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 이유리의 그림 속 여성 이야기, 제22회 양성평등미디어상 우수상 수상작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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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 아이와 찍은 사진이 언론의 도마위에 올랐었다. 야당 의원이 해당 사진에 '빈곤포르노'라고 명명한것이 발단이 된 것이다. 보수 쪽에서는 '포르노'라는 단어에 의미를 두어 영부인을 모욕했다고 비난했다. 나는 오히려 그런 그들의 반응을 (맥락을 이해하려 하지 않은 의도적,혹은 비의도적) 문해력 문제로 읽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진정성 있다고 평가받은 다른 사진들이 함께 재조명되었다. 그러나 때때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어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의 취재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져 있을 정도인데 영부인의 경우 나쁜 사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영부인의 행보가 과도하게 언론의 집중을 받는것은 또 하나의 문제로 보여진다.



'빈곤포르노 왈가왈부는 왜 국민모독인가'-시민언론 민들레 (<-관련기사 링크)


"고통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인간들의 욕망은 나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만큼이나 격렬한 것이었고, 이때 고통의 재현물이 더 이상 교훈이나 본보기 구실을 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손택에 따르면 고통을 담은 이미지는 일종의 '포르노그래피'가 되어버리고, 이런 이미지를 보는 행위는 (의도했든 안 했든)일종의 관음증이라는 것이다. p.111


몇년전 손택의 책을 읽고 난 뒤부터 TV에 나오는 약자들의 모습이 이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정부의 책임은 지우고 마음약한 개개인들의 선행에 그들을 떠맡기는것 같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의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모니터로 전시되는 상황. 그들의 몸이, 여건이 그렇듯 열악하지 않았어도 가능한 일이었을까? 방송을 보고 후원하는 사람들의 모금액이 가득 채워지면 그만인걸까?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가혹한 폭력을 당하는 여성의 나체가 화폭에 담기는 일도 다르지 않았다. 프란체스코 과리노가 그려낸 <성 아가타의 순교>에서 아가타는 "영원히 살해 당하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 처해 있고, 영원히 학대 받고 있다." (이유리,P.114) 그의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유린 당하고 있는 아가타의 몸'그 이상이 전해질 수 있을까?



'기울어진 미술관'에 이어 또 한 권 이유리의 책을 읽었다. 이 작가의 글이 흥미롭게 읽히는 이유는 그림 속에 감춰진 맥락을 들춰내기 때문이다. 어떤 몸들은 록산 게이의 표현처럼 쉽게 공공의 영역이 된다. 예를들면 여성 화가는 너무 못생겨도 문제가 되고 너무 예뻐도 문제가 되었다. 지상파에서 여성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고 나오자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에 까지 기사자료가 되었다. 물론 남성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고 출연하는것은 기사화되지 않는다. 왜 남성작가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요소가 여성작가에게는 논란이 될까? 남편에 의해 '판매되었던 여성', '머리를 잡히고 주먹질을 당하는 여성'과 같은 그림 속 재현은 여성들이 겪어온 삶의 방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어떤 것들은 그저 과거의 유물로 남았고 또 어떤 것들은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성의 몸이 언제쯤 오롯이 자기 자신의 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리 크래스너(Lee Krasner,1908~1984)에 대해 미술사학자 게일 레빈(Gail Levi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크래스너가 못생겼다고 생각해본 적 없지만, 그녀의 사망 후 몇몇 지인과 작가들은 크래스너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았다고 강조하곤 했다. 크래스너의 학창 시절 동료는 그녀가 지독하게 못생겼지만 스타일은 우아했다고 말했다." 크래스너의 남편이자 '액션 페인팅'의 대가였던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012~1956)을 언급할 때는 "탈모가 있었지만 야성적인 매력이 넘쳤다"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성 예술가의 외모는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p.157




리 크라스너와 잭슨 폴락. 출처:블로그 A Mus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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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06 1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리 크라스너 평전 읽었는데
남편 폴락보다 예술적 재능이 더 뛰어납니다 ^^

미미 2022-12-06 18:23   좋아요 1 | URL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스콧님은
평전도 읽어보셨군요! 몇몇 작품을 찾아봤는데
시선을 사로잡는 색감이 인상적이예요.*^^*

2022-12-06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6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베터라이프 2022-12-06 2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계나 학술적인 전문 용어를 너무 과신하거나 과용할 필요는 없지만 객관적인 측면에서도 인정된 용어의 뜻을 멋대로 왜곡하고 그 왜곡된 의미를 다수에게 강요하는 것은 정확히 무슨 의도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세계 다수로부터 인정받는 민주주의 국가가 정부의 수반과 그 부인을 정상적으로 비판도 하지 못한다면 저기 아프리카의 어느 독재 국가가 자신들도 떳떳하게 민주주의하고 있다고 항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 드네요. 대통령 부인이 무슨 성스럽고 성역의 존재는 아니잖아요.

미미 2022-12-06 22:38   좋아요 4 | URL
사회문제에 무지한 정부라는 사실을 매번 증명하고 있죠. 안타까운 점은 그런 억지를 곧이 곧대로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과도하게 언론이 여기에만 집중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더 중요한 다른 현안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 자취를 감춰버렸어요.

2022-12-07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7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12-08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빈곤포르노에 표절 사진들 ㅠㅠ 이죠 구도나 옷차림부터 ㅠㅠ여성이란 이름이 붙으면 자연스레 외모품평이 따르는 거 참 ㅠㅠ

미미 2022-12-08 15:40   좋아요 2 | URL
주변에 직언해주는 사람이 없나봐요 어떤 관점은 시대가 변해도 더 공고해지는것 같아 씁쓸합니다ㅠㅠ

물감 2022-12-08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프사바꾼 기념을 핑계로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잘지내셨는지요🙂

미미 2022-12-08 18:31   좋아요 2 | URL
네 물감님 새로운 프사가 귀엽고도 매혹적이네요ㅎㅎ 물감님도 잘 지내시죠? 올려주시는 글들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기억의집 2022-12-09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정부가 80년대안에 갇혀 있는 것 같어요. 대통령 영부인 법무부 장관 등등 저런다고 알아주지도 않는데. 왜들 저러는 걸까요!!!

미미 2022-12-09 08:50   좋아요 1 | URL
이분이 당선 되었을때 우리정치가 30년쯤 후퇴할꺼라고들 해서 불안했는데 단시간에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임기가 빨리 끝나면 좋겠는데 이건 시간이 안가네요. ^^;;
 



한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해 최소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작가와 그의 작품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미로를, 목적지와 출발지가 구별되지 않는 긴 순환로를 함께 걷는다. 그 길은 바로 고독이다.p.15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 달간 독후감을 쓰지 못했다. 2년 가까이 꾸준히 써오던 독후감인데 한 달이라는 공백은 '쓰기' 보다는 '쓰지 않기'에 적응하게 만들었다. 쓰고 싶지만 쓰고 싶지 않은 이중적 상태. 만일 전업작가에게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떨까? 쓰는 것이 직업인 사람에게 쓰지 못함은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하는 고뇌만큼이나 고통스런 무엇이지 않을까? 마침 그 작가가 첫 작품으로 문학계를 뒤흔들어 흑인랭보라는 찬사까지 들었으나 표절논란등 각종 스캔들에 휘말려 자취를 감춰버렸다면?  그리고 해당 출판사가 그로인한 법적 소송으로 문을 닫았다면? 이후 그 작품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표출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목숨을 잃어갔다.



진정한 작가는 진정한 독자들 사이에 목숨 건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독자들은 그래서 항상 전쟁 중이지. 부즈카시*에서처럼 엘리만의 시체를 빼앗기 위해 경기장에서 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당장 꺼지는 게 나아. 가서 자기 오줌이 맛있는 맥주라 생각하고 허우적대다 죽어버리라지. 그런 인간은 딴 건 몰라도 독자는 될 수 없어. 작가는 더더욱 안 되고. p.18 (*말을 타고 죽은 염소를 빼앗는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전통 경기)




1938년 T.C.엘리만이라는 세네갈 출신 작가가 '비인간적인것의 미로'라는 책을 출간한뒤 프랑스 문학계가 들썩인다. 백인이 주류인 문학계에서 흑인 작가의 두각은 추앙과 동시에 질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카루스와 같은 화려한 비상도 잠시, 여러 소설을 표절했다느니, 아프리카 특정 부족의 신화를 그대로 베꼈다느니 논란이 이어졌고 엘리만은 곧 자취를 감춘다. 그로부터 수십년 후. 디에간이라는 역시 세네갈 출신의 신예 작가는 자신의 그저그런 작품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완벽한 소설을 남기고 사라졌던 엘리만의 베일에 쌓였던 삶과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 이 소설은 '위대한 작품'을 쓰고 싶은 디에간이 먼저 그런 소설을 쓰고 주목을 받다 한순간에 추락해 문학계에서 사라진 엘리만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동시에 식민화된 나라의 존재라는 슬픔을 안고 피정복지(본국)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이 조국에 대한 배신인지 아닌지에 대한 혼란과 고통도 다룬다. 특히 그것을 문학의 의미, 글쓰기를 활용한 존재의 증명으로 확장시키는 점이 놀랍고 흥미로웠다.



식민지화는 피식민자들에게 황폐와 죽음과 혼돈을 심어. 하지만 그보다 더 심한건ㅡ식민지화가 이루는 가장 악마적인 성공은ㅡ바로 자신들을 파괴하는 바로 그것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심는 거야.p.496



문학계에서 별이 되었다가 사라진 작가 엘리만. 그의 부모세대로부터 시작된 비극은 '비인간적인것의 미로'라는 작품에 어떤 식으로든 투영 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타인들의 비평으로 말미암아 비극을 이어받게된다. 글을 쓴다는것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정희진이 말하듯 '자기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대한 해석,생각,고통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과거를 잊기 위한 글 쓰기는 오히려 과거를 마주하게 하고 고통과 쓰디쓴 재회를 해야만 가능하다. 문제의 소설'비인간적인 것의 미로'에는 네로 왕처럼 사람을 마구 죽이는 잔혹한 왕이 나오는데 그렇듯 죽이고 죽여도 과거는 완전히 파괴되지 않는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완벽한 작품을 쓰겠다는 욕망역시 마찬가지다. 이전 것을 아무리 지우고 배제하고 죽인다고 해도 과거의 유령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하나의 질문만이 남는다. 그런 전제에도 불구하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말이다. 이 질문은 삶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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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30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11-30 2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평이 모두 좋네요 미미님 ~ 작가가 사라진 이유가 너무 안타까운데요 ㅠㅠ 미미님 글쓰는 솜씨는 여전히 👍

미미 2022-11-30 22:22   좋아요 3 | URL
상황이 조금 복잡한데도 재밌게 읽었어요 미니님! 소설인데 밑줄친 문장이 꽤 많았어요.
부분적으로 에세이 느낌도 나는,여러모로 색다른 소설이었어요.^^*

새파랑 2022-11-30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미미님의 심경이랑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읽으신거 같아요~!!
과거는 지우는게 아니라 안고가는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미미 2022-11-30 22:52   좋아요 3 | URL
네ㅎㅎ 새파랑님 역시👍제 상황에 적용되는 면이 있어서 더 좋았어요 삶에 대한 제 태도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페넬로페 2022-11-30 23: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 저도 이 책 읽고 있어요.
앞부분 읽은 감상은 문학이란, 글을 쓰는 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같이 읽혀요.
아무튼, 미미님 돌아오셔서 넘 좋아요.
웰컴^^

미미 2022-12-01 07:50   좋아요 4 | URL
네~♡ 앞쪽에 좋은 표현이 많더라구요.
페넬로페님도 이 책 읽고 계시다니 저는 그것도 좋네요*^^*

책읽는나무 2022-11-30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간간히 자주 올라오던 책이었어요.
미미님도 읽으셨군요^^
글을 쓰고 싶지만, 또 쓰고 싶지 않은 이중적 감정. 충분히 이해될 듯 합니다.
고민 많으셨겠어요.
그래도 시간이 다 치료해 주는 것 같기도 하구요^^

미미 2022-12-01 08:02   좋아요 3 | URL
500쪽이 넘는 조금 두꺼운 분량인데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차서 쓸 꺼리는 제법 있었지만
안써지더군요. 그런데 마침 처방약 같은 책을 만났던 기분입니다.ㅎㅎ
네 나무님! 시간도 약이죠 그쵸*^^*

다락방 2022-12-01 0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문장,
<식민지화는 피식민자들에게 황폐와 죽음과 혼돈을 심어. 하지만 그보다 더 심한건ㅡ식민지화가 이루는 가장 악마적인 성공은ㅡ바로 자신들을 파괴하는 바로 그것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심는 거야.p.496>
가 너무 좋네요, 미미 님!

아니 에르노의 문장이 생각납니다.

<그를 멸시한 세계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자부심이요, 심지어는 그의 삶의 이유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남자의 자리, p.127)>

우리는 우리가 멸시하는 바로 그 세계로 진입하고 싶은건가 봐요. 우리에겐 그런 욕망이 잠재되어 있는가 봐요.
이 책에 대해서는 얼마전에 잠자냥 님 서재에서도 리뷰를 읽었었는데 미미님 서재에서 또 보네요. 저도 봐야겠어요.

미미 2022-12-01 08:13   좋아요 2 | URL
아, 어쩜 아니 에르노의 문장과도 연결지점이 있네요!
다락방님의 이런 면이 참 좋아요.
다른 책이나 영화와의 고리를 잘 찾으시는거요. 저에게도 늘 영감을 주거든요.
저는 <남자의 자리>를 읽어봐야겠습니다.
이렇게 1일부터 덕분에 의욕이 납니다.ㅎㅎ 감사해요*^^*

거리의화가 2022-12-01 0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엘리만의 비극은 가슴이 아프네요. 그걸 끄집어내려한 디에간도 놀랍구요.
인용하신 문장들이 참 좋네요. 글쓰기과 삶에 대한 태도를 곱씹게 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그저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대한 해석과 사유를 적어내려가는 것이라는 점 참 멋지네요. 저도 그런 글을 적어내려가고 싶습니다.
미미님이 읽는 책들, 삶에 대한 경험들과 사유가 미미님을 더 깊이 있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네요. 항상 배울 거리를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미 2022-12-01 10:13   좋아요 3 | URL
엘리만의 소설로 발생한 일들도 안타까운데 가족사도 만만치 않았어요.
이 책이 결국 하나의 결론을 향해 가는데 그 과정을 잘 풀어냈다고 느꼈습니다.
정희진의 글 화가님께도 닿았군요! 화가님과 저 방향성이 닮은 듯해 늘 든든해요.
읽을수록 채워야 할 것들이 더 늘어가네요. 화가님~♡ 계속 함께 채워가요*^^*

바람돌이 2022-12-01 15: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야되는 책이라는 도장을 팍팍 찍어주시는군요. 이 책 읽을까 어쩔까 고민중이었는데 미미님 덕분에 읽는다로 바로 갑니다. ^^

미미 2022-12-01 17:00   좋아요 3 | URL
저는 흥미롭게 읽었는데 바람돌이님은 어떠실지 궁금해요. 잘 맞으신다면 저보다 훨 잘 정리하실테니 기대되기도 하고요*^^*

scott 2022-12-02 00:16   좋아요 1 | URL
그츄 미미님이 북플계 존재 하시는 걸
증명 하기 위해

땡투 날려 드려요!~~˚₊· ͟͟͞͞⍢⃝━☆゚. ҉*・。゚ ҉*:.。

미미 2022-12-02 08:21   좋아요 1 | URL
캄사해요 스콧님(>.<)

독서괭 2022-12-02 14: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보는 미미님 리뷰, 반갑습니다!!
˝과거의 유령에도 불구하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 이게 정말 중요한 포인트네요.
잠자냥님 퀴즈 때문에 머리 쥐어뜯은 책인데(결국 못 맞춤ㅠㅠ) 읽어보고 싶어요..흐규

잠자냥 2022-12-02 15:31   좋아요 1 | URL
조만간 제 퀴즈의 답을 알려드릴게요~ ㅋ

미미 2022-12-02 18:27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괭님^^* 저도 그 퀴즈 답을 모르겠어요ㅠ.ㅠ(심지어 읽었는데ㅋㅋㅋㅋ)
음...갑자기 하나 생각난거 있는데 가서 달아봐야겠어요.

미미 2022-12-02 18:28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제가 이 책 포함 3권 땡투했답니다ㅎㅎㅎ

잠자냥 2022-12-02 20:28   좋아요 1 | URL
어머나 미미님 천사!

2022-12-06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6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6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6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6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2: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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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13: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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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1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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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13: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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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왜 쓸까? 알 수 없다. 어쩌면 알 수 없다,가 바로 우리의 대답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글을 쓰고,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글을 쓴다. 희망 없이 그래도 쉽게 체념하지 않으면서, 집념과 탈진과 기쁨을 맛보며 세상을 더 낫게 만들겠다는 한 가지 목표로 쓴다. 눈을 부릅뜨고 전부 보고 하나도 놓치지 말 것. 눈을 깜빡이지 말고, 눈까풀 아래서 쉬지도 말고, 모든 것을 보려다가 자칫 눈이 망가질 수 있다는 위험까지 감수할 것, 하지만 증인이나 예언자와는 다르다. 그렇다 그렇게는 아니다. 어쩔 줄 몰라 하며 가련하게 혼자 서서 떨고 있는 보초, 자신의 죽음과 도시국가의 종말을 알리는 섬광이 솟아오를 어둠을 지켜보고 있는 보초처럼 보아야 한다. p.62


한동안 이곳 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마음에 짐이 있었는데 그걸 안고 아무렇지 않은 척 글을 나눌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처음에는 그러려고 애쓰다가 버거워져서 내려놓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려놓으면서 숨을 돌리면서 걸으면서 읽으면서. 그러고 나자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머릿속에 질문들로 채워지면 어떤 글을 읽어도 그 질문들의 실마리로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그냥 텅빈 상태로, 질문까지 놓은 상태로 있고 싶은 때에도 읽는 다는 것은 그런 방식으로 나에게로 돌아오게 만듭니다. 발밑에서 사각거리는 낙엽들, 눈앞에서 살랑이며 떨어지는 낙엽들에 고요한듯 고요하지 않은 가을이었습니다. 안부 물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뭐라 답변해 드리고 싶었는데 할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즈음에는 설명한다는게 다 가식으로 느껴졌으니까요. 그렇게 마음만 주섬주섬 받았네요. 천천히 다시 기지개를 펴 보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사드립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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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11-27 15: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환영합니다!!!
힘 내세요!!!

미미 2022-11-28 10:33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페크님^^*

2022-11-28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8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22-11-28 15: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작성하신 날이 23일이군요. 이제야 알다니.. 힘내세요!!!

미미 2022-11-28 19:08   좋아요 2 | URL
네 기억의집님 고맙습니다^^*

2022-11-29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30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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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들뜬 세상
내 술은 허옇고
밥은 거멓다

서문에 "근심 속에 있어야 진정한 술맛을 알고, 가난해야 돈의소중함을 안다.""는 문구가 있다. 세상은 벚꽃놀이로 들떠있는데 나는 흐린 탁주를 들이켜고 검은 꽁보리밥을 먹으며독거하고 있다. 극도의 빈한함에 대한 자조와 그 가운데서비로소 자적하는 삶을 맛볼 수 있다는 자부(自負)가 교차되어
‘허옇고‘와 ‘거멓다‘의 대조로 나타난다. 계어는 ‘벚꽃‘(봄). - P14

장마 내리네
물통 테 터지는
한밤의 소리

밤늦도록 추적추적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빗소리만 들리는한밤에 어디선가 물통 테 터지는 소리가 났다. 나무로 엮은 물통이쉴 새 없이 내리는 비에 불어 테가 터진 것이다. 장마철의 음울한적막감이 더한다. 계어 ‘여름 장마‘. - P52

한적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 울음

오쿠노 호소미치 여행 도중에 들른 릿샤쿠지(立石寺) 절 주위에바위가 많다. 한적한 절간에 매미 소리만 바위를 뚫을 듯이들려온다. 매미 소리로 인하여 산사의 정적감은 더욱 깊어진다.
왕적(籍)의 "매미 울어 숲은 점점 고요해지고 새가 지저귀니산은 더욱더 그윽하다"와 같은 세계. "바위에 스며드는 표현에서차가운 바위의 감촉과 매미의 가늘고 맑은 소리 (씽씽매미로추정)가 연상되어 여름 산사의 청정(淸澄)함이 강조된다. 계어는
‘매미‘(여름). - P63

반딧불이여
사공이 취했으니
이를 어쩌나


밤 나룻배를 타고 세타의 풍물인 반딧불이 구경을하며 선상의 주흥이 한창 무르익는데, 사공도 손님에게 한 잔두 잔 얻어 마신 술로 취해 버렸으니 허 그 참 걱정되네! 캄캄한여름밤 허공을 날며 반짝이는 반딧불이는 고전 시가에서는
‘사랑으로 가슴 앓는 마음의 불‘의 은유(metaphor)였다. 그러나여기서는 어지러이 나는 반딧불 빛을 한판 술자리의 흥과 연결해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서민 하이쿠의 맛이라 할 수 있다. 계어는
‘반딧불구경‘ (여름), - P69

암수 사슴
털에 털이 뒤엉켜서
털이 부숭숭

언어유희적인 초기 하이쿠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사슴은 가을이 교미기여서 암수 한 쌍이 서로 몸을 부비며놀고 있는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사슴은 전통 시가에서는단풍철에 암사슴을 찾는 수사슴의 ‘울음소리‘를 작자의 심경에빗대어 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여기서는 사슴들이 엉키는모습을 직접 형용한 것이 하이쿠적이라 할 수 있다. 털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하여 ‘케‘ 음의 리듬감을 살리고있다. 바쇼는 젊은 시절 이러한 말놀이적인 하이쿠에 심취한 적이있었으며, 비록 심오한 의미는 없었으나 가벼운 재치를 즐기며서민들이 하이쿠에 친숙해지는 환경을 만들었다. 하이쿠는 원래해학에서 출발했다. 계어는 ‘사슴‘(가을), - P79

수염 흩날리며
늦가을을 탄식하는
그는 누군가


서문에 "두보를 생각하며"가있다. 소슬한 추색(秋色)에"듬성한 수염을 바람에 흩날리며 늦가을을 탄식하는 사람은 대체누구인가‘라는 의미. 두보의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세상을탄식하는 자는 누구뇨. 피눈물을 하늘에 흩뿌리며 흰 머리를돌리네." 라는 시구를 연상하여 노시인의 고독한 시(詩)에바쇼 자신의 심경을 중첩시키고 있다. 계어는 ‘늦가을 - P83

첫눈 내리네
수선화 잎사귀가
휘어질 만큼

기다리던 첫눈이 내렸다. 첫눈이라 수선화 잎사귀가 조금휘어질 만큼만 얇게 쌓였다. 수선화의 청초한 기품과 더불어첫눈 내리는 날의 맑고 싸늘한 공기가 코끝에 전달된다. 계어는
‘수선화‘(겨울).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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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30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30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30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30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2-11-02 13: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쇼의 하이쿠는 이 계절에 읽기 딱 좋은 것 같아요.
17자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지 놀라워요.
11월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미미님~^^!

2022-11-04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07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2-11-08 1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째 미미님글이 안 보이는데 내가 못봤나 해서 들어왔어요. 무슨 일이 있으신건지.. 어서 돌아오시길 기다립니다~!

모나리자 2022-11-09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요즘 뜸하시네요~
차가워진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시고 곧 돌아오세요~^_^

건수하 2022-11-18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무슨 일 있으신가봅니다... 곧 뵐 수 있길 바래요.
건강히 지내세요.

베터라이프 2022-11-18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미미님이 북플에 뜸하셨군요. 큰일 아니시길 빕니다.

2022-11-21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2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8 1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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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3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3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중앙정보부 시절 양희은의 노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금지곡이었다. '사랑이 안 이루어진다는 부정적 사고방식'이라는 이유였다. 이해하지 않으려고 작정한 경우다. 지금은 개인이 스스로 이해를 거부한다. (...)낮은 문해력은 유용한 통치 기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 사회의 문해력은 일제 강점기, 미군정, 한국 전쟁 때보다 후퇴했다. P.95 정희진,새로운 언어를 위해 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다양한 지식에의 접근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간편함 때분에 현대인들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소비'하는것에 가까워졌다. 이런 요즘 문해력 논란이 잊을만하면 불거진다. 


심심한 사과·질척거리다 이런 뜻이었어…문해력 논란 | 한경닷컴 (hankyung.com)


빠르고 손쉬운 것에 쏠리는 소비문화,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읽기는 몰이해로 가는 지름길이다. 입시위주의 교육도 여기에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독서가 좋은 거라고 모두들 말은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내신을 챙기고 입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책 읽는 시간은 일종의 사치로 변모한다. 독서에 대한 이상은 높아서 서울대 선정 고전 100, 노벨상 수상작품 등의 읽어야할 리스트는 넘쳐나지만 정작 이런 책들을 읽고 토론할 만한 시간여유가 그들에게는 없다. 이러한 교육의 모순은 대학을 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바빠서 당장 쓸모있는 정보,성적쌓기에 골몰하게 된다. 이 시스템 내에서 뉴스에 등장하는 한자어등 의미어들을 잘못 해석하는 것 즉 문해력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입시,능률적으로 소비되어 버린 '공부'에서 고차원적인 앎으로 가는 중간단계가 부재한 것도 문제다. 중간단계가 없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철학등 깊이 있는 학문은 소수의 전유물이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따금 이해하지 않으려는 마음,잘 알지 못하지만 단정지어 깎아내리려고하는 마음에 모르고 헷갈리는 것,새로운 것, 난해한 것을 쉽게 비난하게된다.



  



포르노랜드에서 저자가 강연을 다니면 남성들이 질문공세를 펼치곤했다고 한다. 그들의 질문은 본질적이기보다 기존 인식,기존질서ㅡ가부장제, 보수주의,자본주의, 남성주의ㅡ에 영합하는 방식이였고 공격적 형태를 취했다.이런 기존질서에 매몰된 사람들은 '다른 의견'에 유독 고압적이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떤 체제에 더 쉽게 순응하도록 하려면 그 체계의 본질이 억압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순응하는 것에 심리적, 사회적, 물질적 이득이 따르도록 하면 된다. P.236 게일 다인스. 포르노랜드


  




노예제가 존재하던 시대에 농장을 소유한 가족들은 노예에 대한 소유권을 자연적인 것으로 보았다. 또한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자연의 섭리'로 여겨진 적이 있었듯이, 많은 이들에게 우리 시대의 너무나 커다란 부정의는 정상적인 경관의 일부일 뿐이다. P.103 지그문트 바우만.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소비주의 문화는 사람 사는 세상 전체를 구석구석까지 오로지 잠재적 소비 대상들로만 가득 찬 거대한 컨테이너로 가정함으로써 소비자 시장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각각의 세속적 실체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정당화하고 촉진한다. 그러한 기준들은 고객과 상품, 소비자와 소비재 사이에 극심한 비대칭적 관계를 확립한다. 고객과 소비자가 상품과 소비재에서 기대하는 것은 자신의 필요와 욕구와 소망의 충족일 뿐이고, 상품과 소비재의 의미와 가치는 오로지 고객과 소비자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에 따라서만 주어진다.P.117 지그문트 바우만.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곤조 포르노에서 여성들은 주체가 아니다. 그들은 의지가 박탈된 도구이자 주요 상품이기 때문에 여러 조롱섞인 언어로 불리우고 그렇게 현실의 여성들과 분리되며 자연스럽게 이용자들은 죄책감을 덜어낸다. 포르노. 나아가서 곤조포르노에 긍정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이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자유는 무엇인가? 당신은 포르노 속 여성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당신의 가족, 자녀에게 그 역할을 권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이 질문이 당신이 포르노를 즐기는 것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가? 누군가의 자유가 돈을 대가로 다른 누군가의 자존감, 인격, 존엄을 욕되게 하고 능욕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자유라고 부를 수 있는가?




소비 지상주의 소비 만능주의와 섹스


요즘은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유독 '소비자는 왕'이라는 소비 만능주의가 팽배하다. 돈을 내는 소비자가 왕이고 재화,서비스를 파는 판매자는 을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은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으로 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소비자, 서비스 센터에서 난동을 부리는 소비자, 뺨을 때리거나 커피를 던지거나 직원을 무릎꿇게 하는 소비자등 다양한 사례들이 뉴스를 통해 전해진다. 이것은 성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성매매된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녀에게 가해진 성폭력이 가볍게 여겨지고 아무렇지 않게 불신된다. 성폭력을 고발한 여성에 대해 돈을 노리는 꽃뱀이라던지 뚜렷한 근거없이 무고라던지 여러가지 비난과 의혹이 화살처럼 피해자를 향하는것은 돈이라면 뭐든 가능하다는 소비 지상주의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의 전제하에 N번방과 같은 성폭력의 상품화가 현실화되었다. 점점 자극적이고 폭력적으로 강화되는 포르노 소비를 '표현의 자유' ,'소비의 자유'라는 '소비 만능주의'와 '이기적 자유주의'로 포장하려 한다면 그런 암묵적 동의속에 어떤 이들의 성은 단순한 오락거리로 계속 농락되고 합법적으로 강간될 것이다. 이 자유는 유독 누군가의 고통과 속박없이는 기능하지 않는다. 참으로 이상한 자유다. 



영국 정부는 1918년에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그 이전에 여성에게 투표권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투표권을 쟁취하기 위해 많은 여성들은 투쟁하고 감옥에 가고 비난을 받았다. 융합은 문제의식을 갖는것에서 시작한다. 누구에게 당연한 것이 누구에게 불편하고 모욕적라서 문제제기 된다면 사회는 그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누구에게 너무도 당연한 것, 자유이고 자연스러운 것이 누구에게는 자유가 아닐 수도, 자연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런 문제제기를 통해 의심해볼 수 있다.  


  


외설은 "맥락에서 벗어난"이란 뜻이다. 앞서 말한 표기와 달리 '外說'이라는 조어도 가능하다. 음란과는 의미가 다르지만, 성적 표현물에 이야기(맥락)는 없고 '익숙한 장면'만 반복될 때 외설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적 표현물은 남성 성기 중심이라는 점에서 '폭력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음란과 외설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한편 여성주의가 반대하는 것은 폭력 재현물이지 음란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음란,외설,폭력은 모두 다른 말이다. P.206 정희진



당파성은 지식의 본질적 성격으로, 누가 이익을 보고 손해를 보는가를 결정한다. 아니라면 굳이 융합은 필요없을 것이다. 융합은 부정의한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탄생했다. (...) 누구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인가에 따라 프레임의 범위가 정해진다. 틀에 따라 현실이 취사 선택되고, 무엇이 공동체의 정의를 위한 진짜 중요한 문제인지가 결정된다.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는 인식자의 가치관에 달려 있다. 융합은 프레임 이동의 정치다. P.233 정희진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이기적인 본능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사물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ㅡ존 맥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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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28 17: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입시 교육 동감합니다. 고전 선정 리스트 이런거 뽑아놓고 정작 수업에 방해된다고 독서는 후순위?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수업이 중요하긴 하겠지만 그런 교과서 위주의 교육만으로 아이들의 사고력이나 상상력, 공감 능력 등이 키워질까 싶습니다^^; 요즘은 예전보다는 덜할까 싶지만 아이들이 여전히 수능, 수능이 아니더라도 내신 성적 키우기 때문에 압박을 많이 받으니까요.
소비 지상주의와 성폭력이 이어지는 지점이 분명 있네요.

미미 2022-10-28 17:39   좋아요 4 | URL
프루스트 읽다가 갑자기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ㅎㅎㅎ(뭔가 마음시리즈를 연속기획하는 느낌^^;;)
자본주의 문제에 주목하는 요즘인데 접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공부도 말씀처럼 사고력,공감능력 키우기가
아닌 입시,내신을 위한 소비가 되어버리고 그러니 문해력 논란이 결과물로 나온거라구요.
성도 마찬가지로 여성을 소비하는 행태. 여기에 이의제기를 하는건 쉽게 공격받고 순응하는게 당연시되는게
이상하죠. 이 소비만능주의에서 권력관계. 소모되는 사람, 소비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이제는 고민해야한다고 봅니다. 두서없이 쓴 글 읽어봐주셔서 감사해요 화가님^^*

scott 2022-10-28 17: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발 초등교육 과정부터 디지털 에티켓 성교육 을 시켜야 하는데
음란물 단속은 방치하고
처벌은 솜방망이 로

미미 2022-10-28 17:47   좋아요 3 | URL
맞아요! 성교육이 시대에 한참 뒤쳐져 있죠. 더이상 외면하지 말고
제대로 가르치고 공론화해야 하는데... 쉬쉬하고 덮기에만 급급하니
그틈에 노련한 포르노 사업자들만 배를 불리고 있고 디지털 성폭력의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네요.

독서괭 2022-10-28 18: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해력 논란 나올 때마다 저는 모르는 건 그렇다쳐도 자기가 모를 수 있다는 의식 자체가 없는 것 같아 너무 황당하더라고요. 한번 검색이나 해보지 무식하면 용감한 건지 욕부터 허고보는 이 자신감은 무엇인지.. ;;
소비지상주의에 대한 말씀 공감백배입니다~!

2022-10-28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2-10-28 18:36   좋아요 4 | URL
그러게 말이죠. 그런 ‘이해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요즘의 문해력 문제에도 깔려 있다는걸
정희진쌤도 책에 썼었는데 이번에 이동진 작가 영상에서도 언급되어 생각해봤어요.
공부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자기 위주의 사고방식. 안타깝지요. 결국 그런 사고방식은
자기손해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2022-10-28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10-29 1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공부하시는 미미님! 이해하려는 마음이 넘치시는 미미님! 책을 읽을수록 모르는게 많다는 겸손한 마음이 들어서 좋아요.

미미 2022-10-29 12:27   좋아요 4 | URL
저도 늘 부족하지만 이해를 안하려는 태도를 보면 답답해지네요. 그런데 그런 답답함이 또 이렇게 글을 쓰게 만드는군요. 감사한 일이고 신기한 일입니다.ㅎㅎ 맞습니다. 결국 좁은 자기 세계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경험과 독서란 생각이 드네요.

새파랑 2022-10-29 16: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해하지 않으려고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백번 말해봤자 소용없는것 같더라구요 ㅋ 저도 약간 그런 성향이 있긴 한거 같지만 😅

미미 2022-10-29 16:47   좋아요 4 | URL
대부분 그런게 있죠. 저도 새파랑님처럼 그런 성향이 없진 않아요.ㅎㅎ 그런데 자신의 그런 상태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의 결과는 확실히 다른것 같아요. 타인과 가치관의 차이를 교류할때 특히요😉

mini74 2022-10-30 10: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말씀처럼 여성이란 존재가 사물화가 되고 거기다 소비자가 왕이란 인식이 폭력과 왜곡괸 시선 만드는 거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미미님 ~

미미 2022-10-30 11:30   좋아요 3 | URL
소비주의,물질만능주의가 인간성을 상실케하는 면이 생각보다 심각한것 같아요. 부족한 글 읽어봐 주셔서 감사해요 미니님

희선 2022-11-06 0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지만, 학생은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겠습니다 학교에서 읽으라고 하면 어쩐지 읽기 싫기도 하고...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하는 시간 같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싶기도 합니다 그런 거 하면 공부는 언제 하느냐고 할 사람 많을지...


희선

베터라이프 2022-11-07 2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 자체가 흥미와 호기심도 중요하지만 엄청난 끈기와 집중력이 필요하게 마련이죠. 이건 또 이거대로 어떤 책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의 유무와는 달리 독서의 저변이 좁아지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또한 적은 수 이긴 하지만 책 읽는 사람들, 독서 자체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걸 반지성주의라고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지식과 책을 너무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미미님 서재에 와서 너무 제말만 늘어놨네요 ^^; 잘 지내고 계시죠? 잠시 북플 친구분들 순회 나서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