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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타이크 ㅣ 창비아동문고 237
진 켐프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오승민 그림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책을 다 읽고 나서 내뱉은 말은 "아니, 어쩜 이럴 수가!"였다. 하지만 속았다는 생각보다는 너무 유쾌해서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딸아이가 책표지만 보고는 "이런 책은 재미없어서 안 봐요"라며 책을 밀어놓았는데... 더구나 표지를 가득 채운 타이크의 얼굴은 남자 아이인지 여자 아이인지 구분이 안 간다. 책을 다 보고 나서야 타이크의 존재를 파악한 나는 책장을 앞으로 넘겨가며 주인공 아이에게 숨어 있는 비밀의 단서를 찾아보기도 했다. 딱 하나 단서가 있긴 하지만 쉽게 발견할 수 없다.
여자 아이는 긴 머리에 단정하고 예쁜 얼굴, 얌전한 행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남자 아이는 씩씩하면서 약간 지저분하다거나 가끔 말썽을 피워도 용서할 수 있다. 이게 보통 사람들의 남자와 여자 아이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 관념일 것 같다. 책을 다 읽는 순간 그 고정 관념이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타이크의 특별함을 인정해주고 전혀 탓하지 않은 그의 부모가 정말 대단하다.
진실을 알고 나니 타이크가 더 멋져 보인다. 진실을 알기 전에는 그저 평범했던 행동들이 모두 특별해진다. 초등학교 졸업반인 타이크의 단짝은 데니다. 아이들은 데니를 머리도 이상하고 저능아에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놀린다. 하지만 타이크는 놀리는 친구들 열 명보다 데니가 더 낫다며 혼내주는 의리맨(?)이다. 타이크에게 대니는 착하고 괜찮은 아이다. 더구나 데니 곁에서 도움을 줄 사람이 꼭 필요한데 그게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말썽을 많이 피워도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타이크다!
학교에서는 크고 작은 말썽에 교장 선생님에게 불려가는 일이 흔하고, 집에서도 공부랑은 담을 쌓고 산다. 공부 좀 못하면 어떠랴 싶다. 약한 친구 편이 되어 돌볼 줄 알고, 잘못된 일은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아이라면 몇 번의 말썽쯤은 모른 척해도 멋지게 자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타이크를 보며 내내 우리 아들 녀석을 생각했다. 작년 아들 녀석을 학교에 보내놓고 노심초사하며 일 년을 보냈다. 학교 가기 전에는 내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지탄의 대상이 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다른 아이들에게 맞거나 뭔가 손해나는 일을 당하까 봐 걱정을 하면 했지. 하지만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선생님의 호출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 아들이 싸움 대장이라는 것이다. 싸우고 물어뜯고, 선생님에게도 대들고, 잘못은 절대 인정 안 하는 아이, 그게 바로 내 아들이었다.
전화 걸어서 싸운 아이 부모들에게 사과하고, 물어놓은 아이 데리고 병원도 가 보고.... 이때부터 내 아이도 다른 아이들에게 해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 앞에만 서면 죄인이 되어 고개를 숙인 일 년. 손바닥의 앞면만 볼 줄 알았던 내게 뒷면도 보라고 일깨워준 아들, 사실 지금은 이 말썽꾸러기 아들이 한없이 고맙다. 우리 아들도 타이크처럼 멋지게 그리고 정의롭게 살아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모범생 노릇에 지친 4학년 이상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의 적이 되고 싶지 않은 선생님과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