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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 -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수학천재들 이야기
스캇 패터슨 지음, 구본혁 옮김 / 다산북스 / 2011년 7월
평점 :
바벨탑 쌓기에 도전한 퀀트들
여기서 '퀀트(Quant)'는 '고도의 수학과 통계지식을 이용해서 투자법칙을 찾아내고 컴퓨터로 적합한 프로그램을 구축해서, 이를 토대로 투자를 행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두꺼운 경제경영 책에 비해서 재미있고 수월하게 읽었다. 퀀트들의 세계를 하나의 소설처럼 이야기하고 있어서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단지 상황 묘사는 경제경영 관련 책에 비해 많이 나와서 인물의 심리, 성격, 사건을 이해하기는 쉬웠지만 수학적 이론과 모형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이번에 신간평가단 선정 도서로 함께 선정된 <경제학 혁명>을 읽으면서 그런 이론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면을 메울 수 있었다. 어려운 이론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퀀트>가 도움이 된 게 사실이지만 수학적 모형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을 읽는 게 좋을 것이다.
어쨌든 <퀀트>는 처음으로 금융계에 수학공학자로 여러 모형들을 만들어 적용한 '에드 소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퀀트들의 대부인 에드 소프는 도박과 투자의 핵심요소들을 통합해 블랙잭 게임에서 승리하는 데 수학적 재능을 활용하였다. 에드 소프는 '텐 전략' 또는 '하이로(hi-lo) 전략'이라는 카드 카운팅 방법의 필승전략을 구사했다. 이것은 '대수의 법칙'이 전제되어 있는 기법으로 보다 많은 게임을 할 경우 자신이 이긴다는 것을 의미했다. 소프의 블랙잭 필승모형과 켈리의 최적베팅시스템이 결합한 위력은 막강했다. 여기서 켈리는 어떤 판에 플레이어가 베팅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함으로써 실패 확률을 낮췄다. 에드 소프의 카지노 필승 전략을 서술한 <딜러를 이겨라>는, 투자방법서인 <시장을 이겨라>와 함께, 그 후에 등장하는 수많은 퀀트들의 필독서로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에드 소프는 퀀트들의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방법서의 시금석이 된 <시장을 이겨라: 과학적인 주식시장시스템>을 카수프와 공동으로 저술한다. 이 책은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기기는 불가능하다는 당시 학계 이론과 배치되는 것으로 유진 파마가 주창한 '효율적 시장가설(EMH)'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에드 소프 외에도 모건스탠리의 내부 헤지펀드인 PDT의 대표인 피터 멀러,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성공적인 펀드 중 하나인 시카고 소재 헤지펀드 시타델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대표인 켄 그리핀, 거의 4백억 달러에 육박하는 자산을 관리하던 헤지펀드 AQR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대표인 클리프 애스네스, '라이프 마스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체스 고수이며 카드카운터로 블랙잭에도 뛰어나고 도이치뱅크의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사바'라는 헤지펀트로 3백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의 신용트레이딩펀드의 보아즈 웨인스타인이라는 대표적인 퀀트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퀀트들과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헤지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의 대표인 제임스 시몬스, 퀀트들의 주택저당증권(MBS) 업계 붕괴를 가장 먼저 예측한 아론 브라운, 2000년에 이미 수학자들 때문에 주가대폭락 사태가 올 것임을 경고한 폴 윌멋, 1960년대에 변화무쌍한 시장가격의 움직임이 퀀트 모형들에 미치게 될 위험을 경고한 베노이트 만델브로트 등이 함께 등장하여 어떻게 금융 세계에서 수학적 이론이 모형으로 적용되어 투자가 되고 금융상품이 만들어져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의한 경제 쇼크가 발생하게 되었는지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의 삶의 과정을 추적하면서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 금융계에 뛰어들어 어떤 투자모형을 만들었고 이것이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하다가 2008년에 무너지게 되었는지 대표적인 퀀트들을 대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사람들의 관계에서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면서 투자 모형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재미있게 읽기는 했다. 맨 앞에 다행스럽게도 대표적인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되어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참고하면 도움이 될 터였다.
이 퀀트들은 '바벨탑'을 쌓으며 신에게 도전한 결과로 2008년의 금융위기를 맞이했다. 그때의 금융위기가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여진을 발생시키며 경제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퀀트들이 얼마나 '위험성'을 내포한 안정적인 투자모형을 개발하고 있을지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단지 몇 번의 클릭 질로 수백만을 벌어들이는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사상누각처럼 뜨거운 열사의 사막을 헤매면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신기루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어쨌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퀀트들의 모습이 왠지 우스꽝스러워 소소한 재미가 느껴졌다.
이 책 속에서는 워렌 버핏이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전설적인 투자가로 등장하는데, 버핏의 투자전략에 대해서도 다른 책들을 찾아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에드 소프의 <딜러를 이겨라>, <시장을 이겨라>와 함께 <MIT 수학 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또한 함께 읽어보면 재미있을 듯싶었다. 여기에 경제학 용어 사전도 갖춰서 자주 살펴야 할 것 같았다. 경제학 용어들은 아무리 봐도 봐도 익숙해지기 힘들다. 이 책에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등장하는데, 전에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블랙스완에 대비하라>를 읽은 적이 있어서 반가움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