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프레이야 > 염쟁이 유씨를 보고

 

일요일 오후 3시, 모처럼 '세모녀 연극보기'를 기획한 나는 뮤클에서 표 석장을 예매해 두었다. 이만오천원의 입장료가 부모님과 함께 3인이상이면 2만원씩으로 할인되었다. 극장은 집에서 가까운 모대학 콘서트홀이라 가기도 좋고 세모녀의 나들이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생이 배탈이 나는 바람에 엄마랑 둘이서 갔다. 현장에서 표 한 장은 다른 모녀에게 팔아서 다행!


연극배우 유순웅은 영화배우 유해진과 닮아 나도 처음엔 그사람인가 했다. 그런 착각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45세의 충청도 사나이, 그는 가까이서 보니 꽤 주름이 많았다. 하지만 아주 편안하고 소박한 인상의 주름이 일인 드라마를 하는 내내 얼마나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지, 피식피식 웃다가 나중엔 나도 흑흑 눈물바람을 했다. 젊은이들도 많았지만 우리처럼 모녀가 많이 보였다. 내 앞 좌석엔 초등5학년 남자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할머니도 있었다.


한 명의 배우가 15명의 역할을 한다. 아버지의 업을 마지못해 이어받아 염쟁이 일을 천직으로 살아온 유씨는 오늘 이 자리에서 마지막 염을 하려고 한다. 어느 젊은이의 가벼운 시신이 뭔가 특별한 인연으로 얽힌 것 같아 보인다. 일면식이 있었던 신문기자를 불러놓았고(사실은 관객 중에 한 사람을 지목하여 끌어들인다. 그래서 그는 이선생이 될 수도 있고 김선생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흰색 야구모자를 쓴 이십대 청년 이선생이 지목되었다.) 우리 관객들은 따라온 사람들 혹은 구경꾼이 되었다. 유순웅이 혼신을 다해 90분을 연기하는 동안 우리는 염을 하는 절차를 지켜보는 전통문화체험단이 되고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구구절절 들어주는 사람도 되고, 나중엔 하나밖에 없는 그의 아들 장례에 문상객이 되어 ‘아이고 아이고’ 곡성을 함께 내기도 한다. 율곡의 십만염병설, 동학의 염내천, 등 기발한 조어로 웃음을 주면서 '죽음'을 보내는 마지막 절차를 담당하는 ‘염’쟁이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 솜씨가 재미나다.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가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90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시신은 무서운 게 아니여, 산 사람이 무섭지. 산 사람한테서 나는 냄새에 비하면 시신에서 나는 냄새는 아무렇지도 않어. 그가 하는 말들이 하나하나 뼈가 있었다. 그가 염을 하여 떠나보낸 시신들의 종류도 다양하여 조폭두목에서부터 재산다툼을 하는 자식들을 둔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그네들의 이야기를 통해 냄새나는 산 사람들의 어지러운 군상을 보여주고 꼬집기도 한다. 중간에 등장하는 '장사치'는 장례절차도 장삿속이 된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한다. 시신을 소개해주면 십만원씩을 주겠다면서 관객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염쟁이는 그런 장사치와 드잡이를 하는데 혼자서 두명의 역할을 하는 장면에 배꼽 잡았다.

 

죽음을 두려워말고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고민하라는 그의 말은 투신자살로 생을 먼저 떠난 젊은 아들에 대한 애끊는 부모의 심정에서 절정에 이른다. 애미없이 너를 기르기 위해 하루도 염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 넌 인형을 만들어 놀고 있었지.- 그게 무신 인형이여? - 엄마 아빠 인형이야...

절절하게 죽은 아들을 그리며 아비로서의 한을 푸는 대목에서 나는 눈물이 흘렀다. 정성들여 손수 염을 하고 수의를 입혀 관에 넣고 떠나보내는 마지막 길에서 여기저기 눈시울을 닦아내는 사람들이 보인다. 옆에 앉아 계시던 엄마가 내 손을 꼭 잡으셨다.

죽으면 목숨은 떠난 줄 알겠지만 우리들 맺은 인연은 떠나갈 수 없는 거여. 

네가 이 생에서 내게 와줘서 고마웠다며 울부짖는 아버지의 울음. 가슴이 묵지근해지다가 흐르는 눈물로 씻기듯 후련해졌다.

 

잘 살아야겠다! 알지만 어떻게?

정성을 다하라’는 말이 가장 잊히지 않는다. 모두다 잊혀져도 정성만은 잊히지 않는 법이랬다.

설겆이를 하는 뒷모습에서 인품을 알 수 있다고 하는 염쟁이 유씨는 주검에 대한 정성, 삶을 보내고 죽음을 맞는 일에 대한 정성 그리고 삶을 살아내고 사람을 대하는 일에 대한 정성을 보여주었다.


연극이 끝나자 유순웅님은 밖으로 나와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참 겸손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러곤 다시 무대로 가서 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진을 찍었다. 나도 가져간 디카로 엄마와 셋이서 사진을 부탁했다. 잘 나온 것 같다. 요즘 부쩍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는 엄마. 난 그 나이가 아닌데도 그런데... 다음에 또 좋은 공연 있으면 감성이 풍부한 엄마랑 함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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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늘바람 > [퍼온글] 어린이책 세계를 이끌어 가는 두 작가 | 작가 이야기

http://blog.yes24.com/document/652704
지금이야 '칼데콧 상 받은 작품이다'라고 이야기하면 모두가 감탄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도 마찬가지다. 어떤 면에서 보면 출판사들이 의도적으로 상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어서 약간 꺼려지기도 하지만 일단 인정받은 책이라는 점에서는 눈길이 간다. 간혹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 책이 있기도 한데 그것을 가지고 상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은 조심스럽다. 문화라는 것이 모든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이해받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나와 정서가 맞지 않다던가 우리와 정서가 맞지 않는 것은 내가 보지 않겠다는 결정이 필요할 뿐이다.
 
그럼 과연 랜돌프 칼데콧이라는 사람과 케이트 그린어웨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해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두 사람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들이 남긴 작품은 여러 편이 있겠지만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있는 책은 한 권씩 밖에 없다. 작품이 여러 편이었다면 따로 소개를 하겠지만 어차피 한 편씩 밖에 없으므로 비교도 할 겸 같이 소개한다.
 
<<< 랜돌프 칼데콧(0846~1886) >>>
 
칼데콧은 윌터 크레인, 케이트 그린어웨이와 함께 빅토리아 시대 말기를 대표하는 영국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 3인방의 한 사람이다. 칼데콧의 그림책을 두고 모리스 샌닥은 '칼데콧은 그림과 글의 기막힌 조화를 처음으로 고안해 냈다. 글은 생략되고 그림이 말을 한다. 요컨대, 그것은 그림책의 창조였다."
 
돈과는 가장 무관할 듯 싶은 어린이 그림책. 하지만 그림책은 불행하게도 인쇄물 가운데서 돈, 그리고 기술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물건이다. 인쇄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컬러로 된 그림책 한 권을 만드는 데만도 천문학적인 경비와 기술이 드는 시대가 있었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차고 넘쳐 그림책으로 그 사랑을 표현하려는 화가가 있다 해도, 재력과 기술을 다 갖춘 '스폰서'를 만나지 못하면 화가의 재능은 세상의 빛을 볼 수가 없었다.

그토록 척박하던 시대에 숨은 공로자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에드워드 에반스라는 출판업자이다. 서민적인 화풍의 목판본 그림책으로 19세기 말엽에 이른바 '그림책의 황금시대'를 연 랜돌프 칼데콧도 이 에반스의 눈에 든 행복한 화가의 한 사람이다. 황금 시대의 또 하나의 거장인 케이트 그린어웨이가 귀족적인 화풍으로 어린이를 천사처럼 귀엽게 그려 내는 그림책을 보여 준 반면에 칼데콧은 웃음과 풍자가 가득한 서민의 모습을 주로 그려 당연히 대중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칼데콧은 1846년 영국 중부의 아름다운 도시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 정식으로 회화 수업을 받은 적이 없던 터라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습작을 하다가 1871년에 런던에서 발행되는 잡지에 풍속화를 그리면서부터 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1878년부터 세상을 뜨기 전까지는 구전 동요와 민요를 바탕으로 하여 해마다 두 권씩 그림책을 내놓는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다.

<칼데콧 상>
'근대 그림책의 아버지'로 불리는 랜돌프 칼데콧을 기념하기 위해 1938년 창설괸 그림책 상. 미국 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며, 전년도에 미국에서 출판된 모든 그림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그린 화가에게 수여한다. 칼데콧 상은 1권의 최우수상에게, 칼데콧 아너 상은 1~5권의 우수작에게 준다.
 
- 리브로 작가소개와 시공주니어 도서목록에서 -
<<< 작품 소개 >>>
* 익살꾸러기 사냥꾼 삼총사(시공주니어)

이 시기의 작품을 보면 대개가 목판 그림책이다. 당시에는 다양한 기법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목판 그림책은 이상하게도 편안함과 푸근함을 준다.
 
이 이야기는 <마더 구즈 이야기>에 나오는 한 이야기를 재구성한 책이라고 한다. 사냥꾼이 사냥하러 나갔다가 사냥은 안 하고 거의 놀다가 오는 그런 이야기로 내용이 썩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하긴 요즘처럼 구성도 다양하고 이야기 구조도 튼튼한 책을 먼저 접했으니 그럴 수밖에. 그러나 이 책이 19세기에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냥꾼 셋이 사냥을 떠난다. 그러나 그들이 진짜 사냥을 하기 위한 것인지 의심이 간다.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를 보고 한 명이 허수아비라고 하자 다른 한 명이 길을 잃은 농부라고 한다. 그야말로 익살스럽다.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반복되어 나타난다.
 

한 번은 칼라 그림이 나왔다가 다음 장에는 흑백 그림이 나온다. 그런데 사냥꾼이 들고 다니는 것은 사냥 도구가 아니라 악기다. 그것만 봐도 이들의 목적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글 속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제서야 모리스 샌닥이 이야기한 말이 실감난다. 글이 이야기를 끌고 가던 시절에 글에서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나타냈다는 것이 아마도 획기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지 말고 19세기라고 생각하고 봐 주길...
 
사냥을 하려면 숲이나 산으로 가야 하건만 이들은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일을 저지른다. 남의 집에 있는 바퀴를 굴려보내지 않나 데이트 하는 연인을 놀래주질 않나... 그래도 그들은 마냥 재미있단다. 보는 사람도 재미있긴 하다.
 
<<< 케이트 그린어웨이(1846~1901) >>>
 
영국 그림책의 효시인 케이트 그린어웨이(1846∼1901)는 런던에서 유명한 조판사의 딸로 태어났다. <런던 화보>의 일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그림 공부를 하였고, 딸의 그림 솜씨를 인정한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그린어웨이는 당대 인쇄계의 거장인 에반스를 만나게 된다.

현명한 에반스의 판단과 도움 아래 화가로서 뛰어난 재능과 문학적인 소질을 발휘하여 본격적인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게 된 그린어웨이는 그림책뿐만 아니라 알파벳을 가르치는 ABC 북, 달력, 카드 등 여러 분야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녀의 은 조악한 흑백 학습지가 대부분이었던 당시 아동 출판 시장에 천연색의 다채로운 이미지와 그림들을 선보여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그녀가 만든 발렌타인 데이 카드가 연인들 사이에 크게 유행하였다.

그린어웨이는 꽃, 나무, 초목 등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천진스런 어린이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관찰하여 부드럽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어 독자에게 현실감이 살아 있는 향수를 전해 주었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중세 독일의 전설을 소재로 삼아 유명한 낭만주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글을 쓰고 케이트 그린어웨이가 그림을 그린 19세기의 귀중한 그림책의 하나로, 신의 뜰에서 노는 것 같은 어린이들의 묘사가 이채롭고 의상이며 배경 모두가 복고풍의 귀족적인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초판을 목판 인쇄로 찍어 현대의 그림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목판본 그림책의 고전적인 맛이 흠뻑 배어 있다.

어린이에게는 꿈과 환상의 세계를, 어른에게는 어린 시절의 환상을 회상시켜 주었던 그린어웨이는 어린이와 어른들 모두에게 폭넓게 사랑받는 대중적인 작가였다. 

- 리브로 작가파일에서 -

<<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

케이트 그린어웨이를 기념하기 위해 1956년 영국 도서관 협회가 창설했다. 매년 영국에서 발행된 그림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그린 화가에게 수여한다.
이처럼 칼데콧 상과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은 모두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그만큼 그림책에서 그림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고 하겠다. 칼데콧은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후에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하는 바람에 상이 미국에서 제정되어 미국 사람 내지는 미국에서 출판된 책에만 수여한다. 아마 영국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림책을 이야기할 때 항상 나오는 사람이 바로 에반스라는 편집자다. 어느 책에서건 에반스가 없었다면... 이라는 말을 할 정도다. 책에 있어서 편집의 역할과 중요성을 짐작하게 해준다.
 
<<< 작품 세계 >>>
*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시공주니어)

이 책을 처음에 보고 도저히 19세기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이렇게 멋진 책이 있다니... 그것도 19세기에 말이다. 지금 보아도 전혀 뒤지지 않는 그림이 감탄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 책 역시나 목판으로 그렸다. 위에 소개한 책도 목판이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등장인물들의 의상과 배경 모두 복고풍으로 고급스럽다.
 
독일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영국의 유명한 시인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글을 썼다. 그래서일까. 읽으면 읽을수록 진한 맛이 우러나는 것이.

하멜른이라는 마을에서 가장 골칫거리인 쥐들. 고양이를 죽이고 개를 물고 심지어는 자는 아기까지 문다.
 

그런데 키 크고 마른 사람이 나타나 자신을 피리 부는 사나이라고 소개하며 쥐를 쫓아내겠다고 이야기한다.
 

너무 인상적인 피리 부는 사나이 모습. 반면 앞표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살고 있는 모습이다. 같은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책들이 여러 권 있지만 이상하게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른 욕심 많은 인간의 마음을 꼬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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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세실 > 책 읽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책 읽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책 읽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초등 3·4·5 학년 독서교육법

[조선일보]

독서교육에서 초등 3·4·5 학년은 아주 중요하다. 어느 시기이든 중요하지만 특히 이 시기는 독서에서 과도기 또는 전환 시기로서 부모나 교사의 적절한 지도가 꼭 필요하다. 비교적 쉬운 책에서 조금 까다로운 책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많은 아이들은 책읽기에 좌절감을 느낀다. 저학년 때 책을 좋아하던 아이들도 점점 책과 멀어지거나 흥미 위주의 만화만 보려고 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어 풍부한 배경지식을 쌓아야 하는 때이다. 특히 이 시기의 독서력은 학습 능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학업 성적이 너무 떨어져 고민인 중학생의 독서력을 검사해 보면 초등 4학년 수준에 멈추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이 시기에 적극적인 독서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1. 못 읽는 건지 안 읽는 건지부터 파악하자


책 읽기를 싫어하는지 책을 못 읽어서 자신감이 없는지 알아본다. 책을 싫어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책을 못 읽어서 자신감이 없는 경우라면 아이의 독서수준을 점검한 후 수준에 맞는 책을 읽어주도록 한다.


2. 독서수준부터 파악하자


아이가 자기 학년보다 낮은 수준일 경우 수준에 맞는 책을 읽고 이해하도록 지도를 하여 점차 독서 수준을 올려가도록 한다. 시중에 나온 상업용 책에 표시된 학년 수준 표시는 혼자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이라기보다 부모나 교사의 도움을 받아 함께 읽는 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이가 누구의 도움 없이도 혼자 읽을 수 있는 책은 보통 자기 학년보다 낮은 수준의 책이 된다. 즉 초등 4학년 아동이 지도 없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책은 3학년 수준의 책이 된다.


3. 제대로 읽는지 확인하자


초등 3·4·5학년 과도기 독서의 중요성은 바로 꼼꼼히 제대로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꼼꼼히 읽는다는 것은 대충 후딱 줄거리 위주로 읽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정독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각하면서 읽지 않으면 읽고 나서 내용을 물어도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대답을 못한다. 내버려두면 대충대충 읽는 습관이 굳어버린다. 텔레비전을 보고 자란 요즘 아이들은 책 읽는 것도 텔레비전 보듯이 눈으로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4.골고루 읽히자


이 시기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은 독서의 편식 현상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 읽고 싫어하는 책은 전혀 읽지 않아 독서에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과도기 아이들의 편독 현상이 반드시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 나름대로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생겼고, 그것을 계속 탐구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좋아하는 책도 즐기게 하되, 꼭 읽어야 할 책도 놓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억지로 싫은 책을 권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나니 주의해야 한다.


5. 책을 읽는 전략(방법)을 가르치자


학년이 올라갈수록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이런 아이들은 열심히 책을 읽었지만 조금 지나면 재생이 되지 않아 스스로 실망을 거듭하게 되고 심하면 열등감에 빠질 수 있다. 우선 어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책을 읽을 때마다 낱말의 뜻을 문맥 속에서 이해한 다음 낱말장에 그 뜻을 기록하여 수시로 보면서 암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글을 읽어가면서 “아, 이건 중요한 거야. 중요해, 꼭 외워 둬야지!” 하며 중요한 내용을 소리 내어 읽는 것도 하나의 기억술이다.


( 임성미 ‘독서논술, 초등 3,4,5학년 때 배워야 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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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세실 > 내 아이 책벌레로 키우는 법

내 아이 책벌레로 키우는 법
월간지 <레몬트리>3월호에 쓴 글입니다. (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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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로 키우는 뾰족한 수!!

1. 맞벌이 엄마
▶ 몇 권이 좋은지 아이와 함께 약속을 정하고 매일 읽어주자. 읽어주는 엄마의 품 안에서 아이는 행복을 느끼면서 책에 대한 애정도 생긴다.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 유아나 저학년은 옛이야기나 그림책, 그 이상은 역사책이나 인물이야기를 읽어주자
▶ 주말에 서점에 가서 아이가 원하는 책과 엄마가 권하는 책을 함께 골라 사주자. 읽어야 할 책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게 되고 고르는 안목도 점점 높아진다. 정기적으로 가야 좋다.

2. 만화책만 좋아하는 아이
▶ 만화책을 살 때 여러 가지 중에 골라보는 선택권을 준다. 장점을 말해보도록 하고 선택한 후에도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말해보도록 한다.
▶ 만화 주제와 관련 있는 동화책이나 지식 책으로 연결시켜 준다. 만화라는 장르보다 주제에 관심을 두도록 유도한다.
▶ 만화에 심취하는 시기가 있다. 너무 좋아할 때는 오히려 그냥 두고 보면, 바람처럼 지나가기도 한다.

3. 책 자체를 싫어하는 아이
▶ 아직 재미있는 책을 만나지 못했다. 주변에서 재미있다는 책으로 추천을 받아 아이에게 권한다.
▶ 영화나 드라마처럼 책 외부에서 관심사를 찾아 관련 책을 찾아준다. 아이의 호기심을 책으로 채우도록 돕는다.
▶ 책을 읽을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책 읽는 가족의 모습도 보여 주어야 하고, 집에는 아이가 읽고 싶은 책들이 곳곳에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4. 컴퓨터만 찾는 아이
▶ 컴퓨터는 아이들 스스로 자제하기 어렵다. 약속을 정해 활용 내용과 시간을 정해두고 꼭 지키도록 지도해야 한다.
▶ 블로그를 만들어 책 소개하기나 독후감 쓰기 게시판을 운영하도록 한다.
▶ 밖에서 하는 놀이나 활동, 가족 여행 등을 통해서 컴퓨터와 멀리하는 계기를 자주 마련해 준다. 읽은 책 이야기를 들려주며 여행한다.

5.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아이
▶ 정기적으로 도서관에 가서 책 구경을 실컷 하게 해준다. 관심분야끼리 모아져 있기 때문에 책 고르기가 쉽다. 도서관 인기 대출 도서를 찾아보아도 좋다.
▶ 어린이 잡지를 통해 다양한 호기심을 갖게 한다. 잡다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읽기 능력도 향상되고 자신의 관심분야를 찾게 된다.
▶ 어휘력이 부족하면 책을 읽어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학년 수준을 낮추어 쉬운 책부터 접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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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저녁 풍경 1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웠다. 아직 초저녁이지만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이 피곤이 몰려온다. 생각거리를 덮어두려고 아예 텔레비전 켠다. 리모콘을 돌리다 보니 어느새 세 시간이나 지났다. 밤이 깊었는데 두 아들 역시 거실 컴퓨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우스를 딸깍거린다. 소리를 질러 아이들을 야단치지만 조금만...이라는 단서를 덧붙인다. 늦게 퇴근해 들어오는 남편 역시 바로 눕는다. 그리고 리모콘을 가져간다.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우리 집 저녁 풍경 2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웠다. 머리맡의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한다. 거실에 틀어놓은 클래식 방송에서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큰 아이는 숙제를 하고, 작은 아이는 책을 읽으며 거실 바닥을 뒹군다. 다 읽은 책을 꽂아두려고 거실로 나온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읽은 책 이야기를 잠시 건넨다. 이번 주에 도착한 새 책 더미에서 한 권을 집어 든다. 큰 아이는 숙제를 마치고 인터넷에서 책을 골라 장바구니에 넣어 놓는다. 엄마의 조언도 듣는다. 잠자러 들어간 두 아이는 밤늦도록 읽던 책을 덮지 못한다. 늦게 퇴근한 남편도 침대에 누워 책장을 넘긴다. 시작이 좋았다.

교실 아침 풍경 1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바로 컴퓨터를 켠다. 교내 쪽지함과 이메일을 확인한다. 공문을 읽고, 오늘 업무처리를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모자란다. 아이들은 눈치껏 만화도 읽고, 숙제도 하고, 속닥거린다. 고개를 들고 보니 1교시 시작할 시간이다.

교실 아침 풍경 2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가방에서 책과 신문을 꺼낸다. 책을 읽다가 밑줄도 긋고, 키득거리기도 한다. 고개를 숙이고 몰두해서 읽는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무슨 책을 읽는지 너무 궁금하다. 가끔 읽은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생님 자리 주변에는 동화책과 소설책, 역사책들이 잔뜩 꽂혀있다. 모두 선생님이 보는 책들이다. 아이들이 원하면 빌려주기도 한다. 아이들도 자기 책들을 꺼내서 읽고 있다. 아침마다 책 읽는 교실은 차분하게 문을 연다.

똑같은 하루가 얼마든지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 그 하루하루가 쌓이면서 아이들은 참 많이 달라진다. 덕분에 엄마는 마음대로 텔레비전 보며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책꽂이에 책이 불어나는 것보다 엄마 아빠의 책꽂이가 더 크고 멋져야 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엄마 아빠의 책을 같이 읽을 때가 오기 때문이다.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억지로 텔레비전을 끄고 책을 읽으려는 희생을 해서는 안 된다. 그저 책 읽는 것이 휴식이고, 즐거움이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인문학 책을 같이 읽으면서 여행을 꿈꾸고, 소설 속 주인공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가. 읽은 책이 쌓여 가는 만큼 가족의 공감은 더욱 커져간다. 그 품에서 자란 책벌레 아이는 스스로 자신을 채워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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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세실 > 초등 고학년 독서! 이렇게 지도해보자

강백향선생님이 비룡소에서 발간한 2007-1학기 학급문고 목록에 쓴 칼럼입니다. 전국 모든 학교에 배부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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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상사가 그렇듯 학년이 올라가면서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로 ‘차이’가 생기게 된다. 저학년부터 책 읽기 습관이 몸에 밴 아이들은 바야흐로 독서의 즐거움에 흠뻑 빠지는 때다. 나날이 확장되는 호기심의 영역을 채우고자 도서관을 드나들며 책을 품에 끼고 산다. 심지어 청소년용이나 어른용 책까지 읽고 싶어 하는 욕구가 넘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책과 인연이 잘 닿지 않은 아이들은 읽기가 점점 어렵고 낯설어 아예 학원핑계, 컴퓨터 핑계를 대며 거리를 둔다. 얇은 책 한권도 미처 집중하여 읽지 못한다. 고학년 독서지도가 어려운 대목은 바로 여기에 있다. 개성이 다른 것은 물론이며 독서수준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해결방법은 아이들의 개인차를 존중하여 책을 권해주는 것뿐이다.

먼저 독서를 아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관심분야를 좀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해 주자. <비룡소 클래식>, <청소년 문학선>시리즈가 유익하다. 읽기 수준이 높은 아이들은 청소년 대상의 책들을 읽으며 자신의 독서영역을 확장해 가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또 역사나 지리, 경제, 과학 등의 다양한 분야로 관심영역을 넓혀 가면서 읽도록 도와주자. 그리고 미처 그 나이에 읽으면 좋은 책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주어야 한다. 수준만 높여 읽느라 또래 사이의 우정이나 환타지를 다루는 동화를 읽지 않고 사실적인 지식정보에만 치우치거나, 허구를 기반으로 하는 동화만 읽느라 세상에 대한 관심의 폭이 좁은 아이들도 있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아이들도 관심을 기울여보면 조언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또 잘 읽는 아이들이라면 일주일에 한 편 정도는 독후감을 써보도록 해보자. 독후감은 자신이 읽은 책을 얼마나 내 것으로 소화했는지 정리해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다음 책을 읽을 때 좀 더 정독하면서 내 생각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짧은 몇 줄이라도 마음에 남는 구절들을 써보도록 해보자.

그렇다면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어떻게 지도할까? 우선 수준을 낮추어 부피가 얇은 동화나 그림책을 소개해 주자. 단, 부담 없는 분량이지만 내용수준은 고학년 정서에 맞아야 한다. 친구들 사이의 문제를 다루거나 현실을 빗댄 환타지 동화처럼 수준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독서 수준이 떨어질 뿐 아이들의 정서는 고학년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세계를 담고 있는 여러 나라의 동화 <일공일삼 시리즈>가 적격이다. 또는 3,4학년 대상의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 3단계>를 권하는 것도 좋다. 읽은 후에는 독후감 공책 맨 앞에 표를 만들어  날짜와 제목을 적고 별 다섯 개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보게 하자. 읽을 때마다 별 표를 매겨보면 나름의 기준이 생기고 안목도 높아진다. 물론 감동이 큰 작품을 독후감으로 써보면 더 좋다.

고학년은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 때다. 가족이나 친구 때문에 방황 할 수도 있고 자신의 문제 안에 갇혀 세상과 손을 잡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본격적인 청소년기로 접어들기 이전의 아이들에게 독서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살면서 겪는 숱한 어려움으로부터 견디고 이겨내는 힘도 책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성장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이 무렵의 아이들에게 크게 공감 받는 것도 그 이유다. 책 정보가 담긴 도서목록을 가까이 두고, 아이들의 처지와 상황에 맞는 책을 권해주자.

사춘기 고민이 시작되었다면『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 가족이 해체되었다면『위풍당당 질리 홉킨스』,주의력 결핍장애 친구가 있다면『조이, 열쇠를 삼키다!』, 외로움에 떨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영모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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