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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여행자
한지혜 지음 / 민음인 / 2014년 6월
평점 :
설렘, 만남, 그리고 깨달음
길은 무수한 사람들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 길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의 발자국을 찍어 놓는다. 그 길을 걷는 또 다른 사람이 우리가 남겨 놓은 발자취를 발견할 것이다. 누군가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그 추억은 쌓이고 쌓여 이야기, 즉 역사가 되어갈 것이다.
<축제 여행자>의 저자 한지혜는 유명 배우와 동명이인이다. 하지만 그녀도 한국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적이 있다. 지금은 새로운 꿈을 위해 뉴욕 영화 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배우로 활동 중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참으로 자유롭고 무엇에든 도전을 하는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작은 몸집(?)-외국인들이 보기에-을 가진 그녀 속에 어떻게 그런 열정이 담겨져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게도 그녀의 밝고 긍정적인 사고가 전해져서 흐뭇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추천한 여행지는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이탈리아의 유로 초콜릿 페스티벌,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 일본의 삿포로 눈꽃 축제, 미국의 뉴욕 타임스퀘어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외에도 베개 싸움 데이나 핼러윈 퍼레이드를 짧게 소개해 주고 있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그것은 칠십 대에 홀로 사하라 사막을 걷는 멋진 프랑스 여성이었다. 그 여성은 니콜이라고 하는데, 노을을 보겠다면 길고 긴 여운을 남기는 미소를 남기고 사하라 사막을 터벅터벅 걸어갔다고 한다. 나는 지금도, 아니 더 젊었을 적에라도 모든 여행 경비를 대준다고 하면서 가라고 해도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데에는 많은 고민을 하고 두려워 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칠십 대에 그 뜨거운 사막을 걸어갈 수 있다니... 내가 그 나이가 돼서 니콜의 열정을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은 우리나라의 지산 페스티벌과 유사하다.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이 역사적으로 더 오래되었고 세계적인 규모에 더 유명한 사람이 많이 찾아온다는 점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글래스턴베리는 닷새 동안 열리고 공연은 나흘 동안 밤낮없이 이어져서 전 세계적으노 13만 5000명이 참가한다. 이 축제는 전설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 그를 추모하기 위해 소규모로 열린 행사를 계기로 지금까지 4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축제에서 놀라운 점은 이 축제가 한 농장에서 열리는데, 그 농장을 소유한 마이클 엘비스가 매년을 축제를 열기 위해 애쓰면서 농장을 관리한다고 한다. 게다가 농장 관리를 위해 5년 마다 한번씩을 축제를 쉰다고 한다. 2012년에 축제가 없었다고 하니, 2017년까지는 축제가 있을 예정인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까지 해서 앞으로 3년이 남은 걸까? 그리고 이 축제에서 열린 자선 행사 기금과 수익금의 일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10만 명 이상이 모인 축제의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 부분에 상당한 공감이 되었다. 먼저 농장의 진흙이 너무 많아서 무릎까지 오는 두꺼운 장화를 신지 않으면 돌아다니기 힘들다는 것, 5일간 씻을 생각은 거의 못한 다는 것, 화장실 문제도 만만치 않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을 뛰어 넘어 많은 사람들이 노래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 유명 연예인들이 깜짝 게스트로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른다는 설레임이 있다는 것, 그 외에 그곳에 있어야지만 알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이 축제의 묘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 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즐거움일 것이다.
어느 책에서 독일 맥주가 무척 맛있다는 글을 보고서, 언젠가는 독일에 가서 직접 그 맥주 맛을 보리라 다짐했었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독일의 옥토버페스트에 대한 내용이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그 축제에 갔을 때는 필히 그곳의 전통적인 의상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그 전통 의상이 가장 싼 것도 60유로(8만 6천원)라는 게 맘에 걸렸다. 하지만 텐트가 몇 십 개씩 되고 그 각각의 텐트마다 고유한 분위기가 있다는 말에 돌아다니며 구경할 게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술에 취한 사람들의 행태가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은 것 같아서 밤에 다닐 때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뉴멕시코 열기구 축제는 정말 열기구가 이렇게 다양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다. 마차, 고양이, 스파이더맨, 벌, 광대, 자명종, 젖소, 다스베이더 등 그 종류가 무척 많았다. 열기구를 직접 탈 수도 잇는데, 가격이 350~500달러로 조금 비싼 편이라고 한다. 아쉽지만 수없이 많은 열기구가 하늘에 수를 놓는 장관을 보는 걸로 만족해야 할 듯 싶었다. 어쨌든 그 큰 열기구가 멀리서 보니 풍선처럼 보여서 신기했다. 그 장관을 내 눈으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은 세계 3대 축제 중의 하나로 너무나 유명한 삼바 축제이다. 얼마 전에 브라질 월드컵이 열러 더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리우 카니발 자체보다는 저자가 브라질 유스호텔에서 만났다는 프랑스 청년들과의 인연이 더 반갑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간간이 한국인을 만나거나 한국에 호감을 보이는 외국인을 만나는데, 이곳에서 프랑스 청년들은 우리나라의 태권도를 배우면서 친해져서 여행도 함께 오게 됐다고 한다. 그들은 태권도도 검은 띠이고 그에 따라 한국말도 조금씩은 할 수 있어서 반갑게 느껴졌다. 저자가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서 만난 한국 태극기도 한국에 있다가 떠난 영국인이 달아놓은 것이라고 한다.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 축제도 유명한 축제이지만, 저자가 직접 체험한 것을 얘기해 줘서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특히, 물안경이 만드시 필요하고 신발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끈으로 묶어야 한다거나, 여자들의 옷을 찢는 전통(?)도 있다며 필히 위에 티를 세 겹 이상 입으라고 조언해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세계 곳곳의 셀레임과 즐거움을 맛 보았다. 나도 당장 가방 하나 메고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이 책의 저자는 혼자하는 여행에서도 즐거워 하며 혼자만의 외로움을 이겨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거기에다가 유스호텔이나 공동 생활 등으로 많은 사람과 함께 지내야 하는 고통과 불편함을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과 고통을 통해 세계 곳곳의 소소한 즐거움과 친구의 소중함을 느끼고 색다른 추억을 쌓아가는 사람이었다. 이 속에는 저자는 깨달았다. 무수한 희로애락과 그에 따른 번민과 고통,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는 수많은 인내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모든 여행자는 각자의 추억을 만들며 여행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곳에서 자기만의 추억을 만든다. 같은 곳을 여행해도 각자의 추억은 모두 다르다. 마치 지하철의 환승역처럼 우린 서로의 길이 겹치는 곳에 있지만 어디서든 서로 다른 추억을 품고 떠난다.(120p)
인생도 꿈도 그 끝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그 길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의심한다. 이 길에 끝이 있을까? 이 길이 내게 맞는 길일까? 누구는 더 빨리, 또 누구는 좀 더 먼 길로 돌아간다는 차이가 있긴 해도 어느 길이든 분명 끝은 있다. 이틀 밤을 달려 겨우 사하라 사막에 도착했을 때 나는 비로소 모든 길에는 끝이 있다는 걸 배웠다.(138p)
어찌 보면 초콜릿의 맛은 사랑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초콜릿 맛처럼 사랑에는 달콤함과 쓴맛도 있다. 쓴맛을 보고 나면 그 맛이 싫어 다시는 맛보지 않으리라고 다짐하지만, 달콤함을 잊지 못해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결국 그 뒤에 숨은 쓴맛을 또 맛보고 만다. 그렇다고 사랑이 언제나 쓴맛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영원한 달콤함을 찾아 헤매는 것은 그래서일까.(186p)
* 알라딘 민음인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