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계세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친구!」이반 알렉세예비치는 말했다. 당신의 호의와 친절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당신께서 베푼 친절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당신도, 당신 따님도 좋은 사람들이에요. 여러분들 모두가 선량하고 쾌활하고 친절한 사람들이에요……. 너무훌륭한 분들이라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를 정도입니다!」넘치는 감정과 방금 마신 과실주의 영향 때문에 아그뇨프는 신학생이 말하는 투로 가락을 실어 말하고 있었다.
감동에 복받친 그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도 모자라서 눈을 찡긋거리며 어깨마저 움찔거렸다. 쿠즈네초프역시 술기운에 감정이 넘쳐서 젊은이에게 몸을 기울이고입을 맞추었다.

(이런 상황에 부끄러움은 취하지 않은 사람들 몫이지ㅋㅋㅋㅋㅋ) - P90

지평선 위에 두루미들이 가물거리고, 산들바람이 이들의 애원하는 듯한 혹은 기뻐하는 듯한 울음을 실어오기도했지만 몇 분 뒤에는 아무리 애써 푸른 저편을 응시해도점 하나 보이지 않고,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바로 이처럼 사람들의 얼굴이나 말도 삶 속에서 명멸하다가는 과기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는 것이다.  - P91

팔월의 달밤에 깔린 안개를 바라보면서 아그뇨프는 자연 그대로가 아닌 꾸며진 무대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느낌은 아마도 생전 처음인 듯했다.

(이런 느낌 나도 어렴풋이 느낀 기억이 있다.
찰나를 놓치는 일반인들과 그것을 포착하는 작가들. 그 차이가 위대한 문학을 드러내겠지!) - P93

아그뇨프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쿠즈네초프의 딸인 베라였다. 이 스물한 살 난 처녀는 늘 수심에 잠겨 있었으며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다녔지만 재치 있는 여성이었다. 공상을 즐기고 하루 종일 누워서 손에 잡히는 책은 무엇이든느긋하게 읽으며 따분해하고 우울해하는 아가씨, 이런 아가씨들은 대체로 아무렇게나 차려입는 법이다. 자연으로부터 미적인 취미와 본능을 부여받은 이 아가씨들에게 부주의한 옷차림은 오히려 특별한 매력을 가져다준다. 

(베라! 이름도 예쁘닷) - P93

 이 치마의주름과 숄에서는 한없는 느긋함과 가정의 평화, 그리고 안온함이 배어나왔다. 아그뇨프가 베라의 단추 하나하나, 주름 하나하나에서 따뜻하고 편안하고 단순한 무언가를 읽을수 있었던 까닭은 아마도 그녀가 마음에 들어서였을 것이다. 그것은 진실되지 않거나 아름다움에 둔감한 차가운 여자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선량하고 시적인 그 무엇이었다.
- P94

베로치카의 드러난 머리와 숄을 바라보는 사이 아그뇨프의 기억 속에서는 지난봄과 여름의 나날들이 하나씩 하나씩 되살아났다.
그것은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자신의 잿빛 방으로부터 멀리떨어져 착한 사람들의 친절과 자연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즐기며 보낸 시간이었다. 행복에 겨운 그는 아침놀이 저녁놀로 바뀌는 것도 몰랐으며, 처음에는 종달새가, 그 다음은 메추리, 뒤이어 뜸부기가 여름의 끝을 예고하듯 차례차례 울음을 멈춘 것도 모르고 지낸 것이다……. 시간 가는줄도 모를 만큼 행복하고 편안한 생활이었다.……. 부자도

(베로치카를 베라라고도 부르는구나!) - P97

구름아래로는 종달새가 은방울 같은 울음소리를 허공 속으로뿌리며 바삐 날아다녔고, 푸르러 가는 전답 위로는 갈까마귀가 고고하게 날개를 흔들며 선회하고 있었다.
- P98

침을 튀기고 주먹으로 책상을 쾅쾅 두드리며 끝없이 계속되던 전형적인 러시아식 논쟁들이 기억났다. 서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남의 말에 끼어들고 스스로 앞에 했던 말과 모순되는 주장을 일삼으며 닥치는 대로 주제를 바꿔가면서 두세 시간씩 계속되는 그런 논쟁 끝에 사람들은 웃으며 말하곤 한다. - P99

이별과 과실주에서 비롯된 우수, 온정과 감상적인 기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날카롭고 거북한 소심증이 그 자리를 채웠다.  - P103

울고 웃으며 그리고 속눈썹에 영근 눈물 방울을 반짝이며 그녀는 말했다. 처음 알게 된 날부터 그의 독창성과 지성과 선량하고 영리한 눈빛, 그의 일과 인생의 목적에 감탄했으며, 그를 열렬하게, 미칠 듯이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고, 여름날정원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현관에 놓인 그의 망토를 보거나 멀리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그녀의 심장은 행복한 기대로 서늘해졌다고, 그가 던지는 싱거운 농담들조차도 그녀를 깔깔 웃게 만들었으며, 그의 공책에 적힌 숫자 하나하나에서 지적이고 위대한 무언가가 느껴졌고, 그의 옹이 투성이 지팡이까지도 그녀에게는 근사한나무로 만든 물건처럼 보였다고.
- P104

이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느낌은 묘한 것이었다. 마샤가나의 마음속에서 불러일으킨 것은 욕망도, 열광도, 쾌감도아니었으며 어떤 달콤하면서도 괴로운 슬픔이었다. 그것은무어라 규정할 수 없는, 마치 꿈처럼 모호한 슬픔이었다.

(영화 ‘달콤한 인생‘이 떠오른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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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7-17 2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체호프 단편집 표지의 그림을 보니까, 전에 이 그림을 두고 설명한 내용 읽었던 것이 생각나네요.
아는 만큼 더 많이 보인다고 하는 말도 생각나고요.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 설명을 읽어서인지, 한 번 더 시선이 가는 것 같아서요.
주말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1-07-18 1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광팬이에요. 이렇게 흥미로운 소설집을 만나기가 쉽지 않더군요.
반복해 듣고 싶어서 오디오북을 찾아 봤는데 제작되지 않았나 봐요.

미미 2021-07-18 13:59   좋아요 0 | URL
아 오디오북이 있으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겠네요!! 더 다양한 작품들이 녹음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 책의 몇몇 작품들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요~♡
 

「우리 인생이나 저승 세계나 매한가지로 불가해하고 무섭습니다. 유령을 두려워하는 자라면 나도, 저 불빛들도, 그리고 저 하늘도 두려워해야 마땅하지. 왜냐하면 이 모두가잘 생각해 보면 저승의 망령들만큼이나 불가해하고 환상적이니까. 햄릿 왕자가 자살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혹시라도죽음 뒤의 꿈속에서 망령들이 나타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오.  - P19

그녀의 목소리와 창백한 얼굴은 분노를 담고 있었지만그 눈은 부드럽고 열정적인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미 나는 이 아름다운 존재를 나의 소유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나는 그녀가 지금껏 본 적이없는 찬란한 황금빛 눈썹을 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그녀를 품에 안고 애무하고 그 눈부신 머릿결을 쓰다듬을
수 있다고 상상하니 갑자기 너무나 꿈만 같아서 나는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아 어떻게 이렇게 쓰지? 특히 눈을 감았다니..
역시 오디오와 활자는 느낌이 다르닷) - P30

나는 내 방으로 갔다. 테이블 위의 책 옆에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모자가 놓여 있었고 그것은 나에게 그의 우정을 상기시켜 주었다. 나는 단장을 들고 정원으로 나갔다.
거기에는 벌써 안개가 피어올랐다. 아까 강에서 보았던 그키 크고 홀쭉한 망령들이 나무와 덤불 사이를 배회하며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이들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응? 누구랑???)

평소와 다르게 투명한 공기 속에서 잎사귀 한 잎 한잎, 이슬방울 하나하나가 뚜렷하게 구별되어 보였다. 그모두가 몽롱한 정적 속에서 나에게 미소 짓고 있었다. 초록색 벤치를 지나가다가 나는 셰익스피어 연극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달빛은 여기 벤치 위에서 저토록 달콤하게 잠들었구나!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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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16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 연극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저도! 오늘 셰익스피어의 연극 한구절(한편/두편)을 떠올렸는데!!

체호프의 단편들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읽으면 그 느낌이 ✌이지만

미미님이 밑줄 쫘악 쳐주시는거 따라 읽는것도 재미 ✌

미미 2021-07-16 00:52   좋아요 2 | URL
어쩐지 통한 느낌이네요😉
아 스콧님이 올려주신 글 읽었는데 셰익스피어도 그렇고 후반 발췌문들 다 좋아서 아침에 맑은 정신으루 다시 읽어보려구요! 으앗~결국엔 셰익스피어인가요~ㅎㅎ💕

새파랑 2021-07-16 06: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다시 읽으려고 꺼냈어요 😊 역시 밑줄장인 미미님~!!

미미 2021-07-16 09:25   좋아요 2 | URL
너무 재밌어요!! 놓지 않았으면 밤새야 했을 뻔 🤦‍♀️
 


P.38 보르헤스에게 현실의 정수는 책 속에 있었다.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그 알맹이였다. 그는 수천 년 전에 시작돼서 한 번도 끝난 적이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인식했다. 책은 과거를 복원했다."시간이 지나면 모든 시는 만가(輓歌)가 된다"고 그는 내게 말했다.

처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접하게 된 것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고 나서였다. 이 작품을 애정하는 분들은 어쩌다 보니 흑화 된 눈먼 수도사 호르헤가 다름아닌 보르헤스를 모델로 한 인물임을 잘 알 것이다. 에코의 이 작품이 1980년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 숀코너리 주연으로 개봉한 동명의 영화가 1989년 개봉했으니 86년 사망한 보르헤스는 적어도 자신이 모델로 들어간 소설 '장미의 이름'에 대해서는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직접 읽을 수 없던 호르헤 수도사의 운명과 선택도 기구했지만 보르헤스가 유전적 요인으로 30살에 앞을 못보게 된 것도 문학을 사랑하는 그에게 크나큰 불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신 신(神)은 그에게 뛰어난 기억력을 선물했다. 


P.38 그곳의 지형을 알지는 못해도 살갗으로 지리를 읽는 것 같다. 한 번도 펼쳐본 적이 없는 책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면 뭐랄까, 장인의 직관 같은 것이 지금 만지는 책의 내용을 알려주는지, 분명히 눈으로는 읽을 수 없는 그 책의 제목과 이름을 판독해낸다. 이 늙은 사서와 그의 책 사이에는 생리학의 법칙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어떤 관계가 존재한다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물론 신간은 예외였겠지만 그렇다 해도 무수한 책의 세계를 감안할 때 이것만으로도 그의 기억력이 어느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보르헤스는 어릴 때부터 언어습득에 관한 천재성을 보이며 영어,스페인어등을 함께 배웠고 10살의 나이에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스페인어로 옮겨 언어와 문학적 재능을 동시에 드러낸다. 환상문학에 관심이 많아 관련된 수많은 작품과 시집을 남겼다. 이 책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은 작가 알베르토 망구엘이 십대시절 보르헤스가 즐겨가던 '피그말리온'이란 서점에서 일하다가 보르헤스의 부탁으로 일주일에 두 세번 책을 읽어주던 시절을 회생하며 남긴 작품이다.


P.99 그는 작가는 누구나 두 개의 작품을 남긴다고 말한다. 글로 쓴 것과 자신의 이미지, 이 둘은 끝까지 서로를 좇고 좇는다.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건 최소한 하나에서라도 가치 있는 결말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겠지, 응?"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인다. "하지만 얼마나 확신할 수 있겠어?"


작가이자 영미문학 교수,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이기도 했던 보르헤스는 페론 정부가 다시 집권하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 유럽과 미국의 대학에서 문학 강연을 하며 살아간다. 이런 스승과의 추억을 가진 기분은 과연 어떤 것일까 궁금했던 나는 망구엘의 기억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보르헤스의 문학에 대한 사랑과 온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팔레르모에 가보고 싶다.


P.103 보르헤스는 '다른 사람들이 우주라고 부르는 무한한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알려 주었고, 이제 보르헤스라는 미로 속으로 기꺼이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을 위해,망구엘은 거울 속에 떠오르는 보르헤스의 머나먼 눈을 가만히 응시한다. 보르헤스는 망구엘에게 세계를 담아내는 한 권의 책이었고 <보르헤스에게 가는길>은 망구엘이 마음을 담아 쓴 아름다운 기억의 각주이며, 눈을 감고 그려낸 한 장의 스케치이다. 

-옮긴이.강수정

*이타카:그리스 서쪽의 섬, 신화의 오디세우스(율리시스)의 고향.



주문한 책의 일부가 도착했다. 깨알자랑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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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15 13:4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1등 댓글 찜! ♡

미미 2021-07-15 13:50   좋아요 6 | URL
☆┏┯@%@%@%
┏┛□┗@%@%
┗⊙━━⊙♡┛=3
1등에게 감사선물로
안개꽃 가득 실은 미니쿠퍼ㅋㅋㅋ💕

scott 2021-07-15 15:56   좋아요 4 | URL
미미님이 발췌 하신 첫 ! 문장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미미님의 이타카는 책TOP,그리고 북플인것 같습니다.
보르헤스의 작품은 수천년동안 이어져 왔던 책들의 미로 속에 길잡이,지식의 온기가 담긴 지식 세계의 나침반 입니다.

미미님 사진속 책들 리뷰 올리 실 날만 손꼽아 기다립니다.🖐🖐🖐🖐🖐
  ∧_∧
  ( ・ω・)=つ≡つ
  (っ ≡つ=つ ᵗʰᵃⁿᵏs tᵒ
./   )
( / ̄∪땡튜 날릴 준비!

미미 2021-07-15 15:49   좋아요 4 | URL
역시 스콧님은 금세 이 작품의 의미를 꽤뚫어보심👍👍함께 책을 사랑하고 좋은 책을 발굴해주시는 스콧님과 북플 친구분들이 있기에 이 이타카는 동시에 파라다이스예요!!🤭

페넬로페 2021-07-15 14: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작가들이 많이 언급하는 작가중 한 명이 보르헤스인데 이 분의 책이 왠지 어려울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어요. 요즘 관심가는 망구엘의 책이라 관심가네요.

미미 2021-07-15 14:49   좋아요 6 | URL
저는 <픽션들>이 어려울것 같아 여태 가지고만 있었는데 오늘 어찌어찌 알고보니 흥미로운 내용이더라구요! 이 나쁜 ‘선입견‘이란 녀석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7-15 14:46   좋아요 4 | URL
잠깐 착각했어요 ㅎㅎ
정정했어요^^

미미 2021-07-15 14:4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저도요ㅋㅋㅋ

새파랑 2021-07-15 15: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Top3~!!

새파랑 2021-07-15 15:25   좋아요 6 | URL
˝이타카˝ 제목이 딱 맞는 글이네요. 미미님의 고향은 책이 맞는듯~👍👍
책 리스트가 엄청나네요. 추가 주문이 의심스럽습니다🤔

미미 2021-07-15 15:44   좋아요 6 | URL
ㅋㅋㅋㅋㅋ그럼 여러분은 제 고향친구들이네요!! 지난번 ‘정말정말 마지막‘구매 책 중 일부입니다. 믿어주세요!😔ㅋㅋㅋ

mini74 2021-07-15 18: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깨알 자랑이 더 눈에 쏙! 들어오는 ㅎㅎㅎ 저도 고향친구할래요 ㅎㅎ

미미 2021-07-15 18:18   좋아요 3 | URL
미니님도 참! 미니님은 고향친구 중에서도 제가 질척거리는 최애 멤버 중 한명인걸요!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7-15 2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닛! 저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읽었는데, 호르헤가 보르헤스를 모델오 한 건 왜 몰랐을까요? 정말 미미님의 읽기는 한 단계 높은 고오급 읽기군요~ 인정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같이 가욤~~🙆
깨알 자랑에서 티보네 사람들의 위용이 드러나네요~👍👍

미미 2021-07-15 20:38   좋아요 3 | URL
아 툐툐님 읽으셨군요!! 너무 좋아서 검색해보니 정보가 있더라구요. 우리 같이 유럽을 걍 접수해버릴까요?!😍
궈궈씽!(레삭매냐님식영어ㅋㅋㅋ)

붕붕툐툐 2021-07-15 20:56   좋아요 4 | URL
유럽은 우리가 접수한다!!😎

미미 2021-07-15 20:58   좋아요 3 | URL
오예 기다료랍!! 😎

서니데이 2021-07-15 20: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좋아하시나봐요. 옆에 초록색 책이 여러권이네요.
저는 만화책과 패션잡지, 추리소설 같은 것들 좋아하는데.^^;
생각해보니, 움베르토 에코의 책 중에서는 처음 읽은 게 ‘장미의 이름‘이었어요.
처음에는 재미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래되니까 많이 잊어버렸습니다.
미미님, 더운 하루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미미 2021-07-15 20:41   좋아요 5 | URL
서니데이님도 읽으셨다니 반갑네요! 저는 넘 좋아해서 두 번 읽었어요~♡♡ 저 지금읽는 책 아래에 만화책 두 권 깔고 있어요!(대기 중인 책에 대한 애정ㅋ) 저녁은 좀 선선해 다행이네요. 굿밤되세요!😉

희선 2021-07-17 03: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움베르토 에코 소설 《장미의 이름》 읽어보려다 그만뒀습니다 그 소설에 나오는 호르헤가 보르헤스를 모델로 한 거였군요 유전으로 눈이 보이지 않게 됐는데도 다른 사람한테 책을 읽어달라고 했더군요 그것도 있지만 기억력이 아주 좋았군요

미미 님이 사신 책이 와서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앞으로 한권씩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미미 2021-07-17 06:27   좋아요 3 | URL
네ㅎㅎ 상황이 그렇다보니 주로 어머님이 읽어주시고 책을 집필하는데도 도움을 받았대요. 그 외 많은 사람들에게도 읽어달라고 했는데 그 중 한 명이 작가가 되어 추억을 되살린거죠.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읽을 책들 보면 항상 설레요!
희선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7-17 07:31   좋아요 3 | URL
보르헤스의 작품집 [픽션들]에 실린 단편 <바벨의 도서관> 이 <장미의 이름>을 연상하게 해요

미미 2021-07-17 07:47   좋아요 3 | URL
그렇군요! 더 궁금하네요😊
빨리 읽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1-07-19 23: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엄청난 책목록이군요! 그런데 주문의 일부만 도착했다는 거 실화인가요?
보르헤스는 참 언젠가 읽어야지 하면서도 계속 못 읽어보네요..

미미 2021-07-19 23:54   좋아요 2 | URL
ㅋㅋㅋ같은 날 추가로 시킨 책 중 일부가 재고가 없었어요. 이 책도 좋고 그의 강연 내용을 담은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너무 좋아요!!
 


<물리학자들>


커버를 장식한 뒤렌마트의 이 개구장이 같은 표정을 진작 눈치챘어야 했다! 이웃 툐툐님의 리뷰로 읽게 된 《뒤렌마트 희곡선》에서는 그의 희곡 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물리학자라는 제목에 끌려 뒷부분부터 읽었는데, 맙소사. 작가가 웃기기로 작정했다는 걸 단박에 알았다. 줄거리는 이렇다.어찌어찌하다보니 엘리트 출신의 부유한 정신병자들이 한 요양원에 모여있다. 이것부터가 너무 솔깃하지 않은가?! 


찬트 박사: 저는 환자를 분류하거든요. 작가는 작가들끼리,기업가는 기업가들끼리,여성 백만장자는 또 그사람들끼리,물리학자는 물리학자들끼리 말입니다.


이런 재미있는 정신병자들의 요양원에서 느닷없이 살인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다. 게다가 이곳에서 사건이 처음도 아니었다. 벌써 두 번째로 간호사가 살해당한 것이다. 


수사반장: 살인범은?

수 간호사: 저, 반장님.....그 가여운 사람은 환자랍니다.

수사반장:아 좋아요. 범법자는?

수 간호사: 에른스트 하인리히 에르네스티. 우린 아인슈타인이라 부르죠.

수사반장: 왜요?

수 간호사: 자기가 아인슈타인인 줄 알거든요.


첫 살인에 이어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발생한 사건으로 수사반장은 강한 의혹을 제기한다.


수사반장:8월 12일에 자기가 위대한 물리학자 뉴턴인 줄 아는 헤르베르트 게오르크 보이틀러라는 사람이 도로테아모저 간호사를 목 졸라 죽였어요. (수첩을 다시 넣는다.)역시 이 살롱에서요. 남자 간호사였다면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살인 후 범인이 정신이상 탓을 하는 경우를 뉴스로 어렵지 않게 접한다. 그러나 대게의 경우 피해자는 미성년자이거나 연약한 여성이어서 대중은 분노하며 묻는다. '정신이상인데 어떻게 일부러 그런 것처럼 자기보다 약자만 골라 괴롭힌 거냐고 정신이상이면 상대를 가리지 않아야 하니 건장한 남자도 피해자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 작품에서 수사반장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여기 간호사가 대답한다.


수간호사: 그럴까요? 도로테아 모저 간호사는 여성 레슬링 클럽 회원이었고 이레네 슈트라웁 간호사는 국가 유도 연맹의 주 챔피언이었어요.

수사 반장: 그럼 댁은요?

수간호사: 저는 역도를 합니다.

이쯤에서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다른 작품들을 검색해 장바구니에 퐁당퐁당 담았다. 히틀러 정권이 몰락한 다음 해 부터 활동을 시작한 스위스 출신의 극작가 뒤렌마트는 당시 여건상 냉전시기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반제국주의적 사회 비평가'라는 평가가 알려주듯 그는 사회 문제에 거침없는 비판을 퍼붓는 등 아웃사이더로 살았다. 소련에 대해서는 "소련 공산주의자가 낙원으로 가기는 은행가가 천국으로 가는 것만큼 힘들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작품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냉전 체제의 모순과 풍자, 철학적인 메시지도 놓치지 않는다. 짧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다. 


<노부인의 방문> 


아내의 유혹을 보면 얼굴의 점이 그녀의 분노와 전남편에게 복수하려는 결의의 상징이란 것을 알게된다. 뒤렌마트의 노부인은 좀 더 화려한 장식을 안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비극적인 과거를 나타내는 의족과 의수를 한 몸, 수많은 남편들과의 결혼경력에 새로운 남편까지 동반. 그리고 폐허가 되고 찢어지게 가난해진 고향 마을을 재건할 만한 부유함과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채로 말이다. 젊은 시절 버림받고 외면받아 떠났던 그녀가 돌아와 마을 사람들에게 정의를 요구하는 동시에 딜레마를 선물한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샌델교수도 곤란해질 정도의 문제인데 상대적으로 희극적이어서 오히려 더 여운이 남았다. 뒤렌마트의 다른 작품들이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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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13 16: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댓글 찜 ♡♡♡♡♡

미미 2021-07-13 12:51   좋아요 3 | URL
스콧님도 참🙆‍♀️🙆‍♀️🙆‍♀️

scott 2021-07-13 16:20   좋아요 3 | URL
미미님 드디어 뒤렌마트 세계로 진입 하셨네요
이분이 창조한 인물들
굉장히 입체적으로 다가오죠!

짧은 분량이 아쉽다는 말씀에 동감!!

폭염주의보 ! 미미님 건강 잘 챙기귀 ( •͈ᴗ-)ᓂ💖

미미 2021-07-13 16:26   좋아요 3 | URL
아.. 어쩌다 <물리학자들> 길에서 읽었는데 창피한 줄 모르고 막 웃었어요ㅋㅋㅋㅋ스콧님도 시원한거 드시고 즐겁게 보내세요!🍹(◍´ಲ`◍)💖

bookholic 2021-07-13 13:4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갈릴레이의 생애>를 읽으려고 사두었는데 지은이가 유명한 사람인가 보네요... 함 읽어봐야겠어요~~^^ 더위 조심하시고요~~

미미 2021-07-13 13:56   좋아요 7 | URL
그 책 뒤렌마트 포함 세 작가의 작품이 실렸나봐요. 저도 궁금해요!!ㅋㅋ 좋은하루 되세요!🤭

다락방 2021-07-13 13: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이거 읽어볼래요. 저는 [판사와 형리] 읽었어요. 미시시피의 결혼은 샀던가 안샀던가.. 모르겠습니다. 뒤렌마크 희곡선 장바구니로 푱-

미미 2021-07-13 14:00   좋아요 6 | URL
<판사와 형리>너무 궁금해요!! 여기 ‘노부인의 방문‘은 여성의 복수가 얼만큼 어려운지 반증하는것도 같아요. 강추드림요!😊

새파랑 2021-07-13 14: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앗 4등. 미미님의 리뷰 시간 맞추는건 하늘의 별보기임 😑
이렇게 또 장바구니는 터지는건가요? ㅎㅎ 민음사 표지가 항상 모든걸 말해주는군요~!! 전 이책 다다음주에 읽어야 겠어요. 이런 살인사건 희곡 너무 재미있을거 같아요~!!

미미 2021-07-13 15:11   좋아요 6 | URL
새파랑님은 꼭 순서대로 읽어보세요!!ㅋㅋ<물리학자들> 완전 재밌어요ㅋ아니 왜 다다음주로? 그렇게나 쌓여있으신거죠?😆

새파랑 2021-07-13 15:20   좋아요 6 | URL
완전 재미있으시다니 고민이네요 🤔 스콧님이 예지해주신 희곡 (벚꽃동산)이 있어서 ㅎㅎ
그럼 원칙?을 무시하고 이번주랑 다음주는 주 2회 희곡 읽기로 😊

초란공 2021-07-13 15: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수간호사는 레슬링과 역도를 하고 ‘아인슈타인‘과 ‘뉴턴‘은 취미로 뜨개질을 했어도 재미있었겠다 싶은데요. 전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서로 만나서 통성명 하는 대목이 웃겼어요. ^^

미미 2021-07-13 15:45   좋아요 5 | URL
읽으셨군요!ㅋㅋㅋㅋ저는 아인슈타인이 원래 바이올린에 재능이 없었다는 부분에서 죽는 줄 알았어요ㅋ지금 생각만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7-13 15:5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리뷰에 자극 받아 담아요 담아. 웃기다니. 웃긴 거 넘 좋음요^^

미미 2021-07-13 15:56   좋아요 4 | URL
<노부인의 방문>도 재밌는데요<물리학자들>은 아....너무 웃김요!! 이것도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구매했습니다ㅋㅋㅋㅋ

mini74 2021-07-13 16: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봐도 넘 재미있을 것 같아요. ㅎㅎ 물리학자들이라니 !! 고민은 배송만 늦출뿐 ! ㅎㅎ

미미 2021-07-13 16:10   좋아요 4 | URL
그렇죠!ㅋㅋㅋㅋ발췌문이 재미있으셨다면 빨리 읽으셔야해요. 저 지금 답글 달면서도 웃고 있답니다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7-13 18: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비극적인 익살극이라는 제목에서 이 희곡이 재밌기도, 깊이 있기도 할 것 같아요~~요즘 잘 웃지 않아 근육이 굳어가는데 꼭 읽어야할것 같아요**

미미 2021-07-13 18:18   좋아요 3 | URL
그러시담 이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ㅋㅋㅋㅋ😆물리학자들은 특히 버티기 힘드실꺼예요!!훗

scott 2021-08-06 15: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 !추카~*

미미 2021-08-06 15:49   좋아요 2 | URL
으앗! 감사해요 스콧님~ 💕

mini74 2021-08-06 15: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당연한 결과 ㅎㅎㅎ 추카추카 ~~

미미 2021-08-06 15:49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미니님~💕

새파랑 2021-08-06 15: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미미님~!! 완전 🎂 🎁 🎉 축하드려요 😆

미미 2021-08-06 16:02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새파랑님~💕 주신거 다 쓱싹ㅎㅎㅎ

초딩 2021-08-06 17: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축하드려요~ !!!

미미 2021-08-06 18:25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초딩님 ~ㅎㅎ💕

초란공 2021-08-06 17: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뒤렌마트~ 뒤끝도 있네요 ㅋㅋ 당선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08-06 18:26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초란공님~💕

페넬로페 2021-08-06 18: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읽고, 쓰는 열정에 항상 감탄하고, 배우고 싶습니다**

미미 2021-08-06 18:27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 감사해요~ 2관왕 다시한번 축하드려용~💕

thkang1001 2021-08-06 18: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08-06 18:27   좋아요 2 | URL
thkang님! 감사해요~ㅎㅎ💕

서니데이 2021-08-06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08-06 19:08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bookholic 2021-08-07 06: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이번 주말도 즐거운 책읽기와 함께~~^^

미미 2021-08-07 10:31   좋아요 2 | URL
북홀릭님 감사해요~💕 주말도 책은 필수!ㅎㅎㅎ
 

암호로 적힌 일기장 때문에 공항에 억류된 적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뒤 해외로 나가는 내게 친구는 자신의 일기장을 내밀었다. 아기자기한 그림도 그려넣고 스티커도 붙이고 나를 비롯한 친구들 사진도 여러장 붙어 있었지만 그 일기장의 메인은 그 친구가 자신만의 기호로 만든 암호 일기였다. 같이 미팅나갔던 것이며 자기가 사귀던 남자애들 이야기도 있으니 가면서 비행기에서 읽으라고 심심하지 않을거라고 따뜻한 우정에서 건낸 일기장이었다. 하지만 어떤 기호가 어떤 글자를 만들어 내는 건지는 친구가 알려주지 않았다. 비행기 옆자리에서 자기가 사정이 있으니 일행이라고 해 달라 한 아저씨가 화근이었던 것 같다. 그 아저씨는 알고보니 수상한 사람이었고 그런 수상한 사람과 일행이라니 나도 내 가방도 수상하게 여겨져 일기장까지 검문받게 된 것이다. 공항측 입장에서는 일기장 속 암호가 마치 테러리스트의 암호 같았을 것이다. 나도 아직 해석을 못했는데 무슨 뜻이냐고 몇 시간을 추궁당했다.  


P.13 "그것은 일종의 편지 노트 같은 것이었습니다. 글씨체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의 필적으로 쓰여 있었는데, 자크의 필적으로 된 편지 끝에는 J자가 적혀 있었고, 다른 하나는 누구 것인지 모르겠는데, 서명은 대문자로 D라고 되어 있었습니다."그는 좀 쉬었다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편지의 문체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유감스럽게도 그 우정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파리와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좀 더 어린 자크와 중학생인 다니엘이 주고 받은 회색의 편지노트를 학교 선생님이 발견해 읽게된다. 분노한 자크는 절친 다니엘과 함께 집을 나가고 학교는 발칵 뒤집힌다. 자크의 아버지와 선생님은 회색 노트에 적힌 내용만으로 두 아이를 판단하고 결론내린다. 반면 다니엘의 엄마는 아이에 대한 신뢰와 직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데,그런 과정에서 벌어지는 주변 이야기와 자크,다니엘의 상황을 담은 내용이다. 활활 타오르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애정에 혼돈의 시간을 보내는 자크와 역시 넘치는 감성을 지녔지만 아버지의 외도로 너무 일찍 어른스러워져 버린 다니엘은 서로에게 깊은 우정을 느낀다. 


P.82 내 마음은 너무 부풀어 올라 터질 것만 같아! 나는 이 끓어 넘치는 파도를 이 종이 위에다 쏟을 수 있는 한 쏟아 볼 생각이야. 나는 고민하고 사랑하고 희망하기 위해 태어났고, 또한 희망하고 사랑하고 고민하고 있어! 내 일생의 이야기는 단 두 줄로 요약될 수 있어. 나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는 것은 사랑. 그리고 나에게는 단 하나의 사랑이 있을 뿐인데, 그건 너야!


아이들의 터질 것 같은 에너지와 혼란은 어른들에게 수수께끼이며 그들의 언어에 담긴 진심과 감정은 암호처럼 모호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상징으로 불안하게 느껴져 해석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미성년>에서 보듯이 미성숙한 인격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부모의 미성숙한 모습은 어떤 아이에게는 더욱 극대화 되어 표출되고 또 어떤 아이에게는 부모의 미성숙함이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해 이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어른이 되게 만든다. 하지만 자신이 반영된 그 거울을 제대로 인식하는 경우는 안타깝게도 드물다. 기이한 상징과 기호로. 고쳐야 할 문제로 여겨질 뿐이다. 그 거울을 바로 마주보는 것, 간극을 메우는 것이 바로 인생의 고단한 숙제다. 


P.148 "난 시만큼 좋은 게 없어." 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시를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다 버릴 수 있어. 퐁타냉(다니엘)은 나한테 책을 빌려 줘. 이런 이야긴 아무한테도 하지 마,응? 내가 라프라드니, 쉴리프뤼돔이니, 라마르틴이니,위고니,뮈세등을 읽을 수 있게 해 준건 그 애야....... 


입체적으로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에 웃고 울다보면 아쉬운 161페이지에 가 닿는다. 본래 8권으로 이루어진 <티보가의 사람들>중 일부의이야기가 이<회색 노트>담겼다. <티보가의 사람들>을 집필하는 과정에 작가인 로제 마르탱 뒤 가르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려는 것. 

난 그것을 살아 보려 했을 뿐이다. 

그게 왜 그리 힘들었을까?  ㅡ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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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0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0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21-07-10 15: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자신만의 암호 문자를 만들어 보고 싶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미미 2021-07-10 15:29   좋아요 5 | URL
머리가 좋은 친구였어요. 초딩님 가능하시리라 봅니다. 아웅..저는 해석도 너무 힘들었어요ㅋㅋㅋㅋ😭

2021-07-10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0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7-10 15: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기장 일화는 영화의 도입부로 쓰일 장면처럼 인상적으로 상상되네요. ^^

미미 2021-07-10 15:36   좋아요 5 | URL
ㅋㅋㅋ극본으로 한번 써볼까요? 재능이 없어 아쉬운 에피소드부자ㅋㅋㅋㅋ

초딩 2021-07-10 18:27   좋아요 3 | URL
미미님 극본 고고!!!!

미미 2021-07-10 18:3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초딩님도 참~😍

새파랑 2021-07-10 17: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는거 같아 찜~! 좀전에 서점가서 찾아보니까 이책 쏜살문고 책이더라구요~!! 역시 미미님은 비범한 20대를 보내셨군요👍👍

미미 2021-07-10 17:30   좋아요 5 | URL
와 새파랑님 서점 가셨었군요!! 저도 가고싶네요. 현장에서 읽고 사는 맛ㅋㅋㅋ좋은 기회였는데 살리질 못했어요. 진짜 비범한 인생 주인공은 스콧님! 저는 이런저런 추억만 건졌네요ㅋㅋ

페넬로페 2021-07-10 18: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이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암호로 적힌 일기장도 너무 기이하구요~~어서 시나리오 써서 영화사에 파십시오.
티보가의 사람들 1권을 읽었는데 거가에 회색노트가 있었다는 사실은 까먹었어요.
워낙에 오래전이라~~
근데 그때 좋게 읽어서 다시 읽어야겠어요^^

미미 2021-07-10 19:06   좋아요 5 | URL
저도 쓰고 싶은데 재능이 😭ㅋㅋㅋㅋ지난번 페넬로페님 비롯해 몇분이 좋았다고 하셔서 읽었는데 충격먹었어요.전체적으로 너무나 훌륭한 이야기! 나머지도 무지 궁금합니다~♡♡

Falstaff 2021-07-10 18: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이 위대한 소설 <티보가의 사람들>... 회색노트만 읽고 말기는 너무 아까워요.
잠자냥 님은 아직 안 읽으셨지만 하여튼 가지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게 절판이거든요)
미미 님은 도서관을 한 번 뒤져보심이....
1914년에 그만 자크가 죽는답니다. 흑흑흑....

미미 2021-07-10 19:09   좋아요 6 | URL
잠자냥님 페이퍼에서 발견했는데 이제라도 읽게되어 너무 감격스러웠어요. 어쩜 이런 작품이!!! 나머지도 꼭 읽을꺼예요! 도서관에 있는데 이거야말로 훔쳐야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꿀꺽) 아 자크!!안돼요!😭

mini74 2021-07-11 11: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회색노트 읽고 친구랑 교환일기 했던 기억이 나요. 뭐 그닥 엄청난 비밀도 아니었는데 ㅎㅎㅎ

미미 2021-07-11 11:52   좋아요 2 | URL
아 교환일기!! 맞아요 회색노트도 그런형태군요ㅋㅋㅋ저도 진작에 읽었더라면! 아웅🤦‍♀️너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