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시인이 말했다고 한다. 

시는 나이테만 보여주는 것이고

산문은 나무 전체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어쨌든 시도 산문도 나에게는 그늘이고 휴게소다.

분투하듯 살아가고 세상을 읽어가는 내게 

시와 산문은 잠시 쉬어 가라며 나를 붙잡는다.

뭐가 그리 급하냐고 뭐가 그리 분주하냐고

숨을 돌리라고 잠시 앉아 가라앉히라고

다독이고 다독인다.


사전에서 ‘저녁‘ 이라는 말을 찾아보았습니다. '저녁: 해가질 무렵부터 밤이 되기까지의 사이.‘ 사전적 정의라고 하기에는 다소 추상적인 풀이를 보고 친구와 저는 동시에 웃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저녁은 오지 않을 듯 머뭇거리며 오는 것이지만, 결국 분명하게 와서 머물다가 금세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갑니다. 물론 저녁이 아니더라도 오고가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P17



 

야한 장면 없이 야한 소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섭던 영화가 그러했듯 야한 장면 없이 야했던 옌롄커의 소설은 나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해주었다. 읽기 쉽게 쓰였다고 해서 쉽게 쓴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명료한 글일 수록 수많은 고민과 번민이 나름의 해탈에 이른 결과가 아닐까? 소도 뒷걸음 치다 쥐를 잡지만 쥐를 여러번 잡는다면 능력이다. 옌롄커는 자신이 시대를 잘 만났다고 하지만 솔직히 누구든 피하고 싶은 시대 아니던가? 그의 용기에 건배를! 영화는 망한것 같지만 어쩌면 그것 역시 이 작품을 가벼이 본 결과다. 이 문장을 어떻게 스크린에 옮긴단 말인가! 불가능한 것을 시도했다. 이안 감독이라면 훨씬 시(詩)적으로 살려냈을지도 모른다. 어떤 것은 텍스트 그대로 두어야 한다. 


두 사람은 초조함과 애정의 목마름, 원한의 욕념을 품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마른 땔나무 한 무더기가 불붙고 있었다. 두 사람의 호흡이 잠시 힘겨워졌다. 거대한 불길에 사방이 온통 짙은 연기로 뒤덮인것 같았다. 마른 나뭇가지에서 불꽃이 명멸하면서 짙은 연기가 하늘을 덮을 기세로 피어올랐다. 그때 류롄이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정말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군. 잘했어. 아주 잘했어."- P119




룸살롱,비즈니스 룸,클럽, 단란주점, 온라인상의 N번방과 음란 단톡방에 이르기 까지 여성에 대한 혐오와 멸시가 남성성으로 기능하는 '남자들의 방'을 들여다본다. 우리나라의 유흥업은 '여성'없이는 존재할 수 없을만큼 '여성착취적'사업으로 성장해왔다. 타자의 성을 돈으로 사고 희롱하는 놀이공간, 남성성을 과시하는 장소, 때로는 비즈니스 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유흥업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묵인되고 수용되는 부조리함을 아프게 읽어냈다.
공동체가 인간 존엄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합의를 가지고 있다면 이런 상태가 과연 가능할까? 

내가 유흥업소의 특수성에 집중한 이유는 특히 이 공간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로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나는 유흥업소 여성 종사자의 경험을 곱씹을 때마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이 무화되는 이 공간의 특수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중략) 유흥산업을 비롯한 성매매산업은 여성을 멸시하고 혐오하는 행위가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평범하게 여겨지는 특정한 장소이고, 그 특정한 장소가 평범한 일상이되어버린 게 한국 사회다.ㅡP223





이 책은 제목대로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라캉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무섭고 머리아픈 구조주의 4인방을 쉽게 설명했다. 일본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시민강좌에서 활용한 노트를 이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읽어본 바로는 기대만큼 쉽진 않았지만 이해 안가는 대목은 두 세번 반복하는 식으로 조금 노력하다보면 대체로 납득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구조주의 입문서에 가깝다. 나는 이런 일이 있었는줄도 몰랐는데 사르트르는 카뮈에게 사망선고를 내리고 레비스트로스는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에게 사망선고를 내렸다는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 어떤 사망선고였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바르트가 극찬한 일본의 '하이쿠'를 더는 미루지 말고 조만간 꼭 읽어봐야겠다. 


우리는 모두 자기가 사용하고 있는 어법의 진리 속에, 즉 그 지역성속에 붙들려 있다. 나의 어법과 이웃 사람의 어법 사이에는 격렬한 경쟁관계가 있고 우리는 그곳으로 끌려 들어간다. 왜냐하면 모든 어법(모든 픽션)은 패권을 다투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번 어떤 어법이 패권을 손에 넣으면 그것은 사회생활의 진역으로 퍼지고 징후가 없는 ‘편견doxa‘ 이 된다. 정치가나 관료가 말하는 비정치적인 언어, 신문이나 텔레비전, 라디오가 떠드는 언어, 일상의 수다. 그것이 패권을 장악한 어법이다.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에서 - P133





'호밀밭의 파수꾼'이 떠오르는 성장 소설. 화자가 다니는 이 명문고는 문학적 재능을 높이 평가한다. 학기마다 유명 작가들이 초대되는데 시나 소설,수필을 써낸 학생들 중에 1등을 뽑아 작가와의 특별한 시간을 보낼 기회를 준다. 마지막에 이 학교에 헤밍웨이가 방문하기로 하는데 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주인공이 당선되지만 그 과정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 '실수'라는것이 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작가의 이력을 읽고나서 이런식의 자기합리화는 아무래도 좀 아니라는 결론을 지었다. 3분의 2 지점까지는 썩 나쁘지 않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란 아직까지 나에게 흥미로운 영역인것 같다. 


글을 만들어내는 삶은 글고 적을 만한 삶이 아니다. 작가의 삶이란 작가 자신도 모르게 이어지는 인생이고, 정신이 하는 일과 거기서 나는 모든 소음으로 덮여 있는 인생이며, 불조차 밝히지 않은 수직 통로, 유령들이 저마다 메시지를 가지고 분투하며 우리를 향해 오다가 서로를 죽이고 마는 그 수직 통로 저 깊은곳에서 벌어지는 인생이다. 어쩌다 그 유령 중 몇몇이 살아남아 작가의 관심이 미치는 곳까지 뚫고 나오면, 작가는 그 유령을 커피를 더 채워주러 오는 종업원처럼 덤덤히 맞이하는 것이다. P.276




첫 페이지부터 별5개로 시작한다. 두껍지만 기대된다. 전시강간은 꽤 오래된 일이다. 관심갖고 찾아보면 지금도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영화와 다큐가 계속 만들어지고 출판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용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꾸준한 사회적 지지와 공감이 필요하다. 서양 최초의 역사책인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여성을 납치한 이야기로 시작한다고 한다. 읽어야 할 책들은 하루하루 늘어가고 서재는 점점 좁아진다.  


우리는 우리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겼고 속으로 여러 번 죽었지만 우리의 이름은 어느 기념비에도, 어느 전쟁기념관에도 새겨지지 않을 것입니다.

ㅡ 아이사,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강간 생존자 - P5



  


원서 읽는 쏠쏠한 재미


옥스포드 북웜 읽기는 계속된다. '오즈의 마법사'는 역시 줄거리를 몰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기억력이 나쁘다는건 이런면에서 꽤 장점이다. 허리캐인에 휩쓸려 온 도로시와 겁쟁이 사자,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걸 이미 다 가지고 있는데 그 사실을 몰라 마법사에게 요구한다. 짧아서 아쉽기도 했다. 이제 2권만 더 읽으면 레벨 2로 진입할 수 있다. 어제 도서관에 다녀왔는데 내가 보는 시리즈의 가짓수가 늘어나있어 반가웠다. 누군가 기증했거나 추가로 구매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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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3-24 1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책을 읽고 계시는 미미님. 어떤 것은 텍스트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말 어느 정도 공감됩니다^^ 책으로 봤던 것을 막상 영화화해도 비주얼적으로 더 강렬한 효과는 낼 수 있어도 원문의 문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북웜시리즈는 계속 화이팅입니다!^^*

미미 2022-03-24 18:06   좋아요 3 | URL
읽기 시작한 책이랑 리뷰 안쓰고 넘어간 책들 같이 묶어 올리다가 너무 길어졌어요ㅎㅎ 원작만한 영화는 정말 드물더라구요. 원작을 그대로 살려주든지 아니라면 퀄리티를 꽤 높여야 원작읽은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겠죠?! 북웜 느리지만 계속 해보려고요. 응원 감사해요~^^♡

새파랑 2022-03-24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독서는 미미님의 휴게소군요~!! 읽고계시는 책들이 다양하고 국영문을 넘나드는군요 ^^ 역시 독서기계~!! 오늘도 즐거운 휴게소를 만나시길 바라겠습니다 😆

미미 2022-03-24 19:07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감사해요~^^♡ 최근에 시와 산문을 많이 못 읽었는데 역시 매달 한 두권은 꼭 읽어야겠구나 숨돌릴 공간이구나, 필요했구나 느낍니다.😆

stella.K 2022-03-24 1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야한 장면 없이 야한 소설한 소설이라니 급관심이 가는군요.
글치 않아도 표지 그림이 야시시해서 관심이 가긴 했지만.ㅋ
저는 읽진 않고 모셔두는 것만으로도 휴게소 같습니다.
저것들을 언제 다 읽나 하면서.,,,ㅋㅋㅋ

미미 2022-03-24 20:16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호기심이 일어나는 표지죠?ㅋㅋ
직접적인 묘사없이도 이런 분위기를 줄 수 있구나 감탄하며 읽었어요. ^^* 저도 읽어야할 책들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배도 부르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페넬로페 2022-03-24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종류의 책을 다양하게 읽어내시는 미미님, 짱이십니다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읽고 있는 중인데 영화는 저도 패스하려고 해요~~

미미 2022-03-24 21:26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 안그래도 지난번에 추천드리고 미리보기를 봤는데 급후회되더라구요ㅋㅋㅋㅋ소설은 어떠실지 궁금해요! 제가 쓴건 아니지만 재미있으셨음 좋겠어요😅

singri 2022-03-24 2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독다독한 미미님 대단해요 👍

미미 2022-03-24 21:28   좋아요 2 | URL
싱그리님~^^♡ 감사해요! 모르는게 너무 많은데 뒤늦게 독서의 맛을 알아서 항상 마음이 조급합니다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3-24 22: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독가 미미님!^^
첫 책부터 책의 감상문이 시 같구나! 하며 읽다 보니 아 맞다..미미님 국문과 출신!! 하며 떠올랐네요ㅋㅋㅋ
이제 도서관 가시면 떳떳하게 레벨 2 빌릴 수 있으시겠군요?? 책 표지 애써 가리지 말고 당당하게 대출 기계에 올리자구요ㅋㅋㅋ

미미 2022-03-24 22:19   좋아요 5 | URL
얇은 책 많이 끼워읽는 다독가입니다ㅋㅋㅋ대학때 공부 열심히 안해서 남은게 없는 부끄러운 국문과고요^^; 시집은 잔뜩 있는데 요즘 통 시와 가까이 지내질 못했어요. 오래간만에 산문 읽으니 좋아서 시집도 꺼내읽었지요ㅋㅋ
나무님~♡ 저 도서관에서 이제 완전 당당해질겁니다😆
서러웠던 지난날!흙흙 레벨2만 되어도 어디인지요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3-24 22:30   좋아요 3 | URL
당당한 미미님 멋져요!!^^🤗🤭👍

미미 2022-03-24 22:31   좋아요 3 | URL
😁😍

페넬로페 2022-03-24 23:46   좋아요 4 | URL
미미님, 국문과 출신이예요?
몰라뵈어 죄송해요^^

미미 2022-03-24 23:50   좋아요 5 | URL
앗 페넬로페님!! 국문과 나온 티가 안나는 오타남발 국문과입니다.ㅎㅎㅎ

난티나무 2022-03-24 22: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왜냐하면 모든 어법(모든 픽션)은 패권을 다투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바르트의 이 말 확 와 닿네요! ‘패권을 장악한 어법’!

미미 2022-03-24 22:23   좋아요 4 | URL
난티나무님! 이 책 무릎치는 내용 잔뜩있어요~♡ 공쟝쟝님 따라 읽은 책이예요ㅋ 무릎치랴~북마크 쉴틈없이 붙이랴 아주 번거로웠습니다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3-24 22:29   좋아요 3 | URL
제 답글 읽다가 덤으로 읽게 되었는데 혼자 웃다가 끼어들었네요^^
무릎 치고, 북마크 붙이고...상상하니 넘 우스워서!!! 넘 바쁘셨겠어요ㅋㅋㅋ
책표지를 어디서 봤나? 공쟝님 푸코책이랑 비슷하다? 싶었는데 아...진짜 공쟝님네에서 본 책이었군요?^^
아...나의 기억력!!!ㅋㅋㅋ

미미 2022-03-24 22:29   좋아요 4 | URL
나무님!ㅋㅋㅋㅋㅋ제가 책읽을때 보통 이러고 있습니다ㅋㅋ독서는 제게 육체노동! 🤭

서니데이 2022-03-24 2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계절산문은 지난 겨울 선물받은 책이어서 잠깐 읽었던 것 같고, 요즘 유행하는 책들은 아직 못 본 책이 많네요.
잘 봤습니다. 미미님, 좋은하루 보내세요.^^

미미 2022-03-24 23:20   좋아요 4 | URL
산문 읽으니 토닥토닥 위로받은 기분이라 좋았어요~♡ 끌리는 신간들이 있어서 몇권 같이 읽고 있어요. 책 읽다보면 하루가 넘 빨리 지나가는 기분입니다ㅋㅋㅋ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되세요~😉⭐🌛

행복한책읽기 2022-03-25 00: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다독다독. 진짜 장르도 다양하게 읽으시네요. <관통당한 몸> 이런 르뽀는 읽기 버거운데, 늘 외면하지 않는 미미님 참 멋져요^^

미미 2022-03-25 00:37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책읽기님을 본받아 꾸준히 읽어나가고 있어요~♡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오고 또 많이들 읽고 연대해주었음 좋겠어요! 평온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프레이야 2022-03-25 09: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인용해 주신 문단 저도 인상적이었어요. 영화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 보였어요. 다양하게 읽고 정리하시는 미미 님 페이퍼 참 좋아요. 장석주 시인의 말, 시는 나이테를 보여주는 거라는 말이 알듯 모를듯 그 자체가 시구네요. 갑자기 우리몸의 시는 어느 부분일까 생각해 봅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미미 2022-03-25 10:42   좋아요 4 | URL
좋은 아침입니다 프레이야님^^♡ 저 책을 읽고 옌롄커의 문장에 홀딱 반했어요! 영화 제작은 무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장석주 시인이 참 적절한 표현을 했지요? 저도 몸의 시는 무얼까 생각해 볼께요. 역시 프레이야님 ^^*👍

다락방 2022-03-25 1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미미님. 이 페이퍼에 읽고 싶은 책들이 막 나오네요. 특히 <남자들의 방> 읽다가 화가 폭발할 것 같지만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푸코 라캉 저 책도 읽어보고 싶다고 체크한 지 한참 되었는데 엄두가 안나더라고요. ㅜㅜ

미미 2022-03-25 10:53   좋아요 3 | URL
헤헷~♡ 다락방님^^* <남자들의 방>은 초반 3분의 1과 뒤에 마무리 부분만 읽어보셔도 좋을것 같아요.성매매,포르노도 그렇고 이런 방들이 존재한다는것 자체가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가에서도 사실상 적극허용,방조하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고요ㅠ
<푸코 라캉...>은 저도 꽤 묵혀두었다가 읽은건데 번역탓인지 조금 어수선한 느낌이 있지만 인상적인 지점들이 꽤 있었던 읽을만한 책이예요. 재밌었어요!!ㅎㅎ 다락방님은 분명 금방 읽으실거예요.추천드립니다~♡

바람돌이 2022-03-25 1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 보고싶은 책. 제 보관함에도 쌓여 있는 책. 왜 시간은 24시간이며, 인간은 왜 잠을 자야 하고, 심지어 돈 벌기 위해서 직장도 열심히 나가야 하는지.... 이런 보고싶은 책들을 볼 때마다 일단 신세한탄부터 하네요. ㅎㅎ

미미 2022-03-25 12:03   좋아요 2 | URL
읽고싶은 책은 주어진 시간에 비해 급속도로 늘어가는듯 합니다.ㅎㅎ 특히 북플이 심각한 원인이죠! 일은 AI에게 맡기고 인간은 취미생활 즐기며 책만 읽을 수 있음 좋겠어요~♡

그레이스 2022-03-25 1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저녁!
계절 산문에서 가장 좋았던 글이었어요^^
따뜻해서...!
국문과!
어쩐지...! 하고 있습니다^^

미미 2022-03-25 12:58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계절산문>읽어보셨군요~^^♡ 심쿵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네요.ㅎㅎ

에궁~오타남발에 관련지식 넘 부족한 국문과예요.😅

scott 2022-03-28 0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휴게소는
서재
책상
책탑
그리고,,,,

사랑둥이
(__/)
(`•.• )づ__/)
(つ  /( •.• )
しーJ (nnノ)츄츄 ^^

미미 2022-03-28 10:57   좋아요 2 | URL
스콧님~♡ 딩동댕!!ㅋㅋㅋㅋ
이모티콘 너무 귀엽습니다*^^*
 


한국의 시민들은 촛불시위를 통해 평화적이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전세계에 선보였다. 또한 대한민국은 이미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7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되었으며 해당 7개 나라중 유일하게(또한 자랑스럽게도) 다른나라를 식민지로 둔 역사가 없는 국가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런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발전의 혜택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8년째 OECD국가중 자살률1위, 특히 노인 자살률1위(2019)이며, 10대,20대,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 40,50대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다. '헬조선'은 이런 실태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81%의 학생들이 고등학교시절을 '전쟁터'으로 묘사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다른 보기:함께하는 '광장',거래하는 '시장') SKY와 명문대를 중심으로 한 입시과열경쟁은 학생들의 꽃 같은 시절을 악몽으로 만들고 사회진입 전부터 그들을 '능력주의'로 내몰고 있다. 자본주의가 확대될수록 불평등이 확대될것이라 주장한 '토마 피케티'가 불평등에 관한 여러가지 지표를 만들었는데 그 중 '베타지수'는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불평등했던 '프랑스 혁명시기'를 기준으로 한다. ㅡ소설 '레미제라블'의 시대(1789~1848).  당시의 불평등을 상징하는 베타 지수가 7.2라고 하면(높을 수록 불평등사회) 지금 한국의 베타 지수는 무려 9라고 한다. 한국인들은 자본주의 역사상 '프랑스혁명' 때보다 높은 불평등사회에 놓여있는 것이다. 김누리 교수는 이런 불평등 사회에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능력주의'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022년 '세계불평등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불평등 지수는 세계최고수준이다. 옥스팜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상위 10%와 하위 50%의 부의 차이가 무려 52배 차이가 난다. 또한 상위 10%가 전체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5%나 된다. 하위 50%는 전체 부에서 겨우 5.6%를 가져간다. '입소스'에 따르면 한국은 각종 갈등지표도 심각하다. 남녀갈등,세대갈등, 빈부갈등, 이념갈등, 정당갈등, 종교갈등, 학력갈등이 각각 세계1위로 심각한 갈등사회인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갈등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능력주의'에는 한목소리를 낸다. '능력주의'는 이런 불평등,갈등상황을 구조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만든다. 


http://www.yonhapmidas.com/article/220203173644_841200 한국, 부유해졌지만 불평등심해





재난은 한 사회에 잠재되어 있던 문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 문제가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의 시기다. P.210



코로나 19는 한국의 노동생태계의 문제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아프면 쉴 권리'가 노동자에게 없음을 보여줬고,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 및 자회사 노동자,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가 다층적불평등에 놓여있음이 밝혀졌다. 없던 불평등이 생겨난 것이 아닌 가려져 있던 불평등의 민낯이 재난상황에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있다. 재난상황에 노동자는 연차강요, 무급휴가, 휴직강요, 무급휴직, 권고사직, 정리해고로 일과 휴식을 모두 잃어간다. 




또한 4차산업시대로 접어들며 노동시간 유연화, 탄력근로라는 겉보기엔 '실용적'인듯한 어휘가 노동자의 '시간 권리'를 빼앗고 있다. '규제'란 만들긴 어렵고 풀리면 다시 만든는건 더욱 요원해지는 경우가 많다. 안전에 관한 '규제'는 더욱 그러하다. 누군가 많이 죽고 혹은 많이 다쳐야 뒤늦게 공론화되고 '규제'로 이어지는 경우를 본다. 

4차산업화와 재난상황이 맞물려 새로운 고용형태와 노동자 관리시스템이 추가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는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제한하는 조치(주 52시간 상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과로위험을 배가시킬 것이 분명함에도, '특별한 사정'에 대한 이유가 더 크게 작동하는 형국임을 말해준다. p.181


한국의 공무원 수는 OECD국가와 비교해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인력의 과소 상태에서 반복된 재난상황(짧아지는 감염병발생 주기,해마다 발생하는 산불화재, 동물감염병으로 인한 살처분등등)은 과로사와 절대적 휴식부족, 심리적 트라우마를 반복 생산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사회적 불평등과 그에 따른 노동자들의 비극적인 과노동, 과로사회의 현실. 이 많은 고질적인 문제들은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결과다. 소위 '능력주의'에 대한 맹신 때문에 소수 엘리트들, 기득권에 대한 관용적 태도가 사회에 만연해있다.   


재난 시 공무원 과로사가 발생할 때면 헌신과 희생으로 미화하거나 영웅으로 호명한다. 재난 상황에서 봉사자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동원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명감, 헌신, 희생이 전면에 내세워지는 가운데, 봉사자 이데올로기는 과로죽음을 유발하는 '과로'의 문제를 은폐하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봉사자 이데올로기는 공무원 과로사를 양산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p.192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우리 사회에 여성 50% 남성 50%이므로 의회에도 마찬가지 비율이 적용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남성이 81%고 여성이 19%에 그치고 있다. 여성의 비율이 아주 서서히 높아지고 있지만 오랜 세월동안 엘리트출신 남성이,특히 50~60대가 국회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꼭 그렇게 억지스럽게 남녀비율을 맞춰야하냐고 내게 질문했다. 나는 그분에게 되묻고 싶다. 그럼 그동안 남성들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은 왜 괜찮은거냐고? 왜 계속 그렇게 해야만 하는 거냐고? 그게 공정하냐고 말이다. 





국회에서 균형있게 이루어지지 못한 대의민주주의는 사회에 그대로 반영이 되고 있다. 여성의 권리가 국회에서 '과소대표'되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사회곳곳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겪는다. 사회에 있는 다양한 직군들이 국회에서 대의를 실현해야만 한다. 대학 교수출신보다는 실제로 사회에 더 많이 있는 교사출신들이 국회에 들어가고 육체노동자와 주부, 회사원도 국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만 한다. 30~40대가 충분히 국회에 들어가 그들의 대의를 실현해야만한다. 우리나라의 국회는 현재 법조인, 교수,언론인들이 과잉대표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거법을 바꿔야만한다. 최다득표자만 당선되는 지금의 소선거구제로는 국민의 뜻을 국회에 반영하기 어렵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내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투표방식이라고 한다. 



지난 20대 선거에서도 보다시피 '신념투표'를 할 수 없는 이러한 선거구조는 차악을 향한 투표로 국민을 내몰았고 이는 결국 정치혐오로 이어졌다. 거대 양당의 대결구도로 이루어진 이러한'차악투표'는 정치인들의 막말과 갈등조장으로 얼룩졌고 이런 선거로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개선하기 힘들다는 것을 모두가 목격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누구보다 지식인들이 목소리를 내 주어야 한다. 소수 정치인들이 기만하며 왜곡하고 있는 사회현실을  지식인들이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더는 특권층만의 정치로 이 사회가 병들어 죽어가지 않도록 하는 '목소리'가 우리사회에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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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3-21 2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구구절절 너무 명쾌해서 시원합니다.
노동을 교육하지 않고 제대로된 비판을 하지 않는 언론등 문제가 너무도 많지만 어떤 임계점으로 끝까지 치닿는 현재를 아무도 바꾸지 않는 구조적 한계만 볼뿐입니다.

선거때마다 개헌을 이슈몰이용으로만 여기고 철지나면 다시 요원한일이 되어 반복되는일 .

사람이 얼마나 죽고 얼마나 오래일해야 제대로 대우받는 시절이 올까요?

미미 2022-03-21 23:16   좋아요 7 | URL
맞아요!^^* 언론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죠. 그들은 신자본주의의 인형이되어 마치 굿이나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김누리교수는 노동자들이 해마다 이런 수준으로 죽어가는건 전쟁상태와 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반복된 산업재해사망에 사회적으로 무감각해지는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cyrus 2022-03-21 21: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리 회사에 코로나 확진자 3명이나 나왔어요. 사장은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면서, 자가 격리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확진자와 같이 일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더라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어요. 이 어려운 시기를 돌파하자면서.. 우리 회사에는 코로나든 오미크론이든 걸리면 격리할 권리가 없어요. ㅎㅎㅎ

미미 2022-03-21 22:03   좋아요 5 | URL
헉...국가재난 상황인데 확진되었어도 자가격리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군요?! 사무실 분리라도 철저히 해주는건지 걱정스럽네요. 오미크론도 꽤 아프다던데 사이러스님 부디 조심하세요.^^*

페넬로페 2022-03-21 23:58   좋아요 3 | URL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정말 세니 사이러스님 조심하세요.
불편하시더라도 마스크 꼭 착용하시고요~~

새파랑 2022-03-21 23: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국회의원이 시민을 대표한다고 보면 어느정도 계층과 성별 비율이 맞아야 하는데 아직 그게 안되는거 같아요. 그래서 반짝 공약만 하는거 같고~ 어느정도 균형이 맞춰지면 좋겠습니다 ㅋ 상생~!!

미미 2022-03-21 23:16   좋아요 7 | URL
네! 사회적 불평등이 특권층의 정치독점과 맞물려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성별비율도 적용되고 다양한 세대,계층의 대의가 반영되어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치가 되길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2-03-21 23: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우리나라가 왜이리 되었을까요?
식민지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나라지만 우리가 남의 나라 식민지로 살았고 전쟁을 겪었으면 뭔가 더 잘되어야 하지 않나요?
오늘 코로나 검사하러 병원에 갔다가 뉴스를 봤는데 대통령인수위원회 대변인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넘기겠다고 하더라고요.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이 벌써부터 그런말을 해대고 청와대를 옮긴다고 하고~~
병원은 코로나 확진자로 꽉 차 있는데도요 ㅠㅠ

미미 2022-03-21 23:49   좋아요 9 | URL
우리나라에 제대로된 보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거기부터 잘못된거고 본래 보수의 장점인 역사인식이 꼬이고 교육이꼬이고 바른말하면 좌파,빨갱이 소릴듣다보니 반공교육받은 이들은 점점 목소리를 내지못하고요.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이 보수인척 수구세력으로 자리잡아 불평등이 계속되고 있는것같아요. 이걸 저항하고 바로잡아야하는데 그런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은 자신들이 이용당한다고는 꿈에도 생각못하고 악순환이죠ㅠㅠ

기억의집 2022-03-21 23: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 40프로가 소득세를 내지 않아요. 종소세의 환급이 아니고 딱 저 소득세 부분이요. 사십프로라는 말에 진짜 놀랬잖어요. 우리나라 일해서 내는 소득세3.3프로를 환급받는 퍼센트가 사십프로… 그 사십프로가 최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지요. 사십 프로면 놀랍지 않나요? 십프로 이십프로도 아니고 사십프로. 그래도 최저 임금 많다고 난리입니다. 일하는 사람 사십프로가 최저 임금 받는 나라에서 최저 임금이 많다고 난리니…

미미 2022-03-21 23:58   좋아요 6 | URL
어처구니가 없네요. 최저임금에 대한 공격처럼 아이러니한 것들 투성이죠. 기득권의 사고방식을 왜 기득권 아닌 사람들이 갖는지 ‘능력주의‘가 참 무섭습니다. 선거제도부터 바꿔야하는데 또 흐지부지 지나버릴까 걱정이예요. 이제 청년들의 무력감마저 악용하고 있으니 갈길이 더 멉니다.

희선 2022-03-22 0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국 불평등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군요 어느 나라든 지금은 가진 사람과 못가진 사람 차이가 크겠지 했는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니... 자살률도 1위라니... 좋은 것뿐 아니라 안 좋은 것도 잘 봐야 할 텐데 싶습니다


희선

미미 2022-03-22 10:17   좋아요 5 | URL
네! 참 가슴아픈 일이죠.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때문에 불평등을 개인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있다고해요. 그래서 기득권에 대한 선망이 있고 동시에 약자에 대한 공감은 없는거죠. 그런 의식이 모든 사회문제에 반영되어있더라구요. 차기정부도 성장만 강조한다면 변화가 없을것 같아요. 언론과 지식인들이 노력해서 시민들이 구조적문제에 눈뜨고 사회인식이 좀더 깨어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희선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2-03-22 06: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양극화의 극단은 암이 뚜렷한 것 같습니다. 5년의 시간동안 더 극단으로 치달을 것 같아 암담해집니다.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기득권 배만 불리는 식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미미 2022-03-22 10:28   좋아요 5 | URL
그렇죠. 조금전 뉴스에서 당선자가 경제계인사들과의 ‘핫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답니다. 언제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고요.
그러면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급성장만이 답이라는식으로 이야기하네요. 헛웃음이 나옵니다. 결국 기득권을 위한 성장이겠죠. 암담하지만 이럴수록 기운내고 지켜봐야겠어요.

거리의화가님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mini74 2022-03-22 18: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불평등에 사회적 박탈감이 크죠. 미미님 글에 마구마구 공감하며. 대의민주주의인데 나란 계층을 대표하는 이가 없다는 건 너무 속상한 일입니다. 약자들에게 잔인한 사회가 될까 두렵기도 합니다.

미미 2022-03-22 18:50   좋아요 6 | URL
네 미니님~^^♡ 정작 리뷰에 책 이야기를 많이 못했는데 가슴아픈 사례들이 너무 많았어요ㅠㅠ 노동현실이 불평등구조를 잘 드러내고 있는데 새로운 정부가 제대로 관심을 갖을지, 특권층과 대기업 챙기기에만 연연할지 지켜보려고요. 사회 가장 약자에게 어떤 처우를 하는지가 민주주의의 척도라는 말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scott 2022-03-22 2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을 국회로!~@@@

의원들 ,,,
결국 기득권층의 대변인들 ㅜ.ㅜ

미미 2022-03-23 08:41   좋아요 5 | URL
스콧님^^♡ 우리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법조인들이 국회에 다수 자리차지하고 있는게 늘 마음에 걸립니다. 그 자리에 선생님들이 있다면 훨 나을것 같은데 그걸 두려워하는지 보수들은 노동단체와 교직원단체를
늘 탄압하는것 같아요.ㅠㅠ

초란공 2022-03-23 08: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팡에서 야긴 근무하던 청년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이 기억납니다. 야간 근무 시간마다 쉬지도 못하고 5만보를 걸으면서 일했더군요. 전 하루에 1만보 걷는 것도 힘든데... 검찰과 대기업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국가가 되겠군요.

미미 2022-03-23 09:00   좋아요 4 | URL
네 초란공님! 그러게 말입니다. 노동계에서는 대화하자고 길에 서 있는데 당선자는 경제계와 핫라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양극화를 해소하기위해 비약적 발전밖에 답이없다고 하네요. 앞으로도 저는 공포영화가 무섭지 않을것 같습니다.

이 책에도 우체국 집배원 과로사를 비롯해 믿기힘든 과노동의 사례가 상당수 담겨있습니다. 시민들이 깨어야하는 과로사회에 젊은세대까지 갈등으로 나뉘어 걱정입니다.

생각하는사람 2023-03-23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여기까지이고 우리 아이들이 여기까지 인것이 내탓, 내아이의 부족 때문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책을 읽고 사회구조가 문제인 것을 알았습니다. 국회 구성을 바꿔야 되겠네요.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 P67


온갖 유치한 표현이 대중가요에서 받아들여지고 온갖 어리석은 사랑이 문학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건 사랑이라는 속성이 그렇다는 걸 사람들이 한번쯤은 경험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리라. 사랑이라는 화학작용에서는 더 반응하는 쪽이 약자일 수밖에 없다. 더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더 많이 상대를 기다리는 쪽이 아무래도 불리하다. 일단 상황이 시작되면 '유불리'를 따지는게 무의미하긴 하지만 '이성'이 완연할때는 불리한 위치에 있고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 작가의 '자기고백'에 가깝다. '프랑스어'가 아주 유창하진 않은 한 외국인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던 그녀의 그를향한 기다림과 그녀의 삶을 가득채우던 '열정'에 관한 이야기다. 



2008년에 종영한 드라마 '불한당'에는 그런 상대의 마음을 이용해 돈을 벌던 한 남자가 진실한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담았다. 권오준(장혁)은 외모하나 믿고 여성들에게 접근해 투자를 빌미로 돈을 뜯어낸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하루이틀. 결국 그는 위험한 사채를 쓰고 빚을 지게 된다. 보름안에 3천만원을 갚지 않으면 장기라도 내놓아야 하는 위기에 놓인다. 차 접촉사고로 우연히 만난 진달래(이다해)에게 3천만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그녀를 유혹하려 접근하게 되는데 영 만만치 않다. 유혹하려다 의도치 않게 유혹당한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전형적'인 방식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어 눈길을 끌었다. 어쩌면 그래서 이 드라마가 당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는지 모른다. '진달래'는 히말라야 등반 후 사고로 돌아오지 못한 남편 때문에 싱글맘이 되었고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며 함께 살아간다. 권오준이 늘 하던 방식대로 그녀를 유혹하려 하지만 죽은 여동생을 닮았다고 눈물흘리는 그 앞에서 다른 여자들과 달리 못들은척 졸고 있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을 쉽게 감당할 수 없어 '명상'을 배웠고 아직 타인의 눈물을 받아줄수도 없는 상태다) 방법이 안통하자 뭐든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유혹하는 그에게 대형서점에 다니는 그녀는 '고객만족 응모함'에 자신의 이름을 써내달라 부탁한다. 


여러 가지 제약이 바로 기다림과 욕망의 근원이었다.- P32


다른 사람에게는 늘 통하던 방법이 이것저것 통하지 않자 그는 그녀에게 온통 마음을 쓰게 된다. 결국 카페 투자로 3천만원을 받아내지만 채권자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그 돈을 되찾아 진달래에게 돌려준다. 가진것 없이 불행한 삶을 살던 그에게 평범하고 진실한'사랑'이란 일종의 사치에 가까웠다. 그래서 속아 넘어온 상대에게 때로 모진 말로 그들의 어리석음을 비난하기도 했던 그는 이제 새로운 삶을 꿈꾸려 한다. '사치스러운 사랑을'




대중적인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대체로 이야기의 아름다운 '결말'을 그려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삶'이란 것이 그렇듯 '사랑'도 그 여정으로 이미 충만한 것일 수 있다. 아니 에르노가 자신의 '열정의 기호'들을 남긴 이유도 그런것이 아닐까? 조각가가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내놓는 것도 경이롭지만 그 조각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이미 열정의 산물이다. 결말은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가 없다. '그와 그녀가 어찌되었는지' 보다 동요를 일으키는 부분은' 그와 그녀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이다. 


그 사람과 함께 있던 어느 날 오후, 펄펄 끓는 물이 들어 있는 커피 포트를 잘못 내려놓는 바람에 거실의 카펫을 태워버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불에 탄 그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열정적인 순간을 떠올릴수 있어서 행복했다.- P24



우리 관계에서 그런 시간적인 개념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그저 존재 혹은 부재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언제나‘와 ‘어느 날‘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열정의 기호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 기호들을 한데 모으면 나의 열정을 좀더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을 열거하거나 묘사하는 방식으로 쓰인 글에는 모순도 혼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글은 순간순간 겪은 것들을 음미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일을 겪고 나서 그것들을 돌이켜보며 남들이나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인 것이다.-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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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21 00: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 제약이 바로 기다림과 욕망의 근원이었다는 문장이 콕 박히네요. 그 제약과 기다림이 없다면 사랑도 그저 생활이 되는건 순간이지요. 그래서 그런 생활로서의 사랑은 열정이 없다 생각하기 쉽고요.
불륜이든 이루어질 수없는 사랑이든 그런 것들이 더 아름다워보이는건 바로 그 삶의 척박한 순간들을 같이 겪지 않음으로 해서 환상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ㅎㅎ

미미 2022-03-21 11:20   좋아요 2 | URL
맞는 말씀입니다.ㅎㅎ 그런 면에서 보부아르가 떠오릅니다. ‘결혼‘이란 제도가 있는 한 욕망을 꿈꾸는 소설,드라마,영화는 계속 주된 관심을 받을거란 생각도 들고요.^^*

scott 2022-03-21 0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불에 탄 그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열정적인 순간] 미미님은 감동 받은 구절에 붙여 놓은 플래그, 형형색색의 플래그를 볼때 마다 작품 속 그곳, 그 장면을 떠올리실것 같습니다! ㅎㅎ 장혁이 추노 이전의 모습인건가요? 풋풋함이 ㅋㅋㅋ

미미 2022-03-21 11:23   좋아요 3 | URL
네 스콧님! 사랑에 관한 솔직한 고백을 들은 기분이예요.ㅎㅎ 고백을 듣는 와중에도 참 설레고 좋았습니다. 추노 이전에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의외로 괜찮은 드라마였어요^^*

페넬로페 2022-03-21 0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랑엔 완벽한 균형은 없는것 같아요.
제목처럼 단순한 열정이 오히려 더 앞뒤 안 볼 수도 있고요^^
장혁, 이다해 배우가 불한당이란 드라마에도 같이 나왔군요.
사랑은 언제나 아이러니하지만 사랑 그 자체로 오케이입니다**

미미 2022-03-21 11:26   좋아요 3 | URL
‘사랑은 언제나 아이러니하지만 사랑 그 자체로 오케이‘!! 이 말 넘 좋은데요?!ㅎㅎ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드라마가 몇개나 되더라구요. 아이리스2,추노,이 드라마까지요. 웃다 울다 하며 참 재밌게 봤는데 이 책 읽고 떠올랐어요^^*

새파랑 2022-03-21 0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와 장혁과 김동률 조합이군요 ^^ 사랑도 약간 권력같은게 더 좋아할수록 더 아쉽게 되는거 같더라구요~ 이 책 얇은데 여운은 많이 두꺼운 책인거 같아요 ^^

미미 2022-03-21 11:30   좋아요 3 | URL
네! 새파랑님 이소라 언니도 같이 불렀습니다.ㅎㅎ 사랑에도 권력이 있다니 참 웃픈 현실입니다.ㅎ얇지만 말씀대로 여운은 정말 두껍네요. 출간되고 세간을 놀라게 했다니 재밌고 ‘그 남자‘가 누굴까 궁금했어요.^^*

책읽는나무 2022-03-21 0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정적인 순간들은 사랑 말고도 다른 곳에도 쏟을 수 있겠죠???^^
계속 처지고, 가라앉아 열정이 식어가는 이때, 김동률의 노래는 감미롭네요. 이소라 가수랑 분위기가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왜 물감님이 같이 떠오르는 걸까요???
이동욱스런 물감님ㅋㅋㅋㅋ
불한당이란 드라마가 있었군요?
장혁도 열정 빼면 시체일 것 같은 배우 중 한 사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다해도 열심히 하는 배우였던 것 같구요.
아...그러고 보니 두 배우 추노에도 함께 나왔었던???.....ㅋㅋㅋ

미미 2022-03-21 11:39   좋아요 3 | URL
그럼요! 나무님이 주신 댓글 읽을 땐 커피 마시면 안되겠어요ㅋㅋㅋㅋ저 또 쏟을 뻔ㅋ갑자기 출연하신 물감님ㅋㅋㅋㅋ김동률,이소라 목소리 조합이 꽤 드라마틱하네요? 흠뻑 빠져 듣고 있어요~♡ 이 드라마 6~7회 정도까진 꽤 볼만해요. 당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린 드라마에 동시간대에 눌려 빛을 못봤대요. 후반부는 시청률이 낮아져서 그랬던건지 뭔가 배우들도, 각본도 조금 김이 새는 느낌을 받았어요.ㅠㅠ(장혁만 그대로?) 연기보고 감탄해서 바로 ‘검객‘이란 영화 봤는데 역시 훌륭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두 배우 3편정도 함께했어요.^^*

프레이야 2022-03-21 1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불한당이란 드라마가 있었단 말이에요? ㅎㅎ
장혁이 저때만 해도 풋풋하군요.
아니 에르노 넘 좋아요 미미 님.

미미 2022-03-21 20:57   좋아요 3 | URL
네! ㅎㅎ 웨이브에서 볼 수 있는데요 7화정도까진 지루할틈없이 아주 잘 만들었어요. 장혁 연기가 압권입니다. 아니 에르노의 글 매력있죠~^^♡

2022-03-21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1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03-22 0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 두 사람이 똑같이 좋아하는 일은 별로 없을까요 어느 한쪽이 더 좋아할지... 다시 생각하니 그럴 때가 더 많을 듯합니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좋을지도...


희선

미미 2022-03-22 09:53   좋아요 2 | URL
그럼요~♡ㅎㅎ 저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화자가 늘 그 사람을 기다리고 그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약자라고 써봤습니다. 헷

mini74 2022-03-22 2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불에 탄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을 떠올릴수 있어 행복하다는 구절이 저는 눈에 들어오네요. 그런 자국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면 사랑은 끝난거겠지요. ㅠㅠ 불한당과 에르노를 이렇게 잘 풀어내시다니 미미님 💕멋지십니다 ㅎㅎㅎ

2022-03-22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2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생은 어쩌면 '나'라는 우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이라는 우주를 이해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자신을 이해하려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관대하고 이해도가 높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이해 안가는 사람, 이해 안되는 생각, 이해 안되는 것들 투성인 사람은 우선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사람들은 유독 소설을 읽지 않습니다. 소설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마음껏 만나 경험하고 나를 반추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도 거기에 그런 유익이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합니다. 또는 읽더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감흥이 없습니다.



사람 마음에는 판사가 한명씩 있습니다.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원고로 지지해주는 검사도 있고 타인을 위한 변호사도 존재합니다. 검사와 변호사의 다툼을 보고 판사는 결과를 내립니다. 이 재판이 늘 공정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이란 본래 자신에게 관대하기 때문입니다. 검사는 본인이기에 자료가 넘쳐 납니다. 나의 성장과정, 나의 기쁨과 슬픔, 상처, 성취같은 나의 역사를 모두 간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인을 위한 변호사는 나의 노력여하에 따라 자료가 충분할 수도 턱없이 부실할수도 있습니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노력, 또는 소설이란 도구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타인들의 세계에 대해 들여다보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경험치가 쌓일수록 변호사의 자료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좋은 판결의 밑거름이 됩니다. 



주변에 이해할 수 없는 사람 투성이라면 내가 타인의 마음을 경청하는 인간인지, 또는 소설을 읽어 간접적인 경청을 하는 인간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타인에 대한 무지는 적극적인 무경청의 결과입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모르고 있는 이유는 대개 한 가지뿐입니다. 알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자기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지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지식의 결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알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한결같이 노력해온 결과가 바로 무지입니다. 무지는 나태의 결과가 아니라 근면의 성과입니다. p.7 푸코, 바르트, 라캉 쉽게 읽기





인간은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며, 자기 안에서만 타자를 인식하며, 그렇지만 그와 반대되는 말을 하면서 거짓말하는 존재이다.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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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17 15: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읽으니 얼마전 이현재 선생님의 책 <여성혐오, 그 후>의 내용이 생각나요. 주디스 버틀러의 책 <윤리적 폭력비판>에 나온 내용을 재인용한 부분입니다.

‘자아가 있고 타자가 자아 밖에 분리된 것이 아니다. 자아는 오히려 타자의 발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반복적으로 자신을 자기 밖에서 발견한다.˝ 이것은 자기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 자신을 생각할 때 언제나 나 자신의 타자이다. 어제의 나는 어제의 나를 바라보는 오늘의 나에게 낯설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타자이고 나 자신으로의 귀환이 일어나는 어떤 최종적인 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겪는 만남에 의해 항상 변형된다.˝ 따라서 나는 나를 알기 위해서라도 너를 물을 수밖에 없다. 나는 오직 ˝너는 누구인가˝를 물음으로써만 알아갈 수 있다‘

미미 2022-03-17 15:27   좋아요 2 | URL
아 제가 찾던 글이네요! 역시 나의 다락방님~♡.♡ 마침 어제 <윤리적 폭력비판>을 사두었습니다. 기대됩니다. 혐오의 몰이해, 무지에 대해 요즘 많이 생각합니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성들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들의 역사를 공부하며 자신을 알아가는데, 안티들은 이해하려 노력조차 하지 않잖아요. 그것은 그들 스스로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근거라고 생각해요.

다락방 2022-03-17 15:40   좋아요 3 | URL
격렬한 혐오는 무지에서 오는 것 같아요. 저도 그 생각을 합니다. 얼마전 피디수첩에서 젊은 남성을 인터뷰한 장면을 SNS를 통해 보게되었는데요 ‘여성가족부는 말도 안되는 정책들을 내밀고 있으니 없어져야 한다‘고 해서 기자가 ‘말도 안되는 정책에는 어떤게 있느냐‘ 물었더니 ‘그건 모르겠어요‘ 라고 하더라고요. 모르는데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지? 싶지만 모르기 때문에 싫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싫어한 이상 굳이 알 필요도 없는거고요. ‘모르겠어요‘ 라고 답하는게 부끄러울 것 같은데, 그건 부끄럽지 않은가봐요. 그 부끄러움보다는 무조건 싫다는 감정이 우선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혐오는 무지에서 오지요.

미미 2022-03-17 15:47   좋아요 2 | URL
네! 그저 혐오를 만들어내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의 언어를 무비판적으로 되풀이 할 뿐이죠. 그걸 근거라고 생각하는듯 합니다. 제가 알기로 이 사회구조가 남녀모두에게 공정하다는 수치는 어디에도 없는데 그들은 이미 충분히 공정하다, 오히려 남성에게 불리하다고 말합니다. 조금만 찾아봐도 데이터가 나오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고 증오만 쌓고 있습니다. 그들이 회피하는것에 그들이 알아야할 것들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프레이야 2022-03-17 16: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위한 내 안의 변호사를 잘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적극적인 무경청과 더불어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 적극적인 의지가 작용하는 것 같아요. 미미님 좋은 페이퍼 빗방울 촉촉하게 젖는 오후에 잘 읽었어요.

미미 2022-03-17 16:13   좋아요 3 | URL
프레이야님 ~^^♡ 읽어봐 주셔서 감사해요!
변호사를 잘 대우해 주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노력할수록 끊임없는 이 우주 여행의 여정이 더 즐겁고 만족스러울거라 믿어요.

새파랑 2022-03-17 16: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말 미미님이 쓰신 말인가요? 😆 완전 공감에 멋진 말입니다 ㅋ 타인에 대한 이해는 아무리 노력해도 다 알수는 없지만 어느정도는 알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 우주만큼 알기 어려운 타인 ~!!

미미 2022-03-17 16:53   좋아요 3 | URL
발췌문 두 개 빼고는요ㅋㅋㅋ 감사해요 새파랑님~♡ 새파랑님은 소설도 많이 읽으시고 또 리뷰를 보면 변호사가 능력좋은 이타적인 분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페넬로페 2022-03-17 16: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타인에 대한 감정, 평가, 행동의 감시등에는 민감하고 시선을 많이 두는 반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쉽지도 않고 관대하기도 하지요. 미미님의 글에 완전 공감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해볼 기회가 생긴것 같아요.
제가 소설을 많이 읽는데 그나마 좋은 거네요^^

미미 2022-03-17 16:56   좋아요 5 | URL
실제 경청과 독서를 통한 경청이 참 유사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소설은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장소,시대,사건,관계를 통해 적극적인 경청의 경험이기도 하고요. 페넬로페님도 앞으로의 우주 여행이 쭉 멋질거라 믿습니다.여정을 함께하고픈 분~^^♡

단발머리 2022-03-17 20: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검사는 본인이기에 자료가 넘쳐 납니다.

너무 맞는 말씀이고 너무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자료가 넘쳐나기에 더 관대하겠지요. 전... 뭐랄까요. 이런 태도가 잘못된 것일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평생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이 혹은 그런 관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관계요. 안 만나는게 제일 좋겠죠 ㅎㅎㅎ
정치적인 면에서라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한다기 보다는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되 어느 것이 더 우월한 의견인지, 어느 것이 더 다수를 위한 것인지 끊임없이 경합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미님 페이퍼를 읽었더니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네요. 좋은 글, 좋은 사유 감사합니다^^

미미 2022-03-17 21:15   좋아요 3 | URL
읽어봐 주셔서 감사해요!
평생 이해할 수 없는 타인. 있지요!ㅎㅎㅎㅎ
특히 이쪽에선 나름 관망하고 이해하려 해도 그 상대가 나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1도 안한다면 참 난감해지곤 합니다. 그래도 제 경우 곁에 두는 편이예요. 전혀 다른 관점사이에도 교차점이 있고 때로 배울점이 있더라구요.

정치적인 면에서의 경합!
멋진 표현입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정치적 토론문화가 없어 많은 갈등이 붉어진다고 생각해요. 정치적인 경합,토론,열띤 논쟁만이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를 좀더 이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봐요. 적어도 이곳은 서로 입장차이가 있어도 욕을 할 수 없으니 논쟁적이어도 논리를 어느정도 갖추어야하는 장점도 있고요.

사실 정치인들보다, 이른바 전문가들보다 지식인들, 학자들, 시민들이 사회문제에 열띤토론을 주고받아야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갈등의 당사자들이 그런 기회를 얻는다면 더없이 좋겠죠.2030 남녀가 멸칭이나 욕설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토론할 여건이 주어진다면 지금과 같은 분노와 혐오는 설자리를 잃게 될꺼라고 믿어요.
댓글로도 생각꺼리를 던져주신 단발머리님께 제가 더 감사해요♡.♡

희선 2022-03-18 0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먼저 자신을 잘 알아야 남도 조금 알지도 모를 텐데... 남을 다 알기 어렵겠지만 알려고 애쓰면 조금 낫겠지요 자기 말만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도 잘 들으면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을 넓힐 수도 있겠지요 어려운 거지만...


희선

미미 2022-03-18 10:15   좋아요 2 | URL
네! 희선님~♡ 쉽지 않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자기 말을 들어주길 원하기에 서로 노력한다면 좀더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요. 어떤 사람은 누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살맛난다고하더라고요.ㅎㅎ

오늘 공기가 맑아졌네요. 상쾌하고 유쾌한 하루 보내시길요😄

mini74 2022-03-18 1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몇 번을 읽었어요 미미님 *^^* 👍 미미님 글 넘 좋아요 ㅎㅎ 경청하며 공정한 잣대를 갖도록 , 타인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미미님 글 읽고 생각할 수 있어서 넘 좋아요 ~~

미미 2022-03-18 10:52   좋아요 2 | URL
미니님♡.♡ 몇번이나 읽어봐 주시고 감동입니다ㅎㅎ 저도 늘 부족하고 이 글과 달리 행동하고 후회할 때도 있지만 ‘지향‘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것 같아요. 어차피 이 방면에 완벽이란 없으니 늘 수련인의 자세로 고고씽해야겠어요. 미니님은 이미 저보다 훨 잘하고 계실꺼란 느낌이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22-03-18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의 글을 읽으니 행복도 능력이다, 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능력이 있으려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미미 2022-03-18 10:57   좋아요 2 | URL
페크님이 읽어봐 주시고 격려도 해주시니 오늘 넘 기쁜날이네요~♡ ‘행복도 능력이다‘ 일리가 있네요.ㅎㅎ이 책을 읽다가 ‘나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결국 동일하다‘는 심리학자의 말이 생각나 적어봤어요. 함께 이런 생각을 나눌 수 있는것도 큰 행복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2-03-18 1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위의 다락방 님 댓글 읽다가 문득 며칠 전 여성가족부로 토 달던 알라디너 생각이 나네요. 정작 본인은 여성가족부와 여성할당제에 대해 전무한 지식의 소유자였다능....

미미 2022-03-18 11:37   좋아요 2 | URL
저도 바로 그 생각이 나더라구요. 아마 여성가족부나 여성할당제를 반대하는 분들 대부분이 그런식으로 실정을 모르고계실거예요. 관련기사 댓글을 봐도 근거는 보이지 않고 보수당에서 억지 부리는 말 그대로의 반복에 악플만 덧붙여져 있거든요. 남녀갈등이 이렇게 심각할때 언론사가 나서서 젊은 세대들이 이런 주제로 토론할 수 있는 프로를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죄다 기성세대, 정치 ‘전문가‘들 뜬구름잡는 공허한 이야기들 뿐입니다.

잉크냄새 2022-03-19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두뇌 구조 자체가 스스로를 바라볼 때는 인물보다 상황을 주로 보고 타자를 볼때는 상황보다 인물에 집중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스스로에 대하여는 ‘그때 상황이 어쩌구 저쩌구~~~‘하는 합리화가 자연스러운 반면 타자에 대하여는 ‘그 인간이 어쩌구 저쩌구~~~‘하는 비난이 자연스럽다고 하네요.

미미 2022-03-19 12:4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흥미롭네요. 그런면에서 소설은 인간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도구가 맞네요. 타인의 상황을 들여다볼 기회를 만들어주니까요. 심리학은 어렵긴한데 알아두면 여러가지 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것 같아요.ㅎㅎ 잉크냄새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의사가 직접 사형선고를 내리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결국 누구나 모두 죽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에고귀하게 작별을 고하기 위해 죽음을 사색하는 자들을볼 수 있다.
- P142

때때로나는 아래를 보며 그것의 타오르는 고요한 시선과 마주쳤다.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느끼게 된 행복은 그것이 비밀이기에 더욱 강렬했다. 저녁식사 후 한 부인이 내게 말했다.
"외로움을 달래줄 동물을 키워보는 게 어떠세요? 당신은 너무 외롭잖아요."
나는 쥐고양이가 숨어 있는 소파 아래에 슬쩍 눈길을던지며 더듬거렸다.

"그러게요, 그러게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눈물이 터질 듯했다. 밤에 생각에 잠긴 채 그것의 털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자 마치포레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감미롭고 슬픈 감정이고독감을 더욱 부추겼다.
- P147

다음 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의미 없는 거리를 산책했고, 슬픈 만족감을 느끼며 친구들과 적들을보았다. 내 주변을 둘러쌌던 모든 무관심과 권태는 새들의 제왕의 우아함과 예언가의 슬픔을 띤 흰 쥐고양이가 나를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게 된 순간 사라졌다.
- P147

천재가 아닌 이들에게 만약 그들 밖의 세계와 안의 세계를 발견하도록 안내한 화가, 작곡가, 시인이 없었다면 삶은 얼마나 우울하고 단조로웠을 것인가!
바로 이것이 천재들이 우리를 도와주는 방식이다. 그들은 우리 영혼이 가진 재능, 미처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으나 사용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재능을 발견하게 한다.
- P160

나는 이해받지 못하는 섬세함의 요정이야. 모든이들, 네가 좋아하지 않을 사람들, 그리고 네가 좋아하게 될 사람들은 특히 더 네게 고통을 안겨주게 될 거야.
사소한 비난들, 약간의 무관심이나 빈정거림조차도 너를 아프게 할 거고, 너는 그러한 것들이 너무나도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무기라고 여겨 나쁜 사람들에 대항해쓰는 것조차 거부할 거야. 너는 그러지 않으려 해도 상처받는 영혼과 재능을 그들에게 바치게 될 거야. 그 점에서 너는 무방비 상태가 되지. - P161

이러한 것들이 내가 너에게 주는 슬픈 재능들, 네게 가져다주지 않을 수도 없고,
네가 싫다고 거부할 수도 없는 재능들이야, 그것은 죽음에 이를 때까지 네 삶의 어두운 상징이 될 거야.
- P163

그것을 숭배하는 법을배우렴, 되돌려받길 기대하지 않으면서 줄 수 있다는것은 씁쓸하지만 분명 감미롭단다. 사람들이 네게 상냥하지 않아도 너는 그들을 상냥하게 대할 기회를 누릴것이고, 다른 이들에게는 불가능한 자비를 품은 자의자부심을 느끼며 고통받는 자들의 지친 발에 신비하고도 놀라운 향기를 아낌없이 뿌리게 될 거야.
- P165

신은 그가 그렇게 되는 것을 내버려둘 수없었다. 신은 그에게 노래에 대한 재능을 주었던 것이고, 고통이 그를 파괴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더하여 신은 그의 발치에 매력적인 창조물들을 끌어다 놓고, 그에게도 충실한 연인이 되지 않을 것을 권했다. 신은 제비나 앨버트로스를 비롯하여 다른 노래하는 새들이 땅위에서 고통과 주위로 죽는 것을 허락지 않는 법이다.
자신이 속한 땅보다는 노래하고자 하는 마음에 더욱 충직한 그들만의 법칙을 위배하지 않도록 신은 추위가 찾아오면 그 새들의 가슴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자 하는욕망을 일으킨다.
- P176

"시도했다. 실패했다.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잘 실패하라."
- 사뮈엘 베케트, 「최악을 향하여!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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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3-17 1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79쪽.
실패하고 또 실패하고 그러다가 성공하면, 한 번에 성공한 것보다 기쁨이 배가되지요.

미미 2022-03-17 13:30   좋아요 2 | URL
네 페크님~^^♡ 중요한건 과정이기에 그런것도 같아요!

새파랑 2022-03-19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은 꼭 읽어야 할거 같아요. 문장들이 다 좋네요 😊 역시 미미님=프루스트~!!

미미 2022-03-19 10:22   좋아요 1 | URL
20대의 풋풋함탓에 앞쪽에 좀 지루한 스토리도 있었지만 역시 프루스트구나 하는 문장들이 곳곳에 있었어요.
프루스트 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