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있다

열심히 만 읽고 있다

생각해보니 얼추 한주에 적게는 두권 많을때는 네권까지 읽고 있다.

계속해오던 동아리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동아리에서...

역사 공부하는 모임에서....

 

열심히는 읽고 있는데...

함께 이야기도 나름 열심히 하는데...

머리속에는 정리가 되지 않고 글로 옮겨지는 시간이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쓰다만 글이 여러개...

시간이 지나가면... 그냥 흘러가버리는 글들이 또 여러개..

다시 쓰자니 새삼스러워서 넘겨버리는 글들이 또 여러개...

결국 폐기 처분되어지고

쓰는 글은 잡담정도인 듯 하다..

 

이번주도 열심히 읽었다

하루에 한권씩 해치우다니... 이렇게 책을 읽어 본적이 있었던 가 싶기도 하고...

오후에는 일하느라 책 읽을 틈이 없어 엄두도 못내고 밤에 읽어야지 하다가도 책만 펼치면 저절로 눈이 감기는 지라.. 침대만을 공유하는 이 책들을읽는 시간은 아침뿐이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아침을 준비해주고 요이똥~~~~  침대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책을 그 위에 올려 놓고 읽기 시작한다. 옆에서 아이들이 남편이 무슨 말을 하더라고 건성건성 대답해 주고

내가 할 일- 아침 챙겨 주는 일은 다 했으니 책을 들여다 본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일주일 심지어 미리 읽어둔다고 이삼주전부터 들고 다녔어도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던 책들이 아침 이 서너시간동안 읽은 책들이 그리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읽어지는 것이 더 신기하다.. 이런 집중력이 아직도 존재하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도대체 이건 뭔지..... 

 

어제 읽었던 책은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있을때> 이다.

예전  창비 단편선 미국편에서 에밀리에게 장미를 읽고서 언젠가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드디어 읽었다. 이 또한 의식의 흐름의 기법을 쓰는 작품일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 화자들이 들락날락거리고 등장인물들의 생각들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 가다보니 책은 끝나있고 제대로 읽기는 했을까 싶었는데 가서  이야기하면 잘못 읽은 것은 아닌듯하여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답답하면서도 그들의 배려없고 이기적이면서 무자비한 삶이 끔찍하면서도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그 삶이 안타깝고 다른 삶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일 수 있다는 생엄 각이 들고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죽는 것 밖에는 없는 삶... 그 죽는 것도 그 누구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그 삶을 우울하게 읽었고.... 

그래도 포크너는 담달에 계속  읽어 보기로 했으니... 소리와 음향. 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리딩인건가?

 

오늘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지난주< 자기만의 방>을 읽고 빨강머리 앤을 읽으면서 울프가 이야기한 여자가 글을 쓰기위해 필요한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가 저절로 앤에게 대입되면서.. 그래 역시 그런 거야. 앤도 초록지붕의 자기만의 방과 마릴라와 매슈의 서포트가 없었다면 절대 공부를 할 수 없었던 거야...

그린 게이블 이후의 앤을 잠깐 없다고 치고 앤이 공부를 마치고 결혼을 해서 사는 삶을 상상해보았는데... 딱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었다.. 울프식으로 생각해보는 앤의 모습...

아마 댈러웨이 부인의 클라리사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오늘 댈러웨이부인을 읽으면서 해보았다..

댈러웨이부인 역시 아침밥 차려놓고 오늘은 아들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 8시부터 시작해서 다 못보고 모임에 갈지도 모른다고 아예 생각했었는데... unblievable!!!!!!!  조금 시간을 넘기기는 했지만 다 읽었다... 다 읽었다... 이런 집중력이 있을줄은 나도 몰랐다...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적이 없었는데... ㅋㅋㅋㅋㅋ 

의외로 내가 의식의 흐름기법과 맞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도 들게 되었다.. ㅋㅋ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봉인시킨지 얼마나 됬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째든 책을 읽었다는 것..

시간을 들여 정성껏 읽은  책보다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예감이... ㅋㅋㅋ

 

버지니아 울프 이야기는 많이 듣고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었을까?  읽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작가인 듯하다. 어둡고 칙칙한 울프의 모습을 생각했었는데 작년부터 실상 작품들을 만나면서 생각보다 더 그녀는 밝았고 활기가 있어 보였다. 삶이 불행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런 것 만은 아닌듯 하고... 역시 직접 읽어보고 직접 만나는 - 이것도 물론 작품을 통해 간접적인 만남이기는 하지만- 것이 최선인 듯하다.

우울하고 불행하다기 보다는 너무 예민해서 스스로를 참을 수 없는, 그런 그녀가 살아가기에는 그 시대가 너무 억압적이었고 물론 지금이라고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지니아 울프 역시... 다시 보고픈 작가중 하나..

두고 두고 보고픈 작가가 되어가고 있다

 

 

 

 

 

 

 

 

 

 

 

 

 

 

 

 

 

 

 

 

 

 

 

 

 

 

 

 

 

 

 

 

 

 

 

 

 

 

 

 시공사 책을 보지 말아야 하는데.... 앞으로는 시공사책을 사지 않기로 하고  이 책은 이미 사둔 책이므로....

 

 

 

 

 

 

 

 

 

 

 

 

 

 

 

매화가 피어 봄이구나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벚꽃도 다 져 가고...

한 낮은 반팔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간다... 가는 시간을 잡을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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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13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정독해야할 책이 몇 권 있어서 글을 쓰지 않고 있어요. 오늘 포함해서 5일째 글을 안 쓰니까 북플 접속 횟수도 줄어들었어요. 아무 것도 안 하게 되니까 마음이 편합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7-04-13 20:55   좋아요 1 | URL
책만 읽다보니 뭔가를 써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압박아닌 압박을 스스로 에게 주고 있어요 ㅎㅎㅎㅎㅎㅎ 자기만의 방에서도 일단 뭐든지 쓰라고 해서 더 그런 생각이 최근에 들었구요 ㅎㅎㅎㅎㅎㅎㅎ 저는 거의 한달에 한 번 꼴이니... 사이러스님보다 더 심하잖아요.. 저도 모르게 스스로 압박하는 못난 짓을 하고 있다니... 좀 그러네요 ㅠㅠ

그런데 사이러스님 말 맞는 것 같아요. 안 쓰니까 접속횟수도 들고 딴 짓하는 시간도 줄고... 책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 아이러니하죠?

레삭매냐 2017-04-13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화꽃 사진 참 예쁘네요.

지금행복하자 2017-04-13 20:5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yureka01 2017-04-13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독서의 관성 법칙...읽기의 탄력!~붙었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7-04-13 21:50   좋아요 2 | URL
강제성이 있어야 읽어지는 이 타율성을 어떻게 할까요? ㅎㅎㅎㅎㅎ

2017-04-26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6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7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피엔스를 다시 읽는다.
작년에는 고등학생들 인문학 수업때 곁가지로 쓱~ 따라 읽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좀 깊이 읽어볼 예정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이미 한번 읽었다는 것이 도움이 될지 게으름의 원인이 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북플이 이상하다..
포스팅 되지 않는다..
나는 열심히 여러번 썼는데..
전부 올라가지 않았다..
다시 쓰기는 싫고..
돌리도 내 글...

이글도 여러번 멈춤이다..
제 멋대로 로그아웃이 되었다 로그인 되었다 난리부루스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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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2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3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03-02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좋아요~~는 난리부루스가 아니라
사피엔스를 다시 읽는다, 에 바칩니다^^

지금행복하자 2017-03-03 06: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다시 읽어도 여전히 새로운 건 뭘까요? ㅎㅎ

cyrus 2017-03-03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파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북플에 나름 진지한 댓글을 달았는데, 입력이 안 된 적이 있어요..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7-03-04 08:45   좋아요 0 | URL
여전히 북플은 왔다갔다하고 있어요 ㅎㅎ 댓글 달았는데... 안 올라갔어요 ㅋㅋ 북플만 그래요 ㅋㅋ ㅋ

samadhi(眞我) 2017-03-03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시 읽고 있어요. 독서모임 때도 한번 읽었는데 벌써 3번째 다시 읽다가 말다가.. 하고 있어요. ㅋ

지금행복하자 2017-03-04 08:50   좋아요 0 | URL
재미있는 현상이에요. 한번 들어오고 댓글 하나 쓰고 나갔다 다시 들어와야 또 댓글 하나 쓰고 그래야 하나봐요 ㅎㅎ

두번째 다시 쓰는 댓글이에요 ㅠㅠ
두번째보니 더 재미있어요~ 알고 봐서 그런가봐요. 이렇게 독서모임에서 두번째보고 또 몇달지나 세번 볼 기회를 만들어 볼까봐요~ 안되면 혼자라도 보다가 말다가 읽다가 말다가 ㅋㅋ

2017-03-05 0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6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전 카라바조와 앵그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보통 고흐. 모네같은 화가를 좋아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서 그랬는지 생소하게 느껴졌었다
그런 화가들은 미술사속에서나 존재하는 이름으로 생각했었던것 같다.
왜 좋아하냐고 물어보니까 날것의 느낌이 들어 좋다고 했던 것 같다. 그 때 그사람이 느낀 생 날것의 느낌이 어떤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 화가들에게서 받은 느낌이 그 사람이 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copy본만 봐서일지도 모르지..

근데 이번에 그 생 날의 느낌이 이런건가? 싶은 시를 읽었다. 그림이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을 표현한 그 단어가 쑥 튀어나왔다. 단순히 흔히들 하는 말로 쎄다라고 하기엔 맞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인 듯하다. 이럴땐 어휘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어휘력 기를 방법이 어디 없을까~
직선적이면서도 생채기를 내지 않고
아프면서도 그 아픔이 뭉근한 느낌이다...

시를 정말 잘 모르지만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공감되고
이런 평범한 어휘들이 이렇게도 버무러질수 있구나..
하면서 끝까지 페이지를 놓치지 않고 읽었다..
시집을 이렇게 읽어보기는 처음인듯하다
보통 서너편 보고.. 띄엄 띄엄 눈에 띄는 작품들 위주로 보는데..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어쩔수 없는 여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인의 입으로 여인의 이야기를 가릴것 없이 날것의 느낌으로 뱉어내는데 어떻게 그냥 읽어질 수가 있을까..





잠깐 샛길~~
문득 최근에 문창과대학원진학한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입학전 오티인지 뭔지를 갔는데 전 과가 다 오는 자리라 시. 소설. 동화. 평론 등 진학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잘 모르겠었는데 좀 지나고 보니 장르별로 구별이 가능해지더라고 했다.
시 전공. 소설 전공. 동화전공. 평론 전공자들이..
시쪽은 의사사모로 해서 소위 사모님측에 속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설마~ 그랬더니 아니라고 실제로 그랬다고..
소설은 술도 잘 마시고 흡연자도 많았고 동화는 말 그대로 동화씁니다. 라고 보이는 사람들이었다고 하는...

문화센터 시창작 수업같은걸 보면 누가 이걸 들을까 싶지만 의외로 신청자가 많다는 말을 듣고 의외라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시간많고 돈 많은 사람들 많구나~ 하고

과연 시라는 것을 배워 쓸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문창과라는 것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는 사람이라~
언제부턴인지는 모르겠는데 시도 살만한 여유있는 사람들이 하는 신선놀음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일들이 종종 생기는듯 한다.
예쁘고 고운 달달한 ..
시인지 예쁜 낱말의 나열인지 모를..
삶의 냄새가 뭍어나지 않은 팬시점들의 예쁜 장신구 같은 시들..

아마 내가 시라는 것에서 멀어지게 된 이유일지도..
굳이 그런 감정까지 공감하고 싶지 않아서..
공감되지도 않고..










이별하는 사람들의 가정식 백반

아비는 춘궁이었네
기별섮이 찾아온 딸에겣
원추리를 끊어다 무쳤네

풋것은 오래 주무르면 맛이 안 나지

꽃들에게 뿌리란 얼마나 먼가
이 맛은 수몰된 마을의 먼 이름같아요.

아비는 얼려 둔 고등어 한 손을 내었네.
고등어는 너무 비린 생선이에요.
잡히면 바로 죽어버린다구요.

비린 날엔 소금으로 창자를 닦거라

그런데 아버지 기일에 왜
미역국을 끓이셨나요

너를 좋아하다가 죽은 남자가 있었다는 구낮
새 옷을 지어다가 태워주었닻

세상에 미역처럼 무서운 것이 있을까
한 줌이었던것이 이토록
방안에 가득하잖아요

너무 오래 불리면 몸이 싱거워져

검은 혀가 흰 허벅지를 휘감아요
내 몸에서 당신의 머리칼이 자라요

약불에 뭉근히 두어라
미역국은 오래 끊여야 속이 우러나
불로 익히는 음식이란
뜸을 들여야 하는 거란닺

누가 부르는지 귓속이 간지러워요

네가 피운 꽃들이 지고 있나 보구나

아침을 차려준다는
저녁을 짓는다는
그 말이 어여뻐서
숟가락운 쥐고 울었네.

아비는 말 없이 가시를
발라 주었네





입덧

익숙하던 것들이 먼저 배반하지
그러므로 어느 날
밥 냄새를 견딜수 없게 되는것
너의 멜로디를 참을 수 없게 되는것

검은 행에 변종의 언어가 파종될 때
냉동실에는 수상한 냄새들
친민한 너를 혐오한다

다른 살을 맛보고 싶어
맹목적으로 아밀라아제

가자하니 어디로
석유를 마신 듯 이글거리는 내부여
종을 배를 탔으니 어디로 갈까

별을 낳기 위해
중력을 거부해야 하므로
소화되지 않는 말이
밑구녕이 거꾸로
치밀어 올라오고

벚나무 수억의 유방 부풀어
가렵다
접신한 듯
미열에 들뜬 나무들
제 몸을 게워놓는다

들썩이는 치열
나는 나로 부터 멀다
헝클어지는 지문
불화로부터 별의 머리카락은 자란다
습성은 문득 낯선 얼굴

이후는 다시 이전이 될 수 없다

킁킁, 이 냄새는 뭔가








둥긂은



아이가진 여자는 둥글다 젖가슴은 둥글다 공룡알 개구리알은 둥글다 살구는 둥글다 살구의 씨는 둥글다 씨방은 둥글다 밥알은 둥글다 별은 둥글다 물은 둥글다 ‘응‘은 둥글다 그 밤 당신이 헤엄쳐 들어간 난자는 둥글다

멀리까지 굴러가기 위해
굴러가서 먹이기 위해

내가 사랑, 이라고 발음할 때
굴러가려고 둥글게 말린 혀가
입천장을 차고 나간다
나가서 너에게 굴러간다

둥긂은 입 맞추고 싶고 둥긂은 안고 뒹굴고 싶다 둥긂은 들어가 눕고 싶다

구르고 구르다가 모서리를 지우고
사람은 사랑이 된닺
종내는 무덤의 둥긂으로
우리는 다른 씨앗이 된다
0이 된다

제 속을 다 파내버린 후에
다른 것을 퍼내는 누런 바가지
부엌 한 구석에 엎디어 쉬고 있는 엉덩이는
둥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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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8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8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8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8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02-1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춘궁>이라는 단어를 보면 서정주 시인의 시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허은실 시인의 시에도 나오는군요.
원추리 나물을 먹으며 ˝이 맛은 수몰된 마을의 먼 이름 같아요˝ 라는 표현 쯤 할 줄 알아야 시인이 될 수 있나봐요 ^^
저도 오래 전에 동화쓰기 모임에 2년 넘게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 결실이라면 ˝동화 쓰는 사람은 따로 있다.˝ 이거였습니다 ㅠㅠ 소설보다 가벼운 문학 쯤으로 만만하게 보고 도전하면 안되고, 동화를 쓰는 심성이 따로 있더라고요. 이야기 전개야 어떻게 되든 결말은 밝고 희망적으로 맺을 수 있어야 하고, 이 세상을 따뜻하고 만들어보고자 하는 긍정적인 의지가 절대 필요한데, 저 처럼 음울하고 부정적이고 회의, 허무주의인 사람은 안되는 분야...ㅠㅠ

지금행복하자 2017-02-18 10:44   좋아요 0 | URL
어,저는 모든 동화가 밝고 희망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중 하나인데요~ 어둡고 부정적인 동화도 있어야 해요~ 엽기적인것도 있어야 하구요~ 우리나라 동화는 너무 환상적이고 교훈적이어서..ㅎㅎ 아이들도 그래서 점점 동화를 안 보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저도 잠깐 동화쓰는 모임에 참여한적이 있는데., 동화를 쓰러 간것은 아니었어요 ㅎㅎ 너무 순하고 고우신 분들이 동화를 쓰시고 계시다고 생각했어요~ 모범생인생을 사신 분들.. ㅎㅎ

동화도 다양한 분위기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cyrus 2017-02-18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라바조의 그림이 좋습니다. 인물들의 표정이 살아있거든요. 그 묘사에서 ‘생 날 것의 느낌‘이 납니다.

지금행복하자 2017-02-18 14:25   좋아요 0 | URL
그 생 날것의 느낌이 저한테는 무서운 느낌으로 다가온 듯 하군요~ 너무 날것의 느낌이 무서운.. 원래 있는 그대로는 잔혹하잖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덧이란 시 좋군요. 확실히 남성 시인의 시‘보다는 여성 시인의 시‘가 와닿습니다.
현대시의 업적은 요즘 대부분 여성 시인의 몫이 아니었나 ... 하는 생각을.

전 이상하게 카라바조 그림을 보면 좀 무섭습니다. 날것 그대로를 볼 때 느끼게 되는...
뭐, 그런 것.

지금행복하자 2017-02-18 14:28   좋아요 0 | URL
남성이 여성의 어떤것을 묘사할때는 자꾸 덜커덕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저도 카라바조는 좀 무섭습니다 ㅎㅎ 그 생날것의 느낌이 무서움으로 다가온 듯 합니다.
 

표지가 참 예쁘다.
표지가 끌려서 내용은 보지도 않고 구매했었다
뭉툭한 손톱에 관리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을것 같은 손이다.
청량한 푸른 사과를 무심하게 깍고 있는 그 손에 끌려
책 전체의 청색에 끌려 구매했다..
표지에 끌려본 적 오랜만이다.
표지에 끌려 책 샀다가 실패한 적도 많은데
이 책은 다행이다.
내용도 좋고 재미있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느껴본 뿌듯함...


한 남자의, 한 집의, 한 마을의 가구처럼 느껴지는 회색같 았던 한 여자의 청량한 사랑이야기이다.
수녀원에서 고아로 그리고 상처한 상처가 많은 남자집의 하녀에서 그 남자의 아내로 선택받아 살던 한 여자가
수녀님이 말한 사랑과 다른 사랑을 존재를 깨닫는 삶의 이야기이다.
한폭의 색이 많이 빠진 수채화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색같던 엘리라는 여자의 삶에 색이 입혀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안 떠올릴수가 없다. 비슷한 내용이면서 비슷한 결말을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좀 다르다면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는 나름 열정적인 사랑의 기억을 주었다면 이 책의 주인공들은 눈치보고 두려워하고 서로에 대한 사랑의 확신도 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랑의 느낌이다.
그 어떤 약속도 하지 못하는 사랑. 그러나 그 마음은 느낄 수 있는 사랑. 따라나서지도 같이 가자고도 못하는 사랑.
서로의 과거에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사랑이지만 그들의 사랑에 그들이 선택한 삶에 그래~ 이런 것도 사랑일 수 밌어. 뜨거운 사랑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그래도 다른 사랑도 느끼고 타인에 의해 끌려왔던 삶을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던 이전의 삶과는 다른 -비록 같은 삶의 모습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선택에 의해 남은 엘리의 모습에서 예전의 회색이 아니라 책 표지의 청색의 삶을 살기로 한 그녀에게 공감이 가고 동정심과 책임감으로 남은 그녀에게 화가 나기 보다는 그래도 이 여자는 언젠가는 떠날 수 있겠구나..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이 느껴졌다..
다만 그것을 조금 미루었을 뿐...

읽으면서 참 심플하게 잘 썼다. 책을 읽으면서 참 곱다는 느낌을 받았다. 번역의 힘인가?

글 속에 감정의 무게가 많이 실리지 않았는데 그 감정들의 느낌들을 오롯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노장의 힘인가..
윌리엄 트레버라는 작가가 거의 처음이니 비교의 대상도 없으니...
딘편집 비온뒤 도 읽어봐야겠다..
이 노장의 글에 호기심이 생긴다.


책을 덮으면서 여주인공 엘리의 선택을 보면서 남자작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의 결말도 그렇고..
이와 비슷한 내용의 작품을 봤는데 여자작가였었던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그녀는 떠났다.
남자와 함께도 아니고 남편도 아니고 혼자서 자신의 삶을 살러 떠났었던것 같다.
길 가다 우연히 사랑했던 남자를 만났어도 그냥 스쳐지나갔었던것 같다..
그 누구와의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여자..
그래서 내가 지금은 아니더라도 같이 살던 남자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이후 떠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남기로 한 선택도 그녀의 조그마한 변화이었기에..




-- 마을 사람들은 라스모이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도 대부분 이곳에서 살았다. 마을을 뜨는 쪽은 젊은이었었다. 그들은 더블린이나 코크나 리머릭으로 잉글랜드로 어떤 이들은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다수가 다시 돌아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 또한 과장이었다 (9p)

-- 그는 떠날 테고,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될 것이다. 지금 아침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그가 있다는 사실인 것처럼. (185p)

-- 그는 사랑받는 느낌을 사랑했고, 다정함으로는 충분히 보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아, 우리 플로, 넌 왜 이렇게 엉망진창인 거니?˝ 이사벨라가 즐겨 하던 말, 사촌간의 애정을 담아 이탈리아어로도 영어로도 되풀이하던 말이었다. 그때는 그 말이 좋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190p)

-- 그녀는 자신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다는 사실을, 환상으로 시작된 것이 날이 갈수록 조금씩 현실처럼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엘리는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를 통제하려 애썼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231p)

고요한 부엌에서, 엘리는 자신을 집으로 들인 이 남자의 비극은 거절당한 사랑보다 훨씬 끔찍하다는 서늘한 진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혼란 속에 한가닥 선명한 빛저럼 그녀를 찾아왔다. 확실했다. 이제는 너무 늦었다. 엘리가 깨달은 또 하나의 서늘한 진실은 그의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사실을 말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이 겪어서는 안 되는 그런 고통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었다 (273p)

무엇을 기억하게 될지 너는 안다. 그는 생각에 잠긴다. 허술한 기억이 무엇을 간직하게 할 지 너는 안다. (2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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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2-0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어요.
저도 표지에 이끌려 눈독들인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야금야금^^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그런 내용이군요?
초반부를 읽고는 무슨 내용이지?하다가 지금 딱 중반부,엘리가 사랑임을 깨달았다는 대목을 읽었어요.
안그래도 약간 그런 내용으로 전개되려나?싶었는데 음.......
끝까지 읽어봐야겠군요.
잘 읽고 갑니다^^

지금행복하자 2017-02-09 14:31   좋아요 1 | URL
전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보다 더 좋았어요~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할까요? 단순한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엔 좀 더 층이 쌓인 느낌.. 문체의 차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서니데이 2017-02-0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표지의 파란 사과가 예뻐서 읽고 싶었던 기억이 나요. 그치만 아직까지 읽지 않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지금행복하자님, 즐거운 오후,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지금행복하자 2017-02-09 20:11   좋아요 1 | URL
표지에 끌려 구입한 사람들이 좀 있을 듯해요~
날이 많이 추워졌어요~ 따뜻한 밤 되세요~^^

단발머리 2017-02-0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지만 느낌을 풀어내는게 힘들어 리뷰 안 썼는데 지금 행복하자님 리뷰 읽으니 그 때 생각도 나고 무척 좋네요. ㅎㅎㅎ 전 현대문학 단편집 <윌리엄 트레버> 에서 한 작품 읽었는데요. (부끄럽네요ㅠ)
<페기 미한의 죽음> 넘 좋았어요~~
하트가 뿅뿅~~ ❤️ 뿅뿅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7-02-10 09:44   좋아요 0 | URL
하트 뿅뿅 날리실 정도로 좋으셨나봐요~ 저도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니 번역된것이 별로 없더군요~ 안타까웠어요.. 단발머리님이 말씀하신 그 책도 찜 해놓습니다~^^

서니데이 2017-02-16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날씨가 따뜻해요.
지금행복하자님,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지금행복하자 2017-02-17 09:57   좋아요 1 | URL
답글이 늦었어요~ 오늘은 날이 좀 추워요~ 제가 추운건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몸이 적응을 못하나봐요~ 잠이 너무 와요~ ㅎㅎ
오늘.. 행복한 하루 되세요♡♡
 

82년생 30대 중반의 나이..
한창 아이를 기르느라 정신없을 나이이다.
거의 대부분의 늦든 빠르던지간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여자들은 30대에는 아이를 기르고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10여년전에 태어난 여자나 그후 10년후에 태어난 여자들이라고 해서 82년생 김지영씨의 삶과 그다지 다르게 살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요즘 여자아이들의 여자로서의 삶은 과연 어떨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전의 여자들과는 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제발 눈에 보이는 그런 가사일의 편함이나 이 전보다 사회에 나갈 기회가 늘지 않았냐는 등의 수치적이고 형식적인 달라진 삶이 아니라.,


이렇게도 평범한 여자의 일생이 소설로 될 정도로~
누구를 희생한것도 아니고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을 살리기 위해 몸을 판것도 아니고 입신양명을 추구한 성공한 여자의 삶도 아닌 정말 아무나인 여자의 삶이 소설의 소재가 될 정도로 대한민국의 여자의 삶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딸로 소녀로 여자로 아내로 엄마로 시어머니로 친정엄마로 할머니까지... 요구되어지고 강요되고 밀어붙여지는 그 삶이 소설속의 소재가 아닐까...

이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최근 딸을 성추행했다는 선생을 죽이고 자수한 엄마의 기사가 생각난다.

담담히 써 내려간 글들이기에 차분히 그 삶속에 나 자신이 보여지는듯 하다.
당신들 이야기가 아닐수 있다는 듯이 누구누구씨 하면서 써내려가는 글을 읽으면서... 어, 난데.. 정말 난데.. 내가 딱 아이들 기르면서 일하면서 했던 생각들 그대로 인데..
10년이 지나도 변한것이 없네... 정말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그렇다.
집안일하는 것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
그런 일들이 내가 우겨서, 하고 싶다니까 집안 편하고자 해서 봐 주는 일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다.

차례음식을 준비하면서 아들한테
나 죽으면 제사고 뭐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데..
정 뭔가를 하고 싶으면 니 손으로 직접하라고 했다.
니 와이프 손으로 하게 하지 말고..
전에 제사지내지 말고 기일에 제사지낸다고 모이지 말아라.. 나는 죽어서라도 자유롭게 살거니까...내가 오고 싶을 때 올거니까 제사같은거 지내지 마라 했더니 그것은 남은 사람의 몫이라고 해서 아니다 죽은 사람에게도 강제 소환되지 않을 권리도 있다고 하지 말 라고 했었다.

그 일이 생각나서 이번에 제사지내고 싶음 니가 직접 준비하라고
나는 너의 엄마이지 니 와이프의 엄마가 아니다.
명심해라.. 반드시.. 그랬더니 울 아들.. 제사지내지 말라며? ㅋㅋ
물론~~ ㅋㅋ
만약 그런것을 하겠다면 말이다~

귀에 딱지가 앉게 이야기할 예정이다.
나 내버려 두라고 ㅎㅎㅎㅎ




-- 할머니의 억양과 눈빛, 고개의 각도와 어깨의 높이, 내쉬고 들이수는 숨까지 모두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최대한 표현하자면, ‘감히‘ 귀한 내 손자 것에 욕심을 내? 하는 느낌이었다. 남동생과 남동생의 몫을 소중하고 귀해서 아무나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되고, 김지영씨는 그 ‘아무‘보다도 못한 존재인듯 했다. 언니도 비슷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25p)

-- 어머니는 자신의 인생을, 김지영씨의 어머니가 된 일을, 후회하고 있었다. 길게 늘어진 치맛자락 끝을 꾹 밟고 선 작지만 묵직하고 굳건한 돌덩이, 김지영씨는 그런 돌덩이가 된 기분이었고 왠지 슬폈다. 어머니는 김지영씨의 마음을 알아채고 너저분하게 흐트러진 딸의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다정하게 넘겨 주었다 (37p)

-- 암도 고치고 심장도 이식하는 세상에 생리통 한 약이 한 알 없다니 이게 무슨 일이라니, 자궁에 약 기운 퍼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아나 봐, 여기가 무슨 불가침 성역이라도 되는 거야? (63p)

-- ˝죽집도 내가 하자고 했고, 아파트도 내가 샀어. 애들은 지들이 알아서 잘 큰거고, 당신 인생 이정도면 성공한 건 맞은데, 그거 다 당신공 아니니까 나랑 애들한테 잘 하셔, 술 냄새나니까 당신은 거실에서 자고.˝
˝ 그럼, 그럼! 절반은 당신 공이지!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절반 좋아하네. 못해도 7대3이거든? 내가 7, 당신이 3˝ (89p)

-- 우리 학교도 웃기지? 너무 똑똑해서 부담스럽다고 할 때는 언제고 학교 지원 하나 없이 혼자 준비햐서 합격하고 나니까 자랑스러운 동문 타령이야.
김지영씨는 안개가 잔뜩 낀 좁은 골목길에 서 있는 기분이었고, 기업들이 하반기 공채를 시작하자 안개는 빗줄기가 되어 맨살 위로 쏟아져 내렸다 (99p)

-- 김지영씨는 미로 한가운데 선 기분이었다. 성실하고 차분하게 출구를 찾고 있는데 애초부터 출구가 없었다고 한다. 망연히 주저 앉으니 더 노력해야 한다고, 안 되면 벽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한다고, 안 되면 벽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한다. 사업가의 목표는 결국 돈을 버는 것이고, 최소 투자로 최대이익을 내겠다는 대표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효율과 합리만을 내세우는 게 과연 공정한 걸까. 공정하지 않은 세상에는 결국 무엇이 남을까.. 남은 이들은 행복할까 (123p)

-- 그 놈의 돕는다 소리좀 그만 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애 키우는 것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집 오빠집 아니야? 오빠 살림 아니야? 애는 오빠 애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일하면 그 돈은 나만 써? 왜 남의 일에 선심쓰는 것처렁 그렇게 말해? (144p)

-- 전업주부가 된 후, 김지영씨는 ‘살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때로는 ‘집에서 논다‘고 난이도를 후려깎고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떠 받들어지면서 좀처럼 비용을 환산하려 하지 않는다. 값이 매겨지는 순간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겠지 (149p)

-- 그런데 왜 어머니는 힘들다고 얘기하지 않았을까. 김지영씨의 어머니뿐 만 아니라 이미 아이를 낳아 키워 본 친척들, 선배들, 친구들 누구도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 tv나 영화에는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만 나왔고 어머니는 아름답다고 위대하다고만 했다. 물론 김지영씨는 책임감을 가지고 최대한 아이를 잘 키울 것이다. 하지만 대견하다거나 위대하다거나 하는 말은 정말 듣기 싫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힘들어 하는 것 조차 안 될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머리만 좀 지끈거려도 쉽게 진통제를 삼키는 사람들이, 점 하나 뺄때도 꼭 마취 연고를 바르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엄마들에게는 기꺼이 다 아프고, 다 힘들고 죽을것 같은 공포도 다 이겨 내라고 한다. 그게 모성애인것처럼 말한다. 세상에는 모성애라는 종교가 있는것이 아닐까. 모성애를 믿으십쇼. 천국이 가까이 있습니다!! (150~151p)

-- 여유가 있으면 취미생활을 하고 여유가 없으면 내 애든 남의 애든 가르치라는 건가,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관심사와 재능까지 제한받는 기분이었다. 설렘은 잦아들고 무기력이 찾아왔다... 김지영씨는 앞으로 시간과 조건이 맞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생기면 업종에 관계없이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63p)

-- 그 커피 1500원이었어. 그 사람들도 같은 커피 마셨으니까 얼만지 알았을 거야. 오빠, 나 1500원짜리 커피 마실 자격도 없어? 아니 1500원 아니라 1500만원이라도 그래. 내 남편이 번 돈으로 내가 뭘 사든 그건 우리 가족 일이잖아. 내가 오빠 돈을 훔친것도 아니잖아.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165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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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0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차례상을 사진으로 올리며 자신의 어머닌 차례상준비하고 절을 하는데 , 여러분은 어떠냐는 페친님이 계셨네요 . ( 정확한 표현인지 잘 모르겠는데) 다들 자기 집에선 엄마가 상차리고 절한다고 , 차례상 원래 남자몫아니었냐 ㅡ설왕설래 ..아니 차려도 주고절하는게 그게 큰 일이나되는 듯한 댓글들에 ...뾰족해졌었어요 . 절하게 해준다 ㅡ 이거 넘 웃긴거예요 . 그래서 어쩜 여성들 스스로 자존심 지키느라 굽히지 않는 의미로 절은 안하는 게 암암리에 궂어진건 아닐까 ㅡ 뭐 ..그런생각 들데요 . 하도 절하나에 유새를 하니까 ..ㅎㅎㅎ 아직 아직 멀었군 싶어요 .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사랑해서 즐거운 일 , 애틋한 일이 될 수없는건지 .. 그쵸?

지금행복하자 2017-02-06 09:57   좋아요 1 | URL
절하게 해준다.. 별걸 다 생색내네요~ 내 조상한테도 절 못하는데... 그런 절 안한다고 하고 싶어요 ㅋㅋ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해서 상차리고 치우고 언제 옷 갖춰입고와서 절하고 하겠어요. 남자들은 가만히 있다가 절만 하면 되는데 그들이 절하는 동안에 여자들은 계속 일하고 있잖아요~ 그냥 절 안하고 싶다고요 ㅎㅎ

[그장소] 2017-02-06 22:44   좋아요 0 | URL
ㅎㅎㅎ그런데, 그마저도 자릴 양보해준듯 말하니 얄미웠다는 ..

2017-02-06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6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02-07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행복하자님, 맛있는 저녁 드시고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지금행복하자 2017-02-07 21:26   좋아요 1 | URL
늦은 저녁 이제 먹고 글도 이제 봤어요~^^ 서니데이님 굿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