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로 적힌 일기장 때문에 공항에 억류된 적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뒤 해외로 나가는 내게 친구는 자신의 일기장을 내밀었다. 아기자기한 그림도 그려넣고 스티커도 붙이고 나를 비롯한 친구들 사진도 여러장 붙어 있었지만 그 일기장의 메인은 그 친구가 자신만의 기호로 만든 암호 일기였다. 같이 미팅나갔던 것이며 자기가 사귀던 남자애들 이야기도 있으니 가면서 비행기에서 읽으라고 심심하지 않을거라고 따뜻한 우정에서 건낸 일기장이었다. 하지만 어떤 기호가 어떤 글자를 만들어 내는 건지는 친구가 알려주지 않았다. 비행기 옆자리에서 자기가 사정이 있으니 일행이라고 해 달라 한 아저씨가 화근이었던 것 같다. 그 아저씨는 알고보니 수상한 사람이었고 그런 수상한 사람과 일행이라니 나도 내 가방도 수상하게 여겨져 일기장까지 검문받게 된 것이다. 공항측 입장에서는 일기장 속 암호가 마치 테러리스트의 암호 같았을 것이다. 나도 아직 해석을 못했는데 무슨 뜻이냐고 몇 시간을 추궁당했다.  


P.13 "그것은 일종의 편지 노트 같은 것이었습니다. 글씨체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의 필적으로 쓰여 있었는데, 자크의 필적으로 된 편지 끝에는 J자가 적혀 있었고, 다른 하나는 누구 것인지 모르겠는데, 서명은 대문자로 D라고 되어 있었습니다."그는 좀 쉬었다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편지의 문체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유감스럽게도 그 우정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파리와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좀 더 어린 자크와 중학생인 다니엘이 주고 받은 회색의 편지노트를 학교 선생님이 발견해 읽게된다. 분노한 자크는 절친 다니엘과 함께 집을 나가고 학교는 발칵 뒤집힌다. 자크의 아버지와 선생님은 회색 노트에 적힌 내용만으로 두 아이를 판단하고 결론내린다. 반면 다니엘의 엄마는 아이에 대한 신뢰와 직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데,그런 과정에서 벌어지는 주변 이야기와 자크,다니엘의 상황을 담은 내용이다. 활활 타오르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애정에 혼돈의 시간을 보내는 자크와 역시 넘치는 감성을 지녔지만 아버지의 외도로 너무 일찍 어른스러워져 버린 다니엘은 서로에게 깊은 우정을 느낀다. 


P.82 내 마음은 너무 부풀어 올라 터질 것만 같아! 나는 이 끓어 넘치는 파도를 이 종이 위에다 쏟을 수 있는 한 쏟아 볼 생각이야. 나는 고민하고 사랑하고 희망하기 위해 태어났고, 또한 희망하고 사랑하고 고민하고 있어! 내 일생의 이야기는 단 두 줄로 요약될 수 있어. 나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는 것은 사랑. 그리고 나에게는 단 하나의 사랑이 있을 뿐인데, 그건 너야!


아이들의 터질 것 같은 에너지와 혼란은 어른들에게 수수께끼이며 그들의 언어에 담긴 진심과 감정은 암호처럼 모호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상징으로 불안하게 느껴져 해석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미성년>에서 보듯이 미성숙한 인격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부모의 미성숙한 모습은 어떤 아이에게는 더욱 극대화 되어 표출되고 또 어떤 아이에게는 부모의 미성숙함이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해 이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어른이 되게 만든다. 하지만 자신이 반영된 그 거울을 제대로 인식하는 경우는 안타깝게도 드물다. 기이한 상징과 기호로. 고쳐야 할 문제로 여겨질 뿐이다. 그 거울을 바로 마주보는 것, 간극을 메우는 것이 바로 인생의 고단한 숙제다. 


P.148 "난 시만큼 좋은 게 없어." 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시를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다 버릴 수 있어. 퐁타냉(다니엘)은 나한테 책을 빌려 줘. 이런 이야긴 아무한테도 하지 마,응? 내가 라프라드니, 쉴리프뤼돔이니, 라마르틴이니,위고니,뮈세등을 읽을 수 있게 해 준건 그 애야....... 


입체적으로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에 웃고 울다보면 아쉬운 161페이지에 가 닿는다. 본래 8권으로 이루어진 <티보가의 사람들>중 일부의이야기가 이<회색 노트>담겼다. <티보가의 사람들>을 집필하는 과정에 작가인 로제 마르탱 뒤 가르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려는 것. 

난 그것을 살아 보려 했을 뿐이다. 

그게 왜 그리 힘들었을까?  ㅡ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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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0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0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21-07-10 15: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자신만의 암호 문자를 만들어 보고 싶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미미 2021-07-10 15:29   좋아요 5 | URL
머리가 좋은 친구였어요. 초딩님 가능하시리라 봅니다. 아웅..저는 해석도 너무 힘들었어요ㅋㅋㅋㅋ😭

2021-07-10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0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7-10 15: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기장 일화는 영화의 도입부로 쓰일 장면처럼 인상적으로 상상되네요. ^^

미미 2021-07-10 15:36   좋아요 5 | URL
ㅋㅋㅋ극본으로 한번 써볼까요? 재능이 없어 아쉬운 에피소드부자ㅋㅋㅋㅋ

초딩 2021-07-10 18:27   좋아요 3 | URL
미미님 극본 고고!!!!

미미 2021-07-10 18:3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초딩님도 참~😍

새파랑 2021-07-10 17: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는거 같아 찜~! 좀전에 서점가서 찾아보니까 이책 쏜살문고 책이더라구요~!! 역시 미미님은 비범한 20대를 보내셨군요👍👍

미미 2021-07-10 17:30   좋아요 5 | URL
와 새파랑님 서점 가셨었군요!! 저도 가고싶네요. 현장에서 읽고 사는 맛ㅋㅋㅋ좋은 기회였는데 살리질 못했어요. 진짜 비범한 인생 주인공은 스콧님! 저는 이런저런 추억만 건졌네요ㅋㅋ

페넬로페 2021-07-10 18: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이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암호로 적힌 일기장도 너무 기이하구요~~어서 시나리오 써서 영화사에 파십시오.
티보가의 사람들 1권을 읽었는데 거가에 회색노트가 있었다는 사실은 까먹었어요.
워낙에 오래전이라~~
근데 그때 좋게 읽어서 다시 읽어야겠어요^^

미미 2021-07-10 19:06   좋아요 5 | URL
저도 쓰고 싶은데 재능이 😭ㅋㅋㅋㅋ지난번 페넬로페님 비롯해 몇분이 좋았다고 하셔서 읽었는데 충격먹었어요.전체적으로 너무나 훌륭한 이야기! 나머지도 무지 궁금합니다~♡♡

Falstaff 2021-07-10 18: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이 위대한 소설 <티보가의 사람들>... 회색노트만 읽고 말기는 너무 아까워요.
잠자냥 님은 아직 안 읽으셨지만 하여튼 가지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게 절판이거든요)
미미 님은 도서관을 한 번 뒤져보심이....
1914년에 그만 자크가 죽는답니다. 흑흑흑....

미미 2021-07-10 19:09   좋아요 6 | URL
잠자냥님 페이퍼에서 발견했는데 이제라도 읽게되어 너무 감격스러웠어요. 어쩜 이런 작품이!!! 나머지도 꼭 읽을꺼예요! 도서관에 있는데 이거야말로 훔쳐야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꿀꺽) 아 자크!!안돼요!😭

mini74 2021-07-11 11: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회색노트 읽고 친구랑 교환일기 했던 기억이 나요. 뭐 그닥 엄청난 비밀도 아니었는데 ㅎㅎㅎ

미미 2021-07-11 11:52   좋아요 2 | URL
아 교환일기!! 맞아요 회색노트도 그런형태군요ㅋㅋㅋ저도 진작에 읽었더라면! 아웅🤦‍♀️너무 좋았어요~♡
 

소녀는 눈을 뜨고 있었다. 가냘픈 얼굴은 베개 위에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두 볼에 열이 있어 보였다. 소녀는 강아지를 꼭 껴안고 있었다. 그 강아지의 검은 콧등이 시트 밖으로나와 있는 것이 우스꽝스러웠다.
- P27

소녀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바로 그 순간에 소녀의 눈빛에서 읽은 것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속에는 온갖 격려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이미 강인해진 내면의 생활, 그리고그러한 고독 속에서의 비탄, 이런 것들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동요를 느껴 시선을 떨구었다.
- P30

나의 마음은 너의 마음을 껴안고 있어, 페트로니우스가 천사 같은 위니스를 껴안듯이!

(자크가 다니엘에게 쓴 편지 끝부분) - P71

나는 너를 존경해, 너의 너그러움과 너의 꽃 같은 감수성과 너의 모든 생각과 모든 행동, 그리고 사랑의 열정속에서까지 엿볼 수 있는 그 진지함을 존경해. 너의 모든 애정과 모든 감동을 너와 똑같이 느끼고 있어! 우리가 서로 사랑하게 되고, 고독으로 황폐해진 우리의 마음이 다시는 떨어질 수 없는 굳은 결합으로 하나가 될수 있었음을 하느님께 감사하자!
절대로 나를 버리지 말아!
그리고 우리는 서로 서로가우리의 사랑의 열정적인 대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영원히 기억하자!

(꽃 같은 감수성!) - P75

졸라의 《패주》를 다 읽었어. 이제 네게 빌려줄 수 있겠네. 아직도 그 감격이 사라지지 않은 채 나의 마음은 떨리고 있어, 힘차고 심오함이 아름다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기 시작했어. 아, 벗이여, 이것이야말로 모든 책 중의 책이라는 생각이들어!  - P77

너는 나의 진지함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그러나 반대로 그것이야말로 나의 비참함이고 나의 저주받은 운명이야! 나는 이 꽃에서 저 꽃으로 꿀을 찾아다니는 꿀벌은 아니야. 나는 마치 단 한 송이의 장미꽃 속에 틀어박힌 검은 풍뎅이 같아. 풍뎅이는 장미꽃 속에서 살다가,
마침내 장미꽃이 꽃잎을 아물어 버리면, 이 마지막 포옹 속에서 질식하여, 스스로 선택한 꽃에 안겨 죽잖아.

오, 벗이여, 너에 대한 나의 애정도 그처럼 충실해! 너는 이 황량한 세상에서 나를 위해 피어난 다정한 장미꽃이고, 너의 정다운 가슴속 깊이 나의 어두운 슬픔을 파묻어 줘!
- P77

내 벗의 열네 살을 맞이하여
세상에는 낮이면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하고,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는 관능의 만족으로도 채우지 못한 무서운 공허를 느끼고, 머릿속에서는 모든 능력이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환락의 좌석에서 즐거워하고 있는 모든 친구들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갑자기 시커먼 날개를 펼친 고독이 자기의 마음을 뒤덮는 것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 있어. 

또한 세상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삶을 증오하면서도 그것을 버릴 용기가 없는 사람이 있어. 이 사람이 하느님을 믿지 않는 자인 거야!!!
- P78

자신은왜 유혹에 지고 말았을까? 그는 자기 자신을 두고 마치 무슨수수께끼라도 대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P104

"저걸 좀 봐." 다니엘이 말했다.
몇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하얀 배 한 척이 놀라울 만큼반짝이며 쪽빛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선체는 싹트는 나뭇잎 같은 싱싱한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노를 저을 때마다 배는 연속적인 빠른 동요에 의해서 앞으로 전진해 나가고 있었다. 뱃머리가 물 위로 떠올라 그것이 뛰어오를 때마다 물에 젖은 초록빛 선체가 광채를 띠어 마치 불꽃처럼 빛났다. - P115

"난 시만큼 좋은 게 없어." 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시를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다 버릴 수 있어. 퐁타냉은나한테 책을 빌려 줘. 이런 이야긴 아무한테도 하지 마, 응? 내가 라프라드니, 쉴리프뤼돔이니, 라마르틴이니, 위고니, 세등을 읽을 수 있게 해 준 건 그 애야……. 아, 뮈세! 형, 이런 시알고 있어?

저녁의 창백한 별, 서쪽 장막으로부터찬란한 그 이마 반짝이며 먼 곳에서 오는 사자(使者)여...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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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0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새책! 와 이 책 밑줄들 너무 좋네요~! 다시 보관함에 넣고 다음번에 구매해야겠어요😊

미미 2021-07-10 15:03   좋아요 1 | URL
아 이 작품 최고예요!! 별 🌟 8개 정도? 얇은데 흠 잡을데 없이 완벽합니다 강추예요 새파랑님ㅋㅋㅋㅋ👍👍
 


"이불털다 허리 삐끗하신 분!!!" 병원 복도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가 말하는 것은 다름아닌 나였기 때문이다.

한 번씩 디스크가 터져본 사람들은 경험했듯이 가끔 허리가 뻐근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꽤 오래. 당시 일하던 학원에서 열정을 쏟고 있었기에 갑작스런 추간판탈출증은 나의 일상을 뒤흔들어놓았다. "저기~저예요.(조용히좀 해!) 제가 이불 털다가 그만...."(그래 내가 그랬다.그러니 이제 그만 닥....)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그 병원은 대체로 수술없이 물리치료만으로 디스크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이었다. 그리고 나를 창피하게 만든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름 열성적으로 물리치료와 상담을 해 주고 있었는데 내 캐이스를 듣고 너무 재밌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첫 인상은 참 그렇게 나빴지만 이후로 친해져서 훗날 고맙게 생각했다. 그렇게 2주 만에 호전되었을 때 정신을 차렸어야 했다. 그런데 몇 년 뒤 나는 또 다시 디스크가 내 멘탈과 척추에서 탈출하도록 내버려 두었고 동방예의지국의 자손답게 정확히 90도 각도로 꺾인 허리를 집에서 부터 택시, 병원까지 유지해 같은 병원의 원장실에 들어갔다. 


아프고 지쳐서 울고싶던 나의 눈 앞에 원장님은 회장님 의자에 거만이 자세로 앉아있었다. 

그렇다. 다빈치가 울고 갈만큼 인체공학상 완벽하다는 S자 곡선을 거침없는 U자로 꺾어버리는 그 자세였다. 나는 허리때문에 앞이 캄캄하고 울먹울먹한 와중에도 그 장면을 믿을 수 없었고 90도로 꺾인 주제에 속으로 개탄했다.(맙소사 미친거 아닌가?!!!) ㅡ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원장님은 고도의 지능으로 나름 창의력을 발휘해 디스크 환자에게 경각심을 주기위해 스스로의 척추를 희생한 걸 수도 있었다.ㅡ아무튼 '또 오셨네요.어쩌구 저쩌구'의 설명을 듣고 '아무래도 이번에는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매우 진지모드로) "이곳은 수술없이 물리치료만으로 훌륭하게 치료하시지 않냐. 저번에도 금방 좋아졌으니 이번에도 나는 믿는다. 수술보다 물리치료를 해 보겠다"고 우겼고. 그렇게 한 달을 거의 매일같이 후회하고 울면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처음 디스크로 입원했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모든 생활이 불편했고. 천벌을 받는 기분이었다. 첫 일주일은 진통제 주사를 맞지 않으면 아파서 잠도 잘 수 없었다. 학원에서는 나를 더 기다려 줄 수 없어 꿀 같은 직장과 꽃 같은 아이들과 헤어져야만 했다. 이 모든 일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남들은 입맛이 없다고 투정부리는 병원밥을 열심히 먹고 그곳에서 무료로 배포해주는 허리운동법 목 운동법 동작을 머릿속에 입력했다.하루 3번~4번에 이르는 각종 열치료,전기치료,견인치료를 받고 나면 꾸역꾸역 라인을 따라 손잡이를 붙잡고 병원복도를 돌았다. 


점점 힘이 붙고 허리가 펴졌다. 퇴원해서도 운동치료실에서 배운 운동을 이어나갔다. 한달만에 겨우 퇴원은 했지만 완치는 아니었다. 거의 1년에 걸쳐 점점 드물게 병원을 오고갔다. 디스크에 관한 책들을 구입해 읽고 '생로병사' 지난방송에서 디스크관련 방송을 찾아서 봤다. 그런 과정을 거치자 허리에 좋은 궁극의 스트레칭을 터득할 수 있었고 좀 더 욕심이 났던 나는 스쿼트를 하기 시작했다. 스쿼트는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훌륭한 근력운동이다. 하체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주고 기운을 북돋워준다. 체력증강과 허리 건강에 그만이다. 오랜 시간 앉아서 책을 읽어야 하는 독서인들에게도 더없이 훌륭한 운동 스쿼트! 


오늘 다락방님의 페이퍼를 읽고 자극받아 다시 스쿼트를 더 열심히, 플랭크도 같이 하기로 마음먹고 혹시나 허리 아픈데 경각심을 갖기 않고 세월내월하는 분들이 있을까 적어봤다. 허리가 자주 뻐근하하다면 최소한 양손 허리에 놓고 다리벌려 뒤로 꺾기를 정성스레 자주 해 주면 된다. 허리디스크의 종류는 수없이 많지만 어떤 증상에라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을 할애할 마음의 여유와 진정성이 있다면 바닥에 엎드린 상태에서 허리들기도 마찬가지 이유로 좋은 스트레칭이다. 결국 S라인을 공고히 하는 스트레칭이 살길이다. 여러분! 터지기 전에 미리미리! 평생 책 읽고 싶다면 오늘부터 시작하세요. 스트레칭과 스쿼트,플랭크! (두 번 입원했던 미미ㅠ) 


겸사겸사 어제 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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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09 14: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찜♡

미미 2021-07-09 14:07   좋아요 3 | URL
아이참 ~🙆‍♀️🙆‍♀️🙆‍♀️

scott 2021-07-09 23:52   좋아요 1 | URL
미미님 추간판탈출증이셨다면
수영(특히 자유형과 배영), 걷기가 좋습니다.(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걷기로)
이제 이불 털기는 건조기에게 맡기삼 3333

여기 플친님들 아픈곳이 많네요
모두들 건강, 건강 ᖰʕ•ᴥ•ʔᖳ

미미 2021-07-10 00:0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그땐 건조기도 안키웠었고 아침마다 직접 털어야 개운했어요! 허리에 엄청 안좋은 동작인데 전혀 몰랐던!😭 열심히 걷고 스트레칭해서 요즘은 건강해요.😉

다락방 2021-07-09 14: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느 기사에서였나, 스쿼트가 우울증에도 매우 좋다는 구절을 보았더랬어요.
다시 스쿼트 하기로 하신 거 진짜 응원합니다.
우리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살아갑시다 ㅠㅠ 그건 자기 마음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살도록 해요. 스쿼트도, 플랭크도!!

그리고 백래시 사셨군요. 꺅 >.<
더불어 백래시 읽기도 응원합니다!

미미 2021-07-09 14:09   좋아요 5 | URL
우울증에도 좋다니 스쿼트의 매력은 끝이 없네요ㅋㅋㅋ다락방님 덕분에 다시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책도 스쿼트도 플랭크도 꾸준히 멈추지않고!으쌰쌰!😆

mini74 2021-07-09 14: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방금 다리벌려 뒤로 꺾기를 해봤는데 시원해요 미미님 *^** 고생 많으셨겠어요. ㅠㅠ

미미 2021-07-09 14:45   좋아요 5 | URL
그 단순한 스트레칭만 반복해도 디스크 어느정도 예방,치료 가능한데 한 친구 말 안듣다 심각하게 터져서 수술했어요ㅠㅇㅠ

Falstaff 2021-07-09 14:4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도 될 수 있으면 서서 읽으셔요. 허리 안 좋은데 책상 고수하시면 곤란합니다. 흑흑... 전 하루에 한 열 시간 몇 년 책상 이용했거든요. 그랬더니 허리 더하기 이번 달 들어서 덤으로 선물 받은게 글쎄 치질이지 뭡니까 ㅠㅠ

미미 2021-07-09 14:47   좋아요 5 | URL
헉!ㅠㅇㅠ 맞아요!!오래 앉아있음 혈액순환이 안되니 각종문제가 발생하죠. 전에 알려주셔서 서서 읽을때도 많아요. 선물ㅠ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7-09 14:5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아주 편안한 죽음‘의 날인가봐요~~
저도 주문했어요 ㅎㅎ
이불 털다 허리 삐끗하신 분~~
넘 웃프네요
왜 이름을 부르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허리때문에 고생이 많으셨네요~~
저 역시 신체 중 모든 관절이 약해 매번 정형외과로 한의원으로 가서 시간낭비, 돈낭비를 하는데 그래도 헬스 다니면서 스쿼트하고 근력을 키우니 많이 좋아지더라구요^^
코로나땜에 요즘은 잘 가지않고 걷기를 하는데 집에서 플랭크 시작해봐야겠어요^^
가르쳐주신 허리운동도 매일하기로 합니다^^

미미 2021-07-09 15:00   좋아요 6 | URL
그러게 말이예요ㅋㅋㅋㅋ완전 놀림당한거죠. 여러번 그렇게 불렀어요. 페넬로페님 운동 제대로 하셨네요. 플랭크도 허리에 좋다니 코어강화 같이해요😊

새파랑 2021-07-09 15:0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보관함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네요^^ 백래쉬 책 사진보니 백과사전 인줄알았어요 ^^ 저도 이번달 벌써 16권 샀는데 (내가 미쳤지 ㅜㅜ) 여기 더한 분이 계시는군요. 역시 👍👍
책 많이 읽으시려면 건강이 필!수! 입니다~!!

페넬로페 2021-07-09 15:05   좋아요 5 | URL
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미미 2021-07-09 15:12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 절대 미친게 아니예요!!완전 정상(물귀신작전)ㅋㅋㅋㅋ이제 제인생에 디스크질환은 없습니다.👍👍

coolcat329 2021-07-09 15: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이고...ㅠ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정말 운동만이 정답! 살길입니다.
허리엔 수영이 정말 최고, 제가 증인입니다. 그리고 근력운동은 죽을 때까지 필수~ 건강하시길요~

미미 2021-07-09 16:05   좋아요 5 | URL
네!😭 당시 물리치료 쌤이 수영 추천하셨는데 저희동네 수영장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서...ㅠㅇㅠ걷기도 좋고 근력운동도 너무 좋아요~♡♡

coolcat329 2021-07-09 16:09   좋아요 5 | URL
지금은 코로나로 수영이 힘드실테니 걷기 열심히 하셔요. 허리 아픈게 참 서럽더라구요. 사지 멀쩡한데 사람 구실을 못하잖아요 ㅠ 식욕은 또 허리와 별개로 왜 그리 또 왕성한지요, 가족들에게 은근 눈치보이고...ㅠ

미미 2021-07-09 16:13   좋아요 5 | URL
맞아요!!! 아프면 정말 고독하고 비참해집니다. 식욕ㅠㅜ ㅋㅋㅋㅋ완전공감이요!!

독서괭 2021-07-09 17: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고생 많이 하셨군요ㅜㅜ 저도 둘째 낳고 나서 허리를 삐끗한 후 계속 재발해서 병원 여러번 다녔습니다. 그래도 디스크는 아니라고 하고, 지금은 가끔 안 좋으면 초기에 약을 먹어버립니다. 스트레칭법 잘 기억해두고 해야겠어요. 스쿼트.. 해야겠네요. 책 읽으면서도 할 수 있겠죠!! 이제 아프지 마세요 미미님!!

미미 2021-07-09 17:45   좋아요 4 | URL
네! 저도 처음엔 무거운것 들다 살짝 삐끗한게 시작이었어요.ㅠㅇㅠ 디스크가 아니라니 정말 다행입니다. 함께 미리미리 스트레칭해서 허리건강 지키고 오래 책 읽어요!!😊 미리 스쿼트,플랭크 습관화 넘넘 좋아요.👍

서니데이 2021-07-09 21: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고생 많으셨겠어요. 일상적인 일들로도 다칠 수 있는데 치료받고 좋아지는 과정이 길어요. 그래도 잘 치료 받으시고 건강회복하시면 좋겠어요.
미미님 즐거운 주말과 좋은 금요일 보내세요.^^

미미 2021-07-09 21:46   좋아요 4 | URL
벌써 몇년전 일이예요.ㅋㅋㅋㅋ스쿼트 때문에 생각난 에피소드예요😆 맞아요! 회복과정이 더뎠던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만큼 반성하고 열심히 운동! 행복한 주말되세용😉🙆‍♀️

행복한책읽기 2021-07-10 10: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심각한 상황을 어찌 이리도 유머스러스하게 풀어내신단 말입니까. 미미님 인생에 허리 디스크 더는 없기를 기원합니다. 한데 플랭크도 무리 마십시오. 울집 남편 플랭크 과다로 요즘 침 맞으시는 중 ㅋ

미미 2021-07-10 10:50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네! 다시는 그런일이 없어야 합니다! 운동도 중독이 있더라구요. 저는 그냥 딱 1분씩만 하는 걸로.😉

막시무스 2021-10-27 2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머리, 어깨, 무릎, 발 모두 소중하지만 알라디너는 눈과 허리죠!ㅎ 스쿼트하면서 눈멍 때리기 열씨미하시구요!ㅎ 쉽지 않은 자세임요!ㅎ

미미 2021-10-27 21:57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ㅋㅋㅋㅋㅋ눈과 허리의 콜라보를 잊지않아야겠어요ㅋ막시무스님도 함께 잘 지켜주세요!!🤭👍

독서괭 2021-10-28 0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 달렸기에 다시 왔는데 저 위에 제가 스트레칭 열심히 하겠다고 댓글 적어놓고 안 했더라구요.. 최근 다시 허리가 안 좋아져서 ㅜㅜㅜ 반성하고 갑니다 흑흑

미미 2021-10-28 08:31   좋아요 1 | URL
아앜ㅋㅋㅋㅋㅋㅋ괭님에게 유익한 소환이었군요!!! 화이팅입니다~♡😉 저도 덩달아 열심히ㅋㅋㅋ
 

1990년대 남한과 남한 출신의 젊은 학자들은 이전에는 불법이었던 새로운 역사, 1950~87년 동안 언급하기만 해도 곧바로 감옥에 끌려갔던 역사, 당연히 불법이었던 그 역사를 발굴하고 있었다.

 이제 1945~46년 한반도전역에 퍼져 있던 좌익 인민위원회, 1946년 가을 남한 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봉기, 제주도와 지리산의 반란, 1948년 여수ㅡ순천 반란, 남한 보안대와 우익 비정규 학살단이 자행한 수십만 명의 무고한 남녀와 아이들의학살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책, 논문, 문서, 구술사, 기타 자료가 무수히많다. 

이 사건들은 대부분 미국이 한국에서 군정을 실시할 때(1945~48)나 이러한 치안 세력을 직접 지휘할 때 발생했다 (1948년 8월 15일부터1949년 6월 30일까지, 그리고 1950년 7월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대규모 남한 군대를 지휘했다).
- P11

2010년은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한국전쟁 발발의 60주년이 되는 해이며, 동시에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은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71년....) - P18

이 전쟁은 오래전 일본제국의 역사 속에서, 특히 1931년 중국 북동부(이른바 만주)에서 일본의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배태되었다. - P19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으려는 야심을 품은 것은 아시아 최초의 근대 강국으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일본은 조선의 큰 농민반란(동학농민봉기]을 구실로 1894년 청나라에 전쟁을 도발하여 1년 뒤에 승리했다. 

일본은 다시 10년간 조선을 두고 러시아 제국과 경쟁을 벌이다가 전격적인 해전과 지상전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황인종 국가가 ‘백인‘ 국가를 격파했다고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일본은 1905년에 조선을 보호국으로 삼았고,
1910년에 모든 강국들, 특히 미국의 축복을 받으며 식민지로 삼았다(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일본 지도자들의 기술과 "사내다움‘에 찬사를 보냈고, 일본이 조선을 근대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9

한국은 세계사적 시간대에서 뒤늦게 출현한 이상한 식민지였다. 세계의 대부분에서 식민지 분할이 완료된 후였고 식민지 체제 전체의 해체를 요구하는 진보적인 목소리들이 등장한 이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대다수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일찍 독립국가의 요건을 대부분 갖추었다. 

공통의 민족성, 언어, 문화를 지녔고, 국경은 10세기 이래로 확고하게 인정되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은 1910년 이후 그것들을 대체하는데 전념했다. 조선의 양반 관료를 일본인 통치 엘리트로 교체했고(조선인관료들은 포섭되거나 면직되었다), 옛 행정부를 대신하여 강력한 중앙정부를 설치했으며, 유교 고전 교육을 일본의 근대식 교육으로 바꾸었고, 최종적으로 언어까지 일본어로 대체했다.  - P19

북한에서는 수많은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가 여전히식민통치 시기에 일본인이 자행한 잔학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선전용 현수막들은 주민에게 "항일 유격대원처럼 살라고 권고하며, 정부가일제 부역자로 여긴 자들의 후손은 수십 년 동안 극심한 차별을 받았다.

그러나 남한은 부역자를 거의 처벌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미군 점령기(1945~48)의 군정이 많은 부역자를 재고용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산주의와의 싸움에서 그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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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09 1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또 새책 시작이시네요. 이젠 한국역사 까지~!!👍👍 독서기계 재인증 😊

미미 2021-07-09 11:19   좋아요 2 | URL
아앗ㅋㅋㅋㅋ😆재인증이라니 업그레이드 된 기분도 드네요ㅋ 감사해요! 새파랑님은 북플 비타민😊

행복한책읽기 2021-07-09 11: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증말 미미님 새파랑님 두 분 다 독서기계. 만날 기 죽어요^^;;;

새파랑 2021-07-09 11:57   좋아요 1 | URL
저는 아직 미미님 수준의 다독은 아닌거 같아요ㅎㅎ
전 그냥 평범한책읽기^^

미미 2021-07-09 12:08   좋아요 1 | URL
사실 저는 그냥 독서욕심쟁이. 새파랑님이랑 스콧님이 무서운 독서기계,AIㅋㅋㅋㅋ지난달 저 15권 새파랑님 19권 읽으셨습니다!(고발투)🤦‍♀️😆

새파랑 2021-07-09 13:22   좋아요 1 | URL
전 한번에 1권씩 읽지만 미미님은 동시에 여러권 읽으시던데... 지금보니 미미님 읽고있는 책 50권~!👍

미미 2021-07-09 13:13   좋아요 1 | URL
🤦‍♀️🤦‍♀️🤦‍♀️🤦‍♀️읽다만....ㅋㅋㅋㅋㅋㅋ

NamGiKim 2021-11-14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입니다.

미미 2021-11-14 19:23   좋아요 1 | URL
꼭 읽어볼께요.🤭
 



요즘 말로 내돈내산인 나의 첫 책은 '발랄한 신입생 다렐르'라는 책이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주머니 속 꼬깃꼬깃 용돈이 어디 도망갈까 손을 넣어 꼭 쥐고서 충무로 한 구석에 있던 작은 서점에 혼자 입장을 했다. 그날을 떠올리면 책을 산다는 셀렘과 내가 고른다는 떨림과 혼자 이걸 해낼거라는 긴장과 두근두근 콩닥콩닥이 나를 붕 뜨게 만들어 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책을 사서 돌아오던 길보다는 사러 가던 길을 행복한 기억으로 남겨준것 같다.이제 생각해보니 곧 초등학교에 입학할꺼라는 기대 때문에 마침 그 책에 손이 간 것 같다. 표지에서 다렐르는 수줍고도 깜찍한 표정으로 교복과 어울리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런 다렐르 자신도 주변의 누군가도 콕 찝어 내게 말해주진 않았지만 다렐르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은 미지의 세상에 이제 막 던져진 나에게 세상살이의 힌트를 희미하게 보여주었다.


p.54 이상한 나라와 체스 왕국은 창조되자마자 만유萬有의 도서관에 입장했고, 마치 에덴동산처럼 우리가 한 번도 발 디뎌본 적 없어도 그 존재를 익히 아는 곳이 되었다. 앨리스의 세계는 비록 어느 지도에도 나오지 않지만(멜빌은 "진짜존재하는 장소들은 절대로 지도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우리의 꿈속 삶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풍경이다.

신데렐라를 읽으면서 동물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며 도둑고양이를 쫒아다녔고 피노키오를 읽으면서 거짓말을 하고 나면 뭔가 기분나쁜일이 생길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삐삐는 내게 양말은 짝짝이로 신어야 간지라는 감각을 알려주었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미인은 잠꾸러기니까 그냥 잠꾸러기도 열심히 자다보면 미녀가 될 수 있을거라는 엉뚱한 확신으로 착각의 자유를 주었다. 알베르토 망겔의 <끝내주는 괴물들>을 읽다보면 내가 잊고 지냈지만 어쩌면 내게서 떠난 적 없던 동화속, 소설속 특별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그 유쾌한 모습을 드러낸다. 


p.9 니콘은 꿈꾸는 듯한 눈길로 앨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말을 해봐, 어린이야."
앨리스는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가며미소가 비어져 나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저기요, 저는 유니콘이야말로 이야기 속에나 나오는괴물인 줄 알았단 말이에요. 살아 있는 유니콘을 보는 건 처음이에요!"
"흠, 그런데 우리가 이제 서로를 보게 됐구나.
네가 나를 믿는다면, 나도 널 믿을게. 그럼 공평하지?"
루이스 캐럴,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심지어 망겔 선생덕에 더 만나야할 친구목록이 노트를 가득 채웠다. 돈키호테와 단테,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리어왕. 드라큐라와 포스터스 박사,파우스트 박사,돈 조반니 또는 돈 후안을 비롯한 각자의 절절한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이 기록들 안에 즐비하다. 다렐르 이후로 나의 세계를 채워준 지난 책장과 지금의 책장속  존재들, 이 무리들, 괴물들, 또는 동반자들의 행렬이 더 길어져 남은 삶을 함께 해주길 기대해본다.  


p.294 동화는 우리 세상에서 암울하고 공포스러운 많은 부분들을 특유의은근한 방식으로 설명해준다. 회의주의자인 우리는 동화에 거짓,가짜 희망, 공상 같은 의미를 부여해 왔지만, 백 년간의 잠으로 저주를 풀 수 있으리라거나, 이벨을 드러낸 포악한 짐승이 기대감을 안고서 우리 할머니 침대에 누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우리가좀처럼 잊지 못하는 까닭은 불신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우리를 사로잡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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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08 19:5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1등^^ 와 이책을 읽으면 이렇게 읽어야할 책이 늘어나는군요~!! 역시 어렸을때부터 다르셨군요. 전 만화책 사봤던거 같은데🙁

미미 2021-07-08 19:59   좋아요 8 | URL
👉👈에궁 감사합니다ㅋㅋㅋㅋ 이것보다 더 많은데 올리다가 힘들어서 이만큼요! 저도 만화책 많이 사봤죠😆

페넬로페 2021-07-08 20:14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허걱! 저 책들을 보지 말아야하는데 ㅠㅠ
미미님, 어떻게 내돈내산인 처음 책이름을 기억하세요? 정말 대단하네요~~
저는 책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용돈 받으면 삼중당문고판 책을 많이 샀던것 같아요, 책 값이 쌌거든요^^
‘끝내주는 괴물들‘ 책 속에 혹시 1년치 읽을 책이 숨어 있는건 아니죠?

미미 2021-07-08 20:32   좋아요 7 | URL
첫 책을 저거 한 권 사서 기억나요ㅋㅋㅋ많이 사 읽지도 않았구요.;이 책 완전 괴물이예요! 전혀 생각않던 ‘드라큐라‘도 읽고싶어졌어요ㅋ😭

mini74 2021-07-08 20:3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상상하니 너무 귀여워요 ㅎㅎ 저는 기억 속의 첫 책이 보물섬(만화책) 이랑 괴수대백과 였어요 ㅎㅎㅎ

미미 2021-07-08 21:04   좋아요 7 | URL
미니님은 첫 책부터 고전 레전드 보물섬ㅋㅋㅋㅋ 괴수대백과에 저 지금 빵빵터짐요ㅋㅋ👍👍아니 묘한 조합이네요?😆

coolcat329 2021-07-08 20:5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어머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저 책도 망겔이 다뤘나요? 넘넘 반갑네요. 저런 탐정 나오는 추리물도 다루다니...아주아주 예전에 읽은 책인데 여기서 보니 기뻐서요~~

미미 2021-07-08 21:09   좋아요 7 | URL
이런저런 소재들 아주 많이 다뤄요ㅋㅋㅋ😉전혀 몰랐던 작품 리스트가 장바구니로 꽉꽉찼어요! 오 이 책 읽으셨다니 쿨캣님 역시👍

붕붕툐툐 2021-07-08 23:1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천재세요? 초등입학 전에 혼자 그것도 책을 사셨다고요? 우와~ 진짜 대단~~👍👍
역시 미미님은 새싹부터 남다르셨군요!!😍😍

미미 2021-07-08 23:29   좋아요 4 | URL
툐툐님ㅋㅋㅋ저는 아주 평범한 뇌의 소유자. 천재들을 좋아할 뿐🙄 망겔쌤도 망구엘이라고 잘못썼는데 귀찮아서 내일 고치려구요🤦‍♀️🙆‍♀️🙆‍♀️

희선 2021-07-09 00: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은 학교 들어가기 전에 혼자 책을 사러 가시다니, 저는 제가 언제 처음 책을 사고 처음 산 책이 뭔지도 생각나지 않아요 어릴 때도 아닐 텐데, 초등학생 때뿐 아니라 중, 고등학생 때도 책 안 봤어요 책이란 걸 잘 모르기도 했고 가까운 곳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어요

이 책을 보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앞으로 보고 싶은 책이 생기기도 해서 좋으실 듯합니다 미미 님이 책을 만나는 시간이 늘 즐거우면 좋겠네요


희선

미미 2021-07-09 00:24   좋아요 6 | URL
ㅋㅋㅋ저도 절대 많이 본 축에 속하진 않았답니다😊
백과사전이나 전집이 있는 친구들이 넘 부러웠어요. 그래서 어쩌다 한 권씩 샀는데 저건 첫 책이라 유독 기억이 남아요. 제대로 책을 읽게 된건 최근이고 얼마 안됐어요. 희선님처럼 다정다감한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덕분에 북플하면서 점점 독서가 더 신나고 즐겁네요. 감사해요 희선님!😉

scott 2021-07-09 00: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니 어떻게
입학전 유치원생일때
책을 사보았던 어린이!라뇨 ㅎㅎㅎ

전, 제손으로 처음 책을 구입했던 나이는 (초딩때 문제집 사는 걸 제외하고)
중딩때인뎅 ㅎㅎㅎㅎㅎ

미미님이 괴물 속에서 끌어올리신 책들중 15권!
정복!!!

하지만 [발랄한 신입생 다렐르]는 안읽어봤네요
ᕱ ᕱ
(๑˙ϖ˙๑ )

미미 2021-07-09 08:4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와 스콧님 이 책들 대부분 읽어보셨다는게 훨 놀랍고 대단합니다! 15권이라니👍👍ପ(⑅ˊᵕˋ⑅)ଓ 역시 북플 다이아몬드💎

행복한책읽기 2021-07-09 11:58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AI 이심^^

행복한책읽기 2021-07-09 11: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유치원생이 혼자 서점 가 책을 사는 것도 모자라 제목까지 완벽하게 기억을. 지금의 독서 기계 미미님을 탄생시킨 꼬꼬마 미미였네요. 저 설렘과 떨림. 우린 알죠. 그나저나 망구엘 저 책은 아~~~주 위험한 책이군요. ㅋ

미미 2021-07-09 14:29   좋아요 1 | URL
문제는 첫 책만 뚜렷이 기억을 한다는 거예요ㅋㅋㅋㅋ꼬꼬마 미미 어감 넘 귀욥네요ㅋㅋㅋ망겔쌤은 동심으로 막 보내버려 위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