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주장을 소개하자면, 그는 우주의 모든 것이 신의사랑에서 비롯된 결실이므로 죄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관점에 의하면 사탄은 신이 투사하는 사랑을 왜곡하거나 비트는 존재로서, 인간들에게 과도한 사랑을 부추겨 욕정이나 탐욕을 일으키거나, 반대로 불충분한 사랑 때문에 질투, 나태, 분노에 시달리게하거나, 사랑을 부적절한 대상으로 돌려 허욕이나 교만을 유도한다고 한다.
- P220

네모는 투사이자 이단자요, 이상주의자다. 마지막 단어는 오늘날에는 심하게 폄하되지만 19세기 당시에는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또한 네모는 독서가이기도 하다. 네모는 자기 배에 억류된 손님에게 기이한 해양 동물들을 교묘하게 조리한, 원재료를 알아볼 수없는 신기한 요리들을 대접한 뒤, 자신의 해저 처소로 그를 안내 한다. 가장 먼저 데려간 곳은 서재다. "검은 자단에 구리로 세공된 높다란 책장들이 방의 벽을 빙 둘러 늘어서 있고, 널찍한 선반마다 일률적으로 장정된 책들이 잔뜩 들어차 있었다. - P234

네모에게(그리고 우리에게도) 정적과 고독은 진정한 서재의 두 가지 필수 요소다. 그런 곳에서만 독서가는 언어로 이루어진 인물들로 무한히 해체되어 언제나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될 수 있다.
- P234

모든 서재에는 자서전과 같은 성질이 있다. - P235

(독서가들이라면 알다시피) 책이란 한 권이든 1만 2천 권이든 간에 읽는 사람이 선택한 길만을 비춰줄 수 있다.  - P237

피타고라스 사상의 전통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에게는 그와 똑같은존재가 있거나, 있었던 적이 있거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토머스브라운 경은 이렇게 적었다. "모든 사람은 단지 그 자신만이 아니다. 이제까지 많은 디오게네스가 있었고 또 많은 티몬이 있었다. 비록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소수였지만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을다시 살고 있고, 지금의 세상은 오래전에 이미 존재했던 세상이다.
당시에는 그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어도, 그 사람과 매우 유사한, 이를테면 되살아난 자아라고 할 만한 사람이 있었다."
- P240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소망은 여자를 통하지 않고 생명을 만드는 것이었다. 정자만으로 생명을 창조하는 것은 연금술사의 목표요. 가부장의 꿈이자,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지향점이다. 유대 민담에 나오는 골렘에서부터 각종 우화와 과학에서 구현된 움직이는 조각상들까지 아담의 갈비뼈로 만든 이브, 피그말리온의 상아상 여자, 제페토의 목각 인형 피노키오. 18세기와 19세기 초에 메리셀리와 그 주변인들을 강렬히 매료시켰던 자동인형의 발명도 모두, 남자들이 여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생명을 창조하는 능력을 상상했던 결과다. 즉 임신할 수 있는 독점적 능력을 여자들에게서 빼앗고자 했던 것이다.  - P241

《야고보서》 제1장 23~24절에서 사도 야고보는 성경 말씀을듣고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거울에 스스로를 비춰 보고는 자기가 누구인지 잊어버리는 사람과 같다고 말한다. 그는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물러나, 자신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이내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 프랑켄슈타인이 수많은 사람을 짜깁기해만든 괴물은 적어도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 자신의 거울이라고 할수 있다. 우리가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엄두도 못 내는 무언가를 비춰 보이는 거울 말이다. 우리가 그를 두려워하는 까닭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 P246

공허를 깨닫다‘는 뜻의 오공悟空이라는 이름은 한 신선이 그에게 진리를 깨우치라고 지어준 것이다. 손오공은 탄생부터 비범했다. 그는 화과산果山에서 하늘과 땅의 교접으로 나온 돌 알에서 태어났다. 손오공은 순수하게 정신적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일종의 협잡꾼 같은 영웅이다.  - P249

사오정은 여정에 성심껏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존재의 참된이치를 깨우친 아라한阿羅漢이 된다. 영원토록 세상 모든 절의 제단을 청소해야 하는 사명을 받은 저팔계보다 더 높은 득도의 경지에도달한 셈이다.
- P252

사오정의 세계관에 입각해서 보면, 겉보기에 올바른 것이 실은 악으로 가는 길일 수 있고, 악하게만 보이는 것이 알고 보면 올바르고 참된 길일 수도 있다(돈키호테도 이와 같은 관점을 갖고 있다)
- P253

영어에서 예언자 prophet에는 시인이라는 뜻도 있다.
- P256

각 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 속 인물로 그 나라를 정의해볼 수있을 것 같다. 예컨대 잉글랜드는 끊임없이 부조리한 사회적 규칙과 편견에 부딪히는 앨리스, 이탈리아는 반항적이고 재미를 좇으며 "진짜 남자아이"가 되고 싶어 하는 피노키오, 스위스는 착한 아이인 체하는 하이디, 캐나다는 총명하고 걱정 많은 생존주의자 빨강 머리 앤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라면 아마 도로시에게서 자기모습을 발견할 것 같다. 에메랄드시에 도착한 도로시는 그곳의 아름다운 색깔은 시민들이 억지로 써야 하는 초록색 안경에서 나온것이었음을, 그리고 그곳을 다스리는 마법사는 간간이 격하게 감정을 터뜨려 보임으로써 사람들이 원한다고 생각하는 바를 만족시켜주며 통치자 노릇을 했던 사기꾼이었음을 알게 된다. 『오즈의 마법사 결말부에서 위대한 오즈는 이렇게 묻는다.  - P276

세계대전으로 주위가 온통 난리법석이어도 그들은 국외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한 번도 관여하지 않았다. 스위스의 군대는 시민으로 이루어지고, 시민이라면 모두 훈련의 의무를 지며, 그들의 집에는 등산지팡이와 가죽 바지 옆에 군복과 총기가 항상 보관되어 있다. 

침략당할 경우를 대비해 나라의 모든 전략적 터널과 다리에 손가락 하나만으로 몽땅 폭파시킬 수 있는 배선을 설치해놓아서 나라 전체가 거대한 폭약과도 같다. 적이 스위스에 쳐들어오려면 폭탄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제거부터 해야 할 판이다. 스위스의비공식적 표어는《 삼총사》에서 따온 구절인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로서, 여기에는 일말의 반어법도 없다.
- P292

동화는 우리 세상에서 암울하고 공포스러운 많은 부분들을 특유의은근한 방식으로 설명해준다. 회의주의자인 우리는 동화에 거짓,
가짜 희망, 공상 같은 의미를 부여해 왔지만, 백 년간의 잠으로 저주를 풀 수 있으리라거나, 이벨을 드러낸 포악한 짐승이 기대감을 안고서 우리 할머니 침대에 누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우리가좀처럼 잊지 못하는 까닭은 불신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우리를 사로잡기 때문일 것이다.
- P294

 [에밀」은 소설과 설교가 반반씩 뒤섞인 희한한 잡탕 같은 책이다. 앙드레지드는 도저히 못 읽겠다고 했더란다. 하지만 그보다 참을성 있는어떤 독자들은 그 책이 최소한 고려할 가치는 있다고 보았다.  - P314

"신의 손에서 떠난 모든 것은 선하다. 그러나 사람의 손에 들어온 모든 것은 타락한다." <에밀>의 첫 단락은 이렇게 시작한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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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08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곧 올라올 리뷰가 완전 기대 됩니다~!! 저는 이책 미미님 밑줄로 읽고 있어요 😄

미미 2021-07-08 14:06   좋아요 1 | URL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네요ㅋㅋ여러 작품들 속 주인공들 이야기이자 해당 책들에 관한 내용이라 리뷰를 어떻게 쓸지 감도 오지 않아서 걱정이예요ㅋ100자 평으로 쓸 수도 있고 모르겠어요. 너무 좋았는데 설명할 길 없는...😅
 

P.146 역사학자 폴 벤느는 ˝당연히 고대인들은 신화를 믿었다!˝고 말하면서도, 그렇다고 그들이 신화를 진실이라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는이렇게 답한다. ˝진실이란 권력을 향한 의지로부터 우리를 갈라놓는 얇은 막 같은 집단적 자기만족이다.˝(알베르토 망겔, 끝내주는 괴물들)

P.13 권력은 거부될 수도, 철회될 수도 없다. 다만 재배치될뿐이다˝(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P.155 노예제는 물론 폐지되겠지만 다른형태의 예속으로 대체될 뿐이다. 아동노동, 저임금, 토지 수용, 성매매, 집단 학살, 천연자원 파괴, 산업적으로 초래된 기근, 피난, 강제 추방 등등.(알베르토 망겔, 끝내주는 괴물들)


권력도 예속도 결국 재배치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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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7-07 11: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휴, 저는 페이지수만 보고 벌써 젠더트러블 저기까지 나가셨나 완전 깜짝 놀랐어요. 저는 어제 옮긴이 해제 다 읽지도 못하고 아오 뭐야!! 이러고 덮어버렸거든요. ㅠㅠ

미미 2021-07-07 11:42   좋아요 6 | URL
저 버틀러의 주요개념들부터 너무 놀랐어요ㅋㅋㅋㅋ이제 해제 들어갔는데 무섭네요.ㅠㅠ그렇지만 동시에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엄청난 사색과 연구의 결과물이란 느낌입니다.

바람돌이 2021-07-07 12: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권력과 차별, 예속이 재배치되면서 이어져온 역사,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그렇게 계속 유지될거라는 전망은 우울함을 만들어요. 비오고 안개 가득낀 오늘 아침 날씨같은 기분....ㅠ.ㅠ

미미 2021-07-07 12:15   좋아요 5 | URL
맞아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건데 여러 베일에 가려져 인식을 못하고 살아가고 있네요. 갈수록 더 그럴것같은 불안한 느낌. 😭

새파랑 2021-07-07 12:1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믿음과 진실은 별개로 봐야하는군요~! 미미님 책을 워낙 많이 읽으셔서 책을 읽다보면 연결되는 내용이 막 떠오르실거 같아요. 권력의 재배치는 맞는 말 같은데 좀 섬득하네요~!

미미 2021-07-07 12:21   좋아요 7 | URL
그쵸! 이런 것들을 우리가 쉽게 주워먹을 수 있게 연구,발견하는 저자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투자대비 가치가 뛰어난 책이란 도구가 없었으면 영영 모르고 살았을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1-07-07 14: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읽으면 읽다보면 자연스레 연결될까요! 저는 매번 지금 읽고 있는 텍스트에 집중하자이거든요~~
읽다보면 모든 세상이 연결되듯 자연스럽게 책과의 연결도 될 것 같아요
암튼 미미님, 대단하세요^^

미미 2021-07-07 14:20   좋아요 6 | URL
아유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ㅋㅋㅋㅋ신기해서 같이 나누려 올렸는데 칭찬들으니 좋네요. 더 열심히읽어야겠어요!😊

scott 2021-07-08 00:28   좋아요 3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제 기억으로는(미미님이 밑줄 치신 부분을 읽은 기억으로)
올초부터 시작하셨는데
이책과 저책 연결을!👍👍👍👍
 

오늘날 우리에게 괴물은 누구일까? 우리가 차마 같은 인간이라는 분류에 포함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행동으로 반면교사 삼는 사람들이 있겠다. 히틀러, 스탈린, 피노체트, 바샤르 알아사드,
연쇄살인마, 강간범 등이 모두 우리가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짓이라고 믿고 싶은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괴물이라 불린다. 

고대인들은 우리보다 더 현명했다. 그들의 신과 괴물 들은 초자연적 장점과 결함을 갖추긴 했지만 보통 인간의 장점과 결함 또한 갖고 있었다. 폴리페모스는 어수룩했고, 케르베로스는 탐욕스러웠으며, 켄타우로스는 현명했고, 뤼지냥의 용 아가씨는 유혹적이었고, 페가수스는 자신의 속도를, 히드라는 미모를 뽐냈다. 

이 괴물들은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부심, 증오,욕망, 그리고 질투와 권태까지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우리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처럼 타인의 친절을 원하고 또 우리처럼 고통에 시달리는,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 생명체로서 존중받기 때문에 그토록 오래 기억되는 것이다. - P145

역사학자 폴 벤느는 "당연히 고대인들은 신화를 믿었다!"고 말하면서도, 그렇다고 그들이 신화를 진실이라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는이렇게 답한다. "진실이란 권력을 향한 의지로부터 우리를 갈라놓는 얇은 막 같은 집단적 자기만족이다."
- P146

무인도에 도착하면 누구든 그곳을 간절히 벗어나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육지에 묶여 있을 때 우리는 배를 타고 수평선 저 너머 어딘가야생이 살아 있는 해안으로 떠나서 우리 입맛에 맞는 세상을 건설하고 싶다는, 나만의 조그마한 우주를 다스리는 독재자가 되고 싶다는 꿈에 젖곤 한다. 하지만 막상 그런 섬에 도착해 추위, 굶주림,
공포, 권태, 절망에 시달리고 보면 그곳에서 벗어날 방법 외에 다른생각은 못 하게 된다. 무인도로 가져갈 책 한 권을 꼽는다면 무엇이겠느냐는 질문에 G. K. 체스터턴은 "토머스의 실용적인 조선술 안내서"라고 답하기도 했다.
- P148

프라이데이에게, 그리고프라이데이의 후예들에게 한 세기 뒤 프랑스에서 발표된 인권선언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노예제는 물론 폐지되겠지만 다른형태의 예속으로 대체될 뿐이다. 아동노동, 저임금, 토지 수용, 성매매, 집단 학살, 천연자원 파괴, 산업적으로 초래된 기근, 피난, 강제 추방 등등.
- P155

단 하나의 진정한 외계는 우리 몸이다. 다른 공간은 모두 탐험이 가능하다. 아무리 먼 별도, 아무리 깊은 바닷속 골짜기도 인간의 호기심 앞에 열려 있는 데 반해, 소위 우리 것이라는 몸은 순전히 믿음에맡김으로써만 우리 것일 수 있다. 거울을 통해 우리 얼굴을 확인할수는 있지만 그나마도 좌우가 뒤바뀐 모습만 볼 수 있고, 우리 뒷모습은 달의 뒷면만큼이나 미지의 영역이다(이제는 달의 그 은밀한구역마저도 중국인들이 주의 깊게 탐사하고 있지만) - P158

플라톤의 『국가』 제9권에서 소크라테스는 청중에게 이렇게 말한다. "폭정은 좀도둑질과 폭력 행위의 문제가 아니다. 신성하면서도불경한,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대규모 약탈의 문제다. 그러나 영혼을 관찰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진짜 폭군은 비굴한 자세와 노예 신세에 누구보다도 강하게 얽매여 있고, 인간 중에서도 가장 비열한 자에게 아첨하는 사람이며, 자기 욕망을 충족할방법을 찾을 일말의 가망도 없어 대부분의 것이 궁한 처지인, 진정으로 불쌍한 인간이다. 그는 평생토록 공포에 빠져 살며 발작과 고통에 시달린다. 사실상 그는 자기가 다스리는 도시를 닮았고, 더 나아가 그 도시의 살아 움직이는 상像이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폭군이 다스리는 도시 만큼 비참한 곳도 없다."
- P166

우리는 호메로스에게 전쟁에 관해,
소포클레스에게 여성에 관해, 셰익스피어에게 유대인에 관해, 볼테르에게 시민 의무에 관해 묻고, 그들이 이 모든 주제에 관해 우리에게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작품을 남겼다고 믿는다. 

소설이란 설명도, 학설도, 메시지나 교리문답을 전하는 글도 아니라는 것은 잊히기 일쑤다. 그러나 소설은 오히려 애매모호함, 날것이거나 설익은 견해 그리고 암시, 직관, 감정을 토대로 꽃피는 법이다. - P186

존재한다는 것은 지각된다는 것이다
ㅡ영국 철학자 조지 버클리의 주관적 관념론의 기본 명제 - P197

미학의 크나큰 역설은 관습적으로 아름답거나 추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오히려 정반대의 관점에서 보려 한다는 것이다(청개구리 심보에서인지는 몰라도), 즉 아름다운 얼굴은 너무 균형 잡혀서심심하다든지, 밋밋하다든지, 진부하다고 여기는 반면, 추한 얼굴은 흥미롭고, 경험이 풍부해 보이고, 비록 예쁘진 않아도 매력적이라고들 한다. 아름다운 것을 추화化하고 추한 것을 미화하는 경향은 여러 문화권에서 나타난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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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7-07 1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주문해서 모레 받습니다.
느낌을 함께 공유해요. ㅋ

미미 2021-07-07 12:29   좋아요 2 | URL
좋아요!!ㅋㅋㅋㅋ😉

새파랑 2021-07-07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대 최다 밑줄수량이네요~! 망겔선생님 및 끝내주는 괴물들 마니아 1위 예약👍

미미 2021-07-07 15:19   좋아요 1 | URL
ㅋㅋㅋ와닿는 문장이 많아서 자제하는데도 책을 옮겨놓고 있네요.😅
 

중세 초기 유대 전설에 따르면, 신은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기 전에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긴 시간을 함께할 여자를 만들었다.
고 한다. 이브의 원조에 해당하는 그녀에게 신이 붙인 이름은 릴리트다.
- P92

피투성이 어깨에 나무 십자가를 진 채로 로마 병사들에게 채찍질을, 군중에게 조롱과 야유를 당하며 고난의 길을 오르던 예수는 마른 목을 축이려고 어느 분수대 앞에 멈춰 섰다. 그러자 한 유대인 노인이 그를 밀치며 어서 가라고 재촉했다. "알겠소. 하지만 그대는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거요." 예수는 이렇게 답하고 골고,
다 언덕으로 마저 발길을 옮겼다. 

이것이 바로 중세의 방랑하는 유대인 전설이 태어난 기원이다. 신의 아들을 불쾌하게 한 대죄를 저지른 그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방랑해야 하는 벌을 받았다. 성서에의하면 예수는 심판의 날이 오기 전까진 돌아오지 않을 것이므로.
- P100

근대에 이르러 방랑하는 유대인 전설은 수십 명의 작가들 손에 더욱 진화했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들로는 외젠 쉬(유대인을예수회의 음모에 결부시킨 이야기), 페르 라게르크비스트(유대인을 인정받지 못한 선지자로 본 이야기), 마크 트웨인(유대인을 그저 평범한 관광객으로 본 이야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유대인이야기를 불멸의 호메로스와 엮은 이야기)의 것이 있겠다. 제임스조이스는 유대인에게 레오폴드 블룸이라는 이름을 주고 영원한 하루 동안 더블린 시내를 방랑하게 만들었다.  - P102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라면 네덜란드선이나 유대인의 끝없는 여행이 징벌이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공항 수속과 보안절차를 둘러싼 히스테리에 대해서라곤 상상도 못 했을 그는 "희망을 갖고 여행하는 것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한바 있다.  - P103

카를 구스타프 융이 회고하기를, 언젠가 길거리에서 마주친 삼촌이 자기를 멈춰 세우며 "신이 죄인들을 어떻게 고문하는지 알아?" 라고 묻기에 고개를 저었더니, "기다.
리게 만드는 거야"라고 답하고는 갈 길을 갔다고 한다.
- P109

공주에게는 다른 선택지도 있다. 저주도, 축복도 거부하고, 잠든 궁정 대신들도, 부모님이 저지른 결례도 거부하고, 끝없이 찾아오는 왕자마저도 거부하는 것, 그리고 입센의 노라나 카르멘 라포레의 안드레아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현대판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다)처럼, 마법의 성문을 열어젖히고 크게 뜬 두 눈으로세상을 맞닥뜨리는 것 말이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 P110

 1660년대에 찰스2세는 개신교 신앙, 즉 개개인이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읽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영혼의 구원이 달려 있다고 설파한 루터의 교리를 따르겠노라고 선포했다. 

(개신교가 이런 의미였다니.....) - P130

monster(괴물)라는 단어는 "경고하다" 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인 monere에서 유래했다. 괴물은 천재, 괴짜, 특이한 것, 예기치 못한 것, 거의 또는 전혀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를 뜻한다. 호라티우스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괴이한 무언가를 가리켜 ‘검은 백조‘에 빗댔는데, (보르헤스가 지적했다시피) 그는 자신이 그렇게 말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실존하는 검은 백조 무리가 오스트레일리아 하늘을 뒤덮고 있었음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우리가 있을 수 없는괴물이라 부르는 무언가가 바로 지금도 우주의 어느 후미진 구석에 웅크리고 있을 가능성은 설령 작은 확률이라 할지라도 반드시존재한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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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06 2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인 키츠의 ‘라미아‘라는 시에서 영감 받은 존 콜리어가 ‘릴리트’를 그렸는데 시인 키츠는 릴리트를 황금빛과 초록빛 청색의 무늬가 있는 뱀으로 비유했는데 화가 존 콜리어는 릴리트를 뱀과 사랑을 나누는 여자로 그렸어요.
릴리트에 이런 사연이 (^∇^)

미미 2021-07-06 21:43   좋아요 2 | URL
저는 오늘 처음 알게 됐는데 놀랍네요. 책에는 결국 뱀하고 간통하고 자식을 홍해에 잔뜩....헉😵

서니데이 2021-07-07 0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괴물의 어원이 라틴어 동사였다니. 생각해보면 예전엔 라틴어에서 온 말이 많았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생각못했어요.
경고하다, 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니, 낯선 단어처럼 들립니다.
미미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미미 2021-07-07 00:25   좋아요 3 | URL
그렇죠? 이 책에서 처음 알게되는 내용이 많네요. 제가워낙 모르는게 많기도하고요ㅋㅋ서니데이님 편안한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7-07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엄청난 밑줄은 무잇인가요? ㅎㅎ 진정 괴물이 맞으십니다 👍

미미 2021-07-07 09:3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자제한 건데요. 😅
 

"따라서 권력은 거부될 수도, 철회될 수도 없다. 다만 재배치될뿐이다" - P13

권력이 정당함과 부당함을 이분화하며 부당함을처벌하고 훈육한다는 의미의 사법적 기능은 겉으로 드러나 있지만, 권력이 어떤 개념의 인식 가능성 자체를 통제해 인식 가능한주체를 생산하고 인식 불가능한 주체는 비체화한다는 사실은 은폐되어 있는 것이다. ㅡ옮긴이 해제 - P17

젠더는 담론적으로 구성된 정체성의 인종 계급, 민족, 성, 지역적 양상과 교차되므로 이미 정치나 문화의 교차점을 떠나서는 불가능한 개념이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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