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울한 하늘 아래 불로뉴 숲의 얼어붙은 호수가 두 사람 앞에 펼쳐져 있었다. 조정 경기 선수 한 사람만이 그곳에 여름을되돌려 놓기 위해 고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 P79

그는잘못 알고 행복해하기보다는 제대로 알고 불행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 P80

하루는 여기서 또 하루는 저기서 - P107

"나는 <슬픔이여 안녕>의 문학적 가치와 그것을 둘러싼 소란 사이의 차이를 알 만큼은 좋은 책을많이 읽었다"
ㅡ사강이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자리를 거절하며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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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그녀를바라보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숨어 있기 때문인지 그는 더이상 알 수 없었다. 그는 늘 숨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면서 오른손에 권총을 쥐고 있는 것처럼, 혹은 습진에 뒤덮여 있기라도 한 것처럼 왼손을 다양한 형태로 비틀어 댔는데, 그 행동은상점 안의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 그는 분명 정신분석이 필요했다. 적어도 그의 어머니의 주장은 그러했다.
- P37

"저분 말이 맞아요. 그 편이 훨씬 더 도발적이에요." 디자이너가 말했다.
"무엇을 도발한다는 거죠?" 폴이 냉정하게 반문했다.
두 사람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 다음 시몽은 혼자 웃기 시작했다. 어찌나 유쾌한 웃음이었던지 폴은 그 웃음에 말려들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 P39

"당신은 이제 가서 자야 할 것 같군요."
"저는 배가 고픈걸요." 그가 말했다.
"그렇다면 가서 점심을 드세요."
"저와 함께 가지 않으시겠어요?"

그녀는 망설였다. 로제는 전화로 틀림없이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맞은편 바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먹고 몇가지 물건을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 햇살의 호소>에 카페의 타일 바닥이나 대형 상점의 복도가 따분하게 느껴졌다. 가을이 깊어 이미 누레지긴 했겠지만 그녀는 풀밭을보고 싶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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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꿀라끄였던 사람이 자기의 10년 형을 거의 다 마쳐 가고 있었다. 그는 수용소의 어린 수소와 함께 일하면서 그 소가 굶주림에 시달리고있는 것을 보고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그는 그 어린 수소에게 사탕무를주었는데 그 대가로 8년 형을 선고받았다. (자기 자신이 먹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사회적 친근 분자>라면 그 수소에게 먹을 것을 줄 리가 만무했겠지만! 바로 이와 같이 우리 나라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인민이 둘로, 즉 살수 있는 자와 살 수 없는 자로 갈려 있었던 것이다.
- P54

그다음에는 형사범들과 제58조에 의한 장기수들, 즉 중대 정치범들을 보내왔다. 도둑들은 이 중대 정치범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25년의 형기를 받고 있어서, 전후의 상황하에서 파렴치범을 죽인다 해도 그 이상 형기는 연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이미 그런 행위를 해도 계급의 적의 행위(운하 건설 때처럼)라고는 보지 않았던 것이다.
- P113

제58조 해당자 중 보통 일꾼들은 거의 모두가 이러한 징벌 수용 지점으로부터 살아서 돌아올 수 없었다.
북방 철도 건설 수용소(소장은 끌류치낀 대령)의 징벌 출장소에서는 1946년과 1947년에 인육을 먹기까지 했다. 즉,
사람을 죽이고 그 고기를 끓여서 먹었던 것이다.
우리 인민의 천지가 진동할 역사적 대승 직후에 이런 일이있었다.
- P114

로빈 후드로부터 오페레타의 주인공에 이르기까지 더없이 고결한 도적들로 찬양되어 왔다. 그들은 동정심  많은 자들이어서 부자의 재물을 약탈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으로 인정되어 왔다. 오, 카를 모어와 더불어 공을 세운 고매한 투사들이여! 오, 강한 반항심의 로맨티스트 첼까시여! 오, 베냐 끄리끄여, 오데사의 떠돌이들이여, 오데사의 방랑 시인들이여!
그러고 보니 세계의 문학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이무뢰한들을 찬양해 온 것이 아닐까. 

프랑수아 비용은 물론이거니와 빅토르 위고도, 발자크도 이 길을 그냥 지나쳐 버리지는 않았고, 뿌시낀으로 말하면 그의 집시들 가운데서 무뢰한의 근성을 칭송하고 있다. (그리고 바이런은 또 어떠했던가?)그렇지만 소련 문학만큼 폭넓게 목청을 합해서 한결같이 그들을 찬양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 밑바닥에는 고리끼와 마까렌꼬뿐 아니라 더 차원 높은 이론적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 P115

1917년에 몇백만 명의 탈주범이 쏟아져 나온데 뒤이어 내전을 통해 모든 인간의 욕망이 해방되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고삐가 풀린 것은 도둑들의 욕망이었다. 그자들은 더 이상목에다 쇠사슬을 쓰려 하지 않았고 되쓰지 않아도 된다는 선언을 받아 냈던 것이다. 도둑들은 사유 재산의 적이다. 따라서혁명 세력으로 간주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러니까 그들을 프롤레타리아트의 흐름에 합류시켜야 하며 이것은 결코 어려운일이 아니다, 라는 식으로 되어 갔던 것이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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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중 누가 밀고자인가?) 하고 언제나 잊지 않고 질문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우리의 집에서도, 우리의 안뜰에서도, 우리의 시계 수리 공장에서도, 우리의 학교에서도, 우리의 편집국에서도, 우리의 직장에서도, 우리의 설계국에서도, 아니 우리의 경찰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질문에자기 자신을 길들이기란 힘들기도 하고 역겹기도 하다. 그러나 신변의 안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 P12

당신은 밀정들의 얼굴을 알지 못하며,
그리하여 어느 날 <스딸린의 노래>를 합창할 때 당신이 입만벌리고 있었을 뿐 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어떻게 그 모든 기관에 알려졌을까 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혹은 11월 7일에 혁명 기념일 행진을 할 때, 당신이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있었다는 것이 어떻게 알려졌을까 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 P13

밀고자의 모집은 우리 나라의 공기 자체 속에 존재한다. 국가적인 것은 개인적인 것에 우선한다는 사고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빠블리끄 모로조프가 영웅이 된 것이다. 이 밀고는 단순한 밀고가 아니라 밀고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을<도와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 모집은 마치 레이스처럼이데올로기와 얽혀 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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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군도 3 열린책들 세계문학 260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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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 번뇌가 찾아온다. 골치가 아파온다.
나라면 과연 어땠을까, 내 가족은 저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하지만 알고 있다. 외면 해선 안될 일이란 것을. 나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이. 그렇게 거듭 읽어나가고 기억해야만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 때문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바다에 표류하던 생존자들이 병든 아이를 희생시킨 일은 정말 끔찍했다. 다수가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 희생시키는 것은 정의라 할 수 있는지 우리에게 묻는다. 특정한 상황에 놓이지 않는이상 생각해보고 싶지 않고 외면 할만한 문제다.
당장 오늘 점심메뉴가 더 급할 것이다.
(‘수용소군도‘에서는 이러한 특정한 이 상황이 혁명후 러시아에서 수십년간 지속되었다. 내가 살기 위해 가족을,친구를 밀고해야하고 죽은 감방 동료의 시체를 숨겨 그 식량이라도 보태 내 삶을 연장시켜야하는 등..)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안하고는 우리 삶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킨다. 일상의 작고 큰 선택에 그런 생각들은 영향을 미치며 ‘나 ‘라는 인간을 형성해간다. 그러다 결국 우리앞에 큰 재앙 (지금의 코로나 또는 앞으로 있을지 모를 전쟁, 또다른 인류적 문제)이 닥쳤을때 우리의 선택을 좌우할 것이며 그  선택은 인류의 존폐를 결정지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역사와 전쟁에 대해 알아가고, 나를 알기위해 여성학을 탐구하고,  불편한 진실들을 알아가고, 육식을줄이고  지구를 생각해 쓰레기를 줄이며 내 소유를 줄여나가는 것. 물질 보다는 지식을 쌓고 사람들과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 이런 것들이 나의 지향점이 되어가고있다.
일상에서 또는 위기에서 나를 내가 원하는 나로써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그것들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해준 솔제니친에게 감사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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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28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미미 2020-12-28 13:37   좋아요 0 | URL
( ⁎ ᵕᴗᵕ ⁎ )

scott 2020-12-28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와 전쟁에 대해 알아가고, 나를 알기위해 여성학을 탐구하고, 불편한 진실들을 알아가고, 육식을줄이고 지구를 생각해 쓰레기를 줄이며 내 소유를 줄여나가는 것. 물질 보다는 지식을 쌓고 사람들과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 ]미미님 동감합니다. (◕‿◕)♡

미미 2020-12-28 13:35   좋아요 0 | URL
함께 가고 있어
든든해요~( ˙º̬˙ )و

mini74 2020-12-28 15: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제 2권 펼쳤습니다.ㅠㅠ 분노하며 읽다가 너무 황당해서 웃음도 났다가 그러네요 ㅠㅠ 파이팅! 저도 열심히 부지런히 읽겠습니다 !

미미 2020-12-28 15:34   좋아요 2 | URL
와 반가워요!! 3권은 혁명 전후 지식이 필요한 이야기가 더러 있어서 좀 힘들었어요.저도 울다 웃다 분노했어요(ㅠㅇ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