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장동민 데뷔 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꽁트마다 그가 여러 직업으로 등장해 이런저런 직업적 만담을 상대와 주고 받는 개그를 했었다. 한번은 장동민이 택시 기사로 분했는데 그가 말하길 "나는 남이 내 차에 타는게 그렇게 싫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건 뭐 상담사가 사람 만나는걸 싫어하고 은행가가 계산에 진저리내고 운동선수가 땀흘리는걸 꺼리는 격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개그였다.


안토니오 타부키는 이탈리아 출신인데 포르투칼을 사랑했다. 그리고 포르투칼의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에게 심취했다.타부키의 '레퀴엠'은 페소아를 향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한 부두에서 리스본의 죽은 시인 '페소아'를 만나기까지 23명의 인물들을 먼저 만나는 여정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부조리한 환각이고 꿈이며 과거이자 미래다. 또한 페르소나이고 의식,무의식이다. 마치 장동민처럼 친절하지만 길을 모르는 택시기사가 나오고, 집시와 젊은 시절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구걸하는 마약중독자에게 돈을 뜯기고,죽은 친구와 바텐더, 묘지관리인 등을 만난다. 그들과 이야기하며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마치 단테의 여정처럼. 그리고 페소아와 마주한다.


p.112 나와 함께한 것이 편하지 않았나요?, 그가 물었다. 아니요, 내가 대답했다. 대단히 중요했어요, 하지만 불안하게 했지요, 말하자면 언제나 날 가만두지 않았다는얘깁니다. 그랬겠지요, 그가 말했다, 나와 관계된 건 다 그렇더군요. 하지만 말예요, 문학이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불안하게 하는 것 말입니다, 의식을평온하게 하는 문학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동의합니다.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점도 있어요. 저도 나름대로는 이미 꽤나 불안정합니다, 당신의 불안정이 내 불안정에 더해서 고뇌로 이어진 것입니다. 평화로운 행진보다는 고뇌가 좋습니다, 그가 확신을 표명했다,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하라면 단연 고뇌지요. (페소아와 나의 대화)


  페소아가 그랬던 것처럼 타부키는 여러 정체성을 그려낸다. 그들과 마주하고 대화하며 따옴표를 쓰지 않는다. 누가 너 이고 누가 나 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과거의 기억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분명하지 않고 흐릿하다. 결국 내가 만난 사람들과 나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경계가 모호해진다. 우리는 의식속에 살아가지만 우리 내부를 이루는 것은 경험과 무의식의 파편들이다. 


p.21 당신은 영혼을 믿습니까? 영혼은 적어도 이 순간, 우리가 앉아서 말하고 있는 이 공원에서, 내가 믿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납니다,내가 말했다. 말하자면 이 모든 걸 내게 불러일으킨 건 내 영혼이었습니다, 그게 정확히 내 영혼인지 확실하진 않아요, 어쩌면 내 무의식인지도 모르죠. 날 여기로 데려온 게 나의 무의식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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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10 21: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

미미 2021-08-10 21:07   좋아요 4 | URL
아이참ㅎㅎ🌸( ⁎ ᵕᴗᵕ ⁎ )🌸

scott 2021-08-11 00:07   좋아요 2 | URL
[영혼을 믿지 않지만!]
미미님의 타부키 리뷰에서 언급 하신 무의식의 세계는
믿습니다!!
(・ิω・ิ )
( ・ิω・)ノิ

새파랑 2021-08-10 2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등✌

미미 2021-08-10 21:07   좋아요 4 | URL
2등까지🌸(⑅´•⌔•`)🌸이모티콘 답례ㅎㅎ

새파랑 2021-08-10 21:09   좋아요 5 | URL
2등✌ 와 112쪽 문장 완전 좋네요. 문학은 나를 불안하게 내 불안정에 더해서 고뇌뢰 이어지게 한다니~!

뭔가 철학적인 여정인거 같아요. 저도 평화보다는 고뇌에 한표 😆

미미 2021-08-10 21:12   좋아요 4 | URL
그쵸?! 저는 아직 전체를 이해하는 건 기대안하고 이런 문장 수집하는데 만족해요! 꽤 있어요. 나중에 함 빌려서 읽어보세요. 아주 얇아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8-10 21: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 가르치는 게 그렇게 싫더라구요 누가 누굴 가르쳐 하고… 저도 저 개그 좋네요 ㅎㅎㅎㅎ

미미 2021-08-10 21:17   좋아요 5 | URL
선생님이시면 큰일인데요ㅋㅋㅋㅋㅋ사진 찍는거 싫어하는 배우도 있어요ㅋ

scott 2021-08-11 00:14   좋아요 4 | URL
이 개그 저도 좋습니다 .•♥

초란공 2021-08-10 21: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직업군인이 되어 월급도 받고 집걱정 없이 관사에서 살고 싶다는 어떤 아이가 말하더군요. ˝하지만 군대가기 싫어요!˝ ㅋ 페소아적 딜레마라 해야할까요 ㅋㅋ

미미 2021-08-10 22:02   좋아요 5 | URL
페소아적 딜레마 딱인데요?!ㅋㅋㅋㅋ예전에 ‘달인‘도 그런 식으로 매회초마다 명명했던걸로 기억해요ㅋㅋ

페넬로페 2021-08-10 21: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누군가가 제가 책을 읽는걸 한심하게 보는게 그렇게 싫더라고요 ㅎㅎ
이 책 넘 흥미로운데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 전에 여러 여정을 거치는 것!
누군가 그렇게 절 만나러 오면 좋겠어요^^

미미 2021-08-10 22:06   좋아요 5 | URL
ㅋㅋㅋ생각할수록 갖가지 사례가 떠올라요! 페소아의 ‘불안의 책‘ 읽다 말았는데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작품을 통해 다시 살려내고 애도하는 게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붕붕툐툐 2021-08-10 21: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오늘 미미님 개그 뭔지 확실히 알아버리고~(미미님을 웃기기 위한 공략을 세워본다~😍)

미미 2021-08-10 22:08   좋아요 4 | URL
툐툐님은 저를 웃기기 쉬울거예요! 이미 툐툐님한테 마음이 열려 있으니까요~😆😍

붕붕툐툐 2021-08-10 23:03   좋아요 3 | URL
아니, 미미님 말본새 왤케 예쁘신겁니까? 닮고 싶다앙~ 헤헤헷~😘

scott 2021-08-11 00:15   좋아요 3 | URL
두분은 제가 웃겨 드릴께요 ㅎㅎ
♪ ∧,_∧
   (´・ω・`) ))
 (( ( つ ヽ、 ♪
   〉 とノ )))
  (__ノ^(_)

mini74 2021-08-10 22: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문학은 불안하게 해야하는 것. 평화로움보단 고뇌.페소아를 참 잘 나타내는 말 같아요 ㅎㅎ 저희 동네에선 요즘 아이들과 이런 유머가 유행입니다. 옛날엔 개 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있네였는데 요즘 우리동네에선 ~ 시조새 파킹하는 소리하고 있네. 빌게이츠 해피포인트 적립하는 소리하고 앉아 있네. 뭐 ㅎㅎㅎㅎㅎ

문장들이 다 좋아요. 페소아책 읽으며 좋은 구절 긋다보니 한 권 거의 다 였던 생각이 납니다. 나보다 색연필이 먼저 알아본 좋은 문장들. 여전히 어려워요 ㅎㅎ

미미 2021-08-10 22:11   좋아요 5 | URL
페소아 읽으셨군요! 저도 여기저기 밑줄 긋고 좋아했는데 읽다만...🙄그래도 문동꺼랑 배수아님 번역 둘다 가지고 있어요~♡

미니님 동네 사람들에겐 개그DNA가 만땅인것 같은데요? 제 스타일! 거기로 이사가고파요ㅋㅋㅋㅋ

scott 2021-08-11 00:18   좋아요 5 | URL
오! 빌 게이츠 카드 긁는 소리까지는 들어 봤는뎅 ㅋㅋㅋ

페소아 번역은 배수아님은 독일어로 중역

김한민님은 직접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2년동안 거주 하면서
페소아만 평생 연구하는 번역자 제니스와 함께 살면서 번역하셨습니다 ^^

미미 2021-08-11 00:25   좋아요 4 | URL
스콧님 말씀에 놀라서 찾아보니 다행히 김한민 번역가님의 페소아 시 번역집이 저에게 있네요~♡(역시 읽다가 멈췄는데 좋은 시가 많았어요👍)

mini74 2021-08-11 10:30   좋아요 3 | URL
아르떼에서 김한민작가님이 페소아에 대해 쓴 책도 좋아요. 김한민작가님 환경운동가이기도 하고 조카를 위해 형하고 환경그림책 만들어서 히트도 치시고. ㅎㅎ

미미 2021-08-11 11:50   좋아요 3 | URL
헉~♡♡ 마침 페소아의 책을 몇권 사려고 했는데
알려주셔서 아르떼 것도 넣었어요!! 김한민 작가님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어요~😉

바람돌이 2021-08-11 01: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소아가 여러 이명을 가졌던걸 소설로 만든듯하네요.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에 대해 저렇게 책을 쓸 수 있다는거 성공한 덕후 맞네요. ^^

미미 2021-08-11 07:00   좋아요 3 | URL
네! 소설에서라도 직접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나봐요~♡ 😊

페크pek0501 2021-08-11 1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동민으로 시작해서 페소아로 끝나는 글.
저 9등입니다. 댓글 쓰는 차례로요. ^^**

미미 2021-08-11 13:27   좋아요 1 | URL
맥락이 좀 떨어지는건 더위탓이라고 우기고 싶습니다ㅋㅋㅋㅋ😳

서니데이 2021-08-11 2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은 말을 들어도,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것으로
우리가 서로 다른 내면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미미님, 오늘도 더운 밤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

미미 2021-08-11 23:13   좋아요 2 | URL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함께 할때 더 재밌고 다양한 일들을 기대해 볼 수 있겠죠?! 서니데이님도 시원한밤 되세용🤗
 

당신은 영혼을 믿습니까? 
영혼은 적어도 이 순간, 우리가 앉아서 말하고 있는 이 공원에서, 내가 믿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납니다,
내가 말했다. 말하자면 이 모든 걸 내게 불러일으킨 건 내 영혼이었습니다, 그게 정확히 내 영혼인지 확실하진 않아요, 어쩌면 내 무의식인지도 모르죠. 날 여기로 데려온 게 나의 무의식이었으니까요. 잠깐만요, 로토 가게 절름발이가 말했다.
무의식이라고요?, 무얼 말씀하시려는 겁니까?, 

무의식은 금세기 초 빈 부르주아의 산물입니다, 우리는 여기 포르투갈에있고 당신은 이탈리아 사람이며, 우리는 남쪽, 그리스-로마문명의 산물입니다, 우린 중부 유럽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아무렴요, 우리에게는 영혼이 있어요. 맞습니다, 내가 말했다,
나도 무의식이 있어요, 말하자면 바로 지금 나에게 무의식이 있다는 겁니다, 누구나 무의식에 사로잡히지요, 질병 같은겁니다, 내 몸에 무의식의 바이러스가 침투했어요, 아시겠죠.
- P21

이름이 뭐였어요?, 묘지 관리인이 말했다. 타데우스, 내가 디답했다. 타데우스 바츨라프입니다. 어느 쪽 이름이죠?, 묘지관리인이 말했다. 부모가 폴란드계였습니다, 내가 대답했다하지만 이 친구는 폴란드인이 아니었어요, 완전히 포르투스사람이었지요, 포르투갈 이름을 가명으로 쓰기도 했어요. 그런데 생전에는 무얼 했습니까?, 묘지 관리인이 물었다. 글쎄요, 내가 말했다, 일을 했죠, 그러니까 정확히 작가였습니다포르투갈어로 아름다운 얘기들을 썼거든요, 아니, 아름답다는 말은 좀 그렇고, 그 친구가 쓴 얘기들은 비통한 것들이었어요, 그 친구 자신의 삶이 순탄치 않고 비통했으니까요.  - P34

손목에서 맥박이 뛰는 느낌이 들었다. 묘비가 막 세워진, 검소한 무덤이었다. 그는 폴란드 이름으로 거기 있었다.
이름 위에는 내가 아는 사진이 있었다. 전신이 다 나온 사진에서 그는 소매를 말아올린 셔츠를 입고 보트에 기대 서 있었다. 그의 뒤로는 바다가 보였다. 나는 그 사진을 천구백육십오년에 찍었다. 구월이었고, 카파리카에 있었다. 우리는 행복했다. 그는 해외 언론의 압력 덕분에 일주일 전에 감옥에서 나온 터였다. 프랑스 어느 일간지는 이렇게 썼다. "살라자르 19 정부는 작가들을 석방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거기 있었다. 보트에 기대어, 프랑스 신문을 손에 쥐고서. 나는 신문의 이름을 알아볼 수 있는지 보려고 가까이 다가섰다. 하지만 알아볼 수 없었다. 초점이 흐렸다. 다른 시간이야, 나는 생각했다. 시간이 모든 걸 삼켜버렸어. 그러고 나서 말했다. 이봐, 타데우스, 나야, 내가 자넬 찾아왔네.  - P35

지금은 문학얘기를 하는 게 좋지 않겠어?, 그게 더 우아하지 않을까? 그러지 뭐, 내가 대답했다, 문학 얘기를 하자고, 요즘 무슨 글을쓰나? 운문 단편소설인데, 그가 말했다, 주교와 수녀의 연애얘기야, 십칠세기 포르투갈에서 전개되지, 음울하지, 좀 몽롱하기도 하고, 실의의 메타포를 깔고 있어, 어떻게 생각해? 모르겠는데, 내가 말했다. 
자네 얘기에서 그들이 사하블류를 먹나?, 딱 보기에 사하블류를 전제로 하는 얘기 같아서 말이야.
어쨌든, 건강을 위해서, 타데우스가 잔을 들며 말했다. 자넨영혼이 있어, 이 소심한 친구야, 난 육체만 있고, 그것도 잠시후면 사라지지만 말이야. 이젠 영혼도 더 없어, 내가 대답했다, 이젠 무의식이 있지, 무의식의 바이러스에 걸렸어, 내가지금 자네 집에 있는 것도 그 때문이야, 자네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지. 그렇다면, 무의식을 위해서, 타데우스가 잔들을 다시 채우면서 말했다,  - P39

우리는 식당 앞에 도착해 있었다. 카시미루 씨는 거대한배에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문설주에 기대 있었다. 안녕하세요, 카시미루 씨, 타데우스가 정중하게 인사했다, 놀라게 해드릴 게 있어요, 이 사람을 알아보시겠어요?, 기억 안 나세요,
정말?, 어라, 이런 혹서의 날씨에 진공에서 돌아온24 오랜 벗인데, 내가 완전히 끝장나버리기 전에 다시 한번 날 만나러 왔거든요. - P42

이 요리 이름이 뭔지 알아요, 카시미라 부인?, 물질문화의 일류 강의라고 하는겁니다, 나로 말하자면 늘 상상보다는 물질을 선호했지요, 달리 말하면 물질로 상상에 활기를 넣어주는 걸 좋아했다는 말입니다. 상상은 조심해서 다뤄야 해요, 집단상상도 그렇지요,

누군가가 융에게 말했어야 했어요, 상상 이전에 밥이 있다고요. 타데우스 씨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카시미루 씨의 부인이 말했다, 저는 손님들처럼 공부를 하지못해서요, 시골에서 자라서 초등학교만 겨우 마쳤거든요. 아주 단순한 겁니다, 카시미라 부인, 타데우스가 말했다, 저는제가 전적으로 변증법 이론가가 아니라 바로 유물론자라는걸 말하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자와 구별되는것이죠, 사실 저는 변증법적 유물론자가 아닙니다. 손님은 분명히 변증법적이세요, 카시미루 씨의 부인이 수줍게 말했다.
손님이 처음 오신 이래로 언제나 그러셨어요. 정말 훌륭해요,
타데우스가 손으로 무릎을 치며 말했다, 카시미라 부인은 헤겐구스를 한 잔 더 드실 자격이 있어요!  - P46

영혼을 치료한다는 약은 다 쓰레기야, 타데우스가 말했다, 영혼은 배를 치료하면서 치료되는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말했다, 그런 확신이 있으니 자네는 좋겠구먼, 난 그런 확신이 없어.  - P50

그러자 그 겨울날 오후마다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던 시절이 떠올랐다, 우리 넷이서 대화를 나누며, 상징들에 대해 연구하고, 해석하고, 열광하던 시절이. 이제 다시 그곳에 왔지만 모든 것이 달랐다, 그림만이 그대로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림은 그대로일까 아니면 그마저도 변했을까? 내 눈이 같은 식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는 걸까? 고미술박물관 바텐더가 돌아왔을 때 나는 이런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었다.  - P70

저는 이런 크기로 모사돠 보스 그림을 본 적이 없어요, 내가 설명했다, 기괴하군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복제화가가 대답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말이죠, 내가 말했다, 그냥 호기심인데, 이해가 안됩니다, 이런 걸 왜 만들죠?, 아무 의미도 없잖아요. 복제화가는 붓을 놓고 수건으로 손을 씻었다. 삶이란 게 말이죠, 그가말했다, 이상하기도 하고 또 살다보면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답니다, 더욱이 이 그림은 자체로도 이상하니 이상한 것이 일어나게 만드는 겁니다,  - P72

상상 속에서 이런 뒤집힌 것들을 주입한 것은 악마였어요, 보스는 성인의 영혼 속에서 풀려나고 있던 유혹을 그린 겁니다,
망상을 그린 것이죠. 그렇지만 과거에 사람들은 이 그림에 신비한 힘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복제화가가 말했다, 수많은 병자들이 기적이 일어나 병이 낫기를 기다리며 그림 앞에 길게줄지어 서 있었지요. 복제화가는 내 얼굴에서 당혹감을 읽고이렇게 물었다. 모르셨어요? 몰랐어요, 내가 말했다, 진짜 몰랐어요. 

그렇군요, 그가 말했다, 이 그림은 리스본에 있는 성안토니우스 수도원이 운영하는 병원에 걸려 있었어요, 피부병 환자들을 집중 치료하는 병원이었지요, 환자들은 대부분성병환자들이었는데, 일종의 전염성 단독丹毒이었지요, 당시성 안토니우스의 끔찍한 불이라고 불렀는데, 지금도 시골에서는 그렇게 부른답니다, 주기적으로 재발하고, 흉측한 수포를 동반하지요, 현대에 와서 더 과학적인 이름을 갖게 됐는데,
바이러스예요, 대상포진이라고 하지요.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P76

그 바이러스 얘기 좀 해주세요, 내가 말했다, 아시는 대로 말입니다. 정말 이상한 바이러스지요, 복제화가가 말했다,
유충 상태로 우리 몸속에 도사리는 것 같아요, 그러다 저항력이 약해지면 나타나는 거죠, 그래서 일종의 독성을 퍼뜨리다가 잠복기에 들어가 다음 시기까지 숨어 있는 겁니다, 주기적이란 말이죠, 한 가지 말씀드릴까요, 저는 수포가 어쩌면 일종의 양심의 가책이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 안에 잠들어 있다.
가, 어느 날 깨어나서 우릴 공격하거든요, 그러다 다시 잠에들죠, 우리가 눌러버리기 때문인데, 그래도 언제나 우리 안에있어요, 양심의 가책을 치료할 방법은 없는 것이죠.
- P77

이야기 장사꾼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팔을 들어 연극적인동작을 반복했다. 달을 붙잡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요?, 내가 물었다. 그래서, 그가 말했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날 찾아오는 이야기들을 글로 써야겠다고, 그렇게 해서 열 개의 이야기를 썼지요, 비극적인 것, 희극적인 것,
희비극적인 것, 극적인 것, 감성적인 것, 역설적인 것, 냉소적인 것, 풍자적인 것, 환상적인 것, 현실적인 것, 이렇게 말입니다. 그리고 종이 뭉치를 들고 출판사에 갔어요.  - P105

당신한테는 제가 필요 없어요, 내가 말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세상 전체가 당신을 찬미해요, 제가 오히려 당신을 필요로 했어요, 그런데 이젠 그만둬야 할 때가 왔어요. 그게 다예요. 나와 함께한 것이 편하지 않았나요?, 그가 물었다. 아니요, 내가 대답했다. 대단히 중요했어요, 하지만 불안하게 했지요, 말하자면 언제나 날 가만두지 않았다는얘깁니다. 그랬겠지요, 그가 말했다, 나와 관계된 건 다 그렇더군요. 하지만 말예요, 문학이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불안하게 하는 것 말입니다, 의식을평온하게 하는 문학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동의합니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점도 있어요. 저도 나름대로는 이미 꽤나 불안정합니다, 당신의 불안정이 내 불안정에 더해서고뇌로 이어진 것입니다. 평화로운 행진보다는 고뇌가 좋습니다, 그가 확신을 표명했다,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하라면 단연 고뇌지요.
- P112

아마 난 좀 겁쟁이였나봐요,알아들어요?,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바로 겁에서 우리시대의 가장 용기 있는 문학이 태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예를들어 독일어로 쓴 체코 작가를 생각해보세요, 당장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데, 정말로 용기 있는 글을 썼잖습니까? 카프카,
내가 말했다, 이름이 카프카지요. 그 사람이에요, 그가 말했다, 어쨌든 그 사람도 좀 겁쟁이지요. 나의 손님은 포도주를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 사람 일기를 보면 겁이 많은구석이 있어요, 

그런데 무슨 용기로 그런 놀라운 책을 썼을까요?, 죄에 대한 책 말입니다. 소송이요?, 내가 물었다, 『소송일 겁니다. 그래요. 맞아요, 그가 말했다. 우리 시대에 가장 용기 있는 책입니다, 그는 우리 모두에게 죄가 있다고 말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에요. 무엇에 대한 죄책감일까요?, 내가 물었다. 뭐라니요?, 그가 물었다, 태어난 것이 곧 죄겠지요..
그후에 일어나는 것들도 죄고, 우리 모두가 죄를 짓고 있어요.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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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10 14: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밑줄만 봐도 완전 어려워 보이네요 🙄 그러고 보니 표지도 😨

미미 2021-08-10 14:19   좋아요 2 | URL
조이스 보다는 쉬워요ㅋㅋㅋㅋ😆

새파랑 2021-08-10 15:43   좋아요 2 | URL
점심때 젊은 예술가의 초상 잠깐 읽었는데 고전중입니다 😅 어렵더라는..

미미 2021-08-10 17:09   좋아요 2 | URL
그쵸? 아마 <율리시스>랑 비슷한 수준일 거예요. <율리시스>에도 등장하는 스티븐이란 주인공이 조이스의 페르소나인데 제대로 이해하렴 아일랜드의 역사적 상황을 미리 알아야한대요.😳

scott 2021-08-11 0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부키 작가 페소아를 흠모하고 존경해서 직접 번역하고 이딸리아 말로 ㅎㅎ

리스본 곳곳을 누빈~~

페소아의 언어의 빛은 작가들이 먼저 알아 보나봐여 ㅎㅎㅎ

미미 2021-08-11 00:28   좋아요 2 | URL
20년?간의 일기라는데 요즘 일기를 소홀히 하던 터라 많이 찔렸어요ㅎㅎ
팬심을 작품으로 살려낸 의미있는 기록인것 같아요~ 💕

페크pek0501 2021-08-11 1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더워서 쉬고 있는데 이 뜨거움 속에서 뜨겁게 열독하시는 분은 누구입니까?
미미 님은 무더위도 피해가나 봅니다. 저도 가을부터는 열독하는 걸로... 꼭^^**

미미 2021-08-11 13:26   좋아요 1 | URL
너무 더웠죠!! 저 더위에 약해서 얇은 책 위주로 읽고 있어요ㅎㅎ 가을 저도 고대하고 있어요~ㅎㅎ♡♡
 

어렵지만 중간 중간 끊으면 조금 나아짐ㅎㅎ(조금ㅠ)




에지워스 부녀와 동료들은 소설이 극히 주변적 역할만 담당하는대중교육이론을 구상하면서 앞선 개혁가들이 구(舊)귀족주의를 폭력적이며 타락했다고 비난하기 위해 사용했던 수사를 다시 끌어들였다.

이들은 정치적 권위의 근거를 도덕적 우월성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급진적 프로테스탄트 이단의 오랜 전통을 따랐다. 자크 동로(Jacques Donzelot)에 의하면, 성관계의 재현에서 관건은 "가족의정부에서 가족을 통한 정부로 이행했다"는 점이다. 성관계는 너무도자주 논쟁적 언어를 제공했기 때문에 가정에 대한 어떤 재현도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수 없었다.  - P42

주석14 이번 연구를 위해 나는 가정소설이 자신의 정치적 작동방식을 숨길때 어떻게 성의 정치학을 억압하는 데 도움을 주었는지, 그렇게 함으로써 어떻게 가정소설이 문학적 지위를 얻기 위해 다른 소설로부터 자신을 구분해 냈는지에 대해 특히 관심이 많다.
- P42

정부의 물리력 사용은국가의 폭력적 억압을 비판하는 노동자들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감시권력은 국가가 물리력을 사용했던기존방식을 대체하며 지배력을 얻게 되었다. 잘 질서 잡힌 가정을 유지하는 감시형태처럼, 감시권력은 평등을 창출하기보다는 차이의 물질적 기호를 하찮은 것으로 만들었다. 감시권력은 차이의 기호를 사적욕망의 질 · 강도 · 방향 · 자기통제 능력의 차이로 전환시킴으로써 이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 P49

우리는병원의 탄생에 관한 푸코의 설명에서 역병에 희생된 사람들의 신체에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다. 주체의 물리적 신체를 지배하는역사는 국가가 물리적 폭력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담론적 전략을 통해,
개인들을 통제하면서 사라지는 듯하다. 하지만 물리적 신체가 지배의역사에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다른 문화구성체가 사라진다는의미는 아니다. 

권력을 가리키는 푸코의 가장 완벽한 비유인 ‘파놉티콘‘(Panopticon)은 문화의 모델로는 불완전하다. 그것은 ‘카니발 질서(규율제도의 성장과 함께 문화영역에서 완전히 사라진 모든 관행들을 가리키는 미하일 바흐친의 비유)에서 보완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 P51

가정소설은 처음엔 귀족적 글쓰기 전통에 도전했고 이후엔 노동자계급 문화를 거부했다.  - P52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한 정치적 목표를 갖고 있긴 하지만 이런 자료들을 읽을 때 나의 목표는 억압적 형식을 발견하는 것도 아니고 해방적 행위를 하는 것도아니다. 나는 생산적 가설을 신봉한다. 나는 어떻게 성의 역사가 소설의 형성에 개입했는지 보여 주고 싶다. 또한 어떻게 가정소설이 소설을 구성했던 심리적 언어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는 주체의 생산에 기여했는지 보여 주고 싶다. 

다시 말해 나는 소설을 문화사의 자료이자 행위자(agency)로 간주한다. 나는 소설이 오늘날 우리가 가정이라고 알고 있는, 질서 잡힌 공간의 형성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이 공간이 완벽히 작동하도록 만들고 이 공간을 인간의 정상적 행동을 표현해 줄 콘텍스트로 활용했다고 믿는다. 

이를 통해 소설은 인간관계를 표현하는대안적 근거와 경쟁하여 그것을 압도했다. 이 사실을 인식하면서 나는소설이 방대한 문화영역을 일탈과 소음의 수준으로 격하시키기 위해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P53

여성적 영역의 역사는 글쓰기가 사적 삶을 사회적 삶과 분리하고 성을 정치사에서 떼어 내는 전략을 통해 가정을 공략하고, 수정하고, 억압했던 순간들을 재연해 보일 것이다. 중산계급이 지배력을 얻기 위해 더 많이 투쟁했던 곳은 법정이나 시장이 아니라 가정이라는 전선이었고, 승리를거둔 곳도 그곳이었다.
- P54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을 당연한 것으로 만드는 수사전략을 따로 분리해 낸 논자들은 일부 있었지만, 성욕망의 비밀에 따라 양성을구별하면서 동시에 연결하는 이런 문화논리의 비유와 그 전환을 철저하게 검토해 본 사람은 없었다. 젠더 구별을 인간 정체성의 뿌리로만전제한다면 우리는 이 비유가 행사하는 전체화하는 힘을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 힘이 어쩔 수 없이 봉사하는 진정한 이해관계도 이해하지 못한다. 

"남성" "여성" 이라는 말은 근대적 삶의 기호의 토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물화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고서는 이 말을 쓸 수가 없다. 우리는 이 말들이 물화되는 방식을 이해하고 싶고, 물화의 힘을 역사화하고 싶다.  - P54

성이 희생자의 목소리를 취할 수 있는 힘은 이분법적 성 모델의 내적 구조를 철저하게 고수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그것을 전복하는행위에도 작용한다. 중산계급 지식인들이 성범죄와 성도착을 가리키는 수많은 용어들을 최초로 만들었던 것은 이런 성적 위반 형태가 규범적 구조를 긍정했기 때문이다.
- P55

나는 젠더의 형성사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영국소설사를 말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 P55

나는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여성적인 것이라 생각하며 여성들을 통해 구현하는 문화적 기능들(예를 들면, 어머니, 간호사, 교사, 사회복지사, 서비스 기관의 총감독 등등)이,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남성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경제발전과 획기적인 정치발전만큼이나 새로운 중산계급이 권력을 얻고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순기능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 P58

문화적 과거의 공식 해석자로서 우리는 글쓰기가 여성적 영역에 부여한 권력을 어떻게 은폐해왔는가를 부정하도록 배웠던 것 같다. 우리가 그 많은 언어를 동원하여우리의 정치제도가 가정과 교실이 수행한 사회화 관행에 얼마만큼의존했는가를 설명하려고 할 때, 우리 자신은 어떤 권력도 갖고 있지 않은 듯 보이는 것은 우리 각자가 이런 역설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보급형 판본을 통해 이 과정을 그린 역사 기록물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보급형 서적은 ‘허구‘ (fiction)라 불린다.

🌸🌸🌸🌸🌸 - P58

옹의 지적에 의하면, 19세기가 한참 진행될 때까지 라틴어를 배우는것은 사춘기의 의식, 이행, 입문식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이 의식에는가족으로부터의 분리, 오로지 남성들로만 구성된 집단에서 형성되는정체성(사회성)의 획득, 외부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상대적으로 추상적인 일군의 부족적 지식의 습득이 포함된다. 

이런 특별한 언어를 갖이지 못한 남성들은 글을 쓸 때마다 자동적으로 자신들을 지배계급 바깥에 놓았다. 하지만 여성의 가장(假裝)을 취함으로써 이 남성들은 노골의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왕당파나 비국교도로 드러내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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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08 1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책 시작하셨군요 ^^ 이책도 미미님의 밑줄만 보면 읽은 것과 같은 느낌이 나겠군요 😆

미미 2021-08-08 20:27   좋아요 2 | URL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워낙 어려운 내용이라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도 잘 못 찾겠어요ㅋ 두번은 읽어야할 듯 한데...😅

새파랑 2021-08-08 20:46   좋아요 2 | URL
그럼 다 중요한거 아닐까요 🙄 언제나 저에게 도움이 됩니다~!!

미미 2021-08-08 20:56   좋아요 2 | URL
믿어주시니 제가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집니다.😁 새파랑님과 스콧님이 저를 진정한 밑줄장인으로 만드시는 중ㅎㅎ

새파랑 2021-08-09 08:42   좋아요 2 | URL
추가된 밑줄~!! 형광팬 사진 보니 수험서 같아요 🤭

미미 2021-08-09 10:11   좋아요 2 | URL
그쵸!ㅋㅋㅋㅋㅋ😅

scott 2021-08-09 16:18   좋아요 2 | URL
미미님 밑줄 형광펜 요기!

 〃∩ ∧_∧
 ⊂⌒( ・ω・)
  \_ っ🖍c

미미 2021-08-09 16:34   좋아요 2 | URL
이 책은 형광펜 필수~♡♡
잘 쓸께요ㅎㅎ😆

서니데이 2021-08-09 0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에 밑줄이 많네요. 어쩐지 어려운 책처럼 보여요. 아니면 수험서라거나.
미미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이번주도 좋은 한 주 되세요.^^

미미 2021-08-09 10:13   좋아요 2 | URL
네 어려워서 끊어읽기도 하고 있어요ㅋㅋㅋㅋ서니데이님 이번 한 주도 즐겁고 건강하게 보내세요!😉

독서괭 2021-08-09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미미님 적극적으로 책을 읽으시는군요.

미미 2021-08-09 13:16   좋아요 1 | URL
제가 대학때도 이렇게 읽지 않았어요ㅋㅋㅋ😳😅

2021-08-09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9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8세기 말 무렵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 만일 내가 역사를 다시 쓴다면십자군전쟁이나 장미전쟁보다 이 변화를 더 충실하게 기술하고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 변화란 중산층 여성들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 P13

푸코의 주장에 따르면, 섹스가 지금까지 오해되어 왔기 때문에 제대로 알아야 할 어떤 것으로, 억압되어 왔기 때문에 해방되어야 할 어떤 것으로 재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성의 한 요소로 작용한다.  - P30

개인을 자연과 문화, 자아와 사회, 섹스와 성의 양극 안에 위치시키는 글쓰기에서 시작했던 것이 나중에 심리적 실재가 된 것이지 그 반대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되었던 것은 아니다.  - P33

나는, 젠더화된 근대 주체성은 19세기 시와 심리이론에 기호학을 제공해 주기에 앞서 먼저 여성용 글쓰기에서 여성적 담론으로 전개되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 P34

비평은 소설을검열하면서 동시에 발전시켰다.  - P37

사실 교육은 노동자들을 극히 위험한 상태로 몰아넣었다. 교육이온순한 노동자계급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면 노동자계급의 급진성의토대 역시 문해력, 이를테면 정치 팸플릿 대안적 교육프로그램, 고용주가 아니라 노동자계급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말해 주는 문학에 놓여있었다.  - P39

주일학교가 효과적인 사회화 수단이되었던 것은 자기희생과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 아니라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여가활동 프로그램은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모여 정치적 기획을 도모했을 수도 있었던 여유시간을 독차지해 버렸다.
- P39

음주, 격한 운동, 방종은 새로운 부류의 교육자들이 범죄행위로 만들어 억누르려고 했던 주요 표적이었다. 개혁주의 정책은 불만에 가득 찬 노동자들을 통제하는데에 특히 효과적이었다. 왜냐하면 순전히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구원치적 저항을 조장하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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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8-08 10: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셨네요 ^^ 화이팅!

미미 2021-08-08 11:23   좋아요 3 | URL
ㅋㅋㅋ쟝쟝님도 화이팅!🤗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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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느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정영수작가의 (내일의 연인들)이나 영국의 이언메큐언의 작품(체실 비치에서)이 떠올랐다. 타인의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랄까? 단조로운 문체 속 예사롭지 않은 일들.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속깊은 이야기. 소통의 부재로 인한 고독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미국에서 72년 쥐띠해에 태어난 작가(폴스타프님st)인 앤드루 포터의 단편모음집이다. 구멍,코요테,아술,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강가의 개,외출,머킨,폭풍,피부,코네티컷 총 10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단편은 역시 감상을 쓰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이젠 단편모음집의 경우 읽으면서도 어떻게 써야 하나 걱정이 될 정도고 그런 잡념이 어쩌면 제대로 된 감상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슬슬 고민하게 된다. 몇 가지 이야기만 짧게 정리해 보면 이렇다.


구멍:어린시절 절친이 살던 이웃집에 맨홀구멍이 있었고 친구인 탈은 그 구멍에 들어간 후 다시는 올라오지 못한다. 각종 쓰레기등 폐기물을 불법적으로 버리며 사용하다보니 오래된 유독가스로 인해 질식사한것으로 추정되는데 대개의 유년시절이 그렇듯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누구의 잘못이었을까? 그리고 과연 사라진 것은 친구 탈 뿐일까?

  

아술: 부부는 아이가 없다. 아술이라는 외국인 교환학생을 집에 들여 1년간 함께 가족처럼 지낸다. 그 아이에게는 동성인 애인이 있다. 학교에서는 커밍아웃하지 않은 상황이고 현지의 가족들도 그의 그런 상황을 알지 못한다. 어쩌다 보니 그 아이의 비밀까지 떠 안게 된 셈이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말도 안되게 난해한 물리학 시험 후 교수님과 친구가 된다. 노년의 교수에게 점점 편안함을 느끼던 중 남자친구에게 함께 있는 모습을 들키고만다. 육체적인 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설명할 수도 없는 만남. 그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강가의 개 :강가의 개가 누굴 지칭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성범죄 수사대 벤슨이 분노할 만한 이야기.

성범죄는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와 그들 가족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기소 여부를 떠나서 각자가 떠안은 생체기는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가장 좋았던 문장

p.215 이 순간 내게 중요한 것은, 그녀가 내게 허락하는 동안 그녀를곁에 안고, 그곳에 린과 함께 서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우리둘은 다만 멀리서 지켜본다. 호세의 입술을, 갑작스레 치몰리는그의 이맛살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언어를 말하여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소통할 수 없는 한 소년을.


10편의 단편 속에서 '나'는 항상 다른 인물이지만 늘 어떤 지점에서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겉도는 느낌이다. 하지만 마침 어제 다른 책에서 읽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떠올랐다. 완전한 소통이란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오늘은 간도 쓸개도 줄 것 같은 사이가 내일도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 이런저런 이해관계 속에서도 인간관계는 여러 모순을 낳고 상처를 낸다. 우리는 타인이 필요하지만 타인에 의해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도 역시 타인이다.  



*우리나라 학생들 성교육을 '성범죄수사대'로 하면 어떨까?

 (사진출처:블로그 D,Div,Dive) 성범죄수사대 올리비아 벤슨언니♡(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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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8-08 00: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제목은 매번 소설이 아니라 과학서적인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켜요 ㅎㅎ
마지막 문장 넘 좋아요~~
사실 우리는 나 자신이 아니고는 다 타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어떨땐 나 자신도 좀 다른 사람 같기도 해요^^

미미 2021-08-08 00:17   좋아요 5 | URL
저도 물리학 책인줄 알았어요!ㅋㅋㅋㅋ이 제목의 단편이 가장 좋았고요~♡ 그쵸! 저도 제가 낯설때가 있어요. 🙄

파이버 2021-08-08 00: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표제작이 너무 좋아서 소장하고 있는 책이에요~
한마디로 딱히 정의할 수 없는 관계나 감정들이 좋았어요
정영수 작가님 책은 한 권도 읽지 않았는데 떠오른다고 하시니 궁금해지네용

미미 2021-08-08 00:42   좋아요 5 | URL
네! 표제작 팟케스트에서 김영하작가 목소리로 들을때도 푹 빠졌었어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죵! 정영수작가 <연인들>추천드립니당ㅎㅎㅎ🤭

그레이스 2021-08-08 00: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강가의 개>!

미미 2021-08-08 00:46   좋아요 5 | URL
그레이스님도 읽으셨군요~♡ <강가의 개> 할 말이 좀 더 있었는데 너무 길어질까봐 못썼어요!ㅎㅎㅎ아웅🤨

scott 2021-08-08 00:53   좋아요 5 | URL
저도 그 작품 좋아 합니돵 ㅎㅎㅎ

2021-08-08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8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8-08 01: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상처받아도 결국 또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 상처를 극복하고 그렇게 살아가는거겠죠.
책보다 미미님 해석이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저만일까요? ^^

미미 2021-08-08 01:28   좋아요 3 | URL
아유참 바람돌이님~♡
마침 어제 읽은 책 덕을 본것 같아요.ㅎㅎ
역시 사람! 미워도 다시한번만~😉

레삭매냐 2021-08-08 08: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구판으로 만났었는데...
그 시절에는 인기가 없었는지 곧
절판되었지요.

그러다 어느 너튜브인지 팟캐에서
소개가 된 다음에 빵 떠버렸습니다.

네이버 블록에 올린 리뷰를 보고
저에게 그 책을 팔라는 메시지들이
오던 시절 생각이 나네요.

앤드루 포터의 데뷔작 외에는 그닥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 같습
니다.

미미 2021-08-08 08:45   좋아요 4 | URL
어제 앤드루 포터에 대해 검색해보니 김영하작가 팟캐 때문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절판에서 심폐소생술된 사례라 다른 작품들도 살아나면 좋겠어요~♡

곧 새로운 작품이 출간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레이스 2021-08-08 09:26   좋아요 5 | URL
제가 알기론 김영하 작가가 소개한 것으로 ...?

새파랑 2021-08-08 11: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편은 리뷰쓰기 어렵더라구요. 다쓰기도 그렇고 ㅎㅎ 미미님 리뷰는 단편 리뷰의 정석~!! 팟캐에 있군요. 요즘 운전하면서 듣는데 이 책 찾아서 들어봐야 겠어요 !😆

미미 2021-08-08 12:13   좋아요 3 | URL
ㅋㅋㅋ감사해요~♡ 들어있는 단편 각각 다 썼었는데 좀 부실한 것도 있어서 그냥 일부만 올렸어요.😉

syo 2021-08-08 1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랑이야기는 웬만하면 좋아해서, 표제작을 되게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아요. 별 다섯개 아낌없이 뿌리면서....

미미 2021-08-08 12:39   좋아요 3 | URL
아 표제작은 정말 별5개인데요~♡ Syo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갈등이.....에잇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8-08 17: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정영수 작가가 떠올랐어요?? 저 내일의 연인들 진짜 잼나게 읽었는데. ㅋ 저 단편집 중 표제작만 읽고 반납했음요. 어려운 단편 리뷰 끝까지 쓴 미미님 멋져^^

미미 2021-08-08 17:32   좋아요 3 | URL
네ㅋㅋ뭐랄까? 작가의 경험이 많이 묻어나는 사실적인 표현들에서요. 어느정도가 사실이고 허구인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이건 경험아니고는 쓸수 없겠다‘는 부분들이 보였고 그런 점들이 가장 와닿았어요~♡ 감사해용~💕

mini74 2021-08-08 2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리비아 벤슨 언니 ㅎㅎ 저도 이 시리즈 좋아해요. 화딱지도 나지만. 모순적인관계이면서도 역설적인 사이 ㅎㅎ 딱 맞는 표현입니다 *^^*

미미 2021-08-08 23:45   좋아요 2 | URL
오~♡ 미니님도!!!😍 미국의 경우지만 성폭력 관련법안에 대한 공부가 은근 되고 인식개선에도 영향을 주더라구요.😉

초딩 2021-08-15 2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금주 북플 서재 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미미 2021-08-15 20:54   좋아요 1 | URL
초딩님 ~♡ 서재 레터가 메인 화면 중앙에 있는건가요? 한번 찾아봐야겠어요ㅎㅎ감사해요 초딩님😊

초딩 2021-08-15 21:50   좋아요 1 | URL
아 알라딘 회원 가입한 메일함 보시면 됩니다 ㅎㅎㅎ :-) 스팸함도 보시고요

미미 2021-08-15 22:02   좋아요 1 | URL
오! 알겠습니다ㅋㅋㅋㅋ😆

2021-09-10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0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09-10 15: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당선 축하드려요 🤗 이 책 제 가방안에 있어요~!!

미미 2021-09-10 16:03   좋아요 1 | URL
오 새파랑님 어떠실지 궁금해요! 감사해요ㅎㅎ😊

mini74 2021-09-10 16: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 ㅎㅎ 축하드려요 *^^*

미미 2021-09-10 16:04   좋아요 2 | URL
미니님 감사해요~♡ 즐거운 불금 보내세요~😍

독서괭 2021-09-10 16: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09-10 16:10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괭님도 당선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09-10 16: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다시 리마인드 하게된 글이어서 좋았어요

미미 2021-09-10 17:00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그레이스님! 그레이스님도 다시한번 축하드려요🥳😍

모나리자 2021-09-10 1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미미님~^^

미미 2021-09-10 17:01   좋아요 2 | URL
모나리자님 감사해요!💞 불금 즐겁게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09-10 18: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09-10 18:33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유쾌한 금요일 보내세요🙋‍♀️

오후즈음 2021-09-10 2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미미 2021-09-10 20:22   좋아요 1 | URL
오후즈음님 감사해요~😍
즐거운 불금 보내세요!🙋‍♀️

bookholic 2021-09-10 2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으로 이달의 당선작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09-10 21:28   좋아요 2 | URL
좋아하신다니 넘 반갑네요~😍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1-09-10 21: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 잠깐 또 착각할 뻔했어요, 제목때문에~~
그래서 꼭 이 책을 읽어야겠어요.
이 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미미 2021-09-10 21:51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과학서적으로요?😆 근데 표제작에 과학이론에 대해 좀 나오긴 해요. 그 작품이 젤 매력적이고요! 감사해요 페넬로페님~😍

초딩 2021-09-11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앙 미미님!!!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09-11 14:13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초딩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