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는 소크라테스가 주장하듯이 사유를 하면 악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유할 수 있는건 오직 선뿐이며, 나는 내가 사유하는 대로 되기 때문이다.(...)


"사랑은, 거기에 없는 것을 갈망함으로써 그것과 관계를 맺는다. 이 관계를 드러내어 만천하에 알리고자 사람들은 연인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탐구는 사랑과 갈망의 일종이므로 사유의 대상은 오직 사랑스러운 것들, 즉 아름다움과 지혜, 정의 등일 수밖에 없다."-정신의 삶, 한나 아렌트 P.285





이 말의 의미가 너무 와닿아서 이 부분 읽고 나는 많이 울었다. 오래도록 찾던 아니 내가 찾는 줄도 몰랐던 어떤 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이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한나는 노년에 친구 매카시에게 편지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그 시간에 몰두하면 지금의 허무함이 사라진다고 생각해." 라고 전했다. 삶은 허무로 가득하다. 사람이 하는 대부분의 활동은 견딜수 없을만큼 거대한 허무를 애써 외면하려는 헛된 노력일지도 모른다. 사유는 그 과정이 사랑과 닮았지만 사랑과 똑같지는 않다. 한나의 말처럼 사랑은 둘 이외에 다른것들에게 관심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에 사랑이 끼어들어선 안된다. 사랑은 맹목적인 성향이 있으니까. 한나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사유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았기에 그 차이를 잘 알았다. 그것은 자신을 끝없이 삼키려 했던 허무와 비탄의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편지 잘 받았어. 내가 어떻게 당신의 사랑이, 애인이 될 수 있었는지 알려줘서 고마워. 사랑은 인간이 감내할 가장 큰 시련임을 알고 있을까? 사랑은 유일하게 방법도 없고, 도움을 받을 수도 없으며, 한계도 없고, 다른 누군가의 이해도 얻지 못해. 누군가의 사랑이 된다는 건 한마디로 어쩔 수 없이 그 사람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다는 뜻이야.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랑에 대해 "Amo means volo ut sis"라고 했어. 사랑이란 있는 그대로 너이길 바라는 것이라고. p.70ㅡ한나 아렌트에게 전해진 하이데거의 편지






열여덟 살 한나는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서른 여섯의 교수 하이데거를 만난다. 실존철학자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을 막 집필하기 시작했었고 만난지 두 주만에 자신의 마음을 한나에게 전하게 된다. 두 사람은 교수와 제자로 만났지만 서로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위의 편지만 보면 그는 철학자이기보다 사랑에 푹 빠진 로멘티스트다. 비록 그 인연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헤어진 뒤에도 그들 사이에는 끊어낼 수 없는 무언가가 연결되어 있었다. 하이데거에게 가정이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당시 두 사람의 관계는 비밀이었고 훗날 한나가 보관해두었던 하이데거의 편지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한나는 하이데거와 헤어진 이후 몇번의 결혼과 헤어짐을 반복했고 결국에는 블뤼허라는 한 남자에게 정착하게된다. 독일인 블뤼허는 한나의 정신적 삶을 지지해주었고 하이데거와의 관계도 어느정도까지는 알고 있었던 걸로 보인다. 블뤼허는 그녀를 구속하려 하지 않았고 열정적인 대화 상대이기도 했다. 



한나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하고 살아남았다. 그것만으로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감당하기 벅찼을것 같은데 그녀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유하며 사랑도 쉬지 않았다. 그 결과물들이 많은 책으로 우리에게 남겨졌다. 특히 정치에 관한 저작들은 21세기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글은 사실 답이 아니라 질문을 수없이 던져준다.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질문하며 깨어나기를 독려하듯이. 이 책은 그런 한나의 저작들을 만나기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정치 및 도덕 관련 사안에 사유하지 않는 것은 사회에서 주어진 시간에 정해진 행동 규칙이 무엇인든 맹목적으로 따르라고 사람들을 가르칠 위험이 있다. 우리는 규칙에 익숙하기 때문에 스스로 결정하는 데 익숙지 않다. (...)자신은 이 점을 알아차리지 못할 텐데, 그건 잠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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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04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렌트 평전 시작한지 얼마 안되셨던 것 같은데 벌써 완독하신겁니까! 입덕신고하셨으니 앞으로 아렌트 작품들을 많이 읽으시겠네요 미미님의 글들이 기다려질 것 같아요. 근데 사유하면 악인이 될 수 없을까요? 꼬리표가 따라붙는 질문이네요.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미미 2022-10-04 10:38   좋아요 4 | URL
며칠전에 읽었는데 이제야 독후감을 썼어요ㅎㅎ 평전은 쉽게 쓰여져있어 술술 읽힙니다 정작 그녀의 책이 어려워서 읽기 힘드네요^^;; 한나 아렌트는 악은 사유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사유하지 않음 자체도 악하다고 했고요. 그래서 평생 ‘사유‘에 대해 여러번 언급하고 고민했던걸로 보여요.

scott 2022-10-04 1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드디어 한나 아렌트의 인생의 한발자국씩 다가 가고 계시는 군요 한나의 삶과 사상의 궤적을 따라 가다보면 거대한 세상 “탄생하지 않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허무적 실존주의 사상의 실체인“모두가 유죄라면 어느 누구도 유죄가 아니다” 라는 한나 아렌트가 정의한 명제의 의미를 알게 됩니다.

미미 2022-10-04 10:46   좋아요 3 | URL
오 스콧님 그 말을 한나 아렌트가 한 거였군요!! 이 평전으로 입덕은 했는데 <전체주의의 기원>을 보니 이해하기 쉬운 글은 결코 아닌것 같아요. 그래도 안내서들이 워낙 많으니 간간이 도움을 받아가며 계속 읽어보고 싶어요. 삶 자체가 역사적 순간들의 연속이었던 아렌트!*^^* 친해지고 싶습니다.ㅋㅋㅋㅋ

공쟝쟝 2022-10-04 11:24   좋아요 2 | URL
스콧님, 거봐. 결국엔 하이데거를 완전 극복한 거 맞다니까... 아.... 읽어야 하는데 미치겠네......

공쟝쟝 2022-10-04 11: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분 아주 제대로 치이셨네. 거봐요 좋을 거랬죠? 미미님!!!!!! >_<
아렌트는 사유하기 시작한 여성들에게 분명 미치도록 끌리는 무언가가 있다니까요!!!!
미미님 미미님이 아렌트 계속 파요, 알았죠? 일단 아렌트 기꺼이 미미님께 제가 빌려 드리겠습니다. (난 푸코하나로 벅차다 ㅋㅋ)

미미 2022-10-04 11:57   좋아요 2 | URL
아아 쟝쟝님 어디 무인도에 들어가서 한동안 한나 아렌트만 계속 파고 싶어요ㅋㅋㅋㅋ 기꺼이 빌려주신다니 감사해요ㅋㅋㅋ>_<

공쟝쟝 2022-10-04 12:15   좋아요 1 | URL
그 무인도 떠나실 때 캐리어에 저좀 구겨 넣어서 가지고 가주세요. 저는 미미님 읽어 놓은 거 옆에서 읽을게요. 커피 잘 내려요 저. 밥은 많이는 안 먹는데 반찬투정은 안하고 당연히 밥은 안합니다 ㅋㅋㅋㅋ (응?) 커피만 내려...

미미 2022-10-04 12:21   좋아요 2 | URL
한나 아렌트만 읽어도 배부를거같은데 그럼 같이가서 커피마시고 책만읽죠 뭐ㅋㅋㅋㅋ
반찬투정 안하는 사람 무인도에서 최곱니다ㅋㅋㅋ

새파랑 2022-10-04 11: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은 한번 읽기시작하면 바로 전문가가 되시는거 같아요~!! 한나 아렌트의 말도 그렇고 미미님의 말도 그렇고 사유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

미미 2022-10-04 12:01   좋아요 3 | URL
이 평전이 한나 아렌트를 아주 잘 설명해주더라구요. 이걸 읽고 반하지 않기는 쉽지 않다고 감히 장담합니다ㅋㅋㅋㅋ몇번 다시 읽고싶어요^^*

페넬로페 2022-10-04 13:27   좋아요 2 | URL
제 말을 새파랑님께서 대신 해주시네요.
정말로 입덕이 아니라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져요.
한나 아렌트 영화도 있군요~~
한나 아렌트 평전은 꼭 읽어야겠어요^^

미미 2022-10-04 14:18   좋아요 4 | URL
이 평전 강추합니다!ㅋㅋㅋ역시 이래서 다들 평전을 읽는구나,
꾸준히 읽고싶다. 생각했어요. 한나 아렌트가 추구하는 것들
페넬로페님도 많이 공감하실거예요.*^^*

stella.K 2022-10-04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 봤나요? 영화 나름 괜찮았는데...
한나가 굴뚝이더군요. 얼마나 골초로 나오는지.
옛날에 담배를 구름과자라고 표현했던 것으로 아는데
정말 담배를 과자 먹는 것처럼 피우죠. 재털이 받혀가면서.
그러니까 괜히 피워보고 싶기도하고. ㅋㅋ
근데 저는 철학은 좀 어렵드라구요.
문사철에 도통해야한다는데 문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사람이
무슨 사철까지...ㅠㅋㅋ

미미 2022-10-04 14:15   좋아요 2 | URL
아직이요! 영화가 있다는걸 오늘 알았어요ㅋㅋㅋ
당시에는 흡연자가 많았나봐요. 이 시기 영화들에서 흡연은
빠지지 않는것 같더라구요?
철학 정말 어렵죠! 저도 뭐든 기초부터 하길 좋아하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계속 읽어가고 있어요. 하다보면 문학도 역사도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더라구요. 스텔라님도 함께 읽으셨음 좋겠어요.^^*

레삭매냐 2022-10-04 1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주에 일단 이 책
사두었답니다 :>

과연 언제 읽게 될 진 모르
겠지만, 일단 질러~

미미 2022-10-04 14:21   좋아요 2 | URL
아 탁월한 선택을 하셨습니다.ㅋㅋㅋㅋ
역시 레삭매냐님 안목👍

품절되었으니 언젠가 재출간이 될것 같긴하지만
이렇게 예쁘게 나오진 않을수도 있겠다 싶어
소장가치가 높아보입니다(>.<)

얄라알라 2022-10-04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을 울게 만들었다는 그 문장들, ˝찾는 줄도 몰랐던 어떤 답을 찾은 기분˝을 느끼는 기분은 무엇일까?
맥락 속에서 저 문장을 읽으면 훨씬 와닿을까?

한나 아렌트라는 거인도 궁금하지만, 책 읽다 울고 계셨던 미미님도 궁금합니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처럼 대놓고 슬퍼지게 하는 책에서는 읽다가 울어봤지만,

다들 이 책 입덕하시는 분위기가 풍성한 리뷰들이 계속 올라오겠네요^^

미미 2022-10-04 15:49   좋아요 1 | URL
저도 그게 참 신기하다고 아까 생각했어요. 소설도 아닌데 이런 감동을 느끼다니요.*^^*
얄라님도 읽어보시면 저와같은 기분을 느끼실지 모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사만다 로즈힐은 한나 아렌트를
전공했고 ‘한나 아렌트센터‘에서 지금도 연구중이라고 해요. 얼마나 좋아하면 이렇게 계속해서
한 사람을 공부하고 있을까 싶은데 이 책이 그 이유를 잘 담아내고 있었고 제게 전달되었어요ㅎㅎㅎ

독서괭 2022-10-04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미미님 입덕 신고 글에 오늘 올린 사고 싶은 책 두권에서 애트우드를 빼고 이 평전을 넣어야 하나 고민됩니다ㅠㅠ 저도 언젠가(..!) 아렌트 전집 도전하게 되면 그전에 이 평전부터 읽어야겠어요.

미미 2022-10-04 17:56   좋아요 2 | URL
괭님!! 이 평전 강추입니다ㅋㅋㅋㅋ
입문서로 딱이예요~♡ 애트우드 다음주 출고예정이길래 아직 주문 못넣고 있어요. 읽어야할 책들이 쉴틈안주고 마구마구 나오네요ㅠㅠ

그레이스 2022-10-04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나 아렌트 바람이 불고 있네요^^
제가 읽고 있는 소설들이 시시해졌어요.ㅠ
바람을 타고 싶네요 ㅎ

scott 2022-10-04 18:02   좋아요 2 | URL
바람 불때 열독 파도에 올라타귀😄
영화도 사알짝 추천 합니다☺

미미 2022-10-04 18:08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이 평전. 소설 읽는것 이상의 감동이 있었어요. 하이데거가 저런 말을 하다니!ㅎㅎㅎ내내 재밌게 읽었어요^^*

미미 2022-10-04 18:09   좋아요 2 | URL
스콧님 이 영화 보셨군요?!! 저도 조만간 클리어 하겠습니다.(>.<*)

수이 2022-10-04 19:00   좋아요 2 | URL
바람을 살짝 타세요 그레이스님 ㅋㅋㅋㅋㅋ

미미 2022-10-04 19:17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도 올라타시면 광풍이 될겁니다(ㅋ.ㅋ*)

책읽는나무 2022-10-04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 이맘 때 미미님 졸라 박사님이셨던 것 같은데 올 해는 아렌트 박사 학위 따러 가시나요?^^
평전을 읽다가 눈물 흘릴 수 있는 감수성은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까요? 그것은 정말 많이 사랑하지 않고서는 힘든 상황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보부아르 말고, 아렌트를 잡을껄 그랬나? 살짝 후회가 들지만 그래도 보부아르도 재밌어서 만족합니다. 저는 지금 청소년용 아렌트 입문서 읽게 되면 시리즈 바로 잡을 게 아니라, 이 책도 읽어보고 읽어야겠구나? 그런 생각 드네요^^

미미 2022-10-04 21:20   좋아요 2 | URL
청소년용 입문서는 제목이 뭐예요 나무님? 이 책 어렵지 않아서 준비단계없이 바로 읽으셔도 될거예요*^^* 덕분에 오늘 보부아르 찾아놨어요! 읽던 책 몇 권 클리어하고 바로 보려고요ㅋㅋㅋㅋ
첫번째 발췌문의 취지가 심장을 관통했습니다.ㅜ.ㅜ 물이 서서히 끓어오르듯 평전 초반부터 전조가 있었던것 같아요ㅋㅋㅋ저자의 다른 책도(번역이 된다면)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책읽는나무 2022-10-04 21:24   좋아요 1 | URL
제목은 그냥 <한나 아렌트>이구요.
알로이스 프린츠 작가네요?
이 책 나온지 좀 되었던 책이에요. 쉽게 읽힌다고 다들 평이 좋아서 사다 놓긴 했었는데~쿨럭!!^^

저도 보부아르 책 발췌문 읽고 흥분해서 그날 바로 인용문 좀 따다가....우짜다 보니 계속 1일 1 페이퍼 하고 있네요^^
제대로 된 감상글은 요즘 프레이야님 글도 읽기 좋아요.
우짜다보니 같이 읽기 시작했는데 벌써 6장까지 읽으셨더군요~쿨럭쿨럭!!!

미미 2022-10-04 21:41   좋아요 2 | URL
프레이야님 책을 금방금방 읽으시더라구요^^*
나무님 1일 1페이퍼 계속 써주세요🥰

바람돌이 2022-10-04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에 대한 글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일단 안내서부터 읽으려고 <우리는 왜 한나아렌트를 읽는가>읽고 아 소개한 책도 겨우 읽었는데 그녀의 철학을 내가 다 읽을 수 있을까했는데 말이죠. 미미님이 막 불을 지르십니다. ^^
저도 10월에 또 한나 아렌트 평전 읽고 집에 있는 한나 아렌트 책들 읽을지 또 결정해야겠네요. (네 안봐도 책은 다 사놓습니다. ㅎㅎ)

미미 2022-10-04 22:57   좋아요 1 | URL
<우리는 왜 한나...>이 책 평전에서도 소개하던데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바람돌이님도 한나 아렌트 책들 갖고 계시군요?! 의외로 많이들 소장하고 계신듯해 또 조급해지네요ㅎㅎㅎ

이 평전 강추입니다. 한나 아렌트가 하는 말마다 밑줄도 잔뜩 그었어요. (그럼요! 저도 일단 책은 사놓고 보자입니다.ㅎㅎ)
 

가까스로 서문끝














제1부 반유대주의



이 세기는 혁명으로 시작하여
사건으로 끝난 주목할 만한 세기이다.
아마 그것은 쓰레기의 세기로 불릴 것이다.
ㅡ로제 마르탱 뒤 가르 - P81

‘시온장로 의정서‘ 같은 명백한 날조가 정치 운동 전체의 교본이 될 정도로 다수의 사람들이 그것을 믿는다면, 역사가의 과제는 더이상 날조를 폭로하는 데 있지 않다. 그들의 과제는 분명 정치적 · 역사적인 사건의 진상, 즉 날조가 믿어진다는 사실을 간단히 처리하는 설명을 꾸며내는 것이 아니다. 

날조가 믿어진다는 사실은 그것이 날조라는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단지이차적인) 정황보다 더 중요하다. - P89

유대인은 국가의 첫 걸음에 기꺼이 재정 지원을 하려는 유일한 집단이었으며, 자신들의 운명을 향후 국가의 발달과 연결시켰던 집단이었다. 그들이 보유한 자금과 국제적 관계 덕분에 유대인은 국민국가가 그 시대의 가장 큰 기업과 고용주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훌륭한 위치에 있던 것이다." - P105

19세기 무렵에 제국주의가 등장하면서 유산계급은 국영사업을 비생산적이라고 진단했던 과거의 평가를 바꾸기 시작한다. 제국주의적 팽창과 더불어 폭력 장치가 점차 완벽해지고 그 장치를 국가가 절대적으로 독점하면서 국가는 사업을 하는 흥미로운 기업이 되었다. 이는 물론유대인이 누렸던 독점적이고 독특한 지위를 점차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06

결국 가장 안전한 자본 투자의 방법으로 간주되던 정부 발행 채권을 입수할 수 있는 자유가 평등권 자체를 상징하게 된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즉 국제전을 치러낼 수 있는 국가는 시민의 재산을 실질적으로 보호할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었기 때문이다.  - P107

근대적 반유대주의의 시작은 어디에서나 19세기 후반의 마지막 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에서 근대적 반유대주의는 예기치 않게 또다시 귀족들에게서 시작되었는데, 귀족은 프로이센이 1871년 이후 왕정에서 국민국가로 전환하면서 국가에 대립적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독일 제국의 실질적 설립자인 비스마르크는 수상이 되면서부터 유대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제 그는 유대인에게 의존하며 그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규탄받는다. 정부 기구 속에 잔존해 있던 대부분의봉건적 유산을 제거하려던 그의 시도와 부분적 성공은 어쩔 수 없이 귀족과의 갈등으로 귀결되었다. 귀족은 비스마르크를 공격하면서 그를블라이히뢰더의 무고한 희생양이나 매수된 하수인으로 묘사했다. 실제로 그들의 관계는 그 반대였다. 블라이히뢰더는 의심의 여지 없이 비스마르크가 높이 평가하여 매수한 하수인이었던 것이다. - P131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반유대주의 운동은 귀족이 주도했고 그 합창단이 소시민으로 이루어진 요란한 폭민이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는 독일의 경우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기독교적 사회주의와 프랑스의 반드레퓌스파에도 해당된다. 이들 나라에서 귀족은 절망적인 마지막 투쟁에서 기독교라는 무기로 자유주의와 싸운다는 그럴싸한 구실을붙여서 교회의 보수 세력-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가톨릭 교회, 독일의 개신교 교회과 동맹을 맺으려고 기를 쓴다. 폭민은 그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목소리를 더욱 크게 울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들이폭민을 조직할 수도 없었고 원치도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목적이 달성되면 이들을 해산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폭넓은 층의 국민을 동원하는 데 반유대주의 슬로건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135

쇠너러는면허권의 기한 연장에 반대하는 서명을 4만여 명에게 받았고, 유대인문제가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로스차일드가와 왕정의 재정적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정부가 국가나 사회에 명백하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허가기간을 연장하려 했을 때 온 천하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쇠너러의 문제 제기와 여론 선동이 오스트리아 반유대주의 운동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독일인 슈퇴커의 선동과는 반대로 이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 의심의 여지 없이 정직한 사람이었으며, 따라서 이 운동이반유대주의를 선동의 무기로 사용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즉각적으로범게르만주의를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이 범게르만주의는 독일의 다른반유대주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깊은 영향을 나치즘에 미쳤다.
- P144

드레퓌스 사건은 이데올로기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뿐 아니라 19세기 반유대주의가 함축한 모든 요소를 완전히 들춰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은 국민국가의 특수한 조건에서 생성한 반유대주의의 정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폭력적형태는 미래의 발전 과정을 예시하기 때문에 그 주요 당사자들은 30년이상 미뤄질지도 모르는 공연의 마지막 총연습을 무대에서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 사건은 유대인 문제를 19세기의 중심부에 세웠던공공연하거나 비밀스러운 모든 힘, 정치적이고 사회적 원인을 모두 한데 끌어 모았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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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03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짝짝짝 👍

미미 2022-10-03 23:14   좋아요 1 | URL
아렌트에 대한 애정으로 읽고 있습니다ㅋㅋㅋ😅
 

현실적 증거나 비판적 검증 없이 대중들의 인식과 태도와 행위에 끈질기게 영향을 미치는 암묵적이고 은폐된 믿음들 p.40 그러므로 ‘사유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오늘날 우리는집단적으로 쇼핑과 연속극에 몰두하며, 텔레비전 시청과 인터넷 서핑을 통해 인간을 관찰하면서 지위편집증을 강화하고 있다. 더 많은 것을 원하도록 유혹하는 광고는 우리 모두를 향해 탐욕스러워질 것을 제안한다. 20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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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0-04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제가 바로 지위편집증 그런 걸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ㅋㅋ
지위라면 수직 관계를 말하는 것인가요?
사유하는 힘. 무엇보다 중요함에 고개 끄덕끄덕합니다^^

미미 2022-10-04 09:25   좋아요 3 | URL
저도 그렇고 대부분 마찬가지일거예요ㅋㅋㅋ상승욕구, 위계사회 고착화, 능력주의 다 포함할듯 합니다. 그러므로 사유를 공부해야하고 그러려면 한나 아렌트를 꼭 읽어야겠죠?(>.<)

새파랑 2022-10-04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과 알라딘에 몰두하면서 책에 탐욕(?)스러워 지는것도 문제일까요? 😆

미미 2022-10-04 10:40   좋아요 2 | URL
아! 아닙니다. 책은 사람으로 하여금 사유하도록 도우니까 예외라고 생각합니다ㅋㅋㅋ독재자들이 그래서 소설을 읽지 못하게 했다고 들었어요.😆

베터라이프 2022-10-04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께 감사말씀을 드려야겠네요. 제가 너무나 존경하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글을 읽어주셔서요 ^^. 지식인이 아니라 일반 개인에게도 각성의 시간이 존재한다면 저에게는 이 바우만의 글들이 그런 의미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미미님의 글이 남다르네요..

미미 2022-10-04 15:55   좋아요 3 | URL
베터라이프님 덕분에 바우만의 글을 읽게 되어서 저야말로 감사드려요*^^* 초반부터 밑줄잔뜩입니다ㅎㅎ

마침 관심을 갖던 내용들이라 와닿는 부분이 많아요. 많이들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그레이스 2022-10-04 17: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행의 시대, 모두스 비벤디
다 좋아요~~
이 책도 제가 최근에 읽었던 책과 통하는 부분이 있네요 ! ^^

미미 2022-10-04 18:05   좋아요 2 | URL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여러가지 양상으로 드러나는 요즘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바우만의 다른 책들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위니는 언덕에 반쯤 파묻혀있고 윌리는 언덕 뒤편에서 네 발로 기어다닌다. 그들 사이의 거리, 마주보기도 힘든 상황, 자유롭지 않은 각자의 조건. 한때는 사랑해 결혼에 이르렀지만 결코 소통할 수 없는 이들. 위니는 자유롭지 않은 현실에서 자기 소유의 몇가지 물건들을 기계적으로 확인하며 하루하루 버텨나간다. 감사하고 삶을 찬양하면서. 그리고 점점더 땅속으로 가라앉아
완전한 소멸을 향해 사라질것이다. <나의 눈부신 친구>릴라와 니노가 이야기나눈 작품이라 읽었다. 이제보니 그들 사이를 의미하는 복선이었던것 같다.






그걸 들고 있으면, 난 힘들어요. 근데 그걸 내려놓을 수 없어요. (사이) 그걸 내리고 있는 것보다그걸 들고 있는 게 더 불행한데, 그걸 내려놓을 수없어요. (사이) 이성이 말해요, 그걸 내려놔, 위니, 그건 너한테 도움이 안 돼, 그 물건 내려놓고 다른뭔가를 해봐. (사이) 난 할 수 없어요. (사이) 난 움직일 수 없어요. (사이) 안 돼요, 뭔가 벌어져야 해요, 세상에, 일어나야 해요, 어떤 변화가, 난 할 수없어요.  - P48

우리의 고전에서, 일부는 남아서, 하루를버틸 수 있게 우리를 도와줘요. (사이) 오 그래요.
넘치는 자비죠, 넘치는 자비. (사이) 그럼 지금은?
(사이) 그럼 지금은요, 윌리? (긴 사이) 나는 마음의눈에 떠올려요...24 쇼어 - 혹은 쿠커 씨를 눈을감는다. 종이 크게 울린다. 눈을 뜬다. 사이) 손에 손을잡고, 다른 손에는 가방을 들고. (사이) 생전‥… 잘나가던 시절에. (사이) 이제는 젊지도, 아직은 늙지도 않은 모습으로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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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03 1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무엘 베게트 작품이군요 ㅋ 저 고도를 기다리며 읽으려고 구매해놓고 무서워서 못읽고 있습니다 ㅋ 요 책도 특이하군요 ^^

미미 2022-10-03 20:03   좋아요 2 | URL
짧아서 다행이지 확실히 난해하긴 합니다ㅋㅋㅋ고도를 기다리며 어떨지 궁금해요 저는 새파랑님이 읽으시는거 기다릴래요^^*

scott 2022-10-03 21:40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기냥 읽어 버려요!
후딱 ㅋㅋㅋ
읽을정도로 얇습니다 !ㅎㅎ

고도 기다리지 말귀!^^

페넬로페 2022-10-03 2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어려워 그 다음부터 돌아보지도 않았어요.
친구끼리 문학작품에 대해 얘기하는 것, 멋져요. 그것도 베게트 작품으로요.

미미 2022-10-03 20:08   좋아요 4 | URL
저도 소설 속에서 그들이 이 작품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아마 읽지 않았을거예요ㅋㅋㅋ연극으로 어떻게 재현할지 상상하며 읽었어요. 이걸로 독서토론하면 다양한 의견이 나올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2-10-03 22:41   좋아요 2 | URL
독서토론이란는 말이 확 다가와서 댓글 답니다 ㅎㅎ
봐야지!

미미 2022-10-03 22:56   좋아요 2 | URL
네! *^^* 어려운 책이긴하지만 다행히 얇고 인물들이 상상력을 자극한달까요? 사람마다 자기 관점에서 해석이 갈려 재밌을것 같았어요ㅎㅎㅎ

scott 2022-10-03 2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에게도 문학 친구(학창 시절)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릴라와 니노 처럼!)

지금은 북플계 꽃 🌺

미미 2022-10-03 22:12   좋아요 1 | URL
아아 슬프게도 중고등때 문학 친구는 없었어요😭
제 친구들은 거의 다 책과는 거리가먼ㅋㅋㅋㅋ저는 그래서 무리들 사이에 특이한 애였어요ㅋ(지금처럼 즐겨읽지도 않았는데도)
대학가서야 전공때문에 토론도하고 책 이야기를 좀더 하게된것같아요

🌺이곳은 꽃밭*^^*🌺

바람돌이 2022-10-03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희곡들 너무 난해한게 많아서 들기 겁나다는.... 얼마전에 용기내서 읽은 수잔 손택의 희곡 앨리스도 결국 이해불가였던게 아닌가 싶어요. 안좋았거든요. ㅠ.ㅠ

미미 2022-10-03 23:12   좋아요 2 | URL
희곡은 거의가 그렇더라구요.(이젠 희곡 읽을때 어느정도 각오하고 읽는ㅠㅠ) 뒤렌마트가 그나마 가장 쉽고 재밌었어요.민음사 <뒤렌마트 희곡선>아직 안읽으셨으면 바람돌이님께 강추합니다.특히 두번째 이야기 웃겨요ㅋㅋㅋ애정하는 작품입니다

바람돌이 2022-10-03 23:33   좋아요 1 | URL
미미님 추천책
와우 감사합니다.
 















최근나온 한나 아렌트 평전을 읽다가 아렌트에게 흠뻑 빠져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바로 빌려왔었다. 보기에는 꽤

두꺼워보이지만 끝 페이지를 보니 주석을 빼면 300페이지가 안되어 신기했다. 사실 이상한 거였는데 ㅡ이런 경우는 처음이라...ㅡ아렌트에게 너무 몰입해 경황이 없었던 걸까? 오늘 이 책을 읽다가 뭔가 이상하다고 뒤늦게 생각했다. 글자가 그렇게 커보이지도 않는데 축약판도 아니고. (평전에도 전체주의의 기원이 600페이지가 넘는다고 써있었던것 같다.) 그래서 잠시 후루룩 넘겨보니 이게 웬걸....



1차 충격





2차 충격






550페이지가 가운데 있었고(1차 충격) 중간에 이렇게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었다.(2차 충격) 그럼 그렇지... 300페이지 안되는줄 알고 만만하게 생각해 맘먹고 내일까지 완독해볼까 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했었는데ㅋㅋㅋㅋㅋ그럴까 했었다는게 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여러분 제가 걸으며 읽었다는 책은 이 두꺼운 책이 아니고 (이런 두께는 가지고 다니지도 않습니다-저 평범한 사람)평전 이야기한거예요!!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아마도 출판사는 1,2부(반유대주의, 제국주의)를 연장선상에 두고 3부 '전체주의의 기원'을 앞쪽과 별도로 나누는 의미에서 이렇게 구분한 거라고 짐작한다. 실제로도 3부까지 마무리 짓는데 오랜 세월이 흐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한 책에 묶는 것인만큼 나누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은 무모한 낙관주의에도 또 분별없는 절망에도 반대한다. 이 책은 진보와 파멸이 동전의 양면이며, 신앙의 요소가 아니라 미신의 품목이라 생각한다. 정치적, 정신적 세계의 모든 전통적 요소가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그 안에서 모든 것은 고유한 가치를 상실하고 인간에게불가해한 것이 되며 인간의 목적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로 용해되는과정에 작용한 은밀한 메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확신에서이 책은 쓰였다. 단순한 해체 과정에 굴복하는 것이 저항할 수 없는 유혹이 되었다. 그것이 ‘역사적 필연성‘의 거짓 위세를 떨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외의 모든 것은 생명력이 없고 핏기 없이 창백하고 무의미하며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P34 ,반유대주의에 대한 서론





이번 평전은 번역도 괜찮고 무엇보다 한나 아렌트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느낌이랄까? 그래서 곳곳에서 전율이 일었고 이 사람의 모든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나마나 밑줄을 많이 그을것 같아 대출보다는 책을 사는편이 낫겠다 싶어 어떤 것들부터 읽을까 고민이다. 그런데 주요작들 중 번역이 엉망이다 말이 많은 책들이 있어 걱정이다. 특히 '정신의 삶'은 번역자의 말로는 한나 아렌트의 최고의 걸작이라고 하는데...워낙 글이 어려워 번역상의 난해함이 오류로 판단되어진것인지 내가 확인할 길이 없기에 더 난처하다. (역시 영어공부는 모든 공부의 필수인 것 같다.)



    








한나 아렌트는 무사유를 악으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사유란 무엇이고 무사유란 무엇일까? 내가 이해한 바로는 아이히만의 경우 무사유의 결과. 즉 악이라고 할 수 있다. 악의 평범성은 익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평범한 사람도 언제든 악해질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내면에도 악이 존재한다' 등의 의미가 아니다. 한나 아렌트는 이런 오해에 대해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악의 평범성은 악의 실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거대하고, 광폭하며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사유하지 않기에 감정이 없어 보이고 결과적으로 악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 그런 면에서 예상과 달리 하찮고 평범한 것이다. 한나 아렌트의 학문탐구와 글쓰기는 그런 악과 구분되는 사유에 대해 밝히는 과정이기도 했다. 20세기의 혼란한 정치를 몸소 체험하면서 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고 스스로에게 사명같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에리히 프롬이 그랬듯이.



이해는  현실이 무엇이든 혹은 무엇이었던 간에 그것을 아무런 편견 없이감연히 맞서 이겨내는 것이다. - P43 , 반유대주의에 대한 서론



자세한 이야기는 독후감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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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2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2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10-02 14: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품절이군요. 아까 나무님이 샀다는 글 수하님이 중고로 구입했다는 글에 이어 미미님의 리뷰까지 ㅎㅎㅎ 무사유의 결과가 악이라는 글 읽으니 전범재판이 떠오릅니다. 사유없이 시키는대로 한 것도 악이 되겠죠. 평전도 살포시 담아갑니다 ㅎㅎ

미미 2022-10-02 15:28   좋아요 3 | URL
그러니까요!! 이번에 평전 읽으면서 사유의 의미를 재정립할 수 있어서 감동이었고 참 좋았어요 미니님~♡^^♡
저도 전체주의의기원 꼭 소장하고 싶습니다ㅎㅎㅎ 부디 나에게도 오길!!ㅎㅎ

scott 2022-10-02 16:17   좋아요 3 | URL
제발😄 미미님에게만 중고등록 알려줘라 알라딘 🤗

미미 2022-10-02 16:24   좋아요 3 | URL
알라딘! 스콧님 말씀 보고
그대로 따르라 제발!!😆

건수하 2022-10-02 1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어쩐지 저 책 받고 좀 어리둥절 했어요 ^^

미미 2022-10-02 15:30   좋아요 2 | URL
수하님도요?! 사실 800페이지가 넘는건데
제가 순진했습니다ㅎㅎㅎ

건수하 2022-10-02 16:52   좋아요 3 | URL
300페이지쯤이라고 하셨는데 두꺼워서… 근데 사진만 얼른 찍고 퇴근하느라 확인을 못했었어요 ^^;;

페넬로페 2022-10-02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의 책도 엄청 두꺼워보여요.
소설은 그 흐름이 있어 번역이 조금 안 좋아도 참고 읽는데 인문학 서적은 번역때문에 포기한 책이 여러 번이예요 ㅠㅠ
미미님, 한나 아렌트 입문중이시군요.
한나 아렌트도 쉽지 않을 듯 해요^^

미미 2022-10-02 17:39   좋아요 3 | URL
지금 전체주의의 기원 틈틈히 읽고있는데 정말 어렵긴해요ㅠㅠ
그렇죠. 소설은 그럭저럭 참을만한데 비문학은 정확히 이해해야해서 번역이 더 중요한것같아요. 평전에서 아렌트가 하는 말들이 화살처럼 꽂히더라구요. 실력좋으신 분들이 번역 많이 하셨음해요*^^*

단발머리 2022-10-02 2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특히 ‘정신의 삶‘은 번역자의 말로는 한나 아렌트의 최고의 걸작이라고 하는데...

어째요. <정신의 삶>도 읽어야합니까 ㅋㅋㅋㅋㅋㅋ 저는 어떤 책인지 기억 안 나는데요. 한나 아렌트 저작 중에 최고는 <전체주의 기원>이라고 읽어서요. 저는 일단 이 책만 찜해둔 상태란 말씀입니다. <정신의 삶> 두껍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뭔들 안 두껍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2-10-02 21:11   좋아요 3 | URL
이번 평전 읽다가 <전체주의의 기원>은 반드시 읽어야겠구나 싶어 도서관 바로 가서 빌려왔는데 마지막에 <정신의 삶>에 대해 아마(벌써 가물가물)아렌트 스스로도 친구에게 비슷한 말을하고 번역자도 언급하더라구요.(이건 확실) 발터 벤야민에 관해 쓴 책도 꼭 읽고싶고 마르크스 ‘자본론‘도 재도전해야할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
아주 일이 커지고 있습니다. 새로 선생님 만나 숙제를 잔뜩 받은 기분인데요 그래도 아렌트를 알게되어 기뻐요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10-02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저렇게 말하셔도 맘만먹으면 800페이지 쯤이야 이틀안에 읽으실거 같습니다~!!

미미 2022-10-02 23:11   좋아요 3 | URL
소설이면 가능할것같은데요 이 책은 좀 어려워서요^^;; 읽던데 또 읽을때도 많아 아직도 초반이예요.😅

다락방 2022-10-02 2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한나 아렌트를 왜 좋아하는지 오늘 미미 님의 이 글을 보고 깨닫습니다. 무사유를 악으로 규정했다는 부분이요. 제가 언제나 무지는 게으름이고 무지는 죄다! 얘기했는데 한나 아렌트 님이 그 말씀을 해주신 거잖아요 ㅜㅜ
한나 아렌트를 제가 평생 읽어야겠습니다!!

미미 2022-10-02 23:30   좋아요 2 | URL
아! 그렇네요!! 안그래도 평전 읽다가 다락방님도 한나 아렌트 좋아하실것같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은뒤 마음이 두둥실해 리뷰 찾아보니 정말 그렇더라구요? 두편 정도 아렌트에 대해 다락방님이 글 쓰신거보고 좋아서 또 읽고싶어서 프린트 해두었어요!! 아렌트의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어요ㅜㅜ어젠 감동받아 울었습니다. 리뷰에 그 부분 첨부하겠습니다.^^*

그레이스 2022-10-03 15: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니까요
이전 한길사에서 나온 전체주의 는 상하권으로 되어있으니 , 꽤나 두껍겠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미미 2022-10-03 16:03   좋아요 3 | URL
그러게 말입니다ㅎㅎ두꺼운 책은 되도록 피하고 있었는데 다 읽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

프레이야 2022-10-03 16: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렌트 저작 집에 있는 것들을 이제야 읽어야겠다고 손에 쥐었습니다. 저는 어두운 시대의 삶부터 뽑아 들었어요. 매력적인 사람들이 동시대에 서로 대화하며 살았다는 게 매혹 그 자체입니다. 아렌트가 이미 통찰했지만 작금의 사태들만 봐도 무사유가 낳는 결과는 생각보다도 훨씬 더 위험하고 악합니다. 원래 순종적인 사람이 악도 따르기 쉬워요. 생각할 필요없이 따르면 되니까. 우리 좀더 의심하고 까칠해져야 하는데 말이죠. ㅎㅎ 정신의삶, 땡스투유 ~
하녀가 아가씨를 지배하는 방법은 생각은 하녀가 하고 아가씨에겐 생각할 틈을 주지 말라고 정 작가가 썼습니다. ^^

미미 2022-10-03 16:39   좋아요 3 | URL
프레이야님 <어두운 시대의 삶>앤C. 헬러의 책 말씀이신가요? 저도 마음 같아서는 당분간 한나 아렌트에 관련된 책만 읽고 싶어요ㅎㅎㅎ

그렇죠!! 사유에 대한 통찰은 요즘 정치 상황과도 꼭 맞아떨어지죠. 전체주의의 기원을 보니 국제적인 분위기 또한 2차 세계대전 전의 상황과 비슷한것 같습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사유하는 삶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프레이야 2022-10-03 16:53   좋아요 3 | URL
앗 오타 ㅎㅎ아렌트가 쓴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입니다

그레이스 2022-10-03 19:48   좋아요 2 | URL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저는 발터 벤야민 부분과 몇사람 읽다가 꽂아 놨는데, 다른 책들 막 읽고 싶게 하시네요^^

프레이야 2022-10-03 20:17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 님 벤야민은 예전에 몇 권 읽었는데 진짜 스페인 국경에서 생을 마감한 게 너무 안타까워요. 이 책에 이자크 디네센 편에도 호기심이요. 정신 없네요 읽을 게 많아 행복한 비명을!

그레이스 2022-10-03 20:18   좋아요 2 | URL
저도 비명 추가요

독서괭 2022-10-04 16: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헐 페이지수가 중간에 다시 시작한다고요..? 정말 놀랍네요(마치 책 안 가진 사람처럼.. 책 사놓고 안 펴본 거 티남..)!

미미 2022-10-04 17:5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괭님 뒤늦게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허탈한 웃음이 꽤 길게 나오더군요😅 책 사이즈보면 당연한건데도 처음에 전혀 생각을 못했어요. 책 가진 사람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