감동스러웠어. 도도가 그렇게도 원하던 누군가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왔으니까.

선우 : 그런 행운이 온 건 도도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노력한 결과인 것 같아요. 사실 동물 보호소에서 사는 것도 힘들었지만 6개월 동안 보청견 훈련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에요.

엄마 :  그래, 늘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도도의 모습이 정말 멋지지? 아마 도도는 박수진씨네 가족이 되어 영원히 동반자로 살아갈 거야. 엄마는 편안한 생활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도도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어. 

선우 : 엄마, 도도는 비록 개지만 본받을 점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 : 앗, 엄마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 책은 개를 주인공으로 했지만, 어쩌면 작가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빗대어 한 건지도 몰라. 필요에 의해 맺어진 관계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애완견의 신세와 비슷하다고 말야. 

선우 : 엄마, 저도 애완견 도도가 아닌 보청견 도도처럼 살고 싶어요.

엄마 : 그래, 누군가의 주인이 되려고도, 주인을 가지려고도 하지 마. 도도처럼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아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선우가 도길 바래. 

선우 : 네,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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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우산 2008-06-2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너무 떨었어

소나무집 2008-06-24 13:34   좋아요 0 | URL
그래, 니가 더 침착하게 잘하더라.
그런데 연기는 좀 부족했던 거 알지?
 
내 아이의 천재성을 살려 주는 엄마표 홈스쿨링 - 표현력 훈련 엄마표 홈스쿨링
진경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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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동안 열심히 육아에 관한 책을 찾아 읽다가 요즘은 좀 뜸했다. 그러다가 '표현력'이라는 말에 끌려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나 자신도 말을 잘 못하지만 주변에서 자신의 생각을 똑부러지게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부러웠기 때문이다. 

솔직히 아직 한 번도 천재 남매에 관한 책을 보지 못해서 천재 남매를 키운 엄마의 노하우도 궁금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천재는 아무나 키울 수 없다는 걸 느꼈다. 저자가 권하는 방법들이 평범하고 쉬워 보여서 별거 아니다 싶지만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몇 번 시도하다 안 되면 지쳐서 포기하는 엄마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읽은 대로 실천하기 힘들지만 아이들을 위해 포기하면 안 되겠지?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긍정적인 엄마가 되고 싶어서 말할 때마다 신경을 쓴다고 썼다. 그런데 요즘 아들을 대하는 나를 보면 기가 막힐 때가 많다. 엄마와 성향이 다른 아이를 자꾸만 엄마 성향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내가 바로 아이 말에 귀 귀울이지 않고 권위나 내세우는 부모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뜨끔했다. 저자가 말한 열한 가지 매직 대화법에 나오는 부정적인 예가 우리 집에 다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만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들이 화를 잘 내는 편이라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그리고 화가 난 아들에게 밖에 나가 줄넘기를 하도록 했더니 정말 효과가 있었다. 화를 낸 일도 잊고 엄마의 물음에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면서 스스로 화를 풀었다. 화를 낼 때마다 다그치는 대신 말할 기회를 더 많이 주는 편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도 마음에 새겨두었다.

소극적인 아이와 대화하는 법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우리 딸이 소극적이고 남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사람들 앞에서 아이를 소개하면서 '소심하다, 발표를 안 한다, 부끄러움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런 말들이 아이를 더 소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에 아직 엄마 공부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진짜 홈스쿨링을 하고자 하는 엄마들보다는 보통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는 지침서로 삼을 수 있는 육아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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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6-1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보통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는 지침서~~ 열심히 읽고 자극 받는것도 좋을듯.
요즘 아이들에게 소홀하고 있습니다.

소나무집 2008-06-19 14:23   좋아요 0 | URL
사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실천을 못해서...
그래도 자꾸 읽으면서 자극받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초록이좋아 2008-06-1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면... 제 화도 다스릴 수 있을까요?ㅋ

소나무집 2008-06-19 14:24   좋아요 0 | URL
화를 다스리는 책은 아니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대화 나누는 기술을 가르쳐준다고 할까, 뭐 그런 육아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