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쓰고 춤춰요 세계는 내 친구 2
김삼현 그림, 국립한경대학교 디자인학부 기획 / 보림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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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포장을 뜯자마자 제일 좋아한 건 일곱 살 우리 아들이다. 항상 누나 위주로 책을 골라 불만이 많았는데 이 책은 분명 자기를 위한 책처럼 보였는지 "이 책 내 거 맞죠?"라고 물었다. 아이는 한 장 한장 넘겨가며 가면을 쓴 채 엄마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시오?" "곤니치와." "본 조르노!" 하고. 그러면 엄마도 똑같은 인사말로 대답을 해줘야 다음 나라 인사말을 한다. 눈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어 실제로 탈을 쓰고 있는 기분이 드는 모양이다. 아이는 아주 오랫동안 아홉 나라 여행을 꼼꼼하게 마친 후에야 책을 내려놓았다.

작은 책 한 권에 정말 많은 것이 들어 있다. 아홉 가지의 탈과 가면을 소개하면서 그 나라의 국기가 나오고 탈이 하는 역할을 소개하고 있다. 가면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고 세계를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준다. 기껏해야 안동 하해탈 정도에 익숙해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나라마다 독특한 모양의 탈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관심들 갖게 해주었다. 세상에는 '안녕하세요'나 'Good moning' 외엔 다른 말이 없는 줄 알았던 우리 아들 녀석 갑자기 세상 언어에 흥미가 생겼는지 세계 지도까지 들여다보며 인사말을 물어보는데 대답해줄 수 있는 말이 아들 수준하고 비슷하니 어쩌나 그래?

탈들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림들이 아주 사실적이다. 꼭 탈 박물관에라도 온 것 같다. 심술맞게 생긴 우리의 말뚝이탈은 못된 양반들을 골려주는 역할을 한다. 꽹과리 소리에 맞춰 금방이라도 어깨가 들썩들썩해질 것 같다. 새하얀 분칠을 한 일본 전통 가면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의 여자 주인공이다. 엄마의 선입견이 작용한 탓일까? 아이는 일본 가면이 제일 싫다고 말한다. 이탈리아의 익살꾼 광대 가면은 정말 우습게 생겼다. 이 가면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는 베네치아 가면 축제에 가서 이 가면극을 꼭 보고 싶단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마을을 지키는 조상신은 약간 섬짓한 느낌이 들어 누구든 함부로 침입할 수 없을 것 같다. 캐나다 콰키우틀족의 해를 가져다 준 갈까마귀 신의 탈은 어째 이리 친근한 느낌이 드는 걸까? 갈까마귀 탈을 쓰고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이 모습이 재미있다. 앙골라 초퀘족의 퓌탈은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예쁜 아가씨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 모습이 약간 무섭다고 했다. 서로 다른 미의 기준 때문인가...

과테말라의 용맹스런 전사 라비날 아치 가면극에는 고대 마야의 역사가 담겨 있단다. 팔자 수염 때문인지 얼굴 표정이 우리의 양반탈과 비슷하다. 인도네시아의 못된 용을 잡아먹는 가루라 탈은 팝업 탈이다. 크나 작으나 아이들은 팝업북이 좋은가 보다. 큰 아이마저 접었다 폈다 하며 관심 집중이다. 표지를 펼쳐 들면 콩고의 테케족 가면이 나온다.

유아에서 초등 저학년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작은 아이는 가면을 쓰고 노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초등 2학년 큰 아이는 가면에 대한 설명이 너무 적어 아쉽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각 나라의 가면을 초등 수준에 맞춰 자세하면서도 재미있게 소개하는 책이 나오면 더 좋을 것 같다. 펼치면 반원이 되고 접으면 사분의 일 원모양이 되는 이 책을 책꽂이에 어떻게 꽂아놓아야 할지 엄마도 고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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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2-05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리뷰 읽으면 늘...아,,님 머릿속에 계신 모든 것들을 몽땅 씩씩하니한테...옮겨오구 싶다 그런 생각이 들지뭐에요..
참 뜬금없지요.,님? 근대..정말 그래요..
어쩜 같은 책을 읽어도 이리 깊에 읽어내시는지...........참,,부럽기만,,쩝쩝..

소나무집 2007-09-04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하은이와 비토리아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12
이현경 글.그림 / 보림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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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아이에겐 유난히 보물 상자가 많다. 그 속에 들어 있는 걸 볼라치면 정말 하품이 나온다. 저런 걸 보물이라고 모으나 싶다. 그걸 동생이 건드리기라도 하면 야단이 난다. 아기 때 신발, 유치원 다닐 때 만들었던 목걸이랑 팔찌, 길에서 주운 반짝이는 돌멩이랑 도토리, 반짝이가 뿌려진 스티커랑 구슬, 친구가 접어준 종이학이랑 작은 수첩, 할머니가 한복에서 떼어낸 호박 단추, 엄마 핸드백 지퍼 장식, 고모한테 얻은 싸구려 선글라스, 심지어는 향기 나는 비누 상자랑 예쁜 캐릭터가 그려진 밴드까지...

여자 아이들은 예쁜 것만 보면 모으려고 한다. 그리고 수시로 꺼내 보며 상상 속에 빠져든다. 상자를 열어놓고 종알종알대다 엄마가 보는 것 같으면 얼른 상자를 닫곤 하던 딸아이. 난 하은이에게서 우리 딸아이의 모습을 본다. 아이들은 혼자 있을 때도 보물 상자만 열면 친구 하나쯤 만들어내는 건 식은죽 먹기다. 하은이가 자기와 닮은 친구 비토리아를 만들어냈듯이. 하은이의 밤에 비토리아는 낮시간을 사는 친구이다. 비토리아는 하은이와 머리카락 색깔만 다른 닮은 꼴이다. 생각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아이임에 틀림없다. 

잠이 안 오는 밤 하은이는 자신의 보물이 담긴 유리병을 들여다 본다. 유리병에서 꺼내 든 자개 빗은 하은이를 바다로 이끌고 바다 건너에 살고 있을 친구 비토리아를 불러온다. 바다 그림이 너무 화려하고 예뻐서 우리 딸아이가 홀딱 반했다. 화려하고 강렬한 푸른 빛깔들이 모여 향연을 베푸는 것만 같은 바다. 물고기랑 조개, 불가사리를 이렇게 예쁘게 그릴 수도 있구나 싶다.

많은 친구들과 놀다가 바닷속 동굴을 통과해서 만나게 되는 나비 그림도 환상적이다. 고운 빛깔에 우리 딸아이는 나도 이렇게 그리고 싶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떼와 함께 날아 돌아온 자유로운 세상, 그곳은 바로 온갖 보물이 숨겨진 하은이의 방이다. 아침이 오고 함께 손잡고 놀던 비토리아는 어느새 작아져 바다 건너 나라에서 잠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눈만 감으면 상상 속의 나라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아이들의 능력이 부럽다.

예전 우리 자랄 때만 해도 바다 건너 다른 세상에는 어떤 아이들이 살고 있을지 정말 궁금했다. 어쩌다 듣게 되는 외국에 대한 이야기는 동경 그 자체였다. 그러니 쉽사리 만날 수 없는 그 세상에 대한 상상은 자유로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외국과 외국 친구들에 대한 동경은 하지 않는다. 텔레비전이나 동화책에서 수없이 보고 듣고,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꿈속에서나마 만나고 싶은 존재라기보다 그저 조금 멀리 떨어진 이웃일 뿐이다.

그림이 너무 강렬한 탓인지 이야기는 아이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덜하다. 그림을 보고 이야기 작가가 글을 썼더라면 더 좋은 그림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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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11-3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의 달인이라고 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너무 잘 쓰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글을 예쁘고 똑부러지게 쓰시는 분을 보면 한없이 작아지는 저의 모습을 확인하곤 하는 데 오늘 그런 기분이 또 드는 군요. 읽고 싶어지고 울 아이들에게도 사주고 싶군요. ^*^

소나무집 2006-12-0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이 과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유치원생에서 1학년 정도에게 알맞은 책입니다. 님의 아이들에겐 유치할 것 같은데요.
 
대륙을 호령한 발해 - 장하다 우리역사
현무와 주작 지음, 한상언 그림, 윤명철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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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넘어 아시아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나아간 우리 역사를 통해 미래를 보는 눈과 자신감을 길러 주는 역사 바로 보기 시리즈.-표지쪽

우리 역사상 연해주를 차지했던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요? 우리 역사상 가장 영토가 넓었던 나라는요? 이 질문에는 고구려라고 대답하는 친구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답은 발해랍니다.-머리말쪽

중국의 의도대로 역사가 왜곡된다면 발해의 역사는 물론 고구려와 고조선의 역사까지 중국의 역사가 되고 말 것입니다. 발해는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이고, 고구려는 고조선의 영토를 수복하고 영광을 되찾기 위해 '다물 '정신을 바탕으로 강대하게 성장한 나라입니다.
이 책은 발해의 역사가 중국의 역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새 시대를 이끌어갈 어린이 여러분이 잊혀진 나라 발해를 다시 우리의 역사로 살려 내야 합니다.-추천의 말 쪽

당나라는 걸걸중상과 대조영이 나라를 세우는 것을 기를 쓰고 막으려 했던 큰 적이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적이 친구로, 친구가 적이 되는 것이 나라와 나라의 관계이다. 발해와 당나라의 관계도 그랬다.-24쪽

당나라와의 전쟁을 준비하면서, 발해의 대무예는 일본에 사신을 파견했다. 당나라가 신라와 흑수말갈까지 끌어들여 발해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일본마저 당나라나 신라와 손을 잡는다면 큰 위기가 닥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42쪽

발해는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이다. 그리고 신라는 당나라가 고구려를 멸망시킬 때 도왔던 나라이다. 따라서 언뜻 생각하면, 발해와 신라는 원수처럼 지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60쪽

발해의 주변에는 당나라와 신라, 일본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만주와 연해주 그리고 몽골 지역에는 말갈족을 비롯해 돌궐과 거란 같은 북방 민족이 있었다. 이 북방 민족 역시 발해의 중요한 외교 대상이었다.-78쪽

흔히 동양과 서양의 교역로 하면 ' 비단길'을 떠올린다. 그러나 어떤 학자들은 비단길 외에 '검은 담비 길'이라는 교역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검은 담비 길의 출발지가 바로 발해였다고 한다.-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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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쇼 선생님께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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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교 때는 아니지만 난 늘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그들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곤 했다. 그 중엔 학교 친구도 있고, 선생님도 있고, 수녀님이나 스님도 있다. 심지어 남편과도 수많은 편지를 주고 받은 끝에 결혼을 했다. 서로 다른 도시에 살다 보니 만난 횟수보다 편지를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탓에 만나서는 할 수 없는 말들을 편지는 가능하게 해 주었다. 그래서 더 솔직하고 더 세심한 내 감정들을 내보일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아줌마가 된 지금은 편지보다 손쉽게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들이 많아져서인지 아니면 그때보다 부끄러움을 덜 타서인지 편지는 거의 쓰지 않는다.

요즘은 편지를 주고 받는 아이들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전 친구의 3학년짜리 아들이 편지를 받아 왔다는데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같은 반 여자 아이 둘이 번갈아가며 편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3학년 수준의 연애 편지... 한 통을 읽어 보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그 속엔 교실에서 나눌 수 없는 남자 친구를 좋아하는 여자 아이의 속마음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어찌나 글을 간결하게 잘 썼는지 그 여자 아이를 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헨쇼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리 보츠는 정말 사랑스런 아이다. 전학 온 지 얼마 안 된 학교에서 맛있는 도시락을 도둑 맞는 일이 자꾸 생겨 학교도 친구도 쉽사리 정이 들지 않는다. 학교 숙제로 동화 작가에게 편지 쓰기를 하면서 알게 된 헨쇼 선생님은 리 보츠에겐 탈출구다. 힘든 일이 있을 때나 외로울 때 엄마 아빠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도 헨쇼 선생님께는 편지로 혹은 일기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 속에서 글을 잘 쓰게 된 리 보츠는 <아빠 트럭을 탄 날>이라는 글을 써서 상을 받고 좋은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된다.

리 보츠는 외로운 아이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인해 지금은 엄마랑 살고 있기 때문이다. 헨쇼 선생님께 쓰는 편지와 일기 속에 헤어져 사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이 묻어난다. 어렸을 때부터 키웠던 개 산적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아빠가 산적을 잃어버렸다고 했을 땐 정말 안타까웠다. 다행히 나중엔 산적이 돌아와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엄마도 아빠와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을 이해시켜려 한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겪는 한 아이의 심리적인 갈등을 정말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부모의 이혼은 아이들에겐 정말 큰 상처다.

아빠는 리 보츠에게 말한다. "넌 정말 훌륭한 아이야.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너를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게." 이런 말들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떨어져 살아서 엄마와 아들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빠는 다시 돌아와 리에게 사랑을 보여준다. 비록 지금은 떨어져 살지만 언젠가는 아빠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리의 마음속에 자리잡는다.

책을 읽는 내내 리가 편지를 쓴 헨쇼 선생님이 궁금했다. <개를 재미있게 해주는 방법>이라는 책이 정말 있는지도 한번 찾아보고 싶어졌다. 리가 편지의 말미에 쓰는 헨쇼 선생님과 자신의 관계를 드러내는 말들의 변화가 재미있다. 처음에 꼬마 친구에서 선생님의 friend, 선생님의 으뜸 독자, 선생님을 좋아하는 독자, 선생님을 존경하는 일등 팬, 충성스런 독자, 마음 상한 독자, 녹초가 된 독자, 투덜대는 리 보츠, 어째야 좋을지 헤갈리는 리 보츠, 고마워하는 독자, 선생님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독자 등 이 문구만 보아도 편지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맨 마지막 편지에서는 '선생님의 친구'라고 함으로써 '진짜 친구'가 되었음을 인정한다.

편지와 일기 속에서 바르게 성장해가는 리 보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성숙한 초등 3학년부터 편지와 일기 쓰기를 즐기는 모든 이들, 혹은 이혼을 생각하는 부모들에게도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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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11-2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지와 일기 속에는 우리들이 하지 못하는 말들이 담겨져 있지요. 좋은책을 읽을신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지. ^*^

소나무집 2006-12-02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정말 좋은 책이랍니다. 글 속에서 한 아이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이 느껴집니다.
 
수학 귀신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1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지음, 고영아 옮김 / 비룡소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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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이 책을 좋아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가 제목에 '수학'이란 단어가 턱 하니 들어가 있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온 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재미있다는 한마디에 바로 책을 주문했다. 아이는 수시로 책을 들여다보며 킬킬대곤 했다. 그래도 수학책인데 재미보다 공부 쪽에 더 가깝겠지 하는 생각에 쉽사리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나 역시 수학이라면 좋지 않은 기억이 많은 과목이니까. 더구나 만만치 않은 두께는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을 짓눌렀다.

이 책은 수학 공부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재미있게 지루하지 않게 가르쳐준다. '빨리 혹은 정확하게 계산하기'가 아닌 원리를 찾아내고 이해하도록 해준다. 수학이 지겨운 아이 로베르트의 꿈속에 나타난 수학 귀신과 나누는 간단한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과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냥 읽기만 해도 수학에 대한 흥미가 생긴다. 내가 수학을 공부하는 동안 선생님한테 이런 원리들에 대해 들은 기억은 거의 없다. 그냥 계산해서 답을 찾는 데만 급급했던 것 같다. 

껌 더하기와 껌 나누기로 배우는 무한히 큰 수와 무한히 작은 수, 깡충뛰기로 배우는 거듭제곱, 근사한 수 소수, 이치에 어긋나는 수 무리수와 제곱근, 삼각형 숫자와 정사각형 숫자의 비밀, 토끼 시계로 배우는 피보나치 숫자, 파스칼의 숫자 삼각형, 꼭지점 면 선을 통해 배우는 오일러의 공식 등 수학 귀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신기하기만 하다. 이게 다 뭔가 싶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것들임을 알게 된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숫자들 속엔 숨겨진 비밀들이 많다. 그 비밀을 로베르트와 수학 귀신이 꿈속에서 만나 하나하나 풀어 나간다. 로베르트의 수학 선생님 보켈 박사는 지겨운 계산 문제만 풀도록 한다. 그러니 선생님도 수학 시간도 지루하기만 하다. 하지만 수학 귀신을 만나 그 계산의 비밀을 알아낸 이후 로베르트는 그 계산 문제마저 재미있어 한다.

로베르트의 꿈속에서 수학 귀신을 만나다 보면 원리만 알면 수학은 결코 어려운 공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의 꿈속에도 수학 귀신이 찾아와 주길 간절히 희망할 것 같다. 수학을 잘하고 싶은 것은 모든 아이들의 희망이니까.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물론 싫어하는 아이들도 모두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더 좋아하게 될 것이고, 싫어하는 아이들은 그동안 수학을 싫어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 아이는 2학년인데도 재미있게 읽고 있다. 책읽기가 되는 아이라면 학년에 관계 없이 읽혀도 좋은 책이다. 어려운 이야기는 그냥 넘어가면 된다. 언젠가는 고개를 끄덕이게 될 날이 올 테니까. 엄마 아빠가 함께 읽고 수학의 원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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