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동생 미래그림책 80
샐리 로이드 존스 지음, 수힙 그림, 엄혜숙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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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을 애지중지하고 잘 보살피던(?) 딸아이가 어느 날부터인가 칼날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그게 그러니까 아들 녀석이 점점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 시작한 시기와 맞먹네요. 아들이 여섯 살, 딸이 여덟 살 무렵부터 아웅다웅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아들이 두 살 터울밖에 지지 않는 순둥이 누나의 권위에 슬슬 대들기 시작한 거죠.

사실 이때부터 엄마들의 고민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좀 덜 싸우게 만들까 하고요. 딸아이는 적당히 누나 대접도 받으면서 동생을 잘 보살펴주었으면 좋겠고, 아들은 누나를 잘 따르면서도 자신이 동생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실 말처럼 쉽지가 않더군요. 이 책은 이런 고민을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랑하는 내 동생>은 누나의 권위도 확실하게 세워주면서 남매간의 사랑도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에요. 뭐든지 잘하는 누나가 뭐든지 잘 못하는 쬐끄만 남동생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랍니다. 첫 문장은 항상 "아기일 때 말이야, 넌 ~"으로 시작합니다. 달리기나 깡충뛰기도 못하고 커다란 곰인형이나 할머니의 구두 같은 것도 무서워했음을 지적하며 동생이 얼마나 어리고 아기 같은지 말해 줍니다.

또 누군가의 손 안에 쏙 들어가 있는 아기 때의 사진, 식탁 위에 온갖 장난감을 올려놓고 소꼽놀이를 하는 자신의 모습과 간신히 식탁에 얼굴을 내민 동생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해주지요. 그러면서 느끼는 누나로서의 뿌듯함은 아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거예요.

누나로서 우월감의 극치는 자라서 더이상 아기가 아닌 동생이 해도 눈감아 줄 수 있는 것에 다 들어 있습니다. "나 따라다니기, 나한테 뭐든지 배워서 나만큼 모든 것에 똑똑해지기". 언제까지나 동생은 누나보다 똑똑해질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확인하는 순간이죠! 진짜 그럴지는 더 두고 봐야한다는 사실을 지금은 알 턱이 없겠죠?

우리집도 딸 아들 남매이다 보니 딱 이거다 싶은 책이었어요. 사실 딸아이가 너무 좋아했어요. 동생이 태권도 학원에 갔다 오자마자 불러서 자기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더니 읽어주더군요. 간간이 딸아이의 웃음 소리도 들리고, 아들 녀석의 "그건 할 수 있는데..."  " 이젠 다 할 수 있어!" 이런 말도 들렸어요.

하루에 한 번씩은 싸우고 가끔은 원수처럼 지내도 이런 때 보면 사랑하는 남매 맞나 봅니다. 딸아이가 힘으로 동생을 당해낼 수 없어 뭔가 우월함을 내세우고 싶을 때마다 읽어주겠다고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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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가 좋아 처음 만나는 자연 1
조미자 지음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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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그린 듯한 그림 속에 유쾌함이 넘쳐 책장을 넘기는 나의 입가에 웃음이 피어났다. 야채 그림을 잘 그리는 꼬맹이 반지와 농장 아저씨, 뒤뚱거리는 곰과 요리 담당 토끼, 벌레 담당 고양이의 표정을 보고 있다 보면 아이들을 데리고 당장이라도 씨를 뿌리러 나가고 싶어진다.

우리가 늘 먹는 야채의 성장 과정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책장을 넘기면서 그림만 보아도 다 알 수 있다. 먼저 흙냄새를 실컷 맡으라고 권한다. 그런 다음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나면 꼬물꼬물 나오는 싹이 정말 예쁘다. 쑥쑥 크는 사이에 풀도 뽑아주고 벌레도 잡아주다 보면 꽃도 피고 열매도 주렁주렁 열린다. 당근이랑 무도 뽑고 상추랑 토마토도 따서 즐거운 식사를 한다는 내용이다. 

반복되는 단어 속에 리듬이 실려 있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노래 부르듯 글을 읽게 된다.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노래처럼 불러주면 더 좋아한다.

씨앗을 뿌리고, 뿌리고/물도 주고, 물도 주고/싹이 나와, 싹이 나와!/잎이 자라, 자라!/쑥쑥 커서, 커서!/벌레도 잡아줘야 해. 시원한 오이, 달콤한 토마토, 달달한 당근, 사각사각 양배추! 야채가 정말 좋아!

특히 벌레를 잡아주는 쪽에선 아이들에게 잎파리 사이 사이 숨어 있는 곤충을 찾아보라고 하면 더 재미있게 책을 볼 수 있다. 야채를 잘 안 먹던 아이들도 책을 보고 나면 오이나 당근을 덥썩 집어먹을 것만 같다. 

이야기 말미에는 열매를 먹는 야채, 잎을 먹는 야채, 줄기를 먹는 야채. 뿌리를 먹는 야채 등 종류별로 분류해놓아 공부도 할 수 있다. 여지껏 뿌리를 먹는 야채인 줄 알았던 양파와 마늘이 줄기를 먹는 야채에 분류되어 있어 무식함을 확인하기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또 하나의 보너스는 야채랑 놀아보기 코너다. 야채로 얼굴도 꾸며보고 도장 찍기도 해보도록 아빠 얼굴과 엄마 모습이 들어 있어 얼른 따라해 보고 싶어진다. 책내용이 좀 유치하다고 투덜대던 큰아이까지 빨랑 해보자며 난리였다. 

이제 슬슬 야채 맛을 알아가는 아가들부터 야채가 예쁜 우리 엄마로 변신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유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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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낱말이 좋아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글.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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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때 낱말 책 몇 권을 산 적이 있다. 그런데 한글 낱말 책의 경우 대부분 어른 손바닥 크기의 보드북에 단어 몇 개 들어 있고 가격은 비쌌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말을 제법 익혔을 무렵 영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큰 판형의 영어 낱말 책(first words book) 몇 권을 아주 비싼 값에 사 주었다.

그때 영어가 짧은 나는 영어 낱말 책을 보며 우리 말 번역도 함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림을 보면 대충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수 있었지만 정확한 뜻이 궁금해서 종종 사전을 들추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말로 번역되어 나오는 그림 동화책도 부록으로 원문을 실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아이들이 큰 후 한글 낱말 책은 거의 볼 일이 없어 조카들에게 물려주었다. 하지만 영어 낱말책은 지금도 가끔 꺼내 보곤 한다. 두 아이가 책을 펼쳐놓고 소꼽놀이도 하고, 이제 제법 영어책을 읽는 딸아이는 동생에게 단어의 뜻을 알려주기도 한다.

<와글와글 낱말이 좋아>는 몇 년 전 나의 불만을 깨끗이 해소시켜 준 그림책이다. 아주 큰 판형에 한글과 영어 단어를 한꺼번에 배울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서 가격은 영어 낱말 그림책 한 권 값에도 못 미친다. 본문은 물론이고 표지랑 면지 할 것 없이 두루 신경을 써서 편집했기 때문에 웬만한 유아 영어 사전 역할을 할 것 같다. 이 책을 보며 배울 수 있는 단어가 모두 1000개라고 한다.

<와글와글 낱말이 좋아>는 단순하게 단어만 늘어놓은 책이 아니다. 아이들이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만날 수 있는 40여 가지의 상황에 따른 단어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억지로 꿰어맞춘 단어 공부가 아니어서 정말 좋다. 우리 아이들은 책을 펼쳐놓고 상황에 따른 놀이를 해서 엄마를 흐뭇하게 했다. 이렇게 하루 한두 상황씩만 단어를 가지고 놀다 보면 천 단어를 익히는 데 얼마나 걸릴까?

그리고 상황마다 던지는 질문 때문에 책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예를 들면 46쪽의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참 많아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없는 일들도 있긴 하지요.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번 찾아보세요."  이렇게 직접 아이들이 활동을 하도록 유도한 점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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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
도종환 엮음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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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로 받은 시집 덕분에 오랜만에 시를 들었습니다. 시집을 들추기도 전에 함께 들어 있던 씨디를 플레이시켰더니 거기서 흘러나오는 다정한 목소리에 쉽게 끝내기를 누를 수가 없네요.

낭송의 맛, 분명 글로 읽는 시와는 다른 맛입니다. 시어의 느낌과 차분한 목소리의 느낌이 합쳐져 시를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시만 골랐나 싶을 정도로 한 편 한 편이 다 가슴에 와 닿네요.

결국 도종환 시인이 낭송해주는 시 한 편을 듣다가 눈물을 주주룩 흘리고 말았습니다. 시인의 어머니 만큼 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친정엄마 생각이 나서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 드리며 -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을 깎아 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부렀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 드린다

가만히 계세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여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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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4-0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님~ 엄마 생각하면 참~
님 오늘 비도 오는데 따뜻한 차 한잔 드셔요

소나무집 2008-04-0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비가 안 왔는데 서울은 비가 왔나 보네요.
 
샌드위치 백작과 악어 스테이크
이향숙 지음, 강경효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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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책이 있는데 <샌드위치 백작과 악어 스테이크>도 그랬다. 표지 그림을 보고 음식에 관한 책이라고 짐작할 수 있으려나.

우리 딸아이가 음식에 관심이 많다. 어떨 땐 엄마는 보지도 않는 요리책까지 꺼내 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직접 요리를 하는 건 아니고 요리 이름이나 재료, 소스나 담는 그릇에 흥미를 보이곤 한다. 그래서 기왕이면 수준에 맞는 책으로 읽으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사 주었다. 책 받은 날 일기로 책 이야기를 쓰더니 다음 날엔 독서록 숙제도 이 책으로 했다.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이야기겠지!

피자, 스파게티, 자장면, 소시지, 햄버거, 아이스크림, 케첩, 치즈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런 음식들이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느 나라에서 먹기 시작했는지, 왜 먹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알아가다 보면 신이 날 수밖에 없다.

1장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요리를 소개한다. 미국으로 이민 온 프랑스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들어 있는 케이준 요리, 퐁듀를 먹다가 떨어뜨렸을 때의 벌칙, 터키의 요리 케밥을 맨 처음 먹은 사람이 클레오파트라라는 사실, 라면의 진짜 원조는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사실 등.

 2장 알고 먹으면 더 맛있어요!에서는 음식에 얽힌 유래에 대해 알려준다. 햄버거의 고향, 돈가스의 이름이 세 개인 이유, 지금과 같은 아이스크림이 생긴 이유, 샌드위치 백작의 이름이 음식 이름이 된 사연, 케첩이 중국 양념이었다는 놀라운 사실 등을 알아가면서 아이가 수다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엄마, 그거 알아?" 책 한 권 읽는 동안 내가 수없이 들어야 했던 질문이다.

책을 읽다 내가 불끈한 일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독일의 소시지에 관한 부분에서다. 원래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없었던 가난한 사람들이  혀나 염통, 콩팥, 코, 귀 등을 다져서 창자에 넣어 만든 소시지를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먹어보고는 서민이 이렇게 맛있는 걸 멋는 건 사치라며 금지령을 내렸다니 기가 막혀서.

대부분 아이들 주변에 널려 있는 음식 이야기여서 책을 싫어하는 아이라도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4학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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