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킬 방의강 시리즈
방진호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청부살인업자 방의강 시리즈의 존재는 물론 작가의 이름조차 낯설었지만

우연히 접한 죽어도 되는 아이를 재미있게 읽은 덕분에 시리즈 완독에 도전하기로 했고,

이제 유령리스트블라인드 코너를 거쳐 프리퀄에 해당하는 퍼스트 킬까지 왔습니다.

 

방의강은 무자비한 청부살인업자지만, 한편으론 꽤나 소심하고 겁이 많은 중년남입니다.

앞서 읽은 작품들에서 이런 묘한 언밸런스가 이질감보다는 블랙유머처럼 느껴지곤 했는데,

퍼스트 킬은 실업자 방의강이 어떻게 전설의 킬러가 됐는지를 상세히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창업의 유혹에 넘어가 빚까지 진 채 실업자가 된 방의강은

자유롭고 구속받을 일 없는 돈벌이를 찾다가 엉겁결에 청부살인업에 발을 담급니다.

작가라는 닉네임을 단 그는 꽤나 창의적인 방법으로 고용주의 눈길에 들게 됐고,

연이은 미션과 아르바이트까지 제안 받는 등 업계에서 서서히 주목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소소한 탐욕을 부린 탓에 방의강은 목숨이 100개라도 모자랄 싸움판에 휘말리고,

결국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해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릅니다.

그리고 그 결과 업계의 전설이 된 것은 물론 어마어마한 부까지 손에 넣게 되는데,

거기에 이르기까지 숱한 고비를 넘기는 방의강의 청부살인 입문기가 짜릿하게 펼쳐집니다.

 

일단,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물의 미덕은 여전합니다.

아내에게 기 한 번 제대로 못 펴는 소심함에, 특전사 출신임에도 이젠 뱃살 두둑한 30대지만

방의강은 타고난 본능처럼 킬러로서의 재능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거침없이 발휘합니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겪지만 그는 자신의 능력과 행운은 물론 예상치 못한 도움의 조합으로

매번 그 고비를 아슬아슬하게 넘기며 살아남습니다.

, 피와 살이 튀는 와중에도 페이지마다 넘쳐나는 작가 특유의 블랙 유머는

방의강 시리즈만의 독특한 맛을 위한 특별한 양념으로서 역할하고 있습니다.

 

전작들을 통해 만났던 매력적인 조연들이 초보 킬러 방의강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 방의강의 최대 적으로 보였던 최회장이나 진회장과는 어떤 식으로 악연을 맺게 됐는지,

무엇보다 방의강이 자랑하는 그 엄청난 재산이 어떻게 축적됐는지 등

꽤 궁금했던 사연들을 친절히 설명해준 프리퀄로서의 매력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시리즈라는 게 원래 출간 순서대로 읽어야 제 맛인 건 사실이지만,

방의강 시리즈의 경우 이 작품부터 먼저 읽어야 나머지 작품들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만,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방의강이 킬러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느껴진 위화감이었습니다.

돈도 벌고,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는 직장을 고민하던 방의강이 왜 킬러를 선택했을까?

동네 형의 소개로 킬러 회사에 취직하는데, 이 이상한 취직이 너무 쉽게 이뤄진 건 아닐까?

특전사 출신이라지만 칼을 쓰는 법은 인터넷 동영상을 보며 흉내낸 게 전부이고

완력이나 총기에도 익숙하지 않은 방의강의 맹활약은 단지 본능이란 걸로 다 설명되는 걸까?

 

말하자면 평범한 소시민이 킬러로 입문하는 절차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방의강이 대단한 스펙을 갖고 있었다면 그 역시 비현실적인 설정이겠지만,

어렵게 진화했다는 느낌보다는 왠지 쉬운 비약을 통해 킬러가 된 것 같아서

프리퀄 가운데 가장 궁금했던 대목이 후루룩 지나간 듯한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뜻밖의 수확이라 할 정도로 방의강 시리즈는 기대 이상의 재미를 준 시리즈입니다.

그래서인지 모두 네 편이 출간된 시리즈를 다 읽고 나니

벌써부터 후속작이 언제쯤 나올지 궁금하고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그 전에 책날개에 소개된 작가의 전작 왼팔을 읽어볼까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하반기에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무모한 기대도 함께 가져보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라인드 코너 방의강 시리즈
방진호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전직 살인청부업자 방의강은 은퇴 후 아내와 평온한 삶을 즐기는 중이었다.

그의 평온은 갑작스레 달려온 차에 아내가 받히면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런 아내를 죽이기 위해 병실에 잠입한 킬러가 있었다.

방의강이 추격에 나선 뒤 아내는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만다.

아내의 죽음 뒤에 숨겨진 음모가 있다는 것이 분명한 상황.

방의강은 아내를 살해한 범인에게 지옥을 보여주겠다는 결의로 일어선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죽어도 되는 아이로 뒤늦게 알게 된 킬러 방의강 시리즈의 매력에 푹 빠져

시리즈 첫 편인 유령 리스트부터 차례차례 읽고 있는 중입니다.

블라인드 코너는 그 두 번째 작품으로 방의강의 아내가 살해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평상시처럼 잔소리를 늘어놓고 설렁설렁 대문 밖을 나선 아내가

브레이크도 밟지 않은 과속 차량에 치인 뒤 병원에서 사망하자

방의강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범인을 찾아 나섭니다.

그런데 아내의 흔적을 뒤쫓는 과정에서 방의강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이 모르던 아내의 사생활이 드러나고, 예기치 않게 여러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것은 물론

우연과 우연이 비현실적으로 겹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앞서 읽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방의강은 물론 악당들로 하여금

집안에 돌아다니는 날벌레를 죽이듯 너무 쉽고 태연하게 살인을 저지르게 만듭니다.

물론 방의강의 살인은 나름 명분도 있고 정의로운 복수심이 배어있긴 해도

간혹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너무 쉽게 자행됩니다.

악당들의 소시오패스로서의 잔혹함은 더욱 끔찍할 정도로 상세히 묘사되는데,

애초 방의강의 아내를 살해한 동기는 말할 것도 없고,

목적과 쾌락을 위해 살인을 밥 먹듯 저지르는 대목은 도저히 익숙해지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독자에 따라 재미와 불편함 사이에서 꽤나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작품의 최고의 소시오패스는 물론 주인공 방의강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겁도 많고, 소심하기도 하고, 심지어 공처가라는 캐릭터를 부여함으로써

소시오패스 주인공에 대한 독자의 거부감을 어떻게든 상쇄시키려 노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그런 노력이 적잖이 성공한 것으로 보였고,

특히 곳곳에 배치된 지독한 블랙유머 역시 작품의 독기를 빼는데 일조했다는 생각입니다.

 

처음 읽은 최근작 죽어도 되는 아이가 구성이나 스토리 면에서 촘촘하고 잘 설계됐던 반면,

시리즈 첫 작품인 유령 리스트는 어딘가 좀 복잡하기만 할뿐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었는데,

블라인드 코너는 굳이 평가하자면 딱 중간쯤에 위치한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마지막 진실을 밝히면서 왜 방의강이 사건에 휘말리게 됐는가?’를 설명하는 지점에서

약간은 납득하기 어려운 억지스런 우연이 강요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부분만 제외하곤 재미도 있고,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쫄깃함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반전으로 설정된 내용은 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탓에 감흥이 크진 않았는데

그 부분이 좀더 그럴듯하게 설계됐다면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아졌을 거란 생각입니다.

 

모두 네 편의 작품이 출간됐고, 이 작품의 후속작인 퍼스트 킬만 못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가 호응을 얻어서 계속 꾸준히 출간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좀 과도하게 잔혹하고, 밥 먹듯 벌어지는 살인이 아주 약간 불편하긴 해도

주인공 방의강을 비롯 고정출연하는 조연들의 맛깔스런 캐릭터는 물론

한국 장르물 가운데 이만큼 재미와 긴장감을 겸비한 스토리를 찾아보긴 힘들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령 리스트 방의강 시리즈
방진호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퇴한 살인청부업자 방의강은 과거 조직의 보스인 사장늙은이의 호출을 받는다.

사장늙은이의 아들이자 청부살인업계의 거목인 다이스컨설팅의 정실장이 살해당했다는 것.

자신을 청부업계로 이끈 정실장에 대한 의리로 위기에 처한 정실장의 아내를 찾아 나서는데,

방의강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그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등장한다.

정실장의 죽음 뒤에 도사린 유령 리스트의 비밀부터 파악해야 하는데,

진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방의강의 목숨부터 날아갈 판이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죽어도 되는 아이로 처음 만난 킬러 방의강 시리즈의 첫 편인 작품입니다.

청부살인, 시체처리업자, 무자비한 총격전 등 한국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설정이 난무하지만

롤러코스터처럼 전개되는 스토리 덕분에 그런 비현실성은 쉽게 망각하게 되고,

오히려 짜릿한 킬러 액션의 매력을 듬뿍 맛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방의강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목표물의 목숨을 거둬들이는 냉혹한 킬러지만,

동시에 겁도 많고, 죽음의 위기에선 바지자락을 적시기도 하는 평범한 남자이기도 합니다.

혼잣말처럼 불평불만을 궁시렁대기도 하고, 썩은 수준의 블랙유머도 수시로 구사하는데,

총잡이 청부살인업자라는 비현실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방의강이라는 캐릭터에게 몰입할 수 있는 건 아마 이런 인간적인(?) 면모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부여된 미션은 과거 보스의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고

위기에 처했을지 모르는 보스의 며느리를 구해내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방의강은 인간의 몸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잔혹한 폭력조직과 마주하게 되고,

수많은 죽음의 위기를 거쳐 겨우 자신의 미션을 클리어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방의강의 슈퍼맨 원맨쇼보다는 사실감 높은 팀플레이를 설정했습니다.

적인지 아군인지 식별하기 어렵지만 돈이라면 기꺼이 한편이 돼주는 극강의 킬러도 등장하고,

명백히 적으로 만났지만 과거 인연으로 어쩔 수 없이 방의강을 도와주는 킬러도 등장합니다.

이런 설정 없이 무작정 방의강 혼자 모든 걸 해결했다면

아마 이 작품은 킬러 액션이 아니라 판타지로 흘러갔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마지막까지 다 읽고도 이 작품 전체의 인물구도나 사건개요가 일목요연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목이자 방의강의 미션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인 유령리스트가 뭘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방의강을 둘러싼 거대한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굉장히 모호할 뿐입니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주인공의 목표가 무엇이고, 등장인물간의 전사(前史)도 애매하다보니

장면 하나하나는 재미있게 읽혀도 큰 그림을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직전에 읽은 이 시리즈의 최신작 죽어도 되는 아이는 모든 것이 선명하고 분명해서

재미와 함께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는데,

아마도 이 작품이 시리즈의 첫 편인 탓에 이런 맹점들이 드러난 게 아닌가 추정해 봅니다.

 

이 작품 뒤로 블라인드 코너’, ‘퍼스트 킬이 출간됐는데,

조만간 이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려고 합니다.

잔인한 킬러의 세계를 그린 스토리 자체도 재미있지만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면서도 본업에 충실한 청부살인업자라는 매력적인 주인공의 중독성이

기대 이상으로 강렬하게 새겨졌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개가 온다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 여행을 떠났던 여대생이 인적 드문 산속에서 반백골로 발견된다.

살해된 시점도 알 수 없고, 주변에 지인조차 얼마 없는 탓에 수사는 난항을 겪지만,

수원중부경찰서 이평서 팀장은 그녀가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이웃을 무차별 폭행하여 살인에 이르게 한 사건을 조사 중인 법학대학원생 박심은

심각한 우울증을 앓던 피의자가 약을 끊은 지 17일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 피의자에게 약을 끊으라는 조언을 한 항우울제를 반대하는 모임에 관심을 갖는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출판사 소개글에도 나와 있듯 이 작품의 주된 소재는 우울증입니다.

자살 혹은 타살로 보이는 여러 죽음이 등장하고 그 죽음의 기저에는 우울증이 깔려있습니다.

중년의 노련한 강력계 형사가 여대생의 죽음을 수사하고

예비변호사인 로스쿨 학생이 대낮에 상대를 무차별 폭행, 살해한 피의자를 조사하는데,

전혀 별개로 보이던 두 사건은 우울증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한 곳으로 수렴됩니다.

 

작가가 본문에서도 여러 번 반복하여 지적했듯 우울증은 단순한 우울감의 발현이 아닙니다.

가까이에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을 지켜본 탓에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또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쉽게 공감하거나 위로해주기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어서

우울증이라는 소재가 미스터리 속에 제대로 녹아들 수 있을지 우려가 되기도 했고,

우울증을 겪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살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었습니다.

(아마 이 작품의 주된 소재가 우울증이란 걸 미리 알았으면 안 읽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확인했던 송시우의 필력은

우울증이라는 소재를 자살, 타살, 소시오패스, 음모론 등 다양한 코드들과 함께 잘 버무렸고,

덕분에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 멋진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너무 명백한 살인사건이라 피의자의 우울증 조사 자체에 회의적이었던 로스쿨 학생 박심이

성실함과 집요함을 무기로 우울증이 갖는 파괴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 가는 과정이나

변사 사건으로 쉽게 덮을 수도 있는 반백골의 여대생 사건을 맡은 이평서 팀장이

사소한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 모두

탄탄한 구성과 성실한 문장들을 통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미스터리의 힘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거대 제약사와 의료계가 우울증을 이용하여 막대한 이익을 올린다는 음모론이라든가

상대의 우울증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구현하려는 그릇된 인물에 대한 묘사,

, 우울증 환자들끼리 소모임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지만

때론 그것이 예상치 못한 파국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설정은

직설적인 우울증 서사만을 우려했던 저에게는 무척 신선하게 읽힌 대목이었습니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 ‘달리는 조사관’, ‘아이의 뼈등을 통해

믿고 읽는 한국 장르물 작가로서의 매력을 발휘했던 송시우의 힘을 유감없이 느끼긴 했지만,

아쉬운 점을 하나만 꼽으라면 약간은 과도한 우울증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후반에 수록된 도움받은 책들목록만 봐도 작가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는지 알 수 있지만

논문 수준에 가까운 우울증에 대한 설명은 때론 스토리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구성이라 해도 때론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0.5개가 빠진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소한 것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 너무 특이해서 거부감이 들었던 인물들의 이름입니다.

박심, 반탁신, 박이음, 설리사 등이 그것인데

생경함 때문에 오히려 비현실적인 존재로 보이게 만든 작명이라는 생각입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작가는 후속작의 여지를 대놓고 남겨놓았는데,

과연 예비변호사 박심과 노련한 형사 이평서가 새 사건으로 재회하게 될지 사뭇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인장의 살인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코대학 미스터리 애호회의 하무라 유즈루는 자칭 신코의 홈스아케치 교스케의 조수.

하무라와 아케치는 경찰까지 도운 적 있는 여학생 명탐정 겐자키 히루코와 함께

어딘가 불온한 느낌이 드는 영화 연구회의 여름 합숙에 참가한다.

하지만 합숙 첫날밤, 참가자들은 예상치 못한 엄청난 사태와 맞닥뜨리곤 패닉상태에 빠진다.

숙소에 갇힌 채 하룻밤을 보낸 그들은 이튿날, 밀실에서 참혹한 시체가 된 동료를 발견한다.

이를 신호탄으로, 전대미문의 클로즈드 서클에서 연쇄살인의 막이 오른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 ‘~’, ‘~저택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밀실살인 고전미스터리를 연상케 하는 작품입니다.

자담장이라는 멀쩡한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참혹한 시신들이 발견되자

주인공 하무라는 이래서야 시인장(屍人莊)이 아닌가?”라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하긴 설마 시인장이라는 이름의 저택이 있을까, 싶긴 했습니다.

 

첫 장을 열자마자 나온 자담장 평면도를 보니 역시 예상대로 이야기가 전개될 듯 싶었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과연 어떻게 클로즈드 서클을 만들었을까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인적 없는 곳에 자리 잡은 저택, 끊어진 통신, 갑작스런 천재지변 등 상투적인 설정뿐이라면

이 작품이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큰 상을 수상하진 못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우려와 달리 작가는 아무도 시도한 적 없는 아주 독특한 이중밀실을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출판사 소개글에서도 예상치 못한 사태라고만 언급했듯

이 이중밀실 자체가 꽤 큰 스포일러라 서평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특히 저택 자체를 외부와 차단시킨 밀실 설정이 이 작품만의 고유한 특징인데,

꽤 앞부분에 이 설정이 등장하기 때문에 굳이 소개 못할 이유도 없지만,

자칫 독자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출판사에서도 애매하게만 언급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10여 명의 인물이 갇힌 저택에서 연이어 참혹하게 살해된 시신이 발견되자

셜록 홈스의 조수 왓슨을 연상시키는 하무라와 4차원 명탐정 캐릭터인 히루코는

수많은 가능성을 고민하면서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저택을 고립시킨 예상치 못한 사태는 시간이 갈수록 공포심을 고조시키고

저택에 갇힌 자들은 살인범은 물론 예상치 못한 사태와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립니다.

 

바로 이 점이 논리적 해결을 미덕으로 삼는 밀실살인 본격미스터리와 차별화되는 지점인데

말하자면 현실과 비현실, 리얼리티와 판타지를 뒤섞은 독특한 장르가 탄생하게 됩니다.

일단 신인작가가 데뷔작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것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지만,

그 때문에 독자에 따라 약간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나중에 밝혀진 진실에 의하면 살인범은 꽤나 복잡한 트릭을 설계한 셈인데,

당연히 주인공 하무라와 히루코가 진실을 밝히는 과정도 그만큼 복잡하게 설명됩니다.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어느 대목에선 좀 결과론처럼 읽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예상치 못한 사태의 개입 때문에 100% 논리적인 추론이 어려웠던 것 같고,

그로 인해 깔끔한 밀실살인 해법과는 거리가 먼 엔딩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독창적인 설정도 흥미롭고, 영상물로 만들어질 만한 여지가 많은 작품인 건 맞지만

본격 미스터리 독자나 예상치 못한 사태를 즐기는 독자 모두를 만족시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약간은 이질감이 느껴진 장르 조합에 대해 별 4개만 주고 말았지만,

독자에 따라 별 5개도 부족하다고 호평하는 경우도 적잖을 것으로 보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