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번째 봄,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이 일의 증인입니다
사도행전 5장 32절

그곳이 오늘의 봄바람처럼
평안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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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아,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어릴 적 나는 인생을 선불제로 생각했다.
좋은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죽어라 공부만 하며 현재를 ‘지불‘ 하면 그만큼의 괜찮은 미래가 주어지는 줄 알았다. 밤을 새워 소설을 쓰고 몸을 축내면 그 대가로 편안한 미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언덕을 오를 때는 힘들지만 내려올 때는 편하듯이, 고생과 노력은 초반에, 그 과실은 생의 후반에 따먹는 것이려니 했다.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내 인생은 후불제인 것 같다. 어린 날이 오히려 ‘공짜‘ 였고 지금은 계산을 치르는 중이고 해가 갈수록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만 같다.

-인생의 그래프 중


생각해보면 젊은 날의 많은 것들이 오히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공짜‘ 로 주어졌고 지금은 그 값을 치르는 중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은 어쩐지 내 삶에도 통하는 공식 같다. 어쩌면 젊은 시절 이미 많은 걸 선물처럼 받았고 지금은 그에 대한 값을 조금씩, 그리고 조용히 후불제로 치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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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4-17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을 뽑아 주셨습니다. 공감이 되는 음미할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나와같다면 2025-04-17 19:30   좋아요 1 | URL
어릴 적 좋은 학교에 들어갈때까지 죽어라 공부만 하며 현재를 지불하면 그만큼의 괜찮은 미래가 주어지는 줄 알았지만, 그 세계가 다 인줄 알았지만, 지나서 보니 어릴 적 공짜로 받았던 것들을 감사하며 지금은 그 댓가들을 생각하며 사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페크님의 글 늘 공감하며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엄이 해제되었다고 하더라도 계엄으로 인하여 이 사건 탄핵 사유는 이미 발생하였다

한편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대한국민의 신임을 저버렸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저항‘ ‘덕분에‘ 라는 단어가 주는 감동

평이하고 절제된 단어들로도 이렇게 아름답고 단호한 판결문을 써낼 수 있구나

역사에 남을 명문. 오래 잊히지 않을 것이다

피로 써온 헌법을 만든 국민들이 또 민주주의의 적을 민주주의의 힘으로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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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너무 행복한 꿈을 꾸었는데 진짜 깨고나니 눈물이 나오더라.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아니까 저절로 눈물이 흐르더라

인간의 한계를 절실히 깨달은 존재의 진실하고 절박한 울음이였다

A Bittersweet Life
삶은 달콤할 뿐만 아니라 씁쓸하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쓰디쓴 진한 에스프레소처럼 고통의 연속일 수 있다

어찌 인생이 달콤하기만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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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대표작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에서 허클베리 핀은 도망 노예 짐과 함께 미시시피강을 여행한다. 허클베리 핀은 도망 노예와 함께 있다는 것을 신고하지 않고 같이 여행을 하는 엄청난 범법 행위로 인해 가끔 노를 젓는 손에 힘이 빠지고 고뇌에 휩싸인다

그러나 허클은 짐을 버리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지옥은 내가 간다.˝

허클의 이 말이 일본을 대표하는 ‘시대의 양심‘ 양심적 지성인,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1935-2023)의 일생을 관통하는 행동철학이자 ‘명령어‘가 됐다

오에는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허클의 ‘지옥은 내가 간다‘를 입속으로 되뇌면서 더 힘든 쪽‘을 선택해버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길을 쭉 갔고 그것이 자기 인생의 방향성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공감 능력이, 신의 선물보다는 신의 형벌이라는 사실을 통감하게 되는 시기가, 나의 길지 않은 생애에 이따금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몇 달
2022년 10월 29일 이후의 몇 달
그리고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가 그런 시기였다

밤에 숙면을 취하는 게 어려웠다. 하루에 한 번도 웃지 않는 날이 많았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마음의 통증을 느꼈다. 슬펐다. 분노했다. 원통했다

‘지옥은 내가 간다’ 는 나에게도 선택의 순간에 떠올리는 중요한 문장이 되어버렸다

평생을 관통하는 정확한 수식어가 있다는 것은 힘이 된다

“All right, then, I’ll go to 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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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3-24 1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생을 관통하는 삶의 수식어는 그의 철학이 되겠네요.
‘분노의 역류‘라는 영화에 나온 ‘you go, we go‘도 저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말입니다.

나와같다면 2025-03-24 20:01   좋아요 0 | URL
˝You Go, We Go (네가 가면, 우리도 간다)˝ 저에게도 잊을 수 없는 대사예요.
백드래프트라는 화재 용어를 처음 알게해 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