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세계문학 단편집 러시아 편을 읽고 있다
고리키의 < 스물 여섯과 하나>를 읽는데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리스 레싱의 <지붕 위의 여자>와 비슷해다

빵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열악한 노동환경에 이삼층짜리 석조건물 전체가 어깨위에 세워진 듯한 현실에 눌린 노동자들에게 건물 2층의 16세의 아리따운 아가씨가 한 줄기 빛으로 그들을 비추고 있다..아니 그들이 비추게 하고 있다.
팍팍한 현실에 청량한 유일한 희망. ㄱ
그녀가 그들에게 빵을 가지러 오는 시간만이 그들이 살아있다고 느끼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런 그녀는 그들에게는 성역이다.

- 우리는 그녀를 사랑했다. 이 한 마디로 모든것이 설명된다. 인간이란 언젠가 누구에겐가 자신의 사랑을 쏟고 싶어한다. 비록 때로는 그것으로 억압하고, 때로는 더럽히고, 가까운 사람의 생명을 자신의 생명으로 헤칠수 있는데도 말이다. 왜냐하면 사랑하지만 존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창비 세계 운학- 러시아. 135p)

그런 그녀에게 남자가 생긴다. 아니 생기게 된다. 병신출신사내하나가 여자로 거들먹 거리고 제빵공들 중 한명의 도발에 걸리고 만다. 그 어떤 여자도 빠져나갈수 없다고. 한달이면 된다고..

상관도 없는 여자를 의도하지도 않은 상황에 몰아넣은 이 남자들.. 기가 막히다.
그러고 그녀가 그 남자에게 넘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왜? 그녀는 여신이니까. 그들에게..
이 내기로 그들의 삶에 긴장과 활력이 돈다. 이전에는 맛 볼수 없었던...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일상. 이전과 다름이 없어 보이는 그들과 그녀의 관계.
그러나 그들의 관계에는 미묘한 균열이 오기 시작한다.
역시나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것.. 날카로운 호기심. 비수처럼 예리하고 차가운 호기심.

약속된 기한의 날..
그녀는...
비 오는 날.. 헛간밖에서 기다리는 그들..
그리고 밖으로 나오는 병사. 따라나오는 그녀.
눈에 환희와 행복을 가득 담고 입술에 미소를 지으며...

그리고 쏟아지는 욕지거리. 더러운 말들.. 욕설과 악담..
가만히 듣고 있던 그녀..

-우리는 그녀를 둘러싸고 그녀에게 앙갚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우리를 강탈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우리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가장 좋은 것을 그녀에게 주었고 이 최상의 것이 비록 거지들의 별것 아닌 것이라고 해도, 우리 스물 여섯 명에게 그녀는 유일했다. 우리는 얼마나 그녀를 모욕했던지... !! 그녀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고 시종일관 사나운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보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창비 세계 문학- 러시아편 .148p)


아마 이 소설이 여기에서 마무리 됐다면 도리스 레싱의 지붕위의 여자를 떠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지붕위의 여자 역시 일방적인 남자들의 시선에 노출된채 그들에 의해 유린당하고 욕설과 폭력을 당하지만..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못하는 것일까? 가만히 있다가 한마디 한다 ˝꺼져요.˝ 분노를 억누르는 느리고 이성적인 목소리로 화가 나서 지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비키니입은 여자를 보고 싶으면 옥상수영장으로 가라고.
남자는 그 이상을 기다리면서 여자옆에 한 마디도 안 하고 서있는다. 계속 버티고 있다보면 여자쪽에서 무슨 말을 하지 않을까 하고..

- 여자는 그렇게 누워 있었다. 그는 그렇게 서 있었다.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는 그를 내쳐 버린 것이다. 그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 한 채, 몇 분이 흐르도록 그대로 서 있었다. 계속 버티고 있으면 여자 쪽에서 무슨 말이라도 ㅅ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몇분은 빨리 지나가고, 여자가 시간을 의식하는 기미는 없었다. 등과 넙적다리와 팔에 어린 긴장감. 그가 가기를 기다리는 긴장감 빼고는 (창비 세계 문학 -영국. 252p)

여자라면 알것이다.
저 긴장감을.. 두렵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숨 죽이고 있어야 하는 저 긴장감..
벌건 대 낮이라고 해도 무슨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도발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무력하지만 두려운 상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저 긴장감..
왜 안가지? 무슨 짓 하려는 거 아냐? 어떻게 해야하지?
다행히 이 소설속 남자는 여자의 반감에 눌려 그 자리를 떠난다.

그러나
고리끼의 소설에서는 누군가 타냐의 재킷소매를 낚아챈다. 그리고 그녀는 눈을 번쩍 뜨고 서두르지 않고 손을 올ㄹㅕ 머리칼을 메만지면서 큰 소리로, 하지만 침착하게 그들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 ˝에이, 당신들. 불쌍한 죄수들 같으니라고!˝ 그리고 그녀는 마치 우리가 그녀 앞에 없었다는 듯이 우리가 길을 가로 막지 않았다는 듯이 똑바로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그래서 우리 중 아무도, 실제로 그녀의 길을 가로 막지 않았다. 우리의 포위를 빠져 나가자 그녀는 돌아보지도 않고 아까처럼 큰 소리로 도도하게 깔보듯이 말했다.
˝에이, 당신들, 돼지 같으니라고 더러운 것들... ˝
그리고 그렇게 꼿꼿하고 아름답고 도도하게 사라져거렸다.
(창비 세계 문학- 러시아. 149p)

시원하고 통쾌하기는 하다.
얼마나 멋진 여자아닌가.
일방적인 폭력앞에 당당하게 욕을 해 주고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다니..
하지만 현실은 레싱의 지붕위의 여자라는 것이다.
참다 참다 소심하게 `꺼져`한마디 던져놓고 어서 가기를 긴장하면서 기다리는.. 더 이상 아무말도 못 하고..

같은 상황에 남자작가의 시선과 여자작가의 시선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아마 고리끼는 혁명가로서 여자라면 이런 부당함이나 타락한 비인간적인 주변을 당당하게 주체적으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예 고리끼와 레싱의 소설의 의도자체가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혁명가로써 여자도 실제로는 레싱의 지붕위의 여자일지 모른다.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폭력앞에 두 손 꽉잡고 어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타냐처럼 저렇게 당당하고 아름다운 퇴장을 하는 여자가 되기를 바라는 의도는 알겠지만 남자의 시각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병주고 약 주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떻게 저런 집단 폭력앞에 저렇게 당당하게 치고 나올 수 있는건지 고리끼는 저런 상황을 안 당해봤을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안 받을 수가 없다.

요즘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박선생님들의 비인간적인 행태들때문에 더 불편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두 손 꼭 쥐고 어서 이 순간이 가버리기를 기다리고만 있는 여자들... 세상은 고리끼가 살던 때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자들의 세상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예전보다 더 못 해졌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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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10-25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에선 당당하게 말하는 걸로 끝나지 않죠. 끝없이 돌아오는 보복과 앙심과 폭력. 그래서 소설도 계속 되는 거겠죠. 상투적이라는 소릴 들어도 그런 일들은 계속 일어나니까 말이죠. 도리스 레싱이 `모든 책은 풀어야 할 문제`라고 했듯이.
합리적 논리라거나 정당성, 올바름? 그건 각자의 명분일 때가 참 많습니다. 박작가가 사과문에서 스탕달 뒤에 숨어 그렇게 보이려 했듯이.

지금행복하자 2016-10-25 07:31   좋아요 0 | URL
명분이라는 이름으로 치부를 감추고 숨어버리는 것처럼 추한일이 있을 까요? 잘못했으면 그냥 잘못했다 하면 되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모든 책은 풀어야 할 문제라는 말 기억해 둬야 겠어요.. 금방 잊어버리는 몹쓸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만요~

cyrus 2016-10-25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안 해본 남자들이 여자의 친절을 사랑으로 착각합니다. 자신의 문제점을 받아들이기 싫어서(혹은 잘 몰라서) 여자가 자신에게 잘못 대했다는 식으로 돌립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10-25 22:07   좋아요 0 | URL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 인데..
자신들만의 이상대로 만들어놓고 거기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조심해야할 일이에요.. 남녀를 떠나서, 아무래도 남자가 지금은 기득권을 가진편이어서 좀 더 각성해야할 것 같구요..
 

어제는 우리 마을에 마을 문화제가 있었다
마을이 있다 사람을 잇다
아파트 단지촌이기는 하지만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이 궁리 저 궁리 하고 있다
공연도 있고 작은 장터도 있다
솜씨 자랑도 하고 인심자랑도 한다
3년째이니 제법 시간이 보인다

올해 내 시선을 잡은 것은 매듭이다.

매듭.
줄만으로 이리저리 역어 만드는 매듭.
단추도 만들고 팔찌도 만들고
여며주고 묶어주고..
올해 문산마을문화제에는 매듭이 눈에 들어온다.
고사리같은 아이의 손도 놀지 않고 매듭을 맺고있고
아짐도 매듭을 맺고 있고 아저씨의 손도 보이고..
서툰 아이의 손을 잡고 같이 만드는 매듭손도 보인다

세상일이 어찌 좋은 일만 있을까
수많은 일들이 저 매듭들처럼
묶이고 풀리고 얽히기도 하면서
하루 하루
한 달 한 달
한 해 한 해 엮일것이다.

날카로운 쇠붙이 하나없이
엮어내는 매듭을 보면서
손만으로도 줄만으로도
매끄럽게
부드럽게
자연스런 곡선이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하고 묘해
삶이 저 매듭같았으면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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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10-23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을이 있다 사람을 잇다, 참 멋집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10-24 07:18   좋아요 1 | URL
슬로건이 좋아요. 짧게 줄여서 `있다. 잇다` 로도 불러요~

samadhi(眞我) 2016-10-2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작은 고사리 손이 곱네요.

지금행복하자 2016-10-24 07:19   좋아요 0 | URL
아이들의 고물고물한 손은 항상 진리인듯 합니다. 저 손들이 가만히 있지 않게 꺼리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yureka01 2016-10-23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듭의 의미가 잇고 엮어서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 근사합니다.^^

이뿌네요^^..

지금행복하자 2016-10-24 07:21   좋아요 1 | URL
매듭이 효용이 많다는것을 최근에 알았어요~ 끈과 손만 있으면 된다는것이 신기했어요~^^

cyrus 2016-10-24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초딩 때 매듭 묶고 풀는 학습의 일환으로 열쇠고리를 만들었어요. 그땐 왜 이걸 만들었을까 불만을 늘어놓으면서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매듭 묶고 푸는 행위가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인내력을 키우는 유익한 훈련이예요.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해서 매듭 열쇠고리를 만들었던 저의 추억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

오거서 2016-10-24 18:30   좋아요 0 | URL
보이스카우트 활동에서는 생존을 위해 매듭 짓는 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그런 배움의 가치를 깨닫지 못했지요. ^^;

지금행복하자 2016-10-24 19:35   좋아요 1 | URL
그래도 저런 체험공간이 있을때 모른척 지나가지 않고 함께 해주는 아이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귀찮게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요즘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귀찮아 하는듯 해서 더 안타까울때가 있어요~ 아이들한테는 하라고 해놓고 어른들은 다른데서 놀고 ㅎㅎ
 

가을이 사라졌다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여름이 끝나면서 갑자기 차가워진 바람끝에 그만 나의 생체리듬마저 그 여름과 같이 사그라진듯한 느낌이 들었던 시간들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먹고 자고 먹고 또 자고 티비보고 먹고 자고..

가끔은 이렇게 의식적으로라도 지극히 동물적으로 살아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burnout 되 버릴 것 같아

나만의 생존전략이다..

물론 벌려놓은 여러 일들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

실제로는 잠깐동안의 동굴속의 동물 생활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잘 돌아간다.

도서관도

집도

남편도 아이들도

나의 직장도 -- 여긴 좀 지장이 있겠다. 실제로 있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라는 존재가 사회를 구성하는 별 가치없는 부속품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굳이 모든 사람들이 사회라는 기계에 중요한 부품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에 의해 버려지는 부속품이라면 모르겠지만

스스로 선택한 살짝 잊혀져도 되는 부속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그래서 복잡한 세상한 훌훌 털어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제 슬슬 활동을 시작한다.

멍 하게 보낸 시간을 보상하려는 걸까

이것저것 궁리를 해본다.

뜻있는 사람들을 모아 역사공부모임도 시작하고 - 원래는 봄에 시작한 글쓰기 모임인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글 쓰는 사람은 이 모임이 아니어도 글 쓸 사람들이고 다른 분들은 글쓰기라는 것에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이러다가 좋은 모임하나 깨질 듯해 방향을 바꿨다.

역사를 해보자고.

Do History!!

공부하지 말고 책으로만 읽지 말고 역사를 하자고..

눈이 더 침침해 지기전에 역사를 하자고 시작했는데..

시작은 좋다.. 잘 되기를 희망해본다.

 

또하나 도서관에 사진동아리를 만들고 있다.

이미 마을에 사진반이 있기는 하지만 도서관에도 사진동아리를 만들고 싶었는데 생각만 하고 있다가 질렀다.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사진책도 함께 보고 전시회도 좀 보러다니면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동아리를 만들고 있다.

마을의 사진반과 콜라보해서 재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동아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집에 있는 사진책들 들고 나오고.. ( 우리 도서관은 예산이 없어 원하는 책들을 전부 살수 없는 것이 한이 된다.. ㅠㅠ)

 

이 모든 활동들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니..

우리 도서관이나 공부하는 모임들은 공공의 관심보다는 사심이 나만의??? 가득한 공간이 되어가는 건가?? 

 

이 활동들은 사실 혼자해도  상관없는데. 나 혼자서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데

일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안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만들어 놓고 실망하고 지치고 그럴까 걱정도 되지만..

그냥 일단 시작해 보고.. 안되면 말고.. 그러다고 또 만들어 보고... 또 안 되면 말고..

 

 

 

 

 

 

 

 

 

 

 

 

 

 

정말 오랜만에 출사를 갔다.

엄마가 한번 가자고 했는데도 못들은 척 했는데..

꽃 다 지고 가게 되었다.

동아리 출사도 오랜만이고 바깥바람 쐰것도 오랜만이고..

역시 자연바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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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0-18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땐 싫어했는데 이젠 감을 보면 촌스럽고 소박하고 착하게 생긴 고것이 사랑스럽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10-18 18:20   좋아요 0 | URL
작고 소박한것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이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인것 같아요. 화려하고 세련된 것이 최고인줄만 알았었는데...

양철나무꾼 2016-10-18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헌팅캡 완전 좋아하는데, 어머니예요, 님이세요?
완전 멋지십니다여~^^

모든 바람은 경계하고 볼 일인데,
자연 바람은 그럴 일이 없어서 좋습니다.

모녀지간에 같은 취미 생활을 하며 나이 들어 간다는 것도 참 매력적입니다.
부럽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10-18 18:19   좋아요 0 | URL
헌팅캡 쓰신분은 저희 동아리 선생님이세요~ 막상 가자고 한 저희엄마는 못 가고 저만 ... ㅎㅎ
내년에는 꼭 가자고 했어요. 꽃 제일 예쁠때 가자고 ~

yureka01 2016-10-1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내 사진 동아리....
아무래도 책과 지성과 관련된 사진 많이 담으셨음 좋겠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10-18 17:59   좋아요 0 | URL
기왕 사진책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서 만들기는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시도하지 않은것보다는 낫지않을까 싶어서 일단 지르고 보는겁니다 ㅎㅎ

서니데이 2016-10-18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 사진이네요. 동그란 과일도 국화도.
지금행복하자님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지금행복하자 2016-10-18 17:47   좋아요 1 | URL
바깥을 나가보니 가을이었어요 ㅎㅎ 동그란건 감인데.. 올려다보니까 무거운 감가지가 저를 향해 후드득 떨어질것 같았어요~^^

가을벚꽃 2016-10-18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과 사진이 마음을 편하게 해 주네요^^ 사진들이 너무 이뻐요^^

지금행복하자 2016-10-18 17: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메뉴하나에 에피소드 하나
심야식당도 벌써 17권이다.
이렇게 사소한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올수 있는것이 일본 만화의 힘이 아닐까 싶다.
별거 아닌 요리. 요리같지도 않은 요리에 별 스토리도 아닌것 같은 스토리들..
그래도 나오면 잊지 않고 사게 되고 나 역시 소소히 읽게된다.
밥 먹으면서 화장실에서 틈틈히 ..

십여년전에 미친듯이 보던 아빠는 요리사라는 만화도 계속 나오고 있는 것 같고 맛의 달인도.. 나의 요리의 어느정도는 아빠는 요리사 에서 배웠으니.. 잊지 못할 요리 만화책이다..

17권에서도 여러요리들이 나온다
정말 사소하다
텐신볶음밥. 고기우동. 따뜻한 감자 샐러드. 코야두부. 방어무조림. 메추리알이 들어간 고기완자에서 햇양파호일구이. 비스마르크풍 여러요리. 가다랑어 타타키. 가리-햇생강 초절임. A정식등..

그런데 이런 이야기에 감동을 받는다
소소한 이야기에 피식웃기도 하고 가슴한켠에서 따뜻한 어떤것이 올라오는 기분도 느끼고.
크게 화려한것보다는 작고 소박한것에 점점 더 시선이 향해진다..
시간의 흐름이 주는 선물인가..

인상깊은 요리는 비스마르크풍요리이다.
달걀후라이를 좋아해서 스테이크 위에 달걀후라이를 얹은것이 기원이 된 비스마르크형 스테이크..
심야식당에서는 모든 요리에 달걀후라이를 올려 먹는다.
비스마르크형 라면. 비스마르크형마파두부. 비스마르크형명란 우동. 비스마르크형 제육볶음. 비스마르크형 빨간비엔나소시지등등..

예전에 햄버그스테이크에 달걀후라이가 올라가있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더 옛날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햄버그 스테이크에는 달걀이 안 올라갔었는데.. .
나는 달걀반숙을 좋아하지 않아서 정말 난감했던 기억이.. ㅎㅎ

가정에서 가장 만만하게 올라가는 음식중하나가 달걀후라이가 아닐까.
빨간 김치 볶음밥 위에 하얗게 노랗게 올라간 달걀 프라이. 김치찌게에 같이 먹는 보들보들한 달걀프라이....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계란간장비빔밥.
다른 뭣보다도 제일 맛있단다.

어제는 심야식당에 나온 방어무조림을 보고 꽂혀 고등어 무조림으로 저녁을 준비했으니 오늘은 뭘로 해 볼까..
모든 반찬에 달걀프라이를 올려 비스마르크형으로 해 볼까?

근데 아무도 없겠다
시험이 끝난다고 놀러들 간단다.
애쉴리에
고기부페집에.
잘 다녀들 와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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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0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하나에도 스토리가 담아져 있어요^^..역시 뭐든 스토리텔링^^.

지금행복하자 2016-10-07 13:54   좋아요 1 | URL
스토리없이는 감흥이 없어요. 만들어진 스토리는 더더욱.. ^^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7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만화 산업 때문이라도 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10-07 13: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말 다양해서 좋아요. 우리 만화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좀 믿고봐지지는 않은게 사실이에요~

기억의집 2016-10-0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소소한 이야기임에도 빨려드는 매력이 있어요. 저는 아빠는 요리사 105까지 읽다 작년부터 접었는데 그 만화에 나오는 레시피 몇번 따라 했는데 저의 입맛에는 안 맞더라구요^^

지금행복하자 2016-10-07 13:51   좋아요 0 | URL
제가 애기입맛이라 입에 맞는것이 좀 있었어요 ㅎㅎ
그래도 100권까지 보셨네요 ㅎㅎ 저는 훨씬전에 포기했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16-10-0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께 심야식당에 심취해 마구잽이로 읽다가 연재가 끝이 없어 중간에 포기했네요^^
몇 권까지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ㅋ
저는 식객이 더 재밌는 것같아요
그래도 요리도 그렇지만 심야식당 찾는 사람들의 인생살이 몇몇 이야기들은 기억에 많이 남네요^^
아~저는 일본 요리 만화중엔 미스터 초밥왕? 그게 심야식당 전에 읽어본 유일한 만화였네요 그리곤 초밥을 좋아하게 됐다는~~~^^

기억의집 2016-10-07 10:26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게 벌써 근 이십년 전 같은데 미스터초밥왕 좋아했어요~ 열심히 빌려 읽고. 지금 애들한테 읽으라했더니 만화도 시대 타나봐요 자기네들 별로라고, 전 신나게 읽었는데 말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10-07 10:34   좋아요 0 | URL
앗!! 지금 애들에겐 그게 재미없는가요??
저도 초밥왕!! 완전 밤 새면서 읽고 초밥 만들어 볼꺼라고 밥알 뭉치고 그랬었는데요ㅋㅋ

확실히 만화가 시대를 타긴 하는가봐요!
울집 애들은 우리가 봤던 빨강머리 앤이나 톰소여의 모험 애니메이션 옛날 만화라고 그러더라구요?아직 어려서 뭘 모르나?싶어 좀 더 있다가 애니메이션 다시 보여주려고 생각했던적이 있었어요^^

기억의집 2016-10-07 10:39   좋아요 0 | URL
아 저도요. 빨간 머리 앤이나 톰 소여의 모험 전 너무 좋아해서. 전 아직도 기억나요. 앤은 금요일 7시, 톰은 목요일 6시 절대 어디 안 나가고 시청했을 정도인데 애들은 안 먹히더라구요. 저와 같이 느낄 수 있는 감성 좀 갖자고 시도한 건데 애 둘 반응이 미지근해서, 아 세상이 변하면 예전에 것들도 더 이상 맥을 못 추는구나, 시대가 변하면 문화나 감성도 다 그 시대에 맞게 변하는구나 싶더라구요. 확실히 이천년대 인터넷 세대들과 우리 세대들은 다르더라구요~

지금행복하자 2016-10-07 13:52   좋아요 0 | URL
초밥왕도 엄청 좋아해요. 처음 샀던것은 다 찢어지고 다시 애장판으로 구입해 뒀어요~ 다행히 저희 아이들은 초밥왕 좋아해요. 둘리도 좋아하고 ㅎㅎ

식객도 재미있는데 너무 진지하게 접근해서 두세번 봐지지가 않아요. 물론 제대로 잡고 읽으면 혹 빠져서 읽는데도 말이에요~
 

우리 모두는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 도스토옙스키-

고골의 작품은 처음인듯 하다
푸쉬킨. 체홉은 좋아하는데
고골은 왠지 어려울것 같다는 앞뒤없는 편견이 있었다
아마 도스토옙스키가 같이 언급되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어째든 뜬금없는 편견으로 고골의 작품은 피해갔다.

창비 세계문학 단편집 러시아편을 읽다가 예전에 문학동네 일러스트가 있는 책을 샀던 기억이 나서 그림이 있는 멋진 책으로 읽었다.
문학동네 일러스트가 있는 세계문학은 소장용으로 구입하다보니 실제로 읽지 않은 책들이 좀 있다.
이놈의 책 사치 ㅋㅋㅋ

외투를 읽으면서 처음에는 바틀비가 생각났다..
필사를 한다는 직업도 그렇고 직장도 바틀비는 미국 자본주의의 꽃 월가에서 일하고 외투의 주인공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관료주의의 꽃 공무원 그것도 최하급공무윈이어 바로 연상이 되었다.
그가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할때 마다 하는 `날 내버려둬요. 왜 날 모욕하는 거요?` 라는 말도 바틀비를 연상시켜 그런 내용인가보다 했는데 외투를 맞추기로 결정하면서 으잉? 새로운 내용이네? ㅎㅎ
외투를 맞추기로 결정하면서 관료체재의 부속품이라고 생각했던 하잘것 없어 보이는 이카키도 속물일수 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다니..
동정심이 들게하다가 야~ 정신차려!! 니네 인간들 그렇게 동정할 가치가 있는 족속이 아니거든.. 하는 듯한 느낌.

여자라면 한번 쯤은 꿈꿔봤던 수천만원짜리 명품백.. 아니 수천까지도 아니고 수백.. 요즘은 3~4백은 주변에서도 간간히 보이는 것이 이 정도는 나같은 서민들도 들어주는 추세인듯 하다
생일선물로.. 결혼기념일선물로.. 등등 이유는 가지가지지만~

어렸을때 명품백이나 신발. 옷같은것 하나 사려고 돈 모으고 카드 긁고 갚아가면서 실상 일상생활에서는 비오거나 눈 오면 못 들고 나가고 못 신고 나가고 ㅋㅋ
들고 나가서도 기스날까 조심스럽게 들고 제대로 지퍼도 못 열고 조심스러워 했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 만나러 갈때 자랑하려고 일부러 들고 나간적도 있고 ㅋㅋㅋ 이런 유치한 행동을 했었는데..
아이 낳으면서 명품백이고 뭐고 기저궈가방으로 쓰던 천가방보다 못하고 편히 신던 슬리퍼보다 못 한 취급을 받다가 동생한테로 누구한테로.. 옷이랑 신발은 살이 쪄 허벅지도 안 들어가 몇년은 혹시 몰라 놔 두었다가
세월이 흐른 지금.. 에서야 누구한테도 주지 못하고 재활용통에 버려야했던 나의 속물스러움이 생각나 키득키득 웃으면서 읽었다.

외투때문에 죽었으면서도 그 미련을 못 버리고 찾아다니는 것도 웃프고 실제 자기옷이 아니면서도 몸에 맞는다는 이유로 뺏어입고는 다시는 안 나타나는 아카키의 유령을 보면서는 웃플수밖에없다.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로 부터 자유로워졌지만 지금은 책이라는 외투를 내가 입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무엇보다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높이 평가되고 있기도 하고 나 스스로도 읽지도 못 할 것을 뻔히 알면서 책을 사다나르고 이게 미친짓임을 알면서도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카키와 다른게 무엇인지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중에 하나가 지적허영심이라던데... 어쩌지?? ㅎㅎ

하나의 허영심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더 늪같은 허영심을 장착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이를 허영심이라고도 생각 못하고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어디있지?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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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10-03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사치, 지적 허영심에 허덕거리는 1인입니다ㅎ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소중한 순간에
독서를 우선시하는 건 아닐까..
집착에 내가 해야 될 일들을
소홀하게 미루고 있진 않는가..
간혹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나치면 뭐든지 부작용이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지금 행복하자님 글에 100퍼 공감해요^^;

지금행복하자 2016-10-04 07:31   좋아요 0 | URL
과유불급이라 했는데.. 어째 책욕심에는 그 누구도 욕심이라고 하지 않은지 알수가 없습니다 ㅎㅎ
그래도 정도를 지키려고 노력해야겠지요? 좋은 하루 되 세 요가을날이 많이 덥습니다.

2016-10-03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짜증만땅이었는데. 오늘 읽어야지하는 목표치가 넘 높았기 때문이었음을ㅎㅎ 결국 읽다 졸다 자다 먹다로 흐르고 말것을 ㅋ괜히 식구들만 눈치보게 만들었네요. 연휴 마무리 잘 하시구요 ㅎ 그래도 허영심은 계속 가져가는걸루~~

지금행복하자 2016-10-04 07:28   좋아요 1 | URL
허영심 챙기고 연휴가 끝나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저도 한동안 책이 안 읽혀 이리저리 만화책만 뒤적뒤적하고 있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덜 더운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습도가 높아 일상이 답답해지고 있는듯 해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6-10-04 0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품에 대한 집착보다 더 무섭다는 책에 대한 집착~~~ ^^
알라디너라면 모두 공감할듯해요.
특히 사놓고 안 읽은 책 이야기하자면요~~~ 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10-04 12:39   좋아요 1 | URL
사놓고 안 읽은 책~~ 언젠가는 읽겠죠? ㅎㅎ
정말 책에 대한 집착은 버리기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