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천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명백했지요. 그녀는 위대한 선배들, 즉 레이디 윈칠시, 샬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이 지녔던 자연에 대한 사랑이나 열렬한 상상력, 열광적인 시상, 빛나는 기지와 명상적 지혜를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도로시 오즈번처럼 아름다운 선율과 기품이 넘치도록 쓸 수도 없었지요. 실제로 그녀는 그저 영리한 여성에 불과했고 그녀의 책들은 틀림없이 십 년이 지나면 출판업자들에 의해서 펄프로 환원될 것입니다.  - P136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훨신 위대한 재능을 가진 여성들에게 오십 년 전만 해도 결여되어 있던 어떤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녀에게 남성은 더 이상 ‘반대당파‘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남성들을 맹렬히 비난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 P137

그녀의 책은 성이 그 자체를 의식하지 않을 때라야 생겨나는 그 신기한 성적 자질로 가득 차 있습니다.
- P137

그녀가 일시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들로 무너지지 않을 항구적인 건축물을 세울 수 없다면 아무리 풍부한 감각과 섬세한 인식이라도 아무 쓸모가 없겠지요.  - P138

그녀가 치를 시험은 오른쪽이나 왼쪽을 돌아보지 않고 울타리를 넘는 것이었지요. 만약 당신이 욕설을 퍼붓기 위해 멈춰 선다면 당신은 파멸이라고 나는 그녀에게 말했지요. 비웃기 위해 멈추어도 마찬가지라고 말입니다. 망설이거나 더듬거린다면 당신은 끝장이다. 오로지 뛰어넘는 것만을 생각하라. 나는 그녀의 등에 내 온 재산을 건것처럼 간청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새처럼 그것을 가볍게 넘었습니다. 그러나 그 너머에도 울타리가 있고 또 그 너머에도 있었지요. 박수 소리, 고함 소리가 신경을 마모시키고 있었으므로 그녀가 지구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최선을 다했지요. 메리 카마이클이 천재도 아니고, 돈과 시간, 여유 등의 바람직한 조건들을 충분히 갖추지도 못한 채 침실 겸 거실에서 첫 번째 소설을 쓰고 있는 무명의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 P139

나는 마지막 장(章)을 읽으며 (누군가 거실의 커튼을 걷어서별이 총총한 하늘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코와 드러난 어깨가 적나라하게 보였지요.) 그녀에게 백 년을 더 주자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녀에게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를 주자, 그녀가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이야기하고 지금 쓴 것의 절반을 빼 버리도록 허용해 주자, 그러면 그녀는 조만간 더 나은 책을 쓸 거라고 말입니다. 나는 메리 카마이클이 쓴 『생의 모험』을 서가의 끝에 꽂으며 그녀는 시인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백 년이 지나면 말이지요.
- P139

 거리 끝의 플라타너스에서 이파리 하나가 떨어져 그 휴지(休止)와 정지의 순간에 내려앉았습니다.  - P141

마음이란 확실히 우리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전적으로 의존하는, 참으로 신비로운 기관입니다. - P142

사람이란 도전을 받게 되었을 때, 그전에 전혀 도전받은 적이 없었다면, 훨씬 지나치게 앙갚음을 하는 법입니다.  - P145

어떤 책에 암시력이 결핍되어 있을 때, 그것이 마음의 표면에 아무리 세게 부딪친다 하더라도 내면을 뚫고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 P150

우리가 콜리지의 문장 하나를 떠올리면 그것은 폭발하면서 온갖 다른 생각들을 탄생시키지요. - P149

내 눈에는 불꽃을 내며 타오르는 것들이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여러분에게는 모호해 보이겠지요. - P152

창조적 예술이 이루어질 수 있으려면 먼저 마음속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이 협력해야 합니다.  - P152

칭찬은 비난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 P155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 아무리 즐거운 소일거리라 하더라도 그것은 더없이 무익한 일이며, 가치를 측정하는 사람들의 규정에 복종하는 것은가장 굴욕적인 태도입니다. 여러분이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 그것만이 중요한 일입니다.
- P155

은 항아리를 들고 있는 교장 선생님이나 소매를 걷어붙이고 자를 든 어떤 교수님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당신의 비전을 머리카락 한 올만큼이라도, 그 빛깔의 미묘한 색조라도 희생시킨다면, 그것은 가장 비굴한 변절입니다.
이에 비교하면 인간에게 가장 큰 재앙이라 일컬어지는 재산과 정조의 희생은 그저 사소한 고통일 뿐이지요.
- P155

시는 지적 자유에 달려 있지요 - P157

대다수 교육받지 못한 영국 여성들처럼 나도 책 읽기를 - 대량으로 읽기를 - 좋아합니다.
- P158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수 있기에 여러분 스스로 충분한 돈을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 P158

픽션이 시나 철학과 뺨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지면 훨씬 나아질 것입니다. - P159

좋은 책이란 바람직한 것이며, 좋은 작가들은 비록 그들이 인간적으로는 갖가지 타락상을 드러낸다 하더라도 좋은인간들이라는 것입니다.  - P159

때로 먼지투성이의 길에서, 때로는 거리에 떨어진 신문 조각에서, 때로 햇빛을 받고 있는 수선화에서 리얼리티를 발견할수 있겠지요.  - P159

『리어 왕』, 『에마, 또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며 나는 최소한 그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이런 책들을 읽고 나면 감각 기관이 신기한 개안 수술을 받은 듯 그 이후로는 사물이 더욱 강렬하게 보이지요. 세상은 그 덮개를 벗고 더욱 강렬한 삶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리얼하지 않은 것과 반목하며 사는 사람은 부러워할 만한 사람들입니다. 반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일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 P160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오, 하고 나는 말할 겁니다. 그 말을 고귀하게 들리게끔 표현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오로지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십시오.
- P161

존 랭던 데이비스 씨는 "아이가 전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나이가 될 때, 여성도 전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된다. 라고 여성들에게 경고합니다. 여러분이 이것을 기록해 두기 바랍니다.
- P162

그녀의 오빠가 그러했듯이, 그녀는 선구자들이었던 무명 시인들의 삶에서 자기 생명을 이끌어 내며 태어날 것입니다. 그러한 준비 작업 없이, 우리 편에서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녀가 다시 태어날 때 그녀가 살아갈 수있고 자신의 시를 쓸 수 있다고 느끼게끔 만들겠다는 결단 없이, 그녀가 출현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하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그녀를 위해 일한다면 그녀가 출현하리라는 것과 비록 가난한 무명인의 처지에서라도 그것을위해 일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단언합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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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증은 특별한 증상이 아니라 누구나 겪는 심리적 방어기제의 일시적 혼란일 뿐입니다 - P36

증오(hatred)는 혐오(repulsion)와 달라요. 혐오는 정말로 그냥 싫은 거고 증오는 사랑 뒷면에 있는 감정이예요. 양가적 감정이죠.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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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리 와 있다
사람은 오지 않는다
비는 오고 있다.
신호를 기다린다.
아무도 선을 넘지 않는다 - P69

사람이 멀어지자 마음이 멀어지게 되었지만 몸은, 기억한다 피가 흐르는 손과 흘러내리는 안경과 삐뚤어진 모자 그리고 그 외의 여러 것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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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문밖에있는 것이 얼마나 불쾌한 일인가를 생각했고, 어쩌면 잠긴 문안에 있는 것이 더욱 나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 P45

여러분이 어쩌면 우주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 P49

책의 제목들도 내게 생각거리를 제공했지요 - P49

 성과 그 본질이 의사나 생물학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설명하기 어려운 놀라운 사실은 성, 즉 여성이 유쾌한 수필가나 글재주 있는 소설가 혹은 석사 학위를받은 젊은이들이나 학위를 받지 않은 사람들, 또한 여성이 아니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아무 자격도 없는 사람들의 관심을끈다는 점이었습니다.  - P49

이 모든 권력을 가진 사람이 분개하는 것은 불합리해 보인다고 나는 석간신문을 넘기며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분노란 권력을 쫓아다니는친숙한 유령일까요?  - P59

픽션은 거미집과 같아서 아주 미세하게라도 구석구석 현실의 삶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 P69

제프리 초서(1342~1400):14세기 후반 궁정 대신, 외교관,공무원을 지낸 영국의 대표 시인 - P70

커러 벨, 조지 엘리엇, 조르주 상드 - P81

전기가 유행하는 요즈음, 두 개의 그림은 종종 서로를 완성시켜 주기 때문에, 우리는 위인들의 견해를 그들의 말뿐 아니라 그들의 행위에 의해서 해석할 수 있지요..
- P85

이런 사실에 항의하고 저런 사실에 논박할 필요성 때문에 지나치게 긴장되었고 생명력은 위축되었을 겁니다 - P87

불행히도, 자신들에 관한 이야기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바로 천재적인 남성과 여성입니다. 키츠를 기억해 보십시오. 그가 자신의 묘비에 새겨 놓은 문구를 생각해 보십시오. 테니슨을 생각해 보고 또 그러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에 과도하게 신경 쓰는 것이 예술가의 본성이라는 아주 불행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자꾸 예시할 필요는 없겠지요.  - P88

문학은 사리분별을 넘어설 정도로 타인의 의계에 신경 쓴 사람들이 파멸한 잔해로 온통 뒤덮여 있습니다. - P89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보면서추측건대, 예술가의 마음은 자기 속에 내재한 작품을 흠 없이완전하게 풀어놓으려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서 셰익스피어의 마음처럼 작열해야 합니다. 그 안에 어떤 방해물이 있어서도 안 되고 태워지지 않는 이물질이 끼어서도 안 됩니다.
- P89

선두 주자가 없었다면 제인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은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는 말로가 없었다면, 말로는 초서가 없었다면, 초서는 그 이전에 길을 열고 자연적 언어의 야만성을 순화한 잊힌 시인들이 없었다면 글을 쓸 수 없었겠지요.
왜냐하면 걸작이란 혼자서 외톨이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공동으로생각한 결과입니다.  - P101

조지 엘리엇이 에밀리 브론테와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까? 샬럿 브론테는 제인 오스틴을 전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요?그들 중 어느 누구도 아이를 갖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그들보다 더 상이한 인물들이 한 방에서 함께 만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그들의 만남을 상상해 보고 그들의 대화를 꾸며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 P102

사람들이 셰익스피어와 제인 오스틴을 비교할 때, 그들은 두 작가의 마음이모든 방해물을 다 태워 버렸다는 사실을 의식할 겁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제인 오스틴을 알지 못하고 또 셰익스피어를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에, 제인 오스틴은 그녀가 쓴 모든 단어에 스며들어 있고 셰익스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 P104

지상을 채운 숱한 생명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반역의 효소가 발효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 P106

그녀는 공격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거나 화해하기 위해 저런 말을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기질이 명하는 대로 때로는 유순하고 소심하게, 때로는 분개하고 역설하며 그 비판에 대처했습니다. 
- P113

우리는 책들을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데 익숙하지만, 사실 그것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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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 P12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예쁘다.
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P14

돌 담에 속삭이는 햇발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 P29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 P36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 P38

별 헤는 밤 윤동주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P61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情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 P67

님의 침묵 한용운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P70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 P84

자화상 윤동주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며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P102

승무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P121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P142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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