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터 라이어
태넌 존스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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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페미니즘 심리 스릴러‘라는 카피가 관심을 끄네요. 사건 자체도 흥미롭지만 배경에 깔린 어머니와 딸들의 비극도 사뭇 궁금해집니다. 해피엔딩을 바랄 수 없는 이야기 같지만 그래서 더 여운이 깊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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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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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최고의 미스터리 중 한 편이었던 성모의 작가 아키요시 리카코의 작품입니다.

2018절대정의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나게 된 아키요시 리카코인데,

아무래도 성모에서의 첫 인상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기대감이 한껏 오른 게 사실이고,

절대정의가 살짝 기대에는 못 미쳤어도 여전히 후속작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들었던 터라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 어떤 반전을 들고 독자를 찾았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띠지에 적힌 남편의 복수를 위해 얼굴을 고치고 살인자의 아내가 되었다!”라는 카피대로,

남편 다다토키를 살해한 것이 분명한 의사 히데오에게 접근해 그의 아내가 된 사키코가

살인동기와 단서를 포착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위장결혼 생활을 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사키코에게 있어 죽은 남편 다다토키는 삶의 전부이자 이정표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부모를 잃고 엉망진창의 삶을 살아온 공통점 때문에 연민과 사랑을 느꼈고,

결혼한 뒤에는 두 사람 모두 소박한 행복을 꿈꾸며 안온한 날들을 보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다토키는 사고인지 자살인지 타살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유력한 용의자였던 히데오는 우여곡절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됩니다.

격분한 사키코는 새로운 신분과 얼굴로 히데오에게 접근해 그의 아내가 됐고,

남편을 죽인 살인자일지도 모르는 그를 위해 헌신적인 주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소름 끼치는 일이긴 해도 밤마다 몸을 섞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어떻게든 히데오가 살인자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 그의 주변을 샅샅이 조사합니다.

 

사키코의 위장결혼은 작열하듯 타오르는 복수심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고행입니다.

하지만 죽은 남편 다다토키와 히데오의 관계를 파헤치고 살인동기와 단서를 포착하기 위해

히데오의 가장 내밀한 곳까지 들여다봐야만 하는 사키코로서는

부부가 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선택지도 없었기 때문에 그 고행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사키코를 숨 막히게 만든 한여름의 햇빛과 그녀의 복수심을 상징하는 작열이라는 제목은

읽는 내내 심연을 향해 폭주하는 사키코의 고행을 한층 더 절절하게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점차 미스터리를 벗어나 사키코의 심리가 변질되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나는 지옥에 있는 걸까, 천국에 있는 걸까?”라는 띠지의 카피대로

사키코는 하루하루 늘어가는 위장결혼의 일상 속에서 자꾸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흔들림이 애초의 결심조차 모호하게 만들 무렵 새로운 반전이 찾아오고,

그로 인해 사키코가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싶을 때쯤 마지막 극적인 반전이 일어납니다.

 

출판사의 소개글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어떤 만남은 작은 도화선이 되어 서로의 인생을 처참하게 어긋나게 만들기도 한다.”

이 구절대로 이 작품 속 몇몇 인물들은 안 일어났다면 좋았을 그 어떤 만남으로 인해

자신을 포함 여러 사람의 인생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말았습니다.

사소한 우연들과 어쩔 수 없는 필연들이 겹치고 겹친 끝에 태어난 참극이라고 할까요?

이런 서사는 성모절대정의에서도 목격했던 설정인데,

아키요시 리카코 특유의 반전 솜씨 덕분에 그 무게와 깊이가 더욱 묵직해진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절대정의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아쉬움을 느낀 것도 사실인데,

그 아쉬움의 핵심은 주인공 노리코 같은 사람이 정말 있을까?”라는 점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키코 같은 사람이 정말 있을까?”라는 의문을 읽는 내내 떨치기 쉽지 않았는데

작가가 나름대로 사키코의 진심을 세세하고 진정성 있게 그리긴 했지만

복수를 위해 내 남편을 죽인 자의 아내가 되다라는 설정이

작가의 의도만큼 현실감을 100%까지 얻어내진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막판의 폭죽 같은 연타석 반전 덕분에 이런 아쉬움이 많이 상쇄된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 작품과 거의 동시에 다른 출판사에서 아키요시 리카코의 유리의 살의가 출간됐습니다.

성모이후 그만큼의 만족감을 전해준 작품은 없었지만

여전히 아키요시 리카코에 대한 관심은 저에게는 현재 진행형이라

조만간 유리의 살의도 찾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작열의 아쉬움을 조금은 보상받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얼마나 가능할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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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동영상 스토리콜렉터 90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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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FBI 소속의 민간인 범죄심리학자 조이 벤틀리는 사상 최악의 동영상을 마주하고 있다.

땅속에 묻힌 채 비명을 지르며 관 뚜껑을 두드리는 한 여자가 등장하고,

분할된 화면에는 하반신만 드러낸 채 관 위로 흙을 퍼붓는 남자가 보인다.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면 바로 동영상 제목이다. ‘실험 1.’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예감한 조이는 이 충격적인 동영상 뒤에 숨은 괴물을 잡기 위해

파트너이자 FBI 요원인 테이텀 그레이와 함께 수사에 나선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조금 올드해 보이지만 다분히 의도적인 제목과 표지, 거기다 처음 듣는 작가의 이름까지,

아마도 출판사가 북로드가 아니었다면 쉽게 선택하지 않았을 작품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스릴러 독자들을 사로잡은 신진들의 첫 작품을 읽었을 때처럼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은 무조건 읽어야 되겠다는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올해(2020) 2월에 출간된 이 작품의 전작 살인자의 사랑법을 읽고 쓴 서평의 일부입니다.

범죄심리학자 조이 벤틀리와 FBI 행동분석팀 요원 테이텀 그레이를 앞세워

일반적인 수사물과는 사뭇 결이 다른, 범죄 심리에 좀더 주안점을 둔 이야기를 펼쳤는데,

그래서인지 그들이 상대하는 소시오패스 역시 심리적으로 심히 뒤틀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범행 자체도 엽기의 극치를 달리는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중무장하고 있었습니다.

 

조이와 테이텀 콤비의 두 번째 활약을 다룬 살인자의 동영상역시 일관된 경향을 보이는데,

이번에는 텍사스 일대에서 젊은 여자를 생매장하는 소시오패스가 그들의 상대로 등장합니다.

범인은 치밀한 계획 하에 희생자의 집 앞에서 대담한 납치극을 벌인 뒤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관을 묻으며 희생자의 끔찍한 비명에 오르가슴을 느끼는 괴물입니다.

그리곤 자신의 성과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며 명성을 획득하기를 염원하기도 합니다.

 

조이와 테이텀은 메인 사건인 생매장 사건외에도 각자 끔찍한 족쇄에 발이 묶인 상태인데

조이의 경우 동생 안드레아를 위협하고 있는 연쇄 살인마에 대한 공포가 그것이고,

테이텀은 아동 성범죄자를 사살한 일로 새삼 FBI의 내사를 받게 된 일이 그것입니다.

두 사람의 상관인 맨쿠소 팀장은 이들을 각자의 족쇄에서 좀 떨어져있게 하기 위해

일부러 멀리 떨어진 텍사스에서 벌어진 생매장 사건에 투입한 것인데,

특히 자신 때문에 연쇄 살인마의 표적이 된 동생의 안위가 걱정되는 조이는

텍사스에 온 뒤로도 수시로 버지니아에 홀로 남은 동생 걱정에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문제는,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 본의 아니게 테이텀과 크게 충돌하는 바람에

조이는 더더욱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수사에 임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생매장은 이어지고 범행 장소는 오리무중이며 범행 동기조차 파악이 안 되는 상태에서

조이는 그야말로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지고 맙니다.

 

전작인 살인자의 사랑법의 범인은 어린 시절의 학대와 감금으로 인해 괴물이 됐는데,

이 작품의 소시오패스 역시 비슷한 성장과정을 겪은 것으로 묘사됩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겪었던 감금의 공포를 희생자에게 되갚음으로써 쾌감을 얻는 그는

복수, 성욕, 탐욕 등 일반적인 연쇄살인마의 범행 동기와 달리

일그러지고 뒤틀린 심리 그 자체를 범행 동기로 갖고 있다는 얘긴데,

바로 이 대목이 범죄심리학자 조이 벤틀리가 다른 스릴러 주인공들과 차별되는 지점이며

동시에 증거와 단서보단 범인의 심리를 토대로 진실을 쫓는 이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파트너인 테이텀이 경찰과의 협업을 통해 증거와 단서에 좀더 주력한다면,

조이는 범인의 언행이나 그가 이메일에 사용한 단어 등이 상징하는 심리에 더 집중하는데,

이런 프로파일링은 수사과정 중에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판에 범행 동기와 희생자 선정 기준 등 범인의 윤곽이 밝혀질 즈음에는

그녀의 프로파일링이 지닌 섬세함과 정확성의 진가가 여실히 드러나곤 합니다.

 

사건도 특이하고 조이와 테이텀 콤비의 갈등-협력 과정도 무척 흥미롭긴 했지만,

전작에 비해 다소 느슨하고 평평해 보인 이야기 전개 탓에 별 0.5개가 빠졌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현실적인 소시오패스 캐릭터때문으로 보이는데,

피도 눈물도 없고 감정이라곤 메말라버린 무차별 살인마가 아니라

겁도 많고 소심한데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듯한 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진 탓에

범행은 갈수록 잔혹해지지만 팽팽한 긴장감은 다소 위축된 느낌이란 뜻입니다.

물론 거꾸로 그런 현실감때문에 훨씬 더 서늘하고 소름 끼쳤던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막판에 다음 이야기를 위한 거대한 떡밥이 투척된 탓에 후속작에 대한 궁금증이 발동했는데,

검색해보니 이미 ‘Thicker than Blood’(2020)가 출간됐고,

요약된 줄거리에 따르면 피해자의 피를 마시는 살인자가 등장한다.”라고 돼있습니다.

조이와 테이텀이 상대했던 소시오패스들보다 좀더 잔혹하게 진화한 범인으로 보이는데,

조급증이 분명하긴 하지만 하루빨리 후속작 소식이 들려오기만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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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1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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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저 : 야구의 9회말 마무리 투수. LA경찰국 미해결 사건 전담반을 상징하는 제목

- 콜드 케이스 :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미결로 남은 사건.

- 콜드 히트 : 과거 미결 사건의 DNA나 지문이 최신 데이터베이스에서 발견되는 경우.

- 하이 징고 (High Jingo) : 경찰 고위층이 개입된 사건. 윗선의 입김이 작용하는 사건.

 

보슈 시리즈또는 영미권 스릴러에 익숙한 독자들에겐 친숙한 단어들이겠지만,

시리즈 11편인 클로저의 주요 대목들을 가리키는 개념들이라 한번 잘난 척(?) 해봤습니다.

 

경찰 배지를 반납하고 잠시 사립탐정으로 외도(?)를 저질렀던 보슈가 LA경찰국에 복귀합니다.

신임 경찰국장은 보슈를 콜드 케이스들만 다루는 미해결 사건 전담반에 배치합니다.

관료의 길을 택했다가 다시 형사로 돌아온 옛 파트너 키즈 라이더와 함께 활동하게 된 보슈는

신임 국장과 반장 모두 자신과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예감에 다소 흥분하기도 합니다.

 

보슈와 키즈에게 배당된 첫 사건은 17년 전인 1988년에 일어난 16세 소녀 살해사건인데,

마치 보슈의 복귀 선물이라도 되는 듯 그 사건은 콜드 히트를 기록한 상태였습니다.

, 흉기인 권총에 남아있던 용의자의 DNA가 최신 데이터베이스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말하자면 보슈는 그 용의자를 찾아가 수갑만 채우면 바로 홈런을 날리게 되는 것인데,

사건은 절대 쉽고 녹록하게 보슈의 복귀 후 첫 홈런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특히 수사를 거듭할수록 17년 전에 자행된 하이 징고의 분위기,

즉 경찰 상부의 개입으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듯한 흔적들이 감지되면서

사건을 매듭지어야 할 마무리 투수, 클로저로서의 보슈의 위상도 위기를 맞게 됩니다.

 

보슈의 새 직속상관이 된 미해결 사건 전담반의 반장 에이벌 프랫은

우리가 끝내지 못하면 아무도 끝내지 못한다.”며 보슈의 소명을 고취시키고,

보슈와는 면식도 없던 신임 경찰국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결 사건을 잊힌 목소리들의 합창이라 부르며 보슈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복귀와 동시에 크고 센 충돌을 예상했던 독자에겐 초반부터 위화감을 자아내는 설정인데,

아니나 다를까, 몇 개의 큰 걸림돌이 보슈의 앞을 가로막고 나서면서

너무 쉽게만 보이던 사건은 이리저리 복잡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 사건이 하이 징고일지도 모른다는 점,

그것도 보슈의 가장 큰 숙적인 어빙 부국장과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안 그래도 보슈의 복귀를 곧 다시 터질 불량 재생 타이어운운하며 못마땅해 하던 어빙이라

보슈로서는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수사를 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피할 수 없는 셈인데,

결국 그는 자신의 경찰직을 걸고 정면승부를 선택합니다.

물론 사건은 하이 징고뿐 아니라 더 큰 비극을 내재한 채 보슈를 맞이하지만 말입니다.

 

17년이나 미결 상태였던 16세 소녀 살해사건이 보슈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온 이유는

다름 아닌 전처 엘리노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매들린의 존재 때문입니다.

살해된 소녀의 부모는 삶 자체가 사건이 일어난 17년 전에 그대로 멈춰버렸고,

아버지는 노숙자로 전락했고, 어머니는 딸의 방을 보존한 채 유령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녀 가족의 비극은 보슈에게 나와 매들린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자각과 함께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 범인을 향한 증오심을 동시에 일으키는 기폭제와도 같은 일이기에

복귀 후 첫 사건이란 점보다 훨씬 더 보슈의 소명을 들끓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중단편으로도 소화 가능할 정도로 단선적인 게 사실입니다.

사건의 비극성은 깊고 무겁지만 미스터리는 다소 평범한 수준에서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탓에 구식 수사기법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보슈와 키즈에게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고,

가끔씩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은 이야기의 전개에도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평점을 고민하다가 굳이 별 0.5개를 뺀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슈 시리즈가 늘 그래왔듯 마지막 장을 덮은 후의 여운은 깊고 짙었습니다.

사건을 해결하긴 했지만 보슈의 심장엔 또 하나의 무거운 돌덩이가 징벌처럼 놓이게 됐고,

미해결 사건 전담반의 일원으로서의 그의 미래는 마냥 밝고 낙관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 전처인 엘리노어가 홍콩으로 데려간 딸 매들린에 대한 보슈의 그리움과 애정은

보슈 시리즈’ 14편인 나인 드래곤을 읽은 독자라면 더 절절하게 읽혔으리라 생각됩니다.

 

2019년에 출간된 블랙박스까지 치면 한국에 소개된 보슈 시리즈가 모두 16편인데,

2020년이 며칠 안 남은 현재까지도 새 작품 소식이 없어서 무척 아쉽습니다.

해리 보슈 다시 읽기도 이제 다섯 편만 더 읽으면 끝나는데,

그 전에라도 반가운 신간 소식이 들려오기만을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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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사는 킬러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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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품 중반부쯤 밝혀지는 중요한 설정 한 가지가 포함된 서평입니다.

다만, 출판사 소개글에도 전부 공개된 내용이라 스포일러는 아니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킬러 또는 살인청부업이라는 소재는 한국에서는 무척 비현실적인 소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현실성 때문에 더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킬러 액션 스릴러는 방진호의 방의강 시리즈입니다.

특전사 출신의 못 말리는 공처가인 그가 전설의 킬러로 활약하는 스토리는

잔혹하고 리얼한 묘사에 액션 스릴러의 미덕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매력적인 캐릭터에 대해서도 꽤 불만이 있었는데, 전에 쓴 서평을 그대로 옮기면,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방의강이 킬러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느껴진 위화감이었습니다.

동네 형의 소개로 킬러회사에 취직하는데, 이 이상한 취직이 너무 쉽게 이뤄진 건 아닐까?”

 

심여사는 킬러는 무척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 킬러 스릴러임에 분명합니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어렵게 남매를 키우며 정육점에서 일하던 50대 아줌마가

어느 날 흥신소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갔다가 업계 최고의 킬러로 변신하는 과정은 물론

라이벌 업체와의 치열한 대결 와중에 자신처럼 킬러가 된 아들과 맞붙게 된다는 스토리는

다소 허황된 설정이긴 해도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심여사는 킬러는 초반부터 방의강 시리즈와 똑같은 아쉬움을 느끼게 했는데,

그나마 방의강은 (무기 하나 제대로 못 다루긴 해도) ‘특전사라는 그럴듯한 배경이 있지만

심여사에겐 숙련된 정육점 칼잡이라는 이력 외엔 달리 킬러의 자질이 안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가 일시적이나마 생활고를 해결해줄 3천만 원이란 돈에 킬러 제안을 받아들이는 건

아무래도 납득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심여사의 아들 진섭이 라이벌 업체의 킬러가 되는 과정은 더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반듯한 성격에 명문대 재학 중 군대까지 다녀온 그가 어머니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

일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는 킬러가 된다는 건 전혀 개연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진섭의 경우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을 살짝 보완하긴 했지만 여전히 억지스러웠습니다.)

 

일단 심여사가 킬러가 된 이후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고 독특하게 전개됩니다.

심여사는 물론 그녀 주위의 인물들이 번갈아 한 챕터씩 주인공을 맡는데,

살인청부업자, 심여사의 목표물, 심여사의 가족, 흥신소에 위장취업한 경찰의 아내 등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재미와 긴장을 함께 전해줍니다.

때론 메인 스토리와는 무관한 재미있는 막간극같은 챕터도 있지만,

역시 킬러가 된 심여사 주변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읽힙니다.

 

특히 라이벌 관계인 스마일 흥신소와 해피 흥신소의 대결구도가 독자의 눈길을 끄는데,

심여사를 스카웃한 스마일 흥신소의 박태상이 본능적이고 드라마틱한 인물이라면,

아들 진섭을 스카웃한 라이벌 업체 해피 흥신소의 나한철은 계산적이고 냉혹한 인물입니다.

심여사와 나한철의 과거사가 끼어들면서 이 대결구도는 신파적 비극성(?)까지 띠게 되고,

거기에 엄마와 아들의 피할 수 없는 대결까지 덧붙여져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집니다.

 

킬러 액션 스릴러지만 애틋한 로맨스, 소중한 가족애, 유쾌한 블랙코미디 등

다채로운 코드들이 맛있고 균형감 있게 잘 버무려져있는 것은 물론

비현실적이지만 오히려 그 비현실성 때문에 재미있게 읽혔던 작품인데,

아무래도 초반의 위화감을 잊지 못하다 보니 내내 목에 가시처럼 불편했던 게 사실입니다.

심여사와 아들 진섭이 킬러의 길을 걷게 된 과정만 설득력을 얻었다면

아무 고민 없이 별 5개를 줬을 작품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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