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흔들 다리 위에서 쪽빛그림책 5
기무라 유이치 지음, 하타 고시로 그림, 김정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기무라 유이치에 대한 오해는 애니에서 시작되었다. 늑대와 양의 우정이라는 자연계의 먹이사슬에 대 반역을 저지른 기발한 상상력에  호감(호감이라구, 사실 이런 주제를 가지고 나온 그림책이나 동화책이 한두권이 아니라 식상하긴 하지만 여기서 딱히 생각나는 쓸 말이 없어서! 반감은 일단 아니니깐)을 느끼긴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서 본 애니 <폭풍우치는 밤에> 대한 나의 인상은 이쁘게 포장한 여느 일본 애니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 그래 그림 이쁘지, 내용 교육적이지 그런데 뭘 어쩌라구요!정도.

애니의 상영 후, 작품의 평가는 나무랄 데 없지만 그래도 독자에게 인상적인 무엇인가를 주지 못한다는, 작가에 대한 이러한 사소한 오해는 독자를 장님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시무라 유이치가 저 그런 작가일 것이라는 단단한 오해의 층을 풀기에는 나의 편견은 겹겹히 봉인되어 있었고 그 오해를 풀 기회는 그다지 없어 보였다. 도서관에 가서 그의 <폭풍우치는 밤에>를 들춰보기전에는. 게다가  <폭풍우 치는 밤에>를 빌려와 아이들에게 읽어주자 생각보다 상당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이거 분명히  영화와는 다른, 그 무엇가의 힘이 그림책 속에 들어 있었다. 그게 뭘까? 아니 왜 아이들이 이렇게 열광적으로 좋아하지. 내가 좀 오버해서 읽어줘서 그런가? 영화와 별반 스토리가 다른 게 없는데 ! 왜 이렇게 아이들이 더 읽어달라고 조르지. 6권이나 돼 읽느냐 열나 힘들어 죽겠는데, 씩씩!( 6권 읽어줘 보세요. 한두번도 아니고 나중엔 열 받습니다~그래요. 그래서 전 아이들은 너무 좋아하지만 들고 오면 한숨 푹 쉬는 찡한 그림책 차트도 있어요.)

제법 오랜 동안 책을 읽어주다 보니 아이들의 좋아하는 그림책은 어떤 요소들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나 다른 사람이 읽는 것을 듣는다는 것은, 다른 어떠한 것보다 아이가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수 있게 만드는 강한 흡입력이 이야기 속에 담겨져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  흡입의 요소가 이야기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재미 있을 수도 있고 자신과 같은 일상의 담은 잔잔한 감동일 수도 있고  주고니 받거니하는 개그의 만담처럼 언어의 유희일 수도 있고 이야기의 대화의 중점을 둔 언어의 강약 등  아이들을 매료시키는 요소가 이야기 그림책 속에 분명히 들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무라 유이치의 그림책의 경우는 연극과 같은 과장된 대화체를 잘 살려서 읽어주면 , 특히 대화의 강약을 잘 살리면 이야기의 당김 효과가 상당하다. 그리고 작가 자신도 그 효과를 충분히 인지하고 글을 쓰기 때문에,  <폭풍우치는 밤에>의 양과 늑대의 대화처럼, 이 <흔들 흔들 다리 위에서>에서의 여우와 토끼의 먹고 먹히려는 위기 일발의 순간을, 정말 과장해서 읽어주면 아이들은 다음에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귀 기울여 듣는다. 기무라 유이치가 그림책계의 세헤라자데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듣는 사람이 다음 이야기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등장인물의 강약의 구어체와 유머 그리고 호기심의 절정에서 딱 끊는,  기묘한 이야기 솜씨가 아이들을 확 잡아당기는 이야기의 재주때문이다. 덤으로 빙그레 웃을 수 있는 낙천적인 결말도. 들려주는 이야기의 당김이 무엇인지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든다.

오랜 경험상  커버스토리만 보고도 작품에서 뿜어나오는 이야기의 분위기나 힘만으로 아이들의 호불호을 대강 감지할 수 있는데, 존 버닝햄이나 앤소니 브라운, 알스버그 작품의 경우 일러스트나 이야기가 안정적이어서, 급격한 호흡을 요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대부분의 그림책 작가들의 일러스트나 이야기가 안정적이어서 발화의 톤은 그렇게 변하지 않는다. 물론 스타이거같은 유머와 장난스러운 작가의 이야기는 장난스럽게 읽을수 밖에 없어, 외국 작가가의 이야기나 일러스트가 안정적이라는 말로 일반화, 보편화 시킬 수 없지만 특히나 미야나시 타츠야의 경우나 기무라 유이치의 일본 작가의 경우 이야기가 유머스럽거나 과장스러운 이야기일 경우가 많아 읽는 톤이 경쾌하게 고저의 음색이 나오게 된다. 오디오의 이퀄라이저로 비유하자면 음의 높낮이의 변화가 고저로 빠르게 요동친다고나 할까나. 이야기의 톤이 수시로 변하다보니 아이들도 이야기에 훔뻑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그림책의 그림도 중요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긴장감, 그리고 이야기의 호흡이 어떻게 변해야 아이들이 좋아하는지 아는, 그림책 작가라는 것이다.

갈수록 그림책 세계와 멀어지는 나를 붙잡은 것은 이런 멋진 이야기꾼과 독특한 환쟁이와의 만남이다. 아직도 볼 좋은 그림책 많이 남아 있는데, 이런 멋진 작품과의 조우는 그림책 세계와 끊임없는 연결끈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 기무라 유이치와 일러스트 작가 고타로 그리고 번역자 김정화씨의 어린 시절의 사진, 정말 멋졌어요.(신선한 기획의도에 아이들과 함께 빙그레 웃었답니다. 더불어 저도 어린시절의 사진 찾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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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담당 오덕후님의 신간 소개글을 읽다가 요즘 열심히 모으고 있는 만화 beck이 갈수록 엿가락처럼 늘어진다는, 허나 34권 이번 편으로 완결되었다는 기쁨 소식을 들으면서, 머리 저편 너머에서 번뜩 아직도 질질 끌고 있는 < 이누야사>가 떠 올랐다. 5,6년전에 투니버스 상영된 < 이누야사>와의 시큰둥한 첫 만남이후, 이누야사 3기 엔딩곡이었던 보아의 Every Heart를 듣고 열렬 팬이 돼, 한 때 열심히 만화대여점 뻔질나게 들락거린 적이 있었다. 그렇게 감상적인 발라드 곡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이누야사의 엔딩씬에서 이누야사와 가영의 뒤로 흩어지는 벚꽃에 감정이 그만. 물론 이누야사도 40 몇권으로 읽기를 그만두었지만. 이젠 징허다는 생각만 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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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에 로또  당첨이라는 허무맹랑한 꿈 꾸지 않았는데, 오늘 이 디비디보면서 로또당첨이라는 대박의 꿈에 함 젖어봤다.  탐이건 맥이건 간에 그들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 뭐 이나이에 관심이 그닥 있겠냐, 솔직히 관심 없다. 오로지 나의 촛점은 맥 라이언이 운영하는 The shop around the corner라는 서점뿐. 현실적으로 애아빠의 월급으로는 이것저것 재봐도 이루지 못할 로망이겠지. 학습지 아니고서는 저런 전문적인 서점을 운영해 나갈 재간이 없을 거다. 맘 크게 먹고 적자 운영을 기본 방침으로 세울 수 있는, 그런 서점을 운영할 수 있는 힘은 로또의 저력뿐. 달리 뽀족한 방법이 없다. 아, 저런 서점에서 애들 데리고 가 그림책 한권 읽어주면 아이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서진의 뉴욕서점 순례기 읽다보면, 뉴욕은 전문서점이 제법 있는 것 같던데...아, 로또의 전지전능한 힘이여, 나에게도 그 힘을!  그건 그렇고 (발끈해서) 도대체 누가 저런 실력으로 맥라이언 포샵처리 한 거야! 


이런 분위기의 서점에서 애들한테 책 읽어주면 정말이지 perfect 




책이 얼마나 화려한 장식품인지, 우리집도 책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다는



낯익은 그림책들이 많이 보이죠!


로알드 달의 <보이>를 읽어주는 맥, 설마 저 책 다 읽어주진 않겠죠!


이건 폭스서점의 어린이책 코너인데 곰 디스플레이가 우릴 저 탁자로 부르죠! 얼릉 가 앉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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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0-06-07 08:48   좋아요 0 | URL
아~저도 요런 생각을 품었지만...현실적으로 힘들것 같아요. 그림책. 전세계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꽉꽉 채운다면 사람들이 구름 때 같이 몰릴까요? ㅋㅋ 맥라이언 이때가 가장 예뻤던것 같아요. 서점 다운 서점에서 하루 죙일 기웃거리며 책들 만지작 거리고 싶어요^^

기억의집 2010-06-07 11:16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맥 라이언 이뻤던 때였지요. 요전에 최근 사진보니 보톡스를 너무 맞아 별로더라구요. 왜들 그렇게 보톡스를 맞는지. 더 이상해요.

분위기만이라도 몰릴 것 같은데, 저런 아이들서점 운영하고 싶은 꿈 여전합니다. 현실적으론 힘들겠죠. 누가 후원회주지 않는한.
 

정확하게 20년전인 1988년 리더스 다이제스트 12월호에 펄벅의 이 단편이 실렸어요. 원제가 <크리스마스 새벽에>라는 제목인데, 그 때 제가 이 단편을 읽고 뭉클해서, 아직도 이 단편의 내용이 문득문득 생각나곤 합니다. 지금 부모는 공부로 아이들에게 올인하지만 우리 시대땐 안 그랬잖아요. 공부로 뒷바라지 해주었다기보다 마음을 뒷바라지 해주지 않았나요? 전 아직도  저희 삼남매를 키우기 위해 파출부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엄마를 생각하면 콧등이 시큰해져요. 공무원이셨던 아빠 월급으론 살림이 빠듯했던 시절이라 엄마는 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았거든요. 우리를 위해 고생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엄마에게 뭔가를 해드리고 싶다라는 생각은 언제나 들었어요. 그래서 설거지나 청소같은 집안 살림은 딸들인 우리가 다 했지만 그래도 엄마에게 더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으로, 엄마에 대한 미안함을 대신했지요.이 책은 바로 그런,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일을 덜어드리고 싶어하는 주인공소년의 맘이 잘 드러나 있어요. 선물이라는 게 말이죠. 꼭 리본달린 선물만 있는 게 아니예요! 마음 위에 리본 단 선물보다 근사한 선물이 있을까요? 물론 요즘 아이들한텐 어림도 없지만. 하지만 이 책 읽으면 지난 날에는 따스하고 풍성한 마음에 리본에 달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하던 시절도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 속의 주인공도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네요.


예전에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실린 일러스트는 이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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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책을 읽는 습관중의 하나가 작가후기든 역자후기든 편집후기든 후기를 꼭 읽고 본문을 읽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스포일러가 강하게 들어있는 후기는 역자가 미리 후기 읽지 말라고 공지해 일단 후기 접고 들어가지만 대부분 거의 90% 이상 후기부터 읽고 들어가는데, 이 책도 후기부터 읽다가 편집후기에 이스터에그 찾았나요?라는 편집자의 말에 열심히 이 책 읽으면서 이스터에그 찾아보았지만 실패했어요. 어제는 시간도 남아돌고 다른 책도 읽기 싫어 회사일하는 남편 옆에서 이 책의 이스터에그 찾다가 반나절을 다 보냈다니깐요. 애아빠가 이리저리 책을 못 살게 구니깐 한심하다고 쳐다볼 정도였어요. 음...뭐하냐고는 안 물어보고. 애아빠가 회사일을 집에 가지고 와 컴퓨터로 일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어디도 안 나가고 귀찮게 책 뒤적뒤적거리니깐 속으론 짜증도 났겠지요! 혹 가모우 저택 사건 이스터 에그 발견하신 분 저 좀 알려주세요. 궁금해요!!!!!! 북스피어란 출판사 재밌긴 재밌어요. 책마다 이런 이스터에그가 있으니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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