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와 백도 빛깔있는책들 - 한국의 자연 256
김준옥 지음, 황의동 사진 / 대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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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거문도에 다녀왔다. 왜 찾아가고 싶은 곳은 다 먼 곳에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늘 출발하기 전에 걸리는 시간을 재어보고 한숨부터 내쉰다. 거문도 여행도 시작은 그랬다. 이젠 차 안에서 시간 보내는 법을 터득할 만도 한데 아이들은 '언제 도착하냐'는 물음을 수도 없이 내뱉었다. 

좀 쌀쌀하긴 했지만 고흥 나로도항까지 배가 와 주었고 거문도는 우리 가족을 들여놓아 주었다. 날씨가 안 좋은 날은 배가 안 뜨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았다. 드디어 거문도 도착. 항구에서 제일 먼저 우리 가족을 맞아준 건 배에서 나는 기름 냄새였다. 좁은 항구에 서 있는 수백 척의 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름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이 책은 거문도에 다녀와서 읽게 되었다. 미리 읽고 여행을 갔더라면 훨씬 더 애정을 갖고 거문도를 둘러보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을 보면서 다시 떠올린 거문도는 정말 아름다웠다. 내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백도에 못 가본 것이 아쉽기만 했다. 남편은 백도까지 돌아보자고 했지만 그러다 육지로 나오는 배를 못 탈까 봐 결국 포기하고 말았는데...

거문도(巨文島)는 귤은 선생과 김양록이라는 두 학자가 나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거문도의 아름다움을 시로 쓴 귤은 선생의 사당이 있다. 거문도는 영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대륙 진출을 위해 탐을 냈을 정도로 좋은 자리에 있다. 조선 말 그들이 남긴 흔적이 섬 곳곳에 있다. 거문도를 2년 동안이나 무단 점령한 거문도 사건의 흔적으로 영국군 묘지와 해저 케이블 설치 기념비까지 있어 찾는 이의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거문도의 명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다. 이 책은 새 등대가 세워지기 전에 쓰여진 책이라서 옛날 등대만 나와 있다. 듬직한 큰 등대 건너편 절벽가에 아찔하게 서 있던 작고 귀여운 등대가 생각난다. 이 등대는 동양 최대의 프리즘 렌즈가 달렸고, 제작도 프랑스에서 했다고 한다. 처음 이 등대가 생기게 된 이유가 일본 배에게 길안내를 하기 위해서였다니 또 씁쓸하다. 

풍경으로는 더없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역사적인 상처가 많은 거문도의 이야기가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 책을 읽다 보니 다시 거문도에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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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8-01-17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수에서 출발하는 뱃시간을 알아 본 적은 있지만 출발할 그 날은 멀기만 합니다 ㅠ.ㅜ

소나무집 2008-01-19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멀어요. 우리도 계획 세웠으면 못 갔을 거예요.
전날 갑작스레 말이 나와서 무작정 떠났답니다.
 
십자군을 물리친 이슬람의 위대한 왕, 살라딘 인문 그림책 10
Diane Stanley 글 그림, 임후성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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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자라거나 지배자라면 어째 너그러움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열네 살에 군인이 되어 이슬람 역사상 최고의 지배자요 통치자가 된 살라딘 이야기를 읽다 보니 가끔 예외도 있구나 싶다.

예루살렘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진 십자군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살라딘은 포로들을 죽이지 않고 풀어주었다. 당시 사회에서 전쟁 포로들을 살려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살라딘은 관용을 베풀었고 끝까지 예루살렘을 지켜냈다.

세계사를 꼼꼼하게 짚어가며 읽지 않는다면 살라딘이라는 인물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왜냐하면 그는 이슬람인이기 때문이다. 세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지만 세계사 기록이 서양인 중심,기독교 중심이기 때문에 살라딘은 비중 있는 인물로 기록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살라딘은 성지 예루살렘을 앗아간 적이기에 같이 십자군 전쟁을 치른 사자왕 리처드는 영웅으로 기록했지만 살라딘은 묻어둘 수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 하지만 그 위대한 사자왕을 물리치고 예루살렘을 이슬람의 성지로 지켜낸 이가 바로 살라딘이니 사자왕보다 더 위대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은 딸아이가 마침 세계사 만화책을 보다가 살라딘에 관한 부분을 찾아냈다. 그에 대한 이야기가 단 한 페이지에 실려 있었다. 아이가 짧은 이야기 속에서 이집트를 정복하고 여러 종족과 분열된 이슬람 종파를 하나로 통일한 살라딘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던 건 다 이 책 덕분이다. 아이의 눈에도 아는 만큼 보였으니 말이다.

살라딘은 이슬람 문화와 십자군 전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단한 인물이다.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선 서양인 입장이 아닌 반대편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져야겠기에 세계사에 슬슬 관심을 갖는 4학년 이상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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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쌀 이야기 - 우리 민족의 든든한 주식, 쌀의 모든 것 풀과바람 지식나무 10
김남길 지음, 강효숙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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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밥상 앞에서 수다를 떤다. '엄마, 우리가 먹는 밥이 자포니카게 인디카게? 그 중에 더 쫀득쫀득한 건 뭐게?" 엥, 무슨 소리야? 책을 사놓고 아직 읽지 못한 엄마가 알아들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아이는 벌써 여러 차례 읽은 모양이다.

책이 술술 읽힌다. 쌀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한 소재는 아니지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놓은 덕에 한 번 손에 들면 끝까지 읽게 된다. 세계 4대 문명과 곡식의 관계, 서양 사람들이 밀로 만든 빵을 주식으로 하게 된 이유, 우리에게 자포니카 쌀이 인기 있는 이유, 현재 미국인들이 자기네들의 주식이 아닌 자포니카 쌀을 재배하는 이유 등을 알고 나면 오늘 밥상에 오른 쌀밥이 더 맛있어질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쌀밥을 실컷 먹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 30년 정도. 나도 학교 다닐 때 보리 혼식과 분식에 대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쌀밥만 먹으면 각기병에 걸린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도 다 쌀을 좀 덜 먹게 하려는 정책이었다니 원. 그런데 지금은 쌀이 남아 돌아서 밥을 먹자고 캠페인하는 걸 보면 세월무상이다.

벼가 자라 밥상 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88번의 손길을 거쳐야 한단다. 봄에 모내기를 한 후 5~6개월이 지나 추수할 때까지 벼의 한살이가 길고 힘들지만 다른 작물에 비해 수확량이 많아 조상들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일주일에 한 번은 빵집에 들른다. 그런데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를 식량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횟수를 좀더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쌀밥을 먹지 않으면 농군들이 농사를 포기할 확률이 커진다. 결국 쌀을 외국에서 사 오다 보면 수입쌀의 가격이 점점 오르고 외국쌀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에게 우리 쌀시장을 개방하는 일이 생기면 절대로 안 되겠다. 아이들에게 FTA가 뭔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이 책 한권 읽으라고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또 논은 물을 가두는 댐 역할은 물론 생태계의 보물 창고이고, 벼가 나무처럼 산소를 맑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차창 밖으로 내다보는 들녁의 논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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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1-13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쌀밥이 심하게 땡깁니다. 갓지은 쌀밥에 총각김치 하나면 밥 한공기 뚝딱~
리뷰 보니 더욱 쌀밥이 좋아지네요~~

소나무집 2008-01-19 12:32   좋아요 0 | URL
잡곡밥이 좋다지만 저도 사실 갓 지은 쌀밥이 더 좋아요.
 
포인세티아의 전설 - 멕시코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41
토미 드 파오라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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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크리스마스 꽃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포인세티아에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보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원래 멕시코 야생화인 포인세티아는 한 외교관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온 후 크리스마스에 선물하는 식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꽃이라고 알기 쉬운 빨간 부분도 잎이라고 하네요.

멕시코의 산간 지방에 사는 루시다는 늘 엄마 일을 잘 도와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어갈 무렵 신부님께서 엄마에게 가장 행렬에 쓸 아기 예수 담요를 짜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하지만 루시다와 함께 무지갯빛 담요를 짜던 엄마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루시다는 혼자 담요를 짜 보려고 했지만 실이 엉키는 바람에 담요를 더 망치고 말았습니다. 결국 동네 사람들 모두 예수님께 드릴 선물을 마련했지만 루시다네 가족만 아무것도 준비할 수 없었지요.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지만 루시다는 성당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크리스마스를 망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숨어서 사람들의 행렬을 지켜보고 있을 때 한 할머니가 나타나 "선물은 주는 사람의 마음 때문에 아름다운 거니까 어떤 것을 가져가도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루시다는 할머니의 말에 용기를 얻어 근처에 있는 잡초를 한아름 뜯어 성당으로 들어갔지요. 그런데 루시다에게 선물의 참 의미를 알려준 그 할머니는 누구였을까요? 어쩌면 루시다의 간절함 때문에 나타난 예수님일지도 모릅니다.

성당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루시다가 안고 있는 초록색 잡초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기 구유 옆에 내려놓았던 그 풀 끝에 반짝반짝 빛나는 붉은 별이 생겨난 것이지요. 루시다도, 성당 안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놀라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성당 밖에 있는 풀까지 전부 붉은 별을 단 채 반짝이고 있었지요. 소박하고 보잘것 없던 선물이 루시다의 간절한 정성과 이어지면서 이렇게 아름다워진 거예요. 아, 어쩌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숙연해집니다.

우리 아이들도 늘 크리스마스를 기다립니다. 사실 그 기다림 속에는 선물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들어 있지요. 항상 많은 것을 받기만 하는 요즘 아이들은 책 한 권이나 학용품 정도는 선물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선물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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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와 달력 이야기 - 인류 최고의 발견 미래 지식 창고 2
베시 마에스트로 지음, 임유원 옮김, 줄리오 마에스로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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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 시간은 참 잘도 간다.  엊그제 새 달력을 걸어놓은 것 같은데 벌써 열흘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이렇게 살다 보면 2008년 한 해도 금방 지나가버릴 것 같은 마음에 시계 바늘을 멈춰놓고 싶어진다. 하지만 시간이나 날짜는 내가 멈추고 싶다고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정해진 시간과 날짜가 원망스럽다.

올해가 2008년이므로 인류의 역사를 놓고 볼 때 우리가 시간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고작 2008년밖에 안 됐나 하는 의심을 품게 된다. 당연히 이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사용하는 시간 개념이 아니다. 2008년은 그레고리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만 통용되는 연도이기 때문이다. 이슬람력으로는 올해가 1428년, 중국 달력으로는 4705년, 유대력으로는 5768년이다. 

늘 12개월짜리 달력만 보아온 나로서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일 년이 12달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인류 최초의 달력은 달의 주기에 따라 만든 태음력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봄철 홍수가 끝난 뒤 초승달이 뜰 때를 새해로 삼았다고 한다. 일 년 또한 365일이 아닌 360일었다. 또 계절과 일 년이 맞아떨어지지 않자 계절에 맞춰 날짜를 늘려가게 된 것이라고. 마야인들은 일 년을 18달로 나누었고, 중국에서는 12달이 아닌 농사짓는 시기에 따라 24절기에 맞춰 살았다.

지금과 같은 태양력을 최초로 사용한 것도 고대 이집트인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 년을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정했는데 거의 365일과 맞아떨어져 태음력보다 훨씬 정확했고, 그후 태음력보다 태양력을 우선으로 쓰게 되었다. 

열두 달 영어 이름 중 7월(줄라이)과 8월(어거스트) 속에는 로마의 황제 율리우스와 아우구스투스의 이름이 들어 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2월이 짧아진 이유와 10월과 12월이 31일이 된 배경에도 이 두 황제의 은근한 권력욕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저 웃음만 나온다.

달력이 만들어진 이야기와 더불어 시계의 역사도 흥미진진하다. 인류 최초의 시계인 해시계에서부터 물시계, 모래시계, 추로 움직이는 시계를 거쳐 톱니바퀴와 맞물려 돌아가는 현대 시계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숨어 있는지 하나하나 원리를 들어가며 설명해준다.

책장을 덮으면서 내가 갑자기 굉장히 똑똑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달력과 시계의 역사 속에 숨겨진 뒷이야기와 다양한 상식들을 덤으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글이 제법 많고 서양 역사가 많이 나오는 관계로 4학년 이상에게 권장하고 싶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쓰는 2008년이나 12달짜리 달력이 마음에 안 들어 새로운 연도와 달력을 만들고 싶은 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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