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디즈니랜드에서 다음 가기로 한 곳은 그랜드캐년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지도를 보던 남편이 애너하임에서 동쪽으로 세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들렀다 가자고 했다. 이 공원에 들르면 조금(?) 돌아가야 하지만 그래도 저녁 먹을 시간이면 그랜드 캐년에 도착할 거라는 계산. 요때만 해도 이게 얼마나 무모한 계산인지 몰랐다.

지도를 보고 미국 여행을 하다 보면 이 '조금'에 늘 놀라곤 한다. 지도상 거리로 보면 한두 시간이면 갈 것 같은데 네다섯 시간을 가야 했다. 그래서 여행하면서 미국 땅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워낙 넓은 땅을 줄여서 지도로 만들다 보니 축척의 감이 우리랑은 다른 듯했다. 우리가 여행하면서 들고 다닌 지도가 미국 서부 전도, 각 주의 지도, 국립공원 지도 등 작은 가방으로 하나였다. 처음엔 영어로 쓰여진 글자들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남편이 어디 지났느냐고 물어봐도 모르쇠로 일관했는데 나중엔 안 되겠다 싶어 열심히 들여다봤다. 그랬더니 이틀쯤 지나니까 영어로 된 미국 지명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도로 시설은 우리나라만큼 친절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도로표지판으로도 도착 지점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이 가능하고, 지루할 만하면 나오는 휴게소에 들러 얼마든지 먹고 비우고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도로 표지판이 하도 띄엄띄엄 있어서 어쩌다 표지판을 놓치면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길을 잃을 때마다 불친절한 미국 도로표지판 욕을 엄청 해대곤 했다. 그리고 휴게소라는 것도 우리랑은 완전히 개념이 달라서 식당이 아닌 숙소 위주의 휴게소였다. 그나마도 어찌나 가끔씩 있는지 휴게소 찾다가 아이들에게 노상 방뇨를 시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좋은 건 고속도로(프리웨이) 통행료가 없다는 거. 통행료를 안 받으니까 그 정도 관리밖에 안 하는 건지 원...  

어쨌거나 출발할 때는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아이들은 전날 밤 늦게까지 놀았기 때문에 차를 타자마자 곯아떨어졌고, 남편과 나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낯선 풍경들을 즐기며 밀린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수다 떨다 표지판을 놓치는 바람에 길을 물어보려고 왔던 길을 한 시간이나 되돌아가 가는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4월인데 멀리 보이는 산 꼭대기엔 눈이 하얗다.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사막 지대라서 산에 나무 한 그루 없이 삭막하다. 


가는 도중에 만난 풍력 발전 시설이다. 바람이 많아서 그런지 제주도에서 본 적이 있는 풍력 발전소 시설이 엄청 많았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모하비 사막에 있어서 내내 황량한 풍경만 보다 저런 모습을 보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자체가 장관이었다. 


드디어 첫번째 국립공원인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 도착. 매표소보다 먼저 비지터 센터에 들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비지터 센터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탐방 안내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인데 하는 일이 아주 다양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1994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니 100 년 이상 된 국립공원이 즐비한 미국에서 역사가 아주 짧은 공원 중 한 곳이다.    



비지터 센터 앞에는 작은 선인장 정원이 있었는데 모두 처음 보는 선인장 종류였다.


비지터 센터 내부에는 공원 내에서 볼 수 있는 식물과 동물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고,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트래킹 코스에 대한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 트래킹을 하려면 하루 시간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우리는 차만 타고 통과하기로 했다. 


비지터 센터의 규모만 보아도 사람들이 많이 안 오는 공원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소박했다. 다음에 가는 그랜드 캐년 비지터 센터랑 비교하면 문간방 수준이라고나 할까.

  이게 바로 조슈아 트리. 조슈아 트리는 1851년 여행중인 몰몬교도가 발견했는데 나무의 모습이 마치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여호수아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조슈아 트리(Joshua Tree)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큰 나무는 키가 9 미터까지 자라기도 하고, 별로 안 튼튼하게 생긴 것과 달리 천 년을 사는 나무도 있다고 해서 헐~ 했다.



도대체 나무 같지 않은데 나무라고 하네 그랴! 이 나무를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뿌연 사막의 느낌이랑 너무나 비슷하다 싶을 정도로 삭막했다. 푸른 잎도 멀리서 보면 솔잎처럼 생겼는데 가까이 가서 만져보니 선인장처럼 단단한 가시였다. 찔리면 꽤나 아플 듯.  

나무 기둥도 바나나나무처럼 껍질이 층층이 벗겨지게 생겼는데 천 년을 살 수도 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막에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막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한다. 죽어서 넘어져 있는 나무를 보니 속이 텅 비어 있었다. 헤집어 보진 않았지만 그 속에 작은 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듯.


사람들이 팔을 벌린 모습이랑 비슷한가?  우리 아이들은 <몬스터주식회사>에 나오는 털북숭이 설리반을 닮은 나무라고 했다. 


물기 하나 없이 바스락거리는 모래 바닥에서 식물들이 자랄 수 있다는 게 신기한데, 바닥엔 하얗게 노랗게 꽃을 피운 작은 야생화들이 가득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쌩하니 지나쳤다면 결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생명들이었다.    


이 공원엔 조슈아 트리뿐만 아니라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금이 간 화강암 바위들이 곳곳에 있었다. 바람이라도 세게 부는 날 와락 부서지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위태위태한 바위도 많았다.  


조슈아 트리 국립 공원의 명물인 해골 바위. 멀리서 보면 정말 이마가 넓은 해골처럼 생겼다. 쑥 들어간 눈이며 콧구멍까지... 주변에 있는 식물들은 모두 사막 식물답게 잎이 뾰족뾰족... 한곳에 시선을 두고 한참 서 있으니까 따뜻한 바위 위로 도마뱀이 들락거리는 것도 보였다. 


사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신기하기는 했지만 아름답지는 않았다. 늘 푸른 산에 익숙해 있던 한국 아줌마의 눈에는 그저 삭막했을 뿐이다. 하지만 메마른 자연 속에 서 있다 보면 한 번도 마주해 본 적 없는 가슴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이곤 했다. 그리고 가진 것이 적다고 투덜댔던 나의 삶이 참으로 풍요롭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새삼 고마워졌다.  

만약에 세상 살기가 너무 각박해서 죽음을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 보이는 조슈아 트리, 메마른 모래와 부서진 바위 틈에서 자라는 생명들을 보는 순간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되살아날 것만 같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지역을 지나 끝없이 이어지던 황량한 들판. 집 하나, 차 하나 발견할 수 없는 길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바람에 이러다 우리 굶어 죽는 건 아닌가 공포감에 떨었던 기억이 난다. 옛날에는 이런 곳에서 길을 잃으면 물도 먹을 것도 없어서 구조되지 못하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구나 싶었다. 이런 풍경의 길을 세 시간 이상 달리다 만난 프리웨이가 사막에서 만나 오아시스처럼 반가웠다. 



길을 잃은 줄 알았다가 만난 프리웨이가 정말 너무나 고마웠다. 믿지도 않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의 목적지인 그랜드 캐년 근처 작은 도시인 윌리엄스까지 가는 데도 세 시간이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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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6-20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게 조슈아 트리군요.
그것앞의 노란 야생화와 대조적이면서도 잘 어울려 보여요.
그렇게저렇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겠죠.
저무는 프리웨이를 비롯해 풍경들이 멋져요.

소나무집 2009-06-21 14:55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보는 나무라서 참 신기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같으면 저런 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할까 싶은 생각까지 들더군요. 저는 늘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을 하는데 저곳을 지날 때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더 무섭더라구요.

씩씩하니 2009-06-2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오늘도 님 덕분에 미국여행....아!나는 언제나~~~
거문도 잘 다녀왔어요...백도도...
날씨가 좋아서 맘껏 보고 듣고 했어요...절벽 하나,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에까지 이야기들이 다 담겨있어서...ㅋㅋ 한편 재밌고 경이롭다해야할까...
귀에 붙인 멀미약에 취해서 거문도 도착했을 때 다리가 휘청거려서 직원들이 엄청 웃었어요~~ㅎㅎㅎ 님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소나무집 2009-06-22 11:40   좋아요 0 | URL
잘 다녀오셨군요.
미국 여행은 고생길이에요. 운전을 넘 많이 해야 돼서...
운전 안 하는 여행사 패키지는 쫓기듯 여행해야 되니 재미없구...

꿈꾸는섬 2009-06-23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져요.. 모래 위에 곱게 핀 노란 꽃, 인상적이에요.^^

소나무집 2009-06-23 08:38   좋아요 0 | URL
오히려 사진으로 보니까 멋진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멋지다 싶진 않았어요. 저렇게 피어 있는 야생화도 몸을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이에게만 허락되는 아름다움이었어요. 저절로 몸을 낮추게 되는 곳. 그래서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되는 곳요.

CANO 2009-11-1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강영숙의 소설 '양털 모자'에 조슈아 트리가 나오길래 무엇인지 찾다가 들릅니다ㅎㅎ 가슴 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셨다니.. 왠지 소설의 내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덕분에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소나무집 2009-11-21 09:40   좋아요 0 | URL
여기까지 검색이 되는군요.
찾아와주셔서 감사!!!

아래미 2009-12-26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몰몬 교도가 조슈아 트리를 발견한 것이 1951년이 아니라, 아마 1851년일 겁니다. 브리검 영이 솔트 레이크에 온게 1846년 무렵이고, 그 이후 몰몬들이 유타 주변을 탐험합니다.
제가 가본 미국 고속도로의 휴게소는 식당도 여관도 없고, 단지 화장실하고 야외 식탁 뿐이더군요. 먹거나 자거나 기름 넣으려면, 고속도로 출구로 나가면 있더군요.
저도 이번에 조슈아 트리 국립 공원 가려고 하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소나무집 2009-12-27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51년이 맞아요. 좋은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이번 토요일에 남편이 승진 시험을 본다. 작년부터 내내 "당신의 승진이 바로 내 인생"이라며 은근히 압력을 무지하게 넣었는데 정작 시험 날짜가 다가오니 아무 말도 못 하겠다. 자리는 7개라는데 승진 대상자가 80명이 넘는다네... 

남들 열공하고 있을 때 울 남편 미국 가서 3개월 동안 교환 근무하고 왔는데...  승진 시험 앞두고 미국 간다고 말리는 사람도 많았건만 시험은 내년에도 볼 수 있지만 미국 근무 기회는 늘 오는 게 아니라며 용감무쌍하게 미국행을 선택한 남편.  

우리 가족이 가 있는 3주 동안 책 같은 것 들여다볼 시간도 없었고... 잘못되면 이거 우리랑 함께 놀러 다닌 탓인가 걱정도 되고...

지난 주부터 아예 휴가를 내고 도서관 문 닫을 때까지 고시생처럼 공부를 하고 있다. 그 두꺼운 책들을 벌써 몇 번째 보고 있는 건지... 일주일 동안 수염도 깎지 않고 덥수룩한 모습이 안쓰럽다. 세상에서 잠 자는 걸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잠을 안 자고 공부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혼 12년 만에 처음 발견하고 놀라는 중.

난 남편 공부할 때 뭐하냐... 아이들하고 놀다가 12시에 들어오는 남편을 이불 속에 누운 채 "왔어?" 한마디만 하고는 그대로 자는 게으른 아내다. 처음으로 수험생 아내 노릇을 하려니 뭘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먹는 거나 잘해줘야지 싶어 꼬박꼬박 밥만 열심히 해주고 있다. 

서방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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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6-16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님 남편님. 힘내세요~ ^^

프레이야 2009-06-1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열공 중이시군요.
말씀은 그러셔도 밥 잘 챙겨주시고 힘이 되어드리고 있잖아요.
홧팅! 시험 잘 보시기 바랍니다.

하늘바람 2009-06-1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야기들을 때마다 느끼는건데 옆지기님 참 멋지셔요

세실 2009-06-1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입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도드려요^*^

소나무집 2009-06-2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프레이야님, 하늘바람님, 세실님,
화이팅 해주셔서 모두 모두 고마워요.

2009-06-22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3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06-23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래요.^^

소나무집 2009-06-23 08:29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시험은 잘 보았다고 하는데 결과는 아직 안 나왔어요.
 
두 얼굴의 나라 미국 이야기 아이세움 배움터 12
정범진. 허용우 지음, 정수연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우리에게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미국 작가가 쓴 책을 우리 작가들이 쓴 책보다 더 많이 읽으면서 자랐고, TV 만 틀면 언제든지 미국 소식을 들을 수가 있다. 그래서 미국에 가본 적이 있든 없든 미국이라는 나라을 아주 가깝게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나름대로 미국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아이들이 고학년쯤 되면 미국에 대해 제대로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한쪽으로 생각이 치우쳐 있다면 아이들도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이젠 아이들에게도 미국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제대로 알고 나면 좋은 점은 배우고 나쁜 점은 비판할 줄 아는 힘도 생길 것이다. 이 책은 막연하게 좋다 나쁘다는 편견을 갖기 전에 미국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길러줄 수 있어서 아주 좋은 것 같다.  

특히 우리가 이미 당연시하고 있는 사실들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 미국이 얼마나 이중적인 나라인지 알려주는 부분이 상당히 유익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했다고? 그렇다면 그 전부터 아메리카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링컨이 선포한 노예 해방령으로 단 한 명의 노예도 해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가? 평화주의자라고 부르짖는 미국이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극복해 나가는 비결은 무엇인지? 등등.

미국과 우리의 첫 대면인 신미양요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읽어 나가다 보면 오늘날 우리가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정치인들의 결정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좌지우지되었고, 아직도 국제적인 자존심을 지켜가며 나라를 이끌어갈 만한 정치 지도자가 없다는 사실에 슬퍼지기도 한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자란 아이들 중에 훌륭한 정치 지도자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아직까지 미국사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나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아이들에게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한 번씩 더 생각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책이다. 시사적인 이야기가 많아 지루할 것 같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썼기 때문에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수없이 많은 그림과 사진만 보아도 미국의 모습이 보인다. 막연히 미국을 동경하거나 근거 없이 미국을 욕하는 아이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5학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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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뮤어 - 행동하는 자연보호주의자, 초등학생을 위한 환경 인물 이야기
토머스 로커 지음, 이상희 옮김 / 초록개구리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아직은 존 뮤어는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많이 알려진 환경운동가는 아닌 것 같다. 사실 나도 미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인물이고. 여행중 들른 미국 국립공원에는 어디를 막론하고 존 뮤어의 흔적이 있었다. 그만큼 미국 사람들의 가슴 속에 훌륭한 환경운동가로 새겨져 있고,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자랑스러운 인물 중 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여행중 미국 국립공원 비지터 센터에서 존 뮤어의 사진이나 글귀를 발견할 때마다 미리 책을 보고 간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존 뮤어는 미국인들이 돈에 눈이 어두워 자연을 훼손하며 개발에 몰두하고 있던 1800년대 후반기에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아름다운 가치들을 내세우며 자연 보호 운동을 한 사람이다. 존 뮤어를 환경운동가로 만들어준 곳은 바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요세미티 계곡. 요세미티는 존 뮤어의 노력으로 인해 옐로스톤 다음, 미국에서 두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존 뮤어 주도하에 만든 환경 보호 단체 시에라 클럽의 명성은 오늘날까지도 유명하다. 미국 국립공원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참 많았는데 시에라 클럽 회원으로서 50년 이상 봉사 활동을 하는 할머니를 만난 적도 있다. 그 할머니는 시에라 클럽 회원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자랑스러워하며 죽을 때까지 국립공원에서 자원봉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책은 바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한 존 뮤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일자리 때문에 찾아간 요세미티 계곡에서 존 뮤어가 자연을 느끼며 기뻐하는 모습이 인간이 아닌 자연의 한 부분처럼 느껴진다. 존 뮤어는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글로 써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루즈벨트 같은 대통령의 자연 철학을 바꾸어놓기도 했다. 요세미티에서 존 뮤어와 며칠을 보낸 루즈벨트가 요세미티를 바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고 하는 걸 보면 루스벨트 대통령의 됨됨이도 알 만하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에게도 본 좀 받으라고 하고 싶다. 파헤칠 줄만 알았지 자연 그대로 보존한다는 게 얼마나 더 큰 재산이 되는지 모르는 사람, 그에게 존 뮤어가 남긴 책을 선물하고 싶어진다. 자연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좀 아시라고... 4대 강에 손을 댄다는 건 저탄소 녹색 성장과도 위배된다는 걸 왜 모르는지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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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잎싹 2009-06-1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괜찮네요. 저도 이 책 아이들 독서지도 할 때 사고 싶던데...

소나무집 2009-06-23 08:29   좋아요 0 | URL
존 뮤어라는 인물은 알아둘 만 해요. 환경에 관련된 공부하다 보면 반드시 나오더라구요.
 

독자칼럼] 국어교사가 보는 노무현 / 김명희


국어 교사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배울 점 10가지,

1. 말을 쉽게 한다.

2. 말을 편안하게 한다.

3. 솔직하게 말한다.  

4. 목소리에 힘이 있다.  

5. 발음이 정확하다.   

6. 시작(주어)과 끝(서술어)이 명확하다.

7. 말에 군더더기나 군소리가 없다.

8. 말의 요점이 분명하다.

9. 되묻게 하지 않는다.

10. 모든 사람에게 말하게 한다.

역대 대통령들 중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 정확하고 분명한 언어 구사를 한 지도자도 없을 것이다. 국어교사 중에도 이 정도 건강한 목소리에, 자음과 모음을 끝까지 소리 내는 완벽한 발음에, ‘누가, 무엇을, 어찌하였다’는 주성분을 갖춘 깔끔한 문장으로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분의 말씀을 받아 적으면 그대로 완벽한 문장이 된다.

건국 이래 우리말을 틀리게 써도 그다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 않게 만든 대통령들이 퍽 많지만, 그중에서도 으뜸가는 이는 단연코 김영삼 대통령일 것이다. 바스스 부서지는 듯한 거북한 음색은 관두고라도, ‘ㅑ, ㅠ, ㅘ, ㅝ…’ 같은 겹모음 발음을 못해 엉뚱한 말로 전해져 쓴웃음을 짓게 한 일화는 너무도 많다. 그뿐이랴. ‘ㅁ, ㅂ, ㅍ’ 같은 소리는 원래가 두 입술이 만나야 나는 소리이거늘, 도무지 입술이 모아지지를 않으니 제대로 소리가 날 턱이 없다. 언어로써 우리를 존중하지 않은 대통령들을 생각하면 몹시 자존심 상하고 기분이 안 좋다.

아,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명령과 지배가 창궐하는 권위와 독재에 길들여져 있었던가.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 이 땅에 토론문화가 얼마나 꽃피었던지 기억하는가. 티브이만 켜면 여럿이 둘러앉아 끝도 없이 토론하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았는지 나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절로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며, 의문을 가지고, 분노하며, 생각을 모아가고… 그렇게 우리는 참 똑똑해져 갔다. 말문을 열어 놓았으니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없었다. 상투 튼 할아버지도 호주법 폐지를 반대하는 데모를 하러 길거리로 나오셨으니 가히 입 가진 자는 죄다 말하는 세상이 아니었던가.

그리고는 급기야 그 입으로 자기 입을 열게 한 사람, 바로 대통령을 제일 먼저 공격하였다. 글 가르쳐 놓으면 제일 먼저 ‘선생님 바보!’라 낙서를 해 대는 아이들처럼 대통령을 탄핵하는 ‘말’의 자유와 민주를 가져온 이도 다름 아닌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었다.

곧 있을 듣기 수행평가에 그의 한글날 기념사를 들려주며, 품격 있는 모국어를 감상하며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 경북 안동 복주여중 교사


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readercolumn/3598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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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6-1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사는 세상 봉하 마을>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전호인 2009-06-1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번 때문에 그 님을 더욱 좋아했습니다.
권위와 소통부재의 문화를 자유와 소통되는 문화로 바꾸어 놓으셨으니까.
대통령도 사람인 데 하는 말에 억지의 잣대를 들이밀어 품위를 따지고 등급을 메기는 이 땅의 꼴통 언론들에게 무한한 적개심을 나타낸 것도 그때였습니다.

소나무집 2009-06-16 21:57   좋아요 0 | URL
당신들이 정말 너무 싫다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표현을 하고 싶은데 시골 한량으로 사는 아줌마가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