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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임금 이야기 ㅣ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1
박윤규 지음 / 보물창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 역사상 첫 임금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드라마틱하다. 그래서 이미 드라마나 책으로 접해서 친숙해진 인물들이 많다. 그래서 더이상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도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는 제목만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먼저 책을 집어든 딸아이가 재미있다며 좋아했다. 그동안 알던 것과 '틀린 게' 있다며 자꾸만 연필로 밑줄까지 그었다. 나도 궁금해서 딸아이가 책을 건네주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딸아이가 말한 그 '틀린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하게 첫 임금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아니었다. 같은 상황이라도 시대에 따라 재해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책을 읽는 아이들이 한 번 더 생각해 보도록 끊임없이 유도한다. 특히 신화로만 읽고 역사로 인식하기엔 뭔가 부족했던 고대사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앞뒤가 맞지 않는 고대사 기록에 대해 제대로 알자며 하나하나 따지다 보니 역사학자가 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단군신화의 경우 곰과 호랑이가 등장하는 이유, 단군이 의미하는 것, 정사인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단군신화가 등장하지 않는 진짜 이유 등 그동안 깊게 생각하지 않고 지나쳤던 사실들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하고 우리 역사에 대해 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더구나 저자가 그동안 발견된 유물, 중국과 우리의 문헌들을 연구한 끝에 알게 된 사실을 토대로 새롭게 쓴 단군신화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 부분은 단편으로 나와서 더 많은 아이들이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여의 역사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도 김부식의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 때문이었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우리 역사의 뿌리는 신라가 아닌 고구려와 그 이전의 역사인 부여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말해준다.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쓰면서 부여를 우리 역사에서 제외시켜 중국이 고구려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려고 난리칠 빌미를 준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백제의 시작이 우리나라 한반도가 아닌 중국 황하강 남쪽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역사적인 기록을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외우고 외워서 당연해진 사실까지 의문을 품게 함으로써 우리의 역사가 한반도에 국한된 게 아니라 중국 대륙으로 뻗어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정확한 역사를 밝히는 일을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제의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왜곡된 우리 역사를 바로잡고 주체 의식을 갖도록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 책이지만 수많은 역사서의 기록을 쉽게 번역해서 인용하기 때문에 내용에 신뢰가 간다. 또 시대마다 우리 민족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정확한 지도가 들어 있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잘 모르는 인물이나 용어, 역사책에 대한 설명을 한편에 보라색 글씨로 써놓아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아빠가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라는 점이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이처럼 자상하게 역사 이야기를 들려줄 수는 없으니 책상 위에 이 책 한 권을 올려놓는다면 역사 의식이 투철한 아빠 노릇을 대신 해줄 것 같다. 책이 약간 두꺼워 두 권으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폭 빠져 읽다 보면 어느새 조선을 세운 이성계 편을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정도로 재미도 있다.
교과서 속의 역사를 당연히 받아들인 엄마 아빠와 5~6학년 이상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