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신병원. 의사선생이 소녀를 향해 묻는다. 우선 자기소개부터 좀 해봐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해?
의사선생은 그녀의 가족사진을 보여준다
그날 무슨일이 있었는지 묻는다
그는 그녀가 과거를 더듬도록 유도한다


인간의 기억, 상처, 죄책감은 얼마나 현실을 왜곡할 수 있는가. 그로 인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가. ‘장화, 홍련‘은 관객에게 한 편의 공포 영화를 본 경험보다는, 한 인물의 심리적 붕괴 과정을 따라가는 고통 스러운 여행을 선사하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로 자리매김한다. 단순히 스릴이나 놀람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공포‘가 무엇인지 묻는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에 대한 두려움을 떠올린다


너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명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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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문제에 있어서 가장 답답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빈곤에 대한 논의가 너무 자주 빈곤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빈곤한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는 경제적 빈곤이 다른 빈곤과 너무나 쉽게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돈이 없으면 쉽게 건강을 잃게되고 안정적인 가정 환경을 잃게되기도 쉼죠. 또한 정보의 부족, 교육의 부족, 주거의 부족, 사회적 자본의 부족.. 빈곤은 경제적 차원뿐 아니라 너무나 다양한 차원의 빈곤과 연결되어 있고 이것은 악순환을 일으켜 빈곤을 심화시킵니다. 이런 구체적인 사실들은 빈곤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상상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복지제도가 이렇게 잘 되어있는데 왜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냐고 물으신다면.. 복지제도가 있다는 정보를 모르기 때문이고 누군가 나를 도와줄 수 있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고 주민센터가 문을 여는 시간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이고 복지제도를 쓰려면 내 명의의 통장이 있어야 하는데 압류된 상태이거나 신용불량자거나 혹은 이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할 인터넷이, 컴퓨터가 없어서 등.. 다양한 상황들이 제게는 떠오르네요
빈곤은 단순히 경제적인 부의 박탈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빈곤은 인간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매우 다양하고 다면적인 방식으로 제한합니다. 그중 하나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는 것이기도 합니다.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 당하면 빈곤에 대한 구조적인 측면을 바라보기 어려워지죠. 이는 빈곤한 자가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다.˝ 곧 내 책임이다. 내가 무능력 해서다, 라는 관점을 스스로 내면화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빈곤에 대한 하마(하미나)님의 글



청룡시리드 어워즈 예능. 교양부문 최우수 작품상. 백상예술대상 예능작품상 노미네이트

사상검증구역 : 더 커뮤니티


하마가 받은 사상코드 점수는 주민들 사이에서 가장 높다. 12점 만점에 11점을 받은 유일한 인물로서 하마의 사상은 ‘극단적’이라고 채점된다. 표준 정규 분포를 그린다면 왼쪽 끄트머리의 좁은 영역에 하마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마를 통해 우리는 이 극단이 얼마나 넓은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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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의 밤‘을 겪고 <자유론>을 읽는데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 같았다

우리 인간 사회에는 왜 합리적 의견과 행동이 전반적으로 우세한가? 그것은 인간 정신의 한 특성, 잘못을 고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다
- 자유론 51쪽

변변치 않은 우리에게 특별한 것이 있다.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는 능력이다. 시민들은 계엄의 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무장 군인들을 맨몸으로 막았다. 시민들만이 아니었다. 어떤 지휘관은 자신의 부대에 한강을 건너지 말라고 했다. 어떤 경찰 간부는 계엄사의 정치인 체포조 파견 요청을 거절했다. 그랬기에 야당 국회의원들은 국회의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신속하게 의결할 수 있었다

계엄의 밤 이후도 그랬다. 수십만 시민이 형형색색 응원봉을 들고 집결한 가운데 국회는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시민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헌법재판소 근처에서 집회를 열어 대통령 파면을 요구했다. 그 ‘덕분에‘ 헌법재판관들은 완벽한 전원일치 평결로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었다

밀은 1859년 그 옛날에 쓴 책에서 그런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어리석은 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후 화나고 어이없는 일들을 견디고 이겨낸 이들에게, 계엄의 밤 국회에서 계엄군을 막아섰던 시민들에게, 남태령의 기적을 만든 젊은이들에게, 눈보라를 맞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밤을 지새웠던 남녀노소에게, 무한히 큰 감사의 마음을 얹어 그 말을 전하고 싶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오늘 우리를 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대들은 인간의 모든 자랑스러운 것의 근원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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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자료를 읽지 않아도 된다. 검색창에 ‘학살‘이란 단어를 넣지 않아도 된다. 구덩이 안쪽을 느끼려고 책상 아래 모로 누워 있지 않아도 된다. 매일 지나치는 도로변 동산의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떨어지고 녹음 아래 그늘이 유난히 캄깜할 때, 거기 시체들이 썩어가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울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아도 된다.

바람 부는 자정에 천변 길을 걷지 않아도 된다.

산 사람들보다 죽은 사람들을 더 가깝게 느끼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이 소설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그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써 내려갔는지 알아졌다. 그렇게 힘들면서도 그 시대의 죽은 자들을 위해 기어코 완성하였다.
이로써, 80년 5.18 광주의 역사는 인류가 망하지 않는 한 절대 사라지지도, 빼앗길 수도, 왜곡할 수도 없는 절대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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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나는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는 것을
봐 버렸다. 이젠 확실히 알아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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