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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2 - 11개의 평면도 ㅣ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2월
평점 :
오컬트 작가 우케쓰가 주택 평면도를 통해 그 집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이상한 집’을 출간한 지 2년. 그 사이 우케쓰는 전국에 산재하는 이상한 집에 관한 수많은 제보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왠지 접점이 있어 보이는 11개의 집과 평면도를 추려냈고, 인터뷰를 통해 그곳에 얽힌 사연들을 조사했습니다. 그렇게 정리한 자료를 갖고 찾아간 사람은 미스터리 마니아이자 건축설계사인 구리하라. ‘이상한 집’ 때와 마찬가지로 구리하라는 11개의 자료를 검토한 뒤 충격적인 추리를 펼쳐 보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자료들이 서로 무관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의 깊게 읽으면 한 가지 접점이 떠오를 것이다. 꼭 추리하면서 읽어 보기 바란다.” (p7)
평면도를 통해 ‘이상한 공간’을 찾아내고, 그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추리하여 끝내 끔찍한 진실을 파악해내는 기묘한 미스터리 ‘이상한 집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이번에 우케쓰와 구리하라 콤비 앞에 던져진 평면도는 모두 11장입니다. 시대적 배경은 1938년부터 2023년에 걸쳐 있고, 장소 역시 여러 곳으로 분산돼있지만 작가의 오프닝 멘트대로 11개의 평면도는 한 가지 접점을 품고 있습니다. 우케쓰와 구리하라 콤비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거나 관련 있더라도 느슨한 수준일 뿐인 11개의 평면도를 통해 수많은 사람과 공간이 오랜 시간에 걸쳐 비극적으로 얽혀든 하나의 진상을 파악해냅니다.
작가는 “주의 깊게 읽으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실은 일부 자료들 사이의 접점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다만 11개의 자료를 하나로 엮는 결정적인 접점은 후반부에야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눈썰미 있는 독자라면 중반부쯤 이 접점을 눈치 챌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감춰놓은 큰 그림의 전체 모습까지 파악하긴 쉽지 않습니다.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는 막다른 복도, 상식적이지 않은 설계로 지어진 수많은 복제 주택, 움직이는 벽, 살인을 위해 설계된 집, 기이한 구조로 지어진 컬트 교단의 성지, 딱 한 번 나타났다가 사라진 방 등 ‘이상한 집 2’에는 전편보다 더욱 난해하고 기괴한 공간들이 등장합니다. 그 공간들은 하나같이 섬뜩한 사연들을 품고 있는데, 단순 변사에서부터 살인, 방화, 자살 등 여러 형태의 죽음과 함께 가족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갖가지 비극이 하나둘씩 공개됩니다. 우케쓰와 구리하라 콤비는 각각의 공간과 사연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그것들이 다른 자료 속 공간과 사연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번득이는 추리를 담아 설명합니다.
우케쓰가 오컬트 작가 특유의 감으로 조사를 벌여 사연들을 정리하고, 건축설계사 구리하라가 그 자료들과 평면도를 바탕으로 복잡한 미스터리를 밝혀내는 구도인데, 재미있는 건 이들의 진실 찾기가 초반에는 막연한 추측과 망상으로 시작되지만 이상한 집과 이상한 평면도에 연루된 인물들의 진술을 통해 하나둘씩 사실로 드러나는 형태로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전편의 경우 초반의 추측과 망상이 다소 과격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던 게 사실인데, ‘이상한 집 2’는 추측과 망상 모두 어느 정도 합리적이고 그럴 듯하게 읽혀서 이야기 시작과 함께 단번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구리하라가 홀로 폭주하듯 미스터리를 밝혀냈던 전편과 달리 이번엔 구리하라의 결론에 위화감을 느낀 우케쓰가 반전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아서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11개의 평면도가 단서로 던져지고 거기에 얽힌 등장인물도 엄청 많아서 막판에 접점이 밝혀지는 대목을 읽을 땐 다소 머리가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좀 번거롭긴 해도 각 평면도의 특징과 등장인물의 이름이라도 메모하면서 읽는다면 두통도 예방할 수 있고 진실이 밝혀지는 후반부의 짜릿함도 훨씬 더 진하게 만끽할 수 있을 거란 생각입니다.
이 복잡한 이야기를 자아낸 작가의 두뇌와 필력에 여러 번 놀라곤 했는데, 그래선지 과연 ‘이상한 집 3’가 나올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면서도, 몇 년이 걸려도 좋으니 한번쯤 더 이 독특한 ‘평면도 미스터리’를 맛보고 싶다는 욕심도 품게 됐습니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이상한 그림’도 무척 궁금해졌는데, 일단은 이 작품의 여운을 좀더 즐겨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