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간 거울 창비아동문고 231
방미진 지음, 정문주 그림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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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 학생 시절을 늘 오빠의 그늘에 가려 살았다. 동네에서도 학교에서도 아무개의 동생일 뿐이었다. 더구나 공부도 잘하고 늘 학교 임원을 도맡는 오빠에 비해 난 정말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공부를 아주 못한 것도 아니었건만  집안의 주인공은 항상 오빠였다. 성인이 된 후 친정엄마 말씀이 둘째인 나는 정말 있는 듯 없는 듯 키웠다고 했으니 나에 대한 대우가 어떠했을지 알 만하다. 그런데 그 시절 난 그런 상황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속으로 불만이야  있었겠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대가족 사이에서 계집애인 내가 목소리를 높일 기회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이 간 거울>에 나오는 수현이는 누나이면서도 동생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경우이다. 수현이는 잘하는 것도 못 하는 것도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 착한 아이다. 하지만 동생 재현이는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척척 박사에 변호사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른들의 관심은 당연히 동생에게만 쏠린다. 집에서도 동생 중심으로 생활이 돌아가고 심지어는 선생님들까지도 수현이가 아닌 재현이 누나로 인식해준다. 수현이는 점점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어른들이 재현이를 들먹일 때마다 상처를 받는 수현이, 그때마다 우연히 문구점에서 훔친 거울에 금이 간다. 자기도 당당해지고 싶고 따뜻한 관심을 받고 싶지만 어른들에게 지극히 평범하고 착한 아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수현은 부모와 친구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고 느껴질 때마다 도둑질을 하게 된다. 도둑질을 하면서까지 관심을 받고 싶어했지만 아무도 수현을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도둑질이 반복되고 거울에 금이 가득해질 때까지 수현은 상처만 받는다. 사랑받고 싶은 수현의 마음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결국 수현은 일부러 선생님 지갑을 훔침으로써 자신의 도둑질을 만천하에 고한다. 들키고 싶어서 도둑질을 한 아이. 결국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되자 수현은 자신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날아가버렸다며 엉엉 소리내어 운다. 수현의 "드디어 들켰다!"는 한마디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이 책에는 표제작 <금이 간 거울>을 비롯해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오늘은, 메리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 모두 가족 관계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오빠의 닭>은 오빠가 학교 앞에서 사온 병아리가 커가며 성가신 존재가 되자 오빠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잡아 먹어버린다. 이로 인해 생기는 죄책감과 갈등을 여동생의 눈으로 보여준다.

<삼등짜리 운동회 날>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술만 좋아는 경비원 아버지가  창피해서 운동회 날 못 오게 한다. 딸의 마음을 알고 있던 아버지는 골목 근처에서 딸을 기다린다. 일부러 늦게 오는 딸과 친구 은경이에게 자장면을 사주러 간다는 이야기에 아버지 김만득 씨가 슬그머니 좋아졌다. <기다란 머리카락>도 우울한 가족 관계 이야기이다. 가족간에 서로 관심이 없다. 아무도 서로 눈을 맞추고 얘기를 하거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집안에는 알 수 없는 긴 머리카락이 늘어난다. 다행스럽게 모두 손에 손을 잡으면서 화해는 이루어진다.

자라면서 자신의 모습을 쉽게 드러내려 하지 않는 아이들과 멀어져가는 가족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섬뜩했다. 아직은 어리지만 내 아이들도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도 있고,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야기 좀 들어 달라고 비명을 지르기 전에 많이 안아주고 함께 해주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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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01-29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누구나 한번 쯤은 겪어본 직 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내가 이 집 아들이 맞을 까? 하는 의문부호. 하지만 수현이의 생각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네요.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이 없을 텐데 어릴 때야 많이 서운 한 것이 사실이지요.

씩씩하니 2007-01-2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온전히 자기로 인정받지 못하구 누군가를 통해 자기 존재를 알아주는 세상 속에서 사람은 늘..외롭고 쓸쓸하지요....
많은걸 느끼게하는 동화인듯해요...
님의 솔직한 리뷰가 마음에 꽂힙니다.....

소나무집 2007-01-3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벽이라는 것이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들에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인가 봅니다.
 
아름다운 옛 서울 - 진경산수화 3 보림한국미술관 10
박정애 지음 / 보림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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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서울은 학교를 다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10년 이상을 머물렀던 도시이다. 지금 사는 곳도 과천이다 보니 여전히 서울의 그늘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복잡한 곳을 싫어하다 보니 서울의 장점보다도 단점들이 더 많이 보이고 종종 떠날 궁리를 하곤 한다. 그리고 서울이 여러 면에서 편리하긴 하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아름다운 옛 서울>은 이런 나의 생각을 잠시 접어두게 만들었다. 책을 다 보고 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2, 3백 년 전 서울과 그 주변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현대 도시로 탈바꿈한 서울 속에 숨어  있는 옛 서울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정이 갔다. 그리고 갑자기 서울이 좋아지면서 구석구석 찾아다니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단지 몇 장의 옛 지도와 그림 속에서 서울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그동안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드나들면서 수없이 보아왔던 옛 지도와 그림들, 난 그때 무엇을 보았는지 모르겠다. 정선이나 김홍도 같은 유명한 화가의 이름과 작품 제목에 눈도장만 찍고 지나쳤던 게 틀림없다. 정선이나 심사정, 임득명의 그림에서 서울의 모습을 본 기억이 없으니 원....

보았으되 기억에 없는 것은 잘못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도를 포함한 옛 그림을 제대로 읽는 법을 가르쳐준다. 작품에 담긴 옛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하나하나 풀어 보여줌으로써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미술사학을 전공한 저자가 구어체로 쉽게 그림을 설명해주니 누구나 친근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옛 지도는 대부분 회화체로 아름답게 그린 것이 많아 그림 대접을 받는다. 특히 산이나 숲을 진경산수화법으로 표현한 지도는 그림 같은 지도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준다. 대부분 나라에서 필요에 의해 궁중 화가들을 동원해 제작한 경우가 많아 김정호의 지도를 빼면 작가 미상인 경우가 많다.  정조 때 제작된 <도성도>는 회화식으로 그려진 서울 지도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산을 활짝 핀 꽃처럼 사방으로 펼쳐놓은 점이 재미있다.

작가 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사람은 단연 정선이다. <인왕제색도>는 시커먼 바위와 수목의 진한 먹색이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정선의 <목멱산도>는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를 연상시킨다. 목멱산은 남산의 옛 이름으로 당시 사람들이 세속의 출세나 번잡함에서 벗어나는 공간이었단다. 남산 그림에는 꼭 소나무가 등장한다는 걸 보면 남산은 옛부터 소나무 숲이 무성했던 모양이다.

옛 사람들은 임금이 계신 궁궐의 모습도 많이 그렸다.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자 미상의 <동궐도>는 조선 시대 궁궐의 모습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그 크기가 세로 3미터, 가로 6미터의 대작이다. 왕 이하 2천 명 이상이 살고 날마다 수백 명이 드나들던 궁궐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직접 찾아가 보고 싶은 그림이다.

임득명의 <가교보월>은 청계천 광통교에서 행해진 다리 밟기 장면을 그린 것이다. 기와집 사이로 흐르는 청계천이란 뜻의 그림 제목 그대로이다. 2005년에 복원된 청계천의 모습을 실어놓아 비교해 볼 수 있다. 현재의 빌딩 숲과 당시의 기와집이 대조적이다. 아마 이런 그림들을 참고해서 현재의 청계천도 복원하지 않았을까 싶다. 

맨 뒤엔 이 책에 실린 화가들을 시대별로 간단하게 정리해놓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고, 어려운 미술 용어 풀이도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장정 또한 아주 고급스러워 책이 더 돋보인다.

이젠 미술관에서 만나는 옛 그림들이 살아서 다정하게 말을 걸어올 것만 같다. 나도 그냥 스쳐 지나치지 않고 반갑게 다가서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나누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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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26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서울을 더 사랑하게 되는 책일듯한걸요?
저는 시골사람이라 높은 건물 즐비한 서울 가면,,왠지 답답해요,,,서울서 사는 4년...넘 싫었던 기억나요,,,ㅋㅋ
근대 서울분들은 시골 오면,,서울이 그립다고 하든대....ㅋㅋ

소나무집 2007-01-26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떠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사람들도 많아요.
 
교과서 체험 학습 3학년 1학기
씨앗들의 열린 나눔터 학교 엮음 / 아이즐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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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갔다가 당황한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엄마는 열심히 설명 읽어주고 있지만 아이들은 한없이 지루해하면서 간식 먹을 궁리만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막연히 데려가기만 하면 다 될 것 같지만 아이들은 쉽게 지루해한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난 아이들에게 '박물관은 재미없는 곳'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안 갈 순 없고 아이들만 전문 선생님이 있는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박물관이 재미있는 이야기가 무궁무궁한 장소로 인식시켜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미리 공부하는 것이다. 알고 떠나는 견학과 모르고 떠나는 견학의 차이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하지만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막연하다면 당장 아이의 교과서를 펼쳐 봐라. 아이의 교과서에 나와 있는 장소라면 아이도 부모도 더 흥미 있게 찾아갈 수 있을 테니까.

방학 전에 3학년 1학기 교과서를 미리 받아놓고도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예습을 다 한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은 철저하게 교과서를 분석해서 체험 학습지 12곳을 골라 실어놓았다. 맨처음에 어떤 교과 단원에서 필요한 곳인지, 학습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중점적으로 볼 내용에 대해 감이 잡힌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체험 장소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중요한 정보들을 풍부한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설명해주고 있다.

박물관마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다. 박물관 설명이 지루할 때쯤 아이들을 참여시키면 신이 나서 달려가는 곳이다. 이 책에서는 <생생 실험>이나 <생생 체험> 코너를 만들어 집에서도 해볼 수 있도록 했다. 여건상 박물관에 못 갔다면 이것들만이라도 미리 해보자. 수업 시간에 다시 한번 배운다면 아이는 엄마의 센스에 고마워하지 않을까?

<이곳에도 가 보세요!> 코너는 이미 소개한 체험 학습지와 비슷한 테마의 체험지를 전국에 걸쳐 소개해주고 있다. 책에서 소개한 곳이 거리상 너무 멀어서 갈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배려이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홈페이지 주소가 나와 있어서 어떤 곳인지 미리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내용이 3학년이 되는 아이들이 읽기에는 좀 벅찬 감이 있다. 반드시 엄마가 읽어야 한다. 그런데 고맙게도 아이들에게 읽혀도 재미있어 할 부분이 체험지마다 들어 있다. 바로 <선생님 토크>다. 그 교과 단원에서 배울 것이 무엇인지, 어디로 견학을 갈 것인지, 무엇을 알아볼 것인지 알려준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책 읽으라고 하지 말고  <선생님 토크> 부분만 읽어보게 하자. 그러면 호기심 때문에 다른 부분도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박물관 다녀왔다고 다 끝났다 생각하면 안 된다. 반드시 체험 학습 보고서를 써 보아야 백 페센트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책은 체험 학습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한 방법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체험 학습 보고서를 쓰기 위해 체험지에서 챙겨야 할 것들, 보고서에 꼭 들어갈 내용, 유의할 점, 여러 가지 형식의 체험 학습 보고서, 특히 보고서에 꼭 필요한 사진 자료들을 실어 오려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완벽한 체험 학습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이 책에 나온 체험 학습지는 땅의 모양을 알 수 있는 지도 박물관(사회),

날씨의 변화를 알려주는 기상청(과학),

생활 속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가회 박물관(미술),

우리 나라 민물고기 들과 만나는 민물고기 생태 학습관(과학),

안산 어촌 민속 전시관(사회),

경쾌하고 신나는 리듬을 느낄 수 있는 세계 민속 악기 박물관(음악),

우리 나라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이천 도예촌과 해강 도자기 박물관(사회),

생생한 곤충의 세계로 안내하는 곤충 박물관(과학),

광공업과 신비로운 석회 동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광공업 전시관과 고수 동굴(사회),

화려한 색채의 세계로 안내하는 서울 시립 미술관-천경자실(미술),

시끌벅쩍 흥겨운 정이 넘치는 성남 모란 시장(사회),  

우리 전통 놀이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하회동 탈 박물관(체육) 등 12곳이다.

 이젠 아이들과 함께 체험 학습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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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24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없네요,,,울 둘째한테 딱인대..방학이 끝나기 전 체험학습 갈 만한 곳 물색 중였는데...

소나무집 2007-01-2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이랍니다. 아이세움이랑 같은 집안 출판사라서 내용이 믿을 만합니다. 희망 도서로 구매 목록에 넣어주세요.
 
샬롯의 거미줄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5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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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돼지의 마지막 운명은 뭘까요? 여기 한 돼지의 운명을 바꾸어놓은 우정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실래요?

형제 중에 가장 작게 태어나는 바람에 죽을 뻔한 돼지를 농장집 딸아이 펀이 구해줍니다. 펀은 그 돼지에게 윌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성껏 돌보았지요. 어느 정도 자라 주커만 씨네 헛간으로 간 윌버는 부족한 게 아무것도 없었답니다. 하지만 사는 게 어째 시들했어요. 새끼 양도, 심술쟁이 쥐 템플턴도, 수다쟁이 암거위도 윌버에게 관심이 없었지요. 윌버는 눈물이 나왔어요. 그때 나타난 게 바로 영리하고 친절하고 믿음직스럽고 의로운 거미 샬롯이랍니다. 

윌버는 샬롯과의 우정을 키워가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에 햄과 베이컨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죽고 싶지 않다고 울부짖는 윌버에게 샬롯이 구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샬롯이 거미줄에 '대단한 돼지'라는 글자를 짜 넣음으로써 윌버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게 되지요. 그리고 윌버는 정말 대단한 돼지가 되어갑니다. 사람들은 거미가 글자를 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신의 계시라고 생각하지요. 결국 윌버는 동네에서 아주 유명해지고 농장 식구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게 됩니다.

그후 샬롯은 '근사한' 돼지, '눈부신' 돼지라는 글자를 거미줄에 짜 넣음으로써 윌버의 운명을 슬슬 바꾸어줍니다. 대단하고 근사하고 특별한 돼지를 햄이나 베이컨으로 만들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가을이 오고 주커만 씨는 농축산물 품평회에 윌버를 내보내기로 합니다. 우유 목욕까지 하고 간 품평회장에서 윌버보다 훨씬 더 큰 돼지가 나타나는 바람에 일등을 빼앗기게 되자 샬롯은 또 한 번 윌버를 위해 글자를 만듭니다. '겸허한 돼지'. 샬롯의 노력 덕분에 특별상을 타게 된 윌버의 앞날은 안전해집니다. 주커만 씨에게 큰 영광을 안겨준 윌버는 더이상 보통 돼지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를 어쩝니까? 윌버를 죽음에서 구해준 샬롯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으니 말입니다. 거미에게 가장 위대한 작품인 알주머니 만들기를 끝낸 샬롯은 더이상 살아갈 기운이 없습니다. 윌버와 함께 농장으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샬롯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윌버가 묻습니다. "왜 나에게 그렇게 잘 해주었니? 난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샬롯은 말합니다. "너는 내 친구였어. 내가 너를 좋아했기 때문에 거미줄을 짰던 거야. 난 널 도와줌으로써 내 삶을 조금이나마 승격시키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겠어." 몸부림치며 울부짖던 윌버는 절망합니다. 샬롯이 없는 윌버의 인생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지요. 왜냐하면 샬롯은 윌버에게 '진정한 친구'였으니까요.  템플턴의 도움을 받아 알주머니는 무사히 농장 헛간으로 데려오지만 결국 샬롯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맙니다. 

샬롯은 비록 죽었지만 윌버와 나눈 우정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마음 속에 진한 감동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돼지의 운명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다고 믿는 어른들과 '진정한 우정'에 대해 고민하는 4학년 이상 아이들에게 읽기를 권합니다. 우리 딸은 이 책 보면서 울었답니다. 그러니 눈물이 많은 여자 아이들은 꼭 손수건을 준비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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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2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동화에요,,그쵸?
이 책으로 독서퀴즈를 하면서,,,아이들한테..좋은 선물을 준거 같아,스스로 참 뿌듯했었는데..흐..
눈물많은 딸,,,이뽀요,,그쵸? 저도 책 읽으면서 울 아이 울면,,,이쁘대요~~

소나무집 2007-01-2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으로 독서 퀴즈를 했었군요. 저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먼저 보았어요. 그후 원작이 궁금해서 책을 샀는데 깔끔한 번역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프레이야 2007-01-2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두고 두고 보아도 잔잔한 감동이에요. 아이들에겐 고전 같은...

올리브 2007-01-26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요즘 읽었어요. 넘 감동적이었어요. 아이도 함께 읽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나중에 영화 아이랑 꼭 보려고요

소나무집 2007-01-26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또 읽어도 감동적인 책이지요. 아이가 크면 꼭 보도록 하세요.

오우아 2007-02-03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범한 돼지가 대단한 돼지로 바뀌는 매우 흥미로우면서 감동적인 동화이었습니다. 이 주이 마이리뷰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친구의 우정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느꼈으면 하네요^^ 축하드립니다

소나무집 2007-02-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많은 아이들이 읽고 우정은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2007-02-07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7-02-0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정의 거미줄이란 책으로 읽은 기억이 나네요.^^ 주인공 아이와 거미와 돼지의 좌충우돌 어린 시절이 참 아름다운 추억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소나무집 2007-02-09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에서 '우정의 거미줄'로 번역되었지요. 하지만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것이 훨씬 번역이 좋은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7-02-1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좋아. 어른들이 보아도 좋은 동화들 흔치 않은데 상상력이 참 부럽습니다.

소나무집 2007-02-1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저는 이 책을 딸아이 친구들 생일 선물로 항상 준비해준답니다.
 
헨젤과 그레텔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14
앤서니 브라운 그림, 그림 형제 원작, 장미란 옮김 / 비룡소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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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동화 중에 <헨젤과 그레텔>을 모르는 아이들은 별로 없을 거예요. 수많은 출판사에서 <헨젤과 그레텔>이 나왔으니까요. 여기 알라딘에서도 검색하면 열 권이 넘게 나옵니다. 거기에 또 하나 보탰다고 우습게 보진 마세요.  이 책은 그동안 나온 책들과는 다른 매력이 가득합니다. 스토리는 똑같지만 그림이 독특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눈으로 본 <헨젤과 그레텔>이기 때문이지요. 

새엄마를 한 번 보세요. 아주 세련된 외모에 분홍색 옷을 입고는 안락 의자에 앉아 새로운 가족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칙칙한 집안 풍경과  우울해 보이는 아빠랑 도무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침실에 누워 있는 새엄마의 머리 좀 보세요. 고데기를 감고 아빠 얼굴을 외면하고 있군요. 새엄마의 화장대는 화려한 물건들로 가득하지만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네요. 집안이랑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이 자꾸만 보입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전신 거울과 그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빨간색 하이힐은 어떤가요? 이런 여자가 어떻게 나무꾼 아빠를 만나게 되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산으로 아이들을 버리러 가는 장면을 좀 보세요. 아이들은 작아져서 깡똥해진 옷을 입고 불안한 얼굴이지만 새엄마는 세련된 옷차림에 담배까지 입에 물고 있습니다. 나무꾼의 아내가 아니라 해외 여행이라도 가는 것 같은 경쾌한 모습입니다. 조약돌 덕분에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을 맞이하는 새엄마의 얼굴은 마녀보다도 더 으시시하고 차갑기만 합니다. 뒤에 나오는 마녀가 새엄마를 많이 닮은 걸 보면 둘은 같은 인물이 틀림없어요. 가난하다고 아이들을 버릴 생각을 하다니 그건 온전한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요.

두번째 숲에 버려져 나무에 기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숲속에서>에 나오는 한 장면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먼저 찾아내네요. 마녀를 죽이고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맞이하는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인 아빠랍니다. 새엄마의 꼬임에 넘어가 아이들을 숲에 버렸지만 늘 죄책감에 시달렸을 아빠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요. 우중충하고 시커먼 기둥으로 둘러싸였던 집도 파란 하늘 아래 말끔해져 행복한 결말을 예고합니다.

반전은 맨마지막 페이지에 있습니다. 벽에 웅크리고 있는 생쥐 한 마리는 뭘까요? 화려한 전신 거울이 있던 바로 그 자리입니다. 죽고 없다던 새엄마가 생쥐가 된 게 확실하군요. 이 생쥐는 돌아온 아이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을지 궁금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새로운 해석, 현대판 <헨젤과 그레텔>의 매력에 빠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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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22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릴라]도 그림이 참 멋지잖아요,,,그림 속에 많은 것들을 담아두는 앤서니 브라운의 쎈쓰~~
고릴라에서는 액자에도 인형도 고릴라인것이...인상적였는대.ㅎㅎㅎㅎ
그러다가 아빠랑의 관계가 잘 이뤄진 후에는 사진이 가족사진으로 바뀌었지요,,,
꼭 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07-01-23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가 앤서니 브라운의 팬이 되었답니다. 책 나오면 무조건 사게 되더라고요.

호야맘 2007-02-0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을 봤을 땐 좀 으시으시하던데...자꾸보니...그림에서 이야기하는게 있어 아이가 재미있어하더군요..

소나무집 2007-04-25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글도 글이지만 그림을 보는 재미가 더 크답니다. 아이들도 정말 좋아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