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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폴라 데일리 지음, 최필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의 원제는 ‘Just What Kind of Mother are You?’입니다.
번역 제목 역시 ‘Mother’를 강조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는 ‘한 사람의 여성이자 가족의 일원인 어머니’입니다.
주인공 리사는 3남매의 어머니이자 유기동물보호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편인 조가 택시기사로 일하지만 리사의 가족은 여유롭지 못한 형편입니다.
더구나 일이 너무 바쁜 나머지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스스로 늘 부족함과 아쉬움을 느낍니다.
특히 절친인 케이트가 여러 채의 별장을 운영하며 풍요로운 일상을 누리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교육이나 일상에 관해 ‘완벽한 엄마’로서 맹활약하는 것을 지켜보며
리사는 수시로 부러움과 열등감이라는 이중적인 감정에 휩싸이곤 합니다.
작품 속 사건을 수사하는 조앤은 30대 후반의 독신으로
딱히 연애나 결혼을 갈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혼주의자도 아닌 인물로,
과도하게 큰 유방과 제어할 수 없는 음주벽에 대한 자책감으로 가득 차 있으며,
지금은 몹쓸 남편과 헤어진 이모 재키와 함께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어느 날, 리사의 절친이자 ‘완벽한 엄마’ 케이트의 딸 루신다가 실종됩니다.
안 그래도 소아성애자의 짓으로 보이는 미성년자 납치-강간 사건이 벌어진 직후라
리사가 사는 소도시는 발칵 뒤집혔고, 루신다의 엄마 케이트는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문제는, 리사가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루신다가 실종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점인데,
그 때문에 케이트의 가족은 물론 마을 사람들 모두가 리사를 비난하기에 이릅니다.
더구나 루신다의 행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납치 사건이 벌어지자
경찰은 극도로 당황하고 리사와 케이트는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13세 전후의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실종 사건을 다루고 있고,
범인의 독백으로 보이는 챕터들이 간간이 섞여 있기도 해서
외양만 보면 꽤 음울하고 잔혹한 이야기가 지배하고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읽다 보면 범죄소설인지, 여성소설인지, 가족소설인지, 치정소설인지 헷갈릴 정도로
리사-케이트-조앤 등 세 여성의 일상과 소소한 비밀들에 적잖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리사는 루신다의 실종이 자기 책임이란 죄책감에 나름 단서를 찾아보려 애쓰지만
작품 속에서 그런 ‘탐정’으로서의 역할은 극히 미미하고,
오히려 여유롭지 못한 살림, 엄마로서 부족하다는 자책감,
그리고 내면에서 들끓는 케이트에 대한 부러움과 열등감이 더 부각되는 인물입니다.
상대적으로 딸을 잃은 케이트는 분량 면에서도 그리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고,
대부분 실종자의 엄마 또는 리사의 부러움과 열등감의 대상으로만 그려질 뿐입니다.
형사 조앤 역시 탐문 이상의 역할은 눈에 띄지 않고 실적에 집착하는 캐릭터도 아닙니다.
그녀의 가장 큰 고민은 ‘술통 같은 몸매를 유발하는 거대 유방의 축소수술’이고,
자신에게 얹혀사는 와인중독자 이모 재키와의 무채색 같은 일상이 더 비중 있게 그려집니다.
물론 범인과 형사가 화자를 맡은 챕터들은 긴장감을 끊임없이 유발하고 있고,
막판 반전을 통해 드러난 놀라운 진실 덕분에 범죄소설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여성소설 또는 가족소설이란 인상이 꽤 강한 편이라서
‘연쇄 납치사건을 다룬 스릴러’를 기대한 독자에겐 제법 심심하게 읽힐 수 있습니다.
누구나 ‘가족-어머니-여성’는 따뜻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은연중에 믿고 바라지만,
실상 그런 믿음과 바람은 현실에서는 오히려 정 반대의 결과를 낳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딸의 실종’이라는 가장 잔인하고 참혹한 사건과 맞닥뜨린
‘완벽한 엄마’와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은 엄마’와 ‘엄마가 아닌 여자’의 민낯은
원제대로 ‘Just What Kind of Mother are You?’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주인공 리사에게 꽤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고,
막판 반전 역시 100%까진 아니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여길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