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내다 버릴 테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6
마사 알렉산더 지음, 서남희 옮김 / 보림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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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충격적이다. 세상에 엄마를 내다버린다니... 집안에서 엄마란 존재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철옹성 아닌가!  아이들은 유치원만 가도 이런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당장에 돌아올 불이익이 어떠할 거라는 걸 짐작하기 때문에 어지간히 간이 큰 아이가 아니고는 입밖에 내지 않는다. 설사 마음속에 담아는 두었다손쳐도 말이다.

입고 있는 옷에 3이라는 숫자가 크게 쓰여 있는 걸 보면 아마도 올리버는 세 살 정도 된 모양이다. 어른들은 세 살이면 동생이 생겨도 좋을 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올리버를 보면 그건 어른들만의 오해일 뿐이다. 아직 자신이 쓰던 물건들을 동생에게 물려줄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고, 독차지하던 엄마의 사랑을 동생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

그런데도 엄마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을 위해 자꾸만 올리버의 물건을 동생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올리버한테는 물어 보지도 않고 말이다. 여덟 살씩이나 된 우리 아들 녀석도 아기 때 갖고 놀던 장난감을 사촌 동생에게 주자고 하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다 대면서 거부하곤 하는데 세 살짜리야 오죽하겠나! 

엄마 대신 집을 나간 올리버의 모습이 정말 귀엽다. 나무 위에 올라가 집을 지어놓고 숲속 텐트 안에서 곰돌이 인형을 안고 누워 있다. 진짜 집을 나간 게 아니고 나름대로 재미있게 노는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는 올리버가 얼마나 엄마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말해주면서 화가 난 올리버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그리고 동생이 생기면 올리버도 할 일이 많다는 걸 알려준다. 동생이 태어난 후 엄마와 올리버가 할 일을 상상하는 부분이 재미있다.

올리버가 동생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서히 형이 될 마음의 준비를 해가는 모습이 몇 마디 되 않는 간결한 대화 속에서 잘 드러나 있다. 곧 동생이 생길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만드는 꼬마 영어 그림책>을 만든 서남희 씨가 번역했다. 그래서인지 제목 번역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원제는 When the new baby comes, i'm moving o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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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3-1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홍이도 3살이었을 때 수가 태어났었거든요? 과연 그때 홍이는 어떤 감정이었을까요? 아마도 올리버랑 비슷했겠죠?

하늘바람 2007-03-12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책이네요
 
빨간 줄무늬 바지 보림 창작 그림책
채인선 지음, 이진아 그림 / 보림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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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오빠 옷을 물려 입어야 했다. 지금도 생각나는 밤색 바지랑 노란 줄무늬 티셔츠. 그때는 오빠 옷을 입는다는 게 정말 싫었다. 그 시절 착한 둘째였던 나는 예쁜 옷 사 달라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다. 나의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엄마는 너덜거리는 바지의 밑단을 잘라내고 엄마 옷에서 잘라낸 꽃무늬 천을 덧대주곤 했다. 그래도 그게 어디 잘 어울렸겠냐 말이다. 마음 속으로는 입기 싫다는 말을 천 번도 더 했을 것 같다. 언니가 있어 예쁜 옷을 물려 입는 친구들이 한없이 부러웠던 그 시절.

그러다 내게도 여동생이 생겼고 엄마는 더이상 오빠 옷을 입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물려줄 동생이 생겼으니 분홍색 원피스도 사주고 화려한 꽃무늬 나팔 바지도 사주셨다. 거기에 빨간 구두까지. 그동안 할머니 눈치 보며 못 했주셨던 걸 여동생에게 물려주면 된다는 핑계로 다 해주셨던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보자마자 바로 자기들 이름으로 바꾸어 읽었다. 고종사촌 형에게 대부분의 옷을 물려 입는 아이에게 해빈이의 빨간 줄무늬 바지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렸을 때부터 늘 옷을 물려 입었던 우리 아들은 '너를 위해 보성이 형이 보낸 준 거'라고 하면 더 좋아하곤 했다.  형이 태권도 학원 갈 때 입었던 점퍼라고 하면 아들 녀석도 태권도 학원 갈 땐 꼭 그 옷을 입는다.

요즘 옷은 물려서 1~2년 입어도 멀쩡하다. 사실 많은 옷을 가지고 갈아 입으니 낡아서 못 입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니 작아졌다고 그냥 버리기엔 아까운 옷도 많다. 그래서 우리 아들의 옷은 이종 사촌 태현이에게로 간다. 그 다음엔 태현이의 쌍둥이 동생들이 물려 입으니 우리도 해빈이네 못지 않게 옷을 대물림시키고 있는 셈이다. 어떤 때는 내가 우리 아들에게 코디했던 대로 똑같이 입힌 조카의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럴 땐 꼭 우리 아들 같다.

빨간 줄무늬 바지가 여행을 떠난다. 작가의 딸 김해빈이 입었던 빨간 줄무의 바지가 동생 해수에게로, 사촌 김형민에게 갈 땐 축구공 모양의 천을 덧대서 남자 아이 옷처럼 보이게 해주고, 낡은 밑단을 잘라내고 멜방 바지로 만들어 동생에게 또 물려주고, 발레리나가 꿈인 슬아를 위해서는 레깅스 치마 바지로 변신, 그러다가 마지막엔 맨처음 빨간 줄무늬 바지를 입었던 김해빈이 낳은 딸아이의 토끼 인형 옷이 되었다. 정말 오랜 세월 동안 돌기도 했다.

요즘은 사촌들끼리도 자주 얼굴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옷을 물려 입으며 아이에게 사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금방 어울릴 수 있는 끈이 되는 것 같아 좋다.

함께 들어 있던 천을 바느질해서 솜 꼭꽉 채우고 인형을 만들어 주었더니 딸이 아닌 아들이 자기 거라면서 들고 다닌다. 아마 이 책은 누나보다는 옷을 물려 입는 자기 거라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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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17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딸은 좋다
채인선 지음, 김은정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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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는 딸 아래로는 아들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완벽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둘째를 가졌을 때도 딸이길 바랐지요. 딸이 더 좋을 것 같았어요. 아들을 키우는 것에 대한 자신도 없었고요. 실제로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정말 딸이 더 좋더라고요. 아들도 뭐 막내라서 귀여운 면은 있지만 마음이 통하기로는 딸을 따를 수가 없네요.

어렸을 땐 잘 몰랐는데 딸아이가 학교에 가고 제법 엄마랑 대화 상대가 되어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그림책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우리 아이도 생각나고 딸인 나를 키우셨을 친정엄마 생각도 납니다. 여자 아이가 점점 자라가는 모습이 결국 이 세상 여자들의 일생이라고 할 수 있네요.

태어나서 돌잔치하고, 공주가 되고 싶은 마음에 예쁜 거라면 무조건 걸치려들고, 개다리춤을 추며 재롱을 떨고, 갓 태어난 동생을 야무지게 돌볼 줄도 알고,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뭐든 도와주려 하고, 목욕탕에 가면 등을 밀어줄 수 있는 존재도 딸이지요. 저도 가끔 딸에게 등을 밀어보라고 시키고는 시원치는 않지만 그래도 딸이 다 큰 것 같아 대견하더군요.

키우는 재미도 딸이 더 크고 나중에 결혼을 하면 엄마와 더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존재도 딸이잖아요. 사실 우리 딸이 좀더 자라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합니다. 엄마를 많이 닮을 것도 같고 마음 한 편엔 엄마를 닮지 말았으면 싶기도 하고요.

이 책은 딸 없는 엄마들이 보면 무지  속상해하고 샘날 것 같아요. 속편으로 <아들은 좋다>도 나와야 아들만 있는 엄마들한테 원망을 듣지 않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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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3-2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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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딸은 꼭 있어야할 존재란 생각을 합니다.

내 딸을 바라보며 키웠듯이 내 어머니도 나를 이렇게 정성껏 키우셨을텐데..하며

 어쩌다가 엄마생각도 나구요..

사랑스런 딸..딸은 정말 좋아요..히히..아들도 좋지만 크면 저 혼자 컷다고 할까봐서..ㅋㅋ

 


소나무집 2007-05-0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딸이 있어서 정말 좋답니다.

비로그인 2008-07-1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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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을 찾아서
최향랑 글.그림 / 창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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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린 시절 할아버지를 정말 좋아했답니다. 잠도 할아버지 방에서 함께 자고 할아버지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졸졸 따라다녔으니까요. 그런 할아버지가 고등학교 다닐 때 돌아가셨는데 그때 처음 진짜 슬픔이 뭔지를 깨달았어요.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친정집에 가면 할아버지가 쓰시던 오렌지색 담요가 있어요. 그 담요를 볼 때마다 아무도 모르는 그리움과 추억이 스치곤 하네요.

주인공 아이에게도 단짝 할아버지가 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아프답니다. 할아버지가 병원으로 떠나고 난 방에는 옛 물건이 참 많기도 합니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자개 장롱이랑 반짇고리, 백자, 연적, 복주머니, 소나무 그림 족자 등을 자세히 보면 그 속에 십장생 그림이 들어 있습니다.

자개 장롱도 화려한 수가 놓인 공단 방석도 한올 두올 꼼꼼하게 세어가며 수놓은 베갯머리도 우리 어린 시절엔 집안에 널려 있던 물건들인데 지금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으니 세월이 느껴지네요.

해, 소나무, 학, 사슴, 불로초(영지버섯), 바위, 물, 거북, 산, 구름 등 우리 조상들이 집안에서 쓰는 물건에 십장생 그림을 그리고 수놓아가며 살았던 건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과 가족의 안녕을 비는 염원  때문이었답니다.

주인공 아이는 할아버지를 위해 십장생을 모아 할아버지 품에 안기지만 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아이의 정성 덕에 할아버지의 병이 나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싶어요. 이 또래의 아이들은 슬픈 건 싫어하잖아요. 아이가 할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며 손가락을 베이고 무릎이 까졌을 때처럼 마음이 아팠다는 대목이 실감이 납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작가의 정성과 수고가 느껴지는 그림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네요. 아이가 타고 가는 학을 보면 삼베 조각을 오려내어 붙이고 수를 놓아 만들었고, 해가 그려진 베갯머리도 빚깔 고운 천을 이어 붙인 정성이 돋보입니다. 동네에 버려진 자개장에서 뜯어냈다는 자개도 그 빚깔과 모양이 어찌나 고운지 새삼스럽군요.

책을 보고 나면 아이들이 십장생과 그 의미에  대해 저절로 알게 될 것 같아요. 대상은 6,7세 유아부터 초등 1학년 정도가 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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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3-0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정성이 정말 그득하더라고요.

소나무집 2007-03-0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 동안이나 작업을 했대요, 글쎄.
 
나무야, 안녕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동화
도종환 지음, 황종욱 그림 / 나무생각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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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꺾여 말라 죽고 말았을지도 모르는 자두나무가 힘든 고비를 넘기고 열매를 맺었군요.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컸던 어린 자두나무는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이해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골짜기 물이랑 반달의 위로에도 침묵을 지켰고요. 결국 별의 정령이 나서고 나서야 자두나무는 입을 열었답니다.

"몸 다친 곳은 시간이 지나면 나을 거야. 지금은 보기 흉해도 다시 새살이 돋아날 거야. 그렇지만 네 마음은 네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낫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살 수 있다는, 살아야 한다는 믿음이라는 별의 정령의 말에 용기가 생긴 자두나무. 봄이 오고 꽃다지랑 냉이랑 골짜기 물이랑 주변에 있던 풀과 나무들의 응원 덕분에 자두나무는 드디어 싹을 피우게 되었어요. 힘든 상처를 이겨내고 어린 잎을 피워낸 자두나무는 울고 말았지요.

자두나무에게 상처를 준 아이들은 자두나무가 겪을 고통쯤은 금방 잊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자두나무는 그 상처를 견디느라 일 년의 시간을 보내야 했지요. 그 시간이 얼마나 힘겨웠을까요?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살아가니까요. 하지만 상처를 받았다고 용기를 잃고 힘에 겨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요. 자두나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합니다. 몸과 마음의 상처가 아물고 거기 새잎이 돋고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자두나무에게 힘을 준 달과 별과 물과 바람까지도 우리를 응원하고 있을 테니까요.

딸아이는 말하더군요. 이 책은 용기를 잃은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책이라고요. 맞아요. 작가가 뒤뜰에 있던 허리가 꺾인 자두나무를 보며 이 동화를 쓴 까닭은 희망을 잃은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기 위해서였을 거예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참 좋은데 도입부가 너무 길어서 지루한 감을 떨칠 수가 없네요. 시골집으로 아이들이 놀러와서 자두나무에게 상처를 주는 장면을 구구절절 너무 길게 늘어놓는 바람에 독자들이 손에서 책을 놓지나 않을까 염려됩니다. 자두나무의 상처와 그걸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좀더 간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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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3-08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소나무집 2007-05-0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