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쟁이 2009.2
생각쟁이 편집부 엮음 / 웅진닷컴(잡지)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잡지는 보통 한번에 내리 읽기보다는 한두 꼭지 읽고 던져두었다가 또 읽곤 하는데 이번 달 <생각쟁이>는 한 번에 끝까지 다 읽었다. 그만큼 내용이 알찼다는 얘기다. <생각쟁이>가 편집에 이어 내용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버릴 기사가 하나도 없었다.

주변에 널린 잡다한 재료를 써서 손톱만한 작품을 만드는 설치미술가 함진의 이야기를 읽은 딸아이가 너무 신기해하며 직접 전시회에 가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형편상 가고 싶다고 쉽사리 보러 나설 수 없기에 4쪽에 걸쳐 실린 다양한 작품을 보며 만족해야 했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아주 작지만 풍성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 그의 작품을 만나러 가고 싶다. 

최근 문화재청에서 새롭게 보물로 지정한 우리나라 지도를 소개하는 기사도 아주 유익했다.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는 보물 지도를 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고, 지도에 대해 더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얼마 전 전재산 40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해서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홍콩 영화배우 성룡의 기사가 무려 17쪽에 걸쳐 실려 있다. 만화로 엮은 성룡의 일대기와 영화를 통한 성룡의 변신, 그리고 기부 천사로 변한 성룡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우리 아이들도 자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는 문화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또 내 눈에 확 들어온 것 중 하나가 다문화 가정에 대한 기사다. 우리나라 인구 중 2%가 외국인이라고 한다. 특히 농촌 지역 남성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40%가 넘는다고 하니 생김새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외국인 엄마를 둔 다운이의 이야기를 통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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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제주 시댁에서 출발한 남편이 사흘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어서 애간장을 태우다가 3일째 되는 날 완도로 돌아와 보니 메일이 와 있었다. 컴에 한글 폰트가 있을 리 없는 오지 공공도서관에서 쓴 다섯 줄짜리 영어 메일이었다.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구나 싶은 마음에 안심 안심! 

남편이 간 곳은 미국 유타 주에 있는 자이언(Zion) 국립공원이다. LA에서 미국 국내선을 타고 1시간 40분을 더 간 세인트조지라는 도시에서 다시 1시간 이상 승용차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협곡으로 이루어진 국립공원이라고 한다. 규모는 우리나라 지리산 정도. 남편이 이곳에서 하는 일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관한 것인 듯.

오늘 온 두번째 메일에는 사진 몇 장을 함께 보내왔다. 한국에서 가져간 노트북을 쓸 수 있게 되어 우리말로 하고 싶은 말 다 써서 보냈다. 사진을 보니 정말 오지라는 걸 알겠다.     


  남편이 근무하고 있는 Zion 국립공원 사무소. 해발 1300미터의 고지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날씨도 한국보다 훨씬 춥다고 한다. 추운 걸 제일 싫어하는 남편이 내복부터 챙긴 이유를 알겠다.   

     남편이 묵고 있는 숙소.   


동네 공공 도서관의 모습. 전체 인구 500명밖에 안 되는 오지라는데 공공 도서관이 있는 모양이다. 공공도서관의 역사가 시작된 미국답다. 겉모습은 저래 보여도 훌륭하댄다.  


남편은 복이 많은 남자인 게 확실하다. 그곳에 도착하고 동네에 나갔다가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고 한다. 500명밖에 안 되는 인구 중에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미국 구석구석 한국인이 안 사는 동네가 없는 모양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살다 7년 전 은퇴하고 오지에 들어와 정착해 살면서 그곳 동네와 국립공원에서 자원봉사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남편은 벌써 그 분들 집에 초대도 받고 쉬는 날 함께 근처 유적지도 둘러보았다고 한다.   

  
자이언 국립공원이 있는 유타주는 몰몬교도가 대다수인데 그들 중 일부가 1860년대 이 오지까지 와서 정착 생활을 하다가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다른 곳으로 이주했단다.  

사진에 보이는 유적지는 초기 몰몬교도들이 정착했던 교회와 집인데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마당에서 자건거를 타며 놀던 장면을 촬영한 장소라고. 한 번 찾아봐야겠다.  

 
교포분이 사는 집. 파란 하늘이랑 어울려서 정말 그림 같다.   


교포분의 이웃에 사는 친구네 집이란다. 멕시코풍이라는데 멋지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주변 자연 환경이랑도 잘 어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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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1-3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올려놓고 보니 하늘이 참 파랗다.
우리나라 하늘만 파란 줄 알았더니 미국 하늘도 이렇게 파랄 줄이야!

2009-01-31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02-01 12:34   좋아요 0 | URL
이제 사진이 보이네요. 가끔 그럴때가 있더라구요. 설 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세실 2009-01-3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쉽게도 사진이 안보입니다. 음....
잘 도착하셨군요.
인구 500명에 공공도서관이라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사진 궁금해요.

소나무집 2009-02-01 12:38   좋아요 0 | URL
너무 악조건이어서 처음엔 연수 가는 것조차 탐탁찮아 했는데 가서 나름 역할을 하면서 잘 지내는 걸 보니 좋아 보이네요. 가족이 다 가자고 하는 걸 제가 강력 반대한 게 약간 후회스럽기도 하고요. 우리 세 식구 비행기 타는 비용만 900만원 정도가 되는지라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소나무집 2009-02-0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컴에서는 사진이 잘 보이는지라 남들한테도 보이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메일로 온 사진을 카피해서 올렸는데 다시 저장해서 올려야 한다네요.
오늘 사진 작업 다시 해서 올렸어요.

꿈꾸는섬 2009-02-04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져요. 소나무집님 설 명절 잘 보내셨죠?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나무집 2009-02-04 10:49   좋아요 0 | URL
그죠. 낯선 풍경들이라 그런지 더 멋지게 다가오더라구요. 은퇴하고 오지에 들어가 저런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도 멋져 보이구요.
 

요즘 다음 주 일정을 짜느라 머리가 몹시 아프다. 남편이 미국 국립공원으로 3개월간 연수를 가는 데 내내 연기되더니 하필 설 연휴 지나 출발 날짜가 결정됐다. 6월에 승진 시험까지 있어서 하루라도 빨리 다녀와야 하는 상황인데 계속 늦어져서 애간장을 태우더니만...

거기다 갑작스럽게 내 일정이 하나 끼어드는 바람에 일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다문화가정 한국어강사 공채에 응시했다가 합격했는데 죽전에 있는 단국대 캠퍼스까지 가서 4박 5일 합숙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건데 이 교육을 받아야 활동(봉사 성격이 강함)을 할 수 있단다. 그런데 하필 날짜가 다음 주다. 

그래서 일단 떠난다. 이것 저것 복잡한 남편에게 아이들까지 책임지라고 할 수가 없어서 동생네 맡기기로 했다. 오늘(8일 일요일) 아이들이랑 목포(내 생각) 혹은 광주(남편 생각)로 가서 남편 미국 가는 데 필요한 물건 좀 사고 나랑 아이들은 동탄 동생네 집으로 올라가야 한다. 남편은 다 자기 혼자 할 수 있다는데 그래도 참견하고파서...

24일(금요일)엔 교육 마치고 아이들 찾아 완도로 내려와야 한다. 혹시 설연휴 시작이랑 겹치는지라 차편이 없으면 친정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남편이 미국으로 떠나는 걸 볼 수가 없어서 내려오고 싶은데 표를 구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혹시 완도로 내려오게 되면 토요일에 남편 짐 다 싸서 제주로 갈 예정이다. 남편은 설 쇤 다음 제주에서 바로 김포로 가서 인천공항으로 갈 예정이다. 그게 완도에서 버스 몇 번 갈아타고 인천까지 가는 것보다 덜 힘들 것 같아서. 

3개월 동안 떠나 있어야 되는데 아, 복잡하다. 거기다 남편은 영어도 잘 못하는데 잘 도착이나 할 수 있을지... 공항에서 혼자 차 렌트해서 가야 한다니 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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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1-18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복잡하네요. 일단 님은 연수 잘 받고 오세요.
옆지기님은 영어 못해도 ㅎㅎ 잘 다녀오실거에요.
방학이라 아이들은 오히려 맡기기 좀 나은 건가요..

소나무집 2009-01-31 19:43   좋아요 0 | URL
님 걱정 덕분에 모든 일정 다 소화했답니다.
남편도 잘 도착해서 메일을 주고 받으니 이젠 안심이구요.

세실 2009-01-18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도 드디어 일을 하게 되셨군요. 화이팅입니다^*^
다 잘될 거예요.


소나무집 2009-01-31 19:45   좋아요 0 | URL
다문화가정 한국어 강사는 자원봉사 성격이 강한 일이에요.
교육 받으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초록이좋아 2009-01-1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한창 교육중이시겠어요! 연수 잘 받으시고, 택배 오면 잘 받아놓을게요...히히

소나무집 2009-01-31 19:45   좋아요 0 | URL
그래.
 
2008년 내맘대로 좋은 책 연말 스페셜!

2008년에 읽은 책 중 내 마음대로 좋은 책을 골라 보았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난 날 책제목을 보며 <완득이>가 뭐냐며 깔깔댔던 게 기억난다. 요즘도 이렇게 촌스런 이름을 짓나 싶어서. 하지만 그 덕분에 완득이가 더 만만했던 걸까? 완득이와 똥주 선생은 금방 나의 친근한 이웃이 되었고, 공부하느라 머리 터지고 있는 중학생 조카들에게 선물하느라 바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시골이라서 정말 다문화 가정이 많다. 그들에게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완득이>를 읽은 이후 그들의 삶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요즘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공부도 시작했다. 

    

제주 며느리로 12년을 살았으면서도 내가 제주에 대해 아는 것은 그저 일반 관광객들과 비슷했다. 시댁에 갈 때마다 너무 이질적인 문화에 고개를 젓기만 했지 제주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 같은 건 별로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알았다.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분위기로만 알아챘던 제주 사투리와 저걸 어떻게 먹나 싶었던 제주 음식들, 그리고 제주의 풍광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다. 시댁이 제주이기에 일 년에도 몇 번씩 그 곳을 찾을 수 있는 난 진짜 행운아다. 올레가 있는 제주에 가고파서 설날이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재작년에 큰 수술을 하신 친정엄마, 그래서인지 그후 자꾸만 친정 엄마가 눈에 밟힌다. 그런데도 멀리 떨어져 살기에 친정엄마에게 해드릴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그러다 이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이틀 동안 난 하루에 두 번씩 전화를 했다. 왜 또 전화를 했냐는 엄마 말씀에 "그냥"이라고 대답했지만 그 속엔 그동안 전화도 자주 못했던 미안함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부터 엄마는 당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몇 권은 될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한때는 엄마의 이야기를 써 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신경숙은 이런 우리 엄마들의 바람을 알고 있었던가 보다. 작품 속 엄마와 나의 친정엄마는 참 많이도 닮았다. 그래서 비질비질 나오는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늘 아이들 책 위주의 독서를 하는 사람이라 아이들 그림책 중에서도 세 권을 골라 보았다. 

태안 앞바다에서 있었던 기름 유출은 정말 충격이었다. 더구나 친정이 그 근처이기에 내게 다가온 충격은 더 남달았다. 이 책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 덕분에 겉으로 보이는 기름 흔적이 사라져갈 무렵에 나왔다.  

벌써 1년이 되었다. 기름으로 바다를 시커멓게 덮었던 그 일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 듯 요즘은 아무도 기름 바다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1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수업을 했다.  

거미와 파리의 관계를 빗대어 어린이들에게 충고하는 책이다. 이 이야기는 1829년에 처음 소개되었다는데 2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전달하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왜냐하면 지금도 아첨과 거짓으로 사람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싶어하는 이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 반한 건 그림 때문이다. 그림의 느낌이 영화 <유령 신부>와 흡사하다. 흑백 톤의 어두침침하면서도 으스스한 그림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한글을 학습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 책이다. 자음과 모음이 만나서 글자가 아닌 새나 잠자리, 소, 꽃, 기차 같은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책 속에 들어 있는 자음과 모음 스티커로 놀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간다. 한글의 아름다움과 다양한 미술 놀이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줘서 무척 고마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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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1-15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부터 친구가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국어강좌를 맡았어요.
아직 돈은 안 되는 곳이고 그저 봉사한다 생각하고 시작했답니다.
감정소통에 가끔 어려움이 있다고 해요.
전 주변에서 직접 보진 못했는데 님이 사는 곳엔다문화 가정이 많군요.

소나무집 2009-01-18 08:17   좋아요 0 | URL
저도 한국어강사 공채에 합격해서 다음 주 5일간 교육받으러 간답니다.

프레이야 2009-01-18 08:20   좋아요 0 | URL
우왓, 축하합니다. 교육 잘 받고 오셔서 후기 좀 남겨주세요.
궁금해요.^^

순오기 2009-01-1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득이와 엄마를 부탁해, 나도 올해의 책으로 뽑았어요.^^
그림책은 눈여겨보고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어요.
한글책, 마노아님이 묻길래 님 서재 알려줬어요. 이책으로 조카 선물한다더군요.

소나무집 2009-01-18 08:17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이 댓글 남겼더군요.
제가 워낙 어른들 책을 많이 안 읽다 보니 읽는 게 베스트셀러뿐이네요.
 
삐뽀삐뽀 119에 가 볼래?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글.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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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들에게 소방서라는 곳은 소방차로 대변되는 것 같아요. 빨강색이 주는 강렬함과 삐뽀삐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멋진 모습을 떠올리며 장난감 소방차를 사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그러지 않나 싶어요. 우리 아이들도 한때 경찰차랑 소방차를 애지중지 가지고 논 시기가 있었거든요.

소방차에 관심을 가질 때 소방서에서 하는 일도 함께 가르쳐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직접 소방서로 견학을 갈 수 없는 아이들에게 소방관 아저씨가 얼마나 고마운 일을 해주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책을 읽어주는 거죠. 바로 이 책은 소방서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주아주 재미나게 들려주는 그림책이랍니다.   

모처럼 한가한 날 소방서에 페인트 칠을 하러 왔던 덜렁이 페인트공 드리피와 스티키의 실수는 이 책을 더 유쾌하게 만들어준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살짝 책장을 한번 넘겨 보세요. 저는 소방관 이야기보다 페인공 이야기가 너무 웃겨서 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소방차에 페인트가 묻지 말라고 씌워놓은 천이 미끄러지면서 소방차가 분홍색이 되어버리고, 페인트가 마르지 않은 걸 모르고 2층에서 내려오던 소방관 아저씨들의 옷이 전부 빨갛게 되었는데도 소방차가 출동을 하자 작업이 끝났다면서 돌아가거든요.

소방관들이 출동한 곳은 레미콘 차와 꿀 트럭과 건초 차가 부딪혀서 꿀과 시멘트와 건초가 범벅이 된 도로였어요. 소방관 아저씨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깨끗하게 정리한 후 소방서로 돌아왔어요. 다음에 출동한 곳은 불난 듯 매운 맛 피자 가게예요. 거리의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한 소방관 아저씨들이 용감하게 달려가 불을 껐어요. 

휴, 소방서로 돌아온 아저씨들이 소방차를 청소하고 있는데 또 일이 터졌네요. 길을 물어보러 온 딸기잼 아주머니의 기다란 트럭이 소방서 앞에 서 있는데 오호, 이런 어쩌면 좋아요. 코뿔소의 기중기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다 그만 딸기잼 트럭을 받아버렸지 뭐예요.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이 가죠? 

딸기잼 탱크가 터지면서 소방서는 엉망이 되고 말았어요. 말끔하게 닦아놓은 소방차와 그 옆에 서 있던 소방관 아저씨들은 빨간 딸기잼을 뒤집어쓴 채 어리둥절.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손 쓸 틈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다시 일할 준비를 하는 소방관 아저씨들을 보니 정말 믿음직스럽네요. 그런데요 소방서에서 진짜 이런 일이 안 생기면 안 되겠죠?

리처드 스캐리의 책은 그림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재미를 놓치면 안 돼요. 엉망진창 뒤죽박죽인 듯한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소방서에서 지켜야 할 일이나 소방관 아저씨들의 사소한 생활까지도 엿볼 수 있거든요. 북적북적 마을 소방서에 다녀온 아이라면 119에 장난 전화를 해서 소방관 아저씨를 힘들게 하지도 않을 것 같네요.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여섯 살 사촌들에게 주면 올해 최고의 책이 될 게 분명해." 우리 딸이 한 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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