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H.밀러의 책 '우연한 생'에서 제인 오스틴의 '설득'을 알게되어 찾아 읽었다. 오스틴 특유의 '관계 들여다보기'는 이번에도 유쾌했고 느긋하게 우려낸 차를 마시듯 갈등상황을 거쳐 얻어지는 평온을 맛보는 즐거움도 만족스러웠다. 주인공 앤은 월터 엘리엇 경의 둘째 딸로 가장 총명하지만 가족과 친밀하진 않다. 아버지 월터는 책이라고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준남작 명부만을 즐겨보는 속물적인 귀족인데다 잘난 자신의 외모에 자부심이 강한만큼 남들의 외모에 날카로웃 잣대를 들이대길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죽고 난 뒤로는 외모나 성격이 자신을 쏙 빼닮은 첫째 딸 엘리자베스와만 절친처럼 지내며 나머지 딸에게는 애정도 관심도 없다. 맏이인 엘리자베스 역시 귀족적 허영의식에 사로잡혀 씀씀이가 커, 가세는 점점 기울어갔고 결국 큰 집을 세놓고 모두 이사해야 하는 형편이 된다.



앤은 아버지와 큰언니를 우선 이사보내고 당분간 살던 곳 근처의 먼저 결혼한 동생의 집에서 기거한다. 아버지만큼이나 자기밖에 모르는 막내가 몸이 아프다며 언니를 필요로 한 것. 그녀는 시댁과 바로 이웃해 거주했는데 그 가족들은 다행히 앤에게도 다정하게 대해준다. 앤에게도 과거에 결혼할 기회가 있었다. 프레더릭 웬트워스라는 해군 대령과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였고 그들은 결혼까지 약속했었다. 하지만 돌아가신 엄마의 친구이자 앤을 누구보다 아끼고 귀하게 여겨주었던 레이디 러셀과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와 설득으로 앤은 파혼을 해야만했다. 그가 신분이 낮고 재산이 많지 않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앤은 웬트워스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레이디 러셀을 거역할 수 없었고 그와 헤어진 뒤 쭉 후회속에 살아왔다. 그녀는 조건 좋은 새로운 사람이 청혼해도 거절했다. 만일 그 때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더라면 여러 상황의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은 행복했을 거라고 앤은 확신한다. 그런만큼 그를 잊지못하고 다른 누구에게도 웬트워스에게 했던 것만큼 마음을 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젊고 자신만만한데다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던 웬트워스는 앤의 배신에 고통스러워했지만 전장에 나가 여러차례 공을 세우고 부유해져서 고향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그는 하필이면 앤 동생의 시댁식구들과 가까워진다. 그 댁에는 결혼적령기인 딸 둘이 있었는데 가족 모두가 성격좋고 능력있는 웬트워스에게 반한 것이다. 그들은 앤과 웬트워스 두 사람의 과거를 몰랐다. 어쩔 수 없이 모두 함께 자주 어울렸는데 웬트워스와 앤은 서로 간단하게 할 말만 할 뿐 데면데면하게 지낸다. 웬트워스는 앤 동생의 시누이들중 한명을 아내로 삼을 듯한 분위기. 앤은 8년간의 긴 시간동안 그를 그리워했고 지금도 그 앞에 서면 얼굴이 붉게 물들고 할말을 잃지만 웬트워스의 마음이 어떤지는 이제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여전히 젊고 더 근사한 모습과 조건으로 돌아와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는 웬트워스와 후회와 슬픔때문인지 더 초라해진 앤은 어찌될지 궁금한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길. 



웬트워스 대령과 자신만큼 그렇게 상대방을 향해 마음이 열리고, 그렇게 취향이 유사하며, 그렇게 감정이 일치하고, 그렇게 표정이 사랑스러운 짝은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남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남보다도 못했다. 서로 가까워지는 것이 영원히 불가능한 사이였으니까. 영속적으로 소원할 수밖에 없는 관계였으니까.- P97



사람들은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그럴때 스스로 결정하거나 타인의 도움을 받아 다른 선택을 하기도한다. 어떤 길로 가든, 가지 않은 길은 후회와 부질없는 그리움 같은 느낌으로 씁쓸함을 남긴다. 이 길이 아닌 저 길로 갔더라도 그런 씁쓸함은 따라왔을 것이다. 누구나 가지 않을 길에 대한 미련과 거기 담긴 가능성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남이 아닌 내가 한 결정이었을때 후회와 원망이 덜 하지 않을까. 내 의지로 하는 것,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살아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특별하고 의미있는 삶이니까.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의 방식으로 행복해지기보다는 차라리 자신만의 방식으로 비참해지기를원한다." 해즐릿의 이 말은 프로이트를 연상시킨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행복이 아니다. "습관과 선호로인해 자신의 일부이고 수천 개의 회상, 결핍, 고통을 통해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된 자신의 취향과 역량에 꼭 맞는 행복을 원한다." - P80


과거는 때로는 색과 모양이 제각각으로 비치는 어지러운만화경으로, 때로는 흑백사진으로, 때로는 냄새로, 때로는 피부를 따라 흐르다 마음을 옥죄는, 어디서 밀려왔는지 모를 감정의파도로, 때로는 얼굴에 번지는 작은 미소로 다가온다. 역광을 받은 텅 빈 도로처럼 아주 선명하게 다가오는 경우는 드물다. 이것이 신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을 등장시킨 덕에 당신은자신이 살아온 삶에 비현실적인 확신을 갖고, 당신이 살지 않은삶에 그보다 더 비현실적인 확신을 가질 수 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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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6-10 17: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오만년전에 읽고 ‘뭐야 오만과 편견하고 비슷하네‘ 이래서 딱히 별다른 인상 없었는데요, 그리고 우연한 생 읽을 때에도 그냥 넘겼는데요, 오늘 이 페이퍼 읽으니까 ‘아아 다시 읽어야겠다‘ 싶어지네요. 그래서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아니, 오늘 오전에 책을 한 박스 주문했는데.. 이러시면 곤란해요 ㅠㅠ

미미 2022-06-10 17:26   좋아요 3 | URL
아 저는 아마 다락방님 덕분에 읽은 <우연한 생>때문에 더 좋았던것 같아요!! (거기서 보자마자 주문함요) 그래서 가지않은 길에 대한 안타까움,쓸쓸함이 곳곳에서 느껴지더라구요. 막판에 겨우 드러난 진심때문에 저 녹아버릴뻔 했습니다ㅠㅠ

잠자냥 2022-06-10 17: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제 진짜 오스틴을 읽을 때가 왔나봅니다!

미미 2022-06-10 17:37   좋아요 3 | URL
기억에 남을만큼 뛰어난 문장이나 큰 사건은 없었지만 중간에 손에서 놓고싶지 않은 만큼 빠져들었어요. 앤의 아버지는 완전 시트콤 캐릭터예요*^^*

거리의화가 2022-06-10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인 오스틴 요건 제가 얼마 전 읽은 <이성과 감성>과는 다른 느낌이네요~ 그래도 첫 번째 <오만과 편견>보다는 <이성과 감성>이 더 좋았는데 <설득>은 더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결말이 궁금해서 읽어야 하나 싶습니다!ㅎㅎ

미미 2022-06-10 17:50   좋아요 3 | URL
저는 <오만과 편견>만 읽어봤는데 비슷한 면도 분명 있지만 <우연한 생>을 읽어서 그런지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8년간 잊지못했다는것도 애틋했고요.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도
다 궁금해요ㅎㅎ

독서괭 2022-06-10 17: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미미님, 그 부분에서 끊고 궁금한 분들은 읽어보시길, 하시면.. 읽어보고 싶어지잖아요!! ㅋㅋ

미미 2022-06-10 17:51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아 괭님 저도 진땀흘린만큼 스포일은 안됩니다ㅋㅋㅋ

유부만두 2022-06-10 17: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스틴은 챕터 마다 기막히게 끊고 다음으로 넘어가죠?!!! 예상 가능한 데도 ‘설득’당하며 읽게 되죠. 미미님 ‘맨스필드 파크’ 읽어주세요! 재밌어요! 웃기기는 ‘노생거 애비’고요.

미미 2022-06-10 17:55   좋아요 3 | URL
오 다 읽어볼께요~♡♡ 네 저 가슴이 다 타버리는줄 알았어요ㅎㅎ 결말까지 끌어주는 긴장감이 요즘 드라마의 원조아닐까 싶더라구요^^*

유부만두 2022-06-10 19:56   좋아요 2 | URL
맞아요!!! 앤의 차분하지만 떨리는 심정과 그 언니랑 동생의 싹퉁바가지! 완전 드라마였어요.

페넬로페 2022-06-10 17: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 책 다 읽고 싶어지네요~~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읽고는 이 한 권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 책에서 또 수많은 아류작이나 영화가 파생되었으니까요^^
그러나 읽어보고 판단해야겠어요
찜 합니다~~

미미 2022-06-10 18:04   좋아요 5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최근까지 제인오스틴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우연의 생>에서 보고 너무 궁금하더라구요.
그리고 작품해설에서 오스틴의 삶에대해 알게되니 전작하고 싶어졌어요~♡^^♡

새파랑 2022-06-10 1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제인 오스틴 책을 세어보니까 이책 포함해서 5편 읽었더라구요 ㅋㅋ 미미님 리뷰보니까 책 내용이 언뜻 생각나네요. 언덕에서 떨어져서 다친(?) 내용이 있었던거 같은데 ㅋ 제인오스틴 글은 뭔가 초롱초롱 한거 같아요~!!

미미 2022-06-10 19:58   좋아요 4 | URL
오 역시 새파랑님 읽으셨군요! 네 방파제에서 루이즈?가 장난치다가 크게 다쳤어요(황당)
그 일이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죠ㅋㅋ요즘 작가들도 이만큼 쓰기 쉽지않을듯 합니다*^^*

건수하 2022-06-10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기서 끊으시다니…! 넘넘 궁금해지네요.

책도 안 읽고 싶을 정도로 피곤했던 한 쥬라 그림책을 집었는데.. 이 책 집앞 도서관에 있나 얼른 검색해봐야겠어요 :)

미미 2022-06-10 21:39   좋아요 3 | URL
수하님 피곤한 한주를 보내셨군요!ㅠㅠ

저도 힘들거나 심난할땐 동화책이나 짧은 시집을 찾곤해요. 궁금하게 해드렸다니 오늘 성공했네요*^^* 주말에 잘
쉬시고 컨디션 회복하시길요!

햇살과함께 2022-06-10 23: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읽었는데 결론이 기억이 안나는데(뭐 이 책만 그런 건 아니지만:;;) 미미님 글 보니 막 너무 궁금하네요? 찾아봐야겠어요 ㅋㅋ

미미 2022-06-10 23:56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저도 그럴때 종종 있어요ㅋㅋ워낙 이작품은 결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짧아서 더 그럴거같아요. 햇살님 좋은 밤되세요^^*

mini74 2022-06-11 2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나온 민음사군요 ㅎㅎ넘 궁금한데요. 저도 초라해진 앤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너무 잘 맞는 상대와는 책에선 운명이 혹은 주변이 꼭 훼방을 놓는거 같아요 ㅎㅎ 넘 재미있겠어요. 궁금도 하고 ㅠㅠ

미미 2022-06-11 20:48   좋아요 2 | URL
결론을 알고 읽었는데도
좋았어요 미니님~^^♡
앤은 집안 사정도 어려워지고 가족들과도 그닥 유대관계가 돈독하지 않아서 더 쓸쓸한 모습으로 비춰져요ㅠㅠ 언니,동생,아버지가 모두 시트콤입니다.ㅎㅎ
표지는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 닮은듯해요ㅎㅎ

희선 2022-06-12 0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말해서 뭔가를 결정하는 것보다, 잘 안 된다 해도 자신이 결정한 길로 가는 게 더 낫겠지요 제인 오스틴 경험도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어디선가 제인 오스틴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결혼은 못했다고 한 걸 봤는데...


희선

미미 2022-06-12 08:47   좋아요 2 | URL
네 희선님~♡ 이 소설 뒤쪽에 제인 오스틴의 삶과 작품에대해 해설이 있어 보니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던걸로 보여요. 그래서 이 소설이 그녀에게는 아마도 더 큰 의미였겠죠? ㅜㅜ
 

웬트워스 대령과 자신만큼그렇게 상대방을 향해 마음이 열리고, 그렇게 취향이 유사하며, 그렇게 감정이 일치하고, 그렇게 표정이 사랑스러운 짝은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남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남보다도 못했다. 서로 가까워지는 것이 영원히 불가능한사이였으니까. 영속적으로 소원할 수밖에 없는 관계였으니까. - P97

그녀가 산책을 통해서 즐길 수 있는 것은 운동과 날씨, 황갈색 이파리들과 시들어 가는생울타리, 가을에 관한 수천의 시적 묘사들 중 몇 편을 스스로되뇌는 것뿐이었다. 가을은 훌륭한 취향과 민감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별한 영향을 한없이 끼치는 계절이라 읽을만한 가치를 지닌 시인이라면 누구든 이 계절에 대한 묘사와감회의 글줄을 어떤 식으로라도 남기려고 시도했으니 말이다.  - P126

과거의 일로 그녀에 대한 원망과 분하고 억울한 감정을 간직했으면서도, 또 앤을 전혀 개의치 않고 다른 여자와 가까워지고 있었으면서도,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과거 감정의 잔재였다. 본인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순수한 우정에서 나온충동적 행위였다. 그의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씨를 보여 주는 증거였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기쁨과 고통을 함께 느꼈다. 둘 중 어느 쪽이 우세한지 알 수 없었다. - P137

이런 대화를 통해 그가 여린 감성을 다루고 있는 스콧의 모든 시들과 절망적인 고통을 다루고 있는 바이런의 열정적인 묘사들을 모두 줄줄 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상처받은 마음이나 괴로운 경험에 의해 파괴된 이성을 그린 시행들을 떨리는 목소리로 풍부한 감정을 실어 읊조렸는데, 그 시행들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기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 P151

앤은 그가 전에 가졌던 생각, 즉 단호한 성격이 항상 좋은결과만을 낳는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견해가 과연 옳은 것이었는지 이제 의문을 갖게 되었을까, 그리고 우리 정신의 모든다른 면들이 그렇듯이 단호함에도 정도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이젠 깨달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때로는 남의 설득을 받아들일 줄 아는 성격이 단호한 성격만큼이나 우리의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그가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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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0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0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0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 변호사의 씨네마 법정 - 현직 변호사의 영화 속 법률 쟁점 해석
고봉주 지음 / 지혜와지식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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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다닐때 민법에 관심이 있어서 친구들과 수강했었다. 전공수업이다 보니 각오를 단단히 하고 맨 앞자리에 셋이 나란히 앉았다. 한자도 많았는데 한자무식인 나는 일일이 음을 따라 적으면서 내 전공수업보다 열심히 임했다. (대체 왜 그랬을까...)타 학과 학생들이 그러고 앉아 열정을 보이니 교수님이 점수도 후하게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공부하면서 민법이 굉장히 상식선에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라는 말도 있듯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선에서 합법과 불법이 나뉘었다. 물론 졸업을 하고 뉴스를 통해 전해듣는 (민사,형사사건들의)처벌 수위는 상식을 벗어날 때가 적지 않아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지만.



흔히 우리가 접하는 영화 속에는 갖가지 현실을 반영하는 문제들이 산적하고 그에 따른 법률 쟁점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그런 문제가 법적 문제로 붉어지기도하고 그냥 지나쳐지기도 하는데 영화 마니아인 고변호사가 자신의 직업을 살려 영화속 법률 쟁점들을 간단한 줄거리와 함께 담았다. 평소 영화를 보면서 '저건 법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을까?'의문을 가질 때가 종종 있었던 나는 읽는 내내 그런 면에서 해소도 되고 법률 상식도 쌓을 수 있어서 재밌고 좋았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이 대부분 보고 싶던 영화들이기도 해서 중간중간 영화를 찾아 보기도 했다. 특히 헐리웃 영화의 경우 미국과 우리의 법적 차이,처벌의 차이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저자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읽으며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 생각도 깊고 인간미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그는 '영화를 보는 것은 사회를 공부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고 말한다.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기억에 남는 몇가지 법률상식


범죄가 되기 위해서는 편지, 일기장, 메모장, 계산서, 설계도, 안내도, 사진, 이메일, 휴대폰, 녹음테이프 등에 잠금장치나 비밀번호가설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편지나 일기장 같은 경우에는 봉투에넣고 풀로 붙이거나 서랍 속에 보관하면서 서랍을 열쇠로 잠그면 비밀장치를 한 것으로 인정하고 휴대폰 등도 비밀번호 설정을 해두면 비밀장치를 한 것으로 인정합니다. 따라서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연인이나 배우자,부모가 알아내서 풀거나 비밀장치한 전자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서 그 내용을 알아내면 비밀침해죄가 되는 것이죠.- P58

-영화.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주거침입죄란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여기서 주거에 해당하려면 사람의 기와침식, 즉 먹고 자는 일상생활을 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기와침식에 사용된다면, 천막집, 비닐하우스, 주거로 사용하는 차량 등도주거라고 인정되고, 주거가 꼭 적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허가 주거, 임대차 계약 해지 후에 계속 거주하는 임차인의 주거에 침입해도 주거침입죄가 될 수 있어요.- P125 -영화.하울의 움직이는 성



자금세탁이라는 용어는 실제 세탁소에서 돈세탁을 하는 것에서 유래했어요. 1920년대 미국의 ‘알폰소 카포네‘라는마피아 조직이 도박이나 불법 주류 판매로 벌어들인 불법수익을 세탁소를 이용해서 세탁한 것이에요. 세탁소가 현금 유동성이 좋다는 것을 이용한 겁니다.- P151

-영화.시크릿 세탁소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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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07 2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5. 차인표는 뭔가요? ㅋ 37. 레베카는 왠지 이해가 됩니다~!!
자금세탁이 저런 기원이 있다는건 첨 알았네요. 이 책 재미있어 보입니다~!!

미미 2022-06-07 21:53   좋아요 3 | URL
영화 제목이 차인표예요ㅋ레베카도 그렇고 줄거리 소개하는데도 영화를 찾아보고 싶을만큼 흥미진진해요. 도서관에서 빌려읽었는데 술술 읽힙니다ㅎㅎ

파이버 2022-06-07 21: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본 영화들이 몇개 있어서 더 궁금해지네요. 질문들이 보니 갑자기 궁금해지는 것들이 마구마구 생깁니다~

미미 2022-06-07 21:55   좋아요 4 | URL
저도 본 영화들은 그런대로 안본영화들도 안본대로 다 재밌더라구요. 딱딱할 수 있는 법률상식을 영화로 설명해서 참신했어요^^

건수하 2022-06-07 2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법 관련 과목을 들으셨다니… 저도 그런거 하나쯤 들어놨으면 좋았을거 같아요. <여성을 위한 법> 궁금한데 감히 엄두를 못 내네요 ^^

미미 2022-06-07 22:06   좋아요 4 | URL
그러고보니 책에서 성범죄에 대해서도 다루어서 영화 ‘밤쉘‘도 찾아봤어요. 지금은
거의 기억나지도 않아요ㅎㅎ
<여성을 위한 법>장바구니에 담았어요! 목차를 보니 너무 궁금해요 수하님^^

바람돌이 2022-06-07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을 듯요. 보관함에 넣어두고 챙겨봐야겠네요. ^^

미미 2022-06-07 22:29   좋아요 2 | URL
얇으니까 가볍게 한번 쓱 읽어보실만 해요^^* 관심없던 영화도 이 책보고 찾아보게 되더라구요ㅎㅎ

coolcat329 2022-06-07 2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비밀침해죄라는 게 있군요.
자금세탁이 실제 세탁소에서 돈세탁해서 생긴 말이라니 ㅋ 재밌네요. ㅎㅎ

미미 2022-06-07 23:02   좋아요 3 | URL
네! ^^그냥 재밌게 읽다보면 어느새 법률상식이 쌓이더라구요. 소소한 정보들이지만요. 분야별로 다루어줘서 지루할틈이 없었어요ㅎㅎ

페넬로페 2022-06-07 23: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재미있겠어요~~
영화와 법률의 접목이네요
목차중에 몇 개는 봤는데 아직 못 본 영화도 많아요
실제 법정은 드라마와 영화와는 또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미미 2022-06-07 23:25   좋아요 4 | URL
오! 분명 그런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극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선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들도 가능한것처럼 묘사하기도 하더라구요. 그런것들도 짚어주어 더 좋았어요 페넬로페님~♡
이 책 시리즈로 계속 나오면 어떨까 싶어요ㅎㅎ

프레이야 2022-06-08 0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민법도 들으셨군요 오호! 목차에 본 영화가 제법 있네요. 법률 관련해 재미있게 읽히겠어요. 미미 님 땡스투유 찜! 시크릿 세탁소, 끝에 반전이 놀라웠어요. 실제 사건을 다루었다고 하더군요.

미미 2022-06-08 08:14   좋아요 2 | URL
프레이야님 저보다 많이 보셨을것 같아요*^^*
<시크릿 세탁소>도 꼭 봐야겠네요!!ㅎㅎ반전
에 실화소재는 놓칠 수 없죠.

다락방 2022-06-08 0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특히 7번 영화 때문에 이 책 읽고 싶어졌어요. <러브, 개런티드> 넷플에서 봤던 영화거든요. 영화를 예로 들어 설명해준다니 너무 재미있겠네요.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후훗.

미미 2022-06-08 08:19   좋아요 2 | URL
아! 그 부분 보면서 다락방님의 글에서 읽은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각 영화 설명으로 흥미를 돋워주고 법률문제도 다뤄줘서 재밌게 읽었어요*^^*

거리의화가 2022-06-08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최신 책이네요~? 저도 법률 상식이 많이 없는 편인데 영화와 법률의 콜라보라니 뭔가 더 신선하고 재미나게 법률 상식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좋네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생각도 못했어요!ㅎㅎ 일단 도서관에 있는지 찾아봤는데 없어서 보관함에 담아놓아야겠어요^^ 흥미로운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미미 2022-06-08 09:09   좋아요 3 | URL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득템했어요. 영화 주제가 다양하다보니 역시 다룰 수 있는 쟁점들이 많기도해 장점인것 같아요!
계속 내주었으면 좋겠네요ㅎㅎ 형사처벌은 의외의 결과들도 있어서 재밌었어요*^^*

책읽는나무 2022-06-08 10: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호~~무척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로군요?
전 영화를 그다지 많이 보지 않는 편인데도 눈에 띄는 제목이 몇 개 보였어요ㅋㅋ
특히 전 <죽여주는 여자> 영화를 다 본 후, 윤여정 배우의 저런 살인이 정말 가능한가??? 한참 헷갈렸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지? 줄곧 아리쏭????
<윤희에게> 영화도 봤던 것 같은데 딸과 고모의 절도죄?? 뭐였지?? 기억도 안나고~ㅋㅋㅋ
<고양이의 보은> 왕자와 결혼??? ㅋㅋㅋ
봤는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 안나서 혼자 웃네요ㅋㅋㅋ
근데 책이 무척 재미나겠어요. 저도 일단 담아가겠습니다. 미미님덕에 대박 난 책이네요^^

미미 2022-06-08 10:55   좋아요 4 | URL
나무님*^^*<죽여주는 여자>보고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이 책에서 읽고 꼭 봐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고양이 보은>은 책 읽다가 궁금해서 가장 먼저 찾아봤고요ㅋㅋㅋ왕자 차에 치일뻔한거 살려주잖아요? 털면서 일어설때 너무 귀엽던데요?상상력ㅋㅋ <윤희에게>는 고모가 조카 편지를 허락도 없이 친구에게 보내는건데 그게 봉인하거나 잠금장치등을 하지않아 절도죄가 성립안된대요.(충격) 불법도박장의 돈은 불법적이지만 훔치면 절도죄가 되기도하고요. 평소 생각했던거랑 조금 달라서 더 재밌고 공부도 되었어요!
많이들 찾아서 2권 3권 계속 이어 출반되었으면 좋겠어요^^

페넬로페 2022-06-08 12:18   좋아요 5 | URL
저도 죽여주는 여자 봤는데 왜그리 그 영화가 슬펐던지요.
왜 사람들이 윤여정에게 그런 짐을 지어주는지도 모르겠고 사람이 착해 또 죽여주는 여자가 넘 안타까웠어요.
윤여정배우가 봉투를 불우이웃돕기 상자에 넣는게 또 왜 그렇게 멋졌던지요.
요즘 말로 진짜 개멋짐^^
미미님, 꼭 이 영화 보셔요~~

미미 2022-06-08 13:14   좋아요 3 | URL
네~♡ 꼭 볼께요!! 윤여정 배우님이 출연하신 이유가 있군요. 무거운 주제인데도 볼만하다고 변호사님도 추천하더라구요. 페넬로페님의 책,영화,드라마 안목을 믿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6-08 13:29   좋아요 2 | URL
<죽여주는 여자> 는 죽여줍니다^^
딴 영화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죽여주는 여자는 강렬하여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노년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구요. 쓸쓸한 영화였어요.
한편으론 제가 우려했던 대목이 정말 저렇게 죽여 달라고 하여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이 늘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살인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도 되나? 혼자 허구와 현실을 구분 못하고 한동안 막 헷갈렸었어요.
전 한 번씩 드라마나 영화를 넘 인상깊게 보면 살짝 현실 세계랑 혼동하곤 합니다.ㅋㅋㅋ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요. 그래서 전 재난 영화는 무서워서 못봐요ㅜㅜ 진짜 일어날까봐서요ㅜㅜ
전 윤여정 배우님 좋아해서 인터뷰도 챙겨 보는데 윤여정 배우님도 본인의 출연작 중 인상깊었던 영화 몇 개들 중에 <죽여주는 여자>를 꼽았던 걸로 기억 합니다.
미미님 꼭 한 번 보세요^^

미미 2022-06-08 13:37   좋아요 2 | URL
나무님 저도 그래요!!
어떤 영화들은 특별히 더 그런것 같아요.
재난영화는 되도록 안보려고해요. 현실에도 관심가져야할 재난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 영화는 고령화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 느낌이네요. 윤여정 배우님 사고방식도 촌철산인 멘트도 늘 멋지더군요. 네!! 이 영화 꼭 보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6-08 13:53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말씀에 1000% 공감합니다 ♡♡♡♡♡
정말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예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2-06-08 18:41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전 그 영화 보고, 훗날 나도 늙어서 병 들면 죽여 달라고 부탁할까? 뭐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ㅋㅋㅋ

앗~미미님. 영화 보시기도 전에 제가 너무 스포했죠??
여적 들은 것, 읽은 것, 안 봤다~ 안 봤다~ 하시면서 영화 보셔요^^

mini74 2022-06-08 11: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엔 이모는 절도죄로 신고가능 삼촌은 불가했던게 인척외척 범위가 동일해지면서 바뀌었다고 들었어요. 아니!! 이모가 더 좋은데 ㅎㅎ 넘 재미있어요 미미님 *^^*

미미 2022-06-08 13:11   좋아요 4 | URL
저 이 책 읽으면서 미니님 좋아하실거 같다는 생각했었어요~^^♡
가독성이 좋아서 후루룩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예요! 출판사에서 계속 고변호사님과 책 내주었음해요ㅎㅎ

mini74 2022-06-08 13:31   좋아요 3 | URL
아참. 이모 삼촌 아니라 처제랑 시동생 ! 예전 어느 책에서 본거라 가물가물하네요 ㅎㅎ

미미 2022-06-08 13:40   좋아요 3 | URL
미니님 저는 읽는 도중에도 앞부분 잊어버려요ㅎㅎㅎ저도 이모가 더 좋아요!!😆

가필드 2022-06-09 1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영화를 두고 법관련 설명해주시니
더 이해가 잘 될듯 한데요 ^^ 장바구니로 쓰윽 ☺️

미미 2022-06-09 13:52   좋아요 3 | URL
그쵸?!! 고변호사님이 계속 책을 내주었으면 해요.ㅎㅎ 영화 이야기와 함께라서 더 재밌게 공부한 느낌이예요 가필드님도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서니데이 2022-06-09 2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변호사가 쓴 영화속의 쟁점이라니. 목차를 보니까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는 모양이네요.
교과서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고요, 법조문을 찾아가면서 읽어도 좋겠네요.
잘읽었습니다.
미미님, 좋은 하루 되세요.^^

미미 2022-06-09 23:39   좋아요 3 | URL
생각보다 다양한 법률쟁점이 영화속에 등장한다는걸 알게되었어요^^* 이렇게 공부시킨다면 우리나라에 법조인이 더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ㅎㅎ
서니데이님 좋은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6-10 00: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민사재판은 지리지리하다는 생각밖에...^^

미미 2022-06-10 10:39   좋아요 2 | URL
지루하다는 말씀이시죠?
^^
 

울프의 소설도 좋지만 에세이도 만만치 않다.
글자들이 모여 회오리가 되어 울프에게로!

나는 때로 꿈꾸었다.
심판의 날이 밝아 와 위대한 정복자들과 법률가들과 정치가들이 보상을 받을 때, 그들이 왕관과 월계관과 영원히 썩지않을 대리석에 각인된 이름을 얻게 될 때, 하느님께서 우리가 책을 끼고 들어서는 것을 보시고는 베드로를 향해 부러움이 섞인 어조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말이다. <저들에게는 상이 필요 없어. 여기서 그들에게 더 줄 게 없어. 저들은책 읽기를 사랑해 왔으니 말이야.>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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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6-06 13: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 잘쓰는 사람은 뭐라도 잘 하는것 같아요.
울프의 문장이 좋으니 사람이나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훨씬 깊게 읽혀지더라고요^^

미미 2022-06-06 13:38   좋아요 4 | URL
그런가봐요 페넬로페님ㅎㅎ소설은 소설대로 광활하고 시적인데 에세이는 보다 친근하고 심장을 뛰게하는 통찰이 있어요~^^♡

mini74 2022-06-06 13: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하느님도 부러워하는 ㅎㅎ 넘 좋아요 !!제목도 좋네요.*^^*

미미 2022-06-06 13:40   좋아요 5 | URL
미니님!! 그부분 너무 재밌죠ㅎㅎ쟤들은 이미 상을 다 받았어~ 내버려둬 ! 게다가 부러움이 섞인 어조라니요~^^♡헤헤

새파랑 2022-06-06 1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문장은 미미님을 위한 문장 같아요~! 신작인데 벌써 읽기 시작하셨군요. 역시 피해갈 수 없는 미미님~!!

미미 2022-06-06 17:20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말씀 너무 기분좋은데요~♡ㅎㅎ 80여년전의 글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현대적 감성이 느껴져요 물론 울프 고유의 지적인 분위기도 압도적이지만요^^👍

scott 2022-06-06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프 에세이 완독 하고 나면

미미님
울프 미미님이 되쉼요
.   /\__.ヘ/ヽ
   /   (_(⌒厂ヽ
  |      ̄\ノ
∩∩ ミ ⌒ o ● ミ
( ⊂) 乀_____ノ

미미 2022-06-06 23:40   좋아요 2 | URL
꺄 울프미미~^^♡
스콧님 덕분에 필사하고 싶은 책이 한권 더
늘어났습니당ㅎㅎ
٩(๑>ꇴ< ๑)و✒
 

 우리는 작품이 의미로 가득한 이상적인 작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우리가 진심을 다해 충분히 꼼꼼히 읽는다면, 예술이 한없이 의미로 가득한 것처럼 우리 삶도 아주 잠시나마 의미를 가질 수 있을 테니까. - P233

"분석적인 환자들, 사실 모든 환자들이 우리 모두가 ‘평범한 사람이 될 운명이 아닌가 두려워하지만 그 운명이 실현되면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진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 대해 말한다. "내면 깊은곳에서 우리는 모두 남들과 똑같다. 그리고 남들도 우리와 똑같다"는 사실에서 위로받는 것이다.  - P240

십자가에 매달려고통받은 그리스도는 우리의 죄를 모두 떠안음으로써 우리가 모두 분리된 개인이라는 사실을 극복한다. 이는 마치 우리가 분리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원죄에 내려진 형벌이었고, 이제 우리가 그 형벌에서 해방되었다고 말하는 듯하다.  - P242

다른 세계를 상상하면서 브리오니는 자신을 아무런 권능이없는 종이 신, 텅 빈 무대 위에 선 주인공과 연출가로 만들었다.
그 세계를 지휘하는 브리오니는 그녀가 유일한 존재일 가능성과속죄의 가능성을 따로 떼어내서 생각할 수가 없다. 그녀는 유일하고 우리를 읽는 우리도 그렇다. 우리의 경험은 우리만의 것인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의 불확실성에서 서식한다.  - P243

경이, 즐거움, 슬픔, 화, 두려움, 기쁨, 짜증, 절망, 비애, 분노, 사랑.…. 이런 감정은 즉각적이고 순수하다. 그런 감정은 그 자체로곧장 내 안을 파고든다. 그러나 후회와 안도는 그렇지 않다. 후회와 안도의 사촌인 미련, 아쉬움, 애도, 남의 불행함에 대한 고소함이나 쾌감, 연민, 질투, 억울함, 그리고 먼 친척인 자만과 예찬은 그렇지 않다. 이런 감정도 즉각적으로 내 안으로 들어와 퍼진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내가 만들어낸 감정이다. - P250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은 엄연한 직업이다"라고 토머스 나겔Thomas Nagel은 말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그 직업에 수십 년동안 헌신한다." - P253

우리는 이를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아무도 이것이 특별하다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각자 자신의 삶을 산다. 하루 24시간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 그렇지 않으면 달리 무엇을 하겠는가,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겠는가? 그러나 우리 인간은 한 발 물러서서 자신과 자신이 저지른 삶을 탐구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있다. 그것도 모래 더미를 오르느라 사투를 벌이는 개미를바라보는 구경꾼처럼 무심한 경이로움으로 자신이 자신의 개별적이고 특수한 입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환상 없이도 말이다. 인간은 이 모든 것을 ‘영원의 관점‘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관점에서 본 광경은 엄숙하면서도익살맞다 - P253

 테스는 희망을 품고 쓴 편지를 연인의 문 밑으로 밀어 넣고,
하디는 그 봉투를 카펫 밑으로 밀어 넣고, 나는 냉장고에 뭐 먹을 만한 게 없는지 살피러 간다. - P259

비교는 울프에게 다른 세계를 욕망하게 만들었다. 이 세계가아닌 다른 세계를 원한 것이 아니라, 이 세계에 더해진 다른 세계를 원한 것이다. 이것 대신 저것이 아니라, 이것 저것이다. 나는다른 세계에 대한 그녀의 갈망이 이 세계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 P263

울프는 ‘제이콥의 방 Jacob‘s Room』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남자 아니면 여자다." "우리는 냉철하거나 감상적이다. 우리는 젊거나 늙어가고 있다." 우리는 유형으로 살아가고, 같은 유형의 사람들과 닮았다. 분류하고 비교하기, 추상적인 범주를 오가면서우리는 세상에서 색깔과 재질의 차이를 지운다. 삶은 그림자들의 행렬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왜 그 그림자들을 그토록 열렬하게 감싸 안는지, 그 그림자들이 떠나는 것에 그토록 분개하는지는 오직 신만이 알리라. 결국 그림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 P263

그렇다. 그러나 그 무엇에는 그 무엇이 아닌 것을 보는 우리의기이한 능력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자신이 내지 않은 빛으로 빛나는 달을 본다. 이 사실을 시인만큼잘 아는 이도 없다. 그리고 이 기이한 능력이 선물인 동시에 짐이라는 사실을 시인만큼 잘 아는 이도 없다.  - P270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달이 여기 런던의 러셀 광장을 비추듯이 페르시아도 비추고 있다고 페르시아는 그녀의 연인인비타 색빌웨스트Vita Sackville-West가 두 달 전 배를 타고 향한곳이다. 달은 여기에도 있고, 거기에도 있다. 울프를 비추고, 울프가 사랑하는 여자를 비춘다. 두 갈래 길을 모두 걷는 한 명의여행자가 된다.


이것이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것은 아름다움 이상이다. 아름다움이자 상심이다. 살지 않은 삶에서 가장 익숙한감정은 후회와 안도인지 모르나 나로서는 이런 가슴 저리는 아름다움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 이것이야말로 중년이 느끼는 자유와 고독이기 때문이다. - P272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당신의 매 순간은 다른 모든 순간을 배제하고, 심지어 이 사람은 저 사람이 아니며, 심지어 이 아이가 마침내 손잡은 엄마는 한때 자신을 품었던 그 엄마가 아니다. - P281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화려한 살을 입힌 현재를 있는 그대로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고, 그 현재를 보면서 참여하는 것이다. 이것이 보나르의 환상이었다면 허시필드는 그것을 공유한다.
아무것도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원래의 밑그림은 물감을 뚫고떠오른다. 물고기는 저녁 호수의 수면위로 떠오른다. 멍은 피부를 물들이며 올라온다. 우리는 의미와 같은 시공간에 머물지만그 의미를 소유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유심히, 깊숙이 들여다본다. 이름 없는 무언가가 우리의 가슴 안에서 열릴 수 있도록.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그것을 명확하게 그려내려고 노력한다. 단어들을 반복해서 덧칠하며 손본다. "이것, 이것" 우리는 말한다. 이것. - P281

한순간의 선택이 다른 선택을 배제한다는 자각, 그 어떤 순간도다른 순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자각, 한순간의 의미는 그로 인해 포기하는 모든 것이라는 자각만큼 중대한 깨달음의 순간도없다. 그것이 향상의 순간이다. 아름다움과 중요성은, 젊은 시절은 예외지만, 상실에서 탄생한다. 마지막 자각은 그런 상실에 대한 자각 또한 사라질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세상이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관념은 청소년기의 고통이자 위안의 출처다. 어른이 되어서 얻는 유일한 이득은 그런 가능성의 세계를 포기함으로써 얻은 유일한 정의는 실재, 현실을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일한세계의 진실, 그 세계가 존재하며, 내가 그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 주는 고통과 위안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스탠리 카벨ㅡ눈에 비치는 세계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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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6-06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나르!💗
저의 최애 화가 ^^

미미 2022-06-06 10:37   좋아요 1 | URL
스콧님 최애 화가라고 하셔서 그림 찾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