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9일 아침 저희는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으라는 지시에 따라 하천에 들어갔다. 위험한 작전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늘 그랬듯 함께 고생하고 다같이 부대로 복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수근이와 저희 두 사람, 그리고 여러 전우는 무방비 상태로 급류에 휩쓸렸다

저마다 물에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대다 정신을 차렸을 무렵 사라져가는 수근이가 보였다. 살려달라던 전우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미안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조사를 나왔던 군사경찰 수사관에게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사실대로 이야기했으니 수근이와 부모님의 억울함과 원통함은 나라에서 잘 해결해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수근이의 죽음을 잊지 않고 제대로 기억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뉴스에서는 사단장이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지겠으니 부하들을 선처해달라는 말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현실은 거꾸로였다. 모든 책임은 부하들이 지고 선처는 사단장이 받았다

눈앞에서 수근이를 놓쳤던 그때처럼 수근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미안함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용기 내 부탁드린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달라. 저희가 대한민국 국민임이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



두 예비역 해병이 전해온 진심이 특검법 통과되기 무섭게 ‘특검법 통과는 나쁜 정치‘라고 맹비난한 대통령에게 과연 ‘나쁜 정치‘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민의 분노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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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회의적인 사람이 점점 불확실해지는 시대 앞에서 스스로 던진 막연한 질문들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내기가 급급하고 마땅한 지향점 없이 매일같이 크고 작은 좌절을 겪는다. 소소하다면 소소한 우리들의 좌절에 장강명 작가는 ‘미세‘ 라는 이름을 붙였다

수록된 글 전반에서 예민하고도 회의적인
한 지성인이 여러 측면에서 퇴행의 징후를 보이는 한국 사회를두고 느낀 우려와 무력감과
‘개인은 존엄하다‘ ‘사실은 믿음보다 중요하다‘ 등 저자가 의심하지 않는 삶의 원칙이 드러난다

장강명은 에필로그에서 ‘미세 좌절의 시대‘ 에도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도스토옙스키의 ‘악령‘ 을 인용해 이야기 한다

삶에 분명한 해답이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끊임없이 찾으려는 노력에서 얻는 긴장이 일종의 축복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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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닥칠 불행을 미리 예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 그래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큰일을 겪게 되면 우리의 정신은 그 상황에 압도당해 마비되고 만다. 단 한 번도 이별을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느닷없이 이별을 맞이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사실 아무런 작별 인사도 없이 헤어지는 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별 인사를 한다는 것은 헤어짐을 구체화함으로써, 상대가 떠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헤어진 사람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에 대한 기억을 두고두고 회상한다. 이 아쉬어하던 그의 눈빛이나 힘없이 돌아서는 쓸쓸한 뒷모습 등.... 그러한 장면을 반복해서 회상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헤어짐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은 서로 헤어져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받아들이는 작업이며, 서로가 이별을 애달파하고 슬퍼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또 내가 상대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었는가를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런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과거를 소중히 간직하고 각자의 길을 떠날 수 있게 된다

안녕이라고 말하는 작별 인사는 떠나가는 사람과 남아 있는 사람 사이에만 필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어제의 나에게도 안녕 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과거를 소중히 간직한 채 오늘을 살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심리학은 흥미롭기도 고통스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 아빠와 마지막 작별 인사도 못한 어린 나를 계속 들여다봐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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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책의 힘을 믿습니다. 책은 더 나은 사람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듭니다
책 속에 위로와 희망과 미래가 있습니다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힘이 책 속에 있습니다˝

- 평상책방에서 문재인


2018년11월19일
당신이 옳다 - 정혜신

정신과 의사이며 치유전문가 정혜신의 신간
[당신이 옳다]를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습니다. ‘공감과 소통‘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늘 생각해왔지만, 제가 생각했던 공감이 얼마나 얕고 관념적이었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2022년11월26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우리 세대는 ‘난쏘공‘이란 애칭으로 불렀습니다. ‘난쏘공‘은 산업화와 개발 시대 저임금 노동자, 도시 빈민, 철거민들의 비참한 현실과 불평등을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다루면서도, 환상적이라고 할 만큼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읽는 사람들에게 가슴을 찌르는 공감과 감동을 준 우리 시대 최고의 소설입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 세대는 ‘난쏘공‘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하고 비인간적인 모순을 직시하고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회의식과 실천의지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조세희 선생님이 꿈꾼 세상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 시대에 소설 쓰기가 너무 힘들고 버거워서 쓸 수가 없다˝며 고통스러워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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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난에 빚지며 한국의 근대가
조금은 부끄럽지 않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수줍고 겸손한 미소에 기대 한국의 오늘이 조금은 근사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동지. 잘 가십시오˝
송경동 시인


우리는 ‘바위는 확실히 부서진다‘는 확실성이 아니라 ‘바위도 부서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것은 더 좋은 세상이 아닌, 덜 추악한 세상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자유인은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가는 길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려운 길이므로 우리가 간다

늘 시대의 야만에 저항하고 공동체의 그늘과 소수자를 챙기며 배제된 이들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현실에 깊이 관여한 홍세화 선생님

‘세화’는 무정부주의자였던 그의 아버지가 붙여준 ‘세계평화’(世界平和)의 줄임말이다

이름처럼 평화롭게 잠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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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04-24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똘레랑스... 이 말의 아름다움을 처음 알게 해 주셨죠.!

나와같다면 2024-04-25 22:41   좋아요 1 | URL
그가 똘레랑스 라는 키워드를 한국 사회에 제시한지 30년 가까이 흘렀네요. 지금 한국 사회에서 똘레랑스가 차지할 공간은 넓지 않은것 같네요

페크pek0501 2024-04-25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문을 통해 별세 소식을 읽고 섭섭했답니다.

나와같다면 2024-04-25 16:18   좋아요 1 | URL
홍세화 선생님의 부고를 듣고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이 시대의 참된 어른들이 간절해집니다
나부터 시대의 야만에 저항하고 배제된 이들에 눈감지 않는 시민이 되려구요..

잉크냄새 2024-04-25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중한 분들이 세상을 떠나가시네요.
우리 사회는 그들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나와같다면 2024-04-25 23:08   좋아요 1 | URL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도 노회찬 의원도 잃었고, 신영복. 백기완. 홍세화 선생님도 떠나보냈네요

이분도 가시고 저분도 가시고 우리가 따를 어르이 이제 어디 있을까요?

아무런 기약도 없이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wonmom2 2024-04-30 0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뜻깊은 글에 많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