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초이스와 프로초이스 활동의 정치적 목적은 달랐지만, 이 둘은 임신중지를 감정적으로 끔찍한 경험으로서 재현하는데 기여했다. p.242




에리카 밀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여러 대학에서 젠더연구,사회학,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다. 재생산 문제가 그녀가 살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 서유럽을 중심으로 1960년대 촉발되어 1970~80년대를 거치며 정치적 산물이 된 과정을 이 책에서 분석한다. 




사람들은 소통 과정에서 무심결에 또는 좋은? 의도로 때로 악의로 타인의 영역을 침범한다. 때문에 주로 누가,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하는지 아는것은 권력관계와 사회적 젠더문제를 논의하는데 핵심적이다. 예를들어 안면은 있지만 이름조차 모르는 이웃에게 나이든 여성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녀계획을 묻는다. 당사자 중 한명인 남편의 부재, 의견은 그들에게 상관이 없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나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나이든 어른들에게 이런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내 경우 친척들보다 그런 이웃, 관계자들에게 더 많이 침범당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자녀계획과 무관한 장소(뭔가를 배우러 간곳, 운동하러간 곳, 교회)에서 그런 일들이 있어 더 당황스러웠는데 그만큼 여성의 생식과 재생산의 영역은 개인적이라기보다 사회적이다. 상대적으로 남성의 성과 관련된 일탈이, ‘어쩔 수 없는 본능‘으로 받아들여지고 개인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의 친밀한 성적 관계는 젠더화된 권력관계의 그물에서 일어난다.(중략)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여전히 재생산과 모성에 결합돼 있다는 뜻이다. 이는 남성의 성적 신체에서 재생산을 지우는 한편 쾌락을 특권화함으로써 가능해졌다. p.188



그렇다면 어디까지, 또 언제까지 여성의 성과 재생산 영역을 통제하고 싶은걸까? 여성들에게 임신중지에 그럴듯한 이유를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핏대세우며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싶다. 어디까지가 당신들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임신중지를 원하는 당사자들의 영역인가?



왜 냉동정자, 냉동난자(상당수가 폐기될 수 있는)는 되고 임신중지는 규범화하고 침범하려하는가? 이 책을 읽으며 임신중지에 관한 감정의 정치가 꽤나 골이 깊고 치밀하며 모순 투성이인것을 깨달았고 찬성하는 입장조차 다양하게 의견이 갈림과 동시에 (의도했건 아니건)모성을 자연화하는 감정정치에 기여 했단 사실을 알게되었다. 반임신중지 활동은 타인에 대한 적극적인 영역침해다. 때문에 임신중지 반대론자들은 ‘선택‘의 담론에 ‘강요‘담론으로 맞섰다가 실패하자 여성의 '선택'에 따른 심리, 감정적 결과에 집중해 정치적기획에 포함시켰다 이후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임신중지에 대해 제약을 늘리는 방법으로 가고있다.(미국 연방대법원은 6월 24일, 재임시절 트럼프가 의도한대로 그가 선임한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에 의해 과거 1973년 1월 22일 낙태를 처벌하는 법률의 위헌을 결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Roe v. Wade을 뒤집었다.) 







영화는 이제 낙태 금지론 입장을 가진 이들을 조명한다. 이들의 기원이 인종차별주의 진영과 복음주의 기독교 및 보수 가톨릭 입김이 짙은 단체들이란 점을 제작진은 꼼꼼한 자료 수집과 정리를 통해 제시한다. 지극히 윤리적 의제로 간주되는 낙태권 관련 쟁점의 출발이 인종차별과 재산권 문제라는 점은 당혹스러운 동시에 맥이 탁 풀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ㅡ김상목. https://m.ajunews.com/view/20220713101421903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제인 로 케이스 뒤집기'관련기사




이런 법의 목표는 "여성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임신중지를 막거나, 이에 실패할 경우 "임신중지보다 확실히 트라우마가 먼저라며 트라우마의 연대기를 거꾸로 뒤집어 임신중지를 한 여성을 벌하는 것이다. 한편 여성에게 태아를 묻을지 화장할지 선택하도록 하는 법도 있다.(중략) 임신중지를 한 여성을 아이를 잃고 애도하는 어머니 역할에 데려다 놓으려는 것이다.p.146



이는 임신중지 절차 전 태아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얼핏 임시중지를 선택한 여성에게 도움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때로 과장, 비과학적인 의견이 포함되기도 하고 임신중지를 유산등으로 인한 상실과 경계를 아무렇지 않게 허물기도 하는 등 어떻게든 여성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기위한 가부장주의의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지된 동의'에 관한 법은 이미 의료 행위를 통제하고 있으며, 임신중지는 의료 절차에 추가 단서가 붙는 매우 드문 경우다. 여성이 나중에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도록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는 전제는 여성을 취약하고, 약하고, 착취당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자의 위치에 놓는다. 이런 조치는 "여성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며, 여성이 임신중지를 적극적으로 바란다기보다 수동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고 전제한다. 임신중지를 고려하는 여성은 상담을 받고 국가에서 주는 정보를 받아야 한다, 반면 임신을 지속할 여성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런 식의 전제는 모성이 임신에서 문제없이 도출될 유일한 결과라는 규범적 관점을 반영하며, 이를 재차 말한다. p.147


  





마거릿 애트우드의 원작 '시녀 이야기'로 만든 핸드 메이즈 테일이란 드라마를 봤었다. 그 드라마는 끔찍하게도 여성들을 재생산도구로 국가가 적극 관리한다. 가임기 여성들은 오로지 사회에 아이를 생산하는 도구로써 준비되고 활용될 뿐이다. 그 목표를 위해 누구와 잠자리 하는지도 통제당하고 조직의 결정에 따른다. 여성들은 스스로 선택권이 없다. 가장 충격적이었던건 아이를 원하지만 갖지못한 부인이 보는 자리에서 남편과 가임기여성이 관계를 갖는 장면이었다. 원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 나는 도대체 왜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냈을까 다분히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시선은 권력을 나타낸다고 믿는 내게 이 장면은 그러한 권력관계를 분명히 드러낸다. 가임기 여성은 안주인의 치마폭에 쌓여 상대 남성의 얼굴을 봐서는 안 된다. 시선을 교환하는건 태어날 아이의 정식 부모가 될 부부이고 이들은 가임기여성의 몸을 활용하는 거다. 마치 부부간의 관계로 아이를 출산하는것처럼 현실을 애써 왜곡하는 양식을 만든 것. 







이제와 이 드라마를 회상하면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감정의 정치에서 바라볼때 여성은 임신중지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을 때 조차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신중지를 여성의 선택이라고 주장하던 정치인들, 활동가들, 지식인들 조차 여성들에게 감정적 책임을 물었다. 임신을 중단하고자 선택했던 여성들은 모성에 위배되었다는 죄책감, 수치, 불안,애통함 (애통함은 행복과 나란히 작동해, 임신에 관한 좋고 나쁜 선택을 만들어 낸다.즉 아이를 갖는 것은 규범적이고, 여성에게 행복을 약속하는 일이며, 그 궤도에서 일탈하는 것은 상실.후회.갈망으로 얼룩지는 일이라고 말이다...이 서사가 임신을 그려 내는 유일한 방법인 한, 임신중지는 자연.질서.윤리.행복.올바름을 거스르며 비자연.파괴.혼돈.트라우마의 편에 서게 된다...그러나 내가 주장했듯이, ‘상실‘은 임신중지 문화 지형을 지배하고 있고, 오히려 모성이 가져온 상실, 이를테면 모성 바깥의 삶에 대한 상실이야말로 실제 말해질 수 없는 것이다. p.170)등으로 당당할 수 없고 수치,불안,죄책감이라는 티켓을 사회로부터 구하고 얻어내야만 임신중지를 비로소 할 수 있다.





여성들의 '선택'을 허가한다는 명목으로 임신중지 반대자들이 입법에 힘을 발휘해 여성들이 이러한 감정들을 느끼게끔 제제요건을 시술전에 포함시켰다는 점은 또 다른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나 미국, 서유럽의 경우를 보면 임신중지에 대한 외부의 개입은 계급, 인종, 권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선주민 여성,백인여성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임신을 요구당하고 난민,선주민,유색인 여성,가난한 계급의 여성은 피임을 이용한 산아제한과 임신중지에 대한 무리한 요구, 불법화에 침해당한다. 현실에서도 여성들은 이 드라마에서처럼 자기 생식기의 온전한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반임신중지를 지지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행태가 이 영화의 상황과는 분연히 다르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신자유주의가 그렇듯 좀더 교묘하게 자신들의 의지 (타인의 결정을 침범하는 행위)를 이어나가고 있을 뿐이다. 극단적 방식이 아닌 자율적 선택을 지지하는 듯한 모양새로 말이다. 드러내놓고 누군가 나의 영역을 침범하고 나에게 함부로한다면 아무리 소심한 사람도 나름의 방어를 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본래 의도를 숨긴채 내 친구인척 나를 위한 것처럼 접근해 자연스럽게 조종한다면 내 의지가 아님에도 상대에게 휘둘리기 쉽다. 스미싱이 그런것처럼, 가스라이팅처럼, 서서히 온도를 높여 개구리를 물에 익히는것처럼.



과거 여성들은 두뇌 크기로 인해 지성인라고 일컬어지던 남성들에게 조차 조롱당하고 모욕당했다. 지금 여성의 권리가 그 때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나 매일같이 쏟아지는 젠더이슈들은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함을 반증한다. 우리 세계에 많은 이슈들이 경합하고 있다. 하지만 첨예한 갈등을 빚는것으로 보이는 문제들도 본래 의도를 바탕으로 정치적 갈등양상을 보면 한쪽으로 힘의 균형이 치우쳐 있다. 손벽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손벽은 양 손바닥이 힘의 균형을 이룬다. 오히려 조화로운 상태다. 경합하는 것들의 힘이 서로 대등하다면 그것은 갈등이 아닐것이다. 일종의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불협화음의 지속에는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오랜 갈등은 누군가의 말못함, 누군가의 과함, 그로인한 멍들고 상처입음의 증거일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뒤 개인적으로 임신중지에 있어서 감정정치에 휘둘리는 여성의 ‘선택‘을 이렇게 비유하고 싶다.
"목줄이 느슨하다고 속박되어지지 않은건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구분되는 여성은 문화적으로 '인간'과 구분된다. 자연은 인류의 반이 그들 모두의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한다는 불평등을 낳았는데 그것은 나중에 남성의 이익을 위하여 강화되었고 제도화되었다. 종족번식은 여성으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문화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엄밀하게 물질적(육체적)인 면에서도 값비싼 비용을 치르게 했다. (중략) 여성은 나머지 절반을 세상에서 일을 하도록 자유롭게 해주기 위하여 종족을 유지해주는 노예계급이었다. p.293

ㅡ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



우리는 프레임, 사고의 틀, 액자화를 통해 세상을 본다. 누구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인가에 따라 프레임의 범위가 정해진다. 틀에 따라 현실이 취사 선택되고, 무엇이 공동체의 정의를 위한 진짜 중요한 문제인지가 결정된다.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는 인식자의 가치관에 달려 있다. 융합은 프레임 이동의 정치다. p.233 ㅡ 정희진,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상실'은 임신중지의 문화 지형을 지배하고 있고, 오히려 모성이 가져온 상실, 이를테면 모성 바깥의 삶에 대한 상실이야말로 실제 말해질 수 없는 것이다.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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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26 16: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의 창조에서도 아이는 아버지의 재산권으로 치부되어, 낙태 등은 재산손괴죄지만 아버지가 아이를 죽이는건 불법이 아닌 대목이 떠오르네요. 남녀 구분없이 임신을 할 수 있다면 임신중지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거 같아요. 미미님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미미 2022-08-26 16:38   좋아요 5 | URL
아 그렇군요!! 여러모로 그 책도 의미있었고 충격적이었죠. 저 이 책을 읽으면서 임신중지를 중심으로 여성의 처한 전반적인 현실을 고찰해볼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미니님. 그러다보니 메모 양이 꽤 됐고 결과적으로 줄인다고 했는데도 리뷰가 쫌 길어졌어요ㅠ.ㅠ 그러려고 하지 않겠지만 남성들의 보다 적극적인 약물피임도 방법인것 같아요.

얄라알라 2022-09-11 17:00   좋아요 2 | URL
mini74님의 ˝IF˝ 상상, 한 번도 못해봤네요. 만약 남녀 구분 없이 임신 가능하다면 그 때는 어떤 이슈가 핫할까, 궁금해집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6 16:2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반임신중지 입장이 아닌 페미니즘 측에서도 다양한 정치적 입장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 깨달음이기도 했죠. 좀 어렵긴 했지만 이런 다양한 논쟁들을 거친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유익했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미님께서 저자가 주장하는 감정의 정치적 수사라는 논리를 전체적으로 잘 정리해주신 듯해요.

미미 2022-08-26 16:42   좋아요 6 | URL
네 화가님. 이 책에서 감정의 정치라는 수사가 저는 인상적이더라구요. 그래서 읽기 힘들었음에도 밑줄을 많이 쳤고 좋은 시간이었어요. 재독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오스트레일리아 의원들의 말도 우리나라 의원들 못지않게 어리석고 유치해서 기억에 남아요. 그런 사람들의 단순한 생각과 영향력이 반영되어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들이 겪어야할 고통ㅜ.ㅜ

얄라알라 2022-09-11 17:03   좋아요 3 | URL
저도 거리의 화가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다양한 정치적 입장˝ 이 책 아니었으면 생각도 안 해봤을 거 같아요.
그동안,˝anti / pro˝ 언어에 현혹되어, 임신중지 찬반 입장이 대척점의 주장을 해왔다고 착각했어요. 하지만 이 책 읽으면서 얼마나 교묘하게 복잡하게 주장이 얽혀있는지 배울 수 있어 좋았어요.

미미님의 이 페이퍼, 정리가 너무 잘 됩니다! 감사드려요.

미미 2022-09-11 18:00   좋아요 0 | URL
얄라님 도움이 되셨다면 너무 기쁩니다.^^* 감정정치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 저에게도 꽤 의미있는 읽기였어요. 나중에 다시 읽고싶고 앞으로의 여성학 공부에도 도움이 많이될거라 믿습니다.

다락방 2022-08-26 16: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애트우드 [시녀이야기] 는 원작에서도 같아요, 미미 님. 재생산을 위한 여성이 따로 있고 남자와 관계하는 과정은 철저하게 임신을 위한 것인지라 아내가 동석한 자리에서 이루어집니다. 제가 그 장면 읽으면서 정말 놀랐었거든요. 너무 끔찍하고요.
여성의 쾌락을 배제하고 순전히 아이를 재생산 도구로만의 쓰임을 보이기 위한 설정이 아닐까 싶은데요, 저는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책이 진짜 천재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재생산 도구로의 여성들로 만들기 전에 가장 먼저 경제권을 박탈하는 걸로 시작해서요. 여자가 번 돈이어도 남자에게 귀속되고 그 돈을 쓰기 위해서는 주인되는 남자에게 허락을 받고 요구해야 해요. 남편에게 아버지에게 혹은 남자 친척에게. 그리고 재생산을 위한 여성들에게는 공부도 금지되죠. 어휴.. 쓰다보니 또 너무 빡치네요? 소설이지만 소설이라고 볼 수 없는 것임에...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은 꾸역꾸역 읽긴 했어도 너무 어려워서 내용이 하나도 기억 안나는데, 지금쯤 다시 읽으면 좀 나을까요?

미미님, 저는요, 결혼하라는 참견과 잔소리가 다 너무 귀찮아서, 그래서 그런 말 듣기 싫어서 결혼하려고 했었어요.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 남자 착하니까 일단 결혼하자, 그러면 잔소리가 없겠지,사랑은 결혼하고나서 다른 남자랑 하자,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줌파 라히리가 소설에서 그려낸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던거죠. 주변의 잔소리와 참견 속에서 꼿꼿하게 자기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아무튼 그 때 결혼하지 않아서 정말, 정말, 정말 다행이라고 그 후에 쭉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로요.

미미 2022-08-26 16:50   좋아요 6 | URL
<시녀 이야기>꼭 읽어봐야겠네요. 드라마를 본 입장에서 다락방님 말씀을 읽어보니 다른 원작소설이 대부분그렇지만 아무래도 디테일이 다를 것 같아요. 천재적이라고 느끼셨다니 기대됩니다!

파이어스톤은 저도 관련 책 읽을때마다 부분적으로만 봐서요. (각잡고 읽다가 어려워서 놀란 뒤로는 이렇게 활용ㅋ) 뒷부분 찾아본건데 마지막 장 읽기에 좀 수월한듯 합니다.

다락방님. 저 친구들 중에도 결혼 안하고 동거만 하는 경우, 역시 안하고 엄마와 사는 경우...다양한데요. 여성학 공부하면서 결혼 안한 사람들이 제일 부럽더라구요. 자길 닮은 아이와 깊은 유대를 느끼며 사는 친구들도 멋지지만 지금 아는걸 그때 알았다면 저는 분명 혼자 자유롭게 살았을거예요.

새파랑 2022-08-26 18: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시녀이야기가 더 관심이 가네요 ㅋ 이놈의 소설편식은 ㅜㅜ 미미님의 페이퍼가 날이 갈수록 근사해지는거 같아요~!! 역시 천재~!!

미미 2022-08-26 20:44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은 마음이 넓은 분이시라 편식하셔도 됩니다!! 게다가 깊이있게 읽으시잖아요!ㅋㅋ저는 속도 좁고 외골수인 편이라ㅜㅜ 다양하게 읽어야 좀 더 나은 사람이되지않을까 싶어 그러는거랍니다.

얄라알라 2022-09-11 17:06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께서 안 읽으신 소설이 있다니^^
그쵸? 이 두껍고 복잡한 책을 요렇게 본인의 목소리로 다시 정리하면서도 본문 인용을 요렇게나 잘 뽑아 해주시다니
책 읽고도 어리버리하다가, 다시 공부하게 됩니다! 감사!

미미 2022-09-11 17:56   좋아요 1 | URL
얄라님 글이 훨 명료하고 저는 더 좋았습니다. 재독하신걸로 기억하는데 그점도 멋지고요^^*

책읽는나무 2022-08-26 22: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아름답게 멋진 리뷰입니다^^
정말 갈수록....👏👏👏
목줄이 느슨하다고 속박되어지지 않은 건 아니다.
너무나 정곡을 찌르는 말입니다.
조선시대보다는 나은 세상이라지만 그 목줄은 분명 존재하니까요. 그 목줄을 볼 수 있는 사람과 보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차이점에 따라 발언이 달라지겠죠?
시녀 이야기는 코로나 돌입 초기에 집콕할 때 읽었었는데 완전 충격이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코로나 때문에 바깥에 사람들도 차도 없던 빈 거리의 을씨년스러웠던 시절이어 더욱 시녀 이야기의 세상에 몰입했었어요ㅜㅜ
증언들 읽어야 하는데...ㅜㅜ
암튼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과 맥락이 비슷하단 생각이 드네요.
미미님은 참 똑똑한 리뷰어에요^^

미미 2022-08-26 22:42   좋아요 5 | URL
나무님 부끄럽습니다^^ 이 책 여러모로 의식을 깨우쳐주어서 너무 좋았거든요?! 그러다보니 좀 과하게 길어져 오바했다...하고 구겨져 있었는데 덕분에 기분이 다시 상큼해졌습니다ㅋㅋㅋ(단순한 편)
시녀 이야기 꼭 읽어야겠어요 나무님도 충격이셨다니 어떤 느낌일지! 드라마로는 3시즌까지 봤지만 역시 책순이,책돌이들은 뭐든 책으로 읽어야 재맛이니까요ㅋ

오늘 도서관가서 나무님 소개해주신 <예술가의 서재> 사진만 후루룩 보고 왔어요. 눈호강 했습니다.
나무님도 그렇고 긴 글 읽어봐주신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단발머리 2022-08-27 11: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있습니다만 (8월 1일에 시작한 사람) 너무 정리를 잘해 주셔서 내용이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옵니다. 이 책을 이야기하자면 정말 <시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거 같은데요. 그 부분도 미미님의 시선으로 읽으니 너무 좋네요. 애트우드님은 진짜 찐천재야!를 우리 다같이 외쳐도, 아무리 외쳐도 끝나지 않을 거 같고요.
같이 읽는 기쁨을 미미님 서재에서 맘껏 누리고 갑니다. 다른 곳에 시간 쓰지 마시고요. 에너지도 쓰지 마시고요 ㅋㅋㅋㅋㅋㅋ
알라딘에서 오래오래 읽고 써 주세요^^

미미 2022-08-27 12:23   좋아요 4 | URL
다락방님과 함께 한참 앞서서 사유하고 끌어주시는 단발머리님을 비롯해 페미니즘 책 같이 읽고 계신 분들이 열심히 써주셔서 저도 힘이 난답니다. <시녀 이야기> 드라마로 만나고 말도 안되는 디스토피아라고만 생각했는데 현실과 완전 동떨어지지 않다고 이번에 느꼈네요. 그걸 이미 간파하고 소설로 써낸 애트우드님 찐천재 맞다고 봅니다.ㅋㅋ네!!ㅋㅋㅋㅋ안그래도 눈도 더 아껴주고(당근, 차, 마사지등등) 시간도 낭비안하도록 (휴대폰 사용시간 체크,...)이런저런 소소한 노력들을 늘려가고 있어요. 단발머리님도 늘 지금처럼, 등대처럼 길을 밝혀주세요^^

페넬로페 2022-08-28 13: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지 않아도 이 책의 내용을 어느정도 알 수 있을것 같아요. 여성에게 수많은 매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어 깊이 팔수록 더 어렵고 경악스럽게 느껴집니다~~
저도 새파랑님 말씀처럼 시녀 이야기 읽어야겠어요^^

미미 2022-08-28 13:53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은 제 리뷰만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실듯 합니다*^^*
이 책 읽고 많이 놀랐고 아직까지도 좀 얼얼한 느낌이예요. 시녀 이야기 저도 꼭 읽어볼래요!!^^*

2022-08-28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8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2-08-30 18: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글을 보고 <시녀이야기>를 떠올렸던 것 같은데 저는 좀 다른 맥락으로 쓰게 되었네요. 미국의 판결 뒤집기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시녀이야기> 드라마 저도 조금 봤었는데 책하고는 좀 느낌이 달라서.. (준이 드라마에서보다 책에서는 훨씬 무력하죠) <시녀이야기>와 <증언들>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어요.

이 책 저도 엄청나게 밑줄을 많이 치며 읽었어요.

‘목줄이 느슨하다고 속박되어지지 않은건 아니다.’

마음에 남을 문장이네요.

scott 2022-08-30 18:22   좋아요 5 | URL
애트우드 여사님 증언들
또 하나의 명작🤗
미미님 서재방에 꼬옥 있을겁니돠☺

미미 2022-08-30 18:27   좋아요 5 | URL
<증언들>수하님도 좋다고 하시니 마음이 급해집니다. 다음달 초 구매해야할 책들이 벌써잔뜩!

준 저는 드라마에서도 좀더 강했으면 했거든요? 아쉬운부분이네요. 그래도 책 궁금합니다.

안그래도 지금 좀 늦게 오후 북플투어중인데 수하님 글 빨리 읽고싶어요^^* 저녁으로 파스타 만들면서 중간중간 투어중요*^^*

공쟝쟝 2022-09-10 14: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 이래서 사람이 문학을 읽어야 하나 봅니다 ㅋㅋㅋ 의외로 저 시녀이야기 읽은 사람입니다 ㅋㅋ <증언들> 읽어야죠 ㅠ 애트우드님 ㅜㅜㅜ 제가 또 이렇게 읽을 것들이//..

미미 2022-09-10 15:59   좋아요 3 | URL
크 그럼 저도 꼭 읽을꺼예요!! >.<
쟝쟝님! 저 토지 오디오북 듣다가 힘들어서 나폴리4부작(2) 듣고 있음요ㅋㅋㅋㅋㅋ
재미집니다ㅋㅋ👍

공쟝쟝 2022-09-10 16:3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아앗!!! 그거 들으면 뜨거운데 🥵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4권 듣는 중요 ㅋㅋㅋ

미미 2022-09-10 16:44   좋아요 2 | URL
초반 안토니오와 그 씬들은 오디오북청취가 필수더라는!ㅋㅋㅋㅋㅋㅋㅋ도서관에서 다른 책 찾으며 듣다가 부끄러웠어요(내가 왜!)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10 17:1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쵸 ㅋㅋㅋ 안토니오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정말 ㅋㅋㅋㅋㅋ
 

이 책은 마치 해독제와 같다. 기존의 통념을 깨부순다. 빙산의 일각처럼 임신중지에 관한 감정정치의 모순. 그 이상을 보게끔 돕는다.




‘애통한 임신중지‘와 ‘즐거운 모성‘이라는 감정경제는 아이를 갖지 않은 여성을 ‘아이 없는childless‘ 여성으로 부르는 식의담론을 통해 힘을 얻는다. ‘아이로부터 자유로운childfree‘이라는대안적 명칭과 비교했을 때, ‘아이 없는‘이라는 말에는 아이 없이사는 삶이 상실과 불완전에 가깝고, 아이가 있어야 완전함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아이 없는‘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붙는 형용사인데, 완전함에 관한 전제가 특별히 젠더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이로부터 자유로운‘이라는형용사는 양육할 때 생기는 시간. 돈의 제약 조건을 인지하면서,
모성을 (이를테면 이전의 독립성에 대한) 상실로 다시 상상할 여지를 준다. 단언컨대 모성에 대한 후회나 상실은 사실상 입 밖에낼 수 없는 감정이다.  - P168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대상에게 돌리는 일은 단순히 특정 감정상태를 설명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여기엔 그 대상이 우리에게 좋은가 해로운가 하는 판단이 들어 있다. 쾌락을 극대화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공리주의적 윤리는 어떻게 ‘좋은 삶‘을 살 것인가라는 일상의 주문이 되었다. 사라 아메드는 이 모든 ‘감정 단어‘ 가운데 행복이 윤리와 가장 가깝게 붙어 있다고 보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삶은 행복한 삶이다. 선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최고의 사회는 가장 행복한사회다." 따라서 행복의 논리 안에는 ‘불행의 원인이라는 말로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단순하게 보자면, 모성을 행복으로 재현할 때 모성은 여성에게 좋은 것이 되고, 임신중지를 불행으로 가정할 때 임신중지는 여성에게 나쁜 것이 된다. 모성적 행복과 임신중지의 애통함은 임신중지 여성을 모성적 주체로 만드는 일로 수렴한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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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24 23: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의 페미니즘 포스팅도 알라딘 서재의 해독제!
깨어있는 독서, 깨어 있는 글쓰기의 모!범!생!
미미님 ^^
( ͡ಥ‿ ಥ)━☆゚.*・。゚

미미 2022-08-25 00:00   좋아요 3 | URL
헤헷(>.<)v
늘 명품페이퍼로
이곳을 빛내주시는 스콧님의 칭찬!!ㅎㅎ

책읽는나무 2022-08-25 1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해독제!!!
딱 들어맞는 단어입니다.
해독되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길..^^

미미 2022-08-25 11:05   좋아요 4 | URL
다른 제목을 붙였다가 그건 최종리뷰에 쓰려고 바꿨는데 나무님이 칭찬해주시니 ‘이게 더 나은가?‘ 싶습니다ㅎㅎ
모든 여성들이 해독되길!!*^^*

mini74 2022-08-25 1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짧고 강한 리뷰 ! 👍 미미님의 최종리뷰 기다립니다 ~

미미 2022-08-25 13:11   좋아요 3 | URL
미니님도 함께 해독하고 계셔서 너무 좋아요!!ㅎㅎ 이부분 읽으며 공감하고 감탄많이 했어요.*^^*

새파랑 2022-08-26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독제 같은 책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합니다 ^^ 미미님은 북플의 해독제 이십니다~!!
저는 그냥 독 😅

미미 2022-08-26 17:53   좋아요 3 | URL
이 책 읽으면서 기존의 편견을 많이 바로잡았습니다😁
새파랑님의 독은 한자의 ‘읽을 독‘입니다.*^^*
 

에리카 밀러는 행복의 개념화가 행복이 실제로 무엇인지와 상관없이 행복에 규범적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다시 재생산이 여성에게 주어진 핵심적인 ‘행복의 대상‘이란 인식과 연결된다 여성들은 행복한 가정주부가 되기 위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무급으로 가사노동에 매진한다. 이렇게 젠더화된 노동이 정당화되고 본성에 의한것이 아닌 집단적 욕망의 표현으로 긍정된다.






행복은 사람이나 대상에 깃든 속성이아니다. 행복은 확실히 행복을 줄 것으로 인식되는 대상에게로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행복의 대상은 개인이 그것을 행복으로 경험하기도 전에 ‘행복‘으로 규정된다. 따라서 행복은 일종의 약속처럼 기능한다. ‘당신은 이걸 하거나 이걸 가지면 행복이따라올 것이다‘라는 믿음을 주며 개인을 이끈다. 59 아메드는 행복이라는 각본을 "이미 줄 세워진 것을 일직선으로 정렬하는 장치"라 일컫는다. 여기서 ‘이미‘라는 말은 예정된 인생행로에 순응하도록 우리에게 동력을 주는, 세계의 지극히 규범적인 전망을 뜻한다. 행복이라는 약속은 사회규범을 사회적 선으로, 사회·문화적 규범성을 개인의 욕망으로 바꿔 놓는다. 또한 ☆권력의 사회적·구조적·문화적 메커니즘을 개인화하고 탈정치화한다. ☆ - P102

가족적 행복

좋은 여성을 어떤 면에서 좋다고
하느냐면 (...)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을
정렬하는 방식 때문이다.

ㅡ 사라 아메드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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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23 14: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멀리 갈것없이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여자 팔자 뒤웅박이라느니 ,자고로 여자는 남자만나기에 달렸다는 서사들이 저 완벽한 예라고 보아집니다. 우리나라나 남의 나라나 전 세계의 마초들은 단결해있습니다. ㅎㅎ

미미 2022-08-23 15:14   좋아요 3 | URL
그렇죠! 그런 말들이 여성들을 어린 시절부터 편견속에 적응하도록 누적되어 왔지요. 그렇게 말 할 때마다 경범죄로 처벌하고 벌금을 내게 한다면 아마 국가부채 없어질거라 봅니다ㅎㅎㅎ

바람돌이 2022-08-23 15:14   좋아요 3 | URL
경범죄 벌금 너무 좋아요. ㅎㅎ

mini74 2022-08-24 13: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뭔가 알듯 말듯 와닿습니다. 행복을 정렬하는 방식이라...그러고보면 여자는 행복을 추구하거나 자아실현을 하는 것에 있어서 죄책감이 들게 하는 요소가 많은 거 같아요. .

미미 2022-08-24 14:09   좋아요 3 | URL
네! 이 책 읽으면서 행복이란 뭘까? 내가 기존에 생각한 행복이 온전히 나의 바람에서 나온 건가?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기발한 통찰력을 보여주는데 읽기에 뭔가 수월하지 않아요.ㅎㅎㅎ
 


'스톤 페이퍼'라고 물에 젖지 않는 미네랄 페이퍼로 만들었다는 워터 프루프 시리즈 중 한 권을 읽었다. 조지 엘리엇의 '벗겨진 베일'.  처음에 이 책 소개에서 책이 담긴 투명 파우치를 보고 당연히 저 파우치가 방수가 되니 워터 프루프라고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웃님이 워터프루프 책 어떠냐고 물어봐주셔서 소개글을 자세히 찾아 읽어보니 대충 하는 소리가 아니었던 것. 진짜루 종이 재질이 물에 젖지 않는다. 희망도서로 도서관에 신청한 책이었는데 파우치는 기본, 예쁜 북마크도 준다고. (북마크 누가 가져갔니...신청자 줘야하는 거 아님?!!)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한 나는 거의 다 마신 보리차에 새끼손가락을 살짝 담궜다가 이 워터프루프 책 종이에 한방울 톡 떨어뜨려봤다. 와우....신기했다. 수영을 할 줄 안다면 나는 분명 가까운 곳에 있는(15분 거리에 내겐 그림의 떡같은 수영장이 있다.용돈 벌려고 한 달 알바도 다녔었음) 수영장에 다닐것이고 이 책을 들고가 물 속에서 읽어볼텐데ㅎㅎ 이런 생각만해도 즐겁다. 더구나 저탄소 제품이라고? 그래서 다음 주문때 이디스 워튼의 '밤의 승리'를 구매해볼까 고민중이다. 박쥐모양의 북마크가 좀 많이 귀엽다.(항상 부족한 북마크. 북마크에 약한 나...) 이 시리즈 중 메리 셀리의 '보이지 않는 소녀'는 이미 품절이다. 후기가 올라온건 한 번도 못 봤는데 메리 셀리의 유명세보다는 유령 모양의 북마크때문이라고 나는 감히 짐작하고 있다. 그래도 '벗겨진 베일'을 읽고보니 다른 작품들도 웬만큼 재밌을것 같다.







      


벗겨진 베일 줄거리: 주인공 래티머는 스스로 일컫기로 '저주받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타인의 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고 예지력도 있는것. 언뜻 생각하기에 이런 재능이 있으면 흥미진진한 삶을 살 수 있을것 같고 잘만 활용하면 여러모로 이득일 듯 하지만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까지 들리니 그에게는 소음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와중에 그에게 형의 약혼녀 버사가 나타난다. 유일하게 그가 읽어낼 수 없는 그녀의 생각, 즉 베일에 가려진 비밀이 벗어날 수 없는 매력으로 그를 사로잡고. 예지력으로 인해 그녀와의 결말이 안 좋을 거라 짐작하게된다. 그러나 그런 불안함 속에서도 애써 이를 무시한채 형을 질투하며 혼자서 사랑을 키워나간다. 래티머와 버사의 결말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길! 전반적으로 스스로의 재능을 비탄속에 경험하는 래티머의 시각이 어둡게 읽히지만 때때로 명민한 통찰력을 담은 생각들이 읽기에 좋았다. 마치 철학책을 읽은 것처럼.


버사는 예지력이라는 끔찍한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신비한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나는 내가 겪는 질병에 대해서다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딱 한 번만 제외하고는함부로 말이나 행동을 앞서 나가지 않으려고 애썼다. 어느 날인가, 앨프리드에게(형) 살짝 화가 난 상태에서, 그가 머릿속으로 고민한 끝에 젠체하며 논평하려던 말을 나도 모르게 먼저 입밖으로 꺼내고 말았다. 앨프리드는 종종 말을 하기 전에 잠깐 휴지를 두는 경향이 있었는데, 다음 말을 이어 나가기 전 잠시 할 말을 고르는 동안, 내가 조급함과 질투심을 이기지 못하고 형이 하려던 말을 마치 기계적으로, 함께 연습이라도 한것처럼 말해 버렸다. 형은 깜짝 놀라 얼굴을 붉혔고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 했다.  - P35


흔히 인간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계약을 할 때 자신의피로써 서명을 한다고 전해진다. 이는 그 계약의 효과가 나중에야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인간 곁에는 언제나 어두운그림자가 존재하므로 야만성을 이기지 못하고 영혼의 갈증을해소하기 위해서 충동적으로 악마의 잔을 들이켜고 만다. 현명함을 얻는 데에는 지름길도, 전용 선로도 없다. 그래서 그오랜 세월 내내같은실수를반복했음에도 결국 인간의 영혼은 가시로 가득한 황야를 피와 도움을 간청하는 눈물로 물들이며 걸어가야 한다 - P40


사람들은 직접적인 대화와 눈빛, 표정. 그리고 무의식적 몸짓에서 나오는 의미들을 종합해 상대방을 이해하곤한다. 하지만 그러한 의사전달조차 완벽하지 않아 때때로 오해하고 반목하는 등 갈등이 빚어진다. 그뿐인가?


'말하고 쓰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말의 의미가 달라지고 이것이 곧 권력과 지식의 문제로 이어지는 일상적 사례'  P.57, 정희진,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들이 있다. 그런 면에서 경험치가 쌓여야 그나마 제대로 된 이해에 더 다가갈 수 있다. 이러한 상대방에 대한 이해, 진의 읽기, 판단은 때로 생존과 직결되기도 한다. 


이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인물을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인물 읽기를 실행하여 그 방면의 기술을 조금이라도 얻지 않고는 단 한 해도 무사히 살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결혼과 우정이 거기 달려 있고, 우리 사업도 대폭 그에 의거해 있으며, 나날이 일어나는 문제들도 그 도움이 있어야만 해결됩니다. P.66 ,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이해력,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타인의 진심을 늘 정확히 읽을 수는 없지 않을까. 많은 사람의 생각은 늘 변화무쌍해 스스로를 분명하게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래티머는 이런 과정들,노력들 없이도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이런 재능때문에 사람들에게 환멸 비슷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사람들을 멀리하고 외톨이가 되었다. 래티머의 상황을 읽으며 소통이 부재한 통찰력이란 어쩌면 무용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거기다 자신의 죽음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삶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우리 영혼은 인생의 호흡과도 같은 의구심과 희망, 노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무언가 감추어지고 불확실한 것을 반드시 요구하기 마련이다. 만약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미래가 완전히 벌거벗겨져 드러나게 된다면 인류의 관심사는 오늘과 미래 사이에 펼쳐진 시간에 오롯이 집중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는 아침과 오후의 불확실성에만 주의를 기울이게 될테고, 마지막으로 남은 투기, 성공, 실망의 가능성을 좇아 온갖 거래소로 죽어라 달려갈 것이다. 스물네 시간 이내에 위기가 닥칠지 닥치지 않을지를 두고 무수한 정치적 예언이 터져나오리라. 여름날이 저물 무렵에야 모든 것이 자명하게 드러나게 된다는 사실 하나만을 제외하고 그사이에 갖가지 주제나 가설, 논쟁들이 명백해진다고 가정해 보면 어떨까? 해가지면 그 즐거움 또한 끝나리라는 것을 알기에 벌들이 꿀로 가득한 꽃으로 모여들듯 예술과 철학, 문학과 과학으로 다들 몰려들게 될 터다. 이제 인간의 충동과 정신 활동은 허망한 미래와 심장 박동, 근육의 과민함에 더는 자신을 맞추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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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22 23: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통이 부재한 통찰력, 자신의 죽음을 아는 삶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의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와요 미미님. 미미님 글은 갈수록 깊이와 통찰력을 갖추는 듯 합니다 ㅎㅎ 유령 모양 북마크라니 진심 궁금합니다 ㅎㅎ

미미 2022-08-22 23:07   좋아요 4 | URL
미니님! 미니님의 읽기의 폭과 깊이에 늘 감탄하는 저에게 너무나 과분한 칭찬입니다ㅎㅎ감사해요^^* 재밌었어요! 별 5개 주고 싶었는데 재독하고 결정하려고 비워뒀습니다.
유령 북마크 저도 궁금하고 너무 갖고싶어요~♡

Yeagene 2022-08-22 23: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어요ㅎㅎ 요즘 에어컨이 고장난 직장에서 일하는 중이거든요.
근데 워터프루프라니...정말 신기합니다!

미미 2022-08-22 23:12   좋아요 4 | URL
저도 나름 책구매 열심인데 다른 분들 왜이리 발빠르신지 품절이라뇨ㅎㅎ
아니 예진님 이렇게 더운 요즘 에어컨 고장이라니 제가 다 속상합니다 얼른 더위가 누그러짐 좋겠어요. 예진님 파이팅!! ^^♡

파이버 2022-08-22 23: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전에 민음사에서 나온 다른 워터프루프 시리즈를 구입해봤는데 책 질감이 신기하더라구요. 다만 소심해서 물에 젹서보진 못했습니다 ㅎㅎ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도 행복하지만은 않네요... 책표지도 거울 속 여인의 모습이 으스스합니다...

미미 2022-08-23 00:18   좋아요 5 | URL
저도 소심한 편인데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서 더 궁금하더라구요? 그래서 살짝쿵 해봤어요ㅎㅎ 조만간 바닷가 갈 예정인데 그때 가져가서 적셔볼까 싶습니다. 리뷰는 이렇게 썼지만 한편으론 일주일이라도 이런 능력을 가져봤음 좋겠어요.ㅎㅎ 표지 무섭죠! ^^*

2022-08-23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3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22-08-23 06: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미미님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을 준비 하시는 건가요? <벗겨진 베일>! 저도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이름도 버사!!!!! ㅎㅎㅎ

미미 2022-08-23 06:12   좋아요 2 | URL
빌레트는 사두었는데 아직 읽지 못했고 이 책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와 연결되는 줄 모르고 전에 유부만두님 글 보고 읽게된거예요^^*
난티나무님 이 책 읽을만 합니다. ㅎㅎ 버사는 로체스터의 부인 말씀이시겠죠? 미리 읽을 책들 더 찾아봐야겠어요!!ㅎㅎ

바람돌이 2022-08-23 0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어릴때 목욕용 책은 사봤는데 어른용으로도 이런 책이 나오는군요. 신기방기!!!!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으려면 읽어야 될 책들이 많더라구요. 그 중에 제대로 읽은게 저는 하나도 없어서리.... 모두 다 그런 책 있잖아요.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안 읽은 이런 뭐 제인에어라던가... ㅠㅠ

미미 2022-08-23 08:32   좋아요 2 | URL
맞아요!!ㅎㅎㅎ 프랑켄슈타인도 제겐 읽은듯한 안읽은 책이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낯선 세계가 있더라구요ㅎㅎ
오~아이들용 워터프루프 책 이미 있었군요?! 돌로 만들었다는데 실제로 바다같은 곳에 푹 담그면 어떨지 너무 궁금합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곧 올텐데 저도 미리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 마음이 급해요 ^^*

거리의화가 2022-08-23 09: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벗겨진 베일 민음사 버전으로 읽었던 것 같아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게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생각한 거지만요^^; 오히려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도 있어야 하는 것 같고 내가 상대의 마음을 절대로 다 알 수 없고 틈이 존재해야 더 끌리는 것 같기도 해서요^^
워터프루프 책 실제로 접해본 적은 없는데 신기하군요~ㅎㅎㅎ 저도 다락방의 미친 여자 때문에 관련 작품들 읽어야 하는데 저에게는 문학이 왜 더 어려울까요. 이번 달 가기 전에 한 작품 정도는 짧은 걸로 하나 읽어봐야겠습니다.

미미 2022-08-23 11:05   좋아요 4 | URL
네! ㅎㅎ 저도 화가님이 말씀하신 부분들이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새로운 인간관계의 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 리뷰 봤을 때도, 읽으면서도 일본의 <사토라레>란 영화가 자주 떠올랐어요. 아실지 모르겠는데 래티머와 반대로 주인공의 생각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 들리거든요. 너무 끔찍할것 같은데 재밌게 만든 영화같아요. ㅎㅎ

<다락방의 미친여자> 대비 읽을 책이 잔뜩이네요. 화가님 참고로 이 책 78페이지 짜리입니다*^^*

페넬로페 2022-08-23 09: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에서 조지 엘리엇 작가가 많이 언급되어 저도 한번 읽고 싶어요.
통찰력과 예지력도 좋지만 왠지 삶이 피곤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워터 프루프, 책 휴가가서 물 속에서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미미 2022-08-23 11:11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어떤 책 읽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네! 래티머가 굉장히 피로를 느끼고 늘 그 능력으로 지쳐하고 힘들어 해요. 그래서 마음을 읽을 수 없는 버사에게 오히려 더 끌렸나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고 표현하기까지 하니까요ㅎㅎ 이 책 휴가가서 튜브 위에서 물에 젖을 걱정없이 읽을 수 있겠죠? ^^*

건수하 2022-08-23 1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워터 프루프 북이라니.. 신기하네요 ^^ 책갈피 구경하러 가봐야겠어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나오는 책이군요.
찾아보니 제가 갖고있는 절판된 책에서는 <걷어 올린 베일>이라고 나와 있네요 :)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되기 시작...

미미 2022-08-23 11:15   좋아요 3 | URL
수하님 이거 신기하죠?!! 너무 신기해서 저는 믿을 수가 없었어요.ㅎㅎ 위에 바람돌이님은 아이들용으로도(목욕용) 있다고 하시네요.*^^*

<다락방의 미친여자>오래 기다렸는데 이제 임박하고 나니 읽어야 할 책들이 줄줄이...지금 읽다만 책들도 잔뜩인데 몇 권이라도 읽고싶은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ㅎㅎ

희선 2022-08-24 02: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워터 프루프 책 신기하네요 그런 책이라는 말 보기만 하고 그냥 겉에 물이 안 묻는 건가 했는데, 종이 자체가 물에 젖지 않는 거군요 종이는 물이 가장 큰 적이죠 세상에는 신기한 게 많네요

사람은 다른 사람 마음을 모르기에 그걸 알려고 애쓰기도 하는데, 애쓰지 않아도 그걸 안다니 그 사람은 그게 싫을지 몰라도 저는 부럽네요


희선

미미 2022-08-24 08:45   좋아요 3 | URL
저도 너무 신기하더라구요ㅎㅎ
돌로 만들었다는점도요. 한 방울 정도 실험은 해봤지만 다 젖는다면 페이지마다 묻은 물은 털어내나 어쩌나 풀리지않은 의문들이 아직 있어요

이야기 전반에 걸쳐 주인공이 이 능력에 힘겨워하는데 그럼에도 저도 희선님처럼 호기심,부러운 마음이 있어요*^^*

새파랑 2022-08-26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주받더라도 저런 예지력이 하루만 있어봤으면 좋겠네요 ㅋ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 궁금할때가 있습니다 ~!!

저번에도 봤는데 스톤페이퍼 신기하네요. 좋아하는 작품이 스톤페이퍼로 나오면 바로 구매할거 같아요 ^^

미미 2022-08-26 16:53   좋아요 2 | URL
네!ㅋㅋㅋ저도 그렇습니다. 전 특히 궁금한 사람들 만나서 파악해야하니 일주일은 필요해요ㅋ

여름 휴가철에 바닷가나 계곡가서 물에 들어가 읽기에 딱일듯해요*^^*
 



       






355ml 텀블러에 오늘 4잔째인 커피를 가득담아 모니터 앞에 앉았다. 조금전에 꽤 읽을만한 글을 읽었고 덕분에 나도 덩달아 뭐라도 쓰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기 때문이다. 뭘 써야할지도 모르면서.......한동안 장마만큼이나 우울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었다. 여기에는 그런 이야기는 쓰지 않았지만 사실 쓰고 싶은 내용들은 한가득이었다. 오프라인 상으로는 고민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다. 본래는 잘 이야기하고 들어주기도 잘했는데 그 과정에서 종종 실망과 허탈함이 혹떼려다 혹붙인 사람처럼 되려 들러붙는다는걸 알았다. 들어주는 과정에서 나도 상대에게 무심결에 혹을 붙여줄까봐 듣는것도 이제 되도록 삼가한다. 속 깊은 이야기를 하는 건 역시 아주아주 친한 사람만. 사람들은 대부분 아픔보다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하는것 같다. 꼭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는 더 캐묻지도 않다보니 나도 그편이 속이 편하다는걸 알았다. 그래도 이렇게 글로 쓰는건 갈수록 주저하지 않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해소하고 싶은 갈망같은게 나도 있나보다. (글을 읽는건 듣는 것보다 적극적이고 더 귀찮은 일이라서 나랑 안맞으면 읽다 말면 그만이니 누구에게 혹 붙이는 일도 훨 덜 할거란 계산도 좀 있다.)



모든 경청 행위는 '반응해야 한다'는 부채감이 따른다. 질병, 빈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땐 특히 그렇다.(중략) 듣는 이는 자신이 해결사라는 착각과 부담 때문에 불가능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말하는 이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일깨워준다'.p.77정희진.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노견이 된 츄츄가 많이 안좋았다. 또다시 안락사 이야기가 부부 사이에 화두에 올랐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내게 잔뜩 사랑을 주고 위로를 주던 친구인데 나이들고 여기저기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인위적으로 떠나보내기는 싫었다. 자연사하기를 바랐다. 욕심이었을까 이기심이었을까. 아직도 나는 답을 모른다. 가장 큰 문제는 짖음과 끙끙거리는 소리인데 어쩔때는 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방에가서 숨어버리거나 도서관으로 피신을 간다. 읽고 있던 책과 죄책감을 한아름 안고서. 인지장애도 조금 있고 치매도 있고 뒷다리에 힘이 없어 자주 주저앉는데 일으켜 달라고 또 마구 짖어댄다. 일으키면 또 주저앉고 그럼 또 울고 심할땐 1분간격으로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얼마전에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책을 읽으려고 해도 너무 시끄러워서 집중할 수 없어서. 갇혀있지 않아도 어딘가 묶여있고 갇힌 기분이어서. 한번씩 울음이 터져나왔다. 항암을 무사히 끝낸 뒤 엄마가 활동적이시고 쭉 잘 지내셔서 다행이지 엄마에게 암이 재발하거나 어딘가 불편해지셨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남편이 결국 애견 휠체어를 구해왔다. 요즘은 반려종 키우는 분들이 많아 그런지 관련 제품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온다. 각진 구조물 안쪽으로 앞발과 뒷발을 끼워넣는 공간이 있어 츄츄를 그 안에 맞춰 세우면 다리 힘이 약해도 서 있을 수 있고 아직은 쓸만한 앞다리로 걸어나갈수도 있다. 아침 저녁으로 틈날때마다 해주니 뒷다리에도 힘이 좀 붙는지 전보다 잘 일어서고 걷는 것도 나아졌다. 짖거나 칭얼대는 것도 조금 줄었다. 다만 노견들은 잠을 많이 잔다는데 인지장애 탓인지 얘는 밤에 잠을 자지 않아 고민거리였다. 나는 식욕은 잘 참을 수 있는데 수면에는 예민하다. 그래서 자는데 깨우면 굉장히 화를 낸다. 깊은수면 중 깨어날때마다 수명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를 본 뒤로는 더 분노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맥주는 절대 끊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츄츄가 모진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새벽 2~3시면 어김없이 깨어 제자리 돌기를 하고 그러다 다리힘이 풀려 넘어지면 울고 짖기를 반복...사료로 달래고 미운 마음에 쥐어박기도 했지만 그런다고 고쳐질리도 없었다. 결국 심할때는 처방받은 진정제를 먹인다. 언제까지 진정제에 의존할 수는 없지만 덕분에 한시름 놓았다. 




츄츄가 노견이 된 후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나의 한계에 대해서도 더 자주 들여다 보게 된다.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얼마만큼 진심인지,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지. 아이도 낳지 않았는데 동물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걸까. 츄츄가 인간이라면 이런 부분을 이야기나누고 너가 원하는 마지막은 어떤 거냐고 물어볼 수 있을텐데. 나에게 심각한 상황이 온다면 연명치료는 받고 싶지 않고 되도록 건강한 부위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되도록 많이 기증하고 떠나고 싶다. 나를 사랑해주었던 외삼촌은 4명에게 장기기증을 했었다.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삼촌은 그렇게 누군가의 살아갈 힘이 되어주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괴로워한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안녕 위를 맴도는 영속적인 위협으로 야기될지 모를 고통을 두려워한다 우리는 고통이 세 방향에서 유래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자연의 월등한 힘, 우리 자신의 나약한 신체, 다른 인간이 바로 그것이다.p.175. 레오니다스 돈스키스. 도덕적 불감증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자연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에서만이 아니다. 인생에 대한 태도 자체가 바뀌었다. 책의 대부분에서 그녀는, 자신도 불행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에 대해 각별한 동정심을 지니고 있는, 하지만 마지막까지 말없이 지켜보아야만 하는 한 여성의 눈을 통해 인생을 바라본다. p.139. 버지니아 울프, 집안의 천사 죽이기










우리 사이에-곽진언


그대 눈 속에 바다가 있는 것 같아
아무리 도망쳐 봐도 그대 품 안에 그대 품 안에
우리 사이에 넓은 강이 있는 것 같아
아무리 헤엄쳐봐도 그대는 저 멀리 떠나고
그대를 따라가다가 더 깊이 가라앉아서
그대를 향한 사랑이 빛을 잃어가요
그대여 어디 있든지 내 생각해주오
우리 사이에 넓은 강이 있는 것 같아
아무리 헤엄쳐봐도 그대는 저 멀리 떠나고
그대를 따라가다가 더 깊이 가라앉아서
그대를 향한 사랑이 빛을 잃어가요
그대여 어디 있던지 내 생각해주오
내 생각해주오
내 생각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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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2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8-22 16: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떠나보낼 준비를 잘하는 것은 누구에게든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런 저런 상황을 항상 상상해보지만 막상 현실에 닥치면 그런 상상들은 다 쓸데없는게 되는거 같아요. 나의 고통은 항상 생각보다 더 무겁고, 상대에 대한 배려는 너무 가벼워지는 듯한 죄책감같은거요. 그럼에도 상대와 나 사이에 쌓인 애정이 그 또한 견디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리라 믿습니다. 해드릴 수 있는게 없어서 죄송한 마음으로 그저 힘내세요 한마디 보냅니다.

미미 2022-08-22 16:32   좋아요 4 | URL
이래서 여기에 한번씩 마음속 이야기들을 풀게되나 봅니다.ㅎㅎ 바람돌이님 위로해주시는 댓글이 생각하시는것보다 더 힘이된다고 꼭 말씀드리고싶어요.^^*

막상 닥치고 내 일이 되면 무게감이 확실히 달라지더라구요. 현실은 늘 벅차고 제 수준을 확연히 체감하게 해주네요. 응원감사해요!

2022-08-22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8-22 1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반려견을 키워보질 않아 제 마음이 100% 공감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친구가 반려견 두 마리를 간호해 주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지켜본 적 있어서 미미님의 고생하시는 모습도, 반려견의 고통도 느껴지네요ㅜㅜ
친구도 한 마리는 자궁암이었다고 하던데 한 몇 달은 밤에 잠도 잘 못자고 간호해 주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고 그때 처음으로 반려견을 키우는 건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구나! 생각했었어요.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드시겠습니다ㅜㅜ
반려견 곁에서 지켜준다는 건, 사람을 간호하며 느끼게 되는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순간 순간 느끼게 되어 더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암튼 힘드시겠지만, 힘 내시라는 말만...^^;;;;;
츄츄도 많이 안아프길...

미미 2022-08-22 17:00   좋아요 4 | URL
제 친구 둘도 작년, 재작년에 연달아 키우던 강아지들를 병으로 떠나 보냈어요ㅜㅜ

반려견들의 시간은 사람보다 몇배 빠르게 흘러가잖아요? 더 오래 함께하고 싶은데,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눈빛으로 몸의 접촉으로 소통하던게 늘 감동이고 행복이었는데 서글프게 느껴져요.

엄마 간병할때도 새벽에 깨우시면 제가 참 못나게 굴었는데 츄츄에게는 더했어요^^;; 얼마나 더 살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조금이라도 즐겁게 살다가길 바라고있어요 감사해요 나무님^^*

거리의화가 2022-08-22 1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이 너무 먹먹합니다. 미미님~ㅠㅠ 얼마나 걱정이 많으실까 생각이 들어... 저는 반려견을 키워본 적도 없고 경험도 없지만 가까이 있는 이가 곁을 떠난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떤 존재든 슬픔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최대한 덜 아프기를 기원할게요.
어머님께서 항암 치료 받으신 적이 있군요. 그래도 예후가 좋으셔서 다행입니다. 저도 부모님 두분 다 아프셨던 경험이 있어서... 미미님 힘내세요!

미미 2022-08-22 17:07   좋아요 2 | URL
다른 이웃님이 댓글로 책순이란 표현을 해주셨는데 저도 책순이라 그런지 말보다 이런 댓글이 더 위로가 되나봐요.
공감해주시는 댓글들보며 눈물나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ㅜㅜ 곁에서 아픈걸 보면 두렵고 힘들면서 인생의 의미에 대해 나에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엄마가 요즘 컨디션이 좋으셔서 되려 제가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화가님 댓글 감사해요^^*

2022-08-22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2-08-22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옆지기와 당근에 혼술
하기 싫어, 술친구를 구하는
글에 대해 이야기했답니다.

그런데 상대방에게 고민상담
들어주는 것도 굉장한 스트레
스라는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왠지 글에서도 언급해 주신
것 같은 능력도 안되는 해결사
가 되려고 해서일까요?

반려동물과의 애증의 관계가
절절하게 느껴지네요.
다른 사람/동물을 배려하기란
정말 어려운 미션이 아닌가 싶
습니다...

미미 2022-08-22 17:28   좋아요 3 | URL
이웃분 글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보고 댓글에 남겼었는데요. 그래서 택시기사님께 상담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네요.

어떤 분은 기사님께 하루치
일당을 드리고 바닷가 같은데라도 달리자고. 대신 이야기좀 들어달라고 한대요.

실제로 정신과 상담비가 더 비싸다고. 의외로 기사님들 운전하시며 경험치가 상당하셔서
잘들어주시는데 그렇게 실컷 토로 하는것만으로도 상당히 해소가 된다고요.

애증이 츄츄 나이만큼 차곡차곡 쌓였습니다ㅎㅎ 아직까진 애정이 더 깊어
힘들지만 짠하고 미안하고 그러네요^^*

햇살과함께 2022-08-22 17: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많이 힘드시겠어요..
저희 집에도 여행 간 조카네 강아지가 며칠 와 있는데,
몇 달에 한 번 씩 볼 때마다 그 녀석 늙어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강아지 무서워하던 저에게 강아지 사랑을 알게 해준 녀석이라 저도 참 애틋해요.
힘드시면 언제든 여기에 얘기해 주세요. 힘내세요!

미미 2022-08-22 17:55   좋아요 3 | URL
가끔씩 보면 늙어가는 모습이 더 확연히 보일것 같아요. 짠하죠?ㅠㅠ 더구나 햇살님 강아지 무서워 하셨었다니 더 특별할것 같네요. 죽마고우고 재밌는 친구가 있는데 강아지 보면 무섭다고 자기가 먼저 짖는답니다.ㅎㅎ
글로 쓰는게 은근 힐링이 되네요. 햇살님 읽어봐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독서괭 2022-08-22 1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많이 힘드시죠 ㅜㅜ 츄츄가 안쓰럽고 내가 더 잘 봐줘야지 하면서도 잠도 잘 못자고 책도 못 읽게 하면 화가 나고 또 이런 내가 미안해지고.. 그러실 거라고 섣부른 짐작을 해봅니다. 제가 요즘 애들이 떼를 많이 써서 그런 감정의 순환이거든요^^;; 부디 죄책감은 갖지 않으시면 좋겠고, 츄츄도 미미님 마음 잘 알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미미 2022-08-22 18:39   좋아요 4 | URL
안그래도 츄츄가 노견이 되어 제가 밤잠을 설치면서 아이 키우는 분들의 고충을 조금은 실감하고 있어요. 한 친구(저보다 어린 동생)는 둘째가 4살인데 요즘 부쩍 말을 안들어 힘들다고 한번씩 토로합니다. 진정제 덕분이지만 요즘 밤에 잠을 푹 잘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ㅎㅎ 츄츄가 제 진심을 알고 있겠죠? 괭님 다정한 말씀 감사해요^^*

2022-08-22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2-08-22 1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ㅠㅠ
이런저런 말을 구구절절 썼다가 다 지웠습니다.저도 2년전에 두 아이들 떠나보내고 지금 한 아이만 기르고 있거든요.이 아이도 벌써 15살이라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미미님 힘내셨음 좋겠어요!♡

미미 2022-08-22 20:01   좋아요 3 | URL
예진님ㅠ.ㅠ 왜 지우셨어요. 어떤 이야기해주셨었을까요... 둘을 보내셨군요! 귀염둥이들의 시간은 왜이리 빨리 지나가는걸까요. 얘네들은 고통을 너무 잘 참아서 뭐든 조기 발견도 어렵다는게 안쓰러워요. 그래도 좋은 의사를 만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예진님도 힘내세요!!*^^*

coolcat329 2022-08-22 1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힘드실까요...이런 글은 반려견을 가벼운 마음으로 키우려는 분들에게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미님 힘든 시기 잘 버텨내시길 바랍니다.

미미 2022-08-22 20:06   좋아요 4 | URL
맞아요!! 저도 예전에는 뭣모르고 싱글인 친구에게 반려동물 키우라고 권하고 그랬거든요. 그 친구가 적적할까봐요. 요즘에는 키우려는 사람에게 신중하라고 합니다. 끝까지 책임져야 하고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 뒤늦게 깨달았네요. 오늘 기대이상으로 위로받아 마음통장이 꽉찬 기분입니다. 쿨캣님 말씀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2-08-22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커피 많이 드시면 저처럼 습관성 식도염 옵니다. 마음이 안 좋을때는 더 그래요. 힘드시겠어요. ㅠ

미미 2022-08-22 22:51   좋아요 3 | URL
식도염오나요?!! 안그래도 저 너무 많이 마시는것 같아서 한번씩 밀크티로 대체할 때도 있어요.ㅎㅎ 더 줄이도록 신경써 볼께요~♡ 그레이스님 편안한 밤 되세요*^^*

건수하 2022-08-23 09: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글이 올라오는 속도가 줄어서 미미님 건강이 안 좋은가 했었는데 츄츄가 아프군요.
유한한 존재에게 꼭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게 내 일이 되면 마음도 몸도 힘들더란..
뭔가 말하고 싶지만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저도 제 마음을 설명하는게 더 힘들어서 말을 안하고 지나갈 때가 많아요.
그럴 땐 그냥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는게 오히려 위로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미미님께 책이 있어, 알라딘 서재가 있어 다행입니다..

+ 카모마일 티가 마음의 진정과 숙면에 도움이 되더군요

미미 2022-08-23 10:54   좋아요 4 | URL
뭐든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작은 생명이지만 노견이 되니 기존보다 훨 손이 많아가서 저도 어느새 몸이 많이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우울증도 좀 오고요. 이 글 써 올리는데도 몇 번을 고쳐쓰고 지웠는지...많이 망설였어요. 우리는 얼굴 드러낼 필요가 없는데도 왜이리 치부를 들키는 것 같아 사적인 이야기는 삼가하게 되는지 신기해요.

저도 쓰는 것보다는 읽는게 훨 편했는데 때로 쓰지 않고는 못 베기는 순간들이 있더군요. 이렇게 댓글로 소통할 수 있어서 더 그런것도 같습니다. 이 서재가 있어, 수하님처럼 다정한 이웃분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캐모마일 마셔볼께요 수하님~♡

2022-08-23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3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3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3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22-08-23 1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고양이, 나비 8살, 벌써부터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됩니다. 서로의 시간이 다르기에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미미 2022-08-23 11:23   좋아요 2 | URL
집 고양이 8살이면 사람나이로는 48살 정도라고 나오네요? 어릴때 저도 고양이를 키워보긴 했었는데 노묘의 시간도 노견과 비슷하겠죠? 나비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잉크님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산책하면 저희 츄츄를 사람들이 할아버지라고 놀리기도 하는데 제 눈에는 아직도 너무 귀엽고 애틋합니다.*^^*

청년 2022-08-23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회자정리일까요 - 생명에 대한 책임 쉽지 않더라구요 기운 내세요

미미 2022-08-23 23:46   좋아요 2 | URL
나름 이 시기를 준비한다고 했는데 막상 닥치니 정말 쉽지 않네요. 말씀 감사해요 청년님*^^*

희선 2022-08-24 02: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람도 그렇지만 개도 나이를 먹으면 많이 아프기도 해서 그걸 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겠습니다 어딘가 아프지 않고 살다가 가면 좋을 텐데... 아픈 모습 보면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마음이 아프겠습니다 미미 님이 지금 츄츄와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희선

미미 2022-08-24 08:50   좋아요 2 | URL
집 바로옆이 산이고 공원인데요 츄츄가 산책하는걸 무척 좋아했었어요 물론 많은 강아지들이 그렇지만 얘는 꽤 많이 걸어도 지치질 않았죠
그런 녀석이라 뒷다리 힘이 빠지니 얼마나 답답할까 괴로울까 안쓰럽습니다 사람처럼 인공관절이라도 할 수 있음 좋겠다 별의별 생각 다 해봐요

나중에 후회없도록 이 시간을 보내야겠죠. 희선님 말씀 감사해요*^^*

새파랑 2022-08-25 1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츄츄 어떻하나요 ㅜㅜ 저도 어릴때 강아지 노년때까지 계속 키웠는데 갈수록 안타깝더라구요 ㅜㅜ

속 깊은 이야기를 하는건 정말 쉽지가 않더라구요. 저는 한번도 속마음을 이야기해본적이 없는거 같아요 ㅋ 그나마 글이 좀 편한거 같긴 합니다~!!

미미 2022-08-25 11:19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반갑습니다!!! 이번달도 많이 바쁘신것 같아요 노견을 키워보셨군요? 저는 이번이 처음이라ㅜㅜ

속 이야기 꺼내기 힘들죠. 용기내서 꺼낸다고해도 찜찜할때도 있고요. 저도 글이 더 편해요! 글을 읽는것도 마음에 평온을 주는거 같아요. 새파랑님 독서 시간 좀 늘어나실 날을 고대합니다*^^*

2022-08-25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