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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별 1 ㅣ 유다의 별 1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1937년, 어마어마한 재산을 은닉한 채 경찰에게 토벌된 사이비 종교 백백교의 교주 전용해, 70여년이 지난 후 그 재산의 행방을 찾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용해운과 수상한 사내들, 마찬가지로 백백교의 유산을 탐내는 사채업계의 거부 김성노와 그의 앞잡이 임인건, 그리고 김성노의 제안으로 유산 찾기에 뛰어든 뒤 거대한 비밀을 풀어가는 어둠의 변호사 고진과 그의 파트너들(광역수사대 이유현 팀장 & 김성노의 변호사 화미령).
어떻게든 줄거리를 정리해보려 했지만, 방대한 건 둘째 치고 사방에 스포일러 투성이라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 정도로 그치기로 했습니다. 물론 위에 언급한 내용 가운데에도 ‘半스포일러’에 가까운 내용이 있지만, 그마저도 없으면 작품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어서 부득이 노출시켰습니다.
1~2권 합쳐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이지만 금세 마지막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쉽고 빠르게 읽히는 작품입니다. 스케일도 크고 미스터리로서의 매력도 뛰어나며 반전 역시 멈출 줄 모르고 이어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틀 간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참혹한 연쇄살인,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사이비 종교의 악행, 대를 이은 비극적인 가족사 등 다양한 코드들이 버무려져있고, 어둠의 변호사 고진과 광역수사대로 자리를 옮긴 이유현 팀장의 콤비 플레이는 전국은 물론 바다 건너 일본까지 샅샅이 뒤지느라 눈코 뜰 새 없이 스피디하게 전개됩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이야기 바닥에 깔린 ‘끝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추악한 탐욕’이라는 테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 돋게 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묘사됩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70여 년 전 백백교가 은닉한 보물찾기’지만, 그 이면에는 허황되기 짝이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욕망의 폭주들이 뒤엉켜 있어서 고진과 이유현 팀장의 수사가 진실에 조금씩 다가갈수록 독자를 착잡하게 만듭니다.
누구든 욕망의 폭주가 선을 넘었다 싶으면 여지없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고, 드디어 진실의 실마리가 잡혔다고 흥분할만하면 엉뚱한 국면이 새로 얼굴을 드러냅니다. 베일에 감춰졌던 과거사를 쫓다보면 두 번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비극과 만나게 되고, 70여 년 전의 끔찍한 백백교의 만행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목도하게 됩니다.
고진은 여전히 4차원스러운 조크와 변죽만 울리며 상대를 열 받게 하는 화법을 구사합니다. 바(bar) 여사장 류경아와 김성노의 변호사 화미령 사이에서 3각 로맨스를 즐기는가 하면, 노회한 사채업자 김성노와는 통 큰 담판을 벌여 거액의 수수료를 약속받기도 합니다. 때론 엉뚱한 가설로 이유현 팀장의 분노를 사기도 하지만, 결국엔 작은 단서에서 출발한 무한한 상상력으로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론을 내곤 합니다. 하지만 천하무적일 것 같은 어둠의 변호사 고진도 막판에 이르러서는 여러 번 까무러칩니다. 적어도 세 번 정도는 헉~ 소리가 날 정도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독자와의 공감을 배려해선지 이 지점에서는 고진 역시 숨이 멈칫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딱 두 가지인데, 우선은 고진의 추리가 지나치게 비약적인 나머지 독자들이 따라가기 곤란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말하자면, 포착한 단서는 하나뿐인데 그것으로 너무 많은 해답을 이끌어내곤 합니다. 적어도 독자들이 “아~!”하며 따라갈 수 있어야 하는데, 몇몇 부분은 “어떻게 저런 추리가 가능?”이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비약이 심합니다. 워낙 이야기가 빠르고 긴장감 넘치다 보니 그냥 넘어가지긴 하지만, 마지막의 대반전에서 벌어진 몇 번의 비약은 고진의 캐릭터를 초능력자로 보이게 할 만큼 도를 넘었습니다.
두 번째는 이유현 팀장의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 같은 단순한’ 캐릭터인데, 이 부분은 이야기 전개를 위해 이 팀장이 ‘희생’됐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시리즈 첫 편인 ‘어둠의 변호사’에서 지나치게 탐문과 알리바이에 집착했던 모습은 좀 불편해도 이해가 됐지만, 이번 작품에서 과하게 흥분하다가 무모한 언행으로 인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몇몇 장면에서는 ‘이 사람이 왜 이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아했습니다. 잠시 후 그것이 이야기 전개를 위해 필요한 설정이었다는 점이 드러나지만, 어쨌든 이유현 팀장이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인 것은 못내 아쉬웠습니다.
서평을 써놓고 보니 이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수사(修辭)만 가득할 뿐 정작 이 작품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도움말이나 알맹이에 대한 소개는 별로 없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내용만 가득합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대로 뭐든 조금만 상세히 설명하면 바로 스포일러가 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지뢰밭 투성이’인 작품이라 이런 수박 겉핥기식의 서평 외엔 도리가 없었습니다. 재미있지만 가볍지 않다는 점, 연쇄살인+사이비종교+인간의 탐욕 등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코드의 범벅이지만 이야기는 사실적이며 깊이를 겸비했다는 점, 그리고 뒷골목 어둠의 변호사 고진은 역시 매력적이라는 점만 결론으로 남겨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