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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비밀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18년 8월
평점 :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전직 육군 파일럿 마야는
남편 조가 딸 릴리와 놀아주고 있는 동영상을 보고 경악한다.
남편은 바로 2주 전에 그녀의 눈앞에서 무참히 살해되었다.
믿을 수 없는 영상에 마야는 보모 이사벨라를 추궁하지만
이사벨라는 화면 속 남자가 보이지 않는 듯이 굴며 도리어 마야를 궁지로 몰고,
급기야는 영상이 담긴 SD카드를 빼앗아 달아나는데...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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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대가 또는 각종 미스터리 문학상을 석권한 대가라 불리는 할런 코벤이지만
이상하게도 제게는 매번 만족스러운 책읽기를 선사한 작가는 아닙니다.
너무 심오한 심리묘사에 질린 적도 있고, 개운치 않은 반전 때문에 찜찜한 적도 있고,
다 읽고도 머릿속에 선명한 ‘한 줄 줄거리’가 정리되지 않은 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홀드 타이트’(구간 ‘아들의 방’)처럼 다시 읽은 뒤에야 진가를 발견한 적도 있지만요.)
‘비밀의 비밀’은 할런 코벤의 매력과 아쉬운 점이 모두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 쉽지만 의미를 담뿍 담은 문장들, 생생한 캐릭터와 심리묘사 등
재미를 만끽하려는 독자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외형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건 역시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새로운 양상이 거듭 드러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데,
괴한들에게 살해된 남편이 집에 설치한 몰카에 살아있는 모습으로 찍히는가 하면,
남편의 죽음이 수개월 전 끔찍하게 살해된 언니의 죽음과 연관된 정황이 드러나고,
오래 전 어린 나이에 자살한 막내 시동생의 죽음까지 현재의 사건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자
전직 헬기 파일럿인 마야는 남편과 언니와 시동생의 행적을 찾기 위해 직접 나섭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추악한 진실을 알게 되지만, 이내 마야는 큰 위기에 빠지고 맙니다.
이렇듯 재미있는 스릴로서의 미덕을 고루 갖춘 ‘비밀의 비밀’이지만,
만점을 주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납득하기 힘든 반전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가장 치명적인 스포일러이니 작은 단서조차 언급하진 않겠지만,
이 작품의 반전은 독자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드는 충격보다는
‘그럼 지금까지 읽은 건 다 뭐지?’라는 모호한 의문으로 다가왔습니다.
너무 빨리 읽느라 뭔가 놓쳤나 싶어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다시 읽어봐도
주인공 마야가 450여 페이지에 걸쳐 고군분투한 내용들을 잘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마야의 목적이 무엇이었을까?’라는 게 가장 큰 궁금함이었는데,
실은, 할런 코벤 작품 중 가장 최근에 읽은 ‘스트레인저’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습니다.
그때의 서평에는, ‘핵심인물의 목적과 동기가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이다’라고 돼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즉, 반전을 읽은 순간)
마야를 이해하게 되고 비극에 공감하게 되기보다는
오히려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 찾기에 나섰던 그녀의 동기나 목적이 모호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마야는 행동에 나서기 전부터 이미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무척 모호하고 뜻 모를 내용만 담긴 서평이 됐는데,
그만큼 작품 곳곳에 함부로 언급하기 어려운 스포일러가 될 내용이 많다는,
바꿔 말하면, 지루할 틈 없이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 ‘반전이 독’이라는 제 결론 역시 대다수 독자와는 상반된 의견일 수도 있는데,
이는 단지 취향의 문제 또는 호불호의 기준의 차이일 수도 있으니
독자마다 직접 읽어본 뒤에 자신만의 결론을 내려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일단 할런 코벤의 작품이고 재미 면에서는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족으로...
그냥 원제(Fool me once) 그대로 제목을 뽑았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솔직히 직역을 해도 애매한 원제이긴 한데,
‘비밀의 비밀’이라는 의역 제목 역시 다 읽고도 납득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