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ㅣ 스토리콜렉터 7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월
평점 :
한노시를 지옥으로 몰아넣은 ‘개구리 남자 50음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열 달.
당시 유력한 용의자와 몸싸움 끝에 큰 부상을 입었던 고테가와는
개구리 남자의 귀환이라 부를만한 연쇄살인이 수도권에 걸쳐 재현되자 충격에 빠진다.
특히 당시 범인으로 몰렸던 도마 가쓰오가 정신과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는 소식에
고테가와는 사수이자 파트너인 와타세와 함께 돌아온 개구리 남자 체포에 전력을 다한다.
하지만 폭탄, 황산, 지하철, 파쇄기 등을 이용한 엽기적인 범죄는 연이어 일어나고
개구리 남자는 예의 범행 내용을 적은 메모만 남겨놓은 채 경찰과 시민들을 공포에 빠뜨린다.
● ● ●
전작인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재미있게 읽은데다 엔딩에서 또 다른 살인을 예고했기에
언제나 후속작이 나올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출간돼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던 사이타마 현경의 고테가와는 불편하긴 해도 건강을 되찾았고,
그의 사수이자 파트너인 와타세 경부는 여전히 까칠하면서도 능력자의 포스를 발휘합니다.
10달 만에 다시 나타난 개구리 남자의 살인극은 전편을 능가할 정도로 잔혹했고,
한노시에만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수도권 전체에서 희생자를 만들어냅니다.
초반부터 유력한 용의자가 밝혀지지만 도무지 행적을 알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자
고테가와와 와타세는 예전의 희생자 유가족과 관련자들을 탐문하며 단서를 얻으려 애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선, 전작을 안 읽은 독자는 이 작품 속 인물, 사건, 관계를 제대로 음미하기 쉽지 않습니다.
유력한 용의자였다가 혐의를 벗은 뒤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도마 가쓰오,
그의 보호관찰관이자 멘토였지만 충격적인 비밀을 안고 있던 피아노 교사 사유리,
그리고 딸과 손녀를 참혹하게 잃었던 정신과 교수 오마에자키 등
전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인물들이 고스란히 다시 등장하는데,
이들 간의 악연을 이해 못한 상태에서는 이 작품의 진가를 맛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결론은, 역시 ‘전편만한 후속편은 없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참혹한 살인과 연이은 반전, 누가 진범인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던 전개 덕분에
나카야마 시치리의 방대한 저작 가운데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었던 전작에 비해
귀환한 개구리 남자를 다룬 이 작품은 다소 산만하고 단선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테가와와 와타세는 탐문 이상의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사건현장을 전전하기만 하는데,
그에 비해 ‘심신미약 상태의 범죄자에 대한 처벌’, ‘일본의 의료교도소의 열악한 현황’,
‘경찰 및 사법행정의 문제’, ‘언론과 인터넷이 퍼 나른 공포’, ‘가해자의 인권에 대한 논쟁’ 등
다분히 강의에 가까운 장황한 설명이 훨씬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클라이맥스에서부터 엔딩까지였는데,
결정적인 시퀀스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아 불안하던 와중에
너무 쉽고 안이하게 진범의 정체와 사건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아쉬움이 배가됐습니다.
마치 분량을 맞추기 위해 허겁지겁 엔딩을 짜맞춘 느낌이랄까요?
나카야마 시치리의 특기이자 전작에서 맛봤던 짜릿한 반전과 충격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귀환한 개구리 남자가 저지른 잔혹한 범죄에 대한 상세한 기술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강의 외에는 딱히 후속작으로서의 미덕이 부족했다는 생각입니다.
소소한 재미라면 카메오처럼 등장한 두 캐릭터를 지켜보는 일이었는데,
한 명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대표 캐릭터 중 한 명인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이고,
또 한 명은 ‘세이렌의 참회’에 등장했던 여기자 아사쿠라입니다.
미코시바는 이 작품 속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사유리의 변호인으로 등장하는데,
실은 미코시바와 사유리는 ‘미코시바 시리즈’의 첫 편인 ‘속죄의 소나타’에 함께 등장했고,
미코시바는 소년원에서 만난 사유리의 피아노 덕분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또, 여기자 아사쿠라는 와타세와 잠깐 마주치는 딱 한 장면에만 등장하긴 하지만,
범죄보도에 대한 경찰과 언론의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읽다 보면 이런 식의 카메오를 종종 발견하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조연이나 단역도 잘 기억해놓고 있다 보면 생각지 못한 재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아쉬움 역시 그만큼 컸는데,
생각해보면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들이 모두 전작에 등장했던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고테가와와 와타세가 그들과 제대로 된 접점 하나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보입니다.
말하자면 ‘수사 따로, 범인 따로’였던 탓에 긴장감이 생기기 어려웠다는 뜻입니다.
여전히 작가는 또 다른 후속작의 여지를 남겨놓긴 했는데,
혹시 개구리 남자가 다시 귀환한다면 이런저런 아쉬움을 지울 수 있는,
나카야마 시치리만의 특기가 잘 배어있는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