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제빵소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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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과학 선생님이자 추리소설 작가이며, 한국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대표적인 장르문학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윤자영' 작가.

이번에 첫 힐링소설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특히나 국내 최대 오디오북 '윌라'에 선공개되어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는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소설.

기대되었습니다.

고단한 삶에 위로를 전하는 향긋한 빵 한 조각

추리소설 쓰는 과학 선생님

윤자영 작가의 힐링소설

라라제빵소



이름은 안창석, 국가 공인 제빵 명장, 한때는 제빵 신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빵업계의 시기와 음모, 본인의 교만으로 추락하여 지금은 그 명예가 사라지고 폐인 생활 중입니다.

불현듯 자신에게 제빵을 가르친 스승을 만나보고 싶어 작은 가방을 메고 강화도로 향하게 됩니다.

"스승님께서는 잘 계실까?"

읍내에서 15분 거리의 시골에 있는 제빵소.

떠날 때는 스승님의 이름을 딴 '신달제빵소'였는데, 간판이 '라라제빵소'로 바뀌어있었습니다.

주인이 바뀐 것일까...?

"계십니까?"

스승님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창석.

그러던 어느 날 뭔가 방 안에서 이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창을 보자 아직 어두운 깊은 밤인데 제빵소로 통하는 곳에 불이 커져 있었습니다.

"이놈아! 빵은 화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저게 뭐냐?"

혹시 꿈을 꾸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빵틀로 맞은 머리에서는 통증이 전해졌고 스승님은 평소 일어날 힘도 없으면서 어느새 힘든 일을 척척해내며 창석에게 빵을 만들라고 합니다.

"이놈아, 손이 안 움직이면 어떠냐? 그 손으로도 만들 수 있는 빵이 있지 않느냐."

...

"스승님, 저는 앞으로 어떤 빵을 만들어야 할까요?"

"사람을 살리는 빵을 만들거라." - page 57 ~ 58

그러고는 이것이 스승에게 듣는 제빵의 마지막 수업이 되었습니다.

스승님이 작고한 뒤 목표 없이 살던 그는

"스승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사람 살리는 빵을 만들라고 했어요. 난 사람 살리는 빵을 만들 거예요."

"그게 어떤 빵인데?"

나도 아직 사람 살리는 빵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단팥빵을 만든 것이다.

"몰라요. 일단 옛날처럼 빵을 만드는 거예요." - page 91

하지만 스승님의 손녀 손라라가 나타났고 갈 곳 없던 그는 손라라에게 빵을 가르쳐 주겠다는 제안을 건넵니다.

과연 스승 안창석과 제자 손라라는 사람을 살리는 빵을 만들 수 있을까?

읽으면서도 갓 구운 빵 냄새가 콧가를 간질였습니다.

은은한 참나무 향과 솔향에 깊은 단맛 끝에 떫은맛을 내는 단팥빵...

기본에 충실했던 그의 빵에 그동안 화려한 빵에만 치중했던 제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쓸쓸함에...

기본의 단단함에 저도 재정비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기도 하였습니다.

단팥빵으로 신 씨 아저씨를 살렸고,

고로케로 김세원 제빵사를 살렸고,

실연의 슬픔에 빠진 라라도 살리고,

김포댁 아주머니도 살렸는데...

또다시 그를 망치려는 제빵 명장 1호이자 그의 스승이었던 심명진.

'라라제빵소' 옆에 명심당을 오픈하는데...

"심명진 제빵 명장님, 그래도 빵을 가르쳐준 스승이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고얀 놈. 네까짓 게 무슨..."

"들어보세요. 지금 당신은 제가 파멸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분수에도 안 맞는 빵집을 빚으로 차리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1호 제빵 명장의 모습으로 빵집을 포장하고 있죠. 그리고 가게 제빵사들에게 막 대하는 것, 모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겁니다. 나처럼 한순간에 무너져 파멸에 이를 거라고요."

나는 나의 손목을 걷어 심명진에게 보여주었다. - page 223

온갖 훼방에도 진실은 통하는 법.

결국 사람을 위한 진짜 제빵으로 이들은 성장해갑니다.

"빵으로 마음속 깊은 곳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잖아."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던 윤자영 작가님.

다음 작품 역시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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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체코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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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의 보석 '체코'.

저에게 체코는 <프라하의 연인> 드라마로 알게 되면서 배낭여행으로 갔었습니다.

그때 마주했던 프라하는...

드라마의 이미지도 있었고 너무 아름다웠던 도시였기에 언젠간 다시 가겠다는 기약 없는 다짐도 했었는데...

이번에 책으로나마 그 도시를 거닐어보고자 합니다.

해시태그 체코



유럽 대륙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어 '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는 동유럽.

그중에서도 '체코'는 한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나라입니다.



이곳을 꼭 가야 하는 이유는

중세 문화를 품은 이국적인 정취와 로맨틱한 풍경을 선사하기에

세계 최고의 맥주(필스너 우르켈, 부드바르, 스타로프라멘을 체코 3대 필스너 맥주)와 와인을 맛볼 수 있기에

특히나 저렴한 물가로 여행자의 부담을 줄여주기에

접근성은 물론이고 가성비가 우수한 매력적인 나라였습니다.

수차례에 걸쳐 오스트리아, 독일, 소련 등의 외세로부터 침략과 지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옛 건축과 문화유산이 그대로 남아 있는 체코는 전쟁에서 질 것 같으면 바로 항복을 해서 문화재를 보존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때에도 폴란드의 바르샤바는 나치 독일에 저항하다가 도시가 대부분 파괴되고 폐허가 되었지만 프라하는 구시가지에 있는 시계탑 부근을 제외하고는 파손되지 않았다고 하니 선조들이 문화재를 잘 유지해온 덕분에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혔고 덕분에 그 매력을 저희도 느낄 수 있었음에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

체코 사람들은 프라하를 '도시의 어머니' 혹은 '어머니의 도시'라고 부를 정도로 프라하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었습니다.

고풍스러운 성, 우아한 디자인의 다리, 수백 개의 교회 첨탑 등 동화책에서나 보던 모습을 현실 속에서 볼 수 있는 이곳.

도시가 그리 크지 않기에 2일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나 체코 현대사에서 아주 중요한 1968년 '프라하의 봄', 1989년 '비로드 혁명' 등 역사상 대 사건의 무대가 된 '바츨라프 광장'.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의 지배로 오랜 기간을 공산주의 국가로 힘들게 산 체코.

그동안 자유를 위해 저항하는 독립운동을 지속했는데 인류 역사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의 현장이 보존된 이곳에 가게 되면 소련의 압제에 항거하여 분신자살한 '얀 팔라흐'를 기리는 십자가가 자갈길 밑에 묻혀 있는 목재 십자가를 찾아봄은 어떨지.

프라하가 보헤미아 지방을 대표한다면 올로모우츠는 모라비아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입니다.

체코의 도시 규모로는 6번째이지만 프라하에 이어 체코에서 2번째로 많은 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올로모우츠'.

호르니 광장에서 여행이 시작되는데 여기서도 프라하의 천문시계 앞과 비슷하게도 광장 중심에 있는 시청사 벽에 설치된 시계 장치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몰려든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의 매력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6개의 분수와 카이사르 분수였는데...

1650년대 스웨덴 군대가 체코 땅을 떠났을 때, 그들이 올로모우츠를 폐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도시를 재건하면서 고대에 모티프를 두고 역사적 묘사를 담은 6개의 바로크 분수를 만들었다고 하니 이 분수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였습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예술인 체코.

예술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 이곳으로의 여행을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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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 - 변화 가득한 오늘을 살아내는 자연 생태의 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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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아가는 우리는 하루하루가 고달픕니다.

끊임없는 변화, 매일이 도전의 연속...

긴장과 불안, 스트레스 가득한 하루를 살아가기에 때론 고요하고 평화로운 자연으로 떠나고 싶다고.

하지만!

이건 착각이라 하였습니다.

자연 역시도 매일 극적으로 변하고, 숨 쉬는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마침내 '진화'한다는데...

순간 한 대 맞은 듯하였습니다.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있던 자연이 아닌 그 본모습을 바라보려 합니다.

긴장과 불안, 스트레스 가득한 하루를 살아가는

도시의 우리들에게

숨 쉬며 살아가는 모든 생물이 전하는 다정한 위로

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



저자 '마들렌 치게'는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베를린을 떠나 프랑크푸르트로 갔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도시토끼를 연구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단 4년 만에 그는 의욕과 젊은 패기를 모두 소진했다고 합니다.

야생토끼가 프랑크푸르트 녹지에서 만족스럽게 우적우적 풀을 씹는 모습만 봐도 좌절과 부러움과 분노가 치밀었다는 겁니다.

야생토끼는 저렇게 여기서 행복하게 잘 지내는데, 도대체 왜 나는 그러지 못할까?

역설적이게도 조용한 시골과 달리 도시에서 넘쳐나는 토끼를 보며

인간에게는 스트레스 가득한 도시가 왜 토끼에게는 만족스러운 서식지가 된 걸까?

토끼들은 도시를 '선택'한 걸까?

그들의 생태를 살피기로 결심합니다.

가설을 세우며 알아본 결과

먹이와 집터가 부족하고 포식자의 위협마저 도사리는 시골에서는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서 토끼들이 도시에 매력을 느낀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토끼에게 더 나은 삶을 알려준 길잡이였다는 뜻이다! - page 21

스트레스가 삶의 길잡이라고?

대개 우리는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스트레스는 나쁘다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

스트레스는 몸을 숨기고 호시탐탐 우리를 노린다

처럼 이 시대의 희생양으로 설명되었었는데 저자는 이제껏 스트레스를 둘러싼 여러 가정이 이미 구시대적이고 심지어 틀렸다며, 이제는 새로운 의미로 받아들여야 함을 일러주었습니다.

바로

스트레스는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가는 이정표다!

스트레스 없는 환경은 없으며,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과 미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다양한 위기와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저마다의 기발한 '스트레스 반응'이 있다는 것을.

횡단보도 앞의 야생토끼, 가뭄을 기억하는 개나리새, 나무와 친구가 되는 곰팡이, 숲속의 잠자는 곰벌레 등 자연의 모든 생물은 스트레스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삶의 경계경보로 삼아 환경에 반응해 자신을 바꾸고, 위기를 뛰어넘고, 마침내 진화한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도 생태계의 다른 존재들처럼, 스트레스를 현실을 알려주는 지표로 참고하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더 나은 '다음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핵심은 바로 '스트레스 반응'이었습니다.

앞서 야생토끼에서 보듯

매가 야생토끼를 공격한다면 이때 토끼의 스트레스 요인은 매다. 매는 토끼의 적합성을 순식간에 무너트릴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토끼는 매를 피해 안전한 굴로 달아난다. 이런 도주가 바로 토끼의 스트레스 반응이다. 이 반응이 토끼의 생명을 살리고 적합성도 높인다. - page 36 ~ 37

자신과 적합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반응, 이것이 바로 스트레스 반응이었고 이는 저마다 환경에 '적응'해 나가게끔 하였습니다.

단세포생물, 곰팡이, 식물, 우리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사는 동안 더위, 추위, 병원체 등 수많은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된다. 스트레스 요인에 대처하는 반응으로, 적합성을 완전히 또는 적어도 일부나마 회복하기 위한 반작용이 유기체에서 일어난다. 이 반작용이 스트레스 반응이다.

스트레스 반응이 스트레스 요인에 성공적으로 맞설 때마다 이제 유기체는 이전의 유기체가 아니다. 경험을 하나 더 쌓았고 거기서 뭔가를 배웠다. 스트레스 반응으로 등장해서 스트레스 요인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새로운 특성이 '적응'이다. - page 147

모든 종은 저마다의 요구에 대응하여 자신을 바꾸거나 환경을 바꾸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들이 어우러져 생태계의 조화가 만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에게 행복감을 선사하는 장소를 어떻게 찾아낼까?

그냥 시도해면 된다고,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스트레스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 삶이 어디로 흐르든, 언제나 뭔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수행 능력도 줄곧 내외적 스트레스 요인 때문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방금 닦은 유리창에 새똥이 떨어지면 화가 치밀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은 언제든지 걸레로 창문을 다시 깨끗하게 닦을 수 있다. 내 생각에는 마음이 편안한 장소에 머무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에 잘 대처하고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전제 조건인 것 같다. 그래야 삶이 계속된다. - page 287

부정적 스트레스를 긍정적 스트레스로.

스트레스를 영민하게 이겨내 자신의 삶을 나아가는 것은 어떨지.

저도 이제부터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스트레스가 아닌 긍정적인 스트레스 반응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건강에 매우 도움이 되기에, 나는 행복하기로 했다."

는 볼테르의 말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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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시메노 나기 지음, 박정임 옮김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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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챙겨보았던 드라마가 있습니다.

오직 죽은 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귀객 전문 사진관의 까칠한 사진사가 변호사와 함께 그들의 사연을 들어주었던 <야한 사진관>.

떠난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었던 사진사.

마지막에 찍는 사진은 눈물도, 미소도 짓게 만들었었는데...

여기 일본 전역을 울린 화제의 힐링 판타지 소설이 국내에 발간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낸 이들에게 '만남'이라는 꿈결 같은 기적을 선물하는 이야기.

가슴 뭉클하지만 따뜻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고자 합니다.

"떠난 이들은 사실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

무지개다리 pont 너머,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카페 퐁.

고양이 전령사들에게 당신의 사연을 접수해 주세요.

영원히 볼 수 없는 그리운 존재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19년의 묘생을 마치고 세상을 떠난 고양이 '후타'.

따뜻한 인간들의 품에서 천수를 누리고 왔지만, 저승에서의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생활비와 간식비는 직접 벌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일자리를 찾아 어슬렁거리던 중

'임무를 완수하면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는 공고에 끌려 카페 퐁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그런데 카페 퐁의 점장 니지코 씨는

"어떻게 네 말을 알아들었냐고? 나는 이곳에서 저쪽 세계와 이쪽 세계를 중개해 주고 있거든. 함께 일할 고양이들과 말이 안 통하면 일을 할 수 없잖아." - page 27

인간과는 물론 고양이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다리'라는 뜻의 ''과 무지개('니지') 점장의 조합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이곳은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신비로운 장소였습니다.

손님이 '만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엽서에 적어서 카페 우편함에 넣으면

점주인 니지코 씨가 그 엽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고양이 배달부라고 불리는 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손님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아내서 만나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임무 하나를 무사히 끝내면 발바닥 도장 하나를 받게 되고 이 도장이 다섯 개 받으면 특별한 보수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기억력도 짧은 데다 배만 따뜻하면 자꾸 잠이 쏟아지는 후타.

난관을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책 속엔 다섯 편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꿈을 이룬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딸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오래도록 기억하려는 부부

현실에서 도피해 첫사랑과의 재회를 꿈꾸는 여자

상처를 줬던 옛 선생님께 성공한 모습을 증명하고 싶은 청년

의절한 어머니를 애틋하게 그리는 중년의 딸

저마다 풀 수 없는 단단한 매듭 같던 상처는 고양이 배달부의 도움을 받아 점차 그 실마리를 찾게 되는데...

좌절이 없었던 인간과 실패나 후회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인간. 티끌 하나 없는 아름다움을 이길 수는 없다고 하지만, 상처를 극복한 인간에게는 그 이상의 강인함이 있다. - page 192

다섯 임무를 완수하고 난 뒤 후타는 특별한 보수를 받게 되는데...

후회라는 마음의 통증은 타인에 대한 상냥함을 낳는다.

니지코 씨의 흔들림 없는 강인함과 애정이 내게 그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 page 213

정말이지 가슴이 먹먹하고 따뜻했습니다.

곁을 떠난 이들.

그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공감하기에 더없이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씩 '죽음'의 의미가 다가오곤 하는데...

언젠간 저 역시도 겪을 일이기에 마냥 슬퍼하기보다는

지금 곁에 있는 이들과 조금이라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갈 것을

그래서 남겨진 이들이 그 추억으로 삶의 원동력이 되기를

그렇게 되도록 뜨겁게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가고자 합니다.

이제는 어디서든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

반갑게 맞이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다시 만나고 싶은 이는 누구입니까?"

그리운 존재와 추억이 몽실 떠올랐던 소설.

이 책을 읽으며 봄 향기와 함께 소중한 기억들을 꺼내 보시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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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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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K. 롤링을 누르고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기록!

생물학도 출신 작가가 그려내는 인간과 자연의 교감!

이미 저는 그녀의 전작인 《숲과 별이 만날 때》 소설을 읽었었습니다.

판타지와 스릴러로 시작하였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이야기.

소설을 읽고 나서 서로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큰 위로를 받았었는데...

또다시 사랑의 치유력에 대한 경이롭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난 '괴물 신인작가' 글렌디 밴더라.

벌써부터 가슴 저편에서 작은 울림이 시작되었습니다.

삶의 고통과 슬픔을 마음이 넉넉한 사람들과

대자연을 만나며 극복해내는 감동의 여정!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언제나 함께할 수 있어요. 서로의 마음속에서.

나뭇잎 사이의 별빛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엘리스'.

대자연 속에서 캠핑을 즐기고, 동식물에 대한 연구를 하며 살아가고 싶었지만 아이를 임신하는 바람에 일찍 결혼해 집에서 살림을 하며 아이들을 양육하는 전업주부의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끔 남편 조나가 근무하는 로펌을 찾아가 점심 식사를 하거나 잠시 얼굴을 보기도 했던 엘리스.

그날도 쌍둥이 두 아들을 차에 태우고 로펌을 찾아갔었는데...

봐서는 안 될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남편 조나가 주차장 안에서 테니스 선수 출신 여성과 키스하는걸...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볼까 가까스로 주의를 돌린 다음 그 자리를 빠져나온 엘리스.

자신이 심란한 일이 있을 때마다 즐겨 찾아가던 숲에 가 아이들에게 올챙이를 잡자고 했고 그녀는 남편의 외도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작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차에서 올챙이가 든 병을 엎질렀고, 두 아이가 소리를 질러댔고, 올챙이를 찾으려고 차 바닥을 뒤지느라 생후 2개월 된 비올라가 앉은 카시트를 떼어내 주차장 바닥에 내려놓게 됩니다.

겨우 올챙이를 찾아내 아이들을 달래주고 나서 차를 출발하고 2킬로미터쯤 갔을 때

"엄마?" 재스퍼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비올라를 두고 왔어요." - page 21 ~ 22

황급히 차를 돌려 주차장으로 돌아왔지만

아기가 사라졌다. 누군가 비올라를 데려갔다. - page 23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펼쳤지만 끝내 비올라의 행방을 찾지 못해 깊은 절망감과 자책감을 느끼며 술과 약에 의존해 살아가던 엘리스.

끝내 집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고는 대자연 속 캠핑 생활을 하는데...

숲은 평화와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혼자 캠핑을 하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엘리스는 플로리다에 정착하며 농장을 가꾸며 생활하는데...

한편 11만 평이나 되는 숲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여자아이 '레이븐'이 있었습니다.

땅의 정령이 보내준 딸이라는 엄마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숲속 생활을 즐기던 레이븐.

자연과 교감하는 생활, 아기 새를 데리고 숲에서 먹이를 구해주며 살아갔던 중 숲속 개울물로 물놀이를 하러 온 이웃집 아이들 재키, 헉, 리스를 만나게 됩니다.

재키, 헉, 리스와 그 아이들의 엄마를 만나면서

레이븐은 지금껏 사람들보다는 친족인 땅과 새들을 더 가까이 해왔다. 사람들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새가 된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레이븐은 어리둥절하게 했고, 레이븐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다가 여차하면 날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심지어 마마가 화를 낼 때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 page 183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레이븐은 숲속에서 보내는 일상과 엄마에 대해 조금씩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 점점 몸이 쇠약해지는 마마는 레이븐의 손을 잡고 이 이야기를 건네는데...

마마는 레이븐에게 눈을 돌렸지만 그 눈은 그녀를 보지 않고 그대로 통과했다. "그들이 나를 벌줄지도 몰라. 잘 모르겠어. 내가 한 일이 기억나지 않아. 내가 어떻게 널 갖게 되었는지. 그들이 내가 한 짓에 화를 낼지도 몰라. 그래서 내가 아픈 것인지도."

"무슨 말이에요? 땅의 정령들이 엄마에게 나를 보내주었잖아요."

"그래, 정령들이 내게 널 보내주었지. 완벽한 아기. 기적." 마마는 레이븐의 손을 아플 정도로 꽉 잡았다. "절대로 그자가 널 자기 핏줄이라고 주장하게 해서는 안 돼. 그자는 악당이야. 그자가 땅의 정령들을 죽였어. 기업을 운영하면서 화학 성분으로 땅을 오염시킨 우리 아버지랑 똑같아. 넌 절대 그의 핏줄이 될 운명이 아니었어."

"누구요? 그자가 누군데요?"

"그 의원, 바우해머!" - page 369 ~ 370

엘리스는 딸을 잃은 아픔을 치유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앞으로의 레이븐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결국 엘리스와 레이븐이 찾아낸 인생의 행복은 무엇일까?

"어떤 진실은 때로 모르고 지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그 아픔까지도 받아 안을 수 있어야지." - page 578

책의 두께감만큼 긴 여정이었습니다.

솔직히 이 상황을 머리로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굳이 파고들지 않고 가슴으로 읽어 내려갔습니다.

사랑과 상실, 그리고 비극.

결국 화해와 용서만이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을 통해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읽을 동안엔 몰랐는데 책을 덮고 나니 마치 나 혼자 숲 한가운데 황홀한 밤의 경치에서 별빛을 마주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함께 있을 수 있어. 각자의 가슴속에서." - page 56

그렇게들 살아감에...

또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으며 다음 작품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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