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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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친정 엄마의 환갑 잔치를 하면서 쓸쓸했던 기억이 난다. 자식들을 위해 애쓰며 살다 보니 어느새 환갑이 되신 것이다. 큰절을 올리며 이제라도 당신을 위해 세월을 쓰시라고 말씀 드리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알에서 태어난 병아리가 성장하면서 제일 힘센 수탉이 되었지만 더 힘이 센 경쟁자가 나타남으로써 절망을 하게 된다. 그 수탉 곁에는 다행럽게도 현명한 아내가 있었다. 수탉의 아내는 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들이 얼마나 힘이 세고 알을 잘 낳는지 깨우쳐 준다. 결국 그들을 있게 한 건 수탉이기 때문에 가장 힘센 수탉은 바로 당신이라고. 당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이 책에는 정말 많은 닭 그림이 나온다. 하지만 똑같은 그림은 하나도 없다. 웃는 닭, 찡그린 닭, 조는 닭 등 표정도 가지가지이다. 깃털이나 볏도 아주 섬세하게 표현했다. 싸우는 병아리나 술취한 닭, 책가방 던져놓고 말타기하는 닭, 칙칙폭폭 기차놀이하는 병아리, 잔치상을 받아놓은 수탉 부부를 보며 아이들은 어느새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은 힘겨울 때 서로 기댈 수 있고,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임을 알려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물리적인 힘은 약해지지만 마음의 힘은 더 세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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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아벨
알레산드라 로베르티 그림, 세르지오 라일라 글, 김완균 옮김 / 효리원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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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앞뒤 표지만 넘겨 보아도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이 가능하다. 앞표지를 넘기면 숲속에 늑대와 아벨이 나온다. 하지만 둘은 서로 등진 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뒤표지를 넘기면 이 두 존재가 또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더이상 등지고 있지 않다. 한없이 다정스런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등졌던 이들이 어떻게 마주보게 되었을까?
 
이 책은 아벨이 부모 곁을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헤어짐 앞에서 슬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담담하게 미소를 머금은 채 떠나 보낸다. 왜냐하면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부모는 떠나는 아들을 위해 지팡이와 칼과 냄비, 씨앗과 어린 싹, 지혜가 담긴 책을 준비해줄 뿐이다.
 
집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된 아벨은 깊은 숲속에 집을 짓고 살게 된다. 그런데 그 숲엔 이미 힘센 주인이 있었다. 주인 입장에서 아벨은 침입자일 뿐이다. 여기서 갈등은 시작된다. 아벨은 살아야 하고 늑대는 쫓아내야만 한다.
 
늑대는 당장에라도 잡아 먹고 싶었지만 자신에겐 없는 지팡이와 칼과 냄비와 책이 아벨에겐 있었다. 늑대는 서서히 아벨에게 접근한다. 아벨의 음식을 훔쳐 먹고 아벨을 관찰한다. 늑대의 존재를 알고 있는 아벨은 화를 내지도 않고 오히려 늑대를 초대한다.
 
늑대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신비한 냄비와 뭔가가 가득 담겨 있을 것 같은 책에 대한 욕심으로 초대에 응한다. 하지만 아벨을 잡아 먹으려다 오히려 앞발을 다친 늑대는 아벨의 간호를 받는다. 그러면서도 아벨을 잡아먹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
 
드디어 늑대의 앞발을 푸는 날이 왔다. 아벨은 잔뜩 겁에 질려 있지만 늑대의 마음속엔 아벨을 잡아먹겠다는 마음은 더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늑대의 마음 속에 아벨은 침입자가 아닌 친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아벨은 적대감으로 가득찬 늑대에게 왜 친절을 베풀었을까? 왜냐하면 숲의 주인은 원래 늑대였고, 아벨은 단지 침입자였기 때문이다. 아벨은 숲의 주인이 힘이 센 늑대라는 것을 알고도 기뻐했다. 혼자인 것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벨의 끊임없는 사랑 앞에 늑대의 마음도 열린 것이다.
 
아벨의 부모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지혜와 남을 감동시킬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지혜의 책과 씨앗과 칼과 냄비를 아벨의 손에 들려 내보낸 것이다.
 
밝은 빛깔을 많이 쓴 그림은 늑대의 음흉스런 마음과 날카로운 눈빛까지도 따스하게 보듬어준다.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가 새로운 친구와 낯선 환경 앞에서 머뭇대고 있을 아이들에게 이 책은 어떻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요즘 대부분의 부모들은 독립하는 자식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완벽하게 준비를 해준다. 아벨의 부모처럼 스스로 개척하고 깨우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나약한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부모들의 너무 지나친 배려 때문이 아닐까?  아이들에게 지혜를 주는 부모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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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아이 - 고구려 우리나라 바로알기 14
신현득 지음, 홍영지 그림 / 대교출판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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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 때 경기도 박물관에서 열린 '고구려전'에 아이들과 함께 다녀왔다. 거기서 실물 크기로 복제한 광개토대왕비도 보고, 고구려인이 사용한 물건들을 보며 그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해보기도 했다. 그후 '고구려'라는 단어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이 책도 신간 안내를 보자마자 호기심이 마구 일었다.

가장 넓은 영토를 확장했던 고구려, 그 땅에서 살던 한 어머니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고구려 아이들은 나라와 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을 것 같다.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연개소문 등 훌륭한 장수들이 영토를 송화강이 흐르는 요동까지 넓혔으니 그랬을 만도 하다.

아이가 태어나면 고구려의 어머니는 제일 먼저 '고구려'라는 말을 가르치고, 요동성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는 자라 아버지가 물려준 칼과 창을 들고, 활을 메고, 갑옷을 입고, 아버지가 물려준 말을 타고 요동으로 떠난다.

어머니는 아직 아들이 어린 것 같아 걱정은 되지만 "그래 가거라"라는 한마디로 아들의 뜻을 따른다. 남편이 죽음을 맞이한 사지로 흔쾌히 아들을 떠나 보낸 것이다. 이런 아들과 어머니들이 모여 우리 고구려는 커갔던 것이 아닐까?

글이 한 편의 시다. 작가는 우리 어린이들이 고구려의 정신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시를 썼다고 한다. 나약하기만 한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을 품에 잡아두려고만 하는 우리 엄마들에게 고구려의 아이와 어머니는 충격이다.

옛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나 역사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책이다. 옛날 이야기를 읽듯 동화를 읽고 나면 고구려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고구려가 세워진 이야기,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이 알에서 탄생한 이야기, 고구려는 누가 다스렸는지, 고구려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어디에서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고구려의 풍습이나 예술, 음악 등 독창적이었던 문화를 보여주고, 어떻게 멸망하게 되었는지. 한 권의 고구려사를 읽는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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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 크레용 그림책 34
에바 에릭손 그림, 울프 스타르크 글,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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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일찍 들어오신 날은 모든 게 낯설다. 밥을 먹을 때도, 공부를 할 때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 한 달에 일주일은 출장을 가시는 우리 아빠, 출장 안 가실 땐 언제 나가고 언제 들어오지 알 수가 없다. 아빠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주말밖에 없다. 같이 살고 있지만 아빠가 보고 싶은 날이 정말 많다. 아빠가 회사에 안 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아빠가 일주일 동안 회사에 안 간다고 했다. 방학인데 못 놀아줘서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엄마랑 나랑 동생이랑 아빠랑 정말 오랜만에 신이 났다. 우리 가족이 도착한 곳은 무주에 있는 덕유산이었다. 깊은 산속에 있는 통나무집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산속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아주 춥게 느껴졌다. 사람이라곤 우리 가족밖에 없어서 더 추운 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아빠가 해서 엄마가 정말 좋아했다. 음식 찌꺼기를 버리러 나가는 아빠를 따라 나갔다. 겨울 산에는 먹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음식 찌꺼기를 뿌려놓으면 새나 동물들이 와서 먹는다고 했다.어두운 숲속엔 통나무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과 하늘의 별빛밖에 없어서 조금 무서웠다. 나는 아빠 손을 꼭 잡고 아빠 곁에 바짝 붙어 섰다. 그러자 아빠가 꼭 안아주며 말했다.

"하늘에 별이 참 많지? 별들은 이 세상의 사람보다, 아니 모래알보다도 더 많단다. 저 별들이 있는 우주는 아주아주 멀고 넓단다. 너랑 아빠도 이 우주의 한 부분이지."

"나랑 아빠도 우주라고요.?"

"그럼, 우주는 이 세상 전체란다. 이 숲에 있는 나무랑 돌멩이, 고드름까지도 다 포함하지. 이들 모두가 우주를 이루는 거야."

아빠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특히 우리 인간은 우주 속에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말이 그랬다. 사실은 내가 우주라는 말도 조금 어려웠다. 확실한 건 집 근처에서 본 하늘의 별보다 산속에서 본 하늘의 별이 무지무지 더 많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빠 품이 이렇게 따뜻하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아빠랑 함께 본 밤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아빠가 들려준 이야기 가운데 별자리 신화도 재미있었다. 특히 페르세우스가 고래를 죽이고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한 이야기는 하늘의 별을 볼 때마다 생각날 것 같다. 아빠는 내년엔 소백산 천문대에 가서 더 많은 별과 더 큰 우주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통나무집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와 나는 무슨 비밀을 들키기라도 한 듯 동시에 몸을 움츠렸다. 나는 아빠의 손을 꼭 잡고 뛰어갔다. 이젠 더이상 아빠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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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2-0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아빠와 다녀온 여행을 생각하며 써 보았답니다.
 
쇠똥 구리구리 - 연필과 크레용 12
유애로 글.그림 / 보림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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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애로 선생님의 초기 작품으로 자연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이 책은 아기 쇠똥구리가 어른 쇠똥구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엄마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려 집으로 가져가는 동안 여러 번의 실수를 한다.

다른 곤충들은 놀자고 유혹하하거나 그것도 못 한다고 놀려댄다.

하지만 엄마 쇠똥구리는 쉬지 않고  열심히 움직여 집으로 가져온다.

쇠똥 속에 낳은 알은 서서히 어른 쇠똥구리가 되어간다.

지금은 특정한 곳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쇠똥구리의 생태를 아주 재미있게 표현했다.

곤충의 이야기지만 아기에 대한 엄마의 사랑이 듬뿍 느껴진다.

이 책에는 아주 많은 곤충들이 나온다.

그 곤충들을 아주 재미 있게 표현해주어 아이들이 곤충과 친해질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잠잘 때 읽어주면 아주 좋아했다.

3~5세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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