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인 절차는 그것으로 끝이다. 그는 몸을 틀어 거실로 앞장을 서고, 입구를 바라보는 소파에 허리를 곧게 펴고앉는다. 내가 오른쪽에 있는 일인용 소파에 앉으면 그가 묻는다(하지만 열에 아홉은 수사학적 질문이다).

"자, 오늘 밤엔 키플링을 읽어볼까?"
- P10

피그말리온(서점)은 문학 애호가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주인인 릴리 레바흐 부인은 나치의 참상을 피해 탈출한 독일인이었는데, 유럽과
북미권의 최신작들을 부지런히 구해서 가져다놓았다. 

부인은 출판사의 도서목록을 비롯한 문학 자료를 열심히 탐독했고, 그렇게 해서 찾아낸 책과 단골의 취향을 연결시키는 재능이 있었다. 

내게도 장사를 하려면 자기가 파는 상품을 알아야 한다면서 입고되는 신간들을 읽으라고 종용했지만, 그런 일에 나를 설득하는 데는 많은 말이 필요 없었다.
- P11

보르헤스는 아주 어려서부터 자신이 작가가 되리라는걸 알았고, 그의 소명은 집안의 신화로 받아들여졌다. 어찌나 유명했는지 1909년에는 이웃에 살면서 보르헤스의부모와 친분을 나눴던 시인 에바리스토 카리에고(EvaristoCarriego: 1883~1912, 아르헨티나의 시인)가 레오노르 부인의 열살짜리 책벌레 아들을 시로 읊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당신의 아들, 저 꼬마아이
당신의 자긍심이자, 지금 머릿속에서
월계관을 향한 가벼운 열망을
느끼기 시작하는 저 아이는
꿈의 날개 위에
두 번째 수태고지의
산물을 싣고
빛나는 포도알을 노래의 포도주로
담아내야 한다.

- P21

조카의 말에 따르면 보르헤스는 평생 동안 잠자리에들기 전에 똑같은 의식을 반복했는데, 그 의식이란 한참씨름을 하며 기다란 흰색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에 눈을 감고 영어로 주기도문을 암송하는 것이었다.

그의 세계는 오롯이 언어로 채워졌고, 음악과 색과 형상은 좀처럼 그 세계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보르헤스는 그림에 관해서는 줄곧 장님이나 다름없었음을 여러 차례 고백했다.  - P22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를 거니는 걸 좋아한다. 처음엔 남부 지구였고 그러다 인파가 넘치는 도심으로 이어졌는데, 쾨니히스베르크의 칸트처럼 보르헤스도 거의 그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이런 표현이 참 좋다.) - P26

우주를 도서관이라고 부르고 낙원을 ‘도서관의 형태로상상한다고 실토한 사람의 서재치고는 그 규모가 실망스러웠는데, 어떤 시에서도 말했듯이 언어란 단지 지혜를3모사(模寫) 할 수 있을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책이 넘치는 공간, 책으로 터져나갈 것 같은 책장, 원고더미가 길을 막고 빈 틈새마다 빼곡한 잉크와 종이의 정글을 기대했다. 그런데 정작 와서 보면 몇 귀퉁이에만 얌전하게 책이 꽂혀 있었다.

50년대 중반이었으니 아직 젊었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 1936~, 페루의 소설가, 정치인)가 보르헤스를 찾아갔다가 집이 소박하다면서, 거장께서 왜 좀더 품위 있고화려한 곳에 살지 않느냐고 물었다. 보르헤스는 그 말에심기가 몹시 상했다.

"리마에서는 그러는지 모르겠군."
- P27

그는 생각이 짧은 페루 작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여기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들은 허세부리는걸 좋아하지 않는다네."
그러나 몇 안 되는 그 책장에는 백과사전과 각종 사전부터 시작해서 보르헤스가 읽은 책의 정수가 담겨 있었고,
그것은 보르헤스의 자긍심이었다.


(이것 때문에 망구엘 선생도 ‘정수‘ 만 모으기로 결심한 것일까.)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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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4 0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책선생님의 전기를 다룬 책 같은거 같아요. 마치 미미님과 같은? 😊 본격적으로 책을 읽는 미미님은 무섭군요 ㄷㄷ

미미 2021-07-14 00:30   좋아요 2 | URL
얼마전 제가 읽은 망구엘 쌤의 책인데요. 다름아닌 작가들의 작가.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던 어린시절 기억을 담았대요. 감동의 연속이예요!!🤭

scott 2021-07-14 0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그림 망겔? 망구엘 작가가 그린건가요?

분명 이 책을 읽었는데
미미님의 밑줄을 읽으니 새로움이 ◟(ꉺᴗꉺ๑◝)

미미 2021-07-14 00:32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망구엘 작가 그림일것 같아요! 도서관 책인데 겉장이 없어서 정보가 없지만 워낙 그림도 잘 그리시니 스콧님 말씀이 맞을듯해요ㅋㅋㅋ읽으셨다니 또 충격,존경입니다~♡😆

새파랑 2021-07-14 00:44   좋아요 2 | URL
항상 충격적인 스콧님과 스콧님의 땡쓰투를 받는 미미님 두분은 대단한거 같아요~!!

미미 2021-07-14 00:49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도 참ㅋㅋㅋㅋ😁

미미 2021-07-14 12:25   좋아요 2 | URL
스콧님! 책 뒤쪽에 보니 그림은 문다미란 분이 그린거였어요ㅋㅋ😁

그레이스 2021-07-14 07: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책이?
했는데 절판되었네요

미미 2021-07-14 09:5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네~최근 읽고 싶은 책들 중 절판된 책들이 많네요. 읽어보면 절판이 이해가 안되는데 말이죠.😔

그레이스 2021-07-14 09:58   좋아요 3 | URL
출판사때문인것 같아요
책도 출판사를 잘 만나야된다는...

미미 2021-07-14 10:03   좋아요 2 | URL
아!! 번역은 깔끔한데 아쉬워요. 다른 출판사에서라도 재출간 되길!

2021-07-14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4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체‘ 의 문제는 정치학, 특히 페미니즘 정치학에서 중대한 문제다. 왜냐하면 사법적 주체라는 것은 정치학의 사법적 체계가 굳어지면 필경 보이지 않는 어떤 배타적 관행을 통해 생산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체의 정치적 구조화는 특정한 합법화의 목표, 배타적 목표를 갖고 진행되는 것이며, 이 정치적 조작(操作)은사법 권력을 자신의 기반으로 삼는 정치적 해석이 있기에 효과적으로 은폐되어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사법적 권력은 자신이그저 재현할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필연적으로 생산한다. 따라서 정치학은 권력의 이중적 기능, 즉 사법적 기능과 생산적 기능에유념해야 한다. 사실상, 법은 ‘법 앞의 주체‘라는 관념을 만들어 내고는 은폐해버린다. 그 담론의 형성을 당연한 근본 전제라고 생각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그것은 법 자체의 규제적 헤게모니를 합법화하게 된다.

🌟 🌟 🌟 - P88

여성들은 복수형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표현하고 재현하려는 사람들의합의를 모은 견고한 기표(signifier)라기보다는 문제의 소지가 많은 용어, 논쟁의 장, 불안의 원인이 되었다.  - P89

만일 어떤 사람이 ‘여성이다‘ 라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며, 따라서 그용어는 완전한 의미가 될 수 없다. 그것은 이미 젠더화된 사람이 젠더의 특정한 고유장치를 초월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젠더는 다른 역사적 맥락 속에서 늘 가변적이고 모순직으로 성립되었기 때문이며, 담론적으로 성립된 정체성의 인종적, 계급적, 민족적, 성적, 지역적 양상들과 부단히 마주치기 때문이다. 

따라서‘젠더‘ 를 정치적, 문화적 접점에서 분리해내기란 불가능하다. 젠더는 늘 바로 그 접점에서 생산되고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 🌟
- P89

재현해야한다는 페미니즘 스스로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가부장제에 대한어떤 보편적 위상을 세워야 한다는 급박한 요구는 종종 지배구조의 범주적이거나 허구적인 보편성을 손쉬운 지름길로 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피지배 경험이라는 여성의 공통성을 만들었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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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4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4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 달은 정말정말 여기까지만 구입하려고 합니다.;;

원래는 며칠전 주문이 마지막이어야 했는데,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이 사건?의 발단은 여성주의 마니아 1위이신 다락방님을 따라 읽고 있는 7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책 <젠더 트러블>때문이었습니다. 옮긴이 해제에서부터 이 책의 난해함이 스멀스멀 공포심을 자아냈는데, 저자인 주디스 버틀러는 어쩐지,역시나 그 어렵다는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수사학도 배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저런 난해한 책들에 자꾸만 언급되는 이 수사학이 뭔지 알아보다가 이번기회에 읽어보자하는 마음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주문한 것이죠. 그러다 주문하는 김에 소크라테스의 변명도 보이길래 넣고 알라디너들도 아시다시피 알라딘에는 아주 무서운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까? <이 상품을 구입한 분들이 구매한 상품>이라는 첫번째 유혹과 쉴틈을 안주고 노골적이고 뻔뻔하게도 바로 아래 이어지는 <지금 같은 책을 클릭한 분들이 다음책도 클릭하고 있습니다.>에 나오는 연관된 책들입니다. 

제가 전부터 이 두가지 무서운 장치들에 대해 한 마디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쩝.

아무튼 그러다 보니 이렇게 늘어났네요. (제 탓이 아님) 저 혼자만 당?할 수 없어 이렇게 올려봅니다.(먼산) 이번달은 정말 출혈이 말이 아닙니다. 하....

아무쪼록 이걸 보신 분들은 유혹을 잘 참아내시길...(엣헴)ㅋㅋㅋㅋㅋㅋㅋ



  


   

  

  


  


 


이제 그만 진정하자는 의미에서 잔잔한 노래한곡을 띄웁니다.(ㅠ0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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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an 2021-07-13 17:49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이런 말 하면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수사학 하면 키케로의 수사학도 아리스토텔레스처럼 기본이 되는 책입니더 ㅋㅋㅋㅋ 하나 더 구매하셔야겠네요 (도망)

미미 2021-07-13 18:11   좋아요 4 | URL
😭아니 이럴...게다가 키케로라니 한 권만 더요!!;;;;

얄라알라 2021-07-13 17:5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 상품을 구입한 분들이 구매한 상품>저만 무섭다고 느낀게 아니었군요^^

미미 2021-07-13 18:12   좋아요 4 | URL
보지 않아야하는데 쭉 내려서 보고야마는..그래서 꼬리에꼬리를 무는 주문이죠ㅋㅋㅋ에효.

새파랑 2021-07-13 17: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의 책 구매 관련 말은 절대 안 믿는걸로... 이번달에 다시 책 구입한다에 저의ㅈ알라딘 적립금을 겁니다~!! 저의 장바구니에 있는 책이 일부 보이지만 대부분 모르는 책들이네요 ㅜㅜ 책탑 인증샷 기대됩니다~!!
이 노래는 첨들어봤는데 좋네요 😊

미미 2021-07-13 18:14   좋아요 4 | URL
그러지마시고 한번만 더 믿어주세요ㅋㅋㅋㅋ😳
저도 전혀 모르던 책들이예요!ㅋ

잠자냥 2021-07-13 18:19   좋아요 4 | URL
오호 내기의 현장! 과연 새파랑의 적립금은 어디로 갈 것인가!

미미 2021-07-13 18:24   좋아요 5 | URL
적립금 주고받기가 됐더라면 동기부여가 되었을텐데요. 아쉽네요ㅋㅋㅋㅋ

새파랑 2021-07-13 18:26   좋아요 4 | URL
저는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 아직 7월은 절반도 안지났다는 😄

scott 2021-07-13 21:19   좋아요 4 | URL
이번만은 믿기로,
안그러면
미미님 책장에 꼽을 책들이
바닥으로 ˃̵ ᴗ ˂̵✦

미미 2021-07-13 21:21   좋아요 4 | URL
스콧님 너무 예리하심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7-13 18: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와~ 뭔가 문학의 핵심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비록 그 길이 출혈이 심하더라도요~ㅋ
미미님, 넘 멋짐~🙆

미미 2021-07-13 18:16   좋아요 5 | URL
이러고 또 도서관갑니다ㅋㅋㅋㅋ
툐툐님~🙆‍♀️🙆‍♀️🙆‍♀️

mini74 2021-07-13 18: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왜 막 쫓기듯이 땡투를 하고 있는걸까요 저는 방금 전까지 수사학엔 관심도 없었는데 ㅎㅎㅎㅎ

미미 2021-07-13 18:22   좋아요 5 | URL
아앗ㅋㅋㅋㅋㅋ미니님 쵝오!ㅋㅋㅋ수사학도 함께 질척거려봐요! 함께라 덜 창피하네요~♡♡

scott 2021-07-13 21:16   좋아요 5 | URL
저도 이 페이퍼 보자 마자 장바구니 속에 마구 마구 ((๑✧ꈊ✧๑))땡튜!

미미 2021-07-13 21:19   좋아요 4 | URL
아아 대어를 낚은 기분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13 18: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잔잔한 노래로 진정이 아니되옵니다! 티보가의 사람들 사셨군요! ㅎㅎㅎ

미미 2021-07-13 18:21   좋아요 5 | URL
어쩌면 이게 모두 잠자냥님 탓입니다ㅋㅋㅋㅋㅋ저번 (회색노트 담긴)잠자냥님 페이퍼를 시작으로 이지경이 된것같아요😆

bookholic 2021-07-13 18:2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 아직 반이나 더 남았는데, 어찌 참으시려구요~~~

미미 2021-07-13 18:30   좋아요 6 | URL
아 북홀릭님ㅋㅋㅋㅋ제가 또 책구입시 꼭 구매리뷰 올릴께요! 비난해주세요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7-13 18: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번책은 읽기에 무척 어려운 책들이네요~~미미님.더위 안타시나봐요, 저는 보기만해도 덥네요, 휴우^^

미미 2021-07-13 18:35   좋아요 5 | URL
저 겨울 태생이라 여름에 더위엄청 타는데 이번에는 책 때문에 잘 넘기고 있어요. 어려운책 으로 인한 멘붕이 더위를 잊게 해주나봐요(억지부리는 중)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7-13 20: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절대 안 믿습니다 7월 반도 안 지났는걸요 ㅋㅋㅋㅋㅋ 근데 책목록이 무시무시하네요 ㅋㅋ

미미 2021-07-13 20:41   좋아요 4 | URL
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저까지 흔들립니다!ㅋㅋㅋㅋ구매시점만 해도 이 책들만 집에 도착하면 더 바랄게 없단 생각인데 말이죠ㅋㅋ😭

scott 2021-07-13 21:15   좋아요 4 | URL
알라딘이 분명 의지를 흔들 겁니다
앱랩터 오백냥
기대평 별점 천냥

매달 **투표 천냥 (˘・ᴗ・˘)


미미 2021-07-13 21:18   좋아요 4 | URL
알라딘 안들어가면 되는데 말이죠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7-13 20: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흑...어려운 책들이 많아요...미미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미시시피, 티보 저도 사고 싶네요...ㅠㅠ

미미 2021-07-13 20:52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후히힛~ 💕 티보네 정지영 번역자님꺼 사고 싶었는데 중고가격이 들쭉날쭉해서(ㅠㅇㅠ) 재출간을 기대하며!!ㅋㅋㅋ

scott 2021-07-13 21:14   좋아요 4 | URL
저도 미미님 열정
독서를 하면서 의문을 갖고 관련 도서와 분야를 꼬리를 물고 파고 드시는 열정!!👏

티보네는 정지영 교수님이 불한 사전 만드시면서 오로지 이책만 번역 하셔서
쵝오의 번역(무려 이십여년동안) (⁎˃ᴗ˂⁎)

미미 2021-07-13 21:16   좋아요 4 | URL
아아 어쩐지 <회색노트>번역이 넘넘 좋았더랬습니다. 재출간 기대해봅니다.!!!👍

레삭매냐 2021-07-13 21: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 고진말 믿어도 될까요 ㅋㅋ

저도 요즘 페터 슈나이더라는
작가를 알게 사들이는 중입니다.

미미 2021-07-13 21:13   좋아요 3 | URL
아니 레삭매냐님 저 힘든데 그렇게 콕 찝어 말씀하시면 저는 또 페터 슈나이더 검색해야하고요ㅋㅋㅋㅋ아 살려주세요!😭

scott 2021-07-13 21: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방금전 미미님에게 땡튜 날리고 옴요 ( •͈ᴗ-)ᓂ💖


미미 2021-07-13 21:14   좋아요 5 | URL
아핫 요기 스콧님 아직 안보신 책 있었군요!!!저의 기쁨입니다. 😎 💖

서니데이 2021-07-13 21:3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많이 사셨군요. 근데 7월과 8월은 여름방학과 휴가기간이 가까워서 그런지 신간이 많이 나오는... 입니다. 매주 새로운 디자인으로 나올 신상들을 조심하세요.
오늘도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밤되세요.^^

미미 2021-07-13 21:44   좋아요 6 | URL
아아 무서운 정보군요! 긴장해야겠어요.😭
역시 알라딘에는 안들어가야하는데 북플도 유혹이 만만치 않아 걱정입니다.ㅋㅋㅋ
 


<물리학자들>


커버를 장식한 뒤렌마트의 이 개구장이 같은 표정을 진작 눈치챘어야 했다! 이웃 툐툐님의 리뷰로 읽게 된 《뒤렌마트 희곡선》에서는 그의 희곡 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물리학자라는 제목에 끌려 뒷부분부터 읽었는데, 맙소사. 작가가 웃기기로 작정했다는 걸 단박에 알았다. 줄거리는 이렇다.어찌어찌하다보니 엘리트 출신의 부유한 정신병자들이 한 요양원에 모여있다. 이것부터가 너무 솔깃하지 않은가?! 


찬트 박사: 저는 환자를 분류하거든요. 작가는 작가들끼리,기업가는 기업가들끼리,여성 백만장자는 또 그사람들끼리,물리학자는 물리학자들끼리 말입니다.


이런 재미있는 정신병자들의 요양원에서 느닷없이 살인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다. 게다가 이곳에서 사건이 처음도 아니었다. 벌써 두 번째로 간호사가 살해당한 것이다. 


수사반장: 살인범은?

수 간호사: 저, 반장님.....그 가여운 사람은 환자랍니다.

수사반장:아 좋아요. 범법자는?

수 간호사: 에른스트 하인리히 에르네스티. 우린 아인슈타인이라 부르죠.

수사반장: 왜요?

수 간호사: 자기가 아인슈타인인 줄 알거든요.


첫 살인에 이어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발생한 사건으로 수사반장은 강한 의혹을 제기한다.


수사반장:8월 12일에 자기가 위대한 물리학자 뉴턴인 줄 아는 헤르베르트 게오르크 보이틀러라는 사람이 도로테아모저 간호사를 목 졸라 죽였어요. (수첩을 다시 넣는다.)역시 이 살롱에서요. 남자 간호사였다면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살인 후 범인이 정신이상 탓을 하는 경우를 뉴스로 어렵지 않게 접한다. 그러나 대게의 경우 피해자는 미성년자이거나 연약한 여성이어서 대중은 분노하며 묻는다. '정신이상인데 어떻게 일부러 그런 것처럼 자기보다 약자만 골라 괴롭힌 거냐고 정신이상이면 상대를 가리지 않아야 하니 건장한 남자도 피해자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 작품에서 수사반장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여기 간호사가 대답한다.


수간호사: 그럴까요? 도로테아 모저 간호사는 여성 레슬링 클럽 회원이었고 이레네 슈트라웁 간호사는 국가 유도 연맹의 주 챔피언이었어요.

수사 반장: 그럼 댁은요?

수간호사: 저는 역도를 합니다.

이쯤에서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다른 작품들을 검색해 장바구니에 퐁당퐁당 담았다. 히틀러 정권이 몰락한 다음 해 부터 활동을 시작한 스위스 출신의 극작가 뒤렌마트는 당시 여건상 냉전시기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반제국주의적 사회 비평가'라는 평가가 알려주듯 그는 사회 문제에 거침없는 비판을 퍼붓는 등 아웃사이더로 살았다. 소련에 대해서는 "소련 공산주의자가 낙원으로 가기는 은행가가 천국으로 가는 것만큼 힘들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작품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냉전 체제의 모순과 풍자, 철학적인 메시지도 놓치지 않는다. 짧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다. 


<노부인의 방문> 


아내의 유혹을 보면 얼굴의 점이 그녀의 분노와 전남편에게 복수하려는 결의의 상징이란 것을 알게된다. 뒤렌마트의 노부인은 좀 더 화려한 장식을 안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비극적인 과거를 나타내는 의족과 의수를 한 몸, 수많은 남편들과의 결혼경력에 새로운 남편까지 동반. 그리고 폐허가 되고 찢어지게 가난해진 고향 마을을 재건할 만한 부유함과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채로 말이다. 젊은 시절 버림받고 외면받아 떠났던 그녀가 돌아와 마을 사람들에게 정의를 요구하는 동시에 딜레마를 선물한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샌델교수도 곤란해질 정도의 문제인데 상대적으로 희극적이어서 오히려 더 여운이 남았다. 뒤렌마트의 다른 작품들이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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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13 16: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댓글 찜 ♡♡♡♡♡

미미 2021-07-13 12:51   좋아요 3 | URL
스콧님도 참🙆‍♀️🙆‍♀️🙆‍♀️

scott 2021-07-13 16:20   좋아요 3 | URL
미미님 드디어 뒤렌마트 세계로 진입 하셨네요
이분이 창조한 인물들
굉장히 입체적으로 다가오죠!

짧은 분량이 아쉽다는 말씀에 동감!!

폭염주의보 ! 미미님 건강 잘 챙기귀 ( •͈ᴗ-)ᓂ💖

미미 2021-07-13 16:26   좋아요 3 | URL
아.. 어쩌다 <물리학자들> 길에서 읽었는데 창피한 줄 모르고 막 웃었어요ㅋㅋㅋㅋ스콧님도 시원한거 드시고 즐겁게 보내세요!🍹(◍´ಲ`◍)💖

bookholic 2021-07-13 13:4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갈릴레이의 생애>를 읽으려고 사두었는데 지은이가 유명한 사람인가 보네요... 함 읽어봐야겠어요~~^^ 더위 조심하시고요~~

미미 2021-07-13 13:56   좋아요 7 | URL
그 책 뒤렌마트 포함 세 작가의 작품이 실렸나봐요. 저도 궁금해요!!ㅋㅋ 좋은하루 되세요!🤭

다락방 2021-07-13 13: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이거 읽어볼래요. 저는 [판사와 형리] 읽었어요. 미시시피의 결혼은 샀던가 안샀던가.. 모르겠습니다. 뒤렌마크 희곡선 장바구니로 푱-

미미 2021-07-13 14:00   좋아요 6 | URL
<판사와 형리>너무 궁금해요!! 여기 ‘노부인의 방문‘은 여성의 복수가 얼만큼 어려운지 반증하는것도 같아요. 강추드림요!😊

새파랑 2021-07-13 14: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앗 4등. 미미님의 리뷰 시간 맞추는건 하늘의 별보기임 😑
이렇게 또 장바구니는 터지는건가요? ㅎㅎ 민음사 표지가 항상 모든걸 말해주는군요~!! 전 이책 다다음주에 읽어야 겠어요. 이런 살인사건 희곡 너무 재미있을거 같아요~!!

미미 2021-07-13 15:11   좋아요 6 | URL
새파랑님은 꼭 순서대로 읽어보세요!!ㅋㅋ<물리학자들> 완전 재밌어요ㅋ아니 왜 다다음주로? 그렇게나 쌓여있으신거죠?😆

새파랑 2021-07-13 15:20   좋아요 6 | URL
완전 재미있으시다니 고민이네요 🤔 스콧님이 예지해주신 희곡 (벚꽃동산)이 있어서 ㅎㅎ
그럼 원칙?을 무시하고 이번주랑 다음주는 주 2회 희곡 읽기로 😊

초란공 2021-07-13 15: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수간호사는 레슬링과 역도를 하고 ‘아인슈타인‘과 ‘뉴턴‘은 취미로 뜨개질을 했어도 재미있었겠다 싶은데요. 전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서로 만나서 통성명 하는 대목이 웃겼어요. ^^

미미 2021-07-13 15:45   좋아요 5 | URL
읽으셨군요!ㅋㅋㅋㅋ저는 아인슈타인이 원래 바이올린에 재능이 없었다는 부분에서 죽는 줄 알았어요ㅋ지금 생각만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7-13 15:5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리뷰에 자극 받아 담아요 담아. 웃기다니. 웃긴 거 넘 좋음요^^

미미 2021-07-13 15:56   좋아요 4 | URL
<노부인의 방문>도 재밌는데요<물리학자들>은 아....너무 웃김요!! 이것도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구매했습니다ㅋㅋㅋㅋ

mini74 2021-07-13 16: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봐도 넘 재미있을 것 같아요. ㅎㅎ 물리학자들이라니 !! 고민은 배송만 늦출뿐 ! ㅎㅎ

미미 2021-07-13 16:10   좋아요 4 | URL
그렇죠!ㅋㅋㅋㅋ발췌문이 재미있으셨다면 빨리 읽으셔야해요. 저 지금 답글 달면서도 웃고 있답니다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7-13 18: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비극적인 익살극이라는 제목에서 이 희곡이 재밌기도, 깊이 있기도 할 것 같아요~~요즘 잘 웃지 않아 근육이 굳어가는데 꼭 읽어야할것 같아요**

미미 2021-07-13 18:18   좋아요 3 | URL
그러시담 이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ㅋㅋㅋㅋ😆물리학자들은 특히 버티기 힘드실꺼예요!!훗

scott 2021-08-06 15: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 !추카~*

미미 2021-08-06 15:49   좋아요 2 | URL
으앗! 감사해요 스콧님~ 💕

mini74 2021-08-06 15: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당연한 결과 ㅎㅎㅎ 추카추카 ~~

미미 2021-08-06 15:49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미니님~💕

새파랑 2021-08-06 15: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미미님~!! 완전 🎂 🎁 🎉 축하드려요 😆

미미 2021-08-06 16:02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새파랑님~💕 주신거 다 쓱싹ㅎㅎㅎ

초딩 2021-08-06 17: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축하드려요~ !!!

미미 2021-08-06 18:25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초딩님 ~ㅎㅎ💕

초란공 2021-08-06 17: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뒤렌마트~ 뒤끝도 있네요 ㅋㅋ 당선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08-06 18:26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초란공님~💕

페넬로페 2021-08-06 18: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읽고, 쓰는 열정에 항상 감탄하고, 배우고 싶습니다**

미미 2021-08-06 18:27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 감사해요~ 2관왕 다시한번 축하드려용~💕

thkang1001 2021-08-06 18: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08-06 18:27   좋아요 2 | URL
thkang님! 감사해요~ㅎㅎ💕

서니데이 2021-08-06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08-06 19:08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bookholic 2021-08-07 06: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이번 주말도 즐거운 책읽기와 함께~~^^

미미 2021-08-07 10:31   좋아요 2 | URL
북홀릭님 감사해요~💕 주말도 책은 필수!ㅎㅎㅎ
 

두번째 희곡인 <물리학자들>부터!








간단히 말해 서양의 반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모든 엘리트가 그녀의 환자였는데, 그 이유는 미혼의 박사인 원장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 P182

수사 반장 살인범은?
수간호사 저, 반장님..… 그 가여운 사람은 환자랍니다.
수사 반장 아, 좋아요. 범법자는? ?
수간호사 에른스트 하인리히 에르네스티, 우린 아인슈타인이라 부르죠.
수사 반장 왜요?
수간호사 자기가 아인슈타인인 줄 알거든요.
수사 반장 아, 그래요.  - P186

뫼비우스:

우주 비행사를 노래한 솔로몬의 시 한 편입니다.
우리는 우주로 토꼈어.
달의 황야로,
황야의 먼지 속에 가라앉았지.
그곳엔 이미 소리 없이 뒤진 사람들,
하지만 대부분은 푹 삶겼지. 수성의 납이 뿜는 증기 속에서. - P217

모니카 간호사: 뫼비우스 씨, 저는 선생님을 미쳤다고 보지 않아요.
뫼비우스 :(웃으며 다시 앉는다.) 나도 그렇소. 하지만 달라질 건아무것도 없소. 불행하게도 내겐 솔로몬 왕이 나타나니까. 학문의 세계에서 기적보다 더 불쾌한 일은없다오.
- P222

시민 2: 이제 남편도 저 위에 나와 앉았네.
여자1: (초콜릿을 먹으며) 여덟 번째 남편이래.
여자2:(초콜릿을 먹으며) 잘생겼어, 영화배우라니. 내 딸이강호퍼 영화에 밀렵꾼으로 나온 걸 봤대요.
여자1:난 그레이엄 그린의 영화에서 사제로 나오는 걸 봤어.



(그레이엄 그린!)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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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2 1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책도 거꾸로 읽기 인가요? 😄😄
스탈린하고 이책중 고민하다가 스탈린 선택했는데ㅜㅜ

미미 2021-07-12 17:58   좋아요 2 | URL
툐툐님이 앞쪽 얘기 재밌다고 리뷰올렸던거 생각나서 (아끼느라)뒤쪽부터 읽었어요ㅋㅋㅋㅋ근데 뒤쪽 제 스타일이네요ㅋㅋ🤭👍

새파랑 2021-07-12 18:03   좋아요 1 | URL
역시 엽기 여왕 맞습니다~👍
저 스탈린 금방 읽고 따라가겠습니다~!!

미미 2021-07-12 18:1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