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어머니 미래그림책 91
지네트 윈터 지음, 지혜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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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한 장 넘기다가 왕가리 마타이라는 이름을 발견하는 순간 정말 반가웠답니다. 얼마 전 딸아이가 공부하는 영어 리딩 교재에서 만난 인물이었거든요. 영어 교재에서 만난 인물을 이렇게 그림책으로 만나니까 좋은 책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에 으쓱해지기도 했구요. 더불어 나온 지 일 년도 안 된 책을 번역본으로 만나게 해준 미래아이 출판사에 고맙다는 말도 전하고 싶네요.

그림책을 다 읽은 후 그 영어 교재을 다시 한 번 훑어보았어요. 그림책에서는 볼 수 없는 실제 왕가리 모습과 다양한 사진이 실려 있어서 왕가리 마타이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에 몇 장 찍어서 올립니다.   

          왕가리 마타이는 200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입니다. 케냐의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왕가리는 부모의 교육열과 좋은 운 덕분에 케네디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었대요. 집안이 좋기는 했네요. 할머니가 독립한 케냐 정부의 대통령이었다고 하는 걸 보니까요.  

그 결과 왕가리는 모든 분야에서 케냐 최초의 여성이 되는 기록을 세웠어요. 박사 학위를 딴 케냐 최초의 여성, 케냐 최초의 여자 대학 교수, 케냐 최초의 여성 환경부 차관 등등. 그러니 가만히 있어도 주목 받는 삶을 살았겠다 싶네요.  

그런데 왕가리는 가난한 고향 사람들과 황폐해져가는 케냐의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편안한 삶과는 멀어져갔어요. 오히려 정부의 압박 때문에 고문을 받고 투옥되면서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해요.   


    
  왕가리 마타이의 고향 마을과 나무 묘목을 심고 있는 여자들.   

    왕가리 마타이가 태어난 곳은 초록 나무가 우산처럼 우거진 산이 있는 마을이었대요. 어린 시절 왕가리도 엄마와 함께 가까운 산으로 땔감을 하러 다녔고, 땅도 기름져서 곡식들도 잘 자랐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왕가리는 몇 년 사이 몰라보게 변한 고향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아프리카의 평화를 상징하는 나무들이 모두 사라지고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땅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나무가 베어진 자리에 들어선 도로와 건물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왕가리는 나무를 심기로 결심했대요. 그 시작은 뒤뜰에 심은 아홉 그루의 나무였구요. 아홉 그루의 나무가 3천만 그루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나무와 숲이 사라진 마을에서 가장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은 여자들이었대요. 땔감과 식량을 구하러 먼 곳까지 다녀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왕가리는 여자들에게 나무를 심는 대신 돈을 주었고, 그 일에 참여하는 여자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대요. 왕가리와 여자들의 노력으로 초록 숲으로 변하는 마을과 도시들이 늘어만 갔어요.


하지만 좋은 일에는 항상 고통이 따르나 봐요. 케냐 정부는 높은 건물보다 숲이 더 필요하다고 외치는 왕가리를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며 감옥에 가두었어요. 왕가리가 정부와 투쟁을 한 기간이 30년이나 된다고 합니다. 좋은 일을 하는 데 30년 동안 괴롭혀온 케냐 정부를 생각하니 기가 막히네요.  

왕가리가 투옥되었지만 나무 심기 운동은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 나갔어요. 그리고 나무 한 그루 없던 땅에 어린 나무들이 쑥쑥 자라게 되었답니다. 그제서야 케냐 정부도 왕가리의 나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았나 봐요. 이 대목에서 개발보다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우리나라 정부에도 많은 것 같아 씁쓸하네요. "4대 강 그냥 냅둬요, 제발! "

 
초록 숲으로 뒤덮이게 된 케냐는 여자들이 땔감을 구하러 멀리 가지 않아도 되었고, 비옥해진 땅에서는 옥수수, 고구마, 사탕수수가 자라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무를 심어 세상을 변화시킨 왕가리와 여자들의 이야기가 온 세상에 알려져 노벨평화상까지 받게 된 거래요. 바로 나무와 숲이 사라지면 가정도 나라간의 평화도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왕가리 마타이에게 노벨 평화상을 준 거지요.  

아프리카를 살린 왕가리 마타이라는 인물과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그림책입니다. 유아와 초등 저학년에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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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2-12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 전에 왕가리 마타이 책을 읽었는데 다른 출판사 책이네요. 막 반가워요.^^

소나무집 2009-02-14 12:40   좋아요 0 | URL
그죠. 아는 인물을 책에서 만나니까 정말 반갑지요?
아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2009-02-12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4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려라, 뇌! - 신비한 머리 속 이야기 과학과 친해지는 책 5
임정은 글, 김은주 그림, 정재승 감수 / 창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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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커가면서, 특히 아들의 질문에 대답을 못해주고 우물쭈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내 녀석이라 그런지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고 그만큼 질문도 많다. 그나마 손쉽게 책에서 찾을 수 있는 질문이면 좋은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대답이 궁해진다. 그럴 경우 요즘 내 대답이 "네이버한테 물어 봐."로 정해졌다.  

인체에 대해서도 질문이 많은데, 특히 뇌에 관한 부분은 뇌의 종류에 따라 하는 일 몇 가지 설명해주고 나면 끝이다. 뇌에 대한 지식들도 여기저기서 주워 듣긴 했지만 정확하지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아주 반가웠다. 우리 집에 있는 유일한 뇌에 관한 책 <꿈꾸는 뇌>가 저학년을 위한 책이었다면 이 책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고학년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과 친해지는 책' 시리즈로 나온 이 책은 창비 좋은어린이책 부분 수상작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 시리즈를 다 좋아해서 다음엔 어떤 책이 나올지 기다리곤 했는데 이번에 나온 <열려라, 뇌>도 마음에 들어했다. <열려라, 뇌>는 복잡할 것 같은 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어려운 용어도 별로 없다. 그동안 주변에서 많이 들었지만 알 듯 모를 듯했던 질문을 던져주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새 뇌 이야기에 쏙 빠지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물에 떠다는 것 같은 오징어에도 뇌가 있어서 생각하면서 물에 떠 있다는 사실, 우리의 머리가 돌처럼 단단하기 때문에 외부의 위험에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 머리의 크기보다는 몸집에 비례한 머리의 크기에 따라 지능이 다르다는 사실, 신경 세포의 속도가 컴퓨터보다는 느리지만 훨씬 더 복잡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상식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 수 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할 때 진짜 마음은 가슴에 있는 걸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답은 '아니오'다.기쁨과 슬픔 같은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뇌에 있기 때문에 결국 가슴이 아프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한다. 심장 이식 수술을 하듯 뇌 이식 수술이 가능하다면 내가 누구인가에 질문을 던져 인간의 뇌 연구가 어디까지 발전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품어볼 수 있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뇌에 대한 상식이 쑥쑥 늘어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뇌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결국 나 자신에 대해 소중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4학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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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광 스텔라 게임 회사를 차리다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10
미리암 외찰프 지음, 김완균 옮김, 박우희 그림 / 비룡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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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언제부터 경제에 대해 알게 하는 게 좋을까? 요즘 부모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돈이나 경제에 대한 관념을 심어주려고 한다. 심부름할 때마다 용돈을 주거나 용돈기입장을 쓰게 하는 정도는 아주 기초적인 것이고, 아이들이 경제에 대해 좀더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길은 역시 책이 최고인 것 같다. 

이 책은 아주 재미있는 경제 동화다. 이것저것 나열해놓은 지식책이 아니라 동화를 읽다 보면 경제 원리는 덤으로 알게 된다. 한번 읽고 나면 회사 설립을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어떤 위험이 닥쳐올 수 있는지,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광고는 왜 해야 하는지, 세금은 왜 내야 하는지 등의 과정이 상세히 나와 있어 경제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흘려 들었던 경제 용어를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어서 어른인 나에게도 아주 유익했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던 스텔라가 컴퓨터 도사인 사촌오빠다니엘과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회사를 차리는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주인공과 같은 열네살 정도의 아이가 본다고 해도 대차대조표, 독점, 무담보 소액 대출, 블루오션, 부가가치세 등 낯선 경제 용어들이 수시로 나온다. 그런 용어들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아이들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예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다.  

값비싼 운동화를 갖고 싶어 하다가 값이 싼 모조품, 즉 짝퉁에 관심을 갖는 스텔라의 동생 이야기도 재미있었던 부분이다. 20만원짜리 정품 운동화가 모조품이 만들어지고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3만원이라는 헐값에 팔리는 이유와 그런 불법 복제품을 사면 안 되는 이유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터무니없이 싼 물건이 인터넷 경매에 떴을 때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책 속에서 아주 반가운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무하마드 유누스. 그는 방글라데시에서 무담보 소액 대출을 해주는 그라민 은행을 설립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다. 유누스는 이 업적을 인정받아 2006년에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무담보 소액 대출 제도는 전세계로 퍼져 나갔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라고 한다. 

나이가 너무 어려서 그런지 스텔라와 다니엘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발전시켜가는 과정이 사실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열네 살, 열다섯 살은 공부할 때라며 회사 차리는 건 모두 말렸을 듯한데 스텔라의 부모와 주변 사람들은 모두 두 아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하지만 직접 뛰어다니면서 도와주는 대신 방법을 알려주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전문가를 소개해주는 정도다.   

난 스텔라 엄마나 다니엘 아빠랑은 너무 비교되는 엄마다. 시간만 나면 만화를 끄적이는 딸에게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곤 했는데 앞으로는 아이들의 재능을 좀더 눈여겨보고 응원해주는 부모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초등 5학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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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할 경제 동화
    from 소나무집에서 2009-03-22 09:43 
    요즘 아이들에게 경제 개념을 가르쳐주는 동화책이 정말 많이 나오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경제 관념을 심어주고 효율적인 돈관리를 유도할 수 있어서 나도 가끔 경제 관련 책을 읽히곤 했다. 내가 워낙 경제 관념에 느슨하다 보니 아이들은 그렇게 살지 말았으면 싶은 마음도 있었고.  두 아이가 서로 돌려가며 몇 번씩이나 읽기엔 나도 기대를 잔뜩 하고 책을 읽었다. 할머니에게 열세 살 생일 선물로
 
 
 
함께 찾아가는 서울 600년 이야기 산하어린이 153
김근태 지음, 서명자 그림 / 산하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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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도 서울에서 15년 이상 살았지만 내가 얼마나 무심했는지 이 책을 보면서 알았다. 내가 아는 건 서울의 껍데기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좀 부끄러웠다. 동네 구석구석에 얽힌 설화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서울의 역사와 옛 사람들의 삶까지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지명이었다. 그 지역의 내력이 들어 있는 아름다운 지명들이 한자화되면서 완전히 다른 지명으로 바뀐 예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시 원래의 지명을 찾는 노력도 하면 좋을 것 같다.

책이 상당히 두꺼워서 부담스러웠는데 두 권으로 편집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마다 지역 정보나 중요 사항들을 팁으로 정리해주었더라면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덕분에 방학 내내 4학년 딸아이와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다. 방학 숙제로 낼 겸 자료를 찾아 정리해 보았다. 
  
딸아이가 직접 그린 표지. 우리 딸은 서울 하면 타버린 숭례문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지금 얼마나 복원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펼친 면의 모습.


한쪽 면 전체를 지도로 보는 서울로 꾸몄다. 지도로 보니까 서울의 전체적인 모습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산과 하천, 한강 다리의 전체적인 모습을 알 수 있다. 서울에 한강 다리가 21개라는 사실. 


서울이라는 지명이 변해온 역사와 지명 유래에 대해 알아보고 4대문과 4소문에 대해서도 찾아보았다. 아래쪽에는 이 책에 나온 설화를 정리한 후 미니북을 만들어서 붙였다. 서울에 갔을 때 지하철 노선도는 필수니까. 내가 서울을 떠나 온 사이에 서울 지하철이 엄청 복잡해진 걸 알겠다.


딸아이가 재미있게 읽은 설화 다섯 가지만 뽑았다. 


 
직접 글씨를 쓰던 딸이 손 아파 죽는다고 하는 바람에 결국 내가 타이팅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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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0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도 어젯밤부터 이 책 읽고 있어요.^^
우리 큰딸이 교사할때 써먹어야 겠다고 욕심내는 책이에요. 사실은 그래서 이벤트 응모해 당첨됐는데 게으름 부리느라 서평은 엄청 늦었어요.ㅜㅜ
따님의 독후활동은 언제나 감동이예요~~ 방학과제물로 한 건가 봐요.^^

소나무집 2009-02-08 10:39   좋아요 0 | URL
저도 공짜로 책 준다고 덥석 받았다가 독후 활동 때문에 내내 고민한 책이랍니다. 지도하는 엄마가 더 힘들어요. ㅎㅎㅎ
 
발맞춰 걷는 건 싫어! 미래그림책 90
장 프랑수아 뒤몽 지음, 이경혜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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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네요. 누구나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좀 다르게 살아가는 게 좋은 건지 말이에요. 발을 맞추지 못한다고 벌컥 화를 내는 이고르는 너무나 익숙한 저의 모습이기도 하네요. 두려움이 많아서 혹은 누군가의 눈에 띄기 싫어서 열심히 줄을 맞추고 발을 맞추면서 살아왔거든요. 

   해가 뜨면 줄을 맞춰 연못으로 행진을 하는 거위들이 있었습니다. 대장 이고르의 구령에 따라 하나 둘, 하나 둘 걸어갔지요. 늘 그렇게 걸었기 때문에 왜 그렇게 걸어야 하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새로 들어온 지타는 도저히 그 전통에 따라 발을 맞출 수가 없었어요. 처음이라 익숙하지도 않았고, 주변엔 구경하고 싶은 것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하나 둘 탁, 하나 둘 탁 하며 낯선 소리를 내기 시작했답니다. 당장 이고르의 눈에 띈 지타는 대열에서 쫓겨나고 말았어요.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는 이고르에게 지타는 멍청한 말썽쟁이일 뿐이었어요. 


낯선 소리를 내는 지타를 떼어놓은 거위들은 하나 둘, 하나 둘 발을 맞추며 연못으로 내려갔어요. 혼자 남은 지타는 기운이 빠져서 어깨를 늘어뜨린 채 자책을 합니다. "난 정말 형편없는 거위야. 남들 하는 대로 똑같이 하면 되는 건데." 하면서요. 

발을 질질 끌고 훌쩍이며 철퍽, 쿨쩍 철퍽,톡 쿨쩍 철퍼덕 걷는 지타를 돼지들이 궁금해합니다.  


열심히 나무를 쪼던 청딱다구리도 끼어듭니다. 톡 쿨쩍 철퍼덕, 쿨쩍 철퍽 톡 

도랑에서 먹이를 찾던 암탉도 지타가 내는 소리에 엉덩이를 흔들며 끼어들고 싶어졌구요. 꼬끼오 꼬꼬 꼬

지타와 청딱다구리와 암탉이 지나가는 걸 본 당나귀랑 암소도 지타가 내는 흥겨운 소리에 끼어들었지요. 히이이이힝  음머어어어


이젠 풀을 뜯던 양까지 메에에에에에 하고 합류를 했지요.


지타가 연못에 도착했을 때 지타 뒤에는 엄청난 행렬이 따라오고 있었어요. 더이상 지타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말썽쟁이가 아니었지요. 아무도 지타에게 줄을 맞추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차가운 눈총을 보내지도 않았어요. 같은 종족인 거위들은 지타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다른 동물들은 지타의 매력을 알아본 거지요.

대장 이고르는 그후에도 여전히 구령을 붙이며 걸었지만 아무도 따르지 않았어요. 농장의 동물들이 누구를 따르게 되었는지 말 안 해도 알겠죠? 그후 이고르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맨 마지막 장을 펼쳐놓고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5세 이상 초등 저학년.

책을 보고 난 후 딸아이에게 "지타처럼 행동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딸아이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라고 대답하더군요. 역시 제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어요. 멋지긴 하지만 지타처럼 행동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해서 흑흑흑...   "딸아, 이젠 엄마도 지타처럼 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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