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대일 때는 몰랐는데 30대가 되면서 주변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들이 찾아오곤 하였습니다.
그럴때마다 조금은 성숙해졌으니 이별을 잘 대처할 줄 알았지만 항상 새롭기만 하고 낯설기만 하기에 받아들이는 것조차도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비밀독서단>에서 박범신 작가님이 나오면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죽음을 두 눈을 뜨고 똑바로 바라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또한 죽음에 대해 등한시하지 말고 자유로이 이야기를 하면서 익숙해지라고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죽음에 대해 가장 솔직한 에세이라는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조금은 유쾌하게 받아들이고싶은 마음에서랄까......
책의 저자는 영국 문학의 제왕, 맨부커상 수상 작가인 줄리언 반스입니다.
그의 작품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통해서 처음 접하였는데 그 때 책이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한 번 읽어서는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였기에 읽은 후 다시금 앞으로 돌아가서 읽어야 비로소 나의 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시작한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지만 이 책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에세이이기에 작가의 이야기가 적혀있고 그 중에서도 가족의 이야기가 나타났습니다.
온화하고 관대한 아버지와 노동당 출신인 어머니, 교장을 지내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철학과 교수인 형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족의 형태는 다들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녔지만 그 속에서의 조화로움......
책의 한 페이지마다 독자들에게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무겁지 않게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자신의 이야기는 또 하나의 소설 속 이야기가 되어있었습니다.
특히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그 동안 작가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제 선입견을 깨뜨려주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에게 할당되는 수명은 인간종이 존속하는 데 필요한 정확한 허용치에 준해야만 한다. 이것을 받아들일 때 현실적인 예상 또한 가능하다. 우리가 죽어야 이 세상은 계속해서 살아나갈 것이다 우리가 이제껏 인생으 기적을 누려온 건 수십 조에 달하는 생물들이 우리를 위해 미리 길을 내어주고 (어떤 의미로는 우리를 위해) 죽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차례대로 죽을 때 다른 이들이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낱 개인의 비극은, 자연 만물과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계속 나아가고 있는 삶의 승리가 된다." - page 292
우리는 죽음이, 신처럼 가끔 비아냥거리는 것을 내버려둬도 괜찮지만 둘을 혼돈해선 안 된다. 본질적인 차이는 남는다. 신은 죽을 지 몰라도 죽음은 두 눈 부릅뜨고 살아 있다. - page 332
죽음에 대해 우리는 교과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살아가면서 터득하는 것이기에 막연하기만 하고 두렵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죽음이란 그리 금기시할 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우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저 역시도 죽음이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유명인들의 죽음에 대한 그들의 태도, 이 책의 작가가 전하는 죽음의 의미로 조금은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들임에 대해 깨닫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에도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내가 이죽음이라는 놈을 이해한 건지, 아니면 그보다 좀 더 명쾌하게 이해한 건지를 말이다. - page 400
끊임없이 배워나가야할 우리의 숙제인 듯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