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날 수 없어 맹앤앵 그림책 7
캐서린 쉴리 지음, 레베카 엘리엇 그림, 임숙앵 옮김 / 맹앤앵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그림책 속에는 성향이 완전히 다른 펭귄 쿠엔틴과 빌리가 나온다. 이 두 친구를 보면서 바로 우리 딸과 아들이 떠올랐다. 딸과 아들이 아주 다른 성향이기 때문이다. 딸은 쿠엔틴처럼 모범생 기질이 다분해서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들은 빌리처럼 거칠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한마디로 모범생과는 거리가 먼 아이다. 

아들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건 내 아이들은 당연히 모범생이 될 거라는 전제를 하며 살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얌전했던 유아기를 지나자마자 변신하는 아들이 부모 공부가 덜 된 엄마의 눈에 문제 투성이로 보였다.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도, 고집이 센 것도, 대꾸를 잘 하는 것도, 본인 하고 싶은 걸 우선 하는 것도... "쟤는 도대체 왜 저런 거야?"

아들을 초등학교에 보내놓고 일 년 동안은 엄마인 내 방식대로 만들어 보려고 애도 많이 쓰고 갈등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는 동안 아들과의 관계만 나빠졌다. 결국 내가 낳았지만 아들과 딸이 다르고, 엄마인 내 성향과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이게 당연한 진리인데, 난 미련스럽게도 온갖 진통을 겪은 후에야 깨달았다.

내가 생각을 바꾸고 나니 집안에 평화가 찾아왔다. 부정적으로만 보였던 아들의 똑같은 행동들이 긍정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늘 지청구의 대상이었던 손으로 뭔가를 꼼지락꼼지락 만지는 버릇도 손재주가 있으려나 보네, 하는 쪽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딸과 아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정작 나를 엄마로서 더 시각이 넓어지게 만든 건 아들이었다. 나와 다른 성향의 아들을 키우면서 손바닥 앞면뿐만 아니라 뒷면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세상에는 모범생이 아니어도 더 다양한 생각과 재주를 가지고 멋지게 자라나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아들이 엄마에게 한수 가르친 셈이다. 

얌전하지 못하다고 선생님께 혼나고 집을 나가버린 빌리와 갈매기한테 깃털도 부리도 있으면서 날지 못한다고 비웃음거리가 된 쿠엔틴. 하지만 빌리와 쿠엔틴은 갈매기처럼 하늘을 날 수는 없지만 바다 속에서는 새보다 더 멋지게 날 수 있다는 사실. 빌리는 수영을 잘하지만 쿠엔틴은 수영은 못해도 바닷속에 있는 신기한 생물들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것. 

이렇게 서로 다른 걸 인정해줄 때 더 멋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뭐든지 내 아이가 옆집 아이와 똑같이 잘하길 바라는 엄마와 4세 이상 유아와 초등 저학년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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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9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12-15 09:4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책과 연애하다’라는 이벤트 제목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남자들이었다. 20대 내 주변에서 서성거렸던 남자들에 대한 기억.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하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지만 나의 20대를 기쁘게도 우울하게도 만들었던 추억 속의 그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대학 시절 나는 좀 과격하고 터프한 걸 멋있어라 했다. 취향도 성격도 여성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탓에 남자들이 내 주변에 있을 때 난 ’연애’라는 말을 몰랐다. 그래서 그들이 내 주변을 맴돌며 연애와 관련된 신호를 보냈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난 그 남자들이 항상 있는 사람들인 줄만 알았다. 학교에 가도, 집에 가도(오빠가 다니는 학교 주변에서 오빠랑 자취한 덕에) 남자들이 들끓었으니까.

책과 연애한 이야기를 하라는데 뜬금없이 남자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학 시절의 난 책을 읽는 것도, 책을 사는 것도 참 좋아했다. 돈이 있으나 없으나... 지금도 그 버릇 못 버리고 있지만. 그래서 내 주변을 서성대던 남자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나를 어여삐 여겼거나 혹은 내가 좋아했던 그들에게 내가 준 건 마음이 아닌 책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책은 내 인생의 가느다란 소통로이면서 지치지 않는 중매쟁이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혼한 이후 거의 들여다본 적이 없는 김지하, 양성우, 신경림, 박노해, 김광규, 황지우... 등의 시집은 지금도 여전히 나의 책꽂이 몇 칸을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시집은 80년대 대학 주변 서점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고, 우리는 투사가 아니어도 이런 시인들의 시집을 주고받았다. 꺼내 볼 것도 아니면서 지금껏 그 책들이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은 제목만 바라보아도 문득 문득 떠오르는 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아련하게라도 추억하고 싶은 젊은 날이.  

시인이 될 것도, 시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도 시를 읽던 그 시절 문지나 창비 시선은 돈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생의 마음을 전하기에 딱이었다. 지금이야 시집 한 권에도 만원 가까이 하지만 20년 전에는 학교 앞 서점으로 달려가 2000원이면 유명한 시인의 마음과 인생을 통째로 내 것으로 만들 수도, 시인의 마음인 척하며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전할 수도 있었다. 늘 나에게 친절했던 선배나 동기들에게 메모 한 줄 써서 내밀 수 있었던, 사소했지만 아름다운 물건, 그게 바로 시집이었다. 

남자들이 우글대던 대학을 졸업한 후 나의 본격적인 연애는 짝사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슬프게도 정작 내가 진짜 연애를 하고 싶은 남자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거나 이미 연애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찍이서 바라만 보았던 남자들과 나 사이에도 늘 책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남자랑 연애를 한 것이 아니라 남자들에게 선물할 책과 연애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쓸쓸하거나 외로운 마음을 가득 담아 밑줄을 긋고, 또 메모를 하면서...

K를 처음 만난 곳은 광화문 교보문고였다. 책보다는 정치, 경제에 더 관심이 많은 K에게 난 늘 문학과 작가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그는 내 이야기를 들으며 소리 없이 웃기만 했다. 지금 그가 기억나는 것은 헤어지던 날까지도 난 그에게 책을 선물했는데 어색하게 그 책을 들고 지하철을 타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왜 그리 미련스럽게 책을 선물했는지... 만약 책이 아닌 다른 것을 선물했다면 나의 연애는 좀더 일찍 성공했으려나? 

또 한 남자, 짝사랑인 줄 알면서도 끈길지게 내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던 S는 오빠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오빠를 통해 S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알고 있던 나는 그가 다니던 회사로 책을 보내기 시작했다. 매달 똑같은 책 두 권을 사서 한 권은 S에게 보냈고, 한 권은 내가 읽었다. 그리고는 전화를 걸어 그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곤 했다. 꽤 오랫동안 책을 보냈던 것 같은데 무뚝뚝한 그가 내게 건네준 건 쓸쓸함뿐. 그런데 지금도 알 수 없는 건 왜 S가 책 보내지 말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한 건지... 결혼하기 전에 물어봤어야 하는데. 여기저기 뜨르르르 소문났던 그 짝사랑은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야 끝을 맺을 수 있었다.  

내가 남자들에게 선물했던 수많은 책들을 생각하면 책선물을 받은 적은 의외로 많지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신촌 홍익문고 2층이었는데 지금도 있나 모르겠다.) 그의 손엔 책이 들려 있었고, 내게 책을 먼저 선물하는 선수를 쳤다. 오우, 세상에! 내가 그토록 책선물을 하며 연애를 걸고자 했던 남자들은 다 떠나갔는데 나에게 책선물을 하며 연애를 걸어오는 남자가 있을 줄이야! 음, 인연은 따로 있었음이야! 책은 그렇게 내 곁에서 나의 마지막 연애를 더 따끈따끈하게,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결혼과 함께 나는 더이상 남자들에게 책선물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책과의 연애가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하며(알라딘 플래티넘 멤버십을 일년 내내 유지할 정도로) 책과 연애중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나의 연애사에 줄기차게 함께 했던 책들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꼭 해줘야 할 것 같다. "책아,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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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12-0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이맘때쯤 어쩌다 눈에 띈 인터파크 이벤트를 보고 올렸던 글인데,
거기는 지우고, 여기에 옮겨놓는다.

순오기 2009-12-08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0공원에서 봤었지만 다시 봐도 역시 즐거운 책과의 연애사!^^
책이 없었다면 어찌 살았을꼬? 앞으로도 물론이지만요~~

소나무집 2009-12-09 11:2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에요.

같은하늘 2009-12-08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의 연애사 참 재미납니다.^^
몇년전에도 홍익문고 있는거 봤는데 지금은 모르겠네요.
책이 정말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만들어주니 저도 고맙다 해야겠어요.^^

소나무집 2009-12-09 11:28   좋아요 0 | URL
그죠?
특히 알라딘에서 만나는 분들은 책과는 뗄 수 없는 인연들이지요?

2009-12-09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12-10 14:3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즐겁지용?

2009-12-10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12-1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나요.^^ 인연이 따로 있었다는 님의 말씀 공감^^
 

13일 이사를 앞두고 있어 심란하다. 남편은 이주간의 해외 출장에, 한 주는 집 보러 다니고, 또 한 주는 집계약에 돈 빌리러 다니느라 한 달째 못 내려오고 있다. 난 완도에 앉아 전화로 지시하고 결정하고... 몸은 편안한데 마음은 무지하게 심란. 한달음에 달려가기엔 서울도 원주도 멀기만 하여 남편의 눈과 마음을 믿으며 모든 걸 맡기고 있다.

어제 아침 싱가폴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은 쉬지도 못하고 원주에 가서 그동안 가계약 상태였던 집을 정식으로 계약하고, 대출 문제까지 해결했다. 시끄러운 은행에서 전화로 오랫동안 삼각 상담(은행 담당자와 남편과 나)을 한 후 서울로 간다면서 다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끊고 앉아 있는데 마음이 울적해져서는 방에 들어가 잠시 누웠는데, 돈 없는 것도 남편이 안 오는 것도 다 서글퍼져서리 눈물이 나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데 눈물은 계속 나오고... 전화해서 누군가에게 위로라도 받고 싶은데 6시가 넘어가고 있으니... 아줌마들은 저녁 준비할 시간이겠구나 싶어 포기... 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던 딸아이를 불렀다. 

"딸아, 엄마가 눈물이 난다. 우리집엔 왜 이렇게 돈이 없냐? 자꾸 우울해진다야." 했더니 울 딸, "엄마 너무 슬퍼하지 마. 우리가 돈은 없지만 여행 많이 다녀서 마음이 넓어졌잖아. 엄마, 괜찮아!!!"  

아우 참, 딸의 이 한마디에 눈물이랑 웃음이 동시에 나왔다. 우리가 여행 다니느라 돈을 못 모으는 줄 아는 딸. 

다시 내 말, "아빠가 피곤하다고 하길래 내려오지 말랬더니 진짜 안 오고 서울로 가는 거 있지! 혹시 아빠 올지 몰라서 샤브샤브 해 먹을려고 고기 사다 놨는데... " 울 딸, "엄마, 그랬어? 내가 나중에 아빠 교육 단단히 시켜줄게. 엄마 속마음을 들여다보라고..."

딸이랑 이야기하는 동안 마음이 좀 풀려서는 아이들이랑 샤브샤브 칼국수해서 배 뚜들겨가며 늦은 저녁을 먹었다. 딸, 저녁 먹으며 하는 말, "엄마 우울증 걸리면 큰일 나. <화려한 거짓말>에 천지도 우울증 걸려서 죽었잖아." 그래서 또 웃었다. "알았어. 너 같은 딸이 있으니까 우울증 걸릴 일은 없겠다!"  이러면서 웃고...

어젯밤 잠든 딸 옆에 누워서 위로받을 딸이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하던지, "고마워, 딸아!" 소리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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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0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딸이 크면 친구가 돼서, 불행하게도 남편보다 훨 나을 때가 무지 많아요.^^

소나무집 2009-12-06 22:47   좋아요 0 | URL
울 딸 열두살인데 벌써 남편보다 제 마음 알아줄 때가 더 많아요.^*^
님은 딸이 둘이나 있어서 더 좋지요?

세실 2009-12-05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억만금을 주고도 바꿀수 없는 예쁜 아이들이 소중한 재산이죠. 뭐 나중에 자식 덕 보고 살면 되잖아요. 쿄쿄쿄

소나무집 2009-12-06 22:48   좋아요 0 | URL
우리 세대에서는 진짜 자식 덕 보는 건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도 잘 키워놓고 덕 좀 보고 싶기는 해요.ㅋㅋㅋ

꿈꾸는섬 2009-12-05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에게 딸이 꼭 필요하다잖아요. 그 역할 톡톡히 해내니 더 예쁘고 사랑스럽네요. 엄마 마음 헤아려주는 딸이 부럽기도 하구요. 이사 준비로 너무 분주하시겠어요. 힘내세요.^^

소나무집 2009-12-06 23:17   좋아요 0 | URL
이것저것 걱정되는 일들은 많은데 부부가 늘 잘 되겠지주의자다 보니 함께 있으면 즐거워요. 요즘 남편이랑 수다 떤 지가 오래 돼서리 더 울적했던 것 같아요.

마노아 2009-12-0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으면서 제가 다 위로가 되는데 소나무님은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요. 이렇게 속깊은 딸내미가 있으니 소나무님은 참으로 부자세요. 여행으로 마음이 넓어졌다는 표현도 정말 근사해요. 제 마음이 다 넓어집니다.^^

소나무집 2009-12-06 22:53   좋아요 0 | URL
울 딸이 속이 좀 깊기는 해요.
제가 늘 끼고 살면서 엄마의 깊은 속을 다 보여줘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 딸 표현대로 되려면 돈 없어도
아이들 마음을 더 넓혀준다 생각하고 여행은 계속 다녀야 할듯 하네요.

2009-12-06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6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9-12-0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정말 의젓하고 대견하네요.
우리 딸도 그렇게 컸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소나무집 2009-12-06 23:36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민이네 삼남매도 엄마 마음 헤아리면서 잘 클 거예요.
님이 자연 속에서 잘 키우고 있잖아요.

치유 2009-12-0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권도 심사는 잘 마쳤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들어왔더니 이사날짜가지 잡으셨군요..
이래 저래 맘스시고 애스셨을 남편분에게 위로해드려야겠네요.

옆에 이런 딸이 있다는것은 행운중의 가장 큰 행운일거에요..아는 사람만 알지요??ㅋㅋ
기특하고 대견스럽고 그래요..그냥 듣기만 해두요..여행은 맘을 넓게 해주는게 확실한것 같아요.

샤브샤브 셋이서 맛나게 배부르게 먹고 평온한 모습으로 잠들었을 모습들이 참 이쁘다오^^_.

무슨 아파트 몇동 몇호에여??
오후 늦게나 도착하시겠네요..

소나무집 2009-12-07 16:53   좋아요 0 | URL
아이들 기말 시험 끝나는 거에 맞춰서 이사 날짜 잡았는데 시험이 일주일 미뤄져서는 결국 시험도 못 보고 이사 가게 생겼네요. 원주는 이번 주에 볼 것 같은데 울 얘들 기말 시험 없이 학년을 마칠 듯... 딸이 있는 사람만 그 마음 알지요?^*^

2009-12-07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09-12-08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두살 딸아이가 속이 참으로 깊네요. 부럽부럽~~~
전 님들이 딸자랑 할때 정말 속상한 사람이랍니다.^^
마음 편하게 이사 잘하시길 바래요~~~

소나무집 2009-12-10 09:12   좋아요 0 | URL
동생하고 싸울 땐 아기 같아요.
고마워요.

2009-12-09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12-09 11:26   좋아요 0 | URL
^^
 

지난 주말에 대학 선배 부부가 다녀갔다. 20년 만에 만난 선배님이시다. 한 학번 위 85학번인 그 선배는 학교 졸업 후 작년까지는 단 한 번도 기억 속에 떠올려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 선배와의 인연이 이어진 건 작년 어느 날 알라딘을 통해 날아온 메일 한 통 때문이었다.  

서평을 쓰다 보면 가끔은 책을 편집한 사람들로부터 감사 메일을 받곤 했는데, 메일을 보낸 사람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이름이 특이해서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그런 이름이었기에, 혹시나 싶어 학교와 학번을 확인하는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그 선배가 맞았다. 하지만 그 선배에게 나는 기억나지 않는 후배였다. 나는 그 선배가 이름을 읊어대던 누구 누구 옆에 조용히 서 있던 아이였으니까.

학교 다닐 적 그에 대한 기억은 시를 쓰는, 무서운 선배였다는 것뿐. 신입생 환영회하는 자리에 나타나 군기 확실하게 잡더니 학교 다니는 동안 내내 후배들 갈구는 역을 도맡아 했다. 이런 선배는 어디나 있더라만. 그러니 그 선배 그림자만 보여도 멀리 돌아서 다니곤 했다. 눈에 띄면 불러세워놓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데모하러 가자, 술 먹으러 가자 그러고, 그때는 그게 참 싫었다. 

학교 졸업하고 그런 선배가 있었다는 사실도 잊었더랬는데, 메일을 받은 이후 가끔 전화가 왔다. 존대말도 낮춤말도 아닌 어정쩡한 말로 나누는 간단한 대화였다. "신간 나왔는데 서평 좀 써 주쇼." 뭐 그런... 그리고 말끝에 빠뜨리지 않고 하는 말이 있었다. 완도에 오고 싶다고. 

그 선배는 오랫동안 다니던 출판사를 나와 지난 봄에 출판사를 차렸다. 처음 그 소식을 전해 왔을 때 이 어려운 시기에 출판사를 차리면 힘들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책을 고르는 안목이 남달라서인지 다행히 내는 책마다 반응이 좋다고 싱글벙글이다. 알라딘에서 내가 부탁한 몇 분이 신간 서평을 써주시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늘 고마워하신다. 

그 선배가 지난 토요일 아침 진짜로 완도에 왔다. 선배를 집으로 부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남편도 해외 출장을 가는 바람에 내려오지 않았고, 학교 다닐 때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했던 사람인고로... 그런데 완도라는 전화 통화 끝에 "현대아파트지, 지금 갈게." 그래서 20년 만에 집에서 대면하게 된 선배다. 아침 시간이라 청소는 물론 안 했고, 나도 세수만 간단히 한 어수선한 꼴로. 

그런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선배의 태도가 자주 만나던 사람 같았다. 전화 통화할 때는 어정쩡했던 대화도 편한 대로, "아들 녀석은 왜 안 보여?" 이런 식이었다. 속으로 살짝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 한마디에 긴장이 풀어진 나도 바로 아줌마 근성이 나왔다. "선배님, 못 생긴 건 여전한데 살이 좀 찌셨네요. ㅋㅋㅋ "  이게 내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던 선배와의 첫 대화였다.

아침을 먹었을 리 없는 선배 부부를 위해 콩나물국을 끓이고 달걀찜을 해서 부랴부랴 아침상을 차렸다. 반찬도 없는 밥을 부부가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선배는 여직껏 독신으로 살다가 작년에야 부인을 만나 지금 같이 출판사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사모님이라고 불렀더니 나보다 세 살이나 어리다며 오히려 날 언니라고 불렀다. 

하루 동안 완도 구경도 시켜주고 같이 밥도 먹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내가 그 선배에 대해 제대로 아는 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변했을 수도 있지만 그 선배는 마음이 여리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학교 다닐 적 후배를 불러세우고 까칠하게 굴었던 것도 다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이번에 만나지 않았다면 학교 다닐 적 모습 그대로 그 선배를 기억했을 텐데... 소중한 만남, 알라딘 덕에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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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2-0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을 통해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 거였군요.^^ 좋은 인연 되시길 바래요.^^

소나무집 2009-12-04 18:59   좋아요 0 | URL
네. 학교 다닐 때는 무서워서 피해 다니기만 하던 선배였어요.
봄에 필동 한국의집에서 전통혼례로 결혼식 올린다고 해서 가보려고 해요.

같은하늘 2009-12-04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만남 아름다운 인연이 이어지시길 바래요.^^
태그를 보니 이분이 맹앤앵 대표님이신것 같네요.
저도 한권 구입했는데 재미있고 다른 책들도 좋아 보인다고 전해주세요.^^
그나저나 이사가신다고 하시는것 같던데 마음이 많이 바쁘시겠어요.
소나무집님이 완도 계실때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ㅜㅜ

소나무집 2009-12-05 11:07   좋아요 0 | URL
네, 맹앤앵 대표 맞아요.^^
사람이 나이가 들면 변하긴 하나 보더라구요.
부드러운 남자가 되었더라니까요.
같이 온 부인도 마음에 들고...
네, 이사 가기 전에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아쉽네요.
제가 원주로 이사 가니까 그곳으로 놀러오세요.

순오기 2009-12-05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20년만에 만나는데 집으로 불쑥 올 수 있다는 건 학교 선배라 가능하죠.^^
콩나물 국 달걀찜을 부랴부랴 해서 상차린 님도 맘이 따뜻하고요.
13일 원주로 가신다고요? 얼마 안 남았네요~ 원주엔 극장은 있겠죠.^^

소나무집 2009-12-05 11:37   좋아요 0 | URL
그런 것 같아요.
친하게 지내진 않았지만 몇 년 동안 멀찌감치서라도 얼굴 보며 살았던 선배니까. 미리 집으로 온다고 했으면 준비하느라 더 스트레스 받았을 텐데 갑자기 오니 뭐 그런 스트레스는 없었어요. 드뎌 이사 가네요. 제일 먼저 영화 보러 가고 싶어요.

치유 2009-12-0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후배를 두셔서 맘 든든하고 좋으셨을것 같아요.

역시 그 선배님 안목은 띄어나신듯..

소나무집 2009-12-07 16:57   좋아요 0 | URL
배꽃님, 글 너무 잘 쓰신다고 동화 쓰시라고 전해 달랬어요.
 
교수대 위의 까치 - 진중권의 독창적인 그림읽기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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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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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9-12-0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찜해놓고 벼르고 있었어요..그러다가 토욜날도서관 갔더니 이미 대출중~! 으악~!!!

소나무집 2009-12-07 17:17   좋아요 0 | URL
기독교랑 성경을 전혀 모르다 보니 용어 같은 것들이 어렵더라구요.
서양 미술을 공부하려면 성경 공부는 필수일 것 같아요. 님은 저보다는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아요. 제가 가서 빌려 드릴게요.

2009-12-09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9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0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