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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레시피
테레사 드리스콜 지음, 공경희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최근에 공지영씨 작품 중 『딸에게 주는 레시피』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동안의 공지영씨의 에세이를 좋아했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읽었고 역시나 그녀는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작품을 이해하게 된 계기는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였습니다.
나이가 30대라는 조금은 어른인 듯 아닌 듯한 순간.
배우지 않은 가정을 꾸려나가는 과정.
그 속에서 겪는 고충들을 그녀의 문장 하나하나가, 특히나 이번에 읽었던 책에서 조금은 눈물이 나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이 책도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레시피!
이번 작가는 어떤 레시피를 선사할 지 궁금하였습니다.
이 책은 소설이었습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과 어여쁜 딸이 있는 엘레노어.
그녀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유방암.
아직 아이와 함께 있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엄마의 심정을 고스란히 '레시피'를 통하여 딸에 대해 엄마의 사랑을 담고 있었습니다.
첫 장에서 고백하는 엄마의 이야기.
엉망진창이 돼버린 내 모든 인생사를 네가 전혀 모르게 하고 싶다고 난 결정했단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제 여덟 살인 넌 옆방에서 공주 잠옷을 입고 자고 있지. 바닥에는 요정 옷을 벗어놓았구나. 미안하지만 난 네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 page 13
그녀가 전하는 '미안해'라는 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말.
왜이리도 가슴에 박히는지......
이 글을 쓰는 그녀는 어떤 심정이었을지 책을 읽을수록 더 메어졌습니다.
책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깊은 슬픔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메리사는 유년기를 보내면서 알았다. - page 246
저 역시도 20대가 넘어서 30대가 되면서 '이별'에 대처하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슬픔'은 잊는 것이 아니라 무뎌지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러한 슬픔이 있기에 조금은 성숙한 지금의 제가 있고, 그래서 누군가를 위로해 줄 수 있음에......
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딸에게 전하고자하는 레시피였지만 여자로써, 인생을 먼저 살아본 선배로써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그랬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진행형이 되면서 책의 마지막이 장식되었습니다.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에 대해 엄마가 전하는 메시지.
그 중 이 문장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세월이 충분하지 않았지. 불공평해. 하지만 너와 함께한 하루하루가 완벽한 기쁨이었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의 사랑을 네게 남겨두고 간다는 걸 알아두렴.
슬퍼하지 않으려고 애써봐. 적어도 나 때문에 슬퍼하지는 마. 용기를 내고 강해지기를. 또 항상 최대한 너그러워지기를. - page 308 ~ 309
이 책을 읽고 나니 지금까지 가슴에 남아있던 응어리가 치유되는 듯 하였습니다.
아마도 그녀가 전한 인생 레시피는 뛰어나게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그녀만의 특별함이 있었기에, 딸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저도 그녀의 딸이 되어 치유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작은 희망이 솟아오르기까지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