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밥상>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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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밥상 - 배부른 영양실조에 걸린 현대인을 위한 음식 이야기
이원종 지음 / 시공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받아들고는 제일 먼저 한 소리는 "요리책이네!"였다. 마침 저녁을 준비하던 중이었고 책을 뒤적이던 나는 즉석에서 고구마조림과 검은콩조림을 해보았다. 저자가 아침, 점심, 저녁 밥상으로 준비한 요리 레시피의 대부분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어서 누구나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그리고 각 재료의 효능이나 유래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우리 집 밥상은 늘 가난하다. 일부러 그런 식단을 짜는 것은 아닌데 내가 육류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늘 푸른 초원이다. 고기를 밥상에 올리기 위해선 며칠 전부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육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안 먹지만 아직은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다. 그래서 음식 솜씨도 없고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지 못하는 주부로서는 고맙기 그지없다.
사실 우리 아이는 아토피를 앓았다. 그래서 엄마도 아이도 고생을 참 많이 했지만 그 덕에 얻게 된 고마운 일도 있다. 항상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한 덕에 음식을 함부로 먹지 않게 된 일이다. 아토피의 가장 무서운 적은 음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집 밥상은 늘 야채에 생선이 차지하곤 했다. 간식도 감자나 고구마 같은 자연 식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노력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지금은 아토피가 거의 완치된 상태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그 흔한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를 먹어 본 적이 없다. 학교 들어가간 후 친구 생일 파티에 가서 그런 음식을 처음 먹어보고 신기해했을 정도이다. 물론 지금은 가끔 먹기도 하지만 유아 시절을 촌스럽게 보낸 탓인지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종류의 음식을 탐하지는 않는다. 열 살 딸아이가 생일에 먹고 싶은 음식으로 아구찜을 꼽았을 정도로 정크푸드하고는 거리가 멀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먹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 몸에 좋은 걸로 잘 골라 먹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야만 잘 먹고도 영양 실조에 걸리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학 조미료나 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고, 농약도 치지 않은 자연 식품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식품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유기농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저자는 텃밭이나 베란다에서 야채를 키워 먹을 수 있다고 하지만 보통 정성으로 될 일이 아니다. 나도 상추나 고추 같은 걸 여러 번 키워보았지만 키우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니 일 년 내내 먹을 야채를 직접 키워서 먹으라는 저자의 부추김은 어째 지나친 욕심 같다. 저자가 권하는 대로 살 수는 없지만 내 가족에 맞는 방법을 찾으면 최대한 몸에 좋은 식품을 먹으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집의 경우는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생협을 이용한다.
조선 시대 임금들의 평균 수명이 47세인데 비해 영조가 83세까지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고, 왕의 다섯 끼 식사를 세 끼로 줄이고, 반찬의 가짓수를 확 줄인 데 있다고 한다. 47세 왕의 식사가 아닌 83세 왕의 식사를 준비하듯 주방 가까운 곳에 두고 요리할 때마다 뒤적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