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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펙트 ㅣ 버티고 시리즈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8년 2월
평점 :
LA 경찰 스콧 제임스는 신원불명의 괴한들과의 총격 사건에서 파트너인 스테파니를 잃은 뒤
그 충격으로 심한 자책감을 느끼며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임무수행이 어렵다는 상부의 판단에 따라 스콧은 경찰견 부대인 K-9으로 부서를 옮긴다.
매기는 폭발물 탐지에 탁월한 군견으로, 아프가니스탄 복무 중 폭발 사고로 파트너를 잃은 뒤
스콧만큼이나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비슷한 상처를 지닌 채 파트너가 된 스콧과 매기는 서로에게 연대감을 느끼게 되고,
둘은 스테파니를 살해한 괴한들의 정체를 밝히려 수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스콧이 진실에 다가갈수록 그에게는 또다시 거대한 위협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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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크레이스의 새 작품이라 일단 앞뒤 가릴 것 없이 책을 집어 들었지만,
이내 표지에 그려진 개의 실루엣을 보고 잠시 멈칫 했습니다.
어느 장르나 비슷하지만, 특히 미스터리와 스릴러에 동물이 메인 캐릭터로 등장하면
그다지 읽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는 취향 때문이었는데,
그때 생각은, 고백하자면, ‘딱 100페이지까지만 읽어보자’였습니다.
아무리 로버트 크레이스의 작품이라도 역시 취향 밖이면 중도 포기할 생각이었죠.
하지만, 결론은, 짐작하다시피 ‘역시 로버트 크레이스네.’였습니다.
임무 수행 중 일심동체 같던 파트너를 잃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 스콧과 매기는
K-9이라는 경찰견 부대에서 만나자마자 오래된 연인처럼 금세 ‘무리’가 됩니다.
서로 비슷한 상처를 알아봤기 때문일까요?
훈련과정은 물론 모든 일상에서 둘의 팀워크가 더 애틋하게 보인 것은
아마도 (번역하신 윤철희 님 말씀대로) 내내 매기를 ‘그녀’라고 지칭한 덕분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둘은 파트너이면서 연인 같기도 한, 그야말로 천생연분처럼 보였고,
둘의 연대감이 사건현장에서 발휘될 때면 ‘사람과 개’ 이상의 케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콧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K-9부대에 오게 됐지만 LAPD 시절에는 우수한 경찰이었고,
그의 재능은 스테파니를 살해한 괴한들을 추적하는데서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사소한 단서에서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했고,
스테파니 사건을 새로 맡게 된 충직한 동료들의 지원사격도 받게 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엄청난 후각과 본능을 자랑하는 매기의 활약도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발씩 진실에 다가갈수록 스콧에게는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듭니다.
누군가 스콧의 ‘진실 찾기’를 무척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뜻인데,
바로 그 대목에서 로버트 크레이스의 진짜배기 마력이 발휘되기 시작합니다.
적잖은 분량이 스콧과 매기의 연대감 형성 과정에 할애돼서
‘엘비스 콜 & 조 파이크 시리즈’만큼의 파괴력이나 스릴러로서의 희열은 덜 느껴지지만,
아쉬움은 오직 그것뿐이었고 페이지 터너로서의 힘은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스콧과 매기의 활약이 이후에도 시리즈로 계속 이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파트너를 잃은 상처를 이겨낸 두 주인공의 뒷이야기가 궁금한 건 저만의 경험은 아닐 것입니다.
최근 로버트 크레이스의 작품이 연이어 출간됐는데,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그의 신작을 기다리게 됐다면 너무 지나친 욕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