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 청산도에 또 다녀왔습니다. 청산도는 우리나라 슬로시티 4곳(담양, 증도, 장흥, 청산도) 중 한 군데랍니다. 함께 공부했던 해설가 선생님들이랑 함께한 답사 여행이었어요. 청산도에 계시는 해설가 선생님들께서 준비를 많이 하셨는데 일곱 분밖에 가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완도항에서 8시 1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청산도에 도착하니까 청산도 선생님들이 마중 나와 계셨어요. 수업이 끝난 후 처음 뵙는 거라 정말 반가웠어요. 당리 마을 돌담길에서 해설가 경력 3년의 임미화 선생님 해설을 들으며 첫번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혹시 청산도 가시거든 임미화 선생님께 해설을 부탁하세요.


임미화 선생님은 청산도의 꽃 같았습니다. 결혼해서 청산도로 들어온 지 14년이 되셨다는데 이젠 청산도가 고향인 사람보다 청산도를 더 사랑하는 것 같았어요.


임미화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는 우리 초보 해설가들입니다. 사진 찍고 메모까지 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니 열정이 느껴졌어요. 


하늘색과 주황색 지붕이 눈에 확 들어오는 당리 마을이에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정을 나누며 살기에 아주 좋을 것 같아요.


초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어요. 청산도에서 초분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정월에 땅을 파지 않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네요. 정월에 땅을 파면 일 년 내내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초분을 했다고 해요. 두번째는 자식이 배를 타고 고기 잡으러 간 사이 부모가 돌아가신 경우에 초분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장례 절차를 밟아야 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서 부자인 사람들이나 할 수 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는 설도 있답니다. 초분을 한 지 3년이 지난 후에 뼈만 모아 장례를 지낸 데서 유래. 


볏짚을 엮은 이엉으로 만들어놓은 게 바로 초분이에요. 이 사진에 보이는 초분은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가짜 초분이라고 합니다. 진짜 초분은 마을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대요. 요즘에는 부모의 합장  유언에 따라 가끔 초분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


이 도락리 포구 해안가와 구불구불한 길이 그림처럼 아름다웠어요. 이 곳은 작은 고깃배들이 드나드는 포구로 전통적인 포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편제 촬영비예요. 봄에 가족이랑 갔을 때만 해도 이런 게 없었는데 새로 생겼더군요. 서편제는 1993년 임권택 감독이 만든 영화로 우리들 세대에서는 안 본 분이 없을 거예요.


돌담이 보이는 이 장소에서 유봉, 송화, 동호가 진도아리랑을 불렀지요.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이런 소리가 들리는 듯했어요.


요즘 청산도를 찾는 사람들 중엔 이 곳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대요.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봄의 왈츠>라는 드라마 세트장이에요. 세트장의 모습이 안이나 밖이나 그림처럼 예쁘답니다. 지금은 관광겍들에게 차도 팔고 그러나 봐요.  

요즘은 지자체에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런 드라마 세트장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네요. 이곳만 해도 완도군에서 20억 정도를 투자한 거라고 해서 허걱 했어요. 


 
 
예쁜 화면을 위해 너무 예쁘게만 꾸며놓아서 이런 곳에서 살라고 하면 금방 질릴 것 같았어요. 마침 이곳을 관리하는 솔항공여행사 사장님의 안내로 안에 들어가 차 대접까지 받았답니다.  



세트장 2층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이에요. 돌담길 양 옆으로 푸른 빛을 띠는 식물은 바로 어린 유채에요. 이 유채가 자라 4월이면 노랗게 꽃을 피우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노랗게 물들이겠지요? 저는 이 유채꽃 때문에 봄 청산도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진도아리랑을 찍었던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우리 선생님들입니다. 오전인데 역광 때문이었는지 사진이 꼭 해질녘처럼 나왔어요. 그래서 더 분위기 있는 사진이 되었네요.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화랑포예요. 화랑포라는 이름은 바람이 불면 파도가 꽃처럼 일어난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갔던 날은 바람이 잔잔해서 파도는 일지 않았지만 수평선과 멀리 점처럼 보이는 한 척의 배를 품은 바다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세편제 세트장이에요. 새로 지은 집이 아니고 원래 있던 집을 지붕만 새로 만들어 얹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 가면 방을 가운데 두고 오른쪽에는 부엌, 왼쪽에는 광(마래)이 있는 청산도 전통 가옥의 형태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빈 집에 앉아 있던 동호랑 송화랑 유봉이 그 날은 우리 덕분에 심심하지 않았을 거예요.  


세편제 세트장 골목 근처에 있는 담벼락이에요. 아직도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는 게 신기해서 관광객을 위해 일부러 써놓은 거냐고 해설가 선생님께 물었더니 예전부터 있던 거라네요. '숨은 간첩 찾아내고 자수 간첩 도와주자.' 우리 초등학교 다닐 때 많이 본 문구죠?


<봄의 왈츠>의 명장면이 나왔던 곳으로 가는 중이에요. 청보리밭 사이에 있는 느티나무가 듬직해 보이네요. 나무 둘레가 4.7미터나 되고요, 나무 높이는 18미터나 된대요. 저 나무들이 300년 이상 청산도 사람들의 기쁜 일과 궂은 일을 다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드라마에서 꼬맹이들이 앉아 버스를 기다리던 자리래요. 선생님들이랑 이 자리에 앉아 드라마 주인공 흉내를 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뒤처져서 사진을 찍다 보니 제 눈에 들어온 장면이에요. 나무가 만들어준 액자가 너무 근사해서 한 컷 찍었답니다. 


한 발만 크게 뛰어도 건널 수 있는 작은 밭이에요. 정말 앙증맞은 보리밭이지요? 아주 작은 땅도 놀리지 않는 청산도 사람들의 알뜰함과 부지런함을 엿볼 수 있었어요. 


고인돌과 하마비입니다.   


청산도 사람들의 자랑인 범바위예요. 호랑이를 닮았다는데 저는 아무리 보아도 호랑이 느낌이 들지 않던걸요. 범바위에는 + - 극을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는 자수정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배들이 이 근처를 지날 때 나침반이 제 구실을 못한다고 하네요.


범바위 전망대에서 본 작은 범바위예요. 저는 범바위보다  이곳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하늘 빛깔 정말 예쁘지요? 



청산도에 남아 있는 돌담길 중 가장 전통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돌담길이라고 합니다. 마을 이름이 상서리라고 했던가요? 


여기는 청산도에 있는 지리해수욕장이에요. 작고 아담한 해수욕장인데 가족끼리 가서 놀다 오기엔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이곳을 둘러본 후 하루 일정을 모두 마치고 4시 배로 나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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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2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산도~~ 덕분에 구경합니다! 고마워요~~~ ^^
서편제 촬영지, 마치 영화를 다시 보듯 떠오르네요.

소나무집 2008-12-28 16:07   좋아요 0 | URL
그죠, 저도 <서편제> 다시 보고파요.
 
우리 한옥에 숨은 과학 역사와 문화가 보이는 사회교과서 3
서지원 지음, 문수민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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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가 보이는 사회 교과서' 시리즈 1권 한식과 2권 한복을 재미있게 읽은 딸아이가 3권은 언제 나오냐며 목을 빼고 기다렸던 책이 바로 <우리 한옥에 숨은 과학>이다. 역시나 제일 먼저 책을 집어든 딸아이가 제법 두꺼운 책을 한 번도 손에서 놓지 않고 읽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아파트에서 사는 경우가 많은 요즘 아이들이 한옥을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 고유의 집 형태인 한옥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서라도 접하다 보면 한옥에 좀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아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책을 읽다 보니 한옥의 기둥 하나 주춧돌 하나에도 다 과학적인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한옥이 참 아름다운 집이라는 생각에 아파트에서 사는 내 삶이 초라해지기까지 했다. 갑자기 북촌 한옥 마을에 살고 있는 친구가 무지하게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 책은 한옥이 발달하기까지 우리 조상들이 살던 집의 역사를 판타지 동화 형식을 빌어 들려준다. 그래서 정보를 주는 책이지만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하늘이와 아빠가 경북 봉화에 있는 한옥 마을을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늘이는 시간 여행을 통해 청동기 시대의 움집, 철기 시대의 초가집, 조선 시대의 한옥을 직접 체험한다.

초가집이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이유, 한옥에 건물이 여러 개인 이유, 한옥의 구조와 쓰임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마루는 더운 남쪽 지방에서 만들어졌지만 온돌은 추운 북쪽 지방에서 만들어진 사실도 알았다. 특히 벽난로를 사용하던 서양 사람들이 온돌이 과학적인 난방 방식임을 알고 배워간다는 이야기에는 어깨가 으쓱해지도 했다.

책내용은 3학년부터 배우는 사회 교과서와 연계되어 있다. 특히 '교과서 돋보기'라는 코너에는 학년과 단원 표시까지 되어 있어 책을 읽으면서 사회 교과서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사회를 공부하는 3학년 이상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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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즐거웠던 달마산 등산 

얼마 전 해남에 있는 미황사와 달마산에 다녀왔다. 완도에서 한 시간쯤 가니까 달마산이 나왔다. 조금 걸어 올라가니까 미황사라는 절이 있었다. 소의  울음 소리가 아름답다고 해서 미황사라고 지었다고 한다

  달마산 등산은 힘들었다. 산은 꺾은선 그래프가 위로 쭉~ 올라간 것처럼 삐죽삐죽하게 생겼다. 나는 가족 모두 위로 가고 있을 때 뒤에 축 처져 있었다. 물 마시고, 조금 걷고 물 마시고 조금 걷고... 정말 힘들었다. 얼마나 운동 부족인지 깨달았다. 내 동생 지우는 발에 엔진이 달렸는지 뛰어서 올라가는 것 같았다. 결국 정상에 올라갈 때까지 아무도 지우를 따라잡지 못했다. 

  정상에 도착하자 “이젠 쉴 수 있겠다!”는 소리가 먼저 튀어나왔다. 쉬면서 바다를 바라보았지만 안개가 끼어 있어서 바다가 안 보였다. 다음에 또 와서 완도랑 바다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려가는 길은 정말 험했다. 하지만 완도에서는 보기 힘든 단풍이 있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정말 예뻤다. 빨강, 노랑색이 조화를 이루어서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냈다. 그 나무들을 우리집에 옮겨놓고 싶었다. 

   험한 바위산은 나를 넘어질 뻔하게 만들었다. 바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군데군데 발판과 밧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 곳을 내려갈 때는 아찔하면서도 신이 났다.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동굴 문을 지나서 내려오다가 넓은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볶음밥과 컵라면이 점심이었다. 산에서 먹는 컵라면의 따끈한 국물은 정말 끝내줬다. 우리를 보며 내려가는 사람들마다 “정말 맛있겠다”며 부러워했다.

내려오면서 아빠는 식물들의 이름을 일일이 가르쳐 주셨다. 힘들었지만 즐거운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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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8-12-18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황사, 요즘 화제의 절이더라구요.
군더더기없으면서 표현력있는 글이네요.

소나무집 2008-12-19 09:31   좋아요 0 | URL
같은 해남에 있다 보니 미황사랑 대흥사를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저는 대흥사가 훨씬 좋더라구요. 미황사가 뜨는 이유야 많겠지만 요즘은 템플스테이도 하고, 음악회 같은 것도 종종 여나 봐요. 대중과 함께 하는 절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무해한모리군 2008-12-19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우의 글은 책을 많이 읽은 아이의 글이네요.
막힘없이 한 흐름으로 잘 읽히네요 ^^

소나무집 2008-12-19 09:3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칭찬의 말씀 아이에게 전해줄게요.
 
고릴라 비룡소의 그림동화 50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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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해준 인연을 가지고 있는 책이랍니다. <고릴라> 이후 앤서니 브라운의 책이 한 권 한 권 늘어나기 시작해 지금은 신간 빼고는 거의 모든 책이 있을 정도로 팬이 되었지요. 어렸을 적 부모의 불화와 그로 인해 불안해했던 작가의 마음이 그의 많은 작품에 남아 있는 걸 보며 좋은 부모가 되기를 다짐하게 만들곤 했어요.

2000년 8월에 이 책을 샀다고 메모가 되어 있는 걸 보니 큰애가 두 돌이 되기 전이고, 작은 애는 아예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부터 우리집 책장을 차지하고 있었네요. 책이 몇 권 되지 않던 그 시절부터 얼마나 많이 보았는지 덕지덕지 테이프로 붙이고, 낙서를 비롯해 손때 묻은 흔적이 구석구석에 묻어 있어요 .

당시 이 책을 읽어주던 남편이 딸아이에게 고릴라 인형을 사주겠다고 약속하고 진짜로 아이보다 훨씬 큰 인형을 사온 적이 있었어요. 이 책을 읽을 때마다 그 고릴라 인형을 끌고오던 기억도 나네요. 오늘 유치원생하고 수업하려고 오랜만에 책을 꺼냈는데 까맣게 잊었던 기억까지 떠올라서 새삼스럽네요.

세상의 아빠들은 모두 바쁘지요?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놀아줄 아빠가 필요하구요. 이 책은 항상 바쁜 아빠 때문에 사랑에 굶주린 한나의 이야기랍니다. 한나는 고릴라를 무척 좋아해서 고릴라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비디오도 보았지만 정작 진짜 고릴라는 본 적이 없어요. 아빠가 바빠서 동물원에 갈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엄마는 어디에 있는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것도 마음에 걸려요.

밥을 먹을 때도 무뚝뚝한 표정으로 신문을 보느라 한나랑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퇴근해서도 일만 하는 아빠. 아빠가 일하는 모습만 지켜보던 한나가 할 수 있는 일은 방구석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텔레비전이나 보는 거였지요. 한나의 얼굴 표정 좀 보세요. 아빠가 한 번이라도 슬픔에 잠긴 한나의 얼굴을 보았다면 등을 돌리고 앉아 일만 하진 않았을 테지요?

한나의 생일에 아빠는 고릴라 인형을 선물했어요. 그런데 그날 밤 한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아빠 코트를 입을 정도로 크게 변한 고릴라 인형이 한나를 데리고 동물원에 갔어요. 동물원에 가서 고릴라랑 오랑우탄이랑 침팬지도 보았지요. 그런데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동물들의 표정이 모두 슬퍼 보여요. 이 동물들도 한나처럼 놀아줄 아빠가 필요한 건 아니었을까요? 동물원이 아닌 밀림에서 말이죠.

한나는 고릴라랑 극장에 가서 영화도 보았구요, 아빠랑은 시리얼이나 먹던 한나는 식당에 가서 맛있는 것도 실컷 먹었어요. 잔디밭에서 춤까지 추었는 걸요. 그동안 아빠랑 하고 싶었던 걸 고릴라 덕분에 모두 해보았지요. 얼마나 행복했는지 고릴라랑 뽀뽀까지 했어요. 아주 행복한 얼굴로 잠에서 깨어난 한나는 아빠랑 진짜로 동물원에 갔답니다. 아빠랑 놀고 싶은 한나의 마음을 고릴라 인형이 다 전해주었나 봐요. 

아이의 얼굴에 슬픈 그림자를 만들어주고 싶지 않은 바쁜 아빠들과 함께 보면 좋을 그림책이에요. 아이들에게 아빠가 무얼 하느라 바쁜지 들려주기도 하면서요. 그러다 보면 아빠의 마음도 전할 수 있고, 아이의 마음도 알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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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돌아가는 흑두루미 이야기

일요일에 여수에서 직원 결혼식이 있었어요. 완도에서 여수까지 세 시간. 정말 가기 싫었어요. 지난 주에 친정 갔다 온 여독도 다 안 풀렸는데... 혼자 가기 싫은 남편이 순천만에 흑두루미가 와 있다고 아이들을 꼬시는 통에 저는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네요.

작년 봄에 가본 초록색 갈대가 있는 순천만하고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더군요. 그리고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정말 깜짝 놀랐어요. 주차장엔 관광 버스가 수십 대였고, 그 넓은 갈대밭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어요. 편의 시설도 많이 생겼구요.

  들어가는 입구에 새로 생긴 찻집입니다. 추울 땐 여기 들어가서 따뜻한 차 한 잔 하면 좋겠다 싶더군요.

  이 기차를 타고 갈대밭을 한 바퀴 돌 수 있대요. 피곤한 참에 편안하게 한 바퀴 돌고 싶었는데... 결혼식장에 갔다가 네 시 넘어 오는 바람에 표가 매진돼서 못 탔어요.


요게 갈대랍니다. 절대 억새랑 헷갈리지 마세요.(갈대는 주로 염분이 있는 물가에서 자라고, 억새는 야산이나 들에서 자란다고 합니다.) 갈대꽃(실제로는 민들레 홀씨와 비슷한 상태의 씨앗)이 많이 진 상태라서 좀 허전해 보이는 갈대밭이었어요.








철저한 우리 서방님은 사무실에서 필드스코프(조류 관찰용 망원경)랑 쌍안경까지 빌려왔더군요. 요걸로 보니 점처럼 보이던 흑두루미가 바로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였어요. 털색깔이랑 무늬까지 보이던 걸요. 우리 딸은 요걸로 새를 관찰하고 나서 조류학자가 되고 싶은 꿈이 하나 더 생겼을 정도랍니다. 딸아, 멋지기는 하다만 돈 안 되니까 그 꿈 접어라잉~





아들도 신이 나서 쌍안경으로 뭔가를 보고 있네요. 망원경으로는 주로 새를 보았어요. 오리, 도요새, 갈매기, 왜가리, 흑두루미 등. 망원경으로 보니까 그냥 스쳐 지나갔을 생명들이 다 보이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적금(?) 들어서 망원경 하나 장만해야 할까 봐요.

흑두루미는 세계적으로 2천 마리 정도밖에 없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귀한 몸인데 올해는 순천만으로 250마리 정도가 날아왔다고 하네요. 나머지는 모두 일본으로 날아가서 겨울을 보낸대요. 흑두루미는 따뜻하고 먹이가 많은 곳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시베리아로 날아가서 새끼를 낳는대요.

순천만의 갯벌과 주변의 논은 흑두루미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기 때문에 해마다 겨울을 보내러 오는 개체수가 늘어가고 있대요. 좋은 일이지요? 어쩌면 순천만 갯벌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될지도 모른대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요.



아들이 찍은 오리 사진.



도요새랑 갈매기가 보이네요. 망원경으로 보니까 도요새(남편 말에 따르면 마도요)가 구멍 속에 부리를 넣고 먹이 사냥하는 것까지 다 보여서 정말 신기했어요.



요 갯벌에 짱둥어랑 게가 아주 많이 산대요. 작년 봄에 갔을 때는 짱둥어랑 게도 많이 보았는데 추우니까 모두 뻘 속에 들어갔는지 하나도 안 보였어요. 짱둥어는 갯벌 속에서 겨울잠을 잔답니다.



날도 흐리고 썰렁했지만 새를 관찰하는 재미에 즐거운 하루였답니다.


  나무 사이로 넘어가는 해가 아름답지요?

사실 저는 완도를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예요. 너무 시골이다 보니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고 남편에게 투덜대곤 해요. 하지만 이렇게 한두 시간만 투자하면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매력에 그럭저럭 살고 있답니다.

서울 살면 평생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곳을 2년 사이에 정말 많이 가 봤어요. 요 대목에선 남편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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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향으로 돌아가는 흑두루미 이야기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2-24 09:15 
    몇 년 전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무렵 도서관에서 빌려다 본 적이 있는데 그 후로는 잊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작년 순천만에 갔을 때 불현듯 이 책이 생각났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주문을 했다. 내가 왜 여지껏 이 책의 존재를 떠올리지 못했던가 책망까지 하면서...  내가 순천만에 가기 전에는 별 느낌이 없던 두루미가 갑자기 내 새끼라도 된 양 애정이 가기 시작했다. 책을 한 번 읽었는데도 쉽게
 
 
Forgettable. 2008-12-1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순천만은 정말 가고싶은 곳 중에 하나인데요 ㅠㅠ 부럽습니다! ㅎㅎ 서울에서 가기엔 1박2일도 너무 짧아요 ㅠ

소나무집 2008-12-19 09:34   좋아요 0 | URL
꼭 한 번 가 보세요.
서울에서 오려면 오는 데 가는 데 이틀이죠?
갈대와 갯벌과 짱뚱어와 흑두루미를 다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흑두루미는 겨울에만 오는지라 시간을 잘 맞춰야 할 것 같아요.

miony 2008-12-1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에 문제가 있는지 사진이 안 보여서 정말 아쉽네요.
순천까지는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만6년이 넘도록 살고 있는데 아직도 가보고 싶어하고 있어요.
남편이 은행에 다니러는 순천에 가도 순천만에 데리고 가는 일은 없었네요.
이제 막내가 클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언제쯤 가보려나,,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소나무집 2008-12-19 09:35   좋아요 0 | URL
잠깐 뭔 문제가 있었나 봐요.
나중에 들어와 보니 다 보이네요.
은행 갈 때 꼭 한 번 가보세요.
내년 봄즘에 아기 유모차에 태워서 가시면 될 것 같은데...

무스탕 2008-12-1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두루미 일본으로 날아가는 하늘에 이정표를 만들어서 우리나라 순천만으로 모두 유인했으면 좋겠네요 ^^;
'흑두루미 환영! 살기 좋고 먹이 많은 순천만으로!!' 요런거. ㅎㅎ
저도 순천만이라고 딱 꼬집기 보다는 철새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에가서 그 애들 먹고 노는것 구경해 봤으면 좋겠어요.. ㅠ.ㅠ

소나무집 2008-12-19 09:36   좋아요 0 | URL
일본으로 가는 흑두루미 유인하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네요.
실제로 유인하기도 하나 봐요. 논에 벼이삭을 일부러 깔아놓고 그런대요.

BRINY 2008-12-18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 3년쯤은 해남 그런데서 일하면서 살아봤음 좋겠어요...
할아버지께서 예전에 해남 어딘가의 고등학교에 근무하셔서 겨울방학때 놀러갔었을 때 참 좋았어요. 무척 추웠지만, 근처 바닷가에서 자연산굴도 주워먹어보고 목화 말리는 것도 보고 밤에 별들이 쏟아질 거 같은 은하수도 보구요.

소나무집 2008-12-19 09:38   좋아요 0 | URL
선생님이시니까 가능하지 않나 싶은데...
아직은 젊은지라 평생을 살라고 하면 답답해서 못 살 것 같은데 딱 몇 년이라고 정해놓고 사니까 즐기면서 살게 되네요.

찌찌 2009-01-1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고향이 순천이랍니다. 지금은 결혼해서 포항에서 산지 10년이 훌쩍 넘어 섰습니다. 신혼에는 금호고속버스만 봐도 고끝이 찡해 지더군요. 내 고향 남도 언제나 포근하고 그리운 곳입니다. 아이 책 살펴보다 들어 와 봤습니다. 정보도 얻고 고향 모습도 보니 2배로 즐겁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하셔요.

소나무집 2009-01-14 17:49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순천만 너무 좋아서 저의 가족은 두 번이나 다녔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