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전에 시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통화를 하다가 어머니랑 나랑 둘이서 울먹이다가는 전화를 끊고 말았다. 동갑이신 시어머니랑 시아버지께서 올해 칠순을 맞이하셨는데, 두 분이 모두 음력 12월에 생신이다 보니 요즘 칠순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중이다. 환갑 때도 시어머니께서 극구 말리는 바람에 자식들이 모이지도 않고 지나갔기에 칠순은 좀 잘해 드리고 싶은 마음들이었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겨울이니 육지에 있는 온천이나 다녀오시겠다고 하셨다. 처음엔 정말 온천이 가고 싶어 그러는 줄 알고 그러시라 했는데, 몇 번인가 통화를 하다 보니 제주도에서 모이면 친척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고, 자식들도 부담이 가니 육지로 나와서 그야말로 간단하게 보내시겠다는 의도셨다.  

40대 초반부터 아버님이 직장을 그만두고 자리 보존을 하고 계셨기에 자식 삼남매를 키우는 건 어머니의 몫이었다. 당시로서는 거금의 퇴직금을 받았던 아버님은 시골에 집 한 칸 마련하고 나머지 돈을 전부 주식 투자를 하셨고, 3년도 되지 않아 어머니께 빚만 떠안겼다고 한다. 그때 아주버니는 대학 1학년, 내 남편 고2, 아가씨가 중3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눈앞이 캄캄했을까? 그래도 어머님은 온갖 힘든 일을 다하면서 아버님 병수발에,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셨다는 말을 남편으로부터 들었다. 그때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지금 허리가 아프신 듯.

그나마 삼남매가 모두 공부를 잘해서 서울의 내노라 하는 대학에 들어가 준 게 어머니의 살아가는 힘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운 살림에 삼남매를 모두 서울로 보냈으니, 어머니도 자식들도 힘겨운 생활이었을 것은 뻔하다. 거기다가 둘째아들(내 남편)은 대학 들어가자마자 데모꾼이 되어 하루도 마음 편하게 한 날이 없었다고... 

난 시어머니를 보고 있으면 정말 안쓰러운 마음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평생 살아오면서 당신의 주장을 한 번도 내세워본 적이 없는 분이기 때문이다. 몸이 아픈 아버님과 함께 살다 보니 노심초사 아버님 중심으로만 살아오셨다. 제주도에 갔을 때 마트에라도 함께 가면 어머니는 늘 아버님만 챙기셨다. "이거 아버지가 좋아하는 거니까 사자"면서, 그래서 어머니는 뭘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난 다 좋아한다" 그러셨다. 평생 살아오면서 당신이 좋아하는 걸 한 번이라도 사본 적이 있을까 싶은 분. 아니 본인이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 분, 우리 어머니는 그런 분이다. 당신보다 아버님을, 자식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시어머니.  

이젠 삼남매 다 결혼해서 나름 잘 살고 있는데도 어머니는 여전히 당신을 뒷전에 두고 싶어하신다. 평생 한 번도 주인공이 되어본 적이 없어서 생신날 하루 주인공이 되는 것조차 어색하고 부담스러우신 분. 우리 시어머니다. 아까 전화 통화하다가 삼남매 너무 잘 키우셨고 생신상 받을 만큼 훌륭한 어머니라고 했더니만 울컥해서 말을 잇지 못하셨다. 조촐하나마 꼭 칠순 잔치 열어서 우리 시어머니의 안쓰러운 인생을 보듬어주고 빛내주고 싶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09-10-3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의 삶이, 참... 눈물 나요. 고마우신 어머님이시네요. 칠순 잔치 꼭 정성껏 베풀어주셔요. 어머님도 이젠 호강도 좀 하셨음 좋겠어요. 아버님 우선이 아니라 어머님 우선인 것들도 좀 생기구요...

소나무집 2009-10-30 23:0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희생하고 사는 삶이 습관이 되어서 받는 게 어색하신가 보더라구요.
지금도 맞벌이 형님네랑 같이 살다 보니 살림은 어머니 차지예요.

무해한모리군 2009-10-30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의 시어머님 참 존경스럽습니다.
그런 어머님을 헤아려주시는 소나무집님의 마음도 참 제가 보배울점이 많으네요.

소나무집 2009-10-30 23:47   좋아요 0 | URL
저도 어머니가 존경스럽긴 한데 어머니처럼 살고 싶지는 않아요.
젊은 시절 참 힘들게 살았다고 들었는데
그런 말씀 하는 거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시어머니지만 친정엄마처럼 편하게 생각하니 편해지더라구요.

순오기 2009-10-30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났어요~ 우리네 어머니들은 끝없이 희생만 하신 삶에 위로를 드려야 해요.
좋은 마음으로 축하하며 공로를 치하해드리면 좋겠네요.

소나무집 2009-10-30 23:16   좋아요 0 | URL
서평 쓰려고 들어왔다가 결국 서평은 못 쓰고
이거 쓰면서 질질 짜기만 했어요.
시댁 식구들 성향이 뭘 거창하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아마 조촐하게 할 거예요.
그때 제가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글 하나 써서 낭독할까 생각중이네요.

순오기 2009-10-31 10:28   좋아요 0 | URL
음~ 며느리의 마음이 담긴 편지~ 감동하실거 같아요.
꼭 그렇게 해 드리시길...

무스탕 2009-10-3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우리 엄마들은 다 그럴까요? 시대적 상황이 누구나 어려웠던 시절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절대적인 희생은 지금 우리는 감히 따를수가 없는 경지에요.
시어머님. 이번엔 맘 편히 잔치의 주인공으로 즐기셨으면 정말 좋겠네요.

소나무집 2009-10-30 23:12   좋아요 0 | URL
우리 세대는 그런 거 못 하죠. 절대적인 희생...
이젠 자식들한테 받아도 되겠다 싶은데 항상, 난 괜찮다, 하세요.
너무 그러니까 싫더라구요. 적당히 요구도 하고 받기도 하면 좋으련만...

꿈꾸는섬 2009-10-30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물 찔끔거렸어요. 칠순엔 조촐하게라도 잔치를 하셔서 그동안의 고마움을 되돌려 드리면 정말 좋겠어요. 소나무집님 너무 좋은 며느리세요. 저도 배우고 가요.^^

소나무집 2009-11-01 07:29   좋아요 0 | URL
눈눌 흘리게 만들어서 죄송~
저보다 어머니가 너무나 천사표다 보니
안쓰러운 마음에 이런 글 쓰게 되었어요.
새옷 입고 어쩌고 하는 것도 싫다고 하셔서
그건 안 된다고 꼭 새옷 사 드리겠다고 했어요.
이번엔 자식들 생각대로 밀고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09-10-3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부 간 화목한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무엇보다도 자식들에겐 살이있는 인간교육이 될 것입니다.

소나무집 2009-11-03 10:47   좋아요 0 | URL
어머니가 착하게 사시니까 자식들도 다 착하게 사는 것 같더라구요.

치유 2009-10-31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무보님의 노고를 인정해 주시고 안스러워하시는 님의 모습이 더 애틋하고 이쁨니다.

소나무집 2009-11-03 10:50   좋아요 0 | URL
님, 고마워요.
나이 들어가면서 자꾸만 사람의 속마음이 보이네요.
특히 시어머니는 너무 고생을 많이 했고,
몸고생도 고생이지만 마음 고생도 엄청 많이 하신 것 같아서요.
당신이 하고 싶은 걸 거의 해본 적이 없는 분이라는 생각에 정말 잘해 드리고 싶지만 늘 마음뿐이에요.

같은하늘 2009-11-0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옷도 꼭 해드리고 잔치도 꼭 해드리세요.
어머님의 삶이 마음아팠지만 소나무집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입니다.
어찌하면 시어머님과 그리 지낼수 있는건지...

소나무집 2009-11-16 11:09   좋아요 0 | URL
네, 알겠습니다.
그냥 이해하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저도 결혼 초에는 너무 달라서 마음속으로 갈등이 많았거든요.

세실 2009-11-1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두 분 이세요. 참 따뜻해집니다.
그렇게 강한 어머님이 우리 대한민국의 힘이죠.

소나무집 2009-11-16 11:09   좋아요 0 | URL
아름답게 보아주니 고마워요.
맞아요. 어머니들은 다 강한 것 같아요.
세실 님도요.
 
숲해설 아카데미 - 숲체험 효과를 높여줄 숲해설가의 지침서
'생명의 숲' 숲해설 교재편찬팀 지음, 최달수 그림, 이원규 외 사진 / 현암사 / 200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의 인연이란 참 우연히 찾아온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 따라 완도에 와 살면서 처음엔 적응하느라 힘들어서 원래 살던 도시로 돌아가고 싶다고 투덜댄 적도 참 많다. 하지만 남편의 권유로 완도수목원에서 숲해설가 과정을 공부하게 되면서 이곳까지 날 이끌고 와준 남편이 고맙고, 나를 자연의 품으로 이끌어준 완도수목원 또한 너무나 고마운 요즘이다. 

우리집엔 국립공원에 근무하는 남편 덕분에 자연이나 숲에 관한 책들이 많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건 남편이 필요에 의해 구입한 책이었고, 내 관심은 그쪽에 머물지 않아 그동안 별로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숲해설가 과정을 공부하면서 책장에 조용히 꽂혀 있던 그 책들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코 얇지 않은 그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난 사람이라는 존재가 자연 앞에서 얼마나 초라한지 깨닫고, 수없이 많은 것을 사람들에게 주면서도 말 한마디 없는 숲을 보며 겸손을 배우게 되었다. 

요즘은 자연과 가까이 사는 사람들보다는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자연에 대한 관심도 줄어드는 것 같다. 어쩌다 숲이나 수목원에 찾아가도 무엇을 어떻게 느끼고 와야 할지 몰라 무작정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곳에서 숲해설가를 만나 숲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이라도 들은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은 아마 오래도록 그 숲을 기억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사람들이 숲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숲해설가의 역할 또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나도 가족과 함께 방문했던 식물원이나 수목원에서 멋진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뿌듯하고 행복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숲해설가는 숲을 찾는 사람들과 자연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숲을 그냥 자연으로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숲해설가를 만나 숲의 생태나 동식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듣게 된다면 우연히 찾았던 숲에 대해 더 많은 애정을 갖고 돌아가게 된다는 얘기다.

공부중인 지금으로서는 내가 숲해설가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지만 이런 과정을 공부하고 책들을 접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다. <숲해설 아카데미>는 제목이 주는 딱딱함 때문에 과제가 아니었다면 결코 손에 들었을 책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숲해설가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이다. 아니 숲이 있는 이 땅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숲과 자연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목과 달리 내용이 딱딱하지도 어렵지도 않아서 누구라도 술술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1부에서는 숲의 탄생에서부터 인간과 숲이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와 숲의 생태에 대해서, 2부에서는 숲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식물과 곤충, 그리고 야생동물에 대해서, 3부에서는 숲해설가의 역할과 실제로 어떻게 숲해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3부 <나도 숲해설가> 편은 실제로 숲해설을 하면서 실천해볼 수 있는 준비 단계에서 마무리 단계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실어놓았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응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초보 숲해설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었다. 또 제시된 여러 가지 자연 놀이들은 숲해설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9-10-2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숲해설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읽어야 할 책이군요.
님 덕분에 나무가 속삭이는 소리에도 귀 기울여봤어요.^^

소나무집 2009-10-28 00:23   좋아요 0 | URL
완도수목원에서 너무 허술했지요?
부끄럽네요.
다음 중에 해설 실기 시험도 봐야 되는데...

같은하늘 2009-10-2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저것 공부를 많이 하시네요.
열정적인 모습이 부러워요.^^

소나무집 2009-10-28 00:24   좋아요 0 | URL
성향에 맞는 것만 골라서 배우구요,
열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그냥 조용조용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랍니다.
 
내 친구 슈 맹&앵 동화책 2
윤재웅 지음, 김형근 그림 / 맹앤앵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에게 친구가 없다면 얼마나 외로울까요? 그게 바로 내 아이라면 부모의 마음은 또 어떨까요? 3학년인 다부에게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어요. 오히려 아이들의 놀림거리였지요. 다부가 실어증에 걸려 말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부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오로지 큰소리로 우는 것뿐.  

또 학교에서는 자꾸만 특수 학교로 전학을 가라고 했어요. 하지만 다부의 엄마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만 빼만 모든 게 정상인 다부를 특수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부를 특수 학교에 보낼 만큼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구요. 다부의 아빠가 실직한 지 3년이나 되었거든요. 가난한 엄마와 아빠가 다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놀리는 아이들을 혼내거나 비 오는 날 마중을 나가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뿐이었죠. 

다부는 학교 앞에서 풍선껌을 사려던 돈으로 우연히 병아리 한 마리를 사면서 외로움을 잊게 되었어요. 그 병아리에게 바람 소리를 닮은 슈~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거든요. 그동안 다부에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도록 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말 못하는 장애아로, 나와 다른 사람으로 멀찍이 세워놓고 놀리거나 바라보았을 뿐이지요. 하지만 점점 자라는 병아리 슈를 통해 다부는 마음을 열고 말문을 열고 서서히 성장을 해갔습니다.   

다부가 슈라는 친구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어요. 슈는 어떤 방법으로 다부의 말문을 열도록 해준 걸까요? 슈는 하늘을 나는 꿈을 가지고 있는 병아리였어요. 주변에 새들이 "넌 날 수 없는 닭"이라며 비웃어도 슈는 열심히 연습을 했고, 하늘을 나는 가장 큰 새가 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부에게도 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해줬어요. 그리고 매일같이 다부의 꿈속으로 찾아와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이에게 대답을 해주라고 합니다. "나도 사랑해요"라고.  

그렇다면 매일 밤 다부의 꿈속에 찾아와 "사랑한다, 다부야! 사랑한다, 다부야!" 속삭인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다부와 함께 궁금증으로 바싹바싹 태우다가 동화가 끝날 무렵에야 그 주인공을 알 수 있었는데 바로 다부의 아빠였어요. 직장을 잃고 술주정뱅이로 살면서 다부를 말 한마디 못하는 병신 자식이라며 막말을 하던 무서운 아빠. 그 아빠가 매일 밤 잠든 다부의 귓전에 대고 사랑한다고 속삭였던 거예요.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란 아이는 절대로 잘못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아빠.   

다부가 마음속에 꽁꽁 묶어두었던 두려움을 풀어내고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 상대가 되어준 슈라는 친구와 보이지 않는 아빠의 사랑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에게 친구와 사랑은 이렇게나 소중합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도 기적처럼 이루게 해주니까요.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아끼지 말고 열심히 해줘야겠어요.

이 책은 아이들에게 친구를 이해하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사랑도 가르쳐주는 맑고 깨끗한 동화예요. 그리고 장애아들이 나오는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우리 딸을 감동시킨 기적의 동화이기도 하구요. "엄마, 이 동화 진짜 감동적이라니까요! 빨리 읽어보세요." 책장을 덮고 우리 딸이 한 말이랍니다. 3학년 이상.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09-10-27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아이들에게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노력해요.^^

소나무집 2009-10-28 00:21   좋아요 0 | URL
저는 그 사랑한다는 말이 왜 그리도 잘 안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습관이 안 되어 그런 걸까요?
그래도 노력해야겠지요?
 

'순오기는 한 번 마음 먹은 일은 반드시 한다'에 밑줄 쫙~입니다. 짜잔... 몇 달 전부터 완도에 오시겠노라 하더니 드디어 어제 토요일에 문학 기행팀을 이끌고 오셨거든요. 알라딘에서 순오기 님을 즐겨찾기한 일년여 동안 글로 보아 오면서 늘 이웃처럼 생각했던 분. 광주가 그래도 완도에서 가깝기는 하지요? 그래서인지 첫 만남인데도 어제 저녁을 같이 먹고 오늘 아침에 또 만난 언니처럼 하나도 낯설지 않았어요. 그리고 오프 모임하고 난 분들이 순오기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저도 이젠 알았구요.

전 온라인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마음속에서 엄청 긴장을 하고 준비를 하곤 하지요. 역시나 전날 밤은 순오기 님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더랍니다. 그래서 눈가에 주름도 더 늘고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순오기 님을 만나고 말았어요. 그것도 동네 버스 시간에 맞추느라 먼저 와서 기다리게 했구요. 요거이 해설하는 사람의 기본에 어긋나는 일인데...  그리고 늘 들고 다니던 카메라도 안 가지고 나가 순오기 님 사진 한 방 못 박아왔다는 게 넘 아쉬워요.

작년에 완도군문화관광해설가 과정을 공부하고 자격증을 받기는 했지만 실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설을 해본 건 열 번이나 될까 말까 한 왕초보 해설가인데, 나 놀러 다니기도 바빠서 남들에게 해설해 줄 시간이 없어요. 순오기 님이 오신다기에 안내하겠노라 덜컥 약속을 했네요. 내가 좋아하는 곳에 가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지 뭐 그러면서 큰 부담도 갖지 않고 말이지요. 

처음 계획을 세운 코스는 장보고기념관과 장도 유적지 - 신지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 점심식사 - 국립공원 정도리 구계등과 방풍숲 - 완도수목원이었는데, 네비도 전날 밤 잠을 못 잤는지 기사님이 완도수목원 가는 길로 먼저 접어드는 바람에 완전 거꾸로 도는 코스가 되고 말았어요. 섬이다 보니 이래도 저래도 완도 한 바퀴 도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완도수목원. 요즘 이곳에서 숲해설 공부를 하고 있지만 이론이 2/3 를 넘고 그나마 공부하면 할수록 더 헷갈리고 겁나는 게 식물인지라 세세한 나무 설명은 애초부터 안 하려고 굳게 마음먹었지요. 그래서 오솔길 산책이나 하자 했는데 학구열 넘치는 순오기 님은 요 나무 저 나무 물어봐도 모르쇠로 일관했으니 답답했을 듯해요. 하지만 완도에 그렇게 멋진 수목원이 있다는 사실에는 감탄하지 않으셨을라나... 실력을 더 쌓아 멋진 숲해설을 하고 싶지만 완도를 떠나야 함이 안타까워요.  


정도리 구계등. 여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곳 일순위예요. 바닷가에 쫙~~~ 펼쳐진 둥글둥글한 갯돌을 보는 순간 모난 마음은 모두 사라지는 곳이거든요. 모난 마음 때문에 이웃에 혹은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은 분은 꼭 한 번 다녀가라고 전해 주세요. 착해지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정도리 구계등은 1996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윤대녕의 <천지간>이라는 단편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해요. 이곳에 다녀간 후 읽어보면 문장, 단어 하나하나가 마음으로 느껴지는 걸 경험할 수 있어서 소개해 드렸답니다. 순오기 님, 읽으셨나요? 읽고 나면 정도리에 또 가고 싶어질 것 같은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섬 주도가 보이는, 추섬(주도의 옛이름)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으로 먹은 푸짐한 해물탕. 광주에서 아침도 못 먹고 일찍 출발했다는데 2시가 다 돼서 점심을 먹었으니 등이 꼬부라질 만했어요. 코스를 거꾸로 도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진 건 아시죠? 그리고 달콤새콤 맛나던 전어회 무침은 예약을 해서 특별히 준비해주신 메뉴라네요.  

신지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전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고 순오기 님이 가고 싶어했던 곳인데 마음에 드셨어요? 그렇게 곱고 깨끗하고 긴 모래사장은 아무데서나 구경할 수 없답니다. 완도살이 3년 만에 완전 완도매니아가 되어버린 소나무집. 날이 썰렁하니까 바닷물에 발을 담가 보겠다고 나서는 분은 아무도 안 계셨구요, 모두 멀찍이 서서 파도치는 것만 구경. 하지만 드라마 주인공처럼 이런 철 지난 바닷가를 걸어보고 싶지 않으셨나요? 비어 있는 그 풍경 안에 나를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는지... 

마지막으로 간 장보고 기념관. 장보고는 완도의 대표 상품이에요. 어딜 가나 장보고가 빠지질 않죠. 장보고 마트, 장보고 공원, 장보고 모텔... 이곳은 자원 봉사를 여러 번 한 덕에 가장 자신 있는 곳이었어요. 물이 빠진 시간이었다면 실제로 청해진이 설치되었던 장도에 들어가서 목책도 찾아보고, 장보고의 기상도 느껴보고,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좀 아쉬웠어요. 함께 오신 분들 슬슬 지쳐가는 모습이었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이었나요?

돌아다니다 보니 완도를 구석구석 구경하기엔 하루가 넘 짧다 싶더라구요. - 옆에서 이 문장 쓰는 걸 본 우리 아들은 엄마 없는 하루를 보내느라 엄청 긴 시간이었다네요. 하하하. (화가 났었기 때문에 빨강 글자로 하랍니다.) 그래서 순오기 님이 너희들 책선물까지 하셨잖니? -  어제 오신 분들 모두, 눈과 마음에 완도의 아름다운 풍경 가득가득 담아 가셨기를 바래요. 나중에 기회 되거들랑 청산도나 보길도 같은 진짜 섬으로 떠나는 문학 기행도 계획해 보시구요.  

걷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 하루 종일 걸어다녔더니 너무 피곤해서 아이들 밥 먹이고는 바로 쓰러졌다가 아침 일찍 일어났어요. 순오기 님은요?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9-10-25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완도문학기행 가셨더랬군요.
너무너무 부러워요. 꼭 가보고 싶은 곳.^^
님도 걷는 것 싫어해요?ㅎㅎ

소나무집 2009-10-25 15:07   좋아요 0 | URL
꼭 오세요.
완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러요.
님도 제가 이사 가기 전에 오시면 안내해 드릴 수 있는데...

순오기 2009-10-2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문자에 '아이구 다리야~ '하셨길래
회원들한테 다리 아픈가 물어봤더니 아무도 없던데요.^^
아하~ 걷는거 싫어하는구나, 어제 멤버들은 나랑 같이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들 너무 너무 좋았대요. 고생하셨어요!!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훌륭한 해설'은 내 옆에 앉은 멋쟁이 여행전문가의 표현이었어요.
어제 천지간 조금 읽다가 졸려서 잤어요~
오늘은 밀린 리뷰 숙제하고 후기는 월욜에 올려야할 듯...

소나무집 2009-10-25 15:07   좋아요 0 | URL
저도 버스에서 내렸을 때까지는 다리 아픈 거 몰랐어요.
버스 내린 데서 택시 타려고 기다리는데 안 오더라구요.
그래서 집까지 한 20분 걸어 올라왔더니 그게 피곤을 부추겼어요.^*^
걷는 거 싫어하지만 걸을 기회가 생기면 또 열심히 걸어요.
후기 기대하고 있을게요.

하늘바람 2009-10-2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넘 부러워요 순오기님 저도 완도 넘 가고 픈데
그것도 소나무님 사실 때에 말이에요. 흑흑 이건 불가능한일이 될게 뻔하니 부러워 죽을 지경이에요.
참 멋지네요. 특히 정도리~
어쩜 돌이 저리 몌쁘게~

소나무집님은 서울 오심 언제 한번 뵈어요

소나무집 2009-10-26 07:13   좋아요 0 | URL
님, 알라딘에서 완도 투어 모임을 결성하는 건 어떨까요?
완도 가실 분 없나요~~~~
오신다 하면 또 안내는 제가 맡아놓고 해 드릴 텐데...
순오기님 오신 날은 날씨도 정말 좋아서
여행하는 기분 최고였어요.

무스탕 2009-10-25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완도는 언제고 꼭 한번 가봐야 겠어요.
그것도 시간 널널하게 많이 갖고 계획 잡아서요!!

소나무집 2009-10-26 07:14   좋아요 0 | URL
최소 1박 2일로는 오셔야 여유 있어요.
오신다 하면 믿을 수 있는 숙박, 식당 정보 다 드릴게요.

아영엄마 2009-10-25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신 분들도, 소나무집님도 추억으로 남을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
저도 한 번 가서 님 만나뵙고 싶은데 가기엔 너무 먼 곳이라 부러움이 가득~ 입니다.

소나무집 2009-10-26 07:15   좋아요 0 | URL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언제든 아이들하고 여행할 수 있기를 바래요.

순오기 2009-10-26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도투어~~ 하면 좋겠네요.
내가 후기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이벤트가 조성될 수도 있겠어요.ㅋㅋ
정도리 구계등의 솨르르 솨르르~ 그 소리가 귀에 들려요.^^

소나무집 2009-10-27 00:00   좋아요 0 | URL
너무 멀어서 진짜 오시는 분은 없지 않을까요?
순오기님도 정도리 구계등 정말 좋으셨지요?
후기 기다리고 있어요.

꿈꾸는섬 2009-10-27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도 다시 가보고 싶어요.ㅠ.ㅠ
보길도는 여러번 다녀왔는데 완도는 제대로 구경을 한 적이 없네요.
순오기님, 소나무집님 좋은 시간 보내신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다시 가봐야죠.^^

소나무집 2009-10-28 00:21   좋아요 0 | URL
님, 꼭 그렇게 하세요.

같은하늘 2009-10-27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시간 가는줄 몰라요.ㅎㅎ
완도는 한번도 못 가본 곳인데 '정도리 구계등'이라고 한 저 사진 정말 멋지네요.
소나무집님께서 완도는 잠시 가 계신곳인가봐요?
언제까지 거기 계시나요? 한번 꼭 가보고 싶네요.^^

소나무집 2009-10-28 00:22   좋아요 0 | URL
완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아요.
꼭 한 번 오세요.
남편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서 올해 안에 이사를 할 예정이랍니다.
 

한잎의 여자(女子) 1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한 잎의 여자> 중에서  -  문학과지성사

****  물푸레나무는 나뭇가지를 꺾어 물에 담그면 푸른 물이 우러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규원 시인(1941~2007)

인물사진

경남 밀양 출생. 동아대 법학과 졸업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교수.

시인은 세상을 떠나기 전 제자의 손바닥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남겼다.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 본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09-10-2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자의 손바닥에요?

소나무집 2009-10-25 08:07   좋아요 0 | URL
네. 그랬다네요. 죽음 직전에요.

순오기 2009-10-23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용택시인이 요 시에 홀딱 반해서 시집을 항상 들고 다녔다죠.^^

소나무집 2009-10-25 08:07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완도 여행 즐거우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