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심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13
미하일 불가꼬프 지음, 정연호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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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속 주인공이자 러시아 작가 불가코프의 중편소설을 읽었다.  잠자냥님의 추천으로 읽었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너무 충격적이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잘나가던 의사 필립은 길에서 떠돌던 개 한마리를 집에 들인 후 사람의 뇌와 생식기를 이식시킨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개는 인간의 외모를 갖추게 되면서 각종 문제를 일으켜 의사 필립과 갈등을 빚는다. 떠돌이 개로 지내며 거리에서 주워들은 온갖 욕을 쏟아내고 담배도 피운다. 그러다 고양이를 쫒던 중 수도꼭지를 뽑아 온 집안을 물바다로 만든다. 


P.132 필립:아파트 안에서 그 상스러운 욕지거리는 이제 한마디라도 더 이상 내 귀에 들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라고. 그리고 또, 아무 데나 침 뱉지 말것. 침은 침통에다가 뱉으란 말이야. 오줌 누는 것도 변기에 정확하게 누고!....중략...

샤릭(개):아빠, 아빠는 왜 그렇게 나를 심하게 학대하고 그러세요? 갑자기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이렇게 제멋대로 굴던 샤릭(개)은 자유로운 사회생활을 하겠다며 신분증을 요구하고 샤리꼬프라는 새 이름도 얻는다. 심지어 앵겔스가 지은 사회주의 책도 읽고 있다고 말한다. 어쩐지 메리 셸리의 <프랑캔슈타인도 자주 떠올랐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프랑캔슈타인>은 1818년에 완성됐고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은 1920년 작품. 셸리 언니 역시 대단해.


P.166 

보르멘딸리(보조의사):당신이 아무 책이라도 좀 읽는다면....

샤리꼬프(개의 새 이름):하지만 아실런지...? 나는 벌써 독서를 한다고, 독서하고 있다고...중략....

필립:로빈슨...뭐 그런 종류의 내용이 나올 테지.....

샤리꼬프(개):그 책이 ...그게 뭐더라....엥겔스와 그와의 왕복 서한인데....그게 누구더라...빌어먹을....이렇게 생각이 안 나....아, 카우츠키.

이 소설은 볼셰비키 혁명의 색체가 완연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의사 필립의 무모한 이식수술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회주의 이상국가를 실현하려 했던 레닌과 스탈린의 실험을 상징한다. 샤리꼬프가 계속해서 말썽을 피우면서 결국 필립은 인위적인 수술을 했던 것을 후회하게 된다. 이마가 좁은 샤리꼬프의 외모는 스탈린을 상징해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그토록 순하던 개가 인간의 뇌와 만나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면 인간의 심장과 만날경우 어떨 것인지 필립은 자문한다. 그로테스크한 풍자와 해학이 가득하다.


P.191 어째서 스피노자의 머리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게 필요합니까? 보통의 아낙네도 언제든지 그와 같은 머리를 출산해 낼 수 있는데 말이오! 바로 저 먼 시골구석 할마고르이의 평범한 아낙 로모노소프 부인은 당대의 유명한 학자 로모노소프를 출산하지 않았던가 말이오. ...중략....인류는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진화론적인 질서 속에서 매년 수없이 많은 대중으로부터 가치 없고 쓸모없는 사람들이 배출되어 나오면서도 이 세상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유명한 천재들이 수없이 창조되고 있다는 것을 말이오. 

아직은 불가능한 상상력의 기록이지만 제법 재미있게 읽고 나니 우리집 개가 달리 보인다. 무섭다. 우리 개가 말을 한다면 어떤 불만들을 털어 놓을 것인지. 

<개의 심장>과 <악마의 서사시> 두 편의 중편이 담겨 있는데 뒷쪽 <악마의 서사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을 떠올리게 할 만큼 어지러운 서사로 이루어져있다. 전쟁 중 러시아. 생필품의 부족과 혼란한 혁명으로 인해 여러가지 문제가 개인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월급대신 성냥을 받았는데 불량이라 오히려 눈을 다치고 상사의 이름을 착각해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자리까지 잃는 등 시련이 이어진다.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다시 읽어보고 싶다.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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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29 17: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단 1등~! 뭔가 내용이 사이버펑크(?) 같은 느낌이 드네요. 열린책들에 미미님 별 5개 라니 읽어야겠네요~!!(이미 보관함에 들어 있음..) 뭔가 당시 러시아 정치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는 느낌이 드네요~!!

미미 2021-06-29 17:44   좋아요 5 | URL
쓰고 싶은 얘기가 많았는데 오타만 가득해서 계속 고쳤어요ㅋㅋㅋㅋ햇빛을 못봐서 그렇다고 핑계대고 싶네요. 아우😅ㅋㅋㅋㅋ

2021-06-29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9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6-29 17: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등 자리 찜!

scott 2021-06-30 00:18   좋아요 2 | URL
제가 불가코프의 인간의 사고와 외모를 갖춘 개는 못그리지만

...../)─―ヘ
   ━/    \
  /    ●  ●丶
 |       ▼ |
 |       亠ノ  
  U ̄U ̄ ̄ ̄U ̄ ̄U
순딩,순딩 요런 모습은 가능!

불가코프 ‘거장과 마르가리타‘ 20세기 러시아판 ‘파우스트‘! 강추!


미미 2021-06-30 00:2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작품에서 수술전 모습이네요~♡(❁´▽`❁)*✲゚*♡

레삭매냐 2021-06-29 18: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마 창비 버전으로
만났던 것 같습니다.

오래 전이라 격이 가물가물...
선덧글 후감상으로 갑니다.

미미 2021-06-29 18:05   좋아요 6 | URL
오늘따라 너무 허접하게 올렸습니다😭 이 작품 읽으신 분들에겐 더 찔리네요ㅋㅋㅋㅋ

얄라알라 2021-06-29 18: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대상 연령대랑 격은 확 다르지만, 아이들 많이 읽는 DOG MAN 만화책에서는 개의 머리 인간 경찰의 몸..^^:;;;

미미 2021-06-29 18:5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말씀듣고 찾아보니 시리즈가 꽤 되네요!!

coolcat329 2021-06-29 19: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소설 내용이 너무 끔찍 기괴 징그러워서 무조건 제외시킨 책인데...어떠셨는지요?
첫문단에 충격적! 이라고 하셨는데요...

미미 2021-06-29 19:31   좋아요 8 | URL
아ㅋㅋㅋㅋ출판사의 간단한 설명읽고 풍자라고 생각하면서 봤더니 끔찍한건 못느꼈고 여기저기서 뿜었어요ㅋㅋㅋㅋ제가 충격적이라 한건 외모때문이 아니라 그(개)의 욕과 행동들 때문인데 러시아혁명기에 가능한 판타지라 생각하심 될듯해요. 후반부로 갈수록 재밌었어요. 길지도 않지만 어제 하루만에 다읽음요😊

행복한책읽기 2021-06-29 19: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엽기 소설 같아요. 미미님 대단하심. 전 이런 소설 읽기 좀 버겁걸랑요. ^^;;

미미 2021-06-29 19:53   좋아요 4 | URL
앗ㅋㅋㅋㅋㅋ막바지로 갈수록 혁명의 난센스에 대해 생각하게되어 좋았어요. 가벼운 내용으로 무거운 주제를 그리는 이런 풍자도 한 번 빠지심 헤어나오기 힘듭니다.헤헤😉

stella.K 2021-06-29 19: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진짜 우리 집 다롱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어떨지 약간 으스스하네요.
역시 개는 개 사람은 사람으로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다롱이를 보면서 니가 개니까 봐 주지 사람 같으면 어림없다는 말을
수없이 하고 살았습니다.ㅠ
이책 읽어보고 싶네요.^^

미미 2021-06-29 19:57   좋아요 6 | URL
말안해도 통하는 그런 느낌도 좋지요?☺저희 츄는요 살빼야한대서 밥을 줄였더니 여러모로 좋아졌는데 대신 표정이 상당히 억울ㅋ저는 분명 욕먹을 껄요ㅋㅋ 여기 주인공 개는 완전 욕쟁이예요ㅋㅋ

syo 2021-06-29 20: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굉장하네요. ˝우리집 개가 달리 보인다˝ 크 ㅋㅋㅋㅋㅋ

미미 2021-06-29 20:34   좋아요 4 | URL
오늘은 눈도 못마주치고 있어요;;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6-29 21: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당시 사회의 풍자같은데 흥미롭네요
개가 무슨 활약을 할지 엄청 궁금해요~~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진작에 사놨는데^^
한번 펼쳐봐야겠어요**

미미 2021-06-29 21:18   좋아요 6 | URL
오! 이작품 가지고 계시군요! 역시 페넬로페님👍👍불가코프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하네요.너무 궁금해요!!😆

붕붕툐툐 2021-06-29 22: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미미님 츄는 분명 ‘주인님, 사랑해요~‘ 이럴 거예용~ 미미님의 취향에 맞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저만의 착각일까욤?ㅎㅎ 저도 흥미 확~~~^^

미미 2021-06-29 22:12   좋아요 6 | URL
ㅋㅋㅋㅋ그랬음 좋겠어요~♡ 풍자는 항상 좋더라구요! 100쪽까지는 평범하게 흘러가다가 뒤쪽부터 몰입이었어요. 더 길었으면 잠 못잘뻔ㅋㅋ

mini74 2021-06-30 14: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상상도 하기 싫어요 ㅎㅎ 우리 집 개가? 그렇지만 책내용 참신하고 재미있겠어요. 우리개가 말을 하고 독립을 한다? 집문서 내놓으라고 하지 않을까요 ㅎㅎ

미미 2021-06-30 15:2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아무래도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셈이겠죠? 집문서로 끝일까요?(이 책 읽음 이렇게 됨요ㅋㅋㅋㅋ)
 

개 인간에 의해서 발음된 처음의 단어들은 주위의 현상과 무관한 것이 아닌, 그것들에 대한 반응이었다.
바로, 교수가 그에게 먹다 남은 것을 바닥에 버리지 마라……) 하고 명령하자, 그는 갑자기 <꺼져, 이 서캐 같은새끼야!〉 하고 대답했다.

필립 필리뽀비치는 깜짝 놀라 큰 충격을 받았다. 다음에 정신을 가다듬고 난 교수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일 네가 한 번만 더 나나 닥터에게 욕을 한다면, 그땐 단단히 벌 받을 줄 알아라.」나는 이 순간에 샤릭의 사진을 찍었다.

그가 교수의 말을 알아들었음을 나는 보증한다.
음울한 그림자가 그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힐긋힐긋 눈을 치뜨며 쳐다보았으며 아주 화가 나 있었으나잠잠하였다.
만세!
그가 이해하고 있다.


(아 어떡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 - P121

죄가 무르익으면 돌처럼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것은 보통 있는 일이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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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28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1일 3권 정말인가요? ㅡㅡ

미미 2021-06-28 23:07   좋아요 2 | URL
아유ㅋㅋㅋㅋ새파랑님 이 작품 꼭 읽어보세요!!ㅋㅋㅋ😆
 

우리는 소로를 (이걸 어떻게 완곡하게 말할 수 있을까?) 쪼다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일기를 읽다 보니 그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소로의 일기는 남성미 넘치는 소로를 보여준다. 액션 영웅인 철학자다. 소로는 걷고, 스케이트를 타고, 수영을 하고, 발효된 사과를맛보고, 장작을 패고, 호수의 수심을 재고, 공터를 탐사하고, 강에서 노를 젓고, 집을 짓고, 플루트를 연주하고, 저글링을 하고, 총을 쏘고(소로는 명사수였다), 최소 한 번은, 우드척(다람쥐과에 속하는설치류의 일종ㅡ옮긴이)과의 눈싸움에서도 이긴다. 

소로는 이 모든것을 오로지 더 잘 보기 위해 했다. 
- P122

왜 소로가 이곳에서 어슬렁거리길 좋아했는지 이해가 간다. 공기는 부드럽고 시원하며 안온하다. 발밑의 땅이 벨벳처럼 부드럽다. 소로의 친구였던 존 와이스가 소로를 두고 한 말이 생각난다.
"소로는 대지와 자기 사이에 대단한 의견이라도 오가고 있는 것처럼 걸었다."  

나와 대지 사이에는 별다른 의견이 오가지 않지만(잡담 정도랄까) 나는 곧 페이스를 찾는다. 그리고 소로의 날카로운 시각적 역량에 집중하기로 굳게 마음먹는다.
- P126

소로는 말한다. "어떤 대상을이해하는 것을 멈출 때에야 나는 비로소 그 대상을 보기 시작한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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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28 23: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성미 넘치는 소로 ㅋㅋㅋㅋ
숲속에서 홀로 살려면 [, 장작을 패고, 호수의 수심을 재고, 공터를 탐사하고, 강에서 노를 젓고, 집을 짓고, 총을 쏘고]
소로 2021년에 살고 있었다면 유툽 골드 버튼 받는다에 한표 🤚던져여 ^ㅅ^

미미 2021-06-29 00:14   좋아요 2 | URL
아 그렇겠네요ㅋㅋㅋㅋ우드척과 눈싸움으로 좋아요100만ㅋㅋㅋ😆
 

마음대로 지옥을 짓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시인과 이야기꾼이다. 호메로스가 《오디세이아》에서 저승 여행 장면을 묘사한 뒤로, 신곡》을 쓴 단테도 《가르강튀아》를 쓴 라블레도,
숱한 이야기꾼들이 자기 마음대로 지옥을 만들고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지옥에 마구 집어넣었다

종교 지도자와 진지한 철학자가 보기에 못마땅했을 것이다.그래서 여러 종교와 도그마적인 철학에서 시인과 작가는 대접이 좋지 않다. 가톨릭의 교황청은 한때 ‘부도덕한 작품을 쓰는 작가‘들과 갈등을 빚었고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도 시인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철학자 플라톤은 시인 추방론을 논했다. - P41

"(세상의 끝을) 경험하고 싶은 욕망을 거부하지 마라.
그대들의 타고난 천성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짐승처럼 살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덕성과 지식을 따르기 위함이었으니."

단테의 신곡<지옥편>제26곡에서 오디세우스의 말 - P55

희망이야말로 잔인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판도라의신화도 달리 보인다. 남자 사람들에게 화가 난 신들이 판도라에게 온갖 선물을 들려 인간 세상에 보냈다. 선물 가운데 "절대로 열지 말라"는 상자가 있었다. 아니, 그리스 원전을 보면상자가 아니라 항아리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지식인 에라스무스가 실수로 항아리를 상자라고 썼는데, 그의 글이 너무 유명해져서 그렇게 굳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항아리는 상자든 열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 열고 싶은 법이다. 판도라는 뚜껑을 열었다. 그곳에서 인간 세상의 온갖 불행이 쏟아져 나왔다. 재앙과 노고와 병과 근심이 세상에 퍼져나갔다.
헤시오도스의 서사시 《일과 날》에 따르면 이렇다. "오직 희망만이 거기 남고 (…) 밖으로 날아가지 않았는데, 그러기 전에판도라가 뚜껑을 도로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제우스 신의 뜻이 그러했다."
- P59

그렇다면 궁금하다. 의롭게 살았지만 그리스도교를믿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되나? 예수가 태어나기 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그리스도교가 존재하기 전에 살았는데 그리스도교를 믿지 않았다고 지옥에 가야 하다니 가혹하지 않나?
그럴싸한 질문이다. 소크라테스 역시 예수가 태어나기 몇백년 전에 살던 인물이다.
그리스도교를 믿던 옛날 사람들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곳이 있다고 했다. 

‘림보‘라는 구역이다. 지옥은 지옥이지만 착하고 위대한 사람들이 따로 모인 장소다(3장에서 자세히 다룬다). 소크라테스도 이곳에 있다고 했다.
《신곡》에 나오는 림보 장면은 근사하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이 림보에 모여 산다.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도 이곳에 있다. 서양 고대와 중세의 명예의 전당‘이라 해도 빠지지 않는다.  - P72

알렉산드로스는 그리스에서 존경받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스승으로 모셨고, 그리스 사람들이 좋아하던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를 암송했으며, 거지꼴을한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무례하게 굴어도 유쾌하게 받아넘겼다. 디오게네스는 위대한 철학자였지만 노숙을 했다. 큰 나무통에 들어가 살았다. 알렉산드로스는 디오게네스를 찾아가 물었다. "내가 임금인데 필요한 것이 뭐 없습니까?"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쿨하게 대답했다. "댁이 햇볕을 가리고 있으니 옆으로 비켜주시오."
- P75

그런데 눈길을 끄는 우연이 있다. 《신곡》 〈지옥 편〉제32곡에는 한 얼음 구덩이에 갇혀 치고받는 형제가 나온다.
형제의 이름은 이탈리아식으로 ‘알레산드로와 나폴레오네다. 그리스식으로 알렉산드로스이고 프랑스식으로 나폴레옹이다. 둘 다 야심이 크고 밥 먹듯 전쟁을 일으키던 정복자였다. 

물론 《신곡》에 나오는 알레산드로와 나폴레오네는 두 정복자와는 다른 사람이다. 단테가 프랑스의 장군 나폴레옹을알 리는 없다. 나폴레옹이 프랑스 황제가 된 것은 단테가 신곡을 쓰고 500년이나 지나서다. 주석을 보면 알레산드로와나폴레오네는 형제였다. 

아버지의 유산을 놓고 정치적 파벌을 갈라 다투었고, 서로 죽게 했다. 단테는 이 두 사람을 형제를 죽인 죄로 얼음지옥에 가두었다. 동명이인이라고는 해도어쩐지 신기한 우연이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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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28 16: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다시 지옥관광 이네요. 그런분이 무서운 책표지는 싫어하신다니 😌

미미 2021-06-28 16:5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표지는 안무섭잖아요ㅋㅋ아닌가요...;;;;

새파랑 2021-06-28 17:05   좋아요 2 | URL
무서운것도 상대적인거 같아요.전 이게 천배 무섭네요😞

미미 2021-06-28 17:09   좋아요 2 | URL
아앗💦 ㅋㅋㅋㅋㅋ재밌어보이는데 저 왜이러죠ㅋㅋㅋ

scott 2021-06-28 17: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도 지옥이라도 관광인뎅 ㅎㅎㅎㅎ
가기전 맛나는거 배불리 !
[숱한 이야기꾼들이 자기 마음대로 지옥을 만들고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지옥에 마구 집어넣었다‘]
오! sns시대에 딱 맞는 문장이네요 ^ㅅ^

미미 2021-06-28 17:10   좋아요 2 | URL
신곡이나 오딧세이아를 저렇게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일리 있는것 같아요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6-29 0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뒤로 갈수록 헬렐레 수습불가인데.... 미미님, 힘내세요! 그리고 단테로 넘어가세요! (전 응원만...)

미미 2021-06-29 09:33   좋아요 1 | URL
네ㅋㅋㅋ이미 여러번 헬렐레 했지요ㅋㅋㅋㅋ😭
 

"나로서는 내가 살아남았던 곳에서는 단 5분도 버티지 못할 점잔 빼는 민간인 개자식한테 부랑자 소리나 듣는, 서른여섯 살짜리 전직 헌병 실업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지."

(갑자기 불리해진 상황인데도, 이렇게 말할때 쫌 멋있었다ㅋㅋㅋ) - P28

베이커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핀레이는 나를 감방까지 호송하라고 일렀다. 그러더니 내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의미는 이러했다. 범인이 아니란 사실이 밝혀지면 나는 임무를 수행한 것뿐임을기억해주시오. 나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인 의미는 이러했다. 당신이 자리나 보전하고 있는 사이에 살인자는 밖에서활보하고 있소.

(한국에서 유튜버로 활동하는 미국인이 보통 미국의 상남자는 이런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는것이 인사라고 했던게 생각난다. 여자들은 어떨지 궁금하다ㅋ) - P35

"당신 지문을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워싱턴에 보냈어요. 12시36분에요. FBI에 거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있는 건 알죠? 그쪽 컴퓨터에는 수백만 개의 지문이 들어 있죠. 송부된 지문은 대조과정을 거쳐요. 우선순위가 있죠. 무엇보다 먼저 10위권 안의 수배자 명단과 대조되고, 그다음에는 100위권, 그다음에는 10000위권, 아시겠죠? 당신이 꼭대기 쪽에 있으면, 그러니까 진행 중인 미해결 사건에 연루되어 있으면, 거의 그 자리에서 회보를 받았을 거예요. 자동적으로요.
거물급 도망자가 빠져나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시스템이 곧바로 회신을 보내죠. 그렇지만 당신 지문을 입력한 지 거의 세 시간이지났는데도 소식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당신이 잔인한 사건으로 기록에 올라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이건 어느정도 사실이지 않을까?) - P57

로스코는 윙크를 하고 가더니 컵을 버리고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다. 뒤통수만 보였다. 나는 구석으로 가서 탄탄한 창살에 몸을 기댔다. 6개월 동안 나는 외로운 방랑자였다. 이때 배운 것이 있었다. 오래전 영화에 나왔던 블랑슈라는 인물처럼 방랑자는 낯선 이의 친절에 기대는 법이다. 특별한 것이나 물질적인 것에 의지하지 않는다.
마음을 의지하는 것이다. 나는 로스코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녀가 좋았다. - P58

"그런 걸 어떻게 알지?" 핀레이가 물었다.
그는 호기심을 보였다. 게임에서 지고 있는 것이다.

(레리킹인가ㅋㅋㅋㅋ) - P71

오랜 경험을 통해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을 배웠다. 예기치 않은 일이 닥쳤을 때는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혹은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아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남의 탓을해서도 안된다. 누구의 잘못인지 알아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서도 안 된다. 그런 것은 다 나중에 할 일이다. 살아남는다면 말이다. - P87

아이슬란드, 독일, 스코틀랜드, 일본, 베트남, 세계 구석구석, 새로운학교에 가는 첫날이면 언제나 나는 지위가 없는 신참이었다. 그런 첫날이 아주 많았다. 나는 지위를 얻는 법을 빨리 터득했다. 뜨거운 모래 운동장에서, 춥고 축축한 운동장에서, 형과 나는 등을 맞대고 끝까지 힘을 합쳐 싸웠다. 우리는 그렇게 지위를 얻었다.

그러다 막상 군에 들어오자 그러한 거친 태도는 어느 정도 다듬어졌다. 전문가들이 훈련을 시켜주었다. 2차 세계 대전이나 한국전, 베트남전 때부터 훈련을 받았던 사람들이었다. 내가 책에서나 읽었던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그들은 내게 방법, 세부사항,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태도를 가르쳐주었다. 자제하면 죽을 것이라고 가르쳐주었다. 빨리 치고 세게 쳐라, 첫방에 죽여라. 먼저 보복하라. 속여라. 훈련시키는 사람들 중 점잖게 행동하는 신사는없었다. 이미 죽어버렸으니까.
- P88

"나는 언제나 도로를 따라 여행을 하지. 조금씩 걷기도 하고 버스를 타. 때로는 기차도 타고, 항상 현금을 내, 그렇게 하면 절대로 흔적이 남지 않거든, 신용카드 거래내역도 없고, 승객명부에도 오르지않고, 아무것도 남지 않아. 누구도 나를 추적할 수 없지. 누구에게도내 이름을 말해주지 않아. 호텔에 머물 때면 현금을 내고 꾸며낸 이름을 대지." - P122

그는 화해하자고 악수를 하려는 듯 손을 내밀었고, 나는 거의 아넘어갈 뻔했다. 마지막 순간에 나는 손을 살짝 빼 그의 손바닥이 아니라 손마디를 그러잡았다. 오래된 군대식 속임수였다. 악수를 하려는 듯 보이지만 실은 손을 부숴놓을 심산인 것이다. 거만한 마초적관습이었다. 피하려면 대비해야 했다. 살짝 뒤로 빼 도리어 그러쥐는것이다. 손바닥의 살집을 그러쥐어서는 안 되고 손마디를 그러쥐어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의 힘은 무력화된다. 제대로 잡으면 절대 지지 않는다.

그는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으나 절대 가망이 없었다. 놈은 내 손을 끊임없이 그러쥐어 내가 억지로 참는 동안 내 눈을 노려볼 속셈이었다. 그러나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나는 그의 손마디를 우두둑소리가 나게 한 번 쥐어준 다음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쥐어주고 나서 그의 손을 놓아버리고는 돌아섰다. 

(트럼프 생각난다ㅋㅋㅋ) - P204

우리는 SIS(Secret Intelligence Service : 영국 비밀정보부, MI6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음. 본문에서는 미국 CIA의 전신인 것처럼 설명되어 있는데, CIA의 전신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창설된 OSS임, 마솔로뮤와 켈스타인을 영국에서 활동한것으로 설정한 시도로 보임-역주)로 징발되었는데, 그건 알다시피 CIA라는 조직이 최초로 형태를 갖춘 것이었다네.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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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27 2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의 독서범위는 상상초월이네요 👍 밑줄긋기 보니까 왠지 ˝본아이덴티티˝ 같은 느낌이 드네요~! (아는게 그거밖에 없어서...) 나중에 칫솔 치약나오면 알려주세요 ^^

미미 2021-06-27 22:25   좋아요 2 | URL
네 분명히 그런 느낌이 있어요. 계속 리뷰 올라와서 궁금해서 읽었죠. 칫솔질하는지 지켜볼께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